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네 식구들>, 비정상 캐릭터들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

 

드라마를 보면서도 공분이 생긴다? <왕가네 식구들>에 대한 대중들의 정서다.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가 늘 그러하듯이 <왕가네 식구들>에도 여지없이 찌질함의 극치와 도저히 이해 안 되는 울화통 캐릭터가 등장한다. 딸 차별하는 엄마 앙금(김해숙)과 정신병자에 가까운 사치와 과시욕으로 살아가는 첫째 딸 수박(오현경)이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왕가네 식구들(사진출처:KBS)

엄마와 딸이 세트로 거의 정신병에 가까운 막장 짓을 해대니 다른 가족이 정상적일 수가 없다. 이앙금의 차별로 둘째 딸 호박은 늘 구박당하는 자신에 익숙할 만큼 피해의식에 절어 있다. 먹을 거 안 사먹고 지독하게 돈을 모아 집을 샀지만 엄마와 언니는 축하해주기는커녕 비난만 한 가득이다. 마침 수박네가 사업에 망해 힘겨워하는데 혼자만 살 궁리한다는 것. 이름이 벌써 수박과 호박이니 이건 아예 작가가 대놓고 차별하겠다 선언한 캐릭터들이나 마찬가지다. 호박에 줄 간다고 수박이 안 된다는 얘기.

 

수박의 남편 민중(조성하)은 사업에 실패해 택배 사업에 뛰어들어 돈 몇 만 원 벌려고 달동네를 허리가 부러지도록 뛰어다니지만, 아내 수박은 이런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채를 빌려 3백만 원이나 하는 유모차를 사고 초라한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모텔에서 지낸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것 무엇이든 하라고 장인 왕봉(장용)이 말하자 민중은 운동장에 드러누워 오열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수박 때문에 남편도 정신병자가 되기 일보직전이다.

 

이런 민중에게 장모라는 사람은 보듬어주기는커녕 차라리 헤어지라는 막말을 해댄다. 이렇게 제멋대로인 여자를 아내로 둔 왕봉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게다가 그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감선생님이다. 은퇴를 코앞에 두고 있지만 이런 가족을 보며 막막한 생각밖에 더 들겠는가. 그나마 이 가족의 버팀목으로 서있는 자신이기 때문에 정작 자신의 고민은 아무에게도 토로하지 못한다. 그 역시 언제 쓰러질 지 알 수 없는 아슬아슬한 인물이기는 마찬가지.

 

한편 허세만 가득한 호박의 남편 허세달(오만석)은 장모의 차별대우를 똑같이 받아오면서 아내가 집을 사자 기고만장하고 있는 중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등장하진 않았지만 이 캐릭터는 장차 조강지처 호박을 놔두고 바람이 날 모양이다. 호텔 상속녀 은미란(김윤경)이 대놓고 들이대기 때문인데, 왜 그녀가 허세달에게 그러는지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결국 호박의 뒤통수를 치는 불륜 행각으로 대국민 울화통을 터트리려는 캐릭터라고 밖에.

 

<왕가네 식구들>은 정상이 아니다. 엄마가 정상이 아니니 자식들이 정상일 리 없고, 그들과 가족으로 얽힌 인물들이 제 아무리 정상적으로 살아보려 해도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온 가족이 비정상적인 상태로 빠져들게 되는 것. 실로 한 가족에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를 가진 이가 있을 때 그만이 아니라 온 가족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그 관계가 타인까지 비정상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청자는 어떨까. 시청자들에게 일일드라마가 주말드라마 같은 가족드라마들은 일종의 유사가족 관계를 형성한다. 집에서 온가족이 둘러 앉아 이들 가족드라마를 보면서 때론 공감하고 때론 혀를 차는 건 그 때문이다. 물론 갈등 없는 가족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것도 어느 정도다. 정신병에 가까운 인물들이 끊임없이 울화통을 터트리는 행동들을 보여주는 것이 드라마 속 캐릭터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똑같이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정신병적인 양태를 극단으로 보여주는 드라마는 그걸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주말 저녁, 온 가족이 모여 있는 시간에 왜 KBS 같은 공영방송이 이런 비정상적인 가족의 행태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물론 훈훈한 가족이야기만을 그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지금의 대중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가족의 문제도 표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차츰 진행되면서 어떤 갈등의 해결이나 화합의 분위기를 만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드라마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에서 결과가 정상적이라고 해도 과정 대부분이 비정상적이라면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다.

