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문화 속에 담긴 현실을 모색하는 곳 더키앙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725)
블로거의 시선 (96)
네모난 세상 (5508)
SPECIEL (19)
문화 코드 (1)
생활의 발견 (23)
술술 풀리는 이야기 (4)
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10)
책으로 세상보기 (8)
문화 깊게 읽기 (4)
스토리스토리 (24)
사진 한 장의 이야기 (4)
드라마틱한 삶을 꿈꾸다 (7)
대중문화와 마케팅 (9)
Total13,688,741
Today116
Yesterday203
728x90

'브람스'가 클래식을 통해 담아낸 청춘의 꿈과 사랑

 

"밖에 비가 오더라고요. 송아씨 악기 메고 있었는데. 그래서 송아씨가 혹시 우산이 없으면 밖에 못나가고 있을까봐. 그래서 우산을 가지고 내려갔어요. 송아씨가 못 나가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우산을 줬어요. 쓰고 가라고. 제가 매일 우산 갖고 다니겠다고 송아씨는 비 걱정 말라고 했었는데. 제가 송아씨를 힘들게 했어요. 송아씨가 행복하지 않대요. 저 때문에."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박준영(김민재)은 채송아(박은빈)와 헤어진 날 비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는 뛰어 내려가 그녀의 손에 우산을 쥐어줬다. 비가 와도 우산을 챙겨온 박준영 덕에 함께 우산 속에서 행복했던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더 거세게 쏟아져 내린 현실의 빗속에서 채송아는 함께 버티지 못할 만큼 버거워졌다. 박준영을 사랑하지만 그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현실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버틸 수 없던 채송아는 아프게 이별을 고했다.

 

채송아에게 박준영에 대한 사랑은 마치 뒤늦게 좋아해 뛰어들게 된 바이올린과 같았다. 그는 박준영에게 자신의 짝사랑이 브람스를 닮았다고 했다. 결국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면서도 애쓰는 사랑. 사랑도 꿈도 그는 너무 늦은 현실을 절감했다. 그래서 박준영과의 이별은 동시에 바이올린과의 이별을 뜻하기도 했다.

 

가난해서, 늘 재단의 도움을 받았고 그래서 그들의 눈치를 봐야했던 박준영은 그런 환경 속에서 자기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는 사람이 됐다. 떠나는 채송아를 붙잡고 그의 마음을 전하기보다는 떠나는 길에 비를 맞을까봐 우산을 챙겨주는 그런 사람. 그런 그도 채송아와의 이별은 꾹꾹 눌러두고 숨겨온 감정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만큼 힘겹게 만든다.

 

늘 준영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진 엄마가 찾아와 얼굴이 많이 상한 것 같다며 무슨 일 있냐고 물어도 신경 쓰지 말라며 괜찮다며 나가려던 준영은 "밤에 비올 지도 모른다"며 우산 챙겨가라는 엄마의 말에 무너져 내린다. 엄마의 품에 안겨 아이처럼 울며 "너무 힘들다"고 말하는 준영은 그 아픔 속에서 드디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는 고인이 된 나문숙(예수정)의 상가에서 만난 채송아가 바이올린을 그만두겠다며 졸업연주회가 마지막이라는 말에 선뜻 자신이 반주를 하겠다고 나선다.

 

그리고 그 곡은 박준영이 그토록 싫어했던 브람스의 'F-A-E 소나타'다. 그것은 '자유롭지만 고독하게'란 뜻이란다. 늘 누군가를 짝사랑하듯 살아왔고 그렇게 연주해옴으로써 자기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보지 못한 박준영에게 브람스와 그의 곡은 애증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연주를 피하고 있었지만 그 금기를 넘어서게 해준 건 채송아에 대한 사랑이었다. 함께 졸업연주회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선율이 만들어낸 브람스의 곡은 그래서 단순한 연주의 차원을 넘어 헤어졌어도 여전히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과 동시에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던' 이들의 꿈이 깃들었다.

 

연주가 끝난 후 채송아는 박준영에 대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며 그가 좀 더 자유로워지고 또 행복하기를 기원한다. "트로이메라이요 생각을 해봤어요. 왜 교수님이 준영씨의 트로이메라이를 훔쳤을까. 준영씨가 그날 그 피아노로 여러 곡을 쳤을 텐데 왜 교수님은 트로이메라이를 골랐을까. 어쩌면요. 준영씨가 그날 쳤던 곡 중에서 교수님의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연주가 트로이메라이 아니었을까요? 준영씨의 트로이메라이는 준영씨 마음을 따라간 연주였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준영씨가 준영씨 마음을 따라가는 그런 연주를 했으면 좋겠어요. 오늘 우리 연주한 곡요. F-A-E 소나타. 자유롭지만 고독하게란 뜻이잖아요 하지만 나는 준영씨가 자유롭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채송아의 그 말은 박준영이 앞으로 피아노를 행복하게 연주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었지만 동시에 그가 좀 더 자유롭게 마음가는대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했다. 박준영은 그래서 드디어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내 마음을 따라 가라고 했었죠. 그래서 말하는 거예요. 내가 이런 말할 자격 없는 것도 알고, 이렇게 말하면 송아씨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아는데, 내가 너무 힘들어서 지금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말해요. 미안해요. 하지만 지금은 나도 내 생각만 하고 싶어요. 사랑해요."

