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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인턴' 김응수가 줄 웃음, 분노, 짠함까지 기대되는 이유

 

갑질하던 꼰대가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다면? MBC 새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은 사실 그 제목만으로도 궁금해지고 기대하게 된다. 물론 현실에서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상상은 누구나 해봄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상상만으로 벌이는 일종의 복수극이다. 하지만 그건 과연 복수로만 끝이 날까.

 

라면업계 1위 기업인 옹골에서 갖가지 갑질을 해가며 승승장구한 이만식(김응수). 그는 꼰대 중의 상꼰대다. 마침 인턴으로 들어온 가열찬(박해진)은 이만식에게 딱 걸린 고문관으로 끝없이 괴롭힘을 당한다. 결국 옹골에 레시피를 빼앗긴 한 국밥집 사장님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는 걸 목격하고, 의도적인 이만식의 갑질에 휘둘리던 가열찬은 사직서를 낸다.

 

하지만 5년 후 상황은 역전된다. 가열찬은 준수식품에 들어가 핫닭면을 성공시키며 잘나가는 마케팅영업팀 팀장으로 이만식 같은 꼰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팀원들을 대한다. 워라밸을 추구해 회식도 업무시간에 하고, 팀원들과의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출산을 위해 휴직하는 팀원을 응원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반면 영원히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이만식은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다 사실상 정리해고 당하고는 가열찬이 일하는 부서에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온다.

 

<꼰대인턴>은 '역할 바꾸기'라는 전형적인 코미디 코드를 가져오지만, 여기에 우리네 취업이나 회사생활의 현실을 더해 좀 더 화력 좋은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인턴이라는 비정규직이 겪는 현실과 동시에 갑질하는 상사들의 모습까지 극화해 과장되지만 짠한 코미디 상황으로 엮어낸다.

 

그런데 그토록 자신을 괴롭혔던 꼰대 이만식을 팀원으로 두게 된 가열찬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는 그토록 꼰대가 되지 않겠다 선을 그으며 자신은 다른 상사가 되겠다 했던 그 결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만식에 대한 복수 같은 욕망이 그의 소신을 꺾어 버리는 건 아닐까. 만일 사적인 감정으로 인해 그 위치에서 갑질을 시작한다면 그 역시 이만식과 다를 게 없는 꼰대가 되는 건 아닐까.

 

<꼰대인턴>은 뒤집어 놓은 역할 때문에 만들어지는 웃음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이른바 꼰대의 탄생이 개별적 인간됨의 문제인지, 아니면 상하 지위가 나뉘는 조직 체계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해도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김응수와 박해진은 이 작품에서 간만에 제대로 된 옷을 입었다. 꼰대 역할을 이렇게 코믹하고 과장되면서도 동시에 진지하게 연기해낼 연기자로 김응수만한 배우가 있을까. 또 박해진은 늘 아쉽게 느껴졌던 인간미가 이 가열찬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는 제대로 담겨지고 있다. 짠내 나는 인턴에서 잘 나가는 부장의 변신도 자연스럽고, 그 위치에서 이만식을 인턴으로 받게 되어 갖게 되는 황당함 역시 잘 소화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김응수는 <꼰대인턴>이라는 드라마의 전체 색깔을 잡아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페르소나가 아닐 수 없다. 갑의 위치에서 꼰대 짓을 해왔던 그는 인턴으로서 을이 겪는 상황들을 어떻게 느낄까. '늙은 장그래'라는 인물 설명에 들어간 표현대로, 김응수가 이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어떻게 짠하면서도 뒷목 잡는 뻔뻔함과 코믹함까지 곁들여 풀어낼지 실로 기대된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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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훌륭', 우리가 강형욱의 솔루션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건

 

“관리하기 귀찮아서 안한 거잖아요.” KBS 예능 <개는 훌륭하다>에서 강형욱은 작은 소리에서 예민하게 반응하며 짖고 때론 돌변해 물기도 하는 포메라니안 망고를 교육하다 견주에게 그렇게 쏘아붙였다. 너무 짖어서 이웃의 민원이 들어왔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성대제거수술을 받게 한 후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는 견주였다. 남편은 아내가 너무 울어서 실신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런데 강형욱이 그렇게 쏘아붙인 건, 망고를 교육하기 위해 몸으로 살짝 밀치며 마음대로 하려는 개를 통제하는 걸 본 남편이 “무력을 사용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한 대목 때문이었다. 강형욱은 ‘무력’이라는 표현이 잘못 됐다는 걸 먼저 인지시켰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몸을 부딪치는 건 무력이지만, 망고처럼 사람을 물어 상해를 입히는 반려견을 막는 건 무력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거였다. 그게 아니라면 사람들이 없는 산에 가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강형욱은 사실 속으로 눌러 두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망고가 그렇게 불안해하고 누군가를 물고 짖는 것이 사실은 관리하지 않고 그만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한 견주에게 있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사실 그 날 성대제거수술을 한 망고를 보며 그 수술에 대한 찬반이야기를 이경규, 이유비와 나눴던 강형욱이었다.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 입장이라는 강형욱은 관리를 조건으로 수술을 하라고 했던 견주가 수술 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자 수술을 하라는 이야기를 이제 함부로 안한다고 했다.

