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의 승승장구, 포스트 코로나에도 바라는 건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시청률이 5%(닐슨 코리아)를 넘겼다. 지난 2018년 8월에 시작해 겨울 휴지기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1%대까지 떨어졌었다. 길거리에서 무작위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또 퀴즈를 내 상금을 주는 다소 실험적인 방식이었지만, 유재석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으로서 1%대 시청률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그해 겨울 휴지기를 지나면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프로그램을 재정비했다. 무작위로 이뤄지는 길거리 토크가 가진 불안감 때문에 퀴즈라는 형식을 넣어 거기에 집중했던 초기의 방식을 버리고, 토크에 더 집중하는 걸 선택한 것이다. 퀴즈는 토크를 함께 해준 분들에게 상금이나 선물을 주기 위한 장치 정도로 활용되었다. 시청률은 2%대를 넘겼지만 좀체 3%대에 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화제성은 더 높아졌고 호평도 쏟아졌다. 

 

그러다 지난 3월 시즌3로 돌아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코로나19로 인해 길거리로 나가지 못하는 위기상황을 맞이했다. 비대면으로 화상회의 카메라를 활용하기도 하고, 특정 장소로 특정 주제의 인물들을 섭외해 방송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이 비대면 콘셉트로 특정 주제를 설정하고 인물들을 섭외한 역발상은 오히려 이 프로그램에 기회로 작용했다. 

 

5월말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특집으로 드라마 속 인물의 실제 인물들로서의 의사들을 섭외해 보여준 방송이 3%대 시청률을 넘기며 화제를 모으더니, 목소리 특집의 아나운서나, 창업으로 성공을 한 CEO, 형사물 드라마나 영화의 실제 모델인 형사들, 개그맨, 법관 등등의 직업의 세계를 주제로 하고 그 카테고리에 맞는 인물들을 섭외한 것이 주효했다. 

 

'조선의 힙스터'나 'K콘텐츠' 특집에 이어 이번 '월드클래스' 특집 같은 세계에서 각광받는 대중문화는 물론이고 우리네 상품이나 콘텐츠를 주제로 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더욱 끌어올린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 시국에 늘 궂긴 뉴스들을 더 많이 접하는 대중들에게 이런 주제의 이야기들은 잠시나마 기분 좋은 소식들이 아닐 수 없었다. 

 

전 세계 군악대들의 축제에서 발군의 성악 실력으로 박수갈채를 받아 화제가 됐던 유영광 성악가나, 폴 매카트니의 전속 사진작가 김명중, 국내 최연소 바둑의 1인자 신진서 9단, 세계 4대 패션위크를 장악한 모델 최소라에 이어 유튜브 조회수 전 세계 1위를 기록한 아기상어를 만든 회사의 이승규 부사장, 일본의 시즈닝을 이긴 김치 시즈닝을 개발한 안태양 대표, K좀비 열풍을 만든 김은희 작가와 배우 주지훈까지. 이번 월드클래스 특집은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코로나 시국이라는 위기에 대처해 얼마나 새롭게 진화했는가를 보여준 사례였다. 

 

물론 '인생이란 무엇일까'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 출연했던 공유가 말했던 것처럼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초창기 시청률은 낮았지만 길거리에 만나는 보통 사람들과의 진솔한 대화가 여전히 그리운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래서 코로나가 지나고 나면 본래 보여줬던 길거리 토크쇼를 보고픈 시청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대면을 추구하며 카테고리화 한 변화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은 포스트 코로나라고 해도 과거의 길거리 토크쇼로 그저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의 방식들이 가진 강점들을 유지해야겠지만, 동시에 길거리 토크쇼가 주던 그 생생한 서민들의 이야기 역시 포스트 코로나에는 더해주기를 기대한다.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고 경험하게 된 비대면의 상황들은 포스트 코로나에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 거라는 전망들이 많다. 즉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코로나 시절에 경험한 비대면의 장점들을 이전의 방식과 균형 있게 맞춰나가는 방식이 현명하다는 것. 현재 코로나 시국에 역발상으로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는 <유 퀴즈 온 더 블럭>도 이런 서민들과의 대면과 비대면으로 하게 됐던 카테고리를 통한 방식을 어떻게 조화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포스트 코로나에는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사진:tvN)