 

물론 백분 양보해서 이런 가족들도 분명 실제로 있을 것이다(아니 어쩌면 많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기획의도에 연어족, 갱거루족, 처월드, 편애, 학벌지상주의 등을 예로 들며 이것이 2013년 현실적인 가족의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게 진짜 현실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기획의도에 적혀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가 ‘현실에 지치고 피곤한 우리들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줄 통쾌한 웃음과 진한 감동’을 주고 있는 지는 미지수다. 혹 이것은 명분일 뿐 시청률이 진짜 목표는 아닌지. 살기도 힘겨워 죽겠는데 공영방송의 드라마마저 심지어 공분의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투윅스>, 진정 다 가진 드라마였던 이유

 

<투윅스>가 종영했다. 종영했지만 이 놀라운 드라마가 헤집고 간 파문은 꽤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을 듯하다. 우리네 드라마 현실에서 이처럼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성을 가진 작품을 시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투윅스>는 우리네 드라마에서 좀체 성공하기 힘들다는 스릴러 액션을 다루면서도 그 안에 가족드라마의 문법을 성공적으로 묶어낸 작품. 게다가 그 안에 우리네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준엄하게 꾸짖는 시선까지 담아놓았다.

 

'투윅스(사진출처:MBC)'

2주라는 짧은 시간을 나눠 하루를 한 회 분량으로 풀어내는 형식미는 이 드라마의 시간을 훨씬 더 숨 가쁘게 만들었고 그 2주를 끝없이 뛰어다니던 장태산(이준기) 옆에 늘 함께 하는 딸 수진(이채미)을 판타지로 엮어내는 방식은 탈주극이 가족드라마의 테두리 안에 온전히 놓여질 수 있게 해주었다.

 

어찌 보면 이 드라마는 가족의 의미라는 통상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범죄자의 가족, 이를테면 김선생(송재림)과 한치국(천호진), 조서희(김혜옥)와 그의 장애를 가진 아들까지 가족 이야기를 확장함으로써 그 의미를 사회적인 시각으로 넓혀놓았다.

 

즉 자신의 가족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타인의 가족을 걱정하는 장태산과 그 주변 인물들(임승우(류수영) 같은)이 있는 반면, 제 자식만을 챙기려 타인을 불행에 몰아넣는 조서희 같은 인물이 있고, 뒤늦게라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김선생 같은 인물이 각각 사회적인 틀 안에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되묻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가족주의가 가진 이중성이다. 모두가 자신 때문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였다고 말하곤 하지만 그것이 가족의 테두리 안에만 머물 때 가족주의는 가족 이기주의가 된다. 마지막 회에 이르면 <투윅스>는 그래서 가족의 범주를 확장시킨다. 수진이는 사실상 두 명의 아버지를 갖게 된 것이고 박재경 검사(김소연)는 장태산 가족과 유사가족 형태를 이룬다. 장태산에게 살갑게 같이 살지 않겠냐고 묻는 한치국 역시 또 하나의 가족인 셈이다.

 

이렇게 가족의 의미가 사회적으로 확장되자 드라마는 좀 더 사회성 있는 울림을 갖게 되었다. “내가 무서웠던 것도 니 마음이 약해서였고, 내 협박에 도망치지 못한 것도 니가 용기가 없어서였어. 선택은 니가 한 거라고 이 모자란 자식아.” 문일석(조민기)이 장태산(이준기)에게 던지는 이 말이 더 아프게 다가오는 건 5년마다 우리가 듣는 ‘선택’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조서희처럼 겉으로는 번지르르하게 저마다 국민을 외치지만 정작 국민은 없고 사적 이익만 있던 이들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겪었던가.

