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과 투표가 해줄 수 있는 일

 

바야흐로 '투표의 시대'. 우리는 이제 어디서든 투표를 만나고 투표를 행하고 그 투표가 미치는 영향을 목도하며 살고 있다. '슈퍼스타K2'는 투표로 우리들의 스타를 우리들의 손으로 뽑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렇게 허각 같은 스펙은 없어도 실력이 뛰어난 인재를 당당히 무대 위에 설 수 있게 해주었다. '위대한 탄생'의 투표는 백청강 같은 조선족 동포를 그 맨 꼭대기에 오를 수 있게 해주었고, '나는 가수다'의 청중평가단들은 투표를 통해 임재범이나 박정현, 윤도현, 김범수 같은 레전드 중에서도 레전드를 재발견하게 해주었다.

 

 

'슈퍼스타K'(사진출처:엠넷)

우리는 이 투표 시스템을 통해 투표가 가진 공정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슈퍼스타K2'에서 우리가 허각에 투표한 이유는 세상이 얼마나 스펙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처절히 느꼈던 탓이었을 게다. 변변히 교육도 받지 못했고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면서도 음악을 놓지 않았던 그 진심을 우리는 봤고, 그래서 적어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그가 오로지 실력만으로 공정하게 정상에 서기를 바랐다. 그리고 그 투표가 실제로 현실이 되는 것을 우리는 지금도 무대에 선 그를 통해 보고 있다.

 

또 겉으로는 투표 시스템을 세워두고 마치 공정하게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 결국은 연줄에 의해 제 자식 챙기듯 이뤄지는 영향력 있는 자들의 사심에도 우리는 문제제기를 해왔다.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들이 동시에 심사를 하면서 빚어진 '내 자식 챙기기'에 대해 비판여론이 들끓었던 것은 그것이 현실의 줄과 관계에 의해 구조화되는 권력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실력이 아니라 관계에 의해 조성되는 그 유착에 대한 민감한 반응은 그만큼 우리들이 현실에서 얼마나 자주 그런 상황에 좌절했던가를 말해주는 대목일 것이다.

 

의견을 묻지 않고 제멋대로 투표 시스템을 무시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대중들은 분개했다. '나는 가수다'에서 김건모가 투표에서 탈락이 결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도전을 하려던 것을 우리는 여론을 통해 거부했고, 그렇게 김건모와 재도전을 결정했던 PD 역시 동반 하차하게 했다. 물론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투표란 어쩌면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그 규정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대중정서는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그만큼 투표를 대중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서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전성시대는 어쩌면 투표에 갈급한 대중들의 갈증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힘 있는 자들의 권력에 의해, 또 그들이 공고하게 만들어놓고 그 누구도 진입하기 어렵게 구축해놓은 네트워크에 의해, 또 어쩌면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선별된 정보의 힘에 의해 제멋대로 농단되고 있는 현실에서, 대중들은 어쩌면 이 자그마한 프로그램 안에서라도 자신들이 투표한 이가 그 꼭대기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전성시대는 거꾸로 대중들이 투표를 통해 누군가를 지지함으로써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좌절되곤 했던 현실의 욕망을 채우려는 욕구에서 비롯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한 투표가 물론 세상을 바꾼 것은 아니어도 적어도 자그마한 현실을 바꾼 것만은 분명하다. 그만큼 투표는 일상화되었고, 그 일상화된 투표는 현실이 되었다. 이제 이렇게 우리가 축적해온 경험들을 통해 이제 좀 더 큰 현실을 꿈꾸어야 하는 시간이다. 누군가에 의해 기획되고 주어진 삶을 살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기획하는 삶을 살 것인지는 우리 손에 달렸다. 큰 꿈에 좌절했기에 작은 꿈에 투표해왔던 우리들이라면, 이제 그 작은 꿈이 투표를 통해 실현되었듯이, 큰 꿈 또한 그러할 것이라는 걸 알 것이다. 우리는 바야흐로 투표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이 그 시간이다.


