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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새롭게 출발선상에 서는 청춘들의 성장기

 

"저는 32층에 가고 싶거든요. 근데 저층부 엘리베이터 백날 타봤자 못가잖아요." 남다른 열정과 능력을 가진 서달미(배수지)는 정규직 전환을 해주지 않으면서 그 미끼로 자신을 계속 붙잡아 놓으려는 회사에 사표를 던지며 그 이유를 묻는 팀장에게 그렇게 답한다. 사장실을 올라가려면 32층까지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늘 타는 엘리베이터는 저층부 엘리베이터. 제아무리 노력해도 32층을 갈 수 없다는 걸 그는 깨닫는다. 그것이 퇴사의 이유다.

 

"아버지 덕분에 비싼 수업했네요. 쉽게 시작하면 쉽게 뺏긴다는 거. 지분 없는 CEO는 씹던 껌만 못하다는 거. 좋은 가르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저 미국 안갑니다. 미국 지사도 저 덜떨어진 팔푼이한테 맡겨 보시던가." 자신이 고생 고생해 일궈놓은 회사를 새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에게 넘겨주자 원인재(강한나)는 그 이사회에서 그렇게 쏘아대고는 나온다. 그건 다 버리고 홀로 가겠다는 선언이다.

 

엄마는 그에게 아버지 비위라도 맞춰 그 자리를 지키라고 했지만, 원인재의 선택의 엄마의 표현대로 '깽판 치는 것'이다. "그동안 치고 싶었는데 자격이 없어서 못 쳤거든. 깽판도 자격 있어야 치잖아. 누릴 거 다 누리면서 깽판 치면 염치 없단 소리 들어. 엄마처럼. 그래서 다 버렸어. 아 더럽고 치사해서 깽판 치려고." 엄마 앞에서는 속이 후련하다 말했지만 홀로 걸어나오며 인재는 "엿같다"고 속내를 토로한다.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자매지만 부모가 이혼하고 다른 삶을 선택했던 서달미와 원인재가 결국은 둘 다 스타트 라인에 다시 서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은 모두 스타트업 기업인 샌드박스에 입주하기 위해 지원서를 낸다. 그리고 한쪽 벽에 마련된 포스트잇으로 꿈을 적어 놓는 게시판에 각자의 꿈을 적는다. 서달미는 '고층부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기!'라 적고, 원인재는 '씹던 껌이 되지 않기'를 적는다.

 

또 서달미가 어려서 힘겨웠던 시절 할머니 최원덕(김해숙)의 부탁으로 그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편지를 써왔던 한지평(김선호)과 뒤늦게 그를 만나려 하자 마치 그 편지를 쓴 장본인처럼 내세워진 삼산텍의 대표 남도산(남주혁)도 그 게시판에 저마다의 소망을 적어 붙인다. 남도산은 '오해를 현실로 만들기!!!'라 적고, 한지평은 힘겨웠던 시절 최원덕에게 입은 큰 은혜에 대한 '빚을 갚기'라고 적는다.

 

<스타트업>은 꿈꾸는 것조차 또 사랑하는 것조차 포기하게 되는 현실 속에서도 이를 깨치고 나와 새롭게 출발선상에 선 청춘들의 성장기를 그리려 한다. 그래서 우리가 실리콘 밸리에서 처음 사용되어 젊은 IT기업을 떠올리게 하는 '스타트업'이라는 의미는 이 드라마에서는 중의적으로 사용된다. '출발(스타트)'과 '성장(업)'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이들이 다시 출발선상에 서게 하는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 서달미는 한지평에 의해 남도산이 성공한 사업가로 거짓 꾸며졌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 성공을 통해 자신의 꿈을 세우게 된다. "(위상이) 딸리는 게 나이 탓 세상 탓이다 생각했는데 널 보니까 내 탓 맞더라."며 자신도 성공한 남도산의 행보를 따라해 보려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건 한지평에 의해 거짓으로 꾸며진 판타지지만 이를 통해 서달미가 새로운 꿈을 꾸고 출발선상에 서게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청춘들이 최소한 그것이 모두 현실은 아니라고 해도 꿈을 꿀 수 있는 사회여야 그들이 시작하고 그래서 성장도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그래서 청춘들에게는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수 있는 '샌드박스'가 필요하다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건 서달미의 이런 오해로 빚어진 시작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인 배수지와 남주혁도 연기 영역에 있어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 있는 것 같은 좋은 인상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춘의 좌절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서달미 역할을 극의 중심에 서서 쥐락펴락 끌고 나가는 배수지의 연기나, 어딘지 어눌하고 바보스럽게까지 보이지만 '연알못(연애를 알지 못하는)' 공대생의 풋풋한 매력을 드러내는 남도산 역할의 남주혁의 연기가 새롭게 보인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이들을 연기하는 배수지와 남주혁이 새로운 출발선상에서 과연 어떤 성장을 보여줄 지가 궁금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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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뫼비우스 띠 같은 스토리, 김희선·주원이 개연성

 

김희선에 이어 이번엔 주원의 차례인가.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에서 과거로 돌아간 박진겸(주원)은 거기서 어머니인 박선영(김희선)과 살고 있는 과거인 박진겸(주원)과 대치하게 된다. 그런데 과거인 박진겸은 미래에서 넘어간 박진겸과는 너무나 다른 사람이다.

