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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의 독특한 경계인 설정이 끄집어낸 명품 연기들

 

괴물인가 영웅인가. 드라마가 끝까지 도정우라는 인물의 정체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그 인물을 연기한 남궁민은 역시 믿고 볼만한 가치가 충분했던 연기 괴물이었다. 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의 종영에 이르러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낮과 밤>이 진입장벽이 꽤 있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보여진 28년 전 하얀밤 마을에서 벌어진 참사와 어린 생존자들의 '괴물' 같은 모습이 미스터리를 던져 놓은 데다, 세월이 흘러 현재 그 생존자 중 한 명으로 서울지방경찰청 특수팀 팀장인 도정우(남궁민)가 수사하는 연쇄 자살 사건 또한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벌어진 것인가가 오리무중이었던 작품이다. 

 

여기에 미국 FBI 출신 범죄심리전문가 제이미(이청아)가 특수팀에 합류해 연쇄 자살 사건을 함께 수사하고, 포털 MODU 소속 해커로 어두운 범죄자와 사육당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는 문재웅(윤선우)이 그 사건과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도무지 가늠하기 힘든 사건의 미궁 속에 빠져들었다. 

 

그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사건들 속에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드라마를 보게 만든 힘은 도정우 역할을 맡은 남궁민 덕분이었다. 시청자들은 그 미궁 속에서 남궁민을 믿고 따라나섰고 그 결과는 놀랍고도 색다른 스릴러와의 만남이었다. 참사와 연쇄 살인사건으로 수사물의 색깔이 강했던 드라마는 중반을 지나면서 28년 전 하얀밤 마을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체실험이 있었고, 그것이 '영원한 생명'에 대한 권력자들의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드러낸다. 

 

여기서 이야기는 단순한 수사물이 아닌 초능력이 등장하는 '슈퍼히어로물'의 색깔로 확장되었다. 하지만 <낮과 밤>에서 도정우가 가진 초능력은 과거 자신이 실험을 당하면서 갖게 된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마블식의 슈퍼히어로물과는 결이 다르다. 오히려 <언브레이커블>, <23아이덴티티> 그리고 <글래스>로 이어진 나이트 샤말란 식의 슈퍼히어로물에 가깝다. 

 

'낮과 밤'으로 은유되는 인물의 경계는 그래서 <23아이덴티티>가 다뤘던 경계성 인격 장애로 인해 영웅과 괴물 사이를 오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그려진다. 당시 실험 대상이었다가 하얀밤 마을에서 탈출한 세 사람, 즉 도정우, 제이미 그리고 문재웅은 모두 경계성 인격 장애라는 후유증을 가진 채 영웅으로도 괴물로도 변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마지막 회에 이르러 밝혀진 것이지만 도정우는 자신 안에 있는 괴물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던 것.

 

<낮과 밤>이 어찌 보면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초능력 같은 소재를 가져오면서도 시청자들을 몰입시킬 수 있었던 건, 아주 조금씩 이야기를 확장해감으로써 나중에는 초능력까지도 믿게 만든 촘촘한 대본 구성과 이러한 변화를 믿고 보게 만든 명품 연기들이 더해져서다. 남궁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중심을 잡아줬고, 독특한 분위기를 내며 매력을 끄집어낸 이청아, 인물의 이중성을 섬뜩하게 표현해낸 윤선우가 든든히 그를 지지해줬다. 여기에 액션과 감정 연기를 잘 소화해낸 김설현, 괴물 같은 연구자의 얼굴을 그려낸 김창완과 안시하, 각하의 추악한 실체를 보여준 김태우 등등. 경계에 서 있는 인물들을 다루는 독특한 대본은 양자를 오가는 연기자들의 명품 연기를 끌어냈다. 

 

그래서 <낮과 밤>이 하려는 이야기는 '선택'의 문제였다. 선과 악, 정의와 부정 같은 마치 두 부류가 분명히 나뉘어져 있는 것처럼 치부되는 현실의 대결구도들은 사실상 한 사람 안에 다 있다는 것. 그래서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영웅이 될 수도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드라마는 말하고 있었다. 

 

물론 직접적으로 이야기되진 않았지만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정치인과 언론인, 검경, 연구자들을 아우르는 인물군들은, <낮과 밤>이 말하려는 그 선택의 문제가 지금 현재 우리네 현실 곳곳에 모두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걸 에둘러 말해준다. 진영논리로 쉽게 구분하는 선과 악, 정의와 부정의 대결이 겉으로 보이는 현실의 모습이지만, 실상은 진영으로만 얘기될 수 없는 개개인의 선택이 그 양자를 가를 수 있는 훨씬 더 복잡한 권력과 욕망의 시대에 우리가 서 있다는 것. <낮과 밤>이 수사물에 슈퍼히어로물의 성격까지 더해 전해준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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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 김소연의 무엇이 우리를 흠뻑 빠져들게 만들었나

 

같은 사람 맞아?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배우 김소연은 너무나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척 보기에도 떨고 있었고, 카놀라 유(유재석)와 영길(김종민) 그리고 동석(데프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예민한 반응과 리액션을 보여줬다. 등장부터 너무나 수줍어했고 세 사람을 대하는 김소연의 모습은 나긋나긋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모습은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봤던 광기어린 천서진 역할을 그가 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모습이었다. 무려 28.8%(닐슨 코리아)의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즌1을 종영한 화제의 드라마. 하지만 막장 논란으로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이 드라마에서, 그럼에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건 김소연의 연기였다.