 

그건 당장 수술을 통해 짖는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는 견주가 더 이상 관리는 하지 않게 된 데서 강형욱이 느낀 자괴감이었다. 반려견들이 짖거나 물거나 하는 문제들이 발생할 때 어떤 견주들은 그 행동의 원인이 찾아 제대로 관리해주고 책임지려고 하기보다,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려 하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었다. 강형욱은 거기에 일침을 날린 것이었다.

 

망고를 물고 괴롭히는 링고의 문제 역시 견주가 하지 못한 통제와 관리 때문이라는 걸 강형욱은 설명해줬다. 견주가 하지 못하자 링고가 나서서 망고보고 왜 그러냐고 하는 거라는 것. 여기서 강형욱은 망고와 링고의 입장이 되어 연기로 그 상황을 보여줬다. 망고가 이리저리 다니면서 불안한 행동을 보일 때 링고가 “너 엄마한테 왜 그래?” 하며 제지하고 있었다는 거였다. 그런 링고를 견주가 오히려 질책했다는 이야기는 견주는 물론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강형욱의 소통법에 우리가 주목하는 건 그가 반려견과 견주 사이 놓인 소통의 벽을 다양한 방법으로 깨주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견주의 아픈 마음과 상처에 공감하며 다독이다가도 때론 그 잘못에 일침을 가해 그 행동을 고쳐주려 한다. 또 반려견이 왜 그런 이상행동을 하는 지를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 아예 그 입장에 되어 그 행동들을 말과 연기로 표현해준다. 어느 한쪽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모두 교정해나가는 게 강형욱의 소통방식이다.

 

사실 소통의 문제는 반려견과 견주 사이가 아니라도 어느 한쪽이 아닌 양자 모두의 잘못인 경우가 많다. 강형욱은 반려동물전문가지만 문제 있는 반려견의 행동만을 교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결국 견주와 소통문제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견주에게는 반려견의 입장을 대변해주고, 반려견들에게는 견주가 못해줬던 관리를 통해 편안함을 주려 한다.

 

<개는 훌륭하다>가 때론 무섭고 때론 신기하며 때론 어떤 뭉클한 감동을 주는 건 강형욱의 이런 소통법이 엇나가 있던 반려견과 견주 사이의 오해를 풀어주고 그것이 즉각적인 행동으로 변화를 보여줘서다. 그래서일까. 보면 볼수록 깨닫게 된다. 대부분의 소통의 문제는 타인을 탓하기보다는 나의 자세를 통해서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는 걸. 반려견의 차원을 넘어서서 강형욱의 소통법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유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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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과 전석호, '킹덤'을 보면 '하이에나'가 달리 보이는 두 배우

 

주지훈과 전석호는 언제부터 이런 찰진 콤비가 됐을까. 최근 방영되고 있는 SBS 금토드라마 <하이에나>에서 두 사람은 법무법인 송&김에서 각각 윤희재(주지훈)와 가기혁(전석호)이라는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최근 넷플릭스에서 시즌2로 돌아온 <킹덤>에서도 두 사람은 이창(주지훈)과 동래부사 조범팔(전석호)로 콤비 연기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마치 돈키호테와 산초 같은 서로가 없어서는 안될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이에나>에서는 극을 이끌어가는 건 윤희재지만, 그의 친구이지만 어딘지 그가 잘 되는 것만을 바라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가기혁의 역할도 눈에 띈다. 윤희재가 정금자(김혜수)와 일과 사랑 모두에 있어서 서로 으르렁대면서도 조금씩 가까워지는 관계의 진전을 통해 드라마의 힘을 만들어내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 속에 가기혁과 심유미(황보라) 같은 감초들의 웃음과 두 사람 사이에도 벌어지는 엉뚱한 멜로는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이런 사정은 <킹덤>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선에 창궐한 좀비떼들과 대결하며 숨 쉴 틈 없는 긴장을 유발하는 이창의 액션이 전면에 펼쳐진다면 그 속에서 숨 쉴 틈을 열어주며 웃음을 유발하는 조범팔의 활약은 이 드라마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주지훈과 전석호는 각각의 필모그라피만 봐도 이제 연기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주지훈의 경우 영화 <신과 함께>나 <암수살인>으로 그 연기 스펙트럼을 활짝 열어놓은 후 <킹덤>에 이은 <하이에나>로도 배우로서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물론 주지훈은 과거 KBS드라마 <마왕>에서부터 잠재력을 보였지만, 최근의 연기를 보면 카리스마는 물론이고 적당히 유연해진 연기와 독한 악역까지 다채로워진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전석호도 2014년 <미생>의 하대리 역할로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이후 <굿와이프>, <힘쎈여자 도봉순>, <우리가 만난 기적>, <라이프 온 마스> 등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자기 영역을 넓혀왔다. 전석호의 연기 스펙트럼 역시 까칠한 악역에서부터 허술한 감초 역할까지 그 폭이 넓다. 이 짧은 기간 안에 자기만의 독보적 영역을 세울 수 있었다는 건 이 배우가 꽤 준비되어 있다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결국 드라마든 영화든 주조연의 균형 잡힌 캐릭터가 보다 대중적인 완성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극의 힘을 부여한다면, 이를 적절히 누그러뜨리는 조역이 있어야 관객이나 시청자들도 숨 쉴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주지훈과 전석호의 <킹덤>과 <하이에나>에서의 콤비는 주목되는 면이 있다.