 

학교 건물 옥상에서 추락한 한 여학생 사건은 과거 자살로 판명이 났지만, 이 세계에서는 과거인 박진겸이 사실은 밀어서 살해한 사건이었다. 게다가 어머니 박선영을 살해한 인물 역시 바로 그 과거인 박진겸이었다. 그러니 미래인 박진겸과 과거인 박진겸은 정반대의 인물인 셈이다. 한 명은 여학생과 엄마를 살리려 하는 박진겸이고, 다른 한 명은 여학생을 죽이고 엄마도 죽인 박진겸이다.

 

시간여행과 평행세계가 뒤섞인 <앨리스>의 복잡한 세계관은 이처럼 시간의 축과 공간의 축이 '선택'에 따라 무수히 많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즉 사고로 인해 윤태이(김희선)와 박진겸이 가게 된 2010년은 그래서 이전에 박진겸이 타임카드를 통해 가게 됐던 2010년과는 또 다른 세계다. 결국 평행세계란 어떤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무수히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니까.

 

더 복잡하게 느껴지는 건 윤태이와 박선영 사이에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고리다. 2050년에서 1992년으로 간 미래인 윤태이(박선영)가 구해낸 장박사의 딸은 다름 아닌 훗날 괴짜 교수로 성장하는 과거인 윤태이다. 그런데 2010년으로 가게 된 과거인 윤태이가 박선영을 만나 들은 윤태이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기묘하기 이를 데 없다.

 

윤태이의 어머니가 바로 예언서를 발견한 장본인이고 그는 예언서를 갖고 1986년으로 도망친다. 거기서 장박사와 만나 결혼해 윤태이를 낳다가 죽는다. 그 후 1992년에 선생의 사주를 받아 예언서를 차지하러 온 괴한에 의해 장박사가 살해되고 마침 그 때 도착한 미래인 윤태이가 과거인 윤태이를 구해낸다.

 

그리고 그 아이를 미래인 윤태이(박선영)이 자식처럼 키우려 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도 고아였기 때문이란다. 또한 그가 시간여행 시스템 앨리스를 만들어내게 된 이유도 바로 자신의 부모를 찾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남다른 과학적 재능을 갖고 있는데다 예언서의 마지막 장을 외우고 있는 아이가 위험해질 걸 알게 된 박선영은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고 떠나버린다.

 

이 이야기는 미래인 윤태이와 과거인 윤태이의 삶이 다른 듯 유사한 흐름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미래에서 과거로 가서 아이를 낳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이 그렇고, 그 아이는 고아가 되어 부모가 누구인가를 찾고 싶어 하고 그것이 시간여행이라는 앨리스 시스템을 만들게 되는 이유가 된다는 게 그렇다. 이야기는 미래에서 과거로 왔다가 다시 미래로 가고 거기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 반복된다.

 

사실 이런 복잡한 흐름을 이해하려고 애써 노력하게 되면 <앨리스>는 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그 세계관은 완벽하게 짜인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풀기 힘든 복잡한 퍼즐처럼 다가오고 누군가에게는 그냥 '개연성 없는' 드라마처럼 다가온다.

 

그나마 이 문제작을 계속 보게 만들고 그럴 듯하게 해주는 건 연기자들이다. 미래와 과거를 넘나드는 걸 넘어서 두 세계의 같은 인물들이 서로 마주하며 심지어 완전히 다른 인물로 대치하는 그 장면이 주는 '괴상함'을 연기자들의 감정 연기가 채워주고 있어서다. 김희선이 40대에서 30대 그리고 20대까지를 오가며 여러 윤태이의 모습을 연기해낸 것이 드라마의 초중반부라면 후반부로 넘어와 주원이 연기하고 있는 완전히 다른 두 명의 박진겸 연기가 도드라진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있는 복잡한 스토리 속에서 이 연기자들이 유일한 개연성처럼 여겨질 정도로.(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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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조건 이기게 돼있어. 네가 나를 경찰에 넘겨도 내가 이기고, 네가 날 죽여도 내가 이겨. 넌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이야."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에서 백희성(김지훈)은 도현수(이준기)에게 그렇게 말한다. 백희성의 도발에 도현수는 이성을 잃어버린다. 도현수가 그토록 사랑하고 지켜내려 했던 아내 차지원(문채원)을 그가 죽였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애초 경찰에 신고하려 했던 계획은 이성을 잃어버린 도현수가 백희성에게 살의를 드러내면서 어그러진다. 백희성의 말대로 도현수는 어떻게 해도 그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물론 백희성이 죽였다 생각한 차지원은 살아있고, 그를 대신해 칼을 맞은 도해수(장희진)는 사경을 헤매다 깨어났다. 하지만 도현수은 그토록 꾹꾹 눌러왔던 살의를 끄집어내게 되었다.