 

이 모든 불행이 저들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 때문이라는 것. “뭘 시켜도 찍소리 못하는 놈”이었기 때문에 장태산의 불행이 비롯됐다는 문일석의 비아냥은 그래서 그저 드라마의 한 대사로 여겨지지 않는다. 조서희라는 악역이 권력이 목표가 아니라 돈이 목표라는 건 우리를 더 암울하게 만든다. 권력이야 5년의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그렇게 착복된 돈은 두고 두고 서민들의 등골을 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문일석의 비아냥은 그래서 장태산을 변화하게 하는 동기가 되었다. 도망치기만 하던 장태산이 공세적으로 돌변해 문일석과 조서희 일당을 압박하게 됐던 것. 결국 마지막에 문일석과 장태산이 정 반대의 입장으로 바뀌었을 때 장태산은 자신의 선택이 용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다치는 걸 걱정해서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태산도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도 이 이주 간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 주변사람을 진정 걱정한다면 제대로 된 선택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토록 긴박한 탈주극에 이처럼 뭉클한 가족극이면서 동시에 이토록 날카로운 사회극을 한 작품 속에 녹여낼 수 있었던 건 결국 소현경이라는 작가 덕분이다. 이 작품을 쓴 소현경 작가는 이제 확실한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고 여겨진다. 주말드라마이면서도 미니시리즈의 긴박감을 엮어냈던 <찬란한 유산>으로 비로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녀는 <검사 프린세스>, <49일> 같은 밀도 있는 작품실험을 거쳐 <내 딸 서영이> 같은 국민드라마를 만들어냈지만 진정한 성취는 <투윅스>를 통해 이뤘다 여겨진다.

 

<내 딸 서영이>가 익숙한 가족드라마 속에서 특별한 지점들을 뽑아낸 작품이었다면 <투윅스>는 낯선 설정 속에서 익숙함을 균형 있게 맞춘 작품이라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물론 시청률에서야 <내 딸 서영이>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이런 실험적인 시도로 10% 시청률을 유지했다는 것은 놀라운 필력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소현경 작가 특유의 균형감각 덕분이다. 이 작가는 보편적인 시청층이 요구하는 드라마적 설정들(가족 설정 같은)마저 장르 속에 잘 녹이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좋은 드라마는 좋은 배우를 만든다. <투윅스>의 거의 모든 배우들이 호연을 펼쳤지만 그래도 이 드라마의 중심을 만든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이준기와 조민기를 말할 수 있을 게다. 이준기는 이 드라마를 통해 확실히 자신의 연기 영역을 넓혀놓았다. 아빠 연기를 제대로 소화해낸 이준기는 이제 좀 더 폭넓은 연기자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다. 한편 이 드라마의 사실상의 힘을 만들어낸 조민기의 악역 또한 상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두 연기자의 팽팽한 대결이 있어 <투윅스>는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동시간대 시청률 2위로 종영했지만 <투윅스>는 2등짜리 드라마가 아니었다. 대본과 연출과 연기가 그렇고,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가져간 점도 그러하며 또한 드라마가 던지는 사회적 메시지 역시 결코 작다 할 수 없었다. 시청률을 무시할 순 없지만 시청률만을 위해 만들었다면 아마도 이처럼 많은 성취들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투윅스>는 진정 다 가진 드라마였다.

은경표 PD에 강용석, 신정아, 뭐가 문제일까

 

경향신문이 단독 보도한 신정아의 방송MC 컴백 기사는 충격적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은경표 PD는 신정아를 4개월 간 쫓아다니며 출연을 확정지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고 한다. “여성으로 큰일을 겪은 만큼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출연을 결정했다.” “사고방식이 정돈되어 있고, 이런 프로그램에 적합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신정아(사진출처:SBS)

학력위조와 정권 측근과의 부절절한 관계를 겪고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신정아가 이런 ‘큰일’을 겪었기 때문에 ‘여성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건 사실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이것은 여성들 입장에서 들으면 오해의 소지마저 있다. 방송에 나오는 것조차 부적합한 인물이 여성을 대변한다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가.