 

이들은 과연 다시금 함께 우산을 쓰고 걸어갈 수 있을까. 모질고 냉정한 현실의 폭우 속에서도 함께 우산을 쓴 채 꿈과 사랑을 향해 자유롭지만 행복하게 걸어 나갈 수 있을까. 그건 쉽지 않은 일일 게다. 자유롭지만 행복하길 원했어도 결과적으로는 고독한 삶을 살았던 브람스처럼. 하지만 내리던 비가 눈이 되어 흩날리듯 시간이 흐르고 난 어느 시점에 돌아보면 그 아팠던 시절들도 행복한 추억이 될지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클래식을 소재로 한 멜로드라마지만 그 안에 결코 가볍지 않은 현실의 무게를 얹어 뒀다. 꿈도 사랑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 현실의 무게. 아마도 그래서 채송아와 박준영의 안타까운 사랑과 꿈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더더욱 응원의 마음을 가졌을 게다. 이 땅의 많은 청춘들이 현실의 무게 때문에 꿈꾸던 것들이 꺾이지 않기를 바라며.(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브람스', 아름다운 클래식? 추한 적폐들과 힘겨운 청춘들

 

어째서 이 청춘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클래식을 더 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되었을까.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아름다운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의 선율이 흐르는 드라마지만, 그걸 연주하는 청춘들을 둘러싼 현실들은 보기 불편할 정도다. 교수라고 부르기조차 꺼려지는 이들은 선생이 아니라 적폐다. 학생들 위에 군림해 실력도 없으면서 젊은 청춘들의 열정과 꿈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적폐들.

 

은근히 대학원 제자 운운하면서 사실은 체임버를 꾸리는 일을 시켜 먹는 이수경(백지원) 교수 때문에 채송아(박은빈)는 갖은 잔심부름까지 마다치 않았다. 대전까지 가서 중고거래로 교수의 브로치까지 사다줘야 하는 일도 꾹 눌러 참으며 감수했다. 단원들에게 티켓을 판매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이수경 교수가 원치 않는 단원을 잘라내는 일도 대신했다. 하지만 당연히 체임버 단원의 일원이라 생각했던 채송아가 사실은 그저 '총무'였다는 걸 직접 이수경 교수에게 듣는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건 아니라는 걸. 결국 그는 그 일을 그만 하겠다고 말했고 이수경 교수는 그런 선택이 채송아에게는 대단한 실수가 된다고 으름장을 논다.

 

이정경(박지현) 역시 송정희(길해연) 교수의 제자 양지원(고소현)의 레슨을 도와줬다는 사실 때문에 버려졌다. 송정희 교수와 알력이 있던 이수경 교수가 그 사실을 폭로했고, 결국 분노한 송정희 교수는 이정경에게 대놓고 '실패자'라는 막말과 함께 그를 버렸다. 이런 사정은 박준영(김민재)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그를 지도하는 유태진(주석태) 교수가 그의 연주를 자신의 이름으로 온라인에 올려놓고 있었던 것.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클래식을 소재로 이를 은유해 멜로로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지만, 갈수록 이 클래식업계의 '불편한 현실'을 끄집어내고 있다. 이렇게 된 건 이 아름다운 클래식을 선택한 청춘들이 어쩌다 그 자체를 좋아하지 못하고 또 좋아할 수 없게 되었는가를 담으면서다. 채송아는 뒤늦게 바이올린을 시작한 탓에 늘 꼴찌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며 무시당하고, 박준영은 가난해 재단의 도움을 음으로 양으로 받으면서 피아노 연주가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의무가 되어버린다. 부유하게 자란 이정경 역시 사고로 사망한 엄마의 그늘 아래서 바이올린 연주가 더 이상 즐거울 수 없었다. 어려서는 천재 소리를 들었지만 갈수록 평범해진 자신에게 가해지는 외부의 시선들 앞에서.

 

클래식이라는 소재를 통한 평범한 청춘 멜로로 여겼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이제 사회극으로의 면모까지를 더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클래식이라는 우리가 겉으로 보기에 아름답게만 보이던 세계가 사실은 경쟁사회와 스펙사회 그리고 부조리한 조직문화 같은 적폐적 현실 속에서 결코 아름답게만 볼 수 없다는 걸 이 드라마가 드러내고 있어서다.

 

물론 이런 사회극적 요소들은 드라마를 그저 달달하고 설레는 마음을 즐길 수 없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애초부터 그리려던 청춘멜로와 엇박자를 낸다고 보긴 어렵다. 결국 이 작품이 하려는 이야기는 '꿈'과 '사랑'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좋아하는 마음'으로 자유롭게 할 수는 없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다. 꿈에 대한 이야기가 클래식의 현실을 가져와 사회극적인 분위기를 만든다면,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빈부와 스펙의 현실이 드리워진 청춘멜로의 풍경을 그려낸다.

 

결국 무언가(누군가)를 좋아하고 그래서 그걸 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일이 어째서 청춘들에게 이토록 어려워졌는가를 드라마는 꼬집고 있다. 채송아와 박준영 그리고 한현호와 이정경의 음악과 사랑의 변주가 절절하고 아프게 다가오는 건 이 순수한 청춘들 앞에 놓인 암담한 현실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고 그 현실을 만들어내는 적폐들이 있어 이 청춘들이 아프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이 청춘들의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그저 달달한 청춘 멜로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브람스', 박은빈이 절감하는 시간의 장벽을 넘는 법

 

"정경씨랑 사이에 그러니까 그 시간들 사이에 제가 들어갈 자리가 있어요?"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채송아(박은빈)는 박준영(김민재)과 이정경(박지현)이 함께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채송아는 박준영을 사랑하지만 박준영과 이정경 사이에 오래도록 함께 해왔던 시간의 장벽을 절감한다.

 

그것은 채송아에게 뒤늦게 시작한 바이올린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졸업 후에도 계속 바이올린을 연주할 거라는 채송아에게 박성재(최대훈)는 아픈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다. 아주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다른 친구들의 그 시간을 도저히 채송아는 따라잡을 수 없을 거라고.

 

함께 한 시간은 실제로 헤어진 연인인 이정경과 한현호(김성철)에게도 여전히 오래도록 남아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정경과 연인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한현호는 이수경(백지원) 교수의 채임버 단원에서 제외된다. 이수경 교수가 이정경을 데리고 있는 송정희(길해연) 교수와 알력이 있어서다.

 

이정경과 한현호는 헤어졌지만, 친구가 없어 홀로 술을 마시러 갔다는 이정경이 어느 술집을 갔는지도 정확히 알고 찾아온다. 그리고 술에 취해 쓰러진 이정경을 호텔방에 눕혀주고 방을 나선다. 헤어졌지만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들은 그들 사이에 여전히 흐른다.