 

주인공 역할로 서온 주지훈의 배우로서의 성장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특히 주목되는 건 전석호의 미친 존재감이다. 그는 적당히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때론 그걸 뒤집어 소름 돋는 반전까지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주조해 보여주곤 하기 때문이다. 충무로와 드라마판에 정평이 나 있는 미친 존재감 연기자들의 계보를 잇기에 충분한 배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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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25 11:18 BlogIcon 티비다시보기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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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남궁민이어서 더 특별했던 이유

 

남궁민의 연기 스펙트럼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성공은 물론 완성도 높은 대본과 여러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제대로 연기해낸 연기자들의 합이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 중에서도 백승수 단장 역할의 남궁민이 중심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게다. 심지어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백승수 리더십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했으니 말이다.

 

남궁민이 연기한 백승수의 면면을 보면, 그가 이 캐릭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했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백승수는 ‘시스템 개혁자’로서 감정을 극도로 절제하고 대부분의 상황들에 이성적으로 대처하려는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차가운 인물이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고 실제로는 동생에 대한 죄책감은 물론이고 늘 맡았던 팀이 우승을 했지만 바로 해체되는 경험을 통해 갖게 된 허탈함 같은 것들이 내면 깊숙이 응축되어 있다.

 

백승수를 표현하면서 남궁민이 취한 건 거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이었다. 그는 어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나 갑자기 터진 상황들 속에서도 거의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그건 이 작품이 가진 ‘단짠’ 혹은 ‘고구마-사이다’의 이야기 구조와 맞물려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스카우트 비리 문제가 터지면서 백승수에게 반발하는 스타우트 팀장의 갖가지 만행들이 벌어지지만, 백승수는 거기에 대해 아무런 표정이나 동요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시청자들로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인지 전혀 예측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런 꾹꾹 눌러내는 고구마 전개는 한 에피소드의 절정에 이르러 드디어 백승수의 복안이 드러나면서 터져 나오는 사이다 폭발력을 갖게 만든다.

 

또한 숨긴 감정들은 어느 순간 진짜 드러날 때 백승수라는 인물이 겪는 감정의 파고를 더 격동적으로 만들어내는 효과도 준다. 즉 노골적으로 도발해오는 권경민(오정세)에게 지속적으로 존칭으로 대하다 어느 순간 반말로 슥 넘어갈 때가 그렇고, 팀의 에이스로 어렵게 데려온 강두기(하도권) 선수를 트레이드한다는 결정에는 대놓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 그렇다. 늘 감정을 드러내던 사람이 보이는 것보다 백승수처럼 무감해 보였던 이가 드러내는 감정이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

 

아마도 남궁민은 <스토브리그>의 이야기 전개 구조에 백승수라는 인물이 어떤 톤을 유지하고 어떤 상황에서 그걸 깨고 하는 것이 만들어낼 효과들을 정확히 인지하고 연기를 했다고 보인다. 그는 과거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연기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빠져서 연기하는 메소드 연기”만이 연기가 아니고 “자신이 하는 연기를 인지하고 그것이 보는 시청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키는지를 컨트롤하는 연기”도 연기라고 말할 바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남궁민은 그 어느 때보다 그 연기 컨트롤의 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스토브리그>를 통해서도 확인한 것처럼 남궁민의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은 캐릭터 분석과 거기에 맞는 효과적인 방식을 찾아내는 데서 나온다. 지난해 KBS에서 방영됐던 <닥터 프리즈너>의 나이제라는 캐릭터를 떠올려보라. 남궁민은 그 인물을 그 드라마가 가진 팽팽한 대결구도와 반전의 반전이라는 이야기 구조에 걸맞게 연기해낸 바 있다. 감정을 끊임없이 끄집어내 보여주던 그 연기를 떠올려보면 <스토브리그>의 그 무표정 연기가 놀라울 정도다.

