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백선생2>, 요리가 즐길 거리가 되어가는 과정

 

백종원은 확실히 양에 민감해졌다. 설탕 한 스푼을 넣거나 소금을 넣거나 혹은 간장을 넣을 때마다 그는 자기 입맛에 맞게라는 표현을 입에 달고 있다. 야외 캠핑을 갈 때 가져가면 스타가 될 수 있다며 만들어낸 스페인 정통 소스 로메스코 소스를 만들 때 소금을 넣으면서도 그는 각자 알아서 적당량을 넣으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이렇게 된 건 그의 요리가 설탕과 소금의 양이 많다는 의견들 때문이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설탕 폭포수 CG가 나간 이후 그는 지금까지도 슈가보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내지 못했다. 그러니 맛있게 요리를 만들기 위해 간을 하는 과정에서 그는 항상 조심스럽다.

 

<집밥 백선생>의 고민구 PD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처럼 백종원은 과거에 비해서 의기소침해 보일 정도로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한 때는 자기 자랑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허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그였다. 그가 자주 했던 그럴싸 하쥬?”라는 말투는 친근하면서도 그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최근 백종원은 그런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대신 먹어봐” “죽어같은 말을 아주 은근하게 건넨다. 대신 요리에 대한 반응들은 제자들이 채워준다. 김국진이 그가 만든 요리를 먹어보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웃는 모습은 백종원의 요리에 대한 신뢰감을 느끼게 해준다.

 

사실 많은 레시피들은 넣는 재료들과 그 재료의 양을 정확하게 제시한다. 그래서 그 재료를 하나하나 구입하고 그 양을 맞추는 것이 요리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레시피는 말해준다. 물론 일종의 공식 같은 레시피는 중요하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런 레시피를 알려주면서도 없으면 패스라던가, ‘적당히라는 표현으로 그 강박을 없애준다.

 

본인은 양을 얘기할 때 강박이 생겼지만, 그래서 각자 알아서 간은 자기에 맞게 맞추라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는 훨씬 더 요리에 대한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사실 무슨 요리를 하려다가도 재료 하나가 비면 그것 때문에 맛이 없을까봐 요리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백종원은 그런 건 과감하게 건너뛰라고 말하고, 원 재료가 없으면 대체할 수 있는 재료를 알려주기도 한다.

 

이런 식의 편안한 접근은 요리를 해본 적이 없거나 요리를 하는 것에 어떤 강박 같은 게 있는 이들에게는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요소들이다. 이것은 <집밥 백선생>이 그저 흔한 쿡방이 아니라 실제로 주방의 풍경을 바꾸고 있는 까닭은 바로 이런 문턱을 낮춰주는 이 프로그램만의 편안함 때문이다.

 

이렇게 편안하게 요리를 즐기는 모습은 <집밥 백선생>이 요리를 직접 하려는 목적이 아니어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집밥 백선생>은 요리 레시피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마치 요리를 갖고 놀이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양에 대한 분분한 이야기들 때문에 심지어 의기소침해 하기도 하는 백종원이지만, 적어도 이 프로그램이 요리에 대한 편견들, 이를 테면 요리는 어려운 것이라거나, 요리는 특정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는 식의 생각들을 깨주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법하다. 그런 양에 대한 강박을 벗어내자 오히려 <집밥 백선생>의 요리들을 여유로워졌다는 것도

황교익 주장 100% 맞지만, 쿡방 효용성 분명 있어

 

연일 설탕 논쟁이다. <SBS스페셜>이 작정하고 설탕전쟁이란 아이템으로 그 이슈를 던졌다면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그 전면에 섰다. 그는 지난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설탕을 마구 사용하는 쿡방들에게 따가운 일침을 날렸다. “백종원을 디스하는 것이 아니다. 설탕 처발라서 팔든 먹든, 그건 자유다. 욕할 것도 없다. 문제는 방송이다. 아무 음식에나 설탕 처바르면서 괜찮다고 방송하는 게 과연 정상인가 따지는 것이다. 그놈의 시청률 잡는다고 언론의 공공성까지 내팽개치지는 마시라, 제발.”

 


'SBS스페셜(사진출처:SBS)'

백종원이 설탕 논쟁의 전면에 서게 된 것은 한때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설탕을 넣는 장면을 설탕 폭포라는 CG와 함께 보여주면서 그에게 설탕을 많이 쓴다는 이미지가 생기면서다. 사실 요리에 설탕을 사용하는 건 백종원만이 아니다. 많은 쿡방들에서 셰프들이 설탕을 요리에 사용한다. 다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이 부분을 과장되게 보여주면서 심지어 백종원을 캐릭터화해 웃음의 코드로까지 활용한 건 분명 방송의 잘못이다. 설탕은 맛을 위해 엄마의 밥상에도 들어간다. 다만 그렇게 과잉된 장면들로 연출해 설탕을 마구 사용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방송이 호도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황교익이 짚은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는 SNS에 이미 밝힌 대로 백종원을 지목한 것이 아니라 개념 없는 방송이 저지르고 있는 해악을 지목한 것이다. 백종원 스스로도 이에 대해 수차례 해명한 바 있다. 자신이 설탕을 쓰는 건 맞지만 그렇게 많이 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방송 때문에 이런 이미지에 큰 부담을 갖게 됐다는 건 <집밥 백선생>을 통해서 이미 드러났다. 그는 <집밥 백선생>에서 이제 정량을 얘기하지 않는다. 대신 비율을 얘기하고 그것도 딱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각자 알아서 입맛에 맞추라고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원하면 넣지만 그렇지 않다면 안 넣어도 된다고 말한다.