 

아버지의 죽음을 방치하고 도망친 후, 피가 묻은 손으로 웃음과 눈물이 겹쳐진 채 피아노를 치는 광기어린 모습은 시청자들을 소름 돋게 만든 바 있다. 김소연의 연기가 놀라웠던 건, 짧은 순간 슬픔과 분노와 희열 같은 복합적인 감정이 교차하는 표정 연기였다. 그래서 '코리안조커'라 불릴 정도로.

 

하지만 그런 연기를 펼쳐보였던 배우가 그 연기에 대해 호평을 쏟아내는 카놀라 유 앞에서는 민망해 견딜 수 없겠다는 듯 낮게 비명(?)을 지르고,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반응을 보이는 모습은 의외의 웃음을 제공했다. 그는 자신의 연기를 자신이 보면서도 낯설게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연기 장면을 함께 보며 명연기에 박수를 치는 세 사람 앞에서도 김소연은 어쩔 줄 몰라 했다. 긴장해서 습관적으로 두 손을 꼭 쥐며 이야기하는 김소연은 광기 가득한 얼굴로 피아노 치는 그 연기를 위해 두 달 반 동안 연습을 했다는 걸 너무나 해맑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배우로서 그런 멋진 장면을 찍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영광이었다고 했다.

 

사실 카놀라 유라는 새로운 부캐를 유재석이 가져온 건 '예능 투자자'라는 수식어처럼 올해 예능의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하겠다는 취지 때문이었다. 그는 김태호 PD와 새로운 미션을 상의하는 과정에서 옛 세대나 현 세대를 막론하고 발굴되지 않은 예능의 얼굴을 찾아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최근 <SKY캐슬>, <스토브리그>에 이어 <경이로운 소문>으로 화제가 됐던 조병규가 출연했고, <펜트하우스>의 김소연이 나오게 됐던 것.

 

지금껏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김소연은 카놀라 유와 영길, 동석이 콕콕 집어내는 캐릭터로 인해 의외의 매력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손바닥을 치며 "해야겠다"고 말하는 그 특유의 동작도 이들이 집어내면 김소연만의 캐릭터로 만들어졌다. 예능에 나오기만 하면 너무 긴장해 손을 덜덜 떤다는 김소연은 바로 그 지점이 색다른 예능 캐릭터의 가능성이었다. 시청자들이 새로운 얼굴로 보고 싶은 건 예능에 능숙한 그런 모습이 아니고 오히려 어색한 모습일 테니.

 

너무 긴장하는 모습 때문에 어머니가 보기 힘들다며 예능 출연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의외로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음악중심>의 MC로 활약하기도 했고, <진짜사나이>에도 출연한 바 있었으며 <복면가왕>, <개그콘서트>에도 출연했다. 그런데 연기에서 주어진 역할을 200% 소화해내는 김소연의 모습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기가 맡은 바를 충실히 해내는 모습 이면에는 그의 남다른 심성이 숨겨져 있었다.

 

<복면가왕> 출연 당시, 한 기자와의 에피소드는 그의 타인을 배려하려는 심성이 어느 정도인가를 잘 말해줬다. 마침 <복면가왕> 녹화가 있던 날, 한 기자가 이상우와의 열애 기사를 쓰겠다고 해서 하루만 기다려 달라 했는데, 그 날 다른 기자가 먼저 기사를 내서 너무나 미안했던 김소연은 녹화 전 시간을 내 기자에게 전화해 사과하고 인터뷰까지 했다는 것. 그 에피소드는 그가 얼마나 자신에게 주어진 일과 주변 사람들을 성실하게 대하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쉽지 않은 작품에 쉽지 않은 연기지만 놀라울 정도로 복합적인 감정을 잘 소화해내는 모습이나, 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한 예능 출연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 밑바탕에는 타인을 배려하고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그의 착한 심성이 있었다. 그것이 예능의 새 얼굴을 찾아내려는 카놀라 유를 매료시킨 부분이었다. 이러니 연기든 예능이든 안 될 리가 있나. 임하는 마음 자체가 다르니.(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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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온', 대사 좋고 연기 좋은데 멜로로 귀결되는 건

 

JTBC 수목드라마 <런 온>의 가장 큰 강점은 '대사'가 아닐까. 김은숙 작가의 보조작가로 활약해왔던 박시현 작가가 쓴 게 확실하다 여겨지는 <런 온>의 대사에는 '말 맛'이 있다. 이를 테면 육상부 대표팀에서 상습적인 폭행 사실을 폭로하고 달리기를 그만두겠다 선언한 김우식(이정하)을 만난 오미주(신세경)가 기선겸(임시완)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는 대목이 그렇다. 

 

"우식씨가 하는 말은 이렇게 다 알아 듣겠는데 도대체 왜일까요? 두 시간짜리 외국어 번역보다 그 사람이 하는 우리 말 한 마디가 훨씬 더 어렵고 해석이 안 될 때가 많아요." 통번역이 일인 오미주는 자신과 기선겸과의 관계를 번역에 빗대 그렇게 표현한다. 어딘지 너무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 같아서 소통이 잘 안되는 기선겸이지만, 그래서 그런 어려운 번역을 맡을 때마다 더 소통에 대한 승부욕을 느끼는 오미주의 마음이 그 대사 안에 들어 있다. 

 

역시 은퇴를 선언한 기선겸에게 운동선수들은 은퇴 후 무엇을 할까 궁금해하던 오미주가 그에게 하는 말도 예사롭지 않은 대사로 표현된다. "나는 미련처럼 애틋한 장르를 땔감으로 써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기선겸씨는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빛나던 순간들에 대한 미련. 그 미련을 값지게 쓰는 것." 운동을 했던 그 순간들에 대한 미련들이 앞으로 그가 할 어떤 일에든 자양분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오미주는 그렇게 말한다. 