 

채송아는 박준영에게 연습하던 곡을 바꿀까 고민한다고 말한다. 잘 할 것 같았는데 해낼 수 없는 곡이란 생각에 자신이 없어져서란다. 박준영은 자신도 그런 적이 있었지만 바꿔도 나아지지 않더라는 얘기를 꺼낸다. 놓아버린 곡에 대한 목마름과 괴로움과 그리움이 남는다고, 채송아는 그 말에서 박준영과 이정경 사이에 놓인 시간을 떠올린다. 바꾸려 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박준영의 말이 그래서 채송아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늦게 시작했다고, 그만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다고 꿈도 사랑도 늦었다 말하는 현실 앞에서 채송아는 우울하다. 그런 그에게 이수경 교수는 무리한 부탁까지 한다. 사고 싶은 물건을 중고거래로 사려는데 대전까지 직접 가서 물건을 받아오라는 것. 하지만 우울하게 대전까지 가는 길은 박준영이 함께 하면서 즐거운 시간으로 바뀐다.

 

이정경과 함께 할 연주 시간을 빼내 채송아와 대전까지 다녀오는 그 함께 한 시간 속에서 박준영과 채송아는 그들만의 시간을 쌓아간다. 그 누구에게도 숨기고 싶었던 것들을 공유한다. 식당에서 일하는 박준영의 엄마를 우연히 만나 그 곳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채송아는 자신이 대전까지 온 진짜 이유가 이수경 교수의 그런 부탁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 상처에 대한 시간들은 그들이 공유함으로써 위로받는다.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서로 기대고 있는 두 사람 사이의 시간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채송아를 통해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늦게 시작해 꿈도 사랑도 채워지지 않는 시간들. 하지만 드라마는 그런 지나간 과거의 시간들보다 앞으로 이들이 꿈꾸고 사랑해갈 시간이 더 소중하다는 걸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통해 담아낸다. 늦은 꿈도 사랑도 없다며.(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브람스', 무례한 세상이어서 김민재의 조심스러움이 이해된다

 

"이정경, 한현호, 이 두 사람과는 피아노 트리오 이제 그만 하죠. 이 두 사람과는 취미로만 하세요. 준여 씨한테 득 될 게 없는 조합입니다. 뭐 다이렉트로 말씀드리자면 준영 씨와 급이 안 맞습니다." 경후재단에서 나와 박준영(김민재)을 매니지먼트하는 기획사의 한국지부를 맡게 된 박성재(최대훈)는 대놓고 박준영에게 그렇게 말한다. 그들이 오랜 친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급'을 이야기한다.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는 세상을 급으로 나누고 성적순으로 세워놓고 이른바 '낮은 급'의 사람들에게 무례한 박성재 같은 이들이 등장한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 성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어른들 때문에 고통 받는 건 다름 아닌 청춘들이다.

 

이제는 퇴물에 가깝지만 옛 명성에 기대 그 인맥으로 살아가는 송정희(길해연)나, 채송아(박은빈)에게 대학원 제의를 하며 자신의 조교로 일하게 한 지도교수 이수경(백지원) 그리고 박준영이 쇼팽 콩쿠르에 입상할 때까지 가르쳤던 유태진(주석태) 교수가 그런 어른들이다. 송정희는 대놓고 급을 나누며 채송아를 무시하고, 이수경은 도와주는 척 하면서 채송아를 이용해먹으려고만 한다.

 

유태진은 박준영이 아티스트로서 성장해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그를 콩쿠르에서 우승시켜 자신의 입지를 마련하는 것만이 관심일 뿐. "학생 반주 한 번 해줬다고 내가 무슨 어린 애들 반주 전문인 줄 아네. 어이가 없네. 야 너도 너 만난다는 여자애나 뭐 다른 누구와도 반주해주네 뭐 그런 생각 하지도 마. 급 떨어지는 애들 반주 해줘봤자 너도 같이 급 떨어지는 것밖에 안돼." 유태진은 만일 박준영이 채송아의 반주를 해줘 '인생연주'를 하게 된다 해도 그것이 전부 박준영의 '연주빨'이라는 얘기밖에 못 듣는다고 말한다.

 

답답하지만 세상이 그 모양이다. 모든 것을 순위로 나누고 급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좋아해서 하는 음악이 아니라 성과를 내기 위한 음악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채송아는 힘겨워한다. 오케스트라의 자리 배치도에 맨 꼴찌로 들어가 있는 자신의 이름이 몹시도 걸린다. 그래서 박준영과 만나면서도 그와의 급 차이를 의식하게 된다. "월드클래스 아티스트랑 학교 오케스트라 끝자리에 앉는 사람은 아무래도 급이 안 맞을까요?"

 

하지만 박준영은 그런 거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채송아가 그런 일에 마음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말한다. 하지만 늘 맨 끝자리에 앉던 채송아에게 급의 벽은 높게만 느껴진다. "오케스트라 자리요, 의미 없지 않아요. 너무 큰 의미에요 나한테. 그래서 연연해요. 한 자리만 더 옆이었으면 한 줄만 더 앞이었으면. 지난 4년 내내 그랬어요. 이해 안 되죠? 아마 평생 이해 못할 거예요. 그래서 내가 어쩌면 내가 준영 씨하고 나란히 서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신이 좀 없어져요."

 

채송아의 이런 자격지심에 대해 박준영은 실망하지만, 그를 둘러싸고 있는 무례한 어른들의 면면들은 왜 그가 그렇게까지 주눅이 들었는가를 공감하게 한다. 뒤늦게 바이올린이 좋아졌고 그래서 하던 공부도 접고 새로 시작한 음악의 길이다. 더 오래 음악을 해온 다른 이들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급을 나눠 무시하고 헛된 꿈이라 싹조차 밟아버리는 게 상식적인 일인가.