 

사실 <악의 꽃>이라는 스릴러에서 공포감을 주는 건 백희성 같은 연쇄살인범만이 아니다. 그가 그런 괴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걸 인정하지 않고 애써 숨기려 살아왔던 부모 백만우(손종학)나 공미자(남기애)의 진실에 대한 외면이 무섭고, 제 아무리 사랑하는 남편이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꾸며진 함정 때문에 차지원마저 그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무섭다. 게다가 무엇보다 공포감을 주는 건 모두가 괴물이라 의심해왔지만 끝까지 버텨내던 도현수가 백희성이 끄집어낸 살의에 의해 진짜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그런데 이 모든 긴장감과 공포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백희성이다. 드라마 초반에는 백만의 집 비밀 공간에 산소호흡기를 한 채 누워만 있던 그는, 그 호흡기를 그의 엄마 공미자가 떼어내는 순간부터 드라마에 스릴러의 기운을 풀어놓는다. 떼어낸 산소호흡기에 죽기보다는 거꾸로 깨어난 백희성은 '죽은 자'가 살아 움직이는 마치 '좀비' 같은 공포감을 만들어낸다.

 

가사도우미가 사실 이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일을 그만둔다며 돈을 요구하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백희성이 슥 일어나는 장면은 소름끼치는 공포감을 안겨줬다. 결국 도망치는 가사도우미를 죽이고, 대신 도현수가 그를 죽인 것처럼 꾸미는 백희성의 행위들은 그것이 너무나 철저하게 짜인 계획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만만찮은 인물이라는 걸 드러내준다.

 

<악의 꽃>이 멜로와 스릴러가 오가는 장르적 퓨전을 성공적으로 시도하고 있고, 무엇보다 뒤로 갈수록 스릴러의 색깔을 짙게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백희성이다. 그는 대사에도 나오듯 도현수의 '그림자' 같은 역할을 해낸다. 도현수는 연쇄살인범인 아버지 도민석(최병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쳤고 그래서 백희성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려 했지만 그 백희성이 또 다른 그의 그림자였다. 백희성은 도민석 때문에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며 도현수 역시 그렇게 하게 만들겠다고 말한다. 자신을 죽이라는 것. 백희성은 그렇게 도현수를 자신의 그림자 안에 가두고 자신처럼 만들려 한다.

 

백희성이라는 이 드라마 속 중대한 비중을 차지한 역할을 이토록 소름 돋게 연기해낸 배우 김지훈이 다시 보인다. 그간 우리에게는 MBC <왔다 장보리>로 '주말드라마의 황태자'로 불리던 김지훈은 <악의 꽃>을 통해 그간 저평가된 배우였다는 걸 증명해내고 있다. 늘 밝은 이미지로만 굳어져왔고 그렇게 소비되던 김지훈의 연기를 깨워낸 건 백희성이라는 희대의 악역이다. 그래서 아마도 김지훈의 이번 놀라운 연기를 염두에 두고 보면 <악의 꽃>이라는 작품의 제목이 다른 의미로 읽힌다. 악역으로 피워낸 연기의 꽃 같은.(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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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얽히고설켜도 김희선과 주원이 있어 따라가게 되는 건

 

만일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의 세계관을 제대로 이해하려 한다면 아마도 머리가 지끈해질 게다. 처음부터 등장한 '시간여행'이라는 세계가 먼저 시청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2050년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세계, 그 앨리스라는 시스템을 만든 과학자가 바로 미래에서 유민혁(곽시양)과 함께 1992년으로 온 윤태이(김희선)다. 그는 모든 걸 종말로 이끌 수 있는 예언서를 찾기 위해 과거로 오지만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앨리스로 돌아오지 않고 과거에 남아 아이 박진겸(주원)을 낳는다. 윤태이는 박선영이라는 이름으로 진겸을 키우지만 드론이 나타난 어느 날 살해당한다.

 

그런데 형사가 된 진겸이 엄마와 똑같이 생겼지만 괴짜 교수인 윤태이를 만나면서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혼돈에 빠뜨린다. 진겸은 그를 진짜 엄마로 착각하며 껴안고 눈물을 흘리지만 차츰 그가 자신의 엄마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엄마가 남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타임카드'를 갖고 다니던 중 자동차 사고를 당하며 카드가 작동해 과거로 넘어간 진겸은 대학생인 윤태이를 만나고, 그 시간대에 박선영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두 사람이 다른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시간여행을 다루는 장르물들을 염두에 두고 들여다보면 박선영과 윤태이가 동시에 서로 다른 인물로 공존한다는 사실이 가능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앨리스>에서는 죽은 딸을 살리기 위해 미래에서 온 은수모(오연아)가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른바 '타임 패러독스'가 떠오르는 이 장면은 시간여행이라는 세계관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즈음에 <앨리스>는 이 드라마의 세계관에 시간여행과 함께 겹쳐져 있는 '평행세계'를 드러낸다. 이른바 '미래인'과 '과거인'이 공존할 수 있고, 그들은 생긴 건 같아도 전혀 다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앨리스>의 세계관은 이 시간여행 시스템을 통해 미래인들이 저 마다의 목적(주로 죽음 같은 이별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이들을 시간여행을 통해 만나는 목적)으로 과거를 여행한다. 하지만 그 여행 속에서 은수모처럼 미래인들은 과거에 집착하며 사건을 일으킨다. 앨리스 시스템은 그런 일들을 과거인들 모르게 처리하는 일을 한다.