 

감성적이고 재치 있는 대사도 눈에 띤다. 오미주와 박매이(이봉련)가 함께 사는 집에 잠시 기거하고 있는 기선겸에게 자신들이 일 때문에 며칠 집을 비운다며 자신들이 없는 동안 혼자서 편하게 있어도 된다고 하자 주인도 없는 집에 혼자 어떻게 편하게 있냐고 기선겸이 말하자 오미주는 이렇게 말한다. "어. 뭐야? 나 왜 지금 따끔했지? 방금 말을 좀 뾰족하게 했어요?"

 

어딘지 지독한 현실주의자처럼 보이던 서단아(최수영)가 이영화(강태오)를 찾아와 축구를 하는 이들을 보며 나누는 대화도 흥미롭다. 흘러온 공을 예사롭지 않게 차내자 축구를 좋아하냐고 묻는 이영화에게 서단아는 말한다. "그땐 축구선수가 꿈이었는데. 꿈은 꾸는 거지 이뤄지는 게 아니더라고. 뭐 그 정도에 꺾이는 꿈이었던 거지. 살다가 이렇게 한 번씩 마주치면 좋은 거구. 가끔 마주치려고 좋아한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말하지만 늘 운동화를 신고 다니던 걸 본 이영화는 그가 여전히 축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는 걸 안다. 그래서 그걸 서단아와 이야기하고 있는 이영화는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놓여진 어떤 벽 하나가 허물어진 걸 느낀다. 늘 철벽을 치고 현실만을 말하는 서단아가 자신의 진짜 속내를 슬쩍 이야기한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그는 자신의 속내도 드러낸다.

 

"제 꿈은 물어보지 마세요. 준비된 꿈이 없거든요. 지금은 눈앞에 보이는 것들 하기에도 바빠요. 아 최근에 하나 생겼다. 대표님이랑 그림 이야기 직접 하는 거? 누구 안통하고? 아니 꿈이 아니고 목표로 바꿀게요. 꿈은 아까 못 이룬다고 했으니까." 꿈이 아니라 목표로 바꾼다는 그 재치 있는 대사 속에는 이영화가 서단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감정이 묻어난다. 

 

이처럼 박시현 작가가 <런 온>에서 쓰고 있는 대사들은 예사롭지 않다. "방금 말을 조금 뾰족하게 했어요?"라는 표현처럼 그는 말을 뾰족하게도, 둥글게도 할 수 있는 작가일 게다. 그래서 사실 그 대사의 말맛을 느껴가며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드라마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이런 톡톡 튀는 대사들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기선겸과 오미주, 서단아와 이영화 같은 인물들의 매력이 느껴지는 건 바로 이 대사들이 꺼내놓는 캐릭터의 감정적 질감이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몰입도나 힘이 대사와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매력적인 캐릭터만으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런 온>에서 아쉬운 유일한 지점은 이런 대사가 주는 맛들이 좀 더 굵직한 극적 스토리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달달하고 감성적이며 아픈 멜로만이 아니라, 좀 더 드라마가 하려는 분명한 스토리와 메시지가 더해졌다면 어땠을까. 달리기와 통역이라는 좋은 소재들을 늘 보던 클리셰적 설정들이 아닌 좀 더 색다른 이야기 속에서 풀어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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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간 '콜', 대본·연출·연기의 삼박자가 만든 전율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음산하기 이를 데 없는 외딴 산 속의 고택. 그 집의 낡은 전화기가 20년의 시간차를 두고 과거의 영숙(전종서)과 현재의 서연(박신혜)을 연결한다. 넷플릭스 영화 <콜>은 이 단 하나의 설정으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다룬 스릴러다.

 

본래 좋은 판타지일수록 단 하나의 룰을 통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그런 점에서 <콜>은 20년의 시간의 장벽을 넘어 같은 공간에 살아가는 두 인물이 연결된다는 그 설정 하나로 기막힌 반전의 반전이 이어지는 스릴러를 완성해낸다. 과거가 바뀌면 현재가 바뀐다는 지점은 화재로 아버지를 잃었던 서연이 20년 전의 영숙에 의해 새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만든다. 하지만 그 영숙은 학대하던 엄마에게 자신이 살해된다는 미래의 사실을 서연을 통해 알게 되면서 폭주하기 시작한다.

 

시간의 흐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흘러가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터질지 알 수 없는 영숙이 과거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서연에게는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서연의 아빠를 살려내 그에게 새 삶을 살 수 있게 해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들을 죽여 서연의 미래를 비극 속으로 빠뜨릴 수도 있다. 결국 폭주하는 영숙에 손아귀에 붙잡힌 서연의 삶이 주는 공포감이 이 영화가 주는 쫄깃한 스릴러의 정체다.

 

<콜>은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는 설정을 통해 얼마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능한가를 그 촘촘한 대본이 보여준다. 또한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미래의 서연이 과거의 영숙을 공격하는 놀라운 상상력도 돋보인다. 게다가 그렇게 멀리 시간의 벽을 두고 있던 두 인물이 점점 가까워지며 결국 부딪치는 폭발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단선적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이 설정의 이야기는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다양한 변주를 이어간다.

 

과거가 바뀌면 미래도 바뀌는 그 변화들을 이충현 감독은 음산한 고택의 분위기를 표현해낸 미장센과 신비롭게까지 느껴지는 효과적인 CG 연출로 담아낸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따라가는 고택의 분위기가 빛과 어둠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 잘 연출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대본과 연출 그리고 연기라는 세 요소 중 가장 독보적인 역할을 한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 연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을 통해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에너지와 전율을 보여줬던 전종서는 폭주하는 연쇄살인범 영숙을 소름끼치게 연기해낸다. 고택에 엄마에 의해 갇혀 있던 그가 그 곳을 빠져나와 동네로 달려가는 장면은 연쇄살인범의 끔찍함과 더불어 이 인물의 '자유'를 느끼게 할 정도로 복합적인 감정을 이끌어낸다.