 

물론 그런 어른들만 있는 건 아니다. 재단의 최고참 차영인(서정연)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대하는 어른이다. 인턴으로 들어온 채송아에게도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인물. 그는 흔들리는 채송아에게 자신을 믿어보라고 조언한다. 한번 마음을 주면 절대 먼저 걷어갈 아이가 아니라며. 그리고 박준영이 왜 그렇게 답답할 정도로 자기 생각을 잘 말하지 않는가의 이유를 들려준다. 그 이유는 그가 늘 자신을 후순위에 두기 때문이란다.

 

이 드라마에서 박준영은 사실 조금 답답한 면이 느껴질 정도로 표현을 안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그 이유는 차영인이 말하듯 그가 급 따위는 나누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말 한 마디 하는데도 조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송아처럼 늘 급으로 나뉘어 차별받아온 인물은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넘길 수가 없다. 그래서 박준영이 이정경(박지현)의 독주에 친구로서 반주를 해주고 싶다는 얘기를 했을 때 채송아는 실망감을 드러낸다. 결국 그 마음을 알게 된 박준영은 채송아가 듣고 싶은 말 "좋아한다"는 말을 하고 키스를 함으로써 진심을 표현한다.

 

음악을 좋아하고, 또 심지어 누군가를 좋아하는데도 급을 나누는 무례한 세상. 채송아와 박준영이 그저 좋아하고 함께 연주를 하는 것조차 커리어에 누가 된다며 막는 그런 세상이다. 그러니 별 의도 없이 던져지는 말 한 마디도 누군가에는 돌맹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박준영의 답답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말들은 그래서 이해되는 면이 있다. 그건 이미 무례해진 세상에서 애써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그 마음 때문이니까.(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가진 게 없다고 꿈도? '브람스'가 멜로에 담은 진짜 메시지

 

"저 언니 계속 꼴찌래. 서령대에서 바이올린 한다고 다 바이올리니스트인가?" 같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하지만 유명 변호사 딸 조수안(박시은)은 채송아(박은빈)를 그렇게 낮게 바라보며 해서는 안 될 말까지 꺼내놓는다. 구두를 가져오지 않아 채송아가 자신의 구두를 빌려주고 슬리퍼를 신고 무대 뒤에서 서 있는 동안, 조수안은 무대에서 연주를 한다.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이 장면은 가진 것과 꿈 사이에 놓인 엄청난 현실적 격차를 그 자체로 보여준다.

 

뒤늦게 바이올린에 대한 꿈을 갖게 되어 다니던 경영대를 포기하고 4수 끝에 음대에 들어온 채송아(박은빈)에게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그의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좋아해서"라는 것. 너무 좋아해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는 것이라는 채송아는 연주할 때마다 가슴이 설레고 그래서 평생을 하고 싶다고 했다. 반면 그의 절친이자 바이올린 스승(?)이었던 윤동윤(이유진)은 자신이 바이올린을 접고 악기를 만드는 쪽으로 진로를 바꾼 것이 더 이상 연주가 설레지 않아서였다고 했다. 그는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너무 좋다고 말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제목에 들어간 '브람스'라는 단어에 담긴 것처럼 서로 엇갈린 남녀들이 겪는 사랑을 다루고 있지만, 그 멜로 속에 담겨진 또 하나의 메시지는 '좋아한다'는 것의 의미다. 채송아는 바이올린을 좋아한다. 그래서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마다 설레고 행복하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세상은 그가 좋아해 더 나아지려 노력하려는 바이올린 연주를 평가하고 때론 모욕적인 말로 그 꿈이 현실성이 없다고 짓밟는다. 그는 가난해 가진 것도 없고 재능이 특별난 것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꿈도 가난해야할까.

 

학생들과의 토크콘서트에서 노력하면 타고난 재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박준영(김민재)은 안타깝게도 음악은 재능이 중요하지만 꿈을 꾼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재능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에서 채송아는 그것이 마치 자신을 위로하는 말인 양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토크콘서트가 끝나고 함께 걸어가며 나누는 대화 중 "재능은 없는 게 축복"이라는 박준영의 말에 채송아는 처음으로 정색하며 말한다. 좋아하고 노력해도 재능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데 재능 없는 사람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박준영이 "재능은 없는 게 축복"이라고 말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그는 재능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재단의 후원을 받아 왔지만, 그것은 그에게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가난한 처지 때문에 또 사업에 보증을 잘못 서 끝없이 돈을 요구하는 아버지 때문에 그는 하고 싶어서 연주를 한 게 아니었다. 후원을 받은 것에 대한 책임감으로 그리고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연주를 했던 거였다. 그는 재능은 있지만 좋아서 연주를 할 처지가 아니었다.

 

재단을 찾아와 자신의 아이가 오디션에 왜 떨어졌느냐고 따지는 지원 엄마가 그 날 그 현장에 있었던 채송아에게 자신의 아이의 연주가 어땠냐고 묻자 채송아는 이렇게 말해준다. "제가 생각하기에 지원이는요. 대단한 재능을 가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요 어머니. 지금 오디션에서 붙느냐 떨어지느냐는 지원이에게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콩쿨과 오디션 중요하죠. 그렇지만 저는 지원이가 등수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어머니께서 지원이를 묵묵히 믿고 지켜봐주신다면 반드시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채송아는 "그렇게 재능이 있고 잘하는 걸 좋아하지 못하게 되면 안되잖아요."라고 말한다. 채송아는 알고 있다. 바이올린을 하는 데 있어 재능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재능이 있어도 '좋아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 때문에 힘겨워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박준영이 그런 것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오디션, 합격, 성적 같은 것들로 누군가의 삶을 무례하게 재단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좋은 것을 하고 싶어 꿈을 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고, 어떤 이들은 심지어 재능을 갖고 있어도 그걸 좋아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것이 어디 꿈에 있어서만 그러할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조차 세상은 그가 가진 것들로 재단한다. 좋아해도 좋아한다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고, 저 혼자 포기하려던 채송아가 어느 날 다시 만나게 된 박준영에게 도저히 참지 못하고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각별히 슬프게 다가오는 건 그래서다. 어쩌다 우리는 꿈도 사랑도 가진 것에 의해 재단되는 세상에 살게 된 걸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그래서 단순한 청춘 멜로로만 볼 드라마는 아니다. 거기에는 그들의 꿈과 사랑을 제 멋대로 가로막고 재단하는 세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식이 저 밑바닥에 깔려 있다. 잔잔한 클래식 선율로 다가와 우리의 마음을 툭툭 건드리지만, 그러다 어느 순간 울컥 눈물이 터지게 되는 건 그 음악 언저리에 어른거리는 냉정한 세상에 이토록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청춘들의 신산한 삶이 느껴져서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브람스', 의외로 센 김민재식 음악 멜로의 묘미