 

<앨리스>는 양자역학이 등장하고 그래서 슈뢰딩거 고양이 실험의 이야기가 은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실 과학에 그만한 관심이 없는 이들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드라마를 굳이 과학까지 공부해가며 볼 필요는 없다. 그런 설정들이 어떤 세계관을 그리고 있는 것인가만 이해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과거와 미래를 오가고, 평행세계로서 과거인과 미래인이 공존하는 <앨리스>의 세계관은 복잡하다. 중요한 건 이 시스템을 통해 미래에서 온 어떤 세력들이 과거인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앨리스에서 일하는 이들과는 다른 무리들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그 세력과 싸우게 되는 박진겸과 윤태이 그리고 아마도 유민혁 또한 그들을 돕는 이야기로 전개되지 않을까 예상하게 만든다.

 

도대체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졌고 그것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얽혀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결코 <앨리스>는 쉬운 드라마는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복잡한 드라마가 의외로 편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것은 드라마가 일일이 이런 세계관을 설명하는데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인물들에 더 집중하고 있어서다.

 

윤태이와 박진겸은 이 복잡한 미로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캐릭터들이다. 물론 윤태이는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가 박선영이 되어 살아가며 박진겸과 모자지간의 절절한 사별의 순간을 만들어내지만, 미래로 가기 전 현재의 과학자로 박진겸과 만나 연인 관계 같은 케미를 보여준다. 모자지간과 연인관계를 오가는 이 설정들은 시간여행과 평행세계라는 세계관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다소 복잡한 것이지만, 윤태이와 박진겸 사이의 오가는 감정들로 표현되고 있어 시청자들은 의외로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이걸 가능하게 해주는 건 역시 연기자들의 공이다. 20대, 30대, 40대의 윤태이를 오가는 연기를 보여주는 김희선은 사실상 이 드라마가 흔들리지 않게 만들어주는 중심 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고 있고, 그와 함께 다양한 감정들을 끄집어내는 주원 역시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되어주고 있다. 복잡한 세계관을 가진 드라마지만, 흔들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서 있어 이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길을 잃지 않는다고나 할까. 물론 앞으로 그 복잡한 세계관과 많은 떡밥들이 어떻게 풀어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 또한 적지 않지만.(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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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좋은 드라마엔 어째서 늘 오정세가 있었을까

 

자신의 엄마가 사랑하는 강태(김수현)와 이제 가족이 된 상태(오정세)의 엄마를 죽인 범인이라는 걸 알게 된 문영(서예지)은 충격에 빠져버린다. 강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영 옆에서 떠나지 않고 그를 지키고, 상태는 문영이 아프다는 얘기에 순덕(김미경) 아줌마가 만들어준 죽을 싸서 문병을 온다.

 

하지만 문영은 상태를 마주 보지 못한다. 그저 "미안하다" "용서해 달라"라고 말할 뿐이다. 상태는 왜 문영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동생 강태와 싸웠을 거라 짐작하며 애써 문영의 입에 죽을 떠넘겨주려 한다. "용서해줘." 문영이 그렇게 말하자 상태는 선선이 "이거 먹으면 용서해줄게"라며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는 것처럼 문영의 입에 죽을 넣어준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등장하는 이 장면이 특히 감동적인 건 자폐를 가져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 못할 거라 여기는 상태가 오히려 문영과 강태를 애써 챙기려는 그 마음이 보여서다. 그는 "내가 형이니까"라며 강태에게 용돈을 쥐여주기도 하고 이제 가족으로 받아들인 문영 또한 형으로서, 어른으로서 챙기려 한다.

 

물론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강태와 문영이라는 독보적인 캐릭터 위에 서 있는 작품이지만, 그 속에서도 상태라는 캐릭터의 무게감이 만만찮게 느껴진다. 그는 사실상 이 드라마가 던지고 있는 정상성에 대한 질문을 가장 잘 드러내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폐를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폐는 아니고 나아가 역설적이게도 이 드라마 속 그 어떤 인물보다 건강해 보이기까지 한다.

 

여기서 상태라는 이 쉽지 않은 캐릭터를 이토록 실감나면서도 가슴 따뜻하게 연기해낸 오정세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연기가 가능해진 건 아마도 이 배우가 진정으로 자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정세가 지적장애를 가진 팬에게 꿈같은 하루를 선물해준 미담은 이 배우의 진가를 들여다보게 해준다.