 

즉 전종서가 연기하는 영숙은 살인자의 끔찍함과 동시에 억압에 의해 짓눌려왔던 날짐승의 자유를 표현해낸다. 전종서가 아니라면 과연 가능했을까 싶은 에너지가 영숙이라는 인물에 의해 뿜어져 나오고 그 힘은 이 스릴러의 긴장감이 끝까지 힘을 잃지 않는 이유가 된다.

 

단연 이 작품의 힘이 전종서에게서 나온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의 상대역으로서 서연 역할을 연기한 박신혜의 변화도 주목할 만한 연기였다. 처음 시작점에는 우리가 늘상 봐왔던 선하고 밝은 이미지의 박신혜로 등장하지만, 폭주하는 전종서의 에너지와 더불어 박신혜도 그 본래의 이미지를 찢고 나와 폭주하는 에너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박신혜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던가 싶은 순간이 주는 카타르시스라니.

 

<콜>은 코로나19 때문에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독점 방영을 선택했지만, 만일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더 뜨거운 입소문으로 화제가 됐을 작품이다. 촘촘한 대본과 효과적인 연출 그리고 독보적인 연기의 삼박자가 보는 이들에게 만족스런 전율을 주는 영화였을 테니.(사진:넷플릭스 영화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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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새롭게 출발선상에 서는 청춘들의 성장기

 

"저는 32층에 가고 싶거든요. 근데 저층부 엘리베이터 백날 타봤자 못가잖아요." 남다른 열정과 능력을 가진 서달미(배수지)는 정규직 전환을 해주지 않으면서 그 미끼로 자신을 계속 붙잡아 놓으려는 회사에 사표를 던지며 그 이유를 묻는 팀장에게 그렇게 답한다. 사장실을 올라가려면 32층까지 가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늘 타는 엘리베이터는 저층부 엘리베이터. 제아무리 노력해도 32층을 갈 수 없다는 걸 그는 깨닫는다. 그것이 퇴사의 이유다.

 

"아버지 덕분에 비싼 수업했네요. 쉽게 시작하면 쉽게 뺏긴다는 거. 지분 없는 CEO는 씹던 껌만 못하다는 거. 좋은 가르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저 미국 안갑니다. 미국 지사도 저 덜떨어진 팔푼이한테 맡겨 보시던가." 자신이 고생 고생해 일궈놓은 회사를 새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에게 넘겨주자 원인재(강한나)는 그 이사회에서 그렇게 쏘아대고는 나온다. 그건 다 버리고 홀로 가겠다는 선언이다.

 

엄마는 그에게 아버지 비위라도 맞춰 그 자리를 지키라고 했지만, 원인재의 선택의 엄마의 표현대로 '깽판 치는 것'이다. "그동안 치고 싶었는데 자격이 없어서 못 쳤거든. 깽판도 자격 있어야 치잖아. 누릴 거 다 누리면서 깽판 치면 염치 없단 소리 들어. 엄마처럼. 그래서 다 버렸어. 아 더럽고 치사해서 깽판 치려고." 엄마 앞에서는 속이 후련하다 말했지만 홀로 걸어나오며 인재는 "엿같다"고 속내를 토로한다.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에서 자매지만 부모가 이혼하고 다른 삶을 선택했던 서달미와 원인재가 결국은 둘 다 스타트 라인에 다시 서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은 모두 스타트업 기업인 샌드박스에 입주하기 위해 지원서를 낸다. 그리고 한쪽 벽에 마련된 포스트잇으로 꿈을 적어 놓는 게시판에 각자의 꿈을 적는다. 서달미는 '고층부 엘리베이터로 갈아타기!'라 적고, 원인재는 '씹던 껌이 되지 않기'를 적는다.

 

또 서달미가 어려서 힘겨웠던 시절 할머니 최원덕(김해숙)의 부탁으로 그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편지를 써왔던 한지평(김선호)과 뒤늦게 그를 만나려 하자 마치 그 편지를 쓴 장본인처럼 내세워진 삼산텍의 대표 남도산(남주혁)도 그 게시판에 저마다의 소망을 적어 붙인다. 남도산은 '오해를 현실로 만들기!!!'라 적고, 한지평은 힘겨웠던 시절 최원덕에게 입은 큰 은혜에 대한 '빚을 갚기'라고 적는다.

 

<스타트업>은 꿈꾸는 것조차 또 사랑하는 것조차 포기하게 되는 현실 속에서도 이를 깨치고 나와 새롭게 출발선상에 선 청춘들의 성장기를 그리려 한다. 그래서 우리가 실리콘 밸리에서 처음 사용되어 젊은 IT기업을 떠올리게 하는 '스타트업'이라는 의미는 이 드라마에서는 중의적으로 사용된다. '출발(스타트)'과 '성장(업)'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이들이 다시 출발선상에 서게 하는 힘은 어디서 나온 걸까. 서달미는 한지평에 의해 남도산이 성공한 사업가로 거짓 꾸며졌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 성공을 통해 자신의 꿈을 세우게 된다. "(위상이) 딸리는 게 나이 탓 세상 탓이다 생각했는데 널 보니까 내 탓 맞더라."며 자신도 성공한 남도산의 행보를 따라해 보려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건 한지평에 의해 거짓으로 꾸며진 판타지지만 이를 통해 서달미가 새로운 꿈을 꾸고 출발선상에 서게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청춘들이 최소한 그것이 모두 현실은 아니라고 해도 꿈을 꿀 수 있는 사회여야 그들이 시작하고 그래서 성장도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그래서 청춘들에게는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수 있는 '샌드박스'가 필요하다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건 서달미의 이런 오해로 빚어진 시작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흥미로운 건 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인 배수지와 남주혁도 연기 영역에 있어서 새로운 출발선상에 서 있는 것 같은 좋은 인상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청춘의 좌절과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여주는 서달미 역할을 극의 중심에 서서 쥐락펴락 끌고 나가는 배수지의 연기나, 어딘지 어눌하고 바보스럽게까지 보이지만 '연알못(연애를 알지 못하는)' 공대생의 풋풋한 매력을 드러내는 남도산 역할의 남주혁의 연기가 새롭게 보인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이들을 연기하는 배수지와 남주혁이 새로운 출발선상에서 과연 어떤 성장을 보여줄 지가 궁금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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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뫼비우스 띠 같은 스토리, 김희선·주원이 개연성