 

음악은 과연 누군가의 위로가 될 수 있을까.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채송아(박은빈)는 자신이 상처받을까봐 애써 윤동윤(이유진)과 강민성(배다빈)이 술에 취해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숨기려 한 박준영(김민재)에게 그 마음은 알겠지만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고 말한다. 상처받는 것보다 바보 되는 것이 더 싫다는 것.

 

그런데 돌아서려는 채송화의 귀에 박준영이 치는 베토벤의 '월광'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채송아가 좋아한다고 했던 곡이다. 채송아는 그 순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그 곡을 듣고 싶지 않다고 멈춰 달라 하지만 박준영은 계속 연주를 이어간다. 그런데 중간에 갑자기 곡이 슬쩍 생일 축하곡으로 변주한다. 박준영은 그 날이 채송아의 생일이라는 걸 알았고 그래서 그 곡은 그가 건네는 생일선물이었다.

 

박준영은 큰 위로를 받아 멍하니 서 있는 채송아에게 대뜸 "우리 친구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일어나 다가가 채송아를 안아주며 이렇게 말한다. "아니 해야 돼요 친구. 왜냐면... 이건 친구로서니까." 그 순간 채송아는 생각한다. '나는 음악이 우리를 위로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내가 언제 위로 받았었는지는 떠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날만은 알 수 있었다. 말보다 음악을 먼저 건넨 이 사람 때문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이 인상적인 장면은 이 드라마가 그려가는 멜로의 색다른 질감을 잘 보여준다. 제목에 담겨 있듯이 이 드라마는 음악이 인물들 간의 감정과 관계를 표현해내는 매개 역할을 한다. 박준영은 천상 피아니스트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그런 그의 성격과는 달리 보다 적극적으로 구애한 그의 친구 한현호(김성철)와 연인이 된 이정경(박지현)은 박준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하지만 이미 친구의 연인이 된 이정경을 그는 받아들일 수 없다.

 

박준영에게 슈만의 '트로이 메라이'는 이정경에 대한 애증이 담긴 곡이다. 이 곡이 들어있는 '어린이의 정경'을 좋아해 거기서 따와 이름 지어진 이정경을 위해 한때 박준영은 트로이 메라이를 연주하곤 했지만, 이제 친구의 연인이 되면서 그 곡은 더 이상 치고 싶지 않은 곡이 됐다. 어쩌다 한현호와 이정경이 다 모인 자리에서 채송아가 그 곡을 신청했을 때 박준영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연주를 했다. 그건 박준영이 채송아에 대한 마음을 접고 있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박준영이 브람스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대목은 자신의 상황이 브람스의 상황 같기 때문이었다. 평생 클라라를 사랑했지만 슈만의 아내인 그를 옆에서 바라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브람스. 브람스를 연주하지 못하는 건 피아니스트로서 넘어야할 장애물이기도 하지만, 관계에 있어서도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했다.

 

박준영에 대한 마음을 점점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정경으로 인해 이를 알게 된 한현호는 준영에게 그 아픈 마음을 꺼내놓고, 이들 세 사람의 관계는 점점 불편해진다. 드라마는 이들의 불편해진 관계를 함께 협연하는 과정에서 합을 맞추지 못하는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연주를 시작하려다 이건 아니라는 이정경에게 뭐가 문제냐며 문제를 해결하고 가자는 한현호 그리고 뭐든 맞추겠다는 박준영. 그건 협연에 대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그들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이처럼 음악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변화를 표현해낸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주목되는 인물은 박준영이다. 그의 말로 직접 쉽게 하지 않는 성격은 음악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이 드라마의 멜로 방식을 잘 담아낸다. 박준영은 '서서히, 조금씩(포코 아 포코)' 다가오지만 '진심으로(이니히)'로 음악을 통해 마음을 전하고 '지나치지 않게(논 트로포)' 그 마음을 건넨다. 그 사랑법은 느린 듯 보여도 의외로 세다.

 

채송아에 대한 박준영이 마음을 전하는 방식은 에둘러 표현되어서 오히려 더 강한 여운을 남긴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송아씨를 만나야겠다. 송아씨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질 거야. 그래서 덕분에 알겠어요. 제 생각이 틀렸었네요. 낮에 학교에 갔던 게 사실은 웃고 싶었던 거였네요. 같이 있으면 즐겁고 자꾸 웃게 되니까... 송아씨가 보고 싶었던 거였네요."(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브람스', 삼각멜로를 넘어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그 제목에 이미 삼각멜로가 예고되어 있다. 그 유명한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의 이야기가 전사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슈만에 의해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었던 브람스는 그의 아내인 클라라를 평생 옆에서 바라보며 사랑하다 독신으로 생을 마감한다.

 

드라마 속에서는 채송아(박은빈)와 박준영(김민재)이 모두 그 브람스의 위치에 서 있다. 채송아는 친구이자 바이올린 선생님이었던 윤동윤(이유진)을 좋아하지만 그의 베프인 강민성(배다빈)이 그와 사귀었고 또 여전히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다. 박준영은 자신의 절친인 한현호(김성철)가 자신이 좋아하는 이정경(박지현)과 연인이 되어 나타나자 마음을 접었지만 뉴욕 공연장을 찾아온 이정경이 갑자기 자신에게 입맞춤을 하면서 그 마음이 혼란스러워진다.