 

그는 지적장애를 가진 챌리스트 배범준씨가 드라마를 보며 상태를 위로하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듣고 흔쾌히 상태의 모습 그대로 배씨와 놀이공원 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이 만남을 성사하게 해준 배씨의 여동생은 "바쁜 스케줄 속에서 오빠를 만나기 전 얼마나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하시며 노력하셨는지 느껴졌다"고 했다. 그 말 속에는 오정세가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생각해보면 최근 오정세가 출연한 작품들이 모두 좋은 작품들이었고 그 속에서 오정세는 확실한 자기만의 연기 영역을 보여줬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그는 옹산 군수를 꿈꾸지만 잘 나가는 홍자영(염혜란) 변호사와 찌질하지만 따뜻한 로맨스를 담은 노규태로 분했고, <스토브리그>에서는 백승수(남궁민) 단장과 각을 세우는 권경민이라는 악당 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한 바 있다. 이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의 상태는 물론이고, 현재 방영되고 있는 <모범형사>에서 오종태라는 악당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찌질하지만 인간적인 남자 역할에서부터 뒷목잡게 하는 악당과 천사가 따로 없는 자폐를 오가며 오정세는 이처럼 나날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그 작품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모두가 최근 좋은 작품으로 호평을 이끌었던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고르는 남다른 선구안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선구안이 좋고 운이 좋아도 작품을 임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연기가 따라주지 않았다면 오정세가 이만큼 좋은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사실 오정세는 주인공으로 주목받은 배우가 아니다. 그는 늘 주인공 옆에 서 있거나 혹은 주인공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주인공인 문영에게 죽을 떠 먹여주고 강태를 형으로서 챙기는 그의 연기는 주인공 그 이상의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오정세는 마치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처럼 그런 주변인의 역할을 하면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이 아니라도 괜찮아.'

 

이런 정도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인물이라면 중심에 있건 주변에 있건 빛나기 마련이다. 자폐를 가진 상태라는 인물이 이 드라마에서 오히려 가장 건강하게 보이는 것처럼, 오정세는 어쩌면 자신의 위치에서도 충분히 괜찮을 수 있다는 걸 혼신을 다한 연기로 보여주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좋은 드라마엔 오정세가 늘 있었다는 말은 거꾸로도 들린다. 오정세가 있어 좋은 드라마가 됐을 수도 있다는.(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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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10 22:51 su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드라마속 대사한마디가 책보는. 챕터속의 대사인용페이지들을 왜 하늘색에 하얀글씨로 하셨나요.
    40대에 노안온 사람들은 안보여서 읽느라 애를써져 감흥을 느끼기가 힘들어 아쉽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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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인턴' 김응수가 줄 웃음, 분노, 짠함까지 기대되는 이유

 

갑질하던 꼰대가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다면? MBC 새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은 사실 그 제목만으로도 궁금해지고 기대하게 된다. 물론 현실에서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상상은 누구나 해봄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상상만으로 벌이는 일종의 복수극이다. 하지만 그건 과연 복수로만 끝이 날까.

 

라면업계 1위 기업인 옹골에서 갖가지 갑질을 해가며 승승장구한 이만식(김응수). 그는 꼰대 중의 상꼰대다. 마침 인턴으로 들어온 가열찬(박해진)은 이만식에게 딱 걸린 고문관으로 끝없이 괴롭힘을 당한다. 결국 옹골에 레시피를 빼앗긴 한 국밥집 사장님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는 걸 목격하고, 의도적인 이만식의 갑질에 휘둘리던 가열찬은 사직서를 낸다.

 

하지만 5년 후 상황은 역전된다. 가열찬은 준수식품에 들어가 핫닭면을 성공시키며 잘나가는 마케팅영업팀 팀장으로 이만식 같은 꼰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팀원들을 대한다. 워라밸을 추구해 회식도 업무시간에 하고, 팀원들과의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출산을 위해 휴직하는 팀원을 응원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반면 영원히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이만식은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다 사실상 정리해고 당하고는 가열찬이 일하는 부서에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온다.

 

<꼰대인턴>은 '역할 바꾸기'라는 전형적인 코미디 코드를 가져오지만, 여기에 우리네 취업이나 회사생활의 현실을 더해 좀 더 화력 좋은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인턴이라는 비정규직이 겪는 현실과 동시에 갑질하는 상사들의 모습까지 극화해 과장되지만 짠한 코미디 상황으로 엮어낸다.

 

그런데 그토록 자신을 괴롭혔던 꼰대 이만식을 팀원으로 두게 된 가열찬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는 그토록 꼰대가 되지 않겠다 선을 그으며 자신은 다른 상사가 되겠다 했던 그 결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만식에 대한 복수 같은 욕망이 그의 소신을 꺾어 버리는 건 아닐까. 만일 사적인 감정으로 인해 그 위치에서 갑질을 시작한다면 그 역시 이만식과 다를 게 없는 꼰대가 되는 건 아닐까.

