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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집', 이 시국에 정확히 취향 저격한 까닭

 

쳐다보고 있으면 눈이 파래질 것 같은 바다를 앞마당으로 두고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일 것만 같다.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이 두 번째로 간 곳은 바로 제주도 바닷가. 한적한 그 곳에 집(?)을 세워둘 수 있다는 건, 코로나 시국에 집에서 콕 박혀 지내야 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로망이 아닐 수 없다. 저런 곳에 집을 가져갈 수 있다면...

 

<바퀴 달린 집>은 단순하지만 바로 그 점 하나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제주도의 어느 한적한 바닷가에 집을 세워두고 밥을 해먹는다. 마침 손님으로 찾아온 공효진은 집주인들인 성동일과 김희원 그리고 여진구에게 활기를 만들어낸다. 그 활기는 손님이 왔으니 편안하고 풍족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김희원에게는 시시콜콜한 일까지 다 시켜먹는 성동일이 공효진에게는 손가락 까닥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고, 괜스레 손님은 일하는 거 아니라고 말하는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흐뭇하다. 투덜대면서도 시키면 또 다 하는 김희원도 그렇고, 시키지 않아도 척척 손발이 되어주는 막내 여진구도 보는 이들을 기분 좋게 해준다.

 

제주도에 왔으니 특산물로 해먹는 식사가 빠질 수 없다. 지인을 통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잘 숙성된 제주도 흑돼지와 어마어마하게 큰 대왕갈치를 공수해온 성동일은 그걸로 맛난 저녁을 해주겠다는 마음에 부푼다. 시청자들로서는 그런 곳에 집을 세워두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로망이 아닐 수 없는데, 저렇게 먹음직스러운 음식까지 있으니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제주도에서의 이 로망 가득한 시간들이 더 즐겁게 느껴지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하는 짓이 영 어설프다는 점 때문이다. 햇볕이 따가울까봐 타프를 치겠다고 끙끙대다가 어느덧 해가 넘어가고 있자 치지 말자고 접는 성동일의 하는 짓이 영 우습고, 장비들을 꺼내며 첫 번째 손님으로 왔던 라미란이 그걸로 뭔가를 했었는데 하며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모습도 웃음을 준다.

 

갈치국을 끓여주겠다며 제주도 아는 누님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시키는 대로 국을 끓이는 성동일과, 고기를 구울 숯에 불도 잘 붙이지 못하는 김희원 대신 손님인 공효진이 알아서 불을 피우는 모습도 그렇다. 이들은 이런 아웃도어 라이프에 영 어설프다. 하지만 그래서인지 그 어설픔이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잘 맞아 떨어지는 면이 있다.

 

시청자들은 전문가가 등장해 척척 텐트도 치고 불도 피우고 음식도 해내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은 건 아닐 게다. 대신 영 어설퍼도 마음만은 전문가처럼 완벽하게 하고 싶어 끙끙대면서 하는 모습이 주는 시청자 눈높이의 공감대가 더 즐거운 광경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어떻게 맛난 갈치국에 군침 도는 흑돼지 숯불구이까지 더해진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행복인가.

 

<바퀴 달린 집>은 제주도 바닷가의 그 탁 트인 광경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을 기분 좋게 만든다. 그런데 거기에 더 큰 몰입감을 주는 건 이런 곳에서의 생활이 영 어설프고 어색한 이들이 그럭저럭 잘 챙겨먹고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 지점이다. 보기만 하면 티격태격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보다 더 잘 지낼 수 없는 성동일과 김희원의 모습에 '공블리' 공효진이 미소 짓는 것처럼. 좀 어설프면 어떠랴. 마음만 있으면 그 또한 즐거울 수 있으니.(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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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성동일에게 씌운 악귀 통해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진종현은 포레스트로 몸을 옮겨가려는 거였어.” tvN 월화드라마 <방법>은 왜 진종현(성동일)이 운영하는 SNS회사 이름이 포레스트인지, 그 회사가 크게 된 것이 ‘저주의 숲’이라는 서비스 때문이었는지 그리고 포레스트의 로고는 왜 나무 형상과 스티그마타의 형상을 본따고 있는지를 드러냈다.

 

포레스트는 ‘저주의 숲’을 의미하는 것이고 로고는 그 숲과 동시에 진종현, 백소진(정지소)의 손에 새겨진 스티그마타 형상의 상처가 담긴 것이었다. 진종현이 ‘저주의 숲’에 올라온 저주들을 프린트해 마치 열매를 달 듯 걸어놓는 나무 역시 그 상징물이었다. 진종현에게 들어간 악귀가 포레스트라는 저주의 숲으로 몸을 옮기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주의 숲에 올라온 무수한 저주의 대상들이 거기 찍혀진 동의에 의해 방법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임진희(엄지원)와 정성준(정문성) 모두 그 저주의 숲에 올라온 저주 대상이다. 이제 한두 명을 대상으로 하는 방법(저주)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법이 전개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함께 그 대상 속에 임진희와 정성준도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드라마에 극적 긴장감을 높여 놓는다.