 

채송아도 박준영도 그래서 그들과 함께 있으면 어딘지 마음이 쓸쓸해진다. 아마도 자신이 처한 상황과 유사해서였을까. 박준영, 한현호, 이정경의 피아노 트리오 커뮤니케이션을 맡게 된 채송아는 이정경을 향한 박준영의 남다른 느낌을 알아차린다. 노래 신청을 하라는 말에 채송아가 아무 생각 없이 신청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통해서였다. 그 곡은 이정경을 생각하는 박준영의 마음이 담긴 곡이었고, 순간 슈만과 클라라 그리고 브람스의 이야기가 겹쳐지며 박준영의 상황을 채송아는 알아채게 됐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순한 멜로의 맛을 보여준다. 삼각멜로에서 밀려나 있는 채송아와 박준영이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그래서 그것이 사랑으로까지 이어질 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래서 다소 뻔한 삼각멜로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지만, 그런 생각을 지워내게 하는 특별한 지점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이들의 사랑이나 아픔, 슬픔 같은 감정들이 그저 대사나 행동으로 처리되는 게 아니라 브람스, 슈만 그리고 클라라의 이야기와 거기 얽힌 클래식 음악들을 통해 전해진다는 점이다. 실로 이 드라마에서 클래식 음악은 또 하나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극의 스토리 전개나 극중 인물들의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자신이 겪고 있는 아픔 때문에 마치 자신의 모습처럼 여겨지는 브람스를 연주하기 싫어하는 박준영의 상황은 멜로와 더불어 한 예술가의 성장담을 그 안에 담아 넣는다. 그의 연주를 들은 마에스트로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 모든 사람들 마음에 들게 연주하려고 애쓰지마. 콩쿨 심사위원 전원에게서 8점 받으면 물론 1등 할 수 있겠지만 때로는 한두 명에게 10점 그리고 나머지에게 6,7점을 받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그렇다면 그 한두 명에겐 평생 잊지 못할 연주가 될 수 있으니까. 아무 것도 겁내지 말고 너의 마음을 따라가 봐."

 

박준영은 피아노 연주를 이미 잘 하는 피아니스트지만 거기 자신의 마음을 먼저 담기보다는 듣는 이들을 먼저 신경 쓰게 됐다. 그건 가난해 포기하려 했던 자신을 후원해준 정경은 재단에 대한 마땅한 보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좀 더 적극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드러내지 못해 옆에서 가슴앓이만 하고 있는 그의 심경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연주가 끝나고 함께 길거리에 남게 된 채송아에게 박준영은 그 날의 연주가 어땠냐고 묻는다. 그러자 좋았다고 말하며 채송아는 거꾸로 되묻는다. "다른 사람 말고 준영씨 마음엔 드셨어요?" 라고. 채송아는 리허설룸에서 그가 쳤던 슈만의 트로이메라이가 더 좋았다고 말한다. 채송아의 그 이야기는 마에스트로의 이야기와 겹쳐지고,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가는 박준영의 마음을 건드린다.

 

이 드라마가 순한 멜로이면서도 빠져들게 만드는 건 그 안에 클래식 음악을 통해 담아내는 예술가 혹은 인간의 성장담이라는 휴먼드라마적 요소들이 더해져 있어서다. 채송아는 경영학과를 다니다 4수 끝에 음대에 들어와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었다. 잘 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그 길을 선택하고 걸어가게 된 것. 반면 박준영은 이미 인정받는 피아니스트지만 자기 스스로 좋아해 연주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서 또 도와준 분들을 위해서 인정받으려 연주해왔지만 진정으로 좋아하는 마음을 담아 연주하지 못했던 것.

 

이 즈음에서 다시 이 드라마의 제목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은 물론 이 드라마가 삼각멜로를 소재로 담고 있다는 걸 드러내지만, 그것을 넘어서 박준영이 자신의 상처를 이겨내고 진짜 좋아하는 마음으로 브람스를 연주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과연 클래식 음악을 매개로 채송아와 박준영은 서로의 엇나간 관계에 의해 갖게 된 상처들을 보듬어주고 서로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 이 순한 멜로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이유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스토브리그’, 리얼리티에 사이다 캐릭터들의 판타지

 

“지랄하네... 이 씨.. 선은 니가 넘었어!” 연봉 협상에서 백승수 단장(남궁민)을 오라가라 하고 룸싸롱에 불러 술을 무릎에 부어버리는 무례한 행동을 한 서영주(차엽)에게 운영팀장 이세영(박은빈)은 잔을 던져 깨버리고 그렇게 일갈한다. 그 순간 백승수는 깜짝 놀라지만 나오자마자 이세영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화가 나도 선수 다칠만한 행동은 하지 마십쇼.”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이 장면은 이 드라마가 어째서 이렇게 펄펄 나는가를 잘 보여준다. 상당한 취재가 들어가 있어 프로야구 세계의 깊은 뒷얘기들이 야구를 잘 아는 사람들조차 빨려 들게 만들지만,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적재적소에 시청자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사이다 요소들을 채워 넣는다.

 

매번 그 역할은 백승수가 해왔지만, 의외로 연봉 협상 이야기에서 사이다를 안겨준 건 그와 함께 다니던 이세영 운영팀장이었다. 지난 회 마지막 장면에 그가 서영주에게 던진 “선은 니가 넘었어!”라는 한 마디는 그래서 시청자들 사이에 두고두고 회자됐다. ‘걸 크러시’ 엔딩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연봉 협상에 있어서 갑자기 복병으로 등장한 악역은 다름 아닌 스카우트팀에서 비리로 쫓겨난 고세혁(이준혁)이었다. 그는 에이전시를 꾸려 의도적으로 드림즈 선수들의 연봉협상을 대리하겠다고 나선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연봉을 제시해 백승수를 곤란하게 만든 것. 여기에 권경민 상무(오정세)가 갑자기 전체 연봉 예산의 30%를 깎겠다고 하면서 백승수는 사면초가에 놓였다.

