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건

 

JTBC <뉴스룸>이 시청률 9%(닐슨 코리아)를 넘겼다. 요즘은 화제성 지수니 뭐니 해서 시청률의 의미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는 상황이지만, <뉴스룸>에 있어서 시청률은 중요하다. 어찌 보면 결국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를 열어놓고 박근혜 정부의 갖가지 전횡이 낱낱이 국민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던 기반이 바로 이 시청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청률에는 단순한 수치적 기록이 아니라 그간 억눌려왔던 민심들과, 숨겨져 온 허수아비 정부에 대한 울분과, 이런 문제적 사안들을 쉬쉬해온 이들에 대한 분노 같은 것들이 드리워져 있다.

 

'뉴스룸(사진출처:JTBC)'

최순실 게이트의 포문이 열린 연설문 유출 의혹제기부터 지금까지 달려온 <뉴스룸>의 행보를 보면 그래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만 같다. 엄청난 국가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뉴스를 쥐고는 있지만 거대 권력 앞에서 제대로 보도를 통해 사실을 알리는 작업은 쉽지만은 않았을 터, 그 행보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순차적으로 이어져 결국 지금의 드라마 같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연설문 유출 의혹제기, 국가기밀 유출 증거 제시, 태블릿 PC가 최순실 소유라는 증거 제시, 이번 최순실 게이트가 이미 그녀의 부친인 최태민 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술술 풀려나온 그녀의 수족처럼 움직였던 정관계 인사들과 그들의 압력으로 출연된 대기업의 자금들이 그녀의 측근에게 흘러들어간 정황들이 줄줄이 보도되었다. <뉴스룸>은 이미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통해 대부분의 증거들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이를 뉴스화하기보다는 순차적으로 정부의 대응에 맞춰 맞대응하는 형식으로 뉴스를 내보냈다.

 

그래서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사안처럼 보였던 연설문문제가 대응-맞대응을 거치면서 점점 거대한 사안으로 커질 수 있었다. 이것은 마치 국민들에게는 한 편의 영화 같은 극적인 효과를 만들었고, 그래서 더더욱 <뉴스룸> 앞으로 국민들의 시선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점차적으로 확대된 지지기반은 <뉴스룸>이 계속해서 더 구체적인 사안들을 보도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고, 여타의 다른 방송사 뉴스들도 이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뉴스룸>의 시청률은 그래서 다른 어떤 프로그램의 그것보다 중요했다.

 

<뉴스룸>이 몇몇 증거들을 갖고도 사안의 중대함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이 뉴스가 갖고 있는 독특한 접근 방식 덕분이다. 그것은 상식에 기반 한 추론이다. 8일 보도된 우병우 전 수석, 최씨 의혹 모를 수 있나?’라는 아이템으로 채워진 팩트체크를 보면 <뉴스룸>이 가진 추론의 힘이 얼마나 큰 가를 잘 알 수 있다.

 

이 팩트체크에서는 검찰 앞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우병우 때문에 흘러나오는 전직 민정수석이 요새 검찰총장보다 더 세다는 이야기를 화제로 던지며 추론의 포문을 열었다. 먼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가 대통령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위치라는 걸 조직도를 통해 설명한 후, 그 업무 중에는 대통령 측근 감찰도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리고는 당연히 해야 할 그 일이 수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우 수석이 이미 알고서도 묵인했으면 직무유기이고, 몰랐다면 청와대 민정수석도 사실상 허수아비였다고 추론한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결론이다.

 

그러면서 뉴스는 여기에 마치 드라마의 한 대사 같은 뉘앙스를 담은 이야기를 덧붙인다. 지난 9<신동아>에 우 전 수석이 했던 인터뷰 기사 내용 중 여러 사건을 접해 세상 보는 눈이 다를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우 전 수석이 저는 세상에 도() 통한 사람이라고 할까요..”라고 답했다는 것. 앵커는 그 말에 의문을 제기한다. “도통. 그러니까 어떤 일에 통달했다는 얘기입니다. 도통함이 왜 하필 최순실 사건에서는 통하지 않았을까요?”

 

또 당시 인터뷰에서 권력의 생리를 보여준 <펀치>라는 드라마를 언급하는 기자에게 우 전 수석이 답했던 검찰총장도 2년짜리 권력이라고. 그게 지 자리고 지 거냐? 국민이나 대통령이 거기 잠시 앉아 있어라이런 거지, 지 권력이냐고요?”라고 했던 말에 대해서도 앵커는 짧게 한 마디를 붙인다. “이런 걸 부메랑이라고 하죠?”

 

정보를 순차적으로 보도하면서 상식적인 추론을 통해 그 문제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를 친절하게 분석해주고, 때로는 촌철살인의 사이다 발언으로 속 시원함까지 안겨주는 뉴스라니. 이렇게 만들어진 국민적 관심을 서서히 지지기반으로 끌어 모으면서 중차대한 국가적 사안이 묻히지 않고 제대로 국민에게 알려질 수 있게 해준 <뉴스룸>의 드라마틱함은 그래서 한 편의 드라마 같다. 그런데 이 드라마 같은 <뉴스룸>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건 결코 드라마가 되어서는 안 되는 현실이 아닌가.