 

사실 <방법>이 그려내는 세계는 현실적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그 세계의 룰을 설명하는 일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탁정훈(고규필) 같은 민속학 교수 캐릭터는 중요하다. 그는 악귀가 어떻게 몸을 옮겨가고 그 대상이 인간보다는 물건이나 자연물 등에 더 깃들게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것이 더 오래 영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탁정훈은 방법이 통하지 않게 만드는 악귀가 든 귀불의 특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귀불 옆에서는 방법이 통하지 않지만, 그걸 없애기 위해서는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 귀불이 저주하려는 대상을 찾아 먼저 저주하면 귀불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단서는 저주의 숲에 올라와 있는 임진희가 백소진에게 방법을 부탁하는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법의 대상이 될 때 주도권을 잡아 역공을 하려는 것일 게다.

 

중요한 건 탁정훈의 이런 설명을 통해 소개되는 이 세계의 룰이 비현실적이지만 시청자들에게 납득되는 이유다. 그것은 누군가를 방법하거나 방법을 막거나, 악귀가 들리거나 옮겨가는 그 일련의 이 세계가 가진 룰들이 우리네 현실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오와 저주의 확산과 그 결과들을 은유하는 것처럼 설정되어 있어서다.

 

포레스트라는 회사가 SNS를 통해 ‘저주의 숲’을 운영하고, 진종현에게 든 악귀가 그 숲으로 몸을 옮겨 불특정다수를 방법한다는 설정은 그래서 여러모로 우리네 SNS를 타고 번져나가는 혐오와 그로 인해 실제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방법>을 그런 혐오 사회가 갖는 폭력을 ‘방법’이라는 초현실적인 소재를 가져와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방법>을 보고 있으면 그 초현실적인 대결을 통해서도 어떤 현실적인 실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안에도 존재할 수 있는 ‘저주의 숲’을 생각하게 되고, 어떤 상황이 터졌을 때 저도 모르게 SNS를 통해 누군가를 방법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건 어쩌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의 위협보다 더 무서운 감염병은 아닐는지.(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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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 살을 날리는 슈퍼히어로의 탄생이라니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는 영화 <곡성> 같은 오컬트 장르에 가까울 거라 생각했다. 물론 tvN 월화드라마 <방법>에는 살을 날리는 무속인이나 악령이 언급되는 오컬트적 요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렇게 살을 날리고 거기에 또 ‘역살’을 날리는 대결의 관점이 들어가고, 저주를 통해 누군가를 죽이거나 상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와 그가 무너뜨리려는 악의 세력이 빌런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마블 같은 슈퍼히어로물의 구도를 떠올리게 한다.

 

<방법>은 한자이름과 얼굴이 들어간 사진 그리고 소지품으로 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진 10대 소녀 백소진(정지소)이 등장한다. 그는 어려서 역시 무속인이었던 어머니를 처참하게 죽인 진종현(성동일) 포레스트 회장과 그 일당들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진종현은 백소진의 어머니에게 어떤 괴물을 신 내림 받았고, 진경(조민수) 같은 무당을 신봉하는 인물이다.

 

드라마는 먼저 백소진이 가진 엄청난 초능력을 실제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시작한다. 백소진의 살을 처음 맞은 자는 바로 임진희(엄지원)이 내려던 폭로기사를 막고 대신 포레스트사의 사주를 받아 조작기사를 낸 중진일보 김주환 부장(최병모)이다. 그로인해 임진희와 인터뷰 했던 내부고발자는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자살로 위장된 채 죽음을 맞이하고 분노한 임진희는 속이라도 풀겠다는 마음으로 별 생각 없이 백소진에게 살을 부탁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 살이 벌어진다. 김주환 부장이 홀로 사무실에서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사지가 구겨지는 끔찍한 죽음을 맞이한 것. 백소진이 말한 ‘방법’이 실제였다는 걸 알게 된 임진희는 그를 찾아가고, 그로부터 진종현 회장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악령이 쓰인 인물이라고 말한다. 이로써 백소진과 임진희는 같은 운명공동체가 되고, 진종현과 진경 같은 모종의 끔찍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들과 맞서게 된다.

 

이것은 해외의 슈퍼히어로물을 완벽하게 토속적인 무속신앙과 연결해 해석한 대목이다. 살을 날리는 ‘방법’은 바로 그 슈퍼히어로의 초능력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 능력을 갖고 싸우게 되는 겉보기엔 그저 성공한 IT기업 회장인 진종현과 진경은 슈퍼히어로물의 빌런에 해당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백소진의 사적 복수(엄마에 대한)가 들어 있지만 동시에 어딘지 부정한 방법으로 치부해온 진종현 일당에 대한 사회적 정의 구현 또한 들어있다.