 

만년 꼴찌팀 드림주의 모기업인 재송그룹에서도 구단을 해체하고픈 욕망을 드러내는 상황. 연봉 삭감 같은 카드는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하지만 <스토브리그>는 이러한 프로야구 뒤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소재로 가져오지만 그렇다고 현실의 이야기로만 전개하지는 않는다. 그 위에 ‘이랬으면 좋겠다’하는 사이다 판타지적 요소를 더한 스토리텔링을 구사하는 것.

 

백승수 단장은 그 사이다 캐릭터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다른 팀 단장들과 의도적으로 만나 트레이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런 소문이 선수들 귀에도 들어가게 만든다. 결국 고세혁을 연봉협상 대리인으로 내세우던 선수들도 불안해진다. 자신들이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되게 되면 거기서는 주전으로 뛸 수 없을 수도 있고 다시 다른 지역으로 가족이 이사해야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을 환기시킨 후 백승수 단장은 이세영과 한재희(조병규)와 팀 플레이를 통해 각각 선수들을 설득해 연봉협상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백승수 단장은 그게 끝이 아니다. 그는 아무런 이유 없이 전체 연봉 예산 30%를 삭감해 선수들을 모두 불편하게 만든 권경민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스스로 연봉을 자진반납하겠다는 기사를 내는 것으로 모기업인 재송그룹에도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을 만들고 결국 주가 하락까지 벌어지게 만든 것.

 

이처럼 <스토브리그>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리얼리티를 사건의 소재로 펼쳐 놓지만 그 해결점은 백승수 단장 같은 판타지 캐릭터에 의해 속 시원한 결말로 이어지게 한다. 이 부분은 이 드라마가 가진 ‘단짠’의 적절한 균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또 다른 난관을 백승수 앞에 펼쳐놓는다. 그가 스카우트한 길창주(이용우) 선수의 인터뷰가 악의적으로 편집되고, 전략분석팀에 입사하게 된 동생 백영수(윤선우)가 취업 비리로 보도된 것. “단장실로가서 짐 싸 이 새끼야!” 이렇게 외치는 권경민 상무는 또다시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만든다.

 

결국 단장직을 내려놔야 될 상황에까지 몰리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지금껏 봐왔던 백승수의 행보들을 통해 또 기대하게 된다. 그가 이번에는 또 어떤 놀라운 해법을 들고 나타날 것인가를. <스토브리그>의 힘은 현실이 주는 고구마와 이를 훌쩍 넘어서는 사이다 캐릭터들의 판타지 사이에서 나온다. 우리가 백승수라는 인물은 물론이고 이세영이나 한재희 같은 인물의 마력에 점점 빠져드는 이유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오늘의 탐정’, 귀신은 어떻게 스릴러로 부활했을까

KBS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은 문제작이다. 너무나 파격적인 전개를 보여줘 막장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반전소름을 일으키는 새로움이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시청률이 2%대로 떨어지는 건 그래서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2회 만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다일(최다니엘) 사망하는 이야기가 담겨진 드라마다. 주인공의 죽음. 그래서 유령이 된 자가 사건을 수사해간다는 이야기. 이만큼 파격적인 드라마가 있을까.

하지만 이 전개는 일종의 트릭을 통해 전해지기 때문에 충격적이면서도 당혹스럽다. 1회 첫 장면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질척한 땅을 뚫고 밖으로 빠져나오는 이다일의 모습은 누군가 생매장시키려 했으나 가까스로 살아나온 자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2회에 가면 그렇게 빠져나온 이다일이 자신이 나온 흙더미 속에 제 손이 삐죽 나와 있는 걸 바라보며 경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그건 살아나온 것이 아니라 죽은 것이었고, 그가 이제 유령이 되었다는 걸 드러내주는 장면이었다. 

실종된 어린 아이들을 추적하던 이다일이 어린이집에 아이들이 감금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그 일을 저지른 자가 그 집에서 일하던 유치원 교사 찬미(미람)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이다일은 결국 찬미가 휘두른 망치에 맞고 쓰러지고 땅에 묻혀 죽음을 맞이하고 찬미 역시 스스로 목매단 시체로 발견된다. 이야기의 겉면은 그래서 우리가 신문 사회면에서 자주 보며 공분하기도 하는 ‘악마 같은 어린이집 교사, 원장’ 이야기를 그대로 닮았다. 도대체 저게 사람이냐고 우리가 분노했던 그런 뉴스의 이야기. 

하지만 <오늘의 탐정>은 그것이 단지 이야기의 겉면일 뿐이라고 다시 이야기를 반전시킨다. 결국 찬미를 조종하는 미스터리한 귀신 선우혜(이지아)가 있었다는 것.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도 또 스스로 자살을 한 것도 모두 선우혜의 조종이 배후에 있었다. 이것은 <오늘의 탐정>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다일은 군인이었을 때 군 내부에 있었던 자살 사건이 자살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며 끝까지 진실을 밝히려 했던 인물이었다. 게다가 이다일의 모친 역시 집 욕조에서 자살한 채 발견되었지만 알고 보면 그 뒤에도 조종자 선우혜가 있었다. 

