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넌 가족을 지키려고 했어. 그러다 실수한 것뿐이야."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루미는 진우에게 그렇게 말한다. 

진우가 악령 귀마에게 영혼을 빼앗기게 된 건 가난과 굶주림 때문이었다.

루미는 그것이 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생존 상황에서의 실수일 뿐이라며

진우의 영혼은 구원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하지만 난 존재 자체가 실수지. 태어날 때부터 그랬어.

그러니까 난 믿어야 해. 너에게 희망이 없다면 나에겐 더 없을 테니까."

루미가 진우에게 희망을 거는 건, 그것이 자신에게도 희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악령과 무당의 피가 섞여 태어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자신은 그 자체가 실수라고 루미는 생각한다.

 

"위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난 네가 실수라고 생각안해."

진우가 건네는 이 말은 그가 루미를 생각하는 마음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있는 그대로의 그녀 자신을 사랑한다는 마음이 담겨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BTS가 노래에 담아 전 세계 아미들을 울린 그 메시지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메시지인 건 우연이 아니다.

 

지금껏 약하다고 다르다고 적다고 실수로 치부되던 존재들이

너도 나도 우리 누구도 실수가 아니라는 것을 

노래하기 시작한 이 시대에

러브 유어셀프만큼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을까. 

'싱어게인', 완벽한 무대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건

 

사실 JTBC 오디션 <싱어게인> 팀 대항전에서 1호 가수 벤티와 45호 가수 윤설하가 한 팀이 됐다는 사실은 기대와 더불어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무려 30년의 나이 차가 나는 데다 두 사람의 음악적 성향도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벤티가 걸 그룹의 곡들까지 망라해 춤과 노래가 가능한 끼를 가진 아이돌의 색깔이 짙다면, 윤설하는 과거 김창완과 꾸러기들에서 활동했던 모습 그대로 포크 가수의 면모를 갖고 있다. 그러니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합을 맞출 지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생길밖에.

 

게다가 이들이 뽑은 카드는 2010년대 곡이었다. 윤설하에게는 더더욱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벤티의 아이디어는 돋보였다. 첫 무대에서 외모 차별을 겪은 일화를 들려준 윤설하의 이야기를 떠올린 그는 2NE1의 '어글리'를 선곡했다. 윤설하 역시 젊은 세대들의 노래라고 해도 자신이 몰입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는 곡이라면 소화할 수 있을 거라 했다.

 

실제로 이 선곡은 주효했다. 송민호 심사위원의 말대로 윤설하의 목소리로 다시 들려지는 '어글리'는 2NE1이 부르던 노래와는 다른 느낌으로 전달됐다. 오롯이 윤설하의 이야기로 재해석되었던 것. 음정이나 박자 같은 노래의 기술적인 측면들은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래는 그런 기술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윤설하는 실제로 증명해보이고 있었다. 심지어 중간에 박자를 놓쳐 노래가 잠시 이어지지 못하는 큰 실수가 벌어졌지만, 벤티가 옆에서 도와주는 모습조차 무대를 더욱 감동으로 만들어줄 정도였다.

 

이런 일은 이들 팀과 대결한 '여자 양준일'로 자신을 소개했던 50호 가수 윤영아와 양준일의 '리베카'를 재해석한 무대로 호평 받았던 37호 가수 임팩트 태호 팀에서도 벌어졌다. 역시 나이 차이가 나는 이 팀은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를 선곡했지만 빠른 노래의 템포를 따라가기 힘들어했던 윤영아를 태호가 도와줌으로써 노래는 물론이고 춤까지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본 무대에서 가사를 놓치는 실수를 했지만 윤영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대를 마무리 짓는 모습으로 감동을 줬다.

 

두 팀 모두 완벽한 무대라고 할 수는 없었다. 실수가 있었고 노래도 완벽하다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완벽하지 않은 무대가 주는 감동은 분명히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보여주는 무대의 진정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결국 윤설하와 벤티 팀이 대항전에서 졌고 두 사람 모두 탈락하게 됐지만 그들의 무대는 이 날 최고의 무대로 기억됐다.

 

물론 팀 조합을 심사위원들이 함으로써 다소 무리한 방식으로 팀이 이뤄졌다는 비판은 공감 가는 면이 있다. 윤설하와 벤티의 조합도 그랬지만, 이날 방송에 나온 러브홀릭 지선과 유미 팀은 19년 지기 우정을 이어온 친구였지만 음악적인 성향은 너무나 달라 두 사람이 모두 돋보이는 무대를 보이기가 어려웠다. 이선희의 '불꽃처럼'을 선곡했지만 초고음을 뽑아내야 하는 그 곡은 감성보컬 지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지선의 탈락은 그래서 조합과 선곡에서부터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일 수 있었다.

 

<싱어게인>은 이처럼 다소 이질적인 팀 조합으로 보다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기 어려운 팀들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거나, 완전히 색다른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했고, 나아가 본 무대에서 실수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쉽지 않은 무대가 주는 감동은 분명히 있었다.