 

멜로, 스릴러, 악역, 코믹 캐릭터, 리더 등등 남궁민이라는 배우가 지금껏 표현해온 연기의 스펙트럼은 그래서 되돌아보면 그저 우연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그 하나하나를 표현하기 위해 이 놀라운 배우는 그 상황에 걸맞는 옷을 찾아내 입어 왔으니 말이다. 앞으로 그가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을지 더더욱 기대되는 이유다.(사진:S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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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과 캐릭터가 끌어내는 배우와의 시너지

 

좋은 작품과 캐릭터는 어쩌면 배우의 연기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 아닐까. 그간 그리 주목받지 못했지만 작품 속 캐릭터와 만나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들이 있다. JTBC 월화드라마 <보좌관2>에서 시즌1에 이어 단단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신민아,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인생캐릭터를 만난 손담비 그리고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에서 꽤 괜찮은 몰입을 보여주고 있는 김설현이 그들이다.

 

<보좌관2>에서 신민아의 연기가 새삼 돋보이는 건, 지금껏 그가 해왔던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강선영이라는 초선의원을 만나면서다. 그간 로맨틱 코미디의 상큼발랄한 캐릭터만을 입어왔던 신민아였지만 이 작품에서는 사랑보다 일에 더 몰두하는 여성 정치인의 캐릭터를 만나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장태준(이정재)과 연인이면서 정치적 동지이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소신을 밀고 나가는 당찬 여성 정치인 강선영은 지금껏 봐왔던 신민아의 고정된 이미지를 깨주기에 충분했다. 좋은 작품이 좋은 연기를 끄집어낸 단적인 사례다.

 

<동백꽃 필 무렵>의 손담비 또한 마찬가지다. 아마도 이 작품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장본인으로 꼽히는 손담비는 향미라는 역할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났고 인생 연기를 선보였다. 다소 맹한 얼굴로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그 대사들은 때론 섬뜩하게도 느껴지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외로움이 슬쩍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돌아갈 곳이 없던 그 부평초 같은 삶이 겨우 겨우 찾아든 동백(공효진)의 까멜리아에서 맞은 최후의 순간들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향미 역할에 손담비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이 작품 속 캐릭터와 손담비는 맞춤옷처럼 잘 맞았다. 그리고 그 존재감 없이 자존감 없는 삶의 이야기는 마치 그토록 오래도록 연기를 시도해왔지만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던 손담비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면도 있었다. 이러니 인생 캐릭터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연기와는 사뭇 동떨어져 보였던 김설현 역시 JTBC <나의 나라>를 만나면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단적인 사례다. 서휘(양세종)와의 절절한 멜로는 물론이고 이화루라는 조직을 이끌어가는 수장으로서 만만찮은 카리스마를 가진 한희재라는 인물을 통해 김설현은 연기자의 기본이랄 수 있는 몰입의 경험을 하게 됐다. 아직 무르익었다 보긴 어렵지만 늘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며 캐릭터와 자신이 겉돌던 연기가 일체되는 그 경험은 아마도 김설현에게는 향후 연기자로서의 행보에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제 아무리 연기력이 좋은 배우도 작품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면 빛을 발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정반대로 아직 연기가 조금 서툴다 해도 그 연기를 200% 끄집어내주는 작품과 캐릭터가 있다. 그런 작품과 캐릭터를 만났을 때 비로소 그 연기자는 어떤 가능성을 경험하게 된다. 물론 중요한 건 그 이후다. 다음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을 때 그 가능성은 비로소 확증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니.(사진:JT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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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어쩌다 발견한 손담비, 인생캐릭터 만났네

 

이런 걸 인생캐릭터(인생캐)라고 부르는 것일 게다.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활짝 피어난 건 동백(공효진)의 인생만이 아니다. 이 드라마로 의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손담비도 활짝 피었다. 향미라는 캐릭터가 이제 손담비라는 인물에 척척 달라붙는다. 특유의 느릿하고 차분하지만 어딘지 차갑게 느껴지는 어조와 무표정한 얼굴. 하지만 그런 외적으로 드러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내면의 따뜻함과 아픔. 그런 복합적인 면모가 향미에게서는 느껴진다.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 빗대 표현한다면 ‘어쩌다 발견한 손담비’라고 할까. 처음 향미라는 인물은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 옆에 있는 엑스트라에 가까운 조역처럼 여겨졌다. 거기에는 이 드라마가 메시지로 담고 있는 일종의 ‘편견’이나 ‘선입견’도 깔려 있었다. 까멜리아라는 술집에서 알바를 하는 인물에 대해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것.