‘사랑의 콜센타’, 고전적 포맷이지만 폭발력 생긴 건

 

TV조선 <사랑의 콜센타>는 어딘지 옛날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스튜디오에서 가수들이 앉아 노래를 하거나 이야기를 하고 여러 명의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이들이 앉아 있는 그 구성 자체가 그렇다. 제목도 ‘콜센터’가 아닌 ‘콜센타’이고 포스터를 통해 드러나는 글자 폰트도 의도적인 옛 느낌이 묻어난다. 어딘지 빈티지가 느껴지는 톤 앤 매너가 이 프로그램에는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어딘지 소소해 보이고 옛 감성이 묻어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 20%대(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거기에는 트로트 신드롬을 일으킨 <미스터트롯>의 주역들인 톱7(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이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어떤 오디션 프로그램보다 큰 화제가 됐던 <미스터트롯>이었고, 이미 팬덤까지 공고하게 만들어진 톱7이 아닌가.

 

그렇지만 신드롬의 주역이 모였다고 해서 그 후속프로그램이 거저 성공의 과실을 따내는 건 아니다. <미스트롯>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송가인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을 떠올려보라. <뽕따러가세>는 송가인이 전국을 찾아가 사연자들을 만나 노래를 불러주는 것으로 화제가 된 프로그램이었다. 다른 인물도 아닌 송가인인지라 최고 시청률 7.8%라는 수치는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13회로 종영하면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것은 너무 송가인을 혹사한다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방까지 찾아가면서 차안에서조차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송가인은 너무 열심히 해서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항간에는 송가인의 “뽕을 빼먹는” 프로그램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기도 했다.

 

<미스터트롯>의 대성공으로 여기서 배출된 스타들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묶어낼지 관심이 컸던 게 사실이지만, 마침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콘서트도 프로그램도 쉽지 않게 되어버렸다. 사실 가수들, 그것도 트로트가수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대중들과의 접점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노래를 부르고 호응해주는 대중들이 주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상황, 그래서 대규모 관객들과의 접점이 어렵게 된 상황은 역발상을 요구하게 되었다. 스튜디오에서 전화로 사연자들과 연결하고, 그들이 원하는 가수를 통해 노래를 들려주며 상품도 전하는 그런 방식. 이건 어찌 보면 라디오에서 주로 하는 방식이고, 거의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이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던 과거 예능의 방식이다.

 

그런데 워낙 출중한 가창실력들을 갖춘 톱7이 신청곡을 받아 불러주는 노래의 수준이 상상 이상인데다, 한 명의 사연자를 위해 온전한 시간을 제공한다는 판타지는 시청자들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불효자는 웁니다’로 어르신을 울려버리는 정동원의 믿기 힘든 감성과, ‘데스파시토’ 같은 곡도 자기 색깔로 소화해내고 ‘상사화’로 순간 사극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는 임영웅, 구수한 청국장 보이스로 ‘공’이라는 곡을 통해 인생의 허허로움을 전하는 이찬원 등등. 단 한 명의 신청자가 감동하는 것이지만, 그 어떤 대규모 관객들의 반응보다 더 크게 시청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코로나 19 앞에서 <사랑의 콜센타>가 보여준 역발상은, 지금 우리가 ‘온라인 탑골공원’에 열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걸 떠올려보면 신박하기 이를 데 없다. <사랑의 콜센타>는 아예 옛 감성의 노래 프로그램을 가져와 ‘전화 연결’이라는 더더욱 아날로그적인 형식으로 포장해냄으로서 빈티지한 맛을 내고 있으니 말이다. 트로트라는 장르와도 썩 잘 어울리는 이 형식은 그래서 기성세대들에게는 향수와 추억을 젊은 세대들에게는 방송에서 재연되는 온라인 탑골공원 같은 힙함으로 다가오게 만들고 있다.(사진:TV조선)

애피타이저가 회에 밥 한 공기.. ‘라끼남’, 강호동의 역발상 먹방

 

이 프로그램 밤에 보면 큰 일 난다. 결국은 따라서 라면을 끓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테니. tvN 예능 <라끼남>이 첫 번째로 지리산을 찾아간 데 있어 이번에는 강구 바다를 찾았다. 라면 하나 끓여먹기 위해 산을 오르고 바다를 찾는 건 <라끼남>이 가진 역발상 스토리텔링을 잘 보여준다.

