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가 꼽은 tvN 방송의 중심축은 이우정 작가

 

코로나19는 방송가 전체에 직격탄을 날렸지만, 그 중에서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 같은 길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는 프로그램은 더 막막한 상황이 되었다. 방송의 특성상 겨울 휴지기를 지나 봄을 맞아 돌아왔지만, 거리로 나갈 수가 없게 된 것.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 프로그램은 역발상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도 화상을 통해서나마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그런 방송을 선택한 것.

 

그래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봄철 새로 시작하며 아예 코로나19로 비상상황을 맞은 대구를 중심으로 그 곳으로 달려간 간호사, 의사 분들을 인터뷰해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회에는 이번 시즌을 맞아 새롭게 구성된 ‘낸 자기 푼 자기’ 형태의 퀴즈 방식에 따라 퀴즈를 낸 분들을 직접 스튜디오에 모셔 이야기를 풀어냈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한 대목을 가져와 퀴즈의 문제 하나를 통해 거기 담겨진 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기획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돌아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tvN의 프로그램들을 만드는 PD, 작가들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시청자들이 즐겨 봤던 방송 프로그램들이지만, 그 뒤에 어떤 이들이 있는가를 들여다보려 한 것. 현장으로 나가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오히려 방송을 준비하고 만드는 이들을 향해 카메라를 돌려놓은 것이었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프로그램들과 그 프로그램을 만든 주역들이 방송에 등장했다. tvN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tvN 프로그램들이 대거 소개될 수밖에 없었지만, 작가들처럼 소속이 아닌 인물들을 통해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들도 등장했다. 물론 중요한 건 프로그램 자체가 아니라, 그런 프로그램 만드는 이들은 어떤 사람인가하는 것이다. ‘사람 여행’이 주 목적인 이 프로그램의 취지가 그러하니.

 

<대탈출> 시리즈로 유명한 정종연 PD, <1박2일>부터 <윤식당>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을 나영석 PD와 함께 해온 김대주 작가, 김태호 PD, 나영석 PD, 신원호 PD, 이명한 PD와 모두 작업을 했던 김란주 작가,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어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연출하고 있는 신원호 PD 그리고 우리에게는 <1박2일>의 PD로 더 익숙한 tvN을 총괄하는 이명한 본부장까지 카메라 앞에 섰다.

 

그런데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사실상 tvN 방송의 중심축으로 일컬어지는 ‘티벤져스(tvN 어벤져스)’의 핵심이 있었다. 바로 이우정 작가였다. 그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한 인물이었던가는 여기 등장한 작가들과 PD들 거의 대부분이 그와 함께 작업을 했었다는 데서 드러난다. 이우정 작가는 <1박2일> 시절부터 김대주 작가나 김란주 작가의 사수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고, 신원호 PD와도 또 이명한 본부장과도 오래도록 작업을 함께 해온 작가다.

 

그래서 가장 영향을 준 인물을 꼽는데 이들은 서슴지 않고 이우정 작가를 들었다. 신원호 PD가 꼽은 이우정 작가는 KBS <남자의 자격> 같은 예능 프로그램을 같이 했었지만, tvN으로 이적해 와서 덜컥 <응답하라 1997> 같은 드라마를 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성공시킨 인물이었다. 그는 현재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그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명한 본부장은 지금의 tvN을 성장시킨 나영석 PD와 신원호 PD가 있지만 그 중심축은 늘 이우정 작가였다고 말했다.

 

방송은 그 특성상 특정한 인물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곤 한다. 물론 최근 들어서는 스타 PD라는 표현이 익숙할 정도로 PD들도 셀럽처럼 주목받는 상황이지만, 상대적으로 작가들은 뒤로 물러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드라마 작가야 워낙 중추적 역할을 하니 전면에 보이지만, 예능 작가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이우정 작가는 그런 점에서 보면 해왔던 일련의 놀라운 성취들만큼 전면에 드러난 인물은 아니다. 예능과 드라마 양 분야에서 최고의 작가로서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 아닌가. 하지만 전면에 보이진 않아도 동료들이 모두 손꼽아 그의 이름을 말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찾아낸 진정한 숨은 티벤져스는 이우정 작가가 아닐까 싶다.(사진:tvN)

위대한 서민들과 공감하려는 방송의 새로운 노력들

 

