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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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우리가 이 드라마에 열광했던 까닭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6. 9. 16. 08:54
빈틈 많아도, 상상력을 끝까지, 의 가치 우리에게도 이런 드라마가 가능하다니 놀라운 일이다. 종영한 MBC 는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에서 좀체 보기 힘든 시도를 보여줬다. 웹툰의 세계와 현실 세계가 뒤엉켜버리는 어찌 보면 빈틈도 많고 복잡한 이야기는 어떻게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걸까. 의 가장 가치는 결국 상상력이다. 만일 우리가 웹툰의 세계에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시작은 거기서 부터였을 것이다. 웹툰의 주인공인 강철(이종석)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허구의 캐릭터가 각성하는 걸 자신을 삼켜버릴 괴물로 인식한 작가 오성무(김의성)가 맥락 없이 그를 죽이려 하고, 오로지 강철에게 강력한 동인을 심어주기 위해 그의 일가족을 몰살시킨 ‘얼굴 없는 진범’ 역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각성하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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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의 맥락 없는 반전에 이토록 호응한다는 건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6. 8. 20. 10:32
맥락보다 상상력, 의 의미 있는 드라마 실험 맥락 혹은 개연성. 드라마를 쓰거나 보는 사람이라면 하나의 공식처럼 되어 있는 이 틀 안에서 그게 얼마나 잘 맞춰져 있는가를 고심하고 들여다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의 세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자유롭다. 대신 이 드라마가 취하고 있는 상상력이다. 맥락도 없고 개연성도 없으며 때로는 멜로에서 단 몇 분 만에 스릴러로 훌쩍 뛰어넘는 식으로 장르적 문법도 무시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허용되는 세계. 바로 의 세계다. 생각해보면 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뜬금없었다. 갑자기 만화 속 세계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와 만화가 오성무(김의성)의 딸 오연주(한효주)를 끌고 들어갔고, 웹툰 속 인물인 강철(이종석)은 누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에 마치 작가에게 외치듯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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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송재정 작가의 발칙한 상상력이 도발하는 것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6. 8. 5. 08:41
, 어째서 이 만화 같은 이야기에 빠져들까 말도 안 되게 재밌다? 아마도 이 말은 라는 드라마에 딱 어울리는 평가일 듯싶다. 이 드라마의 설정은 한 마디로 ‘만화 같기’ 때문이다. 만화 속 세계로 들어가는 여주인공이나, 현실 세계로 나와 자신을 만든 작가와 한 판 대결을 벌이는 만화 속 주인공이나 현실적으로는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가 말도 안 되게 재밌다.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거기에는 송재정 작가의 발칙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을 뒷받침해주는 판타지의 욕망이 작용한다. 말도 안 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봤을 상상. 그것을 눈앞에 던져주고 나름의 법칙들을 세워둠으로써 마치 게임 같은 몰입을 만들어낸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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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극은 <육룡이 나르샤> 전과 후로 나뉜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6. 3. 23. 09:15
사극의 새 역사 쓴 SBS 월화 사극 가 이제 종영한다. 50부작에 이르는 긴 여정의 드라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듯한 느낌이다. 어느 정도 흐르고 나면 늘어지기 마련인 장편 드라마들 속에서 는 확실히 다른 밀도를 보여줬다. 마치 한 회 한 회가 잘 짜여진 완성도 높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긴장감이라니. 이 사극이 50부작이었다는 게 실로 믿기지 않는 건 그래서일 게다. 정통사극, 퓨전사극, 판타지사극, 장르사극 등등. 사극은 역사와 상상력이라는 두 날개를 갖고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해 왔다. 정통사극이 역사에 방점을 찍었다면 퓨전사극부터 장르사극까지는 서서히 상상력쪽으로 그 무게중심이 이동해왔다. 하지만 상상력의 끝단이 만들어낸 결과는 역사라는 사실의 진중함이 결여된 허구라는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