 

<꼰대인턴>은 뒤집어 놓은 역할 때문에 만들어지는 웃음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이른바 꼰대의 탄생이 개별적 인간됨의 문제인지, 아니면 상하 지위가 나뉘는 조직 체계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해도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김응수와 박해진은 이 작품에서 간만에 제대로 된 옷을 입었다. 꼰대 역할을 이렇게 코믹하고 과장되면서도 동시에 진지하게 연기해낼 연기자로 김응수만한 배우가 있을까. 또 박해진은 늘 아쉽게 느껴졌던 인간미가 이 가열찬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는 제대로 담겨지고 있다. 짠내 나는 인턴에서 잘 나가는 부장의 변신도 자연스럽고, 그 위치에서 이만식을 인턴으로 받게 되어 갖게 되는 황당함 역시 잘 소화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김응수는 <꼰대인턴>이라는 드라마의 전체 색깔을 잡아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페르소나가 아닐 수 없다. 갑의 위치에서 꼰대 짓을 해왔던 그는 인턴으로서 을이 겪는 상황들을 어떻게 느낄까. '늙은 장그래'라는 인물 설명에 들어간 표현대로, 김응수가 이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어떻게 짠하면서도 뒷목 잡는 뻔뻔함과 코믹함까지 곁들여 풀어낼지 실로 기대된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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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훌륭', 우리가 강형욱의 솔루션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건

 

“관리하기 귀찮아서 안한 거잖아요.”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은 작은 소리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며 짖고 때론 돌변해 물기도 하는 포메라니안 망고를 교육하다 견주에게 그렇게 쏘아붙였다. 너무 짖어서 이웃의 민원이 들어왔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성대제거수술을 받게 한 후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는 견주였다. 남편은 아내가 너무 울어서 실신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런데 강형욱이 그렇게 쏘아붙인 건, 망고를 교육하기 위해 몸으로 살짝 밀치며 마음대로 하려는 개를 통제하는 걸 본 남편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한 대목 때문이었다. 강형욱은 ‘무력’이라는 표현이 잘못 됐다는 걸 먼저 인지시켰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몸을 부딪치는 건 무력이지만, 망고처럼 사람을 물어 상해를 입히는 반려견을 막는 건 무력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거였다. 그게 아니라면 사람들이 없는 산에 가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강형욱은 사실 속으로 눌러 두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망고가 그렇게 불안해하고 누군가를 물고 짖는 것이 사실은 관리하지 않고 그만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한 견주에게 있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 그 날 성대제거수술을 한 망고를 보며 그 수술에 대한 찬반이야기를 이경규, 이유비와 나눴던 강형욱이었다.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 입장이라는 강형욱은 관리를 조건으로 수술을 하라고 했던 견주가 수술 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자 수술을 하라는 이야기를 이제 함부로 안한다고 했다.

 

그건 당장 수술을 통해 짖는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견주가 더 이상 관리는 하지 않게 된 데서 강형욱이 느낀 자괴감이었다. 반려견들이 짖거나 물거나 하는 문제들이 발생할 때 어떤 견주들은 그 행동의 원인이 찾아 제대로 관리해주고 책임지려고 하기보다,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려 하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강형욱은 거기에 일침을 날린 것이었다.

 

망고를 물고 괴롭히는 링고의 문제 역시 견주가 하지 못한 통제와 관리 때문이라는 걸 강형욱은 설명해줬다. 견주가 하지 못하자 링고가 나서서 망고보고 왜 그러냐고 하는 거라는 것. 여기서 강형욱은 망고와 링고의 입장이 되어 연기로 그 상황을 보여줬다. 망고가 이리저리 다니면서 불안한 행동을 보일 때 링고가 “너 엄마한테 왜 그래?” 하며 제지하고 있었다는 거였다. 그런 링고를 견주가 오히려 질책했다는 이야기는 견주는 물론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강형욱의 소통법에 우리가 주목하는 건 그가 반려견과 견주 사이 놓인 소통의 벽을 다양한 방법으로 깨주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견주의 아픈 마음과 상처에 공감하며 다독이다가도 때론 그 잘못에 일침을 가해 그 행동을 고쳐주려 한다. 또 반려견이 왜 그런 이상행동을 하는 지를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 아예 그 입장에 되어 그 행동들을 말과 연기로 표현해준다. 어느 한쪽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모두 교정해나가는 게 강형욱의 소통방식이다.

 

사실 소통의 문제는 반려견과 견주 사이가 아니라도 어느 한쪽이 아닌 양자 모두의 잘못인 경우가 많다. 강형욱은 반려동물전문가지만 문제 있는 반려견의 행동만을 교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결국 견주와 소통문제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견주에게는 반려견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반려견들에게는 견주가 못해줬던 관리를 통해 편안함을 주려 한다.