<1>, 세종특집이 보여준 상식과 초심의 힘

 

정준영 하차가 <12>에는 어떤 위기감을 줬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준영이 <12>에서 보여준 존재감이 어느 정도였던가를 차치하고라도, 늘 여섯 명이 동고동락하며 합을 맞춰오던 그 균형이 깨진 건 분명한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준영 없이 새롭게 시작한 <12>대왕세종 특집은 이런 위기감 자체를 한 방에 일소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1박2일(사진출처:KBS)'

시청률은 되레 상승했고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호의적이었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정준영 하차가 과연 적절 했는가 아닌가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12>이 발 빠르게 내린 결정은 결과적으로는 잘 한 선택이 되었다. 사실 법적인 결과보다 더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느끼는 정서적인 반응들이다. 시청자들은 <12>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는 프로그램으로서 이번 정준영 사안이 어쨌든 가져오게 될 부정적 이미지를 이 프로그램이 떠안는 걸 원치 않았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겠지만 <12>은 지극히 상식적인 결정을 내렸다. 정준영은 하차했고 다섯 멤버들로 한글날을 기념해 대왕세종 특집을 찍었다. 물론 그 난 자리에 대한 아쉬움의 소회가 없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출연자들은 그 동생에 대한 그리움의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준호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얘기했듯이 그 동생이 빠진 자리에서 웃기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대왕세종 특집은 지극히 <12>다운 기획으로 채워졌다. <12>KBS라는 공영방송에 가장 어울리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예능 특유의 재미를 담보하면서도 동시에 공영성을 가진 의미를 포착해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초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갖가지 복불복을 통한 웃음을 주면서 동시에 그 여행지가 가진 의미나 가치를 되새기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주에서 벌어진 복불복 게임은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게임으로 얻어내 그 조합을 통해 음식을 주문해 먹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 게임은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글이 얼마나 대단한 발명인가를 드러내주었다. 게임에서 별로 이기지 못해 몇 개 안되는 자음 모음을 얻어낸 김준호와 김종민은 그러나 그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한 끼를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의 글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한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던 세종의 면면을 상기하며 덕수궁에서 펼쳐진 저녁 복불복 행차 음악 만들기 역시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아낸 기획이었다. 이들을 돕기 위해 특별 게스트로 출연한 국악계의 김연아라 불리는 판소리꾼 김나니와 쑥대머리의 작곡자인 오철은 그 짧은 복불복 미션 속에서도 우리네 국악이 가진 흥취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이 행차음악에 맞춰 큰 웃음을 만들어내는 출연자들의 우스꽝스런 행차는 이 의미에 재미를 더하게 해주었다.

 

결국 위기를 대처하는 방식은 상식초심이라는 걸 이번 <12>대왕세종 특집을 통해 보여줬다. 물론 본인들은 아쉽고 힘든 결정이었겠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 <12>은 상식적인 결정을 내렸고, 또한 그 빈자리를 느끼면서 방송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테지만 출연자나 제작진들은 초심으로 돌아가 재미와 의미를 모두 포착하려는 노력을 버리지 않았다

<욱씨남정기>의 갑질들, 현실적이라 더 슬프다

 

갑의 권력을 이용한 각종 갑질들. 그 갑질에 의해 몸도 마음도 상처 입는 을들. 하지만 갑질은 갑을관계에 놓인 회사들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같은 회사로 심지어 늘 을의 입장에 있는 회사 안에서도 갑질이 벌어진다. JTBC <욱씨남정기>가 보여준 계약직 여직원 장미리(황보라)에게 정규직 평가를 내리는 위치에 있다는 권력을 이용해 접대자리에 데리고 나가 술을 따르게 하고 심지어 성추행까지 하는 신팀장(안상우)의 이야기가 그렇다.

 


'욱씨남정기(사진출처:JTBC)'

러블리코스메틱이라는 회사에 대외적으로 늘 갑질을 해온 황금화학의 김환규(손종학)상무가 있었다면 신팀장은 마치 러블리코스메틱의 리틀 김상무 같은 존재다. 밖에서 당하는 갑질은 그나마 안에서의 위로와 격려라도 받지만, 안에서 당하는 갑질은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는 비참한 일이다. 신팀장이 장미리에게 성추행하는 모습을 보고도 불이익을 당할까봐 입을 열지 못하는 박현우(권현상)는 사내에서 벌어지는 갑질이 왜 더 고통스러운 일인가를 잘 드러내준다.

 

물론 이렇게 대놓고 술자리로 불러내 겁탈을 시도하는 극단적인 사건들은 예외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눈에 띄는 사건이 아니라도 부지불식간에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접대나 성희롱의 사례들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공론화되지 않았을 뿐일 게다. 많은 이들이 그런 피해를 당하면서도 더러워서 피한다는 식으로 넘기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남정기(윤상현)와 조동규(유재명) 사장이 소셜커머스 업체의 담당자에게 자신들의 배너를 좀 더 위쪽에 배치해달라고 청탁하며 벌이는 접대와 향응은 또 어떤가. 그것은 남성들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는 장면처럼 보이지만 만일 그들이 여성들이라고 생각해보면 그건 엄청난 희롱과 폭력의 현장이라는 게 그 실체라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죽을 듯이 술을 마셔대고 갑을 위해 춤추고 노래하는 그 익숙한 장면은 그래서 너무 현실적이라 슬프다.