김성주, 신동엽, 이덕화, 오디션에서 보니 달라 보이네

'키스앤크라이'(사진출처:SBS)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요구하는 MC의 자질은 그 리얼한 상황 속에서의 대처능력이다. 순간 지나치는 상황을 재조명해주는 능력이나, 그 상황을 확장시키는 리액션 능력이 그런 것들이다. 전자에 강한 인물이 유재석이라면 후자에 강한 인물이 강호동이다. 이것은 리얼화된 토크쇼에서도 대체로 마찬가지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예능 MC 전성시대를 맞이한 것은 물론 그들의 성실성과 재능이 주효한 것이지만 한편으로 이 리얼 예능이라는 형식이 대세가 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물론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여전히 인기가 있지만, 최근 들어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은 또 하나의 새로운 예능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 환경 속에서 다시 주목되는 MC들이 있다. '슈퍼스타K'로 주목받는 김성주가 그렇고, 최근 '키스 앤 크라이', '불후의 명곡2' 등 신상 오디션 프로그램의 MC를 맡은 신동엽이 그렇다. 또 '댄싱 위드 더 스타'로 오랜만에 MC로 돌아온 "부탁해요"의 이덕화도 명불허전의 진행능력을 선보이고 있고, '코리아 갓 탤런트'의 신영일 MC나 노홍철도 주목된다. 이들의 어떤 능력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들을 더 빛나게 만드는 걸까.

'슈퍼스타K'의 김성주 아나운서는 스포츠MC로서의 경험이 대결국면을 갖기 마련인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장 필요한 자질이 되었다.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진행능력이 일품이다. '슈퍼스타K'에서 순위를 발표하는 순간에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시간을 끄는 건 자칫 잘못하면 비판받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김성주의 진행은 비판보다는 호평을 받을 정도로 이 긴장감을 잘 살려내고 있다. 심지어 "1분 후에 돌아오겠습니다"는 광고 고지로서 어쩌면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만들 공산이 있었지만 상황을 편안하게 이끄는 김성주의 위트로 오히려 유행어가 되었다.

'키스 앤 크라이'와 '불후의 명곡2'로 주목받는 신동엽은 특유의 밀당(?) 능력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자질이 되었다. 때론 깐죽대고 때론 부드럽게 농담으로 이어가는 그의 능력은 참여자들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경쟁구도의 오디션을 예능으로 되돌리는 효과를 발휘한다. '불후의 명곡2'의 대결에서 효린이 승자가 되자 아이유에게 달려가 껴안아주자, "방송이 사람들을 참 친하게 한다"고 농담을 하고는 "그런데 저 두 사람은 진짜로 친하다"고 다시 훈훈하게 분위기를 바꾸는 능력은 타인들이 하기 어려운 신동엽만의 자질이다.

'댄싱 위드 더 스타'로 돌아온 이덕화는 특유의 털털한 진행능력이 돋보인다. '댄싱 위드 더 스타'가 다루는 댄스 스포츠는 과거 '무한도전'의 미션으로 한 번 소개된 적이 있지만 그래도 서구적인 느낌이 나는 게 사실이다. 이덕화는 자칫 이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의 댄스 스포츠를 된장 냄새나는 정감으로 바꾸는 능력을 보인다. 최하점수를 받은 김장훈에게 "오늘 최하 점수가 나왔네요"라고 말할 때조차 편안함이 느껴지게 만드는 건 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밖에도 '코리아 갓 탤런트'의 신영일 아나운서와 노홍철 역시 주목되는 MC들이다. 신영일 아나운서가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간다면 노홍철은 참가자들의 입장에서 때론 기운을 북돋우고 때론 공감하는 역할을 해준다. 최성봉씨가 불우했던 과거사를 얘기하고 '넬라 판타지아'로 관객들을 감동하게 했을 때, 노홍철이 보여준 깊은 공감은 주목할만한 것이었다.

리얼 예능이 새로운 스타 MC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면, 이제 대세로 자리한 오디션 예능은 거기에 맞는 스타 MC를 요구하고 있다. 김성주, 신동엽, 이덕화는 그 가능성들이다. 그들의 밀고 당기는 능력과 긴장감 속에서도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진행능력은 이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주목되게 만드는 매력이다. 스타는 물론 그들의 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이처럼 시대를 만나야 빛을 발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수들이어서 가능한 드라마, '드림하이'

'드림하이'의 성장세가 심상찮다. 예상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브레이크 샷 역할을 한 배용준이 빠져나간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시청률 하락을 예상했다. 스토리가 그다지 새롭지 않은 데다가 이제 연기 신인들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돌들만으로 드라마를 꾸려갈 수 있을 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드림하이'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힘이 되는 걸까.