 

하지만 향미는 조금씩 그 존재감을 키워나갔다. 노규태(오정세)라는 옹산의 군수를 꿈꾸지만 어딘지 빈 구석이 많은 인물을 옭아매 점점 궁지로 몰아넣는 향미라는 캐릭터는 웃음을 주면서도 동시에 어딘가 섬뜩한 느낌을 더하기 시작했다. 특히 무표정한 얼굴에서 담담하게 나오는 말들은 인생 다 산 듯한 서늘함이 느껴졌고, 해외로 떠날 거라며 어딘가로 송금을 하는 이 인물에서는 미스터리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여기에 까불이라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지면서 심지어 향미가 까불이가 아니냐는 추측까지 생겨났다. 혹자는 향미가 어떤 의도를 갖고 까불이인 양 낙서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까지 내놨다. 이렇게 된 건 향미라는 인물에 대해 시청자들이 점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어느새 향미는 드라마 속 부수적인 인물에서 점점 중심으로 들어오게 됐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하지만 향미가 까불이가 아니고 까불이에 의한 희생자였다는 정황증거가 등장했다. 사체에서 나온 지갑에 향미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분증이 발견되었던 것. 그런데 향미가 향후 살해당할 것이라는 정황증거와 함께 현재 그가 처한 안타까운 상황과 또 그 와중에도 동백의 믿어주는 마음에 대해 갈등하는 모습은 시청자들도 연민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강종렬(김지석)이 갖다 놓은 돈 다발 앞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향미의 현실 상황과 동백에 대한 마음이 동시에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갑자기 나타나 평생 나한테 빚 갚으며 살아야 된다는 사내에게 “내 인생이 그렇지 머”라고 체념하는 향미는 그를 돕기 위해 나서주는 동백에게 “이 언니 짜증나”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지금껏 아무 생각 없이 일을 저질러 왔지만 동백의 이 친절함과 따뜻한 마음에 스스로가 갈등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안쓰러운 모습에 시청자들은 향미가 까불이에게 살해당한 피해자가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까지 갖게 됐다. 발견된 건 신분증일 뿐이지 그걸 갖고 있는 사체가 향미라는 건 추정일 뿐이지 않냐며.

 

향미는 알고 보니 동백의 어린 시절 똑같이 따돌림을 당했던 일명 ‘물망초’였다. 어머니가 술을 파는 물망초에서 일한다는 것 때문에 붙여진 그 별명은 향미를 그 어둡고 희망 없는 삶 속으로 곤두박질치게 했을 게다. 그러다 그 먼 길을 돌아 까멜리아에 한 겨울 눈 내리는 날 슬리퍼 바람으로 찾아온 그에게 동백은 따뜻한 밥을 나눴다. 그렇게 힘겨운 삶을 살아낸 향미가 속절없이 살해를 당한다는 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어느새 우리도 모르게 향미라는 인물에 집중하게 되었고, 그걸 연기하고 있는 손담비를 다시 보게 되었다. 연기하고는 거리가 멀다 여겨져 이 드라마에 등장할 때부터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손담비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들여다보니 그 독특한 캐릭터와 너무나 잘 어우러진다. 엑스트라처럼 치부되었지만, 그것이 일종의 편견이었다며 보기 좋게 깨버리고 중심으로 들어와 버린 손담비. <동백꽃 필 무렵>은 그래서 어쩌다 손담비를 발견한 드라마가 되었다. ‘인생캐’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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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의 몰입감 만들어낸 연기 베테랑 김갑수

 

물론 진짜 정치인들은 조금 다를 거라 생각하지만(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만), JTBC 금토드라마 <보좌관>의 송희섭 의원(김갑수)을 보다 보면 그 모습이 진짜 정치인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난다. 카메라 앞에 서면 짐짓 국민을 위해 뛰고 또 뛰는 듯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진중한 낮은 목소리로 소신을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원실로 들어가면 그 모습은 완전히 달라진다. 신발을 벗어 아무 데나 던지는 안하무인격의 권위적 모습은 기본이고, 내뱉는 말들은 칼만 안 들었지 살벌하고 경박한 폭력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이런 인사가 4선이나 의원직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가벼워 보이지만, 그것이 일종의 허허실실이라는 건 순식간에 사태를 파악하고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고 이익이 되는가를 감지해내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대중들에게 동정심 같은 걸 유발하기 위해서 심지어 자신이 두들겨 맞는 모습까지 쇼로 연출해낼 정도로 그는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위해서 뭐든 하는 인사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 누구도 믿지 않고 필요하면 적과도 연대한다. 자신에게 충성을 다하는 보좌관 장태준(이정재)에게 차기 의원직 약속을 하며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살갑게 대하지만, 그가 너무 잘 나가고 힘을 얻기 시작하자 그를 견제하기 위해 오원식(정웅인) 보좌관 같은 인물을 부르기도 한다. 궁지에 몰렸던 오원식이 결국 장태준의 개인서랍을 열어 그 안에 숨겨진 송희섭 의원의 약점이 담긴 USB를 빼내오자, 송희섭은 금세 태도를 바꿔 장태준과 거리를 두며 오원식을 가까이 한다.

