예능의 성패를 가르는 진정성의 힘

 

한때는 마니아들의 전유물처럼 치부되던 소재들이 예능의 트렌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낚시, 골프, 게임, 밀리터리 등이 그것이다. 물론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않지만 ‘찐팬’들의 막강한 힘이 느껴지는 이들 소재 예능이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도시어부3

<도시어부>, 낚시에 미친 자들의 세계

한 때 예능에서 낚시는 금기시되는 소재였다. 이유는 잠깐 잡히는 그 순간에 비해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들이는 노동에 비해 나오는 방송분량이 적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과거 KBS <1박2일>이나 <남자의 자격>에서 낚시를 소재로 잡았을 때, 낚시 자체보다는 복불복이나 토크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시즌3를 방영하고 있는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이하 도시어부)>는 이런 금기를 보기 좋게 깨버렸다. 종편 채널로서 시즌1에 5.3%(닐슨 코리아)의 최고시청률을 냈고 지금껏 3%에서 4%대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시청률은 그리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프로그램의 진짜 강점은 화제성이다. 낚시에 진심인 이른바 ‘찐팬’들의 열렬한 지지 덕분이다. 

 

이렇게 된 건 <도시어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덕화, 이경규 같은 진짜 ‘낚시에 미친 자들’이 출연하고 있어서다. 다른 방송이었다면 한 자리에 앉아 40시간 동안 촬영을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 ‘낚시에 미친 자들’은 40시간을 꼬박 잠도 안자고 낚시를 하고도 더 하면 안 되냐는 말로 제작진들의 귀갓길을 가로막는다. 그만큼 낚시에 진심이라는 것이다. 출연자들이 이러니 ‘찐팬’들은 오죽할까. 가끔 게스트가 출연해 여느 예능에서 하듯 주저리주저리 토크를 늘어놓으면 찐팬들의 “낚시나 하라”는 얘기가 쏟아져 나온다. 이수근은 처음 늘상 하던 대로 토크를 하다 욕 많이 얻어먹었다고 털어놓는다. 이런 낚시에 미친 자들과 거기에 빠져든 시청자들의 끈끈한 관계가 <도시어부>라는 ‘노동 강도 최강’의 예능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이유다. 

 

마니아들의 세계가 예능의 트렌드로 떠오르는 이유

한때 예능의 금기였던 낚시 같은 마니아들의 세계는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골프 예능은 단적인 사례다. TV조선 <골프왕>을 시작으로 JTBC <회원모집 세리머니 클럽>, SBS <골프 혈전 편 먹고 072>, tvN D <스타골프빅리그>, 티빙 <골신강림>, MBN <그랜파> 등 골프 예능은 갑자기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한때는 부자들의 스포츠처럼 여겨져 서민들의 예능에는 어울리지 않는 소재였었지만, 최근 들어 골프는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골프 클럽이 그만큼 늘어났고, 가격도 적당해졌다. 특히 골프는 이 종목에 미쳐 준프로급 수준의 기량을 가진 연예인들이 적지 않다. 그들 역시 골프에 진심이다. 그래서 이들이 필드에 나가 벌이는 대결과 성장의 이야기는 특별한 예능적 조미료를 치지 않고도 충분히 몰입감을 준다. 

 

채널A <강철부대>는 물론 ‘밀리터리 예능’이 스테디셀러의 소재였지만, 보다 마니아적인 접근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밀리터리 마니아들은 물론이고 슈팅게임 마니아들까지 팬층으로 끌어들이면서 프로그램은 큰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며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파일럿으로 방영되어 괜찮은 반응을 얻은 후 정규로 돌아와 더 주목받고 있는 <골 때리는 그녀들>도 지금껏 잘 다뤄지지 않았던 여자 축구를 소재로 했다. 중요한 건 여기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예능이 아닌 축구 자체에 진심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파일럿에서의 전패 굴욕에 절치부심해 자발적으로 연습에 매진하고 다시 경기를 치른 모델팀이 보여준 투혼 같은 걸 보다보면 그것이 단지 예능이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발톱이 빠져도 승부욕을 드러내고, 모델 다리에 여기저기 멍든 자국들이라니. 이러니 찐팬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특히 ‘여자 축구’라는 소재 때문에 ‘여자’라는 지점을 너무 강조하거나, 혹은 ‘○○의 아내, ○○의 며느리’식으로 불렀던 파일럿에서의 문제점들을 모두 수용해 변화를 보여줬고, 남녀라는 성별과 상관없이 ‘축구’ 자체에 집중한 면이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를 얻은 이유가 됐다. 