 

김희선에 이어 이번엔 주원의 차례인가.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에서 과거로 돌아간 박진겸(주원)은 거기서 어머니인 박선영(김희선)과 살고 있는 과거인 박진겸(주원)과 대치하게 된다. 그런데 과거인 박진겸은 미래에서 넘어간 박진겸과는 너무나 다른 사람이다.

 

학교 건물 옥상에서 추락한 한 여학생 사건은 과거 자살로 판명이 났지만, 이 세계에서는 과거인 박진겸이 사실은 밀어서 살해한 사건이었다. 게다가 어머니 박선영을 살해한 인물 역시 바로 그 과거인 박진겸이었다. 그러니 미래인 박진겸과 과거인 박진겸은 정반대의 인물인 셈이다. 한 명은 여학생과 엄마를 살리려 하는 박진겸이고, 다른 한 명은 여학생을 죽이고 엄마도 죽인 박진겸이다.

 

시간여행과 평행세계가 뒤섞인 <앨리스>의 복잡한 세계관은 이처럼 시간의 축과 공간의 축이 '선택'에 따라 무수히 많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즉 사고로 인해 윤태이(김희선)와 박진겸이 가게 된 2010년은 그래서 이전에 박진겸이 타임카드를 통해 가게 됐던 2010년과는 또 다른 세계다. 결국 평행세계란 어떤 인물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무수히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니까.

 

더 복잡하게 느껴지는 건 윤태이와 박선영 사이에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고리다. 2050년에서 1992년으로 간 미래인 윤태이(박선영)가 구해낸 장박사의 딸은 다름 아닌 훗날 괴짜 교수로 성장하는 과거인 윤태이다. 그런데 2010년으로 가게 된 과거인 윤태이가 박선영을 만나 들은 윤태이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기묘하기 이를 데 없다.

 

윤태이의 어머니가 바로 예언서를 발견한 장본인이고 그는 예언서를 갖고 1986년으로 도망친다. 거기서 장박사와 만나 결혼해 윤태이를 낳다가 죽는다. 그 후 1992년에 선생의 사주를 받아 예언서를 차지하러 온 괴한에 의해 장박사가 살해되고 마침 그 때 도착한 미래인 윤태이가 과거인 윤태이를 구해낸다.

 

그리고 그 아이를 미래인 윤태이(박선영)이 자식처럼 키우려 하는데 그 이유는 자신도 고아였기 때문이란다. 또한 그가 시간여행 시스템 앨리스를 만들어내게 된 이유도 바로 자신의 부모를 찾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남다른 과학적 재능을 갖고 있는데다 예언서의 마지막 장을 외우고 있는 아이가 위험해질 걸 알게 된 박선영은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고 떠나버린다.

 

이 이야기는 미래인 윤태이와 과거인 윤태이의 삶이 다른 듯 유사한 흐름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미래에서 과거로 가서 아이를 낳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이 그렇고, 그 아이는 고아가 되어 부모가 누구인가를 찾고 싶어 하고 그것이 시간여행이라는 앨리스 시스템을 만들게 되는 이유가 된다는 게 그렇다. 이야기는 미래에서 과거로 왔다가 다시 미래로 가고 거기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무한 반복된다.

 

사실 이런 복잡한 흐름을 이해하려고 애써 노력하게 되면 <앨리스>는 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그 세계관은 완벽하게 짜인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풀기 힘든 복잡한 퍼즐처럼 다가오고 누군가에게는 그냥 '개연성 없는' 드라마처럼 다가온다.

 

그나마 이 문제작을 계속 보게 만들고 그럴 듯하게 해주는 건 연기자들이다. 미래와 과거를 넘나드는 걸 넘어서 두 세계의 같은 인물들이 서로 마주하며 심지어 완전히 다른 인물로 대치하는 그 장면이 주는 '괴상함'을 연기자들의 감정 연기가 채워주고 있어서다. 김희선이 40대에서 30대 그리고 20대까지를 오가며 여러 윤태이의 모습을 연기해낸 것이 드라마의 초중반부라면 후반부로 넘어와 주원이 연기하고 있는 완전히 다른 두 명의 박진겸 연기가 도드라진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있는 복잡한 스토리 속에서 이 연기자들이 유일한 개연성처럼 여겨질 정도로.(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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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조건 이기게 돼있어. 네가 나를 경찰에 넘겨도 내가 이기고, 네가 날 죽여도 내가 이겨. 넌 절대 이길 수 없는 게임이야."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에서 백희성(김지훈)은 도현수(이준기)에게 그렇게 말한다. 백희성의 도발에 도현수는 이성을 잃어버린다. 도현수가 그토록 사랑하고 지켜내려 했던 아내 차지원(문채원)을 그가 죽였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애초 경찰에 신고하려 했던 계획은 이성을 잃어버린 도현수가 백희성에게 살의를 드러내면서 어그러진다. 백희성의 말대로 도현수는 어떻게 해도 그를 이길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물론 백희성이 죽였다 생각한 차지원은 살아있고, 그를 대신해 칼을 맞은 도해수(장희진)는 사경을 헤매다 깨어났다. 하지만 도현수은 그토록 꾹꾹 눌러왔던 살의를 끄집어내게 되었다.