 

하지만 장태준에게는 자신을 법무부장관이 되게 해줄 능력이 있다는 걸 송희섭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법무부장관이 국정감사에서 허위진술을 해서 위증죄를 갖게 만든 장태준을 너무 멀리도 또 너무 가까이도 대하지 않는다. 그 적당한 거리감은 장태준을 더 죽을 힘을 다해 뛰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의원이 되고픈 야망을 위해 송희섭에게 바친 세월이 그의 한 마디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장태준이기 때문이다.

 

송희섭은 자신의 약점이 담긴 USB를 흘린 인물을 잡아다 놓고 장태준이 보는 앞에서 마치 들으라는 듯 그를 질타한다. 자신이 정치인이 되면서 버린 것이 바로 “수치심”이라고 한다. 그 말은 자신이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수치심 따위는 버린 채 온몸을 던져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이 노회한 정치인이 무섭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수치심을 버렸는데 도대체 못할 일이 뭐가 있을까.

 

<보좌관>은 정치인들을 보좌하는 이들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지만, 그래서 이들의 생사여탈부를 쥐고 있는 정치인의 존재감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드라마의 동력은 사실상 송희섭 의원이라는 만만찮은 인물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어디로 어떻게 튈지 알 수 없는 이 인물의 변화가 사실상 그 밑에서 일하고 있는 보좌관들의 갈등 양상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김갑수의 미친 연기력이야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것이지만, <보좌관>에서 그 연기가 돋보이는 건 그래서다. 진짜 정치인의 모습 그대로인 것처럼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이는 김갑수가 있어 <보좌관>의 힘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가 막연히 뉴스 등을 통해 봐왔던 정치인의 모습을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어주는 미친 연기의 힘이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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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된 남자’의 성공비결, 파격을 끌어안은 연출과 연기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가 종영했다. 결론은 해피엔딩. 왕이 된 광대 하선(여진구)을 위협하던 진평군(이무생)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규(김상경)의 칼에 맞고 대비(장영남)에게 버려져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고, 신치수(권해효)는 하선의 칼에 죽었으며, 대비 역시 하선에 의해 폐모된 후 사약을 받았다. 하선은 기성군(윤박)에게 선위하고 궁을 떠났고, 대비의 원수를 갚으려는 무리들에게 공격을 받았지만 끝까지 그를 지킨 장무영(윤종석)의 희생으로 목숨을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2년 후 중전 소운(이세영)과 꿈같은 재회를 한 하선은 함께 손을 잡고 갈대밭을 걸어 나갔다. 

하선이 모든 궁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본래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는 엔딩이었지만 다소 급하게 마무리된 듯한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건 <왕이 된 남자>라는 사극이 가진 파격이 워낙 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파격은 이 드라마가 가진 장점이자 취약점이기도 했다. 다행스러운 건 이 취약점을 드라마의 연출과 연기가 장점으로 바꿔놓았다는 것. 

<왕이 된 남자>가 파격인 건, 원작인 영화 <광해>와 너무나 다른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작 영화 <광해>는 제목부터 실존 임금의 이름을 붙였기 때문에 스토리 전개에 있어 지켜야할 역사적 사실의 선 같은 게 존재했다. 그래서 다소 안전한 선택 안에서 영화적 재미를 만들었던 것. 하지만 드라마 <왕이 된 남자>는 달랐다. 실존 임금의 이름을 떼어내고 역사와 거리를 두면서 드라마는 원작과는 다른 파격의 길을 걸었다. 

그 첫 번째 파격은 실제 왕을 죽이는 신하의 이야기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광대를 진짜 왕으로 옹립시키고, 자신이 꿈꾸던 정치를 펴려는 이규의 욕망은 어찌 보면 ‘왕위 찬탈’과 ‘국정 농단’의 하나로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주인공인 하선이나 이규의 이런 파격적인 선택이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한 연출과 연기가 더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이 파격은 여진구의 폭군과 선한 광대를 넘나드는 연기와 김상경의 잔혹한 선택 뒤에 존재하는 백성을 위한 마음을 이해시키는 연기를 통해, 또 김희원 PD 특유의 유려한 연출을 통해 시청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었다. 