 

시청률이 성공의 지표? 이제는 팬덤이 생겨야

과거 금기시되던 마니아 소재들이 예능에서 새로운 성공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고, 예능의 성공방정식이 ‘진심이냐 아니냐’로 구분되는 이 변화는 어떻게 생겨난 걸까. 그건 ‘취향’이 점점 중요해진 시대에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어도 열성적인 찐팬(마니아)의 힘이 더욱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방송 프로그램 성공의 지표가 시청률이 아닌 ‘팬덤’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즉 시청률이 높다고 해도 찐팬들이 모여 팬덤이 형성되지 않으면 성공한 프로그램이라 하기 어렵지만, 반대로 시청률이 낮아도 팬덤이 형성되면 나름 성공한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TV조선의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2>의 성패를 들 수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미스터트롯>과 달리 <미스트롯2>는 성공한 프로그램이라 일컬어지지 않는다. 그 차이는 팬덤에서 비롯된다. <미스터트롯>은 여기서 배출된 톱7이 모두 강력한 팬덤을 만들었지만 <미스트롯2>는 누가 우승을 차지했는지조차 모르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찐팬은 이제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됐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는 단적인 사례다. 유튜브를 통해 모여든 찐팬들이 각국에서는 적어도 글로벌하게 연결되면서 결코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했고, 그 힘들이 모여 방탄소년단의 현재를 만들었다. 이 성공사례는 그래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가 참여했던 Mnet <I-LAND>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은 최고시청률이 겨우 0.7%에 불과했지만 오디션 과정에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를 통해 글로벌 팬덤을 확보했다. 이 팬덤의 힘은 여기서 배출된 아이돌그룹 엔 하이픈이 반년만에 빌보드 앨범차트에 18위로 입성하는 결과로 드러났다. 어째서 팬덤 확보가 새로운 성공의 지표가 되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미 취향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디지털 네트워크로 묶여진 취향에 진심인 이들은 더 이상 마니아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만일 글로벌로 묶인다면 글로벌 스타가 탄생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 이 취향에 진심인 자들을 매료시키는 건 ‘진심으로 미친 자들’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진정성이야말로 예능의 성패로 자리하게 된 이유다.(글:시사저널, 사진:채널A)

'트롯신'들이 장악한 트로트 오디션 심사, 이대로 괜찮을까

 

TV조선이 최근 자사 트로트 예능 포맷을 MBN이 표절했다고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 예능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너도 나도 그 형식과 소재를 가져와 따라하는 것이 국내 예능이 지금까지 마치 관행이나 되는 것처럼 해왔던 일들이어서, 이번 소송은 이례적인 일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터트롯>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지난해 내내 트로트 트렌드를 이끌었던 TV조선이 이번 소송을 낸 이유는 "단순한 시청률 경쟁을 위한 원조 전쟁이 아니라, 방송가에서 그동안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던 경계심 없는 마구잡이 포맷 베끼기에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라고 했다. 대중들도 이러한 예능가의 '쏠림 현상'과 '베끼기'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현재, 소송의 명분으로서는 충분하다 여겨진다.

 

물론 MBN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베꼈다는 <보이스퀸>, <보이스트롯>또 <사랑의 콜센타>를 도용했다는 <트롯파이터>가 그들 프로그램들과는 다르다며 그 차별점을 내놓았고, 오히려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자사의 성공 프로그램과 유사한 <자연애(愛) 산다>로 TV조선이 제작해 피해를 줬다고 맞불을 놨다. 즉 TV조선이 내놓은 '마구잡이 포맷 베기기 경종'이라는 내용에 스스로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역공인 셈이다.

