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어째서 부캐는 점점 유재석의 포장된 전리품이 되어가나

 

지난해 8월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시청률 13.3%(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이 낸 최고 성적표다. 당시 <놀면 뭐하니?>는 환불원정대가 한창이었고, 지미유(유재석)의 활약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었다. 그 아이템이 지미유라는 부캐를 입은 유재석에게 결코 쉬운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센 언니들 네 사람의 만만찮은 기운 아래 허세 가득한 캐릭터로 맞서고(?) 신박기획을 차려 김지섭(김종민)과 정봉원(정재형)이라는 진용을 갖추고 음원과 춤은 물론이고 환불원정대의 스케줄까지 짜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11월까지 이어졌던 환불원정대 이후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들은 소소해졌다. 연말이라 마음배송서비스나 '겨울노래 구출작전' 같은 어울리는 프로젝트가 나오기도 했지만, 어딘지 '부캐'를 전면에 내세웠던 <놀면 뭐하니?>의 색깔보다는 과거 <무한도전>에서 익숙하게 했던 기획을 재연하는 느낌이 컸다. 연초에 드디어 첫 프로젝트로 카놀라 유(유재석)의 부캐를 내세워 시도됐던 신구 예능 유망주 찾기는 새 인물로 김소연이나 영지 같은 인물이 나오면서 관심을 끌었지만 갈수록 힘이 빠져버렸다.

 

중간에 '수사반장' 콘셉트를 내세워 갑자기 '유반장'의 부캐가 권일용 프로파일러와 함께 등장해 추리상황극을 펼쳤지만 마치 그건 '2021 동거동락'을 시작하기 전 시간을 채우는 프로젝트처럼 단발성으로 끝났다. 그리고 그토록 뜸을 들여 기대를 하게 했던 '2021 동거동락'이 대망의 문을 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프로젝트는 신구 예능 유망주를 찾는다 내세우면서 프로그램은 과거 2000년에 방영되었던 '복고'와 '추억' 속으로 회귀했다. 그나마 영지나 김혜윤, 이달의 소녀 추 같은 신선한 얼굴들을 찾아낸 건 괜찮았지만, 탁재훈의 애드립은 순간순간 2000년대 예능을 보는 것만 같은 이물감을 만들었다. '2021 동거동락'으로 시청률은 9.6%에서 지속적으로 추락해 6.9%까지 떨어졌다. 2019년 7월에 <놀면 뭐하니?>가 박명수와 함께 '닥터유' 프로젝트를 했을 때 추락했던 그 시청률로 떨어진 것.

 

시청률이 전부일 수는 없지만, <놀면 뭐하니?>처럼 일정 이상의 시청률을 냈던 프로그램이 갑자기 추락하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올해 첫 프로젝트였던 '2021 동거동락'이 실패했다는 얘기다. 그 뒤를 이어 러브유(유재석)라는 부캐로 등장한 H&H 주식회사 마음배송서비스의 연장선으로 마련된 '사랑배송 서비스' 프로젝트는 어떨까. 아마도 '2021 동거동락'보다는 나은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이지만 그건 러브유라는 부캐의 힘이라기보다는 여기 참여하시는 시청자들과 그 사연이 만들어내는 힘일 수 있다.

 

지난해 예능계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수확이라고 하면 단연 <놀면 뭐하니?>를 지목하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유재석이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콘셉트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아다는 이야기가 도처에서 흘러나왔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이지 작년 연말부터 올해로 이어지는 <놀면 뭐하니?>는 그 '새로움'을 잃어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이제 새 프로젝트를 하는 데 있어 유재석이 그 모든 걸 다 알고 있고 심지어 부캐 이름까지 정해서 등장한다는 점이다. '사랑배송 서비스'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유재석은 자신을 러브유라는 부캐라고 밝혔고, 이제는 마치 당연한 멤버처럼 김종민과 데프콘이 옛 부캐 이름 그대로를 들고 등장한다. 여기에 '2021 동거동락'에서 주목받은 홍현희와 영지가 '들이대자'와 'Young知'라는 부캐로 참여했다. 역시 익숙한 그림이다. 이제 새 프로젝트의 주도권은 유재석에게로 돌아간 듯 보인다.