 

사실 산에 오르고 나서 라면 하나 끓여먹는 일은 우리가 이미 <1박2일>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흔하게 봤던 장면이다. 하지만 <라끼남>은 목적과 과정을 뒤집어놓음으로써 새로운 재미를 만든다. 즉 산에 오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라면을 끓여먹는 게 목적이고 그 과정이 산에 오르는 것으로 바꿔 놓자 이야기는 신선해진다. 그렇게 목적 자체를 바꿔놓자 그 과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산을 오르는 내내 산장에서 라면을 끓여먹을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과정을 보여주니 말이다.

 

그렇다면 강구 바다는 어떨까. 산을 오르는 일보다는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지만, 만일 배를 타게 된다면 말이 달라진다. 배 위에서 조업을 돕고 나서 끓여먹는 라면의 맛. 맛은 있겠지만 배멀미에 만만찮은 노동강도는 산을 오르는 일 못지않을 게다. 그러니 바다를 찾은 일도 ‘뭐 라면 하나 끓여먹으려고 그렇게까지?’가 콘셉트인 이 프로그램과 잘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배를 타기도 전 강구 오일장을 찾아 갖가지 반찬과 오징어를 사와서 민박에서 끓여먹는 대목에서도 강호동은 먹방의 역발상을 보여준다. 다음날 탈 배의 선장님을 기다리다 우연히 만난 어르신이 강호동이 한껏 기대하는 대게라면에 대해 “맛없어. 꽃게라면이 좋아”라고 기대를 깨는 답변으로 웃음을 주더니, 오일장에서는 강호동이 아이돌 못잖은 주목을 받으며 한껏 즐거워진다.

 

하지만 오징어를 열 마리나 사서 민박으로 돌아온 강호동의 먹방은 오징어라면을 먹기 전 애피타이저라며 거의 밥 한 끼를 먹는 모습을 연출한다. 산오징어를 회로 썰어서 몸통 부분과 다리 그리고 머리를 차례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고 시장에서 사온 반찬을 먹어보더니 이건 밥과 먹어야 한다며 밥 한 공기를 가져다 뚝딱 해치운다. 제작진으로서는 너무 과한 애피타이저라 “이제 그만 먹으라”는 얘기가 나오지만, 강호동은 총각김치가 서운하다며 끝내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다.

 

우리에게 거의 한 끼나 다름없는 양이지만, 굳이 애피타이저라 우기며 밥 한 공기를 먹고 난 강호동은 이제 본격적인 오징어라면 끓이기에 들어간다. 오징어 다섯 마리를 미리 살짝 삶은 뒤 끓고 있는 라면 두 봉에 통으로 썰어서 집어넣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오징어 다섯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라면 두 봉지를 마치 흡입하듯 먹어버린 강호동은 국물이 너무 깨끗하다며 굳이 밥 한 공기를 말아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다. 결국 혼자서 4인분 이상을 해치운 것.

 

<라끼남>은 라면 한 그릇을 맛있게 먹기 위해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재료들을 넣어 끓여먹는 프로그램이지만, 본말이 전도되어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라면을 먹기 위해 지리산까지 오르고 배를 타는 것도 그렇지만, 라면 하나에 오징어 다섯 마리를 통으로 넣고 끓여먹는 것도 그렇다.

 

그런데 이런 본말이 전도된 라면 끓이기도 잘 생각해보면 역발상 먹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는 갖가지 국물이 있는 요리를 먹은 후 때때로 라면을 거기에 넣어 끓여먹곤 한다. 거기서 라면은 메인 요리의 조연 정도 역할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라끼남>은 라면이 주인공이고 오징어는 조연이다. 이렇게 뒤집어놓은 것 하나만으로도 먹방이 새롭게 보인다. 예능 프로그램에 있어서 같은 것도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다를 수 있다는 걸 <라끼남>은 잘 보여주고 있다.(사진:tvN)

‘왜그래 풍상씨’ 돌아온 문영남 작가의 가족극, 이번에도 통할까

‘가족은 힘인가, 짐인가?’ KBS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의 기획의도에 들어간 이 한 줄은 아마도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가장 잘 압축해놓은 것일 게다. 이 드라마는 1인 가구가 보편적 삶이 되어가고 있는 가족 해체 시대에 특이하게도(?) 가족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그것도 트렌디한 장르물들이 주로 편성되는 수목의 시간대에. 