 

아마도 연상호 작가는 영화 <부산행>이나 <염력>을 통해서 보여준 것처럼 해외의 장르물들을 어떻게 하면 우리 식의 토속적인 색깔로 재해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고 생각된다. 즉 좀비물을 우리식으로 재해석한 것이 <부산행>이고 초능력을 가진 존재를 통해 재개발 문제 같은 우리네 사회적 사안을 접목시킨 것이 <염력>이었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방법> 역시 마블의 작품들 같은 해외 슈퍼히어로물을 무속인의 능력을 빌어 토속적으로 해석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이런 재해석의 과정에서 여러 장르적 요소들이 겹쳐져 등장한다는 점이다. <곡성> 같은 오컬트적 장르의 오싹한 공포는 물론이고, 사건을 추적해가는 스릴러에 대결과 대결이 이어지는 히어로물의 색채와 사회적 정의를 추구하는 사회극적 요소까지 이 드라마는 끌어안고 있다. 물론 오컬트 같은 공포 장르가 그리 대중적이라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오컬트를 활용한 토속적인 슈퍼히어로물과 이를 통한 사회적 의미를 메시지로 던지는 작품으로 본다면 훨씬 <방법>을 친숙하게 즐길 수도 있을 게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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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의 묵직한 질문, 당신은 사냥감의 삶을 살아가는가

“너넨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 아니? 남조선은 하나의 커다란 사냥터고, 너는 그냥 사육되는 사냥감에 불과하다.” OCN 드라마 <트랩>에서 한 조선족 출신 청부살인자는 자신을 붙잡아둔 형사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 속에 살고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외부인’인 그의 시선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보이더라는 것. 그리고 이건 아마도 이 드라마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려는 한국이라는 지옥도의 풍경일 게다. 


<트랩>은 그 제목처럼 덫에 대한 이야기고 사냥에 대한 이야기다. 거기에는 사냥꾼이 있고 사냥감이 있으며 미끼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사냥꾼이고 누가 사냥감이며 미끼는 또 누구인가. 처음 드라마는 그 사냥감이 바로 국민앵커로까지 불리는 유명 언론인이자 이제는 정치를 하려는 강우현(이서진)인 것처럼 보여준다. 어느 날 산장에 가족이 함께 갔다가 알 수 없는 사냥꾼들에게 ‘토끼몰이’를 당했다는 것. 아이는 사체로 발견되고 아내는 실종되었으며 강우현 또한 온 몸에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구조된다. 

하지만 이건 일종의 트릭이었다. 그 사건은 강우현의 진술 내용을 보여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드라마는 강우현이라는 인물의 말대로 그가 피해자라는 걸 믿게 만들어놓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그것이 모두 그의 자작극이었다는 사실을 소름끼치는 반전으로 드러내준다. 강우현은 사이코패스였고, 대한민국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아내 신연수(서영희)마저 이용하다 결국 죽였으며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아이까지 죽이며 자작극을 벌였던 것.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권력자들이 대한민국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가 하는 점이다. 그들은 우리 사회를 커다란 사냥터로 만들고 보통 사람들을 사육시키며 필요에 따라 사냥감이 되는 걸 그저 버티며 살아가게 만드는 그런 인물들이다. 강우현은 피해자가 아니라 바로 그들 같은 사냥꾼의 삶을 선택한 사이코패스다. 놀라운 건 이 인물은 저 친일파의 자손을 위시해 공고한 권력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조폭과 정치인과 경제인 의사 그리고 법조인들보다 더 영악하다는 점이다. 

권력의 카르텔의 얼굴마담 격으로 세워졌던 기업인 홍원태(오륭)를 왜 강우현으로 교체해야만 하느냐는 친일파 3세(이시훈)의 질문에 카르텔의 머리격인 김의원(변희봉)은 그가 이미 그 자격을 충분히 증명했다며 이렇게 말한다. “한 개인이 단 한 건의 사건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덫으로 몰아넣었죠. 정의, 신뢰, 동정, 연민이란 우리가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아주 교묘한 미끼로 말이죠. 그만한 사냥꾼이 어디 있겠습니까?”

실제로 강우현은 정치 행보를 본격화하며 나선 TV토론에서 정의를 묻는 질문에 자신이 사지로 몰아넣은 프로파일러 윤서영의 절규어린 이야기를 그대로 이용하며 그 뱀의 혀로 대중들을 설득시킨다. “그렇게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야 되는 거냐구요 왜?” 항상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힘들게 살아가야 되는 현실을 개탄했던 윤서영의 그런 질문을 교묘하게 강우현이 대중들을 격동시키는 소재로 이용하는 것. 그는 말한다.

“제 정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입니다. 작전정당이냐구요? 작전 필요하면 하겠습니다. 언론인 출신이 사실과 진실을 호도한다구요? 네 저 언론인 출신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인입니다. 전 앞으로도 제 일에 모든 감정을 쏟아서 할 예정입니다. 국민들의 분노, 좌절, 슬픔, 고통 제가 다 안고 가겠습니다. 옳은 일을 위해서 싸우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것. 이게 제가 생각하는 정의에 대한 정의입니다.” 그리고 그의 TV 토론을 보던 친일파 재벌은 “새 시대 백년반도의 왕이 나왔구나!”하고 강우현의 언변을 경탄한다. 