 

‘프로그램에 적합한 캐릭터’라는 말은 이 프로그램이 도대체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지 궁금하게 만든다. 물론 범법자라도 갱생의 기회는 가질 수 있는 일이지만, 방송은 공공재의 성격도 띄고 있다. 따라서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 그것으로 세간의 입에 오르내린 결과 이름 석자를 알리게 된 이들이 바로 그 악명 때문에 방송에 출연할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자칫 심각한 사회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통위라는 조직이 있어 방송사를 심사하고 허가하는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은 방송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공공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니 TV조선에서 신설할 것이라는 토크쇼 <강적들(가제)>에 신정아라는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이 방송사가 가진 선정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이다. 시청률이 된다면 방송 윤리 같은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

 

게다가 이 <강적들>이라는 신설 토크쇼에는 여 아나운서 막말 비하 발언 등으로 국민 비호감으로 전락해 정치권에서조차 퇴출되었다가 최근 방송인으로 거듭나면서 ‘이미지 세탁’ 논란에도 휘말렸던 강용석 변호사의 이름도 들어있었다. 물론 강용석 변호사는 이 제안을 고사했다고 밝혔지만. 이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은경표 PD 역시 만만찮은 이력(?)의 소유자다. 10대 성폭행 혐의는 물론이고 연예 기획사로부터의 각종 수뢰 혐의 등으로 연예계 비리 수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이 아닌가.

 

그러니 PD부터 MC들까지의 면면을 보면 왜 가제가 <강적들>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보도된 내용을 통해 보면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인 이슈와 시사 문화 트렌드 등 다양한 주제의 토크쇼라고 밝히고 있지만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들에 오히려 포인트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들이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만들어낼 노이즈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94년에 제작한 <킬러 Natural born killers>에서 시청률이 된다면 살인자의 엽기적인 행각마저 생중계되는 방송의 선정성을 꼬집은 바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작인 <테러 라이브> 같은 영화도 라디오 청취율에 목매는 MC와 시청률을 위해서는 테러범과도 딜을 하는 극단의 방송 행태를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이것은 허구지만 이 허구가 허용되는 이유는 대중들이 작금의 방송사들이 보여주는 시청률 지상주의에 공감하기 때문일 게다.

 

TV조선은 < 강적들 > 이라는 가제를 가진 이 프로그램을 10월 중에 방송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시청률만 가져갈 수 있다면 이런 그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려낼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안타까운 작금의 방송 현실을 드러내준다. 도대체 어디까지 갈 것인가. 악명이라도 시청률이라면 누구든 허용되는 사회라면 심지어 저 올리버 스톤 감독의 <킬러>에 등장하는 킬러 미키(우디 해럴슨)를 꿈꾸는 이들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법이 어디 있을까.

‘시청률의 제왕’이 꼬집은 <최고다 이순신>, 그 실상

 

‘이 드라마는... 달리기에 지쳐있는 우리 사회에 위로와 희망,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기획되었다.’ 이 문구는 <최고다 이순신> 기획의도의 한 부분이다. 이 기획의도에는 행복이란 ‘더 많이 가진다고 더 높이 올라간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며’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건 ‘곁에 있는 사람의 소박하지만 진심 어린 사랑’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고다 이순신>의 기획의도는 이처럼 순수하고 심지어 소박하다.

 

'최고다 이순신(사진출처:KBS)'

아마도 이것은 진짜 <최고다 이순신>이 애초에 그리려했던 것들일 게다. 하지만 25일 종영에 즈음해 이 드라마를 되돌아보면 기획의도가 무색해질 정도로 방향이 엇나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라마가 애초 다루려던 것은 위로와 희망과 치유의 메시지였을지 모르겠지만, 실상 드라마가 계속 보여줬던 것은 막장에 가까운 엄마들의 부모로서 해서는 안될 패악이 대부분이었다.