아마도 보통의 작가가 수목극에 가족드라마를 하겠다고 했다면 결코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을 게다. 하지만 문영남 작가다. 항상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막장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늘 기대 이상의 시청률을 만들어내는 작가이고, ‘민폐캐릭터’가 항상 등장해 시청자들을 뒷목 잡게 하는 비슷한 드라마 공식을 활용하지만 그래도 일정 부분의 메시지를 던지는 작가다. 무엇보다 그저 그런 가족드라마가 아니라 화제를 일으키는 가족드라마를 쓴다는 점이 문영남 작가가 가진 힘이다. 

실제로 <왜그래 풍상씨>는 2회 만에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와 캐릭터들을 일목요연하게 담아냈다. “동생을 자식처럼 착각하며” 살아가는 착한 중년 아저씨 풍상(유준상)을 중심으로 뒷목 잡게 하는 민폐캐릭터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이름에 캐릭터의 성격을 넣는 문영남 작가의 특징대로 동생들은 저마다 풍상(아마도 바람 잘 날 없는 인물이라는 뜻일 게다)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도박 중독으로 하다못해 카센터 하는 풍상의 가게에서 타이어를 훔쳐다 내다팔아 도박을 하는 진상(오지호), 하는 일없이 자격지심만 강해 사기나 치고 다니며 할말 못할 말 쏟아내는 화상(이시영), 그나마 정상적으로 성공한 의사의 삶을 살고 있지만 어쩌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정상(전혜빈) 그리고 배다른 자식으로 아버지가 버리려하는 걸 풍상이 거둬 키운 막내 외상(이창엽)이 그들이다. 

민폐캐릭터는 동생들만이 아니다.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죽어 돌아온 아버지가 그렇고, 그가 죽자 남긴 유산은 없나 다른 남자와 찾아온 어머니 노양심(이보희)이 그렇다. 그나마 이 힘든 삶을 버텨내는 생활력 강한 풍상의 아내 분실(신동미)이 있지만, 그도 이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분실은 무려 18년 간이나 동생들을 거둬 살고 있지만 이제 자신의 친정아버지 보구(박인환)를 모시고 싶어한다. 그런데 어쩐지 이 친정아버지도 풍상의 짐이 될 인물처럼 보인다. 이런 바람 잘 날 없는 집안에서 풍상의 딸 중이(김지영)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왜그래 풍상씨>는 그래서 전형적인 문영남표 가족드라마의 틀을 가져온다. 민폐캐릭터들이 줄줄이 서서 풍상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하지만 풍상이라는 캐릭터가 특이하다. 이 정도면 가족이 아니라 원수로 보일 정도인데, 그는 “그래도 가족”이라며 함께 모여 밥 한 끼를 하는 걸 행복으로 여긴다. 도대체 풍상은 왜 이러는 걸까. 

<왜그래 풍상씨>는 그 제목에 담겨있는 것처럼 풍상이라는 인물이 왜 가족이 더 이상 힘이 아니라 짐이 되기도 하는 가족해체시대에도 이토록 가족에 집착하는가를 그린다. 가족드라마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지금, 그것도 주로 트렌디한 장르물을 담던 수목 시간대에 이 드라마가 들어와 있는 건 그래서 자못 도발적이다. 이건 역발상일까 아니면 시대착오일까. 

역발상으로 본다면 <왜그래 풍상씨>는 의외로 가족해체시대에 오히려 갖게 되는 가족의 의미를 되묻는 드라마로 보일 수 있다. 풍상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헌신적인 가족애는 이제 현실에서 찾기 쉽지 않은 모습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먹먹함을 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이를 현실성 없는 이야기로 보게 되면 이 드라마는 시대착오적인 느낌으로만 다가올 수 있다. 과연 시청자들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까. 문영남 작가의 수목극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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