 

<개는 훌륭하다>가 때론 무섭고 때론 신기하며 때론 어떤 뭉클한 감동을 주는 건 강형욱의 이런 소통법이 엇나가 있던 반려견과 견주 사이의 오해를 풀어주고 그것이 즉각적인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줘서다. 그래서일까. 보면 볼수록 깨닫게 된다. 대부분의 소통의 문제는 타인을 탓하기보다는 나의 자세를 통해서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는 걸. 반려견의 차원을 넘어서서 강형욱의 소통법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유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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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과 전석호, '킹덤'을 보면 '하이에나'가 달리 보이는 두 배우

 

주지훈과 전석호는 언제부터 이런 찰진 콤비가 됐을까.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에서 두 사람은 법무법인 송&김에서 각각 윤희재(주지훈)와 가기혁(전석호)이라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최근 넷플릭스에서 시즌2로 돌아온 <킹덤>에서도 두 사람은 이창(주지훈)과 동래부사 조범팔(전석호)로 콤비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마치 돈키호테와 산초 같은 서로가 없어서는 안될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이에나>에서는 극을 이끌어가는 건 윤희재지만, 그의 친구이지만 어딘지 그가 잘 되는 것만을 바라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가기혁의 역할도 눈에 띈다. 윤희재가 정금자(김혜수)와 일과 사랑 모두에 있어서 서로 으르렁대면서도 조금씩 가까워지는 관계의 진전을 통해 드라마의 힘을 만들어내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 속에 가기혁과 심유미(황보라) 같은 감초들의 웃음과 두 사람 사이에도 벌어지는 엉뚱한 멜로는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이런 사정은 <킹덤>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선에 창궐한 좀비떼들과 대결하며 숨 쉴 틈 없는 긴장을 유발하는 이창의 액션이 전면에 펼쳐진다면 그 속에서 숨 쉴 틈을 열어주며 웃음을 유발하는 조범팔의 활약은 이 드라마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주지훈과 전석호는 각각의 필모그라피만 봐도 이제 연기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주지훈의 경우 영화 <신과 함께>나 <암수살인>으로 그 연기 스펙트럼을 활짝 열어놓은 후 <킹덤>에 이은 <하이에나>로도 배우로서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물론 주지훈은 과거 KBS드라마 <마왕>에서부터 잠재력을 보였지만, 최근의 연기를 보면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적당히 유연해진 연기와 독한 악역까지 다채로워진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전석호도 2014년 <미생>의 하대리 역할로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이후 <굿와이프>, <힘쎈여자 도봉순>, <우리가 만난 기적>, <라이프 온 마스> 등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자기 영역을 넓혀왔다. 전석호의 연기 스펙트럼 역시 까칠한 악역에서부터 허술한 감초 역할까지 그 폭이 넓다. 이 짧은 기간 안에 자기만의 독보적 영역을 세울 수 있었다는 건 이 배우가 꽤 준비되어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결국 드라마든 영화든 주조연의 균형 잡힌 캐릭터가 보다 대중적인 완성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극의 힘을 부여한다면, 이를 적절히 누그러뜨리는 조역이 있어야 관객이나 시청자들도 숨 쉴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주지훈과 전석호의 <킹덤>과 <하이에나>에서의 콤비는 주목되는 면이 있다.

 

주인공 역할로 서온 주지훈의 배우로서의 성장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특히 주목되는 건 전석호의 미친 존재감이다. 그는 적당히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때론 그걸 뒤집어 소름 돋는 반전까지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주조해 보여주곤 하기 때문이다. 충무로와 드라마판에 정평이 나 있는 미친 존재감 연기자들의 계보를 잇기에 충분한 배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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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25 11:18 BlogIcon 티비다시보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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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남궁민이어서 더 특별했던 이유

 

남궁민의 연기 스펙트럼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성공은 물론 완성도 높은 대본과 여러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제대로 연기해낸 연기자들의 합이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백승수 단장 역할의 남궁민이 중심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게다. 심지어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백승수 리더십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했으니 말이다.

 

남궁민이 연기한 백승수의 면면을 보면, 그가 이 캐릭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했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백승수는 ‘시스템 개혁자’로서 감정을 극도로 절제하고 대부분의 상황들에 이성적으로 대처하려는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차가운 인물이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고 실제로는 동생에 대한 죄책감은 물론이고 늘 맡았던 팀이 우승을 했지만 바로 해체되는 경험을 통해 갖게 된 허탈함 같은 것들이 내면 깊숙이 응축되어 있다.

 

백승수를 표현하면서 남궁민이 취한 건 거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이었다. 그는 어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갑자기 터진 상황들 속에서도 거의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그건 이 작품이 가진 ‘단짠’ 혹은 ‘고구마-사이다’의 이야기 구조와 맞물려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스카우트 비리 문제가 터지면서 백승수에게 반발하는 스타우트 팀장의 갖가지 만행들이 벌어지지만, 백승수는 거기에 대해 아무런 표정이나 동요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시청자들로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인지 전혀 예측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런 꾹꾹 눌러내는 고구마 전개는 한 에피소드의 절정에 이르러 드디어 백승수의 복안이 드러나면서 터져 나오는 사이다 폭발력을 갖게 만든다.