 

한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실수는 곧바로 탈락으로 이어지는 게 다반사였다. 특히 팀 대항전에서 한 팀원의 실수는 모두에게 민폐가 되는 일로 비판받기도 했다. 하지만 <싱어게인>은 실수를 해도 또 탈락을 해도 어딘가 훈훈한 감동을 주는 이상한 오디션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혹 우리는 완벽한 무대만이 최고의 무대라고 착각했던 건 아닐까. 완벽하지 않아도 그 노래하는 이들의 진정성이 묻어난 그런 무대가 최고의 무대라는 것. <싱어게인>은 그걸 보여주고 있다.(사진:JTBC)

'놀면 뭐하니', 그룹 활동에서 팀원이 실수를 저질렀을 때

 

 다소 들뜬 기분 탓이었을 게다. 린다G(이효리)라는 부캐로 제주 소길댁으로 살며 꾹꾹 눌러왔던 흥이 한꺼번에 빵 터지며 천하의 이효리도 실수를 저질렀다. 소녀시대 윤아와 함께 노래방에 간 걸 라이브 방송으로 공개했다가 일부 네티즌들의 시국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며 비판을 받았던 것. 이효리는 그 댓글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노래방을 퇴실했고 이후에 공식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굉장한 잘못이라기보다는 좀 더 세심하게 생각하지 못한데서 생긴 실수였다.

 

이효리의 린다G 놀이(?)는 지금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시도하고 있는 여름 시즌을 겨냥한 혼성 댄스 그룹의 핵심이다. 물론 '깡' 신드롬의 비가 막내로 합류해 싹쓰리라는 팀이 더 완성도 높게 탄생했지만, 누가 뭐래도 이번 프로젝트의 중심은 린다G가 세우고 있다. 이들이 신보로 내놓을 '다시 여기 바닷가'라는 곡의 가사를 쓴 린다G는 예전의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바 있다. 그 정서는 싹쓰리라는 팀이 가진 중요한 색깔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놀면 뭐하니?> 프로젝트 와중에 이런 실수를 저지르고 풀이 죽어 있는 이효리의 거듭된 사과와 그를 다독이고 위로하는 유재석, 비의 모습은 오히려 팀 결속력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비의 사무실에서 만난 이효리는 평소와는 달리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런 이효리에게 유재석과 비는 괜스레 농담을 걸며 분위기를 바꾸려 노력했다.

 

유재석은 놀리듯 "얼굴이 많이 상했는데"라며 그간의 이효리의 마음 고생을 슬쩍 꺼내놓았고, 비는 "굉장히 청순한 이미진데"라고 그걸 거들었다. 그러면서 유재석은 "데뷔하기 전에 다들 조심 좀 할게"라며 그런 실수가 또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걸 분명히 했다. 이효리는 "이제 린다 안할래"라며 부캐 놀이에 자신이 깊이 빠져들었다는 걸 시인했다.

 

"누나가 굉장히 강한 사람이잖아 아까 여기 앞에서 봤거든 너무 풀 죽어 있는거야. 나도 모르게 손을 이렇게 잡아줬어. 누나 괜찮아. 눈물이 여기까지 맺혀갖고..." 비가 그렇게 이야기해주자 유재석도 "린다도 사람"이라며 "우리 다 똑같은 인간"이라고 이효리를 위로했다. 이효리는 미안한 감정에 진짜로 눈물을 보였다. 팀에 누를 끼쳐서 되겠냐며 하차해 제주도 내려가야 겠다는 이야기까지 꺼내는 이효리에게 유재석은 또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농담을 던졌다. "너 없어지면 나랑 (비룡이) 지금 두리쥬와 해야 돼."

 

그 농담에 웃음이 터지지만 또 미안함을 느끼는 이효리에게 유재석이 던지는 위로의 한 마디가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든다. "아 이게 또 사람이 인생 살다보면 나한테도 그렇고 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지금껏 단 한 번도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며 살아온 유재석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비 또한 "이쯤 되면 여기서 꼴 보기 싫다고 누나가 말해줘야 하는데"라며 이효리가 린다G의 그 가시가 있는 장미 캐릭터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하지만 농담을 주고 받아도 이효리는 실제로 "좀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 팀 활동은 한 사람의 실수나 잘못이 다른 팀원들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유재석의 말대로 누구나 살다보면 실수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마음을 다잡고 그런 실수를 또 다시 저지르지 않는 것. 이때 팀원들의 위로는 함께 하는 팀이 왜 혼자보다 나은가를 증명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효리의 거듭된 사과와 유재석, 비의 진심어린 따뜻한 위로가 오히려 팀 결속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있듯이.(사진:MBC)

 