 

러블리코스메틱의 옥다정(이요원) 본부장이 접대없이 영업을 하라는 이야기를 강조하게 된 건 스스로도 그토록 했었던 접대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걸 몸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남정기와 조동규가 접대하는 그 담당자는 같은 시간에 김상무와도 자리를 함께 하는 더블 접대를 받고 있음이 드러난다. 사실 이것도 극화된 내용일 수 있지만 이건 아마도 실제 현실일 게다. 경쟁사들의 경쟁적인 접대자리를 갑들은 이리저리 옮겨가며 받아왔을 테니.

 

<욱씨남정기>의 옥다정이 원리원칙을 추구하고 모든 갑을관계에서 관행처럼 벌어져온 갑질과 을의 행태들을 부정하는 캐릭터인 것은 거꾸로 우리네 부끄러운 현실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옥다정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이다로 느껴지는 건 그것이 대단해서라기보다는 그런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는 고구마 현실 때문이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욱씨남정기>는 코미디지만 웃음 끝에 남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옥다정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속 시원한 한방을 선사하지만 그것이 지목하는 일들이 너무나 현실적이라 남는 안타까움은 어쩔 수 없다. 옥다정 같은 원리원칙이 상식이 되는 현실은 요원할까. <욱씨남정기>가 웃음 끝에 전하는 메시지의 무게가 적지 않다

참가상 된 대종상, 누가 참가하겠나

 

국민이 함께 하는 영화제인데 대리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주기로 결정했다.” 공식기자회견 자리에서 대종상측이 이런 입장을 밝혔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제 아무리 참석을 독려한다는 취지로 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그런 식으로 공표하는 건 무리수 중의 무리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사진 : 제52회 대종상영화제 포스터

물론 대종상측의 입장이 일견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결국 시상식의 꽃은 역시 연기자들이다. 어떤 스타가 참석하느냐에 따라 시상식의 위상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대리수상이 남발되는 것은 피해야할 일이다. 그래서 그런 식의 엄포를 놓은 것일 게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도대체 언제 적 대종상인가. 대종상의 권위와 위상이 땅에 떨어진 건 이미 오래 전이다.

 

오죽하면 대충상이라고까지 불리게 됐을까. 상영도 안된 영화에 상을 주고, 대중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는 시상에 심지어 몰아주기식 시상으로 매 해 빈축을 사왔던 대종상이다. 그러니 공정성에 흠집이 간 건 오래고 신뢰도 권위도 없는 상이 되어버렸다. 가장 오래된 영화상이라는 수식어는 오히려 구태의연한 관행으로 점철된 영화상이라는 의미처럼 들리게 되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 대종상은 참가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는다고 엄포가 아닌 사정을 해도 모자랄 일이다. 배우들의 대거 불참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대종상이 밝힌 대로라면 논란이 불거진 대로 상은 참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좋은 작품에서 열심히 연기를 해 그 공정한 평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시상식에 얼굴을 내밀었기 때문에 받는 듯한 그 뉘앙스는 연기자들로서는 부담스럽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일이 된다.

 

유아인, 하정우, 엄정화, 한효주, 김혜수, 황정민, 전지현 등등 모두가 자신들의 스케줄을 이유로 불참을 양해하고는 있지만 이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빠져나간 건 단지 우연적인 일로 보기는 어렵다. 그 시상의 불편함이 몇몇 연기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을 테고 그건 도미노처럼 다른 연기자들의 불참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들 빠져나가는데 혼자 나가 앉아 있는 것도 우스운 꼴이 되지 않겠는가. 그것도 참가상이라는 오명까지 덧붙여지니 더더욱.

 

참가를 독려하려 했다면 공표할 일이 아니라 조용히 배우들에게 협조를 요청했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대종상측의 경거망동은 그잖아도 땅에 떨어진 상의 권위를 더 바닥으로 내팽개쳐버린 결과로 이어졌다. 도대체 왜 이런 자충수를 두게 된 것일까.

 

가장 큰 것은 대종상측이 아직까지도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는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그간 매해 반복되어온 시상의 잡음들은 대중들의 외면을 불러왔다. 그 누구도 대종상의 권위가 예전 같지 않다고 여기는 마당에 주최측만은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대종상이 앞으로도 계속 존속하기를 원한다면 대중들이 이 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오랜 상의 역사는 그 자체로 권위가 될 수는 없다. 그것이 꾸준히 대중들과 공감대를 유지하고 있을 때만이 그 역사는 비로소 권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권위도 없고 소통도 되지 않는 상. 어쩌다 참가상이 되어버린 대종상에 참가할 연기자가 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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