두 번째 파격은 하선이 광대라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신치수나 대비 앞에서 당당히 대적해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선은 조금씩 광대놀음에서 진짜 왕이 되어가는 면모를 보여줬고, 그래서 중전 소운의 마음도 또 이규의 마음도 얻었다. 이런 파격적인 변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든 것 역시 연기와 연출의 힘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파격은 엔딩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모든 일들이 정리되고 선위한 후 궁을 떠나는 하선의 이야기가 그렇다. 그것 역시 지금껏 그 어떤 사극에서도 보기 힘든 파격이었지만 의외로 선선히 받아들여졌다. 물론 너무 많은 파격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정리하는 마지막회의 안간힘은 다소 급하게 돌아간 느낌을 줬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마무리를 해냈다는 건 나름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파격은 자칫 잘못하면 사극이 가진 유려한 틀을 깨버리는 취약점이 될 위험성이 있었다. 파격적 사건들이 마구 전개되다 보면 마치 막장 같은 뉘앙스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이 된 남자>의 파격은 그렇지 않았다. 그것을 실제처럼 몰입감 높게 연기해준 연기자들이 있었고, 이를 튀지 않고 우아하게 그려낸 연출이 있었다. 따라서 파격은 취약점이 아니라 극성을 높여주는 강점으로 바뀌었다. 

이헌(여진구)이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하선에게 “제대로 놀지 못하겠느냐?”하고 일갈하던 장면을 떠올려보면, 이 드라마는 확실히 한 판 제대로 논 듯한 인상을 준다. 진짜는 아니지만 진짜 같았고, 그래서 진짜였으면 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 정도로 잘 논 한 판. 이건 어쩌면 이제 사극 같은 ‘역사’를 갖고 ‘노는’ 드라마들이 취해야할 선택이 아닐까 싶다. 파격이라도 어떻게 잘 노느냐에 따라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아끌 수 있으니.(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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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사제’, 첫 회부터 이런 좋은 성과를 냈다는 건

SBS가 <열혈사제>로 재개한 금요일밤 드라마 공략이 첫 회부터 성공적인 신호를 보냈다. 첫 회 시청률이 13.9%(닐슨 코리아). 최근 방영됐던 그 어떤 SBS 드라마들보다 좋은 첫 회 성적표다. 


<열혈사제>가 첫 회부터 이런 좋은 성과를 낸 건 과감한 편성과 트렌드를 반영한 드라마 덕분이다. 사실 SBS는 예전에도 금요일밤에 두 편을 연속해서 공격적인 드라마 편성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색깔은 장르물보다는 전통적인 가족드라마에 더 가까웠다. 시청률은 나와도 화제성이 별로 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금요일과 토요일밤으로 편성된 <열혈사제>는 지금 트렌드에 맞는 장르물을 가져왔다. 지상파에서 금요일은 휴일의 시작으로 보편적 시청층이 빠져나간다 여겨졌던 시간대다. 하지만 최근 드라마를 보다 적극적으로 선택해 보는 시청자들이 점점 늘면서 금요일밤은 오히려 뜨거워졌다. 이들 이른바 선택적 시청층들은 드라마를 보는 눈높이 자체가 상대적으로 높다. 해외의 장르물들에도 익숙하다. 그러니 이들을 공략해 금요일 밤에 들어온 장르물 <열혈사제>는 거기 딱 맞는 기획이었던 셈이다. 

<열혈사제>는 여기에 장르물 중에서도 보다 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액션 스릴러와 코미디를 엮었다. 드라마 시작부터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제 김해일(김남길)이 사기 굿을 하는 일당들을 맨손으로 척척 때려눕히는 통쾌한 액션을 보여주면서, 이 김해일이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가진 코미디 코드를 잡아낸다. “하나님이 너 때리래”라는 대사는 이 드라마의 액션과 코미디가 어떻게 이 김해일이라는 사제 캐릭터에 녹아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결국 이 일이 문제가 되어 김해일은 도망치듯 구담시로 오게 되고, 드라마는 구담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폭들과 정치인 사이의 커넥션들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김해일과 이들이 어떻게 부딪치게 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인물이 소개됐다. 한 명은 조폭들에게 두드려 맞고 홀딱 벗겨진 채 길거리에 내던져진 바보 형사 구대영(김성균)이고, 다른 한 명은 출세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욕망의 불꽃을 드러내는 검사 박경선(이하늬)이다. 

이들은 향후 열혈사제 김해일과 얽혀 구담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을 해결해나갈 인물들이다. 흥미로운 건 이 구대영과 박경선 두 인물이 모두 저마다의 단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구대영은 형사에 걸맞지 않게 쫄보라는 것이고, 박경선은 욕망에 충실하다 못해 권력의 충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건 이 두 사람이 김해일이라는 사제를 만나게 되면서 변화할 거라는 점이다. 이 변화과정 또한 이 드라마가 보여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첫 회가 방영된 것뿐이지만 칭찬해주고 싶은 건 김남길과 이하늬의 물오른 코미디 연기다. 김성균이야 본래부터 이런 코미디 연기가 자연스러웠던 배우다. 하지만 김남길과 이하늬는 최근 들어 코미디 연기가 점점 눈에 띈다. <명불허전>부터 영화 <기묘한 가족>까지 코미디 연기를 제대로 보이던 김남길은 과거 <선덕여왕>의 비담 역할에서 보였던 액션까지 엮어 <열혈사제>의 김해일이라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하늬는 <극한직업>에서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놀라운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더니, 이번 <열혈사제>에서는 이제 능청스럽기까지 보이는 자연스러운 코미디 연기를 해내고 있다. 김남길, 김성균과 함께 합을 이룰 이하늬의 연기 도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들의 호연에 힘입어 첫 회부터 확실하게 잡힌 캐릭터들은 향후 이 드라마가 만들어낼 심상찮은 성과를 예감하게 하고 있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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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웃다 울다 희비극에 안정감 주는 연기자들 호연