열쇠는 이 드라마가 가진 '슈퍼스타K'를 닮은 성장 드라마에 있다. '드림하이'는 어떻게 보면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그대로 드라마화한 듯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집안의 몰락으로 성악을 접고 기린 예고에 들어와 가수를 준비하는 고혜미(수지), 노래에 대한 열정과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지만 홀로 계신 어머니를 떠날 수 없어 그 실력을 숨긴 채 담봉리 깡촌에서 살아온 송삼동(김수현), 아버지로부터 조용히 살 것을 종용받는 사생아 진국(택연), 그리고 뚱뚱한 외모지만 노래에 대한 감성이 남다른 김필숙(아이유). 이들이 기린 예고에 들어오는 과정은 마치 '슈퍼스타K'의 치열한 예선 오디션을 연상시킨다.

따라서 드라마로서는 이 과정이 조금은 가볍고 코믹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슈퍼스타K'의 본격적인 시작이 '슈퍼위크'에서부터인 것처럼, 이 드라마의 진짜 시작은 이들이 기린 예고에 들어와 일련의 오디션 과정을 겪는 것에서부터다. 그래서 그들은 기린 예고의 무덤이라 불리는 입시반으로 내쳐지고 거기서 멘토라고 할 수 있는 강오혁(엄기준)과 양진만(박진영)을 만나 트레이닝을 받는다. '가사전달' 미션을 부여받은 이들이 진국의 선배인 박휘순의 치킨집을 찾아가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를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감정을 싣지 못하는 고혜미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아내 진국에게 마음을 담아 '겨울아이'를 부르는 장면은 '슈퍼스타K'가 순간순간 보여주던 정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연기경험이 일천한 가수들이 무더기로 출연하고 있는 이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이 드라마에 대한 어떤 믿음이 생기는 것은 바로 이런 순간들 덕분이다. 오히려 가수이기에 더 돋보이는 장면들이 '드림하이'에는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자칫 약할 수밖에 없던 도입부를 배용준이라는 배우가 채워 넣은 건 매우 적절했다 여겨진다. 배용준이 빠져나간 그 자리에 지금은 택연과 수지, 송삼동, 아이유가 들어서 있고, 첫 연기치고는 기대 이상의 매력을 발산하는 박진영 역시 이 '오디션 드라마'에 핵심적인 재미를 구성한다.

초반에는 어딘지 촌스럽다가 차츰 세련되어져 가는 그 과정은 '슈퍼스타K'가 가진 재미의 핵심이다. '드림하이' 역시 다르지 않다. 다만 이들은 이미 가수들이기 때문에 노래가 아닌 연기가 세련되어지는 과정이 더 주목된다. 택연은 아직까지 '신데렐라 언니'의 그 얼굴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연기력 이전에 매력이 있는 연기자다. 연기력보다 매력이 더 중요해진 요즘 같은 드라마 현실에서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을 갖고 있는 셈이다. 고혜미 역할을 해내고 있는 수지는 무표정한 얼굴에서 차츰 표정 있는 얼굴로 변해가는 연기를 선보인다. 수지는 무표정한 도도함에서 매력을 찾기 어려운 얼굴이다. 따라서 그녀가 '겨울아이'를 부를 때의 그 표정있는 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뚱뚱한 캐릭터에서 시작해 차츰 3단 변신을 해가는 아이유는 캐릭터 자체가 좋다. 이 캐릭터는 저 '미녀는 괴로워'에서 이미 그 폭발적인 힘을 선보인 바 있다. 그만큼 기대감을 갖게 한다는 얘기다. 박진영은 의외의 발견이다. 귀차니스트지만 열정을 숨기고 있는 양진만이라는 캐릭터는 어찌 보면 박진영 그 자신 같다. '말하는 듯' 부르라는 그의 주문은 그가 늘상 주장하던 창법이 아닌가. 그 밖에도 노래와 춤만으로도 어떤 확실한 아우라를 만들고 있는 우영, 그리고 아이돌들 중에서 유일하게 연기력으로 승부하고 있는 악역 함은정도 '드림하이'의 잠재력 중 하나다.