드라마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그들 스스로 벌인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뒤에 그들의 마음은 건드리고 움직이게 만드는 귀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귀신 선우혜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그 방식이 주목된다. 그것은 선우혜가 주는 두려움이 사실은 그들 각자가 갖고 있던 죄의식이나 꾹꾹 눌러둔 분노의 감정 같은 것들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이다일의 모친에게 나타난 선우혜는 그가 이다일의 짐이 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자살을 선택하게 만들려한다. 물론 모친은 그 사실을 부정했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알 수 있는 건, 선우혜라는 귀신의 조종이란 어찌 보면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저마다의 죄의식이나 분노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리 안의 죄의식, 분노 같은 걸 상징하는 선우혜 같은 귀신이 저지르는 범죄(?)를 가정해서 이 드라마가 단 2회 만에 이다일을 죽은 귀신으로 만든 이유가 납득된다. 선우혜 같은 귀신을 막을 존재는 결국 귀신이 된 이다일 같은 존재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다일은 그래서 역시 동생을 잃게 된(그 역시 자살했지만 그 뒤에는 선우혜의 조종이 있었다) 정여울(박은빈)과 손을 잡고 선우혜가 벌이는 사건들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즉 이다일과 선우혜라는 두 명의 귀신이 있는 것이고, 이다일과 소통하는 정여울과 선우혜를 돌보는 남자간호사(전배수)가 있다. 귀신의 존재를 빼고 나면, 정여울이 탐정 한상섭(김원해), 형사 박정대(이재균) 그리고 법의관 길채원(이주영) 같은 인물들과 함께 자살로 위장된 사건들을 해결해가는 이야기가 된다. 드라마적 상상력은 이 사건들 이면에 귀신들이 있었다 상정하는 것이고, 그래서 이 자살사건들은 이다일과 선우혜의 대결구도로 그려진다.

<오늘의 탐정>은 결코 대중적인 드라마라 보긴 어렵다. 일단 그 현실과 비현실이 뒤얽혀 반전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상당히 컬트적이기 때문이다. 소름은 돋는데 도대체 저게 무슨 이야기지 하며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건 워낙 사회에 벌어지는 흉흉한 사건들이 많아서 더 이상은 공포가 되지 못했던 귀신의 존재를 스릴러 장르와 엮어내며 부활시켰다는 점이다. 살인사건 이면에 귀신이 존재한다는 설정으로.

게다가 이런 설정은 우리가 얼마나 비인간적인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에둘러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도저히 사람이라면 저런 짓은 할 수 없을 거라 여겨지는 그런 사건들이 너무 자주 뉴스로 등장하고 있어서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를 이 드라마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분노나 죄책감, 미움, 혐오 같은 것들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귀신이 저지를 법한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것이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728x90

‘청춘시대2’, 우리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를 보다보니 우리 사회의 여성이 보인다? 시즌1에서 주목됐던 인물이었던 윤진명(한예리)이 짠 내 나는 우리네 청춘들의 초상을 그렸다면, 시즌2에서 주목되는 송지원(박은빈)이나 정예은(한승연) 같은 인물들이 보여주는 건 어쩌다 보니 불안한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이다. 

'청춘시대2(사진출처:JTBC)'

먼저 지난 시즌에 데이트 폭력을 겪었던 정예은은 그 충격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한다. 저녁 귀갓길에 홀로 집으로 오지도 못할 정도의 공포를 느끼는 그는 겨우 비슷한 왕따 경험을 했던 남자친구 권호창(이유진)을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하지만 그 집으로 날아든 의문의 살해협박 편지의 주인공인 문효진(최유화)이 자살을 하고, 그 동거남이 그 집에 들이닥쳐 애인의 한을 풀어주겠다며 벌인 공포의 칼부림과 폭력은 모두를 충격 속에 빠뜨린다. 

지난 시즌에 정예은이 겪었던 데이트 폭력을 이번 시즌에서는 이 셰어하우스에 지내는 하우스메이트들이 한꺼번에 겪게 됐다. 다음 날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다들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그건 결코 과거의 일상이 아니었다. 가슴 한 편에 남겨진 트라우마가 그들의 일상까지 헤집어 놓았던 것. 그 밝고 명랑했던 송지원은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이 문효진의 자살과 연루된 가해자가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한다. 

물론 이 셰어하우스에서 벌어진 괴한의 폭력 장면은 그간의 <청춘시대2>의 청춘 멜로 같은 장르적 특성에서 갑자기 스릴러로 튀어버린 느낌이 강했고, 게다가 다소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차지했던 면이 있었다. 그래서 <청춘시대2>에서 어떤 밝은 에너지 같은 걸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이 드라마가 이러한 과한 폭력적 상황을 연출한 건 아마도 이번 <청춘시대2>를 통해 여성들의 삶의 문제를 담아내려 했던 일관된 주제의식이 있었기 때문일 게다. 그러니 처음부터 그런 편지의 존재를 복선으로 깔아 둔 것일 테니. 결국 이런 집단적인 폭력사태를 겪은 하우스 메이트들은 함께 유은재(지우)의 시골집으로 가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갖는다. 거기서 송지원은 비로소 잃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찾는다. 자신이 가해자가 아니라 자신 역시 피해자였다는 것. 

다소 과한 설정들이 들어간 건 사실이지만 <청춘시대2>가 이런 사건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는 분명하다. 강남역 살인사건 같은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후 그것은 그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트라우마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건 숨기고 없었던 일처럼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두에게 진실을 드러내며 그 사태의 진짜 책임자를 찾는 일이라는 것. 

정예은은 할머니의 생신잔치에서 자신이 겪었던 데이트 폭력과 그 충격을 꺼내놓는다. 부모조차 그 이야기를 숨기려 했지만 정예은이 그렇게 한 이유는 그래야만 겨우 자신이 살 수 있을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아픔을 꺼내놓는 자리에서 심지어 가족과 친지들조차 쉬쉬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은 행복을 가장하기 위해 불행은 없었던 일로 치부하려는 자들이다. 

<청춘시대2>가 ‘여성시대’가 된 건 마침 이 벨 에포크라는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청춘들이 모두 여성들이기 때문일 게다. 그들은 저마다 청춘의 버거움을 느끼고 살아가지만, 그 위에 하나의 무거운 짐이 더 얹어져 있다. 그것은 폭력적인 사회와 그 폭력 속에서도 없었던 일처럼 침묵하며 살아가라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비뚤어진 시선들이다. 박연선 작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으며 다소 장르적 틀이 깨지더라도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댓글을 달아 주세요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