<트랩>의 엔딩은 속 시원한 사이다가 아니다. 물론 고동국(성동일) 형사가 저 권력의 사냥꾼들과 강우현을 대결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권력자들을 제거하며 강우현은 ‘트랩’이라는 탄저균에 중독시켜 해독제를 찾아 나서게 만드는 복수를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이 드라마를 통해 봐온 커다란 사냥터가 된 우리네 사회의 진면목이 주는 씁쓸함과 끔찍함을 지워내지는 못해주기 때문이다. 

대신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중대한 질문 하나를 화두처럼 갖게 됐다. 과연 나는 누군가의 사냥감이 아닌 나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도처에 숨어 있는 권력의 사냥꾼들이 헌팅그라운드를 조성하고 그 안에서 미끼에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늘 힘들지만 문제의 근원을 찾기 보다는 그냥 원래 사는 게 그렇다며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누군가 던져주는 거짓 희망이라는 미끼에 휘둘리는 건 아닌가. 

제 혀를 잘라 뱀의 혀로 만들어 놓고 끔찍하게 웃는 강우현이라는 인물의 거짓말은 그래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평범한 서민들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문제들이 많아서 그 답을 일일이 찾을 시간이 없다고. 먹고 자고 그저 버티면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믿으면서 그저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그건 잘못된 생각입니다. 버티고 견디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어쩌면 저들은 거짓희망을 얘기하면서 평범한 서민들은 늘 그렇게 사냥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트랩>의 강우현의 실체가 더더욱 소름끼치게 다가온 건 그래서다.(사진:OC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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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의 현실 비판의식 어째서 여타 드라마와 다를까

문유석 판사가 아니었다면 이런 작품이 가능했을까.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는 법정물로는 이례적이다. 대부분의 법정물이 특정 사건을 통한 스릴러와 반전에 집중한다면, <미스 함무라비>는 사건을 통한 현실 비판에 더 집중한다. 그런데 그 비판의 방식도 사뭇 다르다. 그것은 잘못된 현실을 꼬집으면서도 자신 또한 그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시키지 않는 자아 성찰적 방식을 택하고 있어서다. 

‘전관예우’는 우리가 법을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하게 떠오르는 단어가 됐다. 대부분의 대중들은 ‘전관예우’가 판결의 향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미스 함무라비>에 등장하는 판사들은 바로 이런 생각에 발끈한다. 한세상(성동일) 부장판사는 “요즘 같은 세상에 전관예우가 어디 있냐”고 쏘아붙인다. 

그런데 마침 재벌에게 후한 판결을 내린 권세중(김정학) 판사가 자신이 판결을 내리기 전에 다양한 ‘국민 여론’을 수렴했다고 하자 박차오름(고아라)은 도대체 그 국민은 누구를 얘기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국민 여론’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가진 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 서민들의 여론은 거기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사람 좋아 보이기만 하던 감성우(전진기) 부장이 박차오름이 맡은 사건에 은근슬쩍 청탁을 하고, 그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감성우 부장이 법원에서 쫓겨나게 되는 과정은 없다고는 하지만 저 밑바닥에 항상 존재해온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걸 씁쓸하게 알려줬다. 이러니 수임자들은 돈을 더 주고도 전관 변호사를 쓰려고 하고 심지어 브로커들까지 생겨나게 된 것.

하지만 <미스 함무라비>는 그저 이 문제를 저들의 잘못으로 치부하지 않고 내 문제일 수 있다는 자아 성찰을 담아냈다.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는 엄마를 업고 응급실로 달려온 임바른(김명수)이 바빠서 의사들이 엄마를 봐주지 않자 그 병원을 소유한 집안의 친구에게 전화를 해 부탁을 하는 장면이 그렇다. 결국 엄마의 증세가 요로결석으로 통증은 심해도 위급하지는 않다는 의사의 말에 담겨진 차가운 냉소를 알아차린 임바른은 자신 때문에 먼저 처치 받지 못한 더 위중한 환자에게 다가가 미안하다고 무릎을 꿇는다. 

그토록 전관예우를 비판적으로만 바라보던 자신이지만 자신 역시 위급한 상황에 똑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에 임바른은 이 문제가 저들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 자신의 문제라는 걸 성찰하게 된다. “돈도 연줄도 없는 이들은 막연한 분노로 거리로 나서고, 돈이라도 좀 있는 이들은 브로커 말만 믿으며 전관을 찾는데, 정말 힘 있는 사람들은 굳이 로비할 필요도 없다. 이미 그들 중 한 사람이 된 판사가 그들을 재판할 테니까.” 실제로 결혼식장에 갔다가 그 빌딩 소유주인 재벌3세 민용준(이태성)을 만나게 된 임바른은 그가 법원 내부의 움직임까지 모두 꿰뚫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러한 정보는 법원 내부 사람들과의 결탁이 아니면 가질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전관예우를 소재로 다룬 이야기에서 드러나듯이 <미스 함무라비>는 판사들이 맡는 사건들을 통해 세상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다. 법정은 그래서 사건이 판결되는 곳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축소판처럼 그려진다. 이전 회에서 등장했던 과중한 회사생활의 스트레스로 정신을 놓아버린 한 회사원의 이야기에서 우리 사회에 내재된 1등 지상주의의 씁쓸한 단면을 볼 수 있었던 건 그래서다. 