어딘지 세련되지 못한 창법을 가진 오디션에 온 가수지망생 같은 모습으로 시작한 게 바로 '드림하이'다. 하지만 오디션에서 선택되는 이유는 화려한 창법이 아니라 음색이나 목소리 자체가 가진 잠재력 때문이다. '드림하이'가 지금 그렇다. 이 드라마는 초반 세련되지 못한 드라마로 시작했지만 차츰 그 숨겨진 잠재력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연기자들이 하지 못하는, 오히려 가수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드라마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 새로운 접근방법에서부터 비롯된다. '드림하이'의 잠재력은 바로 그 '드림하이'만의 개성에 숨겨져 있다.

'슈퍼스타K2'에서 '영애씨', '야차'까지 무시못할 케이블 저력

지상파에서 금요일은 피해가야 할 편성 시간대로 인식된다. 주5일 근무제로 금요일부터 주말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시청률은 평소의 반으로 뚝 떨어진다. SBS는 그 빈 땅(?)을 차지하려고 과거 금요일에 두 시간 연속으로 유일하게 드라마를 편성하는 파격을 보였지만 그다지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결국 드라마 편성은 폐지되고 좀 더 캐주얼한 교양 프로그램이나 예능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지상파의 금요일 시청률 성적표는 고만고만하다. 일일드라마나 뉴스를 빼놓고 지상파 금요일 시청률은 10%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케이블은 다르다. 엠넷에서 방영된 '슈퍼스타K2'는 금요일 밤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시청자들은 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때론 울컥 감동까지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TV앞에 모여들었다. 케이블 사상 전무후무한 14%대의 시청률을 기록한 이 프로그램은 금요일의 시청 패턴까지 흔들어놓았다. 굳이 그저 그렇게 편성된 지상파를 보느니 완성도 높은 케이블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OCN에서 금요일 밤 12시에 방영되고 있는 '야차'는 드라마판 '슈퍼스타K'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놓은 드라마. 첫 회에서 최고시청률 3.5%를 기록했다. 케이블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케이블이라서 가능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에 영상과 대본에 있어서의 완성도를 더했기 때문이다. '야차'는 미드 '스파르타쿠스'의 감각적인 영상을 조선시대 버전으로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살점이 날아가고 피가 튀는 장면들조차 지극히 자극적이지만, 그 자극적인 장면들을 영상에 담는 방식은 대단히 미적이다.

tvN에서 금요일 밤 10시에 편성된 '원스 어폰어타임 인 생초리'는 김병욱 사단이 만들었다는 입소문을 타고 처음부터 화제가 되었다. 첫 방송에서 분당 최고 시청률 2.3%를 기록한 이 시트콤은 김병욱 사단 특유의 톡톡 튀는 캐릭터가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있다. 일주일에 한 편을 한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빨리 빨리' 금요일이 오기를 기다리게 만드는 시트콤이다.

시즌8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갖고 있는 '막돼먹은 영애씨'도 금요일 밤 11시 tvN에서 방영된다. 최초의 시즌제 드라마인데다, 다큐드라마라는 독특한 형식도 이례적인 이 드라마는, 확실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시즌8의 첫 방 시청률은 역시 2.19%. 과거 1% 넘기기 힘들던 케이블 시청률을 생각해보면 대단히 높은 시청률이라고 할 수 있다.

지상파가 금요일 밤을 전전긍긍할 때, 케이블이 그 빈자리를 파고들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금요일이라는 독특한 시간대 때문이기도 하다. 금요일은 다른 요일과 달리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시청자들에 의해 프로그램의 성패가 갈리는 시간대다. 관성적인 시청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보다 확실한 콘텐츠 경쟁력이 있다면 오히려 기회의 시간대가 되는 셈이다. 이것은 지상파에도 똑같은 기회로 작용한다. 'MBC스페셜'이 다큐로서는 예외적으로 꾸준히 10%대의 시청률을 차지하고, '아마존의 눈물'은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에도 금요일이라는 시간대는 분명 작용을 했을 것이다.

'슈퍼스타K2'의 이례적인 성공 역시 어쩌면 금요일이라는 시간대가 중요했다고 보여진다. 그러고 보면 금요일은 케이블로서는 지상파와의 어떤 장벽이 한껏 낮아지는 그런 마법의 시간대인 셈이다. 그리고 이런 패턴이 점점 고착화되면 금요일이라는 작은 틈새를 비집고 케이블이 지상파의 아성을 파고드는 상황은 그리 비현실적인 일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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