 

사실 <악의 꽃>이라는 스릴러에서 공포감을 주는 건 백희성 같은 연쇄살인범만이 아니다. 그가 그런 괴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걸 인정하지 않고 애써 숨기려 살아왔던 부모 백만우(손종학)나 공미자(남기애)의 진실에 대한 외면이 무섭고, 제 아무리 사랑하는 남편이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꾸며진 함정 때문에 차지원마저 그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 무섭다. 게다가 무엇보다 공포감을 주는 건 모두가 괴물이라 의심해왔지만 끝까지 버텨내던 도현수가 백희성이 끄집어낸 살의에 의해 진짜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다.

 

그런데 이 모든 긴장감과 공포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백희성이다. 드라마 초반에는 백만의 집 비밀 공간에 산소호흡기를 한 채 누워만 있던 그는, 그 호흡기를 그의 엄마 공미자가 떼어내는 순간부터 드라마에 스릴러의 기운을 풀어놓는다. 떼어낸 산소호흡기에 죽기보다는 거꾸로 깨어난 백희성은 '죽은 자'가 살아 움직이는 마치 '좀비' 같은 공포감을 만들어낸다.

 

가사도우미가 사실 이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일을 그만둔다며 돈을 요구하자,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백희성이 슥 일어나는 장면은 소름끼치는 공포감을 안겨줬다. 결국 도망치는 가사도우미를 죽이고, 대신 도현수가 그를 죽인 것처럼 꾸미는 백희성의 행위들은 그것이 너무나 철저하게 짜인 계획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만만찮은 인물이라는 걸 드러내준다.

 

<악의 꽃>이 멜로와 스릴러가 오가는 장르적 퓨전을 성공적으로 시도하고 있고, 무엇보다 뒤로 갈수록 스릴러의 색깔을 짙게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백희성이다. 그는 대사에도 나오듯 도현수의 '그림자' 같은 역할을 해낸다. 도현수는 연쇄살인범인 아버지 도민석(최병모)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쳤고 그래서 백희성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려 했지만 그 백희성이 또 다른 그의 그림자였다. 백희성은 도민석 때문에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며 도현수 역시 그렇게 하게 만들겠다고 말한다. 자신을 죽이라는 것. 백희성은 그렇게 도현수를 자신의 그림자 안에 가두고 자신처럼 만들려 한다.

 

백희성이라는 이 드라마 속 중대한 비중을 차지한 역할을 이토록 소름 돋게 연기해낸 배우 김지훈이 다시 보인다. 그간 우리에게는 MBC <왔다 장보리>로 '주말드라마의 황태자'로 불리던 김지훈은 <악의 꽃>을 통해 그간 저평가된 배우였다는 걸 증명해내고 있다. 늘 밝은 이미지로만 굳어져왔고 그렇게 소비되던 김지훈의 연기를 깨워낸 건 백희성이라는 희대의 악역이다. 그래서 아마도 김지훈의 이번 놀라운 연기를 염두에 두고 보면 <악의 꽃>이라는 작품의 제목이 다른 의미로 읽힌다. 악역으로 피워낸 연기의 꽃 같은.(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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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얽히고설켜도 김희선과 주원이 있어 따라가게 되는 건

 

만일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의 세계관을 제대로 이해하려 한다면 아마도 머리가 지끈해질 게다. 처음부터 등장한 '시간여행'이라는 세계가 먼저 시청자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2050년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세계, 그 앨리스라는 시스템을 만든 과학자가 바로 미래에서 유민혁(곽시양)과 함께 1992년으로 온 윤태이(김희선)다. 그는 모든 걸 종말로 이끌 수 있는 예언서를 찾기 위해 과거로 오지만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앨리스로 돌아오지 않고 과거에 남아 아이 박진겸(주원)을 낳는다. 윤태이는 박선영이라는 이름으로 진겸을 키우지만 드론이 나타난 어느 날 살해당한다.

 

그런데 형사가 된 진겸이 엄마와 똑같이 생겼지만 괴짜 교수인 윤태이를 만나면서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혼돈에 빠뜨린다. 진겸은 그를 진짜 엄마로 착각하며 껴안고 눈물을 흘리지만 차츰 그가 자신의 엄마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엄마가 남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타임카드'를 갖고 다니던 중 자동차 사고를 당하며 카드가 작동해 과거로 넘어간 진겸은 대학생인 윤태이를 만나고, 그 시간대에 박선영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두 사람이 다른 존재라는 걸 알게 된다.

 

시간여행을 다루는 장르물들을 염두에 두고 들여다보면 박선영과 윤태이가 동시에 서로 다른 인물로 공존한다는 사실이 가능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앨리스>에서는 죽은 딸을 살리기 위해 미래에서 온 은수모(오연아)가 과거의 자신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른바 '타임 패러독스'가 떠오르는 이 장면은 시간여행이라는 세계관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즈음에 <앨리스>는 이 드라마의 세계관에 시간여행과 함께 겹쳐져 있는 '평행세계'를 드러낸다. 이른바 '미래인'과 '과거인'이 공존할 수 있고, 그들은 생긴 건 같아도 전혀 다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앨리스>의 세계관은 이 시간여행 시스템을 통해 미래인들이 저 마다의 목적(주로 죽음 같은 이별로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이들을 시간여행을 통해 만나는 목적)으로 과거를 여행한다. 하지만 그 여행 속에서 은수모처럼 미래인들은 과거에 집착하며 사건을 일으킨다. 앨리스 시스템은 그런 일들을 과거인들 모르게 처리하는 일을 한다.