 

또한 숨긴 감정들은 어느 순간 진짜 드러날 때 백승수라는 인물이 겪는 감정의 파고를 더 격동적으로 만들어내는 효과도 준다. 즉 노골적으로 도발해오는 권경민(오정세)에게 지속적으로 존칭으로 대하다 어느 순간 반말로 슥 넘어갈 때가 그렇고, 팀의 에이스로 어렵게 데려온 강두기(하도권) 선수를 트레이드한다는 결정에는 대놓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 그렇다. 늘 감정을 드러내던 사람이 보이는 것보다 백승수처럼 무감해 보였던 이가 드러내는 감정이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

 

아마도 남궁민은 <스토브리그>의 이야기 전개 구조에 백승수라는 인물이 어떤 톤을 유지하고 어떤 상황에서 그걸 깨고 하는 것이 만들어낼 효과들을 정확히 인지하고 연기를 했다고 보인다. 그는 과거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연기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빠져서 연기하는 메소드 연기”만이 연기가 아니고 “자신이 하는 연기를 인지하고 그것이 보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컨트롤하는 연기”도 연기라고 말할 바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남궁민은 그 어느 때보다 그 연기 컨트롤의 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스토브리그>를 통해서도 확인한 것처럼 남궁민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은 캐릭터 분석과 거기에 맞는 효과적인 방식을 찾아내는 데서 나온다. 지난해 KBS에서 방영됐던 <닥터 프리즈너>의 나이제라는 캐릭터를 떠올려보라. 남궁민은 그 인물을 그 드라마가 가진 팽팽한 대결구도와 반전의 반전이라는 이야기 구조에 걸맞게 연기해낸 바 있다. 감정을 끊임없이 끄집어내 보여주던 그 연기를 떠올려보면 <스토브리그>의 그 무표정 연기가 놀라울 정도다.

 

멜로, 스릴러, 악역, 코믹 캐릭터, 리더 등등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지금껏 표현해온 연기의 스펙트럼은 그래서 되돌아보면 그저 우연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 하나하나를 표현하기 위해 이 놀라운 배우는 그 상황에 걸맞는 옷을 찾아내 입어 왔으니 말이다. 앞으로 그가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을지 더더욱 기대되는 이유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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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과 캐릭터가 끌어내는 배우와의 시너지

 

좋은 작품과 캐릭터는 어쩌면 배우의 연기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아닐까. 그간 그리 주목받지 못했지만 작품 속 캐릭터와 만나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들이 있다. JTBC 월화드라마 <보좌관2>에서 시즌1에 이어 단단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신민아,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인생캐릭터를 만난 손담비 그리고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에서 꽤 괜찮은 몰입을 보여주고 있는 김설현이 그들이다.

 

<보좌관2>에서 신민아의 연기가 새삼 돋보이는 건, 지금껏 그가 해왔던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강선영이라는 초선의원을 만나면서다. 그간 로맨틱 코미디의 상큼발랄한 캐릭터만을 입어왔던 신민아였지만 이 작품에서는 사랑보다 일에 더 몰두하는 여성 정치인의 캐릭터를 만나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장태준(이정재)과 연인이면서 정치적 동지이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소신을 밀고 나가는 당찬 여성 정치인 강선영은 지금껏 봐왔던 신민아의 고정된 이미지를 깨주기에 충분했다. 좋은 작품이 좋은 연기를 끄집어낸 단적인 사례다.

 

<동백꽃 필 무렵>의 손담비 또한 마찬가지다. 아마도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장본인으로 꼽히는 손담비는 향미라는 역할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났고 인생 연기를 선보였다. 다소 맹한 얼굴로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그 대사들은 때론 섬뜩하게도 느껴지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외로움이 슬쩍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돌아갈 곳이 없던 그 부평초 같은 삶이 겨우 겨우 찾아든 동백(공효진)의 까멜리아에서 맞은 최후의 순간들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향미 역할에 손담비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이 작품 속 캐릭터와 손담비는 맞춤옷처럼 잘 맞았다. 그리고 그 존재감 없이 자존감 없는 삶의 이야기는 마치 그토록 오래도록 연기를 시도해왔지만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던 손담비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면도 있었다. 이러니 인생 캐릭터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연기와는 사뭇 동떨어져 보였던 김설현 역시 JTBC <나의 나라>를 만나면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단적인 사례다. 서휘(양세종)와의 절절한 멜로는 물론이고 이화루라는 조직을 이끌어가는 수장으로서 만만찮은 카리스마를 가진 한희재라는 인물을 통해 김설현은 연기자의 기본이랄 수 있는 몰입의 경험을 하게 됐다. 아직 무르익었다 보긴 어렵지만 늘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며 캐릭터와 자신이 겉돌던 연기가 일체되는 그 경험은 아마도 김설현에게는 향후 연기자로서의 행보에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제 아무리 연기력이 좋은 배우도 작품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면 빛을 발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정반대로 아직 연기가 조금 서툴다 해도 그 연기를 200% 끄집어내주는 작품과 캐릭터가 있다. 그런 작품과 캐릭터를 만났을 때 비로소 그 연기자는 어떤 가능성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중요한 건 그 이후다. 다음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을 때 그 가능성은 비로소 확증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니.(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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