 

이것은 어쩌면 애초에 ‘출생의 비밀’을 드라마 전체의 동력을 삼은 시점부터 어쩔 수 없는 엇나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순신(아이유)의 아버지가 그녀의 친모인 송미령을 구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부터, 아니 이순신의 친모가 그녀를 키워준 김정애(고두심)가 아니라는 것에서부터 야기된 것이었다. 친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부터 이순신은 그래서 가시밭길을 걷게 된다. 처음에는 김정애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다음은 둘째 언니인 이유신(유인나)가 노골적으로 그녀를 구박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드라마의 상반기가 지나가고 중반에 이르게 되면 이제 친모인 송미령의 패악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친모인 줄 모르고 이순신을 배신하고, 후에 친모임을 알게 된 후에는 딸의 입장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자기 욕심만 채우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놀라운 일이지만 이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전체 내용이나 다름없다. 중간에 이유신과 박찬우(고주원)의 반대를 이겨낸 전형적인 결혼이야기가 들어있고, 이혼한 이혜신(손태영)의 전남편과의 갈등과 새 남자 서진욱(정우)과의 어디서 많이 보았던 로맨스가 들어있을 뿐이다. 이렇게 새로운 내용이나 메시지 없이 달려온 50부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어떤 가치나 의미를 창출해내지 못하는 드라마가 결국 가지려는 의도는 시청률로 귀결된다. 적당한 가족 드라마적 요소와 신데렐라 스토리를 섞고 그 안에 이른바 시청률을 위한 공식적인 설정들을 집어넣으면 괜찮은 시청률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안이한 선택. 이런 선택이 가능한 것은 이 편성 시간대가 사실상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KBS 주말 저녁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최고다 이순신>의 안이한 선택은 그만한 보상을 얻지는 못한 것 같다. 그간의 드라마들과 비교해 보면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현저히 떨어졌다.

 

아마 처음부터 이런 드라마를 쓰고 연출하고픈 작가나 연출자는 없을 테지만 이 드라마는 애초에 특별한 아이디어나 메시지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아이유와 조정석을 캐스팅함으로써 그 힘을 만들어내려 했지만 이야기가 받쳐주지 않는 드라마는 이들의 존재감마저 그다지 키워놓지 못했다. 아이유는 늘 구박의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고 쳐도, 조정석 같은 연기파 배우를 캐스팅하고도 이 정도밖에 활용하지 못한 데는 대본의 결함이 심각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흥미로운 건 같은 KBS의 <개그콘서트> ‘시청률의 제왕’이라는 코너에서 <최고다 이순신>의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냈다는 점이다. 드라마 제작자인 박성광은 드라마가 진행되는 걸 보면서 대뜸 이렇게 말한다. “주말드라마답지 못하게 이게 뭐야? 이래서 어머니들이 좋아하겠어? 어머니들이 좋아할만한 캐릭터 넣어서 한 번 가보자! 악녀!” 이 개그코너는 드라마에서 이순신을 선배라는 입장을 이용해 교묘하게 괴롭히는 최연아(김윤서)를 패러디하면서 심지어 “어어 재수 없어!”하고 감탄사를 내뱉는 박성광을 보여준다.

 

뜬금없이 대표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나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게 해주겠다며 보여주는 ‘엇갈림 삼종 세트’ 역시 그저 개그의 하나로 웃어넘길 수 없는 건, 그것이 실제로 <최고다 이순신>이 해왔던 시청률을 위한 장치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틀에 박힌 자극적인 공식들을 사용해 시청률이 올라가는 걸 보며 제작자인 박성광이 “아이고 재밌어. 아이고 재밌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그래서 웃음 뒤에 씁쓸함을 남긴다. 뭐가 재밌다는 말인가. 공식에 낚인 시청자들이?

 

종영에 즈음해 <최고다 이순신>이라는 드라마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 드라마는 어떤 면에서 최고가 되고 싶었던 걸까. 물론 최고의 위치에 오른다고 최고가 되는 건 아니라는 주제를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청률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틀에 박힌 공식만 반복하면서 이 드라마는 엇나가버렸다. 설마 ‘시청률의 제왕’이 보여주는 것처럼 시청률만 높으면 심지어 “재밌다” 생각하는 것일까. 이런 식이 계속된다면 주말극의 왕좌라는 자리조차 위태로워질 건 빤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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