 

<집밥 백선생2>에서 냉이를 갖고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가 가능하다는 걸 여러 차례 이야기를 통해 밝혔다. 즉 아무 것도 없다면 냉이와 된장만으로도 냉이 된장찌개가 가능할 수 있다고 했고, 그래도 맛을 내려면 파, 마늘 정도의 양념은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더 맛있게 끓이려면 멸치 같은 걸로 육수를 만들면 된다고 덧붙였다. 즉 가장 기본에서부터 단계별로 여러 가지 요리법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아마도 백종원이 요리를 할 때 설탕을 쓰는 건 자신의 입맛일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음식점 체인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맛에 대중적으로 맞추다보니 설탕을 쓰게 됐을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외식업체들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맛있고 몸에도 좋은 음식을 먹으려면 그래서 사먹기보다는 스스로 해먹는 편이 훨씬 나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떤 면으로 보면 <집밥 백선생>처럼 지금까지 요리를 안해먹던 아저씨들까지 요리를 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가진 효용성은 더 클 수 있다.

 

중요한 건 황교익이 짚어낸 것처럼 방송이 가져야할 공공성에 대한 자세다. 물론 방송은 요리에까지 재미요소를 집어넣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라면스프를 마법의 가루라고 얘기하면서 요리에 마구 집어넣어 먹으며 황홀해하는 모습을 잡는 장면들이다. 물론 그 상황은 우습다. 하지만 이렇게 예능이기 때문에 웃음을 추구하는 면이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건강에 해로운 것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방송이 호도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설탕 논쟁이 있다고 해도 대중들은 <집밥 백선생> 같은 요리 프로그램을 볼 것이고 그것이 효용성이 크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어떤 면에서는 요리라는 성역을 깨버리고 주방의 문턱을 낮추는 문화를 만드는 면까지 잊지 않은가. 그러니 방송은 좀더 조심할 필요가 있고 시청자들도 그 쿡방의 레시피들이 정답이라기보다는 그 사람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편이 나을 성 싶다. 결국 자기 요리는 자신에게 맞게 만들어 먹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

김치볶음밥 하나로 살려낸 <집밥 백선생>의 묘미

 

시즌2로 돌아온 <집밥 백선생>은 왜 첫 요리로 김치볶음밥을 했을까. 사실 시즌1을 통해 더 복잡한 요리들도 선보였던 바 있다. 함박스테이크를 했던 적도 있고, 김치찌개도 고급지게 만들어 보인 적도 있었다. 그러니 시즌2라면 무언가 더 그럴싸해 보이는 요리를 선택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집밥 백선생2>의 첫 번째 선택은 가장 간단해 보이는 김치볶음밥이었다.

 


'집밥 백선생2(사진출처:tvN)'

이것은 <집밥 백선생>이 여타의 쿡방이나 요리 프로그램과 무엇이 차별화되어 있는가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집밥 백선생>은 대단한 일품요리가 목적이 아니다. 누구나 냉장고를 열면 있는 재료들로 누구나 할 수 있을 법한 요리를 더 맛깔나고 고급지게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 심지어 요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보고 나서는 시도해보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것이 목적이다.

 

방송을 그저 보고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직접 시연해 보고픈 욕구를 만드는 것까지가 <집밥 백선생>의 목적이라면 김치볶음밥 만큼 적합한 소재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김치나 밥은 있을 것이니 재료 걱정도 없다. 여기에 파와 계란 프라이 정도를 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맛있는 한 끼가 가능하다는 걸 <집밥 백선생2>는 보여줬다.

 

물론 거기에는 우리가 잘 몰랐던 볶음밥 만드는 다양한 비법들이 들어 있었다. 파기름을 내는 것이야 시즌1에서 배웠던 것이니 이제 어느 정도는 알려진 방법이었을 것이다. 또 햄이나 고기 같은 단백질을 넣을 때도 그걸 먼저 볶아 기름을 내는 것도 어찌 보면 상식적이다. 하지만 묵은지가 없을 때 식초 몇 방울을 떨어뜨려 신맛을 돋운다거나, 만일 밥이 진밥일 때는 다 볶은 김치와 재료들을 불을 끈 채 먼저 비벼서 다시 볶는 사고의 전환, 그리고 맛을 내기 위해 간장을 약간 프라이팬이 누르게 한 상태에서 재료와 볶아내는 방식 같은 것은 사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요리에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러니 이 작은 팁들 몇 가지가 모여 우리가 그냥 만들어왔던 볶음밥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볶음밥을 할 수 있다는 건 시청자들로서는 여간 반가운 이야기가 아니다. 거기 함께 하는 요리에 무능한 제자들이 스스로 해본 김치볶음밥과 백종원이 한 김치볶음밥의 차이를 극명하게 느끼는 대목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요리 욕구를 키워낸다. 내가 해도 저렇게 다른 차원의 맛을 낼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것.