하지만 법정을 통해 그려내는 현실 비판을 담아내면서 <미스 함무라비>는 그것이 또한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걸 지적하는 것 또한 피하지 않는다. 법정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아무래도 그 안에서 생활해온 문유석 판사의 경험과 생각이 녹아있어서가 아닐까. 문유석 판사는 자신이 그 자리에 있으면서 생각했던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미스 함무라비’인 박차오름 같은 판사를 통해 이야기를 통해서나마 어떤 해법을 모색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진심어린 성찰의 과정이 아니었다면 <미스 함무라비> 같은 괜찮은 드라마가 탄생하기는 어려웠을 게다.(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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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 우리가 보던 흔한 법정물과 다른 지점

억울한 피해자와 공분을 일으키는 가해자. 증거를 찾아 가해자를 검거하려는 검사와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변호사. 혹은 공명정대한 사이다 판결로 정의를 구현하거나, 아니면 권력과 결탁해 약한 자들을 짓밟는 판사. 대체로 우리가 법정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많이 봐왔던 캐릭터들이 아닐까. 

그래서 제목부터 대놓고 법정물을 기대하게 하는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를 그 장르 중 하나로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스 함무라비>는 이들 법정물들이 그려내는 그런 장르적 이야기나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지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그리려는 것이 그런 법정 사건들 자체가 가진 이야기성에만 기대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건보다 이 드라마가 더 주목하는 건 그 사건을 바라보는 판사라는 직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미스 함무라비> 2회는 이 드라마가 지향하고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초반부터 다양한 사건들이 왜 더 자세히 등장하지 않을까 의구심을 가졌을 수 있다. 박차오름(고아라)이라는 열정적이고 타인에 대한 깊은 공감을 가진 신입 판사가, 바로 그 개인의 열정 때문에 조직원들이 힘들어하는 과정을 꽤 오래도록 보여줬기 때문이다. 

박차오름의 이런 순수한 열정과 전면적으로 부딪치는 인물은 바로 부장판사인 한세상(성동일)이다. 재판정에서 눈물을 흘리는 박차오름에게 지청구를 날리는 한세상. 결국 박차오름은 바로 이런 남다른 동정심과 공감능력으로 인해 사고를 친다. 채무자 할머니의 사연에 마음이 움직인 박차오름은 판사라는 직업의 본분을 망각하고 도움을 주려 했던 것. 하지만 결국 할머니는 박차오름과의 관계를 이용해 상대방을 협박하는 일을 벌인다.

한세상은 그런 열정과 지나친 공감능력이 판사로서의 직업적 본분을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박차오름은 그 소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드라마 후반부에 잠깐 등장한 음식점 주인과 종업원 그리고 손님 사이에 벌어진 법정 소송에 있어서 감동적인 반전을 보여준다. 그저 대충 합의로 끝내라는 한세상의 명을 어기고 제대로 잘잘못을 판결하겠다고 나선 그 법정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인 그 손님의 마음을 들여다 본 박차오름으로 인해 주인과 종업원이 모두 사과를 하고 손님도 소송을 취하하게 되는 결과를 얻어낸 것.

결국 판사가 하는 일이란 누가 잘했고 잘못했고를 판단하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 내막을 깊이 들어주고 그 사연에 공감해줌으로써 오해가 있다면 풀어주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드라마는 박차오름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다. 판사라 표정을 보여서는 안되는 직업이지만, 그렇다고 ‘사람의 마음까지 지워서는 안된다’는 것. 

작가가 현업에 있는 문유석 판사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겠지만, 판사라는 직업이 갖는 현실적인 고민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구해야할 이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미스 함무라비>에는 자연스럽게 담겨져 있다. 법정물이라고 하면 끔찍한 사건과 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그런 이야기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 드라마는 훨씬 더 우리네 일상에 다가와 있는 느낌을 준다. 판사가 특이한 직업이긴 하지만 그것 역시 사람이 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사람 냄새 가득한 법정물이라니.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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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무라비’ 김명수와 고아라, 그 냉정과 온정 사이

판사라면 어떠해야 할까. 모든 사건들을 냉정하게 다루고, 오로지 법의 틀 안에서만 바라봐야 할까. 아니면 그 사건들 이면에 존재하는 사람의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야 할까. JTBC 새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첫 회는 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판사 임바른(김명수)과 박차오름(고아라)이 한 사무실에서 부딪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임바른은 이름에서 드러나듯 판사로서의 바른 길을 고집하는 인물. 하지만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암울하다. 고야의 그림을 좋아하는 그에게 사람이란 믿을 수 없는 존재다. 그래서 판사라는 직업이 좋은 세상을 꿈꾸기보다는 세상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역할을 하는 존재라고 여긴다. 그는 월급을 기다리는 샐러리맨과 판사라는 직업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가 그렇게 된 건 해직기자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다. 아마도 ‘입바른’ 소리를 하며 살라고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이지만, 그렇게 기자로서 입바른 소리를 하던 아버지는 해직되어 여전히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만을 추구하는 무능력자처럼 살아간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임바른은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을 게다. 