 

<앨리스>는 양자역학이 등장하고 그래서 슈뢰딩거 고양이 실험의 이야기가 은유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실 과학에 그만한 관심이 없는 이들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드라마를 굳이 과학까지 공부해가며 볼 필요는 없다. 그런 설정들이 어떤 세계관을 그리고 있는 것인가만 이해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과거와 미래를 오가고, 평행세계로서 과거인과 미래인이 공존하는 <앨리스>의 세계관은 복잡하다. 중요한 건 이 시스템을 통해 미래에서 온 어떤 세력들이 과거인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앨리스에서 일하는 이들과는 다른 무리들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그 세력과 싸우게 되는 박진겸과 윤태이 그리고 아마도 유민혁 또한 그들을 돕는 이야기로 전개되지 않을까 예상하게 만든다.

 

도대체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졌고 그것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얽혀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결코 <앨리스>는 쉬운 드라마는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복잡한 드라마가 의외로 편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것은 드라마가 일일이 이런 세계관을 설명하는데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인물들에 더 집중하고 있어서다.

 

윤태이와 박진겸은 이 복잡한 미로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캐릭터들이다. 물론 윤태이는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가 박선영이 되어 살아가며 박진겸과 모자지간의 절절한 사별의 순간을 만들어내지만, 미래로 가기 전 현재의 과학자로 박진겸과 만나 연인 관계 같은 케미를 보여준다. 모자지간과 연인관계를 오가는 이 설정들은 시간여행과 평행세계라는 세계관 속에서 이해해야 하는 다소 복잡한 것이지만, 윤태이와 박진겸 사이의 오가는 감정들로 표현되고 있어 시청자들은 의외로 쉽게 몰입할 수 있다.

 

이걸 가능하게 해주는 건 역시 연기자들의 공이다. 20대, 30대, 40대의 윤태이를 오가는 연기를 보여주는 김희선은 사실상 이 드라마가 흔들리지 않게 만들어주는 중심 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고 있고, 그와 함께 다양한 감정들을 끄집어내는 주원 역시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 되어주고 있다. 복잡한 세계관을 가진 드라마지만, 흔들리지 않는 연기력으로 서 있어 이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길을 잃지 않는다고나 할까. 물론 앞으로 그 복잡한 세계관과 많은 떡밥들이 어떻게 풀어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 또한 적지 않지만.(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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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 좋은 드라마엔 어째서 늘 오정세가 있었을까

 

자신의 엄마가 사랑하는 강태(김수현)와 이제 가족이 된 상태(오정세)의 엄마를 죽인 범인이라는 걸 알게 된 문영(서예지)은 충격에 빠져버린다. 강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영 옆에서 떠나지 않고 그를 지키고, 상태는 문영이 아프다는 얘기에 순덕(김미경) 아줌마가 만들어준 죽을 싸서 문병을 온다.

 

하지만 문영은 상태를 마주 보지 못한다. 그저 "미안하다" "용서해 달라"라고 말할 뿐이다. 상태는 왜 문영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동생 강태와 싸웠을 거라 짐작하며 애써 문영의 입에 죽을 떠넘겨주려 한다. "용서해줘." 문영이 그렇게 말하자 상태는 선선이 "이거 먹으면 용서해줄게"라며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밥을 먹여주는 것처럼 문영의 입에 죽을 넣어준다.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등장하는 이 장면이 특히 감동적인 건 자폐를 가져 평범한 삶을 살아가지 못할 거라 여기는 상태가 오히려 문영과 강태를 애써 챙기려는 그 마음이 보여서다. 그는 "내가 형이니까"라며 강태에게 용돈을 쥐여주기도 하고 이제 가족으로 받아들인 문영 또한 형으로서, 어른으로서 챙기려 한다.

 

물론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강태와 문영이라는 독보적인 캐릭터 위에 서 있는 작품이지만, 그 속에서도 상태라는 캐릭터의 무게감이 만만찮게 느껴진다. 그는 사실상 이 드라마가 던지고 있는 정상성에 대한 질문을 가장 잘 드러내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폐를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폐는 아니고 나아가 역설적이게도 이 드라마 속 그 어떤 인물보다 건강해 보이기까지 한다.

 

여기서 상태라는 이 쉽지 않은 캐릭터를 이토록 실감나면서도 가슴 따뜻하게 연기해낸 오정세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연기가 가능해진 건 아마도 이 배우가 진정으로 자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정세가 지적장애를 가진 팬에게 꿈같은 하루를 선물해준 미담은 이 배우의 진가를 들여다보게 해준다.