 

<놀면 뭐하니?>를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유재석의 신 전성기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부캐 프로젝트'의 핵심은 유재석이 어떤 걸 하게 될지 모른 채 시작하고, 그래서 나올 수밖에 없는 '찐 당황',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모든 걸 잘 해내는 그의 '성장과정'이 그것을 또 하나의 그(이것이 부캐의 진정한 의미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결과를 내는 것에 시청자들이 열광했기 때문이다. 그건 이제는 1인 크리에이터들이 현장에 뛰어들어 부딪쳐가며 자신들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을, 이제 한때 유느님으로까지 불렸던 유재석이 시도하며 새롭고 다채로운 그만의 또 다른 색깔들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놀면 뭐하니?>는 어찌된 일인지 유재석이 지난해 시도해왔던 이런 신박한 도전의 면모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좀 더 쉽고 어떤 면에서는 현재가 아니라 과거에 해왔던 익숙한 프로그램 속의 역할들을 그대로 가져와 슬쩍 '부캐'라는 껍데기를 씌워놓은 것 같은 밍밍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유재석이 편해질수록 <놀면 뭐하니?>는 초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 편한 시도들 속에서 부캐는 진정한 도전과 노력에서 얻어진 게 아니라 포장된 전리품처럼 초라해질 수 있다. 초심이 요구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사진:MBC)

'페이스아이디', 유기견 봉사 10년차 이효리가 깨닫게 해준 것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싹쓰리의 린다G에 이어 환불원정대의 천옥으로 부캐 활동을 해온 이효리를 생각한다면, 카카오TV 예능 <페이스아이디>가 담아낸 본캐 자연인 이효리의 일상이 다소 낯설게 다가왔을 법하다. 화려한 조명이 어울릴 것 같고, 그 누구보다 센 캐릭터로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이효리가 아닌가. 하지만 <페이스아이디>가 유기견 봉사활동을 나선 이효리의 모습은 소탈함과 소박함의 끝을 보여줬다.

 

임시보호를 하고 있는 라리와 산책을 하고 함께 뒹구는 모습으로 등장한 이효리는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가 '전문가복(?)'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인 봉사에 들어갔다. 이효리를 보고 반기는 개들은 모두가 조금씩 상처를 가진 개들이었다. 그 중에는 개 농장에서 식용견으로 키워지다 구조된 개도 있었고, 너무 심한 상처를 받은 개는 이효리가 다가와 간식을 내밀어도 구석에서 나오지 않기도 했다.

 

봉사로 직접 참여해 만든 커다란 철책 덕분에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그 곳에서 이효리는 일일이 문을 열어줬다. 신나서 그 공터를 달려 나가는 유기견들을 보며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이효리. 이효리는 익숙하게 스마트폰을 꺼내 그 모습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는다. 개집마다 안을 살피고 밥그릇을 엎어버려 쏟아진 사료들을 맨손으로 긁어모아 밥그릇에 담는다. 사료비가 엄청나게 들어가기 때문에 후원을 받아도 아껴야 한단다.

 

물통을 깨끗이 씻어서 새 물을 채워주고, 비가 와서 진흙과 달라붙은 똥을 일일이 치워준다. 땡볕에 '전문가복'을 입고 있어 땀에 절은 모습을 스스로 확인하고는 "누구세요? 린다 언니 어디갔죠?"하고 묻는 이효리는 그러나 그 일이 진심으로 즐거운 듯 웃음을 짓는다. 겁이 많아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씩씩이'라 부르는 유기견에게 다가가 다음에는 꼭 나와 운동하자고 다정하게 말해주고, 털이 너무 웃자라 상태가 영 좋지 않은 말티즈를 데리고 '프랜들리 핸즈'로 간다.

 

프랜들리 핸즈는 제주도 소품샵으로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유기동물들을 돕는 단체이기도 하다. 유기동물들을 후원해주기도 하고 또 입양을 돕기도 하는 이 단체에서 이효리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자신에게 들어온 협찬 물건들을 이 곳에서 팔아 그 수익금을 후원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유기견들을 입양시켜주기 위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한다. 협찬 물건들을 직접 입고 걸치는 피팅 모델을 자처하기도.

 

사실 지난주 <페이스아이디>가 담은 이효리의 인스타그램 삭제는 그 자체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것이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만든 것이지만, 점점 집착하게 되고 또 그것을 통해 날라오는 DM들이 불편해 삭제하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주에 이효리가 스마트폰으로 유기견들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모습은 같은 SNS라도 그 사용목적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영향력 있는 이들이 SNS를 활용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라면으로 허기를 때우며 이효리가 던진 말 한 마디는 그래서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얼마 전에 서울에서, 나는 몰랐어 그냥 쥬얼리 브랜드라고 해서 그래- 이러고 찍었는데 귀고리가 4억이라는 거야 4억." 그 말에 그 곳에서 일하는 모두가 깜짝 놀랐고 그 중 한 명이 "진짜 몇 년치 개 사료 값인데.."라고 말한다. 이효리는 그 돈이면 대략 50년을 개 사료로 쓸 수 있다 말한다.