그렇게 튀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같은 사무실로 박차오름이 나타난다. 지하철에서 쩍벌남과 시끄럽게 통화하는 아주머니를 그냥 넘기지 않고 일침을 가하고, 성추행범에게는 일격을 가하는 박차오름의 모습은 여러모로 임바른과는 다르다. 그 일이 문제가 되어 첫 날부터 한세상(성동일) 부장판사에게 끌려가 말도 안되는 “여자가 조신해야지” 같은 성차별적 소리까지 들었지만 박차오름은 다음 날 더 튀는 옷을 입고와 부장판사와 맞섰다. 조신하지 못하다는 소리에 히잡으로 갈아입고 나선 박차오름은 어느 것이 낫냐고 물어 부장판사의 뒷목을 잡게 했다. 

같은 사무실에서 지내지만 “인간들이 싫다”고 생각하는 임바른과 그 인간들을 공감하는 박차오름은 너무나 달랐다. 인간의 죄를 담아낸다며 고야의 그림을 좋아하는 임바른에게 아예 대놓고 보라는 듯 다음날 이중섭의 가족 그림을 붙이고, 눈을 가린 채 칼과 저울을 들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을 책상 앞에 놓아둔 임바른과 달리, 천수대비의 상을 책상 앞에 두는 박차오름이다. 임바른이 판사로서 냉정을 덕목으로 생각한다면, 박차오름은 세상의 많은 약자들의 아픔에 손을 내미는 온정을 덕목으로 생각한다. 

두 사람의 부딪침은 의료사고로 아들을 잃고 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할머니를 두고 벌어졌다. 증거가 없어 억울한 판결을 받은 할머니에게 이렇게 시위를 할 게 아니라 항소를 하시라고 권하는 임바른과 달리, 박차오름은 그 할머니의 사연을 눈물을 흘리며 들어주고 있었다. 판사라는 직업으로서의 정상과 비정상을 이야기하는 임바른에게 박차오름은 과연 어떤 것이 진짜 정상이고 비정상인가를 되물었다. 

<미스 함무라비>는 문유석 판사가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그가 판사로서 갖게 되는 이상과 현실에 대한 딜레마를 첫 회부터 잘 담아내고 있다. 박차오름이 이상을 보여준다면 임바른은 현실을 대변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임바른과 박차오름의 멜로는 단순한 사랑이야기의 차원을 넘어서게 해준다. 그것은 서로 다른 생각들이 부딪치면서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으로 그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멜로의 구도 속에 법 정의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문제를 캐릭터를 통해 녹여내고 있다는 것. 냉정한 임바른과 온정 가득한 박차오름의 케미가 특히 기대되는 이유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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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가 집단 트라우마를 겪는 경찰을 담은 까닭

우리는 흔한 형사물에서 사건현장에 끔찍하게 살해된 사체를 아무런 감흥도 없이 들여다보고 심지어는 손을 넣어 만져보기까지 하는 베테랑 형사와 그걸 보는 신참 형사가 막 도망치듯 달려가 토를 하는 장면을 흔한 클리셰로 볼 수 있다.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 장면이지만 그건 현실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게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다. 

바로 눈앞에서 사제총에 맞고 쓰러져 죽은 동료와, 계속해서 총을 쏴대는 범인과 대치하며 벌벌 떠는 경찰들. 그리고 가까스로 범인을 제압했지만 그 죽음을 목격한 충격 때문에 지구대 전체가 일종의 ‘집단 트라우마’를 보이는 그런 모습이 진짜다. 사람의 죽음은 익숙해질 수가 없다. 베테랑 경찰인 오양촌(배성우) 같은 인물조차 그렇다.

그러니 신참 경찰들인 한정오(정유미)나 송혜리(이주영) 그리고 염상수(이광수) 같은 이들이 온전할 리가 없다. “우리 모두 죽는 줄 알았다”며 눈물 흘리는 한정오는 그간 자신이 사건 현장에서 봤던 끔찍한 사체들을 떠올린다. 앞으로도 계속 그런 사건들을 눈으로 보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암담하게 다가왔을 게다.

자칫 잘못했으면 자신이 그 죽음을 맞이했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 그래서 강남일(이시언) 같은 그래도 경험이 있는 선임 경찰 또한 “가족들의 얼굴이 생각났다”며 펑펑 눈물을 흘리게 된다. 선임들은 괜스레 그 충격을 잊고자 술이라도 마시자고 나선다. 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그 순간의 기억은 내내 그들을 멍하게 만들어놓는다.