 

그는 지적장애를 가진 챌리스트 배범준씨가 드라마를 보며 상태를 위로하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듣고 흔쾌히 상태의 모습 그대로 배씨와 놀이공원 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이 만남을 성사하게 해준 배씨의 여동생은 "바쁜 스케줄 속에서 오빠를 만나기 전 얼마나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하시며 노력하셨는지 느껴졌다"고 했다. 그 말 속에는 오정세가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생각해보면 최근 오정세가 출연한 작품들이 모두 좋은 작품들이었고 그 속에서 오정세는 확실한 자기만의 연기 영역을 보여줬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그는 옹산 군수를 꿈꾸지만 잘 나가는 홍자영(염혜란) 변호사와 찌질하지만 따뜻한 로맨스를 담은 노규태로 분했고, <스토브리그>에서는 백승수(남궁민) 단장과 각을 세우는 권경민이라는 악당 역할을 실감나게 연기한 바 있다. 이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의 상태는 물론이고, 현재 방영되고 있는 <모범형사>에서 오종태라는 악당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찌질하지만 인간적인 남자 역할에서부터 뒷목잡게 하는 악당과 천사가 따로 없는 자폐를 오가며 오정세는 이처럼 나날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그 작품들의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모두가 최근 좋은 작품으로 호평을 이끌었던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작품을 고르는 남다른 선구안 때문일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선구안이 좋고 운이 좋아도 작품을 임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연기가 따라주지 않았다면 오정세가 이만큼 좋은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사실 오정세는 주인공으로 주목받은 배우가 아니다. 그는 늘 주인공 옆에 서 있거나 혹은 주인공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주인공인 문영에게 죽을 떠 먹여주고 강태를 형으로서 챙기는 그의 연기는 주인공 그 이상의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오정세는 마치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처럼 그런 주변인의 역할을 하면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이 아니라도 괜찮아.'

 

이런 정도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인물이라면 중심에 있건 주변에 있건 빛나기 마련이다. 자폐를 가진 상태라는 인물이 이 드라마에서 오히려 가장 건강하게 보이는 것처럼, 오정세는 어쩌면 자신의 위치에서도 충분히 괜찮을 수 있다는 걸 혼신을 다한 연기로 보여주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좋은 드라마엔 오정세가 늘 있었다는 말은 거꾸로도 들린다. 오정세가 있어 좋은 드라마가 됐을 수도 있다는.(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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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10 22:51 su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드라마속 대사한마디가 책보는. 챕터속의 대사인용페이지들을 왜 하늘색에 하얀글씨로 하셨나요.
    40대에 노안온 사람들은 안보여서 읽느라 애를써져 감흥을 느끼기가 힘들어 아쉽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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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인턴' 김응수가 줄 웃음, 분노, 짠함까지 기대되는 이유

 

갑질하던 꼰대가 인턴으로 입사하게 된다면? MBC 새 수목드라마 <꼰대인턴>은 사실 그 제목만으로도 궁금해지고 기대하게 된다. 물론 현실에서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상상은 누구나 해봄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건 상상만으로 벌이는 일종의 복수극이다. 하지만 그건 과연 복수로만 끝이 날까.

 

라면업계 1위 기업인 옹골에서 갖가지 갑질을 해가며 승승장구한 이만식(김응수). 그는 꼰대 중의 상꼰대다. 마침 인턴으로 들어온 가열찬(박해진)은 이만식에게 딱 걸린 고문관으로 끝없이 괴롭힘을 당한다. 결국 옹골에 레시피를 빼앗긴 한 국밥집 사장님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는 걸 목격하고, 의도적인 이만식의 갑질에 휘둘리던 가열찬은 사직서를 낸다.

 

하지만 5년 후 상황은 역전된다. 가열찬은 준수식품에 들어가 핫닭면을 성공시키며 잘나가는 마케팅영업팀 팀장으로 이만식 같은 꼰대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팀원들을 대한다. 워라밸을 추구해 회식도 업무시간에 하고, 팀원들과의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출산을 위해 휴직하는 팀원을 응원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반면 영원히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이만식은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다 사실상 정리해고 당하고는 가열찬이 일하는 부서에 시니어 인턴으로 들어온다.

 

<꼰대인턴>은 '역할 바꾸기'라는 전형적인 코미디 코드를 가져오지만, 여기에 우리네 취업이나 회사생활의 현실을 더해 좀 더 화력 좋은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인턴이라는 비정규직이 겪는 현실과 동시에 갑질하는 상사들의 모습까지 극화해 과장되지만 짠한 코미디 상황으로 엮어낸다.

 

그런데 그토록 자신을 괴롭혔던 꼰대 이만식을 팀원으로 두게 된 가열찬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는 그토록 꼰대가 되지 않겠다 선을 그으며 자신은 다른 상사가 되겠다 했던 그 결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만식에 대한 복수 같은 욕망이 그의 소신을 꺾어 버리는 건 아닐까. 만일 사적인 감정으로 인해 그 위치에서 갑질을 시작한다면 그 역시 이만식과 다를 게 없는 꼰대가 되는 건 아닐까.

 

<꼰대인턴>은 뒤집어 놓은 역할 때문에 만들어지는 웃음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이른바 꼰대의 탄생이 개별적 인간됨의 문제인지, 아니면 상하 지위가 나뉘는 조직 체계에서 그렇게 하지 않으려 해도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드라마다.

 

김응수와 박해진은 이 작품에서 간만에 제대로 된 옷을 입었다. 꼰대 역할을 이렇게 코믹하고 과장되면서도 동시에 진지하게 연기해낼 연기자로 김응수만한 배우가 있을까. 또 박해진은 늘 아쉽게 느껴졌던 인간미가 이 가열찬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는 제대로 담겨지고 있다. 짠내 나는 인턴에서 잘 나가는 부장의 변신도 자연스럽고, 그 위치에서 이만식을 인턴으로 받게 되어 갖게 되는 황당함 역시 잘 소화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김응수는 <꼰대인턴>이라는 드라마의 전체 색깔을 잡아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페르소나가 아닐 수 없다. 갑의 위치에서 꼰대 짓을 해왔던 그는 인턴으로서 을이 겪는 상황들을 어떻게 느낄까. '늙은 장그래'라는 인물 설명에 들어간 표현대로, 김응수가 이 인물의 복잡한 심경을 어떻게 짠하면서도 뒷목 잡는 뻔뻔함과 코믹함까지 곁들여 풀어낼지 실로 기대된다.(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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