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학교>의 박신양, 연기에 대한 진정성 보여줄 수 있을까

 

박신양과 예능. 어딘지 낯선 조합이다. tvN이 새롭게 시도하는 리얼 예능 프로그램 <배우학교>가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어모은 건 바로 이 낯선 조합에 대한 호기심 덕분이다. 왜 박신양은 <배우학교>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선택했을까. 지금껏 해왔던 배우로서의 행보를 생각해보면 실로 이례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배우학교(사진출처:tvN)'

박신양이 누군가. <편지>, <약속> 같은 영화로 또 <파리의 연인>, <쩐의 전쟁>, <바람의 화원>같은 드라마로 그 누구보다 화려한 필모그라피를 보여주는 배우다. 물론 최근에는 2011년 작품인 <싸인> 이후에 이렇다 할 작품을 하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연기력에 있어서 누구나 인정했던 배우가 바로 박신양이다.

 

하지만 박신양은 2007<쩐의 전쟁>에서 이른바 고액 출연료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쩐의 전쟁>이 인기를 끌면서 연장방송된 번외편에서 회당 155백만 원의 출연료로 추가계약을 한 사실은 당시 제작사였던 이김프로덕션과의 법정 분쟁을 통해 드러난 바 있다. 결국 밥정은 박신양의 손을 들어줘 이김프로덕션이 추가 계약대로 386십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문제는 이 고액의 액수가 만들어낸 적지 않은 파장이었다.

 

드라마 제작사 협회가 나서 박신양이 거액의 출연료 요구로 드라마 발전을 방해하고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명목으로 박신양의 드라마 출연을 무기한 정지하기로 의결했고, 그 액수가 알려지면서 대중들의 박신양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가워졌다. 결국 이 여파로 박신양은 2011<싸인>에 출연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 안방극장에 얼굴을 내밀 수가 없었다.

 

사실 연장방송을 한 것이 더 잘못이고, 거기서 추가계약을 했다면 그 액수대로 지급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박신양에게 이러한 계약이나 출연료보다 더 큰 문제는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이 논란에 의해 상당히 흐려져 버렸다는 점이다. 물론 그건 진짜라기보다는 이미지의 문제다. 그런 돈의 이미지가 배우로서 온전히 서 있던 박신양에게 드리워지게 됐다는 것.

 

이런 일련의 흐름을 통해 볼 때 박신양의 <배우학교>라는 예능 프로그램 선택은 꽤 괜찮은 행보라고 보인다. 다른 예능도 아니고 연기로 소재로 하는 예능이 아닌가. 게다가 박신양이 제작발표회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분석해보면 그는 결코 이 프로그램을 예능으로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는 연기에 대한 진심을 담아서 이 프로그램을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학교>는 그런 점에서 박신양의 연기에 대한 진정성을 드러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 출연하는 이른바 발연기제자들의 진정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여기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발연기임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 정도로 드러내놓겠다는 건 진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의 다른 말이 아닐 것이다.

 

과연 <배우학교>는 박신양과 그 제자들의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담당 PD인 백승룡 PD는 이 프로그램이 예능인지 드라마인지 다큐인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바로 그 헷갈리는 지점에 그 진정성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배우학교>도 또 박신양도.

<마담 앙트완>, 엄마 연기도 자연스러워진 한예슬

 

아마도 한예슬의 대표작을 고르라면 여전히 <환상의 커플>을 지목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 드라마에서 한예슬은 안나조라는 캐릭터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가능성을 터트리며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어딘지 가볍고 엉뚱할 것 같은 안나조라는 캐릭터는 한예슬에게 맞춤이었고, 바로 그 점은 한예슬에게 연기생활의 득이면서 독이 되기도 했다.

 


'마담 앙트완(사진출처:JTBC)'

그 이상의 캐릭터를 연기해내지 못한다는 건 연기자로서는 한계를 드러내는 일이다. 한예슬이 딱 그랬다. 무얼 해도 안나조의 잔상을 털어내지 못했고, 그 캐릭터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타짜>,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는 물론이고 <스파이 명월>, <미녀의 탄생>까지 그녀는 연기변신을 하지 못했다. 연기에서 주목받지 못하자 그녀가 보이는 건 광고 이미지뿐이었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만난 <마담 앙트완>. 한예슬도 나이를 먹었다. 물론 여전히 예쁜 미모를 갖고 있지만 10년 세월이 드리운 얼굴의 흔적은 아무래도 숨겨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렇게 나이를 먹은 한예슬에게서 비로소 연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도 늘 나오는 드라마마다 소비되곤 하던 사랑에 빠진 여주인공의 연기가 아니다.