 

소송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베끼기 특히 트로트 소재 프로그램의 홍수로 어딜 틀어도 트로트가 흘러나오는 현 상황의 피로감은 대중들도 공감하는 바다. 대중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트로트에 쏠려 있는 프로그램들과 그러다 보니 출연자들도 종종 겹치고 심사위원들은 그 나물에 그 밥처럼 거의 똑같은 상황들이 식상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러한 트로트 소재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방송사 간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걸 이미 전초전처럼 보여준 사례가 있었다.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와 SBS <트롯신이 떴다>가 출연자들의 겹치기(심지어 동시간대) 출연으로 야기된 갈등이 그것이었다. 그 후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지만, 남진, 장윤정, 진성, 설운도, 주현미, 김연자 그리고 붐까지 <트롯신이 떴다>의 출연자들은 쏟아져 나온 트로트 소재 프로그램 여기저기에 출연하는 상황이 생겼다.

 

진성은 <미스트롯2>, <미스터트롯>은 물론이고 <보이스트롯>, <트로트의 민족>, <트롯신이 떴다>에 출연했고, 장윤정은 <미스트롯>1,2는 물론이고 <노래가 좋아>, <최애 엔터테인먼트>, <2020트롯어워즈>, <트롯신이 떴다>에 출연했다. 남진은 <트롯 전국체전>, <2020 트롯 어워즈>, <보이스트롯>, <트롯신이 떴다>, <미스트롯>에 출연했고, 설운도 역시 <트롯 전국체전>, <2020 트롯 어워즈>, <트롯신이 떴다>에 출연했다.

 

세상에 트로트 오디션의 심사위원을 할 수 있는 인물이 이렇게 없는가 생각될 정도로, '트롯신'들이 여기저기 심사에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는 상황은 현재 방송사 간 소송 분쟁까지 등장할 정도로 쏟아져 나온 트로트 소재 프로그램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형식은 물론이고 소재 심지어 심사위원까지 같다면 도대체 이들 프로그램들의 차별성은 어디에 있을까.

 

방송 제작자들이 너도 나도 트렌드에 편승해 베끼기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흐름 속에서 여기저기 겹치기 출연을 하는 출연자들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식상함은 트로트라는 트렌드의 소비를 가속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벌써부터 힘이 빠지기 시작한 트로트 오디션에는 무분별한 섭외와 더불어 당장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는 출연자들의 근시안적인 욕망이 자리하고 있다. 오랜만에 가치를 다시금 보게 만든 트로트 트렌드가 방송사간 소송까지 비화되고 있는 건 이런 위기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진다.(사진:TV조선)

'미스트롯2', 과연 소문난 잔치에 송가인 같은 스타탄생 가능할까

 

TV조선 오디션 <미스트롯>은 지금의 트로트 열풍의 문을 연 프로그램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종편 채널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최고시청률 18.1%(닐슨 코리아)를 기록했고, 무엇보다 송가인이라는 엄청난 트로트스타를 탄생시켰다. <미스트롯>의 성공은 <미스터트롯>으로 이어져 최고시청률 35.7%를 기록했고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 김희재, 김호중, 정동원 같은 톱7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았다. 

 