영상통화로 얼굴을 마주한 원주 칼국숫집 사장님과 백종원은 환한 미소로 반가운 마음을 전했다. 사장님은 “사랑합니다”라고 말했고, 백종원은 “내가 갔어야 했는데 (팥죽 좋아하는) 김성주씨가 간다고 했다”며 직접 오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 사장님은 모자를 쓴 채 자꾸만 얼굴을 양 손으로 가리셨다. 그러면서 자꾸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었다고 말씀하셨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가슴 먹먹한 칼국숫집 사장님의 근황을 전했다. 그간 SNS 등을 통해 자주 가게에 안 나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혹여나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걱정하던 백종원과 김성주 그리고 정인선이었다. 근황을 알아보기 위해 찾아간 김성주와 정인선은 그러나 그 곳에서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암에 걸려 투병 중이시라는 것이다.

 

일주일 간 가게를 쉰다는 공고는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이라 여겼지만, 거기에는 사장님의 건강문제도 들어 있었다. 애써 “괜찮다”는 말은 수차례 반복하시는 사장님 앞에서 결국 정인선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아쉬운 마음에 영상통화로 연결된 사장님의 사연을 들은 백종원도 말을 잇지 못했다. “아유 대표님 죄송해요.. 괜찮아요. 건강해요. 대표님 사랑해요 건강해요. 아유 참. 괜찮아요 대표님. 이렇게 웃고 있잖아요.” 연거푸 애써 웃으며 괜찮다는 사장님은 결국 눈물을 터트린 백종원을 보고는 “아유 속상해 죽겠네”리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눈물을 닦으셨다.

 

“전화하고 싶고 막 그런데도 못했어. 진짜 보고 싶고 내가 뭐라고 진짜 막 편지도 쓰고 싶고 그랬는데도 막 못했어. 진짜. 진짜 사랑합니다. 절 너무 행복하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사장님의 그 말을 듣던 백종원은 먹먹한 마음에 울먹이며 “참 진짜 그지 같네”라고 말했다. 그 눈물과 말에 많은 게 들어있었다.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삶이 어째서 그런 어려움을 계속 겪게 되는가에 대한 안타까운 소회가 거기에는 들어 있었다.

 

백종원의 눈물은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줬다. 물론 때론 분노하고 때론 아픈 조언들을 하곤 했지만, 결국 백종원이 원하는 건 노력하는 그들이 잘 되는 것이었다. 그건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바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디 세상이 그런가. 생각만큼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의외의 일들이 가로막는 경우는 더더욱 많다.

 

최근 방송들은 연예인들의 이야기에서 서민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주 유재석이 눈물을 흘렸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대목도 바로 그런 방송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비상을 맞은 대구 지역에 선뜻 자원해 달려간 한 간호사분의 너무나 씩씩한 모습에 유재석은 무너져 내렸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고 어려운 환경이지만 연거푸 잘 지내고 있고 괜찮다는 말을 건네는 그 분들의 숭고함 앞에 그 누가 먹먹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유재석의 눈물과 백종원의 눈물은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했다. 그런데 그 진원지는 유재석과 백종원이 아니라 그들이 만난 위대한 서민들이었다. 지금껏 조명되지 않아서 평범해보였던 사람들은 한 걸음 더 깊숙이 들어가자 그 위대함이 보이기 시작했다. 유재석도 백종원도 그것을 본 것이고, 방송은 이제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평범하지만 위대한 서민들과 공감하려는 노력. 지금의 예능 프로그램들에 생겨난 새로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또 그것은 지금의 시청자들 역시 공감하고픈 이야기이기도 하다.(사진:SBS)