 

한 아이의 엄마다. 그것도 이혼해서 다른 여자와 결혼한 전 남편에게 가겠다는 아이의 엄마. 갓난아기 때부터 집 나간 남편 대신 키워온 애지중지 딸이 그 전 남편과 함께 살겠다는 편지를 읽으며 한예슬은 조용히 숨죽여 흐느끼는 엄마의 절절한 속내를 연기한다. 울다가 온 딸과의 전화에서 한예슬은 마치 <발리에서 생긴 일>의 조인성처럼 눈물을 숨기는 연기를 한다. 이제 자신의 딸을 키워줄 전 남편의 여자에게 다가가 자기 딸이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고 성격은 어떻고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늘어놓으며 눈물을 흘린다.

 

<환상의 커플>의 잔상이 강하게 남아 한예슬이 그간 보여준 연기라고는 코미디적인 웃음이 대부분이었다고 믿었던 시청자들로서는 <마담 앙트완>에서 엄마 역할로 보여주는 눈물 연기가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게다가 그 눈물 연기에 대한 깊은 공감까지 갖게 되었으니 한예슬이 달리 보일 수밖에.

 

<마담 앙트완>에서 한예슬의 연기는 확실히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그것은 세 남자들과 밀당을 벌이며 보여주는 멜로 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다른 작품에서 보여준 연기가 한예슬의 엉뚱 발랄한 한 가지 이미지였다면, <마담 앙트완>에서는 그 엉뚱 발랄함에 때때로 보여주는 진중함까지를 덧붙였다.

 

물론 이건 연기자 한예슬의 새로운 시작점일 것이다. 이제 겨우 삶의 폭이 넓어져 연기가 자연스러워진 것일 테니 말이다. 한없이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는 이미 한예슬이 10년 전에 확보한 것들이다. 이제 그녀는 조금은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심리 분석을 통해 그 속내까지를 살짝 들여다보는 <마담 앙뜨완>이라는 드라마 속에서 고혜림이라는 인물은 한예슬이라는 여배우의 새로운 면면들을 충분히 이끌어내 줄 것으로 보인다

<무림학교>, 연출, 연기, 대본 뭐 하나 건질 게 없네

 

이건 혹시 병맛이 아닐까. 아마도 KBS의 새 월화드라마 <무림학교> 첫 회를 보던 시청자들은 그런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 드라마에 이현우 같은 배우가 나온다는 것으로 호의를 갖고 있던 분들이라면. 하지만 보통의 시청자라면 어땠을까.

 


'무림학교(사진출처:KBS)'

한 아이를 안고 도주하는 황무송(신현준)이 그를 추격하는 일단의 사내들과 벌이는 일전은 이 드라마가 현대적 시점에 무협장르를 섞고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누구이고 황무송은 왜 사내들에게 쫓기고 있는가 하는 이 첫 도입부의 이야기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첫 회가 다 끝나기까지 아무 것도 드러난 게 없었다.

 

물론 첫 회는 인물들을 소개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야기의 맥락 없이 캐릭터만을 보여주는 건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아이돌 가수 윤시우(이현우)와 상해그룹 왕하우 회장의 아들 왕치앙(홍빈) 그리고 무림학교를 다니는 심순덕(서예지)과 황무송의 딸 황선아(정유진)를 한 명씩 소개하는 장면들은 이야기는 없고 보여주기 일변도였다.

 

뜬금없이 웃통을 벗고 상체 복근을 보여주는 장면이나, 회장 아들의 그렇고 그런 위세를 보이는 장면, 아이돌 가수를 음모에 빠뜨려 추락시키는 소속사 이야기, 그리고 생계를 책임지며 일을 전전하지만 그래도 씩씩하고 명랑한 여주인공. 어디선가 봤던 클리쉐들을 모두 모아놓은 듯한 장면들이 반복됐다.

 

이렇게 현실감 떨어지는 이야기라면 그것을 안착시킬 무게감 있는 캐릭터 하나 정도는 필요할 테지만 그런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야기는 허공으로 떠버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시장을 의식한 듯 끝없이 이어지는 중국과 관련된 이야기소재들은 보기에 불편할 정도였다. 상해그룹 회장 아들이지만 괜스레 중국어를 해대고, 무협물을 보는 듯한 장면들이 이어지며, 거기에 중국 팬들이 관심 있을 아이돌 가수라는 설정이 들어가 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건 나쁜 게 아니지만 그것도 일단은 작품이 먼저 어떤 이야기가 된 후에야 생각할 문제다.