굉장히 강인해 보이는 오양촌도 예외일 수 없다. 그는 아내 안장미(배종옥)에게 가장 힘든 게 “내가 안죽어 다행이다. 우리 지구대 애들이 죽은 게 아니라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그나마 위안 삼는 건 “안 다쳐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뿐이다. 이제 퇴직을 앞둔 이삼보(이얼)에게 기한솔(성동일) 지구대장이 사건에 잘 대처한 일에 대해 “잘하셨다”며 “안 다치신 건 더더 잘 하셨다”고 말하는 건 그래서다.

신참으로 들어온 송혜리나 한정오는 아마도 자신들이 선택한 경찰 일이 이런 것이었다는 걸 미처 알지 못했을 게다. 어디서도 그 실상이 보여지기 보다는 그 막연한 이미지들만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실상을 마주한 그들은 흔들린다. 계속 이 지구대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만두려고도 마음먹고 국비유학으로 해외에 나갔다 돌아와 다른 곳에서 일하고도 싶어진다. 

영화에서나 보던 액션 히어로 경찰? 그런 건 없다. 한 사람으로서 누군가의 죽음을 가까이서 계속 보게 되는 이들은 트라우마에 고통스러워한다. 하지만 이삼보가 말하듯, “그래도 어쩌겠어. 경찰인데 사건 사고 나면 가야지”라고 말하며 현장으로 뛰어간다. 아기가 유기되었다는 제보를 듣고 그토록 힘들어 도망치고픈 현장을 뛰고 또 뛰는 모습을 통해 한정오는 어떤 의문을 느낀다. 그건 단지 직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 생명을 구하겠다는 마음이 더 앞서 나오는 행동이 그 트라우마조차 이겨내게 한다는 걸 보여준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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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배성우·배종옥, 최고의 경찰부부가 중징계라는 건

“짜증나 진짜. 앞으로 나보고 열심히 살란 소리 하지마. 맞잖아. 엄마 아빠처럼 열심히 살면 뭐하냐? 결과가 고작 이건데. 솔직히 말해서 엄마 같은 정직한 경찰이 어딨냐? 근데 그런 사람들한테 조직이라는 게 상은 못줄망정 중징계나 주고.”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에서 오양촌(배성우)의 딸 오송이(고민시)의 볼멘소리에는 잘못된 세상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부모에 대한 존경이 들어있다. 표현은 제 아버지를 닮아 퉁퉁거리지만 그 말 속에는 열심히 살았고 정직하게 살아온 경찰로서의 아빠, 엄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있는 것. 

동네에 출몰한 연쇄강간범을 힘겹게 잡았지만, 너무 늑장수사를 했다는 여론에 경찰이 질타를 받자, 수뇌부는 비겁하게도 이 사건을 해결한 안장미(배종옥)를 희생양으로 내세운다. 자기들 모가지 지키려고 안장미에게 모든 책임을 떠안겼던 것. 사실상 특별수사팀을 일찌감치 꾸리자고 했던 건 안장미였고,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던 건 그 윗사람들이었다. 

물론 남녀 성차별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이야기한 건 아니지만, 안장미를 희생양으로 세우는 그 자리에 있는 윗사람들이 모두 남자들이라는 점은 에둘러 이 문제를 부각시킨다. 현장을 뛰며 힘겹게 그 자리까지 올라온 안장미지만 비겁한 윗사람들의 책임 떠넘기기로 그는 그간의 고과들을 모두 날리게 되어버렸다. 억울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 안장미를 이혼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후로 더 살가워진 전 남편 오양촌이 위로한다. 그러고 보면 오양촌 역시 억울하게 중징계를 먹었다. 바다에 뛰어든 사람을 구하러 뛰어들었지만, 그가 잘못된 줄 알고 따라 들어간 사수가 목숨을 잃고 그는 억울하게도 음주상태였다는 누명까지 뒤집어썼다. 오양촌은 “대한민국 최고의 경찰부부”가 둘 다 “중징계”라며 허탈한 마음을 애써 웃음으로 털어내려 했다. 

<라이브>는 물론 경찰들의 ‘실상’을 담는다는 기획의도에 따라 그런 인물들의 이야기가 주로 다뤄지고 있다. 그래서 모두가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테지만, 여기서 한 가지 보이는 점은 분명하다. 일선에서 뛰는 경찰들이 힘겨워지는 건 그 사건현장도 현장이지만 경찰들에게 불리한 법 조항이나 경찰 내의 부조리한 시스템들 때문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나쁜 놈들을 때린 죄로 독직폭행으로 경찰직을 파면당하고 경비원을 전전하며 살아가다 주민의 차를 대신 주차하려다 사고까지 내자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는 경찰의 이야기나, 경찰서에서 자해한 주폭 때문에 독직폭행 누명을 쓰게 된 경찰 때문에 병원을 찾아가 무릎까지 꿇는 경찰들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들이 이렇게 된 건 어찌 보면 열심히 일했던 것 때문이 아닌가.

대장암에 걸렸지만 동료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얘기하지도 못하는 지구대장 기한솔(성동일). 그가 수술을 통해 말기가 아니라 1기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소식을 들은 경찰들이 모두 환호하는 장면은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남긴다. 암을 피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두가 기뻐하는 모습. 거기에는 암 걸리게 만드는 현실에 억울해도 어느새 익숙해져버린 그들의 쓸쓸한 모습 같은 게 묻어난다. 