그러니 이 힘을 이어받은 데다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스트롯2>에 대한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다. 그 기대는 첫 회 28.6%라는 대박 시청률로 나타났다. 원조인데다 트로트 오디션의 특성상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아, <미스트롯2>는 이미 프로그램으로서의 대박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렇게 시청률 대박을 기록하고 있는 <미스트롯2>가 과연 그 브랜드를 이번 시즌을 통해 제대로 유지할 것인지는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건 엄청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는 실력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려 2시간 47분 간 진행됐던 첫 방송에서 인상 깊은 출연자는 주현미의 '울면서 후회하네'를 부른 대학부의 외국인 참가자 마리아, 현역부B의 아이돌 베스티 출신이지만 트로트 가수로 전향해 활동하고 있는 강혜연, 꾹꾹 눌러가다 폭발하는 감성을 표현한 12년차 트로트 가수 윤태화 그리고 아이돌부 연습생 출신 홍지윤 정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앙증맞은 초등부 친구들이 대거 출연해 전원 합격을 받았지만 어딘지 어른 흉내 내는 느낌이 강했고, 사연은 충분했지만 과연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가수가 맞나 싶은 출연자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왕년부는 왜 신설했는지 모를 출연자들이 출연한데다, 같은 연예인 동료로서 심사위원들의 공정성을 뒤흔드는 보기 불편한 장면까지 연출했다. 그나마 실력을 기준으로 깐깐하게 심사를 한다 여겨지는 박선주와 조영수 마스터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감동보다는 그들의 심사에 불공정한 뉘앙스를 만들어냈다.

 

이런 사정은 역시 28%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2회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 그나마 주목할 만한 출연자들로, 나이답지 않게 구성진 목소리를 선보인 중등부 부산 브니엘 예고 성민지, 모든 참가자들이 라이벌로 꼽은 전유진, 무결점 가창을 보여준 현역부 A조의 주미, 힘까지 더해져 돌아온 재도전부의 김의영 정도가 꼽혔지만 기본 음정이 흔들리는 출연자도 적지 않았고, 특별한 개성이 안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부 같은 경우는 오디션이 아니라 쇼를 위해 등장한 듯한 출연자들이 대부분이라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의 몰입감을 깨기도 했다. 

 

2회에서도 역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만한 풍경들이 등장했다. 현역부 A조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심사위원석에 앉은 <미스터 트롯>의 톱6는 남다른 애정과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고, 왕년부에서도 영지 같은 출연자는 박선주나 임영웅과 밀접한 인연이 있는 사이라 역시 공정한 심사가 가능할까 싶은 의구심을 만들었다. 

 

즉 <미스트롯2>는 전반적으로 실력자의 수가 적고, 무엇보다 <미스트롯> 시즌1의 열풍을 만들었던 송가인 같은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게다가 이미 소속사를 갖고 있거나 방송에 출연해 익숙한 출연자들이 왕년부, 재도전부, 현역부는 물론이고 다양한 부서(?)에서 상당히 많은 수로 무대에 서고 있어 신선함도 떨어지고 공정성에도 고개가 갸웃해지는 상황들이 연출되고 있다. 

 

사실 <미스터트롯>이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트로트 오디션이 될 수 있었던 건 실력을 갖춘 매력적인 출연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스트롯2>는 근본적으로 이런 출연자 풀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 20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은 121인이라고 하지만, 쇼를 위해 출연한 듯한 직장부가 어떤 경쟁률을 뚫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고, 때론 기본도 없지만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라고 출연한 이들 역시 어떻게 예선을 통과했는지가 의문이다. 

 

<미스트롯2>는 이미 대박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동시에 벌써부터 갖가지 논란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정성 문제가 이미 방영 전부터 예선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논란이 생겨나고 있고, 순전한 실력으로 모든 이들에게 열려진 기회가 아니라 이미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심지어 소속사까지 있는)이 대거 출연하고 있는 점은 그 자체로 논란의 불씨들을 안고 있다. 

 

트로트 오디션은 지금 과할 정도로 많아져 시청자들이 식상함을 호소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래도 이 트로트 트렌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었던 건 송가인이나 임영웅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배출한 새로운 스타들이 있어서다. 과연 <미스트롯2>도 이런 신예 스타를 발굴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제2의 송가인은 잘 보이지 않는다.(사진:TV조선)

음원차트·광고·방송 모두 장악한 임영웅 신드롬의 실체

 

"사랑한다- 정말 사랑한다는 그 말-" TV조선 <미스터트롯>에서 현역부로 첫 출연한 임영웅이 노사연의 '바램'을 불렀을 때부터 이 신드롬은 시작됐던 것으로 보인다. 노사연이 부르는 '바램'은 온전히 임영웅의 '바램'으로 바뀌어 있었다. 특유의 속삭이듯 말을 건네는 듯 시작하던 곡은 완벽히 통제된 완급을 통해 오히려 그 꾹꾹 눌려진 감정들이 증폭되는 결과로 이어졌고, 클라이맥스에서 터트릴 때는 확실히 터트렸다가도 그 마무리에 있어서는 다시 감정을 추스르듯 절제된 목소리로 차분히 내려앉았다.