 

이야기의 맥락이 뚝뚝 끊기는 대본과 현실성을 별반 느끼기 어려운 과잉된 연출. 그 속에서 이현우 같은 괜찮은 배우라고 해도 좋은 연기가 나오기는 어려웠을 게다. 그러니 왕치앙 역할을 하고 있는 홍빈처럼 연기 경험이 일천한 배우는 심지어 발연기에 가까운 어색함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이현우처럼 괜찮은 배우를 이런 정도로밖에 보여주지 못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학원물과 무협물의 퓨전은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화산고> 같은 작품이 그것을 시도했던 바 있다. 하지만 이 가상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는 학원무협물이 조심해야 할 것은 너무 가벼운 이야기로 연출하기 시작하면 만화처럼 되어버린다는 점이다. <무림학교>는 그 첫 회만 봐서는 구성이 허술한 만화 같은 느낌이다. 현실성도 그렇다고 판타지도 강렬하지 않은 어정쩡한 클리쉐 흉내 내기만 가득하다.

 

동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척사광이라는 무술의 고수의 정체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됐다. 거기에도 무협적인 요소들은 어김없이 들어갔다. 칼 위에 물이 채워진 잔을 올려놓고 무술 수련을 하는 이방지(변요한)의 이야기는 현실적인 이야기일 수 없지만 팽팽한 극적 구성의 이야기 속에서 잘 만들어진 연출을 통해 보여짐으로써 시청자들을 감탄시켰다.

 

<육룡이 나르샤>는 무협 장르가 섞여 있지만 그건 중심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무협의 이야기가 중심일 수밖에 없는 <무림학교>와 비교해보면 천지 차이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결국 <무림학교> 첫 회는 결코 의도된 병맛일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여러 장면에서 웃음이 나왔어야 한다. 하지만 잔뜩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그 총체적 부실에 결코 웃을 수 없었다



드라마 5년 만에 대상 주원, 그럴만한 이유 있었네

 

“<용팔이> 할 때도 일주일에 일주일 밤을 새며 차에서 링거를 꽂고, ‘주원은 의사인가 환자인가그런 기사를 보며...” <SBS 연기대상>의 대상의 자리에 오른 주원은 마치 주마등같이 흘러가는 자신의 20대가 보였나 보다. 그는 힘겨웠던 촬영 현장의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흘렸다.

 


'SBS연기대상(사진출처:SBS)'

그 힘든 상황에서도 그가 열심히 촬영하며 버텨낼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스태프들과 배우 분들 때문이라고 그는 밝혔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우리네 드라마 촬영 현장은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시간에 쫓기는 일이 다반사이고 배우들은 밤 새는 일을 마치 숙명처럼 여긴다. 게다가 <용팔이>는 특히 현장이 어려웠다고 한다. 연출자가 중간에 교체되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던 작품이다.

 

그럼에도 주원은 그런 힘겨움을 내색 한 번 한 적이 없다. 모든 현장의 상황들을 온 몸으로 감당하며 그의 표현대로 버텨냈던. 결과는 드라마에 20%를 넘기는 시청률을 안겼고 주원에게는 드라마 데뷔 5년 만의 대상이라는 놀라운 성과로 돌아왔다.

 

주원의 공식 데뷔작은 2006년 뮤지컬 <알타보이즈>지만 드라마 데뷔작은 2010년 방영되어 놀라운 시청률과 화제를 낳은 <제빵왕 김탁구>였다. 그는 이 작품에서 첫 드라마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탁구(윤시윤)와 대결하는 인물이었지만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그 아픔까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연기를 선보였다.

 

물론 그 후 모든 작품이 성공했던 건 아니지만 주원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오작교 형제들>이라는 주말드라마에서도 확고한 연기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줬고, <각시탈>, <7급공무원>, <굿닥터>, <내일도 칸타빌레>, <용팔이>까지 기대 이상의 성과들을 보여줬다. 시청률이 점점 떨어지는 지상파 드라마에서 그는 <각시탈>, <굿닥터>에 이어 <용팔이>까지 20%가 넘는 시청률을 냈다. 오죽하면 주원과 하면 성공한다는 이야기까지 솔솔 흘러나왔을까.

 

하지만 단 5년 만에 거둔 이런 성과는 그저 단순한 재능과 운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이번 <SBS연기대상>에서 그가 흘린 눈물은 그간의 숨겨진 노력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누구하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 나도 역시 부족하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많은 분들이 커버해주셨기 때문에 좋은 작품, 이런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그는 제작진과 팬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가끔 화가 너무 많이 나고 여기서 내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순간이 올 때. 늘 나를 잡아주고 지지해줬던그들이 있어 자신이 있다는 걸 분명히 했던 것.

 

성실한 노력과 타인에 대한 배려는 어쩌면 배우에게는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 이것은 주원이라는 배우가 아직도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걸 말해준다. 그는 수상소감에도 밝혔듯이 이제 삼십대에 막 접어들었다. 20대의 치열함이 자양분이 되어 30대에는 더 깊은 연기로 뽑아져 나오기를. 그래서 더 멋있어지고 초심 잃지 않고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어 시청자들 앞에 오래도록 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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