겨울방학 맞은 ‘유퀴즈’가 걸어온 길, 걸어갈 길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겨울방학을 맞았다. 길거리에서 인터뷰가 이뤄지는 프로그램 특성상 겨울은 방송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에 첫 시작했던 방송도 11월에 일단락된 후 올 4월 봄이 되어 다시 재개된 바 있다. 물론 당시에는 겨울이라 프로그램이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다기보다는 일종의 재정비 기간의 의미도 컸었다. <유퀴즈 온 더 블럭>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유퀴즈 온 더 블럭>은 보통사람들의 인터뷰가 주 목적이긴 했지만 초반 퀴즈쇼에 대한 애착이 적지 않았다. 다섯 문제를 맞혀야 100만원의 상금을 주는 방식의 룰을 가졌었던 건 그만큼 퀴즈를 내고 푸는 그 과정에 이 프로그램이 몰두했다는 방증이다. 아마도 어떤 방식으로든 예능적인 포인트를 가져가야 한다는 불안감 같은 것들이 있었을 듯싶다. 덜컥 길거리로 나가 아무 사람이나 만나 인터뷰를 하는 것으로 방송을 채운다는 건 요행처럼 여겨질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올 4월에 돌아오면서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좀 더 과감해졌다. 퀴즈에서 한 문제만 맞혀도 100만원의 상금을 주는 것으로 룰을 바꿨다. 이건 퀴즈에 집중하기 보다는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겠다는 뜻이었다. 퀴즈쇼는 그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준 분들을 위해 상금이든 상품이든 퍼주고픈 제작진의 마음이 담긴 장치처럼 변모했다.

 

올해 마지막 방송을 했던 제주도에서 해녀 분들과 가진 인터뷰와 그 끝에 이어진 퀴즈쇼를 보면, 억지로라도 문제를 맞히게 해서 100만원의 상금을 주고픈 유재석과 조세호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출연한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청자들조차 저분들이 꼭 100만원을 타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그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들이 그 분들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 평생을 힘겹고 바쁘게 사느라 자식들에게 제대로 못해준 걸 미안하다며 “다시 한 번 내 딸로 태어나 달라”는 어머니나, 가장 소중한 글자를 적어달라는 말에 서슴없이 아내의 이름을 적는 문해학교 어르신, 오로지 가족이 배 곯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묵묵히 한 가지 일을 50년 넘게 해오신 세탁소 아저씨, 재가한 어머니를 찾아갔다가 그 새 가족들과 갈등이 계속 생겨 어머니를 위해 그 집을 울며 떠났지만 여전히 어머니에 대한 존칭을 쓰고 계셨던 아저씨와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묵묵히 옆에서 울어주던 아내분... 세상엔 참 보이진 않지만 따뜻하고 위대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보여줬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올해의 마지막으로 이제 초겨울에 들어간 제주를 찾았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 훈훈한 담소들을 나눴다. 바람이 유독 많이 부는 제주의 길들을 추웠지만 그 곳에서 만난 분들과의 이야기는 따뜻하게 시청자들의 마음을 데웠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던가.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사람이든 저마다의 빛나는 삶의 이야기들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위로를 줬다. 때론 행복하고 때론 힘겹고 때론 슬프고 때론 즐겁지만 그 많은 경험들이 얽혀진 우리네 삶은 얼마나 기적같은가를 이 프로그램은 계속 들춰 보여주었다. 겨울방학을 끝내고 따뜻한 봄에 다시 그 따뜻함을 느낄 수 있기를.(사진:tvN)

‘유퀴즈’이 찾아내는 우리네 서민들의 위대함, 그리고 공감

 

“제가 유퀴즈를 1년 넘게 했잖아요. 하여튼 이렇게 앞을 보고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 유퀴즈를 통해서 만나는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정답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는 약간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이 참고가 되는 것 같아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 찾은 부암동 어느 한옥. 고종이 잠시 머물렀다는 그 곳에서 저 아래 풍광들을 내려다보며 유재석은 새삼 그간 이 프로그램을 해온 1년을 되새긴다. 유재석의 말 그대로다. 처음에는 낯선 길이었지만, 그 길 위에서 만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통해 참 많은 걸 배웠고 느꼈다. 그건 유재석만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하루 부암동에서 만났던 일련의 사람들에게서도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의 결코 쉽지 않은 현실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 열혈팬이라며 과거 안쓰럽던 시절의 유재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놨던 유명한 만두집에서 일한다는 서담희씨는 핸드폰 커버 안쪽에 빼곡하게 적혀진 메모로 유재석과 조세호의 시선을 끌었다. ‘최고가 되지 않아도 괜찮아’, ‘나 정도면 충분해’, ‘날 믿어주는 사람이 참 많아’, ‘나는 아직 소중한 기회가 많아’, ‘나는 혼자가 아니야’ 같은 글귀들이 적힌 메모지.