JTBC 월화드라마 <눈이 부시게> 첫 회는 빵빵 터지는 코미디에 상큼 달달해지는 멜로였다. 삼겹살 먹는 게 꿈이라며 청테이프로 문틈을 모두 막아놓고 혼자 방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다 질식해 쓰러지는 김영수(손호준)가 실려 가기 전 고기를 뒤집어 달라고 하는 대목은 이 작품이 얼마나 코미디에 충실한가를 보여준다. 그가 계속 놀려대고 장난치는 동생 김혜자(한지민)에 술기운에 좋아하던 선배에게 고백하러 갔다가 분수처럼 토를 해버리는 장면도 그렇다. 

여기에 김혜자와 이준하(남주혁)가 여러 차례 우연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가까워지는 과정은 상큼 달달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동네주민들(주로 할머니들)과 요양원 시설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거기서 우연히 만난 할머니가 마치 그 곳에 온 준하의 할머니라는 걸 알게 되는 에피소드는 참신했다. 동네 시위 현장에서 남녀가 만나는 설정은 어느 멜로에서도 보지 못했던 진풍경이다. 그렇게 가까워진 두 사람이 우동집에서 술에 취해 ‘불행 배틀’을 하는 장면 또한 마찬가지의 설렘을 주는 멜로의 풍경이었다. 

2회에 들어서면서 <눈이 부시게>는 이 드라마가 그저 빵빵 터지는 코미디에 상큼 달달한 멜로로만 가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라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갑작스런 아빠의 사고를 되돌리기 위해 봉인해뒀던 시간을 돌리는 시계를 꺼내 무한정 돌려 결국 아빠를 살려내지만 김혜자는 할머니가 되어버린다. 아빠를 되살리기 위해 시계를 돌리고 사고가 나는 걸 막으려 달리고 또 달리는 모습은 눈물겨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상큼 달달에서 눈물 철철로 바뀌는 대목. 배우 한지민의 만만찮은 연기 몰입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비극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할머니가 되어버린 김혜자(김혜자)는 그 충격에 자기 방문을 걸어 닫았다. 그 변신(?)을 부정하다 포기하게 되는 그 과정은 어찌 보면 코미디가 될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연기자 김혜자는 이를 절절한 비극으로 소화해낸다. 희극과 비극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실감나게 해주는 연기가 아닐 수 없다. 극의 장르적 특징이 급변하고 그 인물의 감정도 급변하기 때문에 다소 어색해보일 수 있는 대목이지만 김혜자는 이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변환시키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여기에 남다른 불행을 안고 사는 이준하 역할을 한 남주혁의 연기까지 더해졌다. 없는 게 차라리 낫다 여겨지는 아버지의 폭력 속에서 할머니와 의지하며 살아가던 이준하는, 갑자기 찾아온 아버지를 떨쳐내기 위해 자해를 한 후 가정폭력 신고를 한다. 결국 아버지는 잡혀 들어가지만 그 아들을 두고 볼 수 없는 할머니는 경찰서를 찾아가 그것이 자해극이었다는 사실을 밝힌다. 그리고 이준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긴 채 숨을 거둔다. 아무도 오지 않는 장례식장에서 풀려나온 아버지에게 두드려 맞으며 “이게 다 너 때문”이라는 질책을 듣는 이준하의 눈에는 핏발이 섰다. 

<눈이 부시게>는 타임리프 판타지가 섞여 있고 발랄한 코미디와 청춘 멜로가 더해져 있어 어찌 보면 가벼운 드라마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삶의 밝은 부분만큼 어두운 부분을 놓치지 않고 깊게 들여다보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특별한 지점이다. 희비극은 그렇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이 드라마는 말해주는 것만 같다. 

중요한 건 이런 희비극이 우리네 삶의 정체라는 걸 우리가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드라마로서 납득시키는 건 다른 이야기라는 거다. 그래서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건 김혜자는 물론이고 한지민이나 남주혁 같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이들의 눈부신 연기가 있어 인생의 희비극을 우리는 웃고 울며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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