 

4억이라는 돈을 통해 떠올릴 수 있는 소비행위들은 많을 게다. 물론 누군가는 그걸로 귀고리 하나를 살 수도 있겠지만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 그 돈은 자동차를 살 수도 있고 옷은 물론이고 작은 집도 얻을 수 있을 만큼의 돈이니까. 하지만 이들은 '개 사료 값'을 얘기한다. 과연 어떤 소비가 더 가치 있을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 부캐 활동을 보여준 이효리의 모습과 유기견 봉사활동을 하는 이효리의 모습은 이렇게 다르다. 욕망을 인정하면서도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는 모습. 이효리의 진면목은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사진:카카오TV)

'놀면' 김종민과 정재형, 어째서 환불원정대에 맞춤일까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 해주세요."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매니저로 뽑힌 김지섭(김종민)이 그렇게 묻자 이효리는 대놓고 "너 가!"라고 답한다. 소지섭을 기대했는데 김지섭이 나타난 불만을 터트리는 중이다. 그런데 이 다소 센 멘트에도 김지섭은 특유의 웃상으로 이게 무슨 뜻일까 못 알아듣는 얼굴이다. 그리고 그의 입에 아예 붙어버린 듯한 "예?"하는 되물음이 이어진다.

 

그 모습에 깔깔 웃으며 "못 알아 들었다"는 은비(제시)의 말에 천옥(이효리)은 의외로 "좋다"며 만족한다. "못 알아 들으니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는 것. 천옥과 김지섭의 조합은 그 첫 대면(?)만으로도 앞으로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조금 반응이 느리고 '말 귀를 못 알아듣는' 그 캐릭터는 천옥을 위시한 환불원정대의 다소 센 언니들 매니저로는 너무 잘 맞기 때문이다. 뭐든 거침없이 센 이야기를 쏟아내도 마치 '토크 방탄복'이라도 입은 듯 웃음으로 받아내는 캐릭터. 이 만큼 환불원정대에 딱 어울리는 매니저가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김지섭이 주눅들거나 하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는 건 천옥과 반말, 존댓말을 오가는 대화를 통해 드러난다. "종민아" 그러면 "어" 그러고 "종민씨" 하면 "얘"라고 한다는 것. 오는 대로 맞춰 돌려주는 김지섭은 당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이 대목에서 보여준다. 천옥이 "동갑내기끼리 반말 쓰는 게 뭐가 어때서 그래?"하고 다소 따지듯이 말해도 김지섭은 웃으며 "맞아"하고 선선히 받아줌으로써 천옥을 오히려 웃게 만들었다.

 

이들의 부캐 놀이가 큰 웃음을 주는 건 아티스트와 매니저라는 낯선 관계로 만나고 있지만 이들은 본래 가까운 인연이 있는 사이기 때문이다. 김종민은 엄정화의 백댄서로 활동했던 시절의 추억이 있었고, 정재형은 이효리와 이상순을 만나게 해준 인물이면서 엄정화와는 절친이었다. 엄정화는 뭐든 챙겨줘야만 하는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 바로 정재형이라고 했다. 하지만 엄정화와 정재형이 아닌 만옥과 정봉원으로 만난 두 사람은 이제 그 관계가 역전되었다. 그간 엄정화가 신경 썼던 것들을 이제 정재형이 해야만 하는 상황. 엄정화가 드러내는 '복수(?)'가 흥미로워지는 상황이다.

 

갑자기 매니저가 뭔지 아냐고 묻는 천옥의 압박질문에 김지섭이 "매니지먼트 회사 사원"이라 당황하며 말하고 하는 일이 "뒷일 봐주는 거"라는 엉뚱한 말에 한국말이 서툰 은비가 그걸 육체적인 의미로 오해하는 장면은 이들의 토크 방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지만 웃음만큼은 확실하게 만들어낸다는 걸 보여준다. 은비와 김지섭이 어딘가 '잘 못 알아듣는' 캐릭터로 닮아있어 의외로 두 사람이 잘 통한다는 점도 향후 이들의 관계가 어떤 웃음을 줄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운전을 못하는 매니저 정봉원은 그러나 천옥이 슬쩍 꺼내놓은 만옥에 대한 그의 진심에 눈물을 보이는 감성을 드러냈다. 만옥이 암 투병을 할 때 정봉원이 막 울었다는 이야기를 천옥이 꺼내놓자 갑자기 그 자리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울컥해진 만옥과 정봉원이 갑자기 흘리는 눈물은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아끼는 친구사이인가를 잘 드러내줬다. 그런데 그 상황이 도대체 뭔가 하며 어떤 리액션을 취해야 할지 알 수 없어하는 은비의 모습은 또 웃음을 줬다.