 

그 때 아마도 시청자들은 들었을 것이다. 우리가 트로트에 대해서 갖고 있던 편견과 선입견이 여지없이 깨지는 소리를. 트로트하면 꺾기 같은 기교가 먼저 떠오르고 조금은 과장된 감정 표현과 약간의 느끼함 같은 것들을 막연히 생각했던 분들이라면 임영웅의 노래는 그것과는 너무나 다른 트로트의 맛을 보여줬다. 물론 그건 오해다. 과거 이미자가 부르던 트로트가 전해주던 담백함과 절제되면서도 절절한 감정들을 떠올려보라. 다만 최근 들어 트로트가 침체기를 겪으며 세미 트로트가 쏟아져 나오고 그러면서 마치 과거의 정통 트로트는 조금 느끼한 어떤 것으로 치부되면서 막연히 갖게 된 편견이자 선입견.

 

지금이야 트로트가 여러 음악 장르 중 하나로 분명히 구분되어지지만,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트로트는 가요의 중심적인 정서를 이루던 요소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른바 '뽕끼'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민요와 국악 베이스의 우리 식 정서는 서구식 장르들과 접합되면서도 늘 뿌리 깊숙이 내려 있었다. 가왕 조용필의 초창기 음악이 민요 창법 특유의 색채를 얹어 절절하게 부르던 트로트였고 거기서부터 끊임없이 진화해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는 그 과정은 트로트라는 장르가 얼마나 우리네 가요에 뿌리 깊은가를 잘 말해준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이 이끄는 K팝이 마치 우리네 음악의 전부인 것처럼 가요계 전면을 덮어버리면서 트로트는 중심에서 주변으로 밀려난 신세가 되었다. 그러던 것을 다시 중심으로 끌어낸 건 다름 아닌 TV조선 <미스트롯>에 이은 <미스터트롯>이었다. 이들 트로트 오디션을 통해 트로트는 젊어졌고 본래 자리였던 다양한 장르들과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우리네 가요가 갖는 정서의 뿌리였다는 새삼 되새기게 했다.

 

임영웅이 최근 들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건 트로트의 본래 맛을 가져와 임영웅 특유의 방식으로 소화해내면서 노래 한 곡 안에 세대를 통합시키는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그에게서 차분하면서도 진심어린 가사를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털어놓는 정통 트로트 특유의 맛에 감탄하고, 젊은 세대들은 그것이 진정 트로트인가 싶을 정도로 편안해진 임영웅식의 노래에 빠져든다. 사실 조영수 작곡가가 쓴 신곡 '이제 나만 믿어요'는 굳이 트로트가 아니라 발라드라고 해도 괜찮을 듯한 색깔을 갖고 있다.

 

마음을 담아 진심을 이야기하듯 차분하게 부르며, 때론 완벽에 가까운 완급조절로 듣는 이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고, 절정에 이르러서는 폭발적인 시원함을 보여줬다가도, 절제미가 돋보이는 마무리를 선사하는 임영웅의 노래는 그래서 그냥 트로트라고 표현하기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건 마치 이미자가 이미자를 부르고, 조용필이 조용필을 부르는 것처럼, 장르적 구분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임영웅이 임영웅을 부르는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트로트는 이로써 꽤 길었던 침체기를 지나 본래 자리였던 우리네 가요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같은 트로트 오디션이 만들어낸 젊은 트로트라는 새로운 무대와 그 무대에서 탄생한 송가인, 임영웅 같은 가수들이다. 그 중에서도 트로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버려, 장르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신구 세대를 모두 빠져들게 하는 임영웅의 지분은 그 누구보다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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