프로짐꾼 이서진 없다면 ‘꽃보다 할배’ 가능했을까

“미쳤지? 미쳤어.” 이서진이 베를린의 지하철에서 여러 차례 실수를 하자 나영석 PD가 짓궂게 몰아댄다. 이동하는데 특히 힘겨운 <꽃보다 할배>였다. 지하철 타는 곳을 잘못 찾아가 되돌아 나와야 했고, 내리는 곳을 잘못 알아 다시 급하게 타야 했으며,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 돌아가야 했으니 나영석 PD의 짓궂은 한 마디는 무안해할 이서진을 위한 질책이었을 게다. 그러자 어쩔 줄 몰라 하던 이서진은 그제서야 머쓱해진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 상황을 넘겼다. 어르신들은 질책을 하기보다는 허허 웃으며 그런 실수가 오히려 “재밌다”고 해주셨다.

그런 이서진이 ‘고장났다’고 제작진들이 말했지만, 베를린에서 프라하로 가는 길을 통해서 보니 그의 존재감이 남달랐다. 한 차례 실수를 해서 어르신들을 힘겹게 했으니 자신은 더 긴장했는지도 모른다. 베를린 중앙역까지 가는 지하철표를 사는 것 하나만 봐도 이서진의 중압감이 느껴졌다. 한 차례 해봤던 경험이라 혼자서라면 쉽게 했을 테지만 그만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의 시선이 못내 그를 긴장하게 하지 않았을까. 이서지은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에 맞춰 간신히 표를 끊는 긴박감을 만들었다. 

베를린에서 프라하까지 가는 기차 여정은 ‘건건이’ 김용건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번 여정에서 김용건은 ‘분위기 메이커’로서 또 다른 어르신들을 든든히 챙겨주는 조력자로서 이서진에게는 천군만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김용건은 그래도 막내로 더 어린 사람이 와서 이서진을 도와야 하는데 자신마저 부담을 지워준 것 같다며 몹시 미안해한다. 다른 어르신들이야 이서진의 역할이 얼마나 큰 가를 여러 차례 여행을 통해 이미 잘 알고 있지만 김용건은 처음 겪는 일이라 그의 부담감을 누구보다 무겁게 느꼈을 것이다. 

프라하에 도착하자 또다시 이서진의 고행(?)이 시작됐다. 숙소까지 가야 하는 일이 그에게는 ‘대모험’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택시로 이동한다”는 말에 반색하는 백일섭이었지만, 택시 타는 곳을 잘못 나와 다시 찾아가야 했고, 그 곳에서도 콜택시로 예약을 해야 택시를 잡을 수 있어 연실 전화를 하며 택시를 기다려야 했다. 혼자라면 별 일도 아니겠지만 어르신들 모두를 통솔해야 하는 입장이다.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두 대의 택시를 간신히 잡아 숙소까지 모두 무사히 도착하게 했지만, 이제 또 예약한 아파트먼트의 키를 받으러 가야 하는 길이 멀었다. 그런데 찾아간 그 곳에서 예약한 아파트먼트가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로 나뉘어 있고, 주소조차 택시를 내린 곳에서 떨어져 있다는 말을 들은 이서진은 돌아오는 발길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엘리베이터도 없이 계단을 올라야 하는 한 아파트먼트는 포기하고 겨우겨우 찾아간 다른 아파트먼트. 다행히도 그 곳의 숙소는 꽤 넓고 쾌적했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여행경로를 미리 파악해 어르신들이 헛걸음 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고, 편안한 숙소를 찾아내고 그 곳까지 가는 이 모든 일들이 <꽃보다 할배>에서는 대모험이었다. 그런데도 이 여행이 가능했던 건 이제 보니 나영석 PD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묵묵히 웃으며 일처리를 척척 해낸 프로 짐꾼 이서진 덕분이었다. 이서진이 호텔 키를 받으러 갔을 때 어르신들이 “이서진 없으면 이 여행 안돼”라고 했던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다음 날 아침, 호텔이 아니라서 이서진의 용돈(?)을 받아 어르신들이 각자 아침식사를 해결하는 그 과정에서도, 이서진의 부재가 가져온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가 없으니 식사 주문 하나 하는 것도 영 쉽지가 않았던 것. ‘젊은 짐꾼’ 하나 더 붙여서 이서진도 좀 편하게 해줘야겠다는 어르신들이 이야기가 허투루 느껴지지 않았다. 

이서진은 늘 툴툴대고 조금 엉뚱하게 되어버린 일 앞에서도 “내 잘못 아냐”라고 얘기하는 그런 캐릭터다. 그래서 그는 어르신들과의 여정에서 사실 굉장히 힘겨운 역할을 맡고 있지만, 그게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점은 예능 프로그램으로서의 <꽃보다 할배>가 쉽지 않은 여정에도 즐겁게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숨은 힘이 아닐까. 실로 어르신들 말대로 이서진이 없다면 이런 여행도, 이 프로그램도 쉽지 않았을 거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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