 

이제 김지섭과 정봉원의 매니저 부캐를 갖게 된 김종민과 정재형이 환불원정대에 맞춤인 건 이들이 본래부터 친분이 있어 편한 관계라는 것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캐릭터들이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센 캐릭터들 앞에서 엉뚱한 리액션으로 그걸 척척 받아내는 김종민과 의외로 감성적이고 그래서 오히려 환불원정대가 챙겨줘야 할 것만 같은 정재형은 그 캐릭터들이 환불원정대 프로젝트의 큰 웃음을 주면서 동시에 이들의 매력을 더욱 끄집어낼 수 있는 요소들을 갖고 있어서다. 아직 본격적인 음악활동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종민과 정재형의 합류는 벌써부터 이 환불원정대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사진:MBC)

'놀면' 유재석이 연 부캐의 세계, 이효리가 펄펄 난다

 

이른바 부캐의 세계는 유재석이 열었지만, 이로 인해 이효리가 펄펄 날고 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제 궤도에 올라오게 된 건 유재석이 유고스타, 유산슬, 라섹, 유르페우스, 유두래곤 같은 다양한 부 캐릭터의 활동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면서다. 그래서 <놀면 뭐하니?>의 출연자 명단에도 이 다양한 부캐들이 올라온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놀면 뭐하니?>의 출연자 명단에는 새로운 인물들의 부캐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닭터유'와 치킨을 튀겼던 박명수가 '치명'이라는 부캐로 등장했고, 이효리와 비가 각각 린다G와 비룡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물론 여름 음악시장을 겨냥한 혼성 그룹 프로젝트로 시도되고 있는 이른바 싹3 멤버로 이효리와 비가 합류하면서 생겨난 변화지만, 그래서 생기는 기대감은 과연 <놀면 뭐하니>가 유재석의 부캐만큼, 이효리나 비의 부캐 활동도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다.

 

이효리는 이미 이 부캐 놀이에 푹 빠진 모습이다. 광희가 픽업을 왔을 때 수수한 제주댁의 차림으로 나타난 이효리는 자신이 린다G가 아니라며 고민 같은 게 있으면 털어놓으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효리는 광희를 다독이며 '민박집 누나' 보는 것 같지 않냐고 묻기도 했다. 광희가 이효리에게 "구박할 줄 알았다"고 하자, 나(제주댁)는 구박한 적이 없다며 "린다G는 그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린다G는 모든 사람을 구박하는 스타일이라며.

 

그렇게 광희랑 차를 타고 오며 세상 다정하고 편안했던 제주댁은 다음 날 유재석과 비를 만나로 나온 자리에서는 완전히 다른 린다G의 면면을 드러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당당하게 풀어내는 린다G는 심지어 광고에 대한 욕심까지 털어놨다. 유재석이 제주댁으로서의 이효리가 광고 출연을 하지 않겠다 선언했던 걸 짚어내자, 린다G는 "돈이면 뭐든 다 한다"고 말했던 것.

 

사실 이런 멘트는 무소유의 삶을 이야기했던 제주댁 이효리로서는 부캐를 활용한 것이라고는 해도 다소 이율배반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효리는 과거 SNS를 통해 자신의 삶을 '모순덩어리'라고 고백했던 것처럼, 그런 무소유의 삶을 지향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버리지 못하는 욕망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를 숨기기보다는(숨기는 건 자칫 위선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솔직히 드러내는 이효리가 훨씬 더 건강해 보인다.

 

곡 선정을 하면서 걸 그룹이 부르면 괜찮을 법한 노래를 자신이 갖겠다고 나서면서 이효리가 '센 언니 걸 그룹'을 거론한 점은 그래서 그저 멘트가 아닌 실제가 됐으면 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제시, 엄정화, 화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들과 함께 걸 그룹을 하고 싶다는 욕망을 드러낸 것.

 

만일 <놀면 뭐하니?>가 린다G의 부캐 활동 또한 담아내며 그 한 가지로서 센 언니 걸 그룹 프로젝트를 실제로 진행한다면 어떨까. 그것은 어쩌면 <놀면 뭐하니?>의 또 다른 확장의 진화가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 자신의 욕망을 애써 꾹꾹 눌러 놓은 채 하나의 이미지로만 고정되어 살아가는 억압된 삶을 부캐라는 장치를 통해 깨나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대중들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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