 

서담희씨는 그런 글귀들을 그저 읽고 지나치기보다 차라리 세뇌가 될 정도로 봐야겠다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핸드폰 커버 안쪽에 메모지로 붙여놓고 전화를 꺼낼 때마다 읽었다는 것. 웃는 얼굴이 그의 평소 삶의 태도를 잘 말해주고 있었지만, 서담희씨는 사실 홀로 굉장히 빈궁했던 시절의 기억을 갖고 있었다. 생계가 어려워 겨울에 온수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서담희씨는 그 시절의 기억을 ‘깜깜한 터널 속을 벽만 짚고 걸어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터널을 빠져나온 그는 이제 다시 긍정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또다시 그런 어려움이 닥쳐도 한 번 경험해본 것이니 괜찮다고 할 정도로.

 

길을 걷다 만난 산책을 하는 모자는 늦둥이 딸이 수학여행을 간 사이 데이트 중이라고 했다. 입만 열면 아들 자랑을 늘어놓는 어머니 때문에 유재석과 조세호는 물론이고 아들도 당황하는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머니가 그렇게 아들 자랑하는 이유가 충분해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을 정도로 ‘여심저격수’라는 아들은 나이 터울이 있는 동생들을 그렇게 세심하게 챙긴다고 했다. 군대를 다녀오면서 어머니가 자신을 얼마나 챙겨주었는가를 알게 됐다는 아들은 제대한 후 알바를 하며 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평범해 보이는 모자의 흔한 풍경이지만, 그렇게 서로서로 챙기는 가족이 있어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주말부부로 지낸다는 오진우씨와 이현주씨는 일 때문에 떨어져 지내지만 그래서 더 애틋해지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삶의 속도에 관한 이날의 공식질문에 대해 오진우씨의 말이 의미심장했다. 시간의 흐름은 규정 속도보다 조금 빠르게 가는 것 같지만 자신의 삶의 속도는 천천히 간다는 오진우씨는 보통의 삶이 그러하듯이 뭘 했는지도 모르게 어느 순간 시간이 훌쩍 지나간 걸 느끼는 것 같았다. 젊었을 때는 “왜 그러고 살아?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자신이 그 나이가 되니 그렇지 못하다는 거였다. 또 자신의 속도보다는 아이의 속도만 보며 살아가고 있다는 이현주씨의 말에서도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그것이 대부분의 부모의 삶이니.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풍광이 아름다운 곳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마시며 앉아있던 이규형씨는 취업 시험을 보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다. 힘들 때마다 그 곳을 찾아왔다는 이규형씨는 삼수를 하며 어려웠던 그 때를 이야기했다. 산에서 트럭에 어묵을 파시는 일을 했다는 어머니. 겨울에는 트럭 배터리가 방전되어 차갑게 식은 차 안에서 양말을 서너겹씩 신으시고 일을 했다는 어머니는 700원짜리 어묵을 팔아 한 달에 70만원인 자신의 미술학원비를 내주셨다고 했다. 그게 못내 죄송했다고 했다. 다행히도 합격 소식을 받았다는 이규형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려워도 버텨나간 힘의 원천이 어디에 있었던가를 새삼 깨닫게 됐다. 어머니의 그 헌신 앞에서 애써 웃으며 노력했을 그의 모습이 생생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좋은 건 그 자연스러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네 사회가 처한 결코 만만찮은 현실들을 발견하지만, 그 팍팍한 삶 속에서도 꿋꿋이 웃으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서민들의 위대함을 찾아냈다는 점이다. 그런 분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깊게 우리를 감동시키고 큰 위안을 준다. 또한 그건 바로 우리 옆에서 살아가는 분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전하는 어떤 희망이 결코 적지 않다.

 

대학수학능력평가를 보는 수험생들에게 길거리에서 만난 분들이 하는 이야기에서는 그래서 깊은 진심과 삶의 내공이 느껴진다. “나침반이 많이 흔들린 후에 딱 그 곳이 북쪽이라고 알려줘요. 살아가며 흔들릴 일이 참 많지만 결국 방향을 찾게 될 거에요.(진명희)”, “마음 편하게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최병윤).” “안된다고 해도 수능이나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그런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헤쳐나갔으면 좋겠어요.(이진경)” “너무 수고했고 너희들의 육년 삼년 삼년이 어떤 일을 했던지 간에 공부를 했던지 취업을 했던지 간에 여태까지 해왔던 게 하나도 허투루 된 것은 없었다는 그런 말을 해주고 싶네요(용길).”(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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