 

사실 인터넷만 열면 요리법을 찾는 일은 일도 아닌 세상이다. 그 요리법을 따라서 순서대로 요리를 해보면 그게 의외로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걸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욕구다. 요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지 않으면 제 아무리 레시피들이 널려 있다고 해도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요리 욕구가 생겨나지 않는 많은 이유들 중 가장 큰 요인은 요리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편견과 선입견이다. 그리고 요리라고 하면 무언가 거창한 대단한 것을 떠올리는 것도 요리에 엄두를 못내게 하는 이유다. 시즌2로 돌아온 <집밥 백선생>이 첫 방송에서 김치볶음밥이라는 간단하지만 의외로 다양한 팁들이 존재하는 요리를 선택한 건 그래서다. 이 방송을 본 분들이라면 아마도 한 번쯤 김치를 썰어 볶아 보고픈 욕구가 생겨날 수밖에 없었을 게다. 어렵지도 않고 또 간단하지만 보면 볼수록 입안에 침이 고이는 김치볶음밥. <집밥 백선생>만의 묘미를 보여주는 데 그거 하나면 충분했다.

쿡방은 끝물? <집밥 백선생>은 다르다

 

쿡방은 끝물인가? 사실 너무 많은 쿡방, 먹방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이제 식상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tvN <집밥 백선생>을 보는 시선은 약간 다르다. 그저 방송으로서의 재미만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은 실제로 요리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요리무식자들이 주방 문턱을 넘는 것을 수월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집밥 백선생2(사진출처:tvN)'

<집밥 백선생>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은 물론 있다. 때로는 과해 보이는 양념이나 편법처럼 보이는 간단한 레시피. 그것이 집밥이라는 의미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선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집밥은 당연히 엄마의 밥상이라는 그 고정관념에서 비롯되는 일일 수 있다. 집밥을 그저 집에서 누구나 간편하게 해먹을 수 있는 밥 정도로 내려놓고 보면 요리에 대해 느끼는 막연한 벽을 넘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요리를 너무 성역화하는 관점은 이제 넘어서야할 때가 되었다.

 

<집밥 백선생2>의 첫 회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보여줬다. 네 명의 새로운 제자들, 김국진, 이종혁, 장동민, 정준영은 요리 자체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에게도 어떤 편안함(?)을 주는 인물들이다. 요리 앞에서 이들의 어리숙한 모습이 나올 때마다 시청자들은 웃음과 동시에 나도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토스트는 물론이고 계란 프라이 하나 해본 적 없어 보이는 모태 요리무식자 김국진은 물론이고, 닭볶음탕에 불순물도 제거하지 않고 마구 양념만 집어넣어 끓여내는 이종혁, 나름 완벽주의자에 창의적인 요리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괴작을 만들어내는 고집불통 장동민, 요리 블로거로서 허세와 폼은 가득하지만 정작 맛은 별로 없는 요리를 만들어온 정준영. 이들이 이번 시즌2에서 보여줄 변화와 성장은 고스란히 시청자들 스스로도 그런 변화가 가능할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즌2 첫 회에서 도드라진 건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이다. 잘 안하지만 하면 나름 잘한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진 이종혁이 요리를 하려는 이유는 우리가 <아빠 어디가>를 통해 봤던 준수와 탁수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기 위함이고, 한 번도 안 해온 요리를 김국진이 배우려하는 건 늘 엄마가 해주는 밥을 언제까지나 먹을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김국진의 어머니의 이야기는 그래서 <집밥 백선생>이 기획하고 있는 의도를 잘 드러내준다. 어머니가 몸이 아파 수술을 받으러간 사이 김국진이 느꼈을 집밥에 대한 새로운 생각은 그래서 공감가는 대목이다. 늘 받아먹기만 했던 집밥을 이제는 나 스스로 해먹어야 할 시기가 온 것이고, 가능하다면 어머니가 원했던 것처럼 내가 배운 요리로 맛난 걸 해드려야 할 때가 누구에게나 온다는 것.

 

결국 집밥이란 누구든 누구를 위해서든 집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요리를 지칭하는 것일 게다. 물론 실제로 이 프로그램의 레시피가 많은 요리무식자들을 위한 레시피로 활용되고 있지만 그런 정보보다 더 중요한 건 요리에 대한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깨는 일이다. 이것이 <집밥 백선생>을 그저 그토록 쏟아져 나오는 쿡방의 하나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이고, 우리가 <집밥 백선생> 시즌2를 기다려온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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