그런데 이게 어디 경찰사회에서만의 이야기일까. 아마도 권력이 스며들어 있는 우리네 사회 시스템 속에서는 어디서나 발견되는 일일 게다. 저 오양촌의 딸이 하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하지 않을까. “열심히 살아봐야 뭐하냐”는 이야기를 우리의 후세들의 입을 통해 듣지 않으려면.(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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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빵생활’, 박해수에게 배우는 슬기로운 위기대처법

주인공인데 이토록 무뚝뚝하기도 참 어려울 듯하다. tvN 수목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주인공 김제혁(박해수)은 말보다는 행동을 더 많이 보여준다. 그래서 침묵 속에서 표정조차 잘 변하지 않는 이 인물은 평상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이렇게 무뚝뚝하고 어떤 면에서는 무뎌 보이는 인물이 이토록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김제혁은 자신에게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어쩌다 감옥까지 오게 됐지만 그는 마치 바보처럼 무덤덤해 하고 그다지 아픈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그건 그가 무감해서가 아니다. 다만 그런 아픔들이 있어도 그걸 버텨낼 만큼 강인한 정신의 소유자라서다. 자신보다 오히려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이 더 아플 것을 먼저 생각한다. 

왼쪽 어깨를 다쳐 은퇴선언까지 했던 야구를 다시 오른쪽 투구로 바꿔 재기에 성공한 김제혁은 복귀 소식에 구단들이 전부 러브콜을 하는 상황에서 의외의 조건을 내건다. 계약금 같은 현실적인 부분이 아니라, 언론 플레이를 잘 하는 구단을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것. 알고 보면 그것이 결국 동생 제희(임화영)를 위한 일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성폭행을 당할 뻔했던 제희의 이야기가 자신 때문에 거론되는 걸 원치 않았다는 것이다. 

무뚝뚝하고 그래서 야구 빼고 나면 바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마음 씀씀이나 생각이 굉장히 치밀하고 섬세하다는 걸 이 에피소드는 말해준다. 이런 모습은 그가 처음 구치소에 들어갔을 때 돈을 요구하는 조주임(성동일)을 뿌리치고 대신 법자(김성철)의 어머니의 병원비를 대주는 이야기 속에서도 등장한다. 훈훈한 이야기지만 김제혁이 하는 일들은 이처럼 드러내지 않고 진행된다. 

하지만 일단 결심이 서면 무시무시할 정도로 자신을 밀어붙이고 준비하는 게 바로 김제혁이다. 오른손으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부터 그는 감옥에서 강행군에 돌입한다. 쉴 틈 없이 체력훈련과 투구훈련을 하고 친구인 교도관 준호(정경호)가 슬쩍 건네는 술 한 잔도 거부한다. 그만큼 무언가를 하기 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끝없이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는 한없이 혹독하다는 것. 

그러면서도 얻을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활용할 줄 아는 ‘인간관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자신에게 팬심을 가진 소장을 ‘형’이라고 부르고 그가 그토록 원하는 언론플레이를 자신을 통해 슬쩍슬쩍 하게 해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해 얻어내기도 한다. 곰인 줄 알았더니 처세술에서는 여우였다는 것. 

하지만 무엇보다 김제혁이 가진 가장 큰 슬기로움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삶의 방식이다. 어머니의 병환을 도운 일로 법자는 영원히 그의 사람이 된다. 무엇보다 같은 감방에 사는 식구들의 마음을 얻은 김제혁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기 상황 속에서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 다시 돌아와 호시탐탐 김제혁을 노리는 똘마니(안창환)로부터 감방 사람들은 제혁을 보호하려 나선다. 장기수(최무성)는 완력으로, 한양(이규형)은 약에 대한 지식으로, 유대위(정해인)는 군인다운 주도면밀함으로 그를 돕는다. 타인을 도와 자신을 돕게 하는 김제혁의 삶의 방식은 그가 그 힘겨운 나락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이 된다. 

그런 그를 알아봐준 건 넥센 히어로즈였다. 스카웃 담당자는 준호가 보낸 김제혁의 투구영상을 통해 그가 완벽하게 재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다는 걸 확인하고는 단도직입적으로 조건을 수락하고 계약을 진행한다. 김제혁이 가진 스토리가 사실 많은 구단들이 영입을 원하는 이유였지만 이들은 그의 실력을 먼저 본 것. 그는 자신들이 “신파가 아닌 실력”을 원한다고 말한다. 

신파가 아닌 실력. 어쩌면 이건 김제혁이라는 인물이 지금 같은 혹독한 현실 속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결심을 하면 무섭게 준비해 실력을 갖추는 것. 그리고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을 도와 자신을 이롭게 할 줄 아는 것. 현실을 한탄하는 신파에 빠져들기보다는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실력으로 넘어서는 것. 그것이 우리가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조금 독특한 주인공 김제혁에게 빠져들게 되는 그만의 매력이 아닐까.(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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