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 자폭 토크의 묘미

 

<놀러와>가 살아나고 있다. 아직 시청률 면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 상승한 시청률(5.4% agb닐슨)은 <힐링캠프>(6.9%)를 넘보고 있다. 물론 시청률은 언제든 또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건 <놀러와>가 개편 후 시도한 변화가 의미 있게 여겨진다는 점이다. 도대체 <놀러와>는 어떤 변화를 주었던 것일까.

 

'놀러와'(사진출처:MBC)

그 변화가 극명히 보이는 건 <트루 맨 쇼>다. 유재석은 새로 마련한 <트루 맨 쇼>를 “요즘 <놀러와> 보시는 분들 많지 않다”는 말로 시작했다. <놀러와>가 가진 현재의 위치를 명확히 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각오를 다진 후 <트루 맨 쇼>를 ‘국내 최초 리얼 위기 토크쇼’라고 명명했다. 웃음을 주기 위한 자폭 토크에 가깝지만, 그 안에는 절치부심한 유재석의 의지가 엿보인다.

 

사실 자신의 위치를 솔직하게 고백한다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지만 이것을 밝힘으로서 얻을 수 있는 건 많다. 그 절실함 자체를 토크쇼의 새로운 화법으로 제시할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도 지지(현재는 낮지만 노력하겠다는 것)를 호소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실제로 <트루 맨 쇼>는 그 절실함을 내세워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솔직한 토크를 승부수로 띄우고 있다.

 

먼저 유재석의 변화가 눈에 띈다. 나경은 아나운서와 다시 태어나도 결혼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결혼은) 천천히 하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자신이 클럽을 좋아하고 자주 다녔던 얘기를 자연스럽게 꺼내고 당시 유행했던 춤을 추어 보이기도 한다. <놀러와>에서 줄곧 앉아서 게스트들에게 질문하고 이야기를 받아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트루 맨 쇼>에서 유재석은 MC라기보다는 자신 또한 출연자의 하나로서 솔직하게 이야기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권오중은 이 솔직한 토크쇼의 구심점이 된 느낌이다. 그는 어린 시절 쿵푸를 배웠던 사연을 얘기하며 "삼형제가 다 약골이다. 아버지가 술을 먹고 어머니를 임신시켰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고, 6살 연상의 아내와 결혼 전 차 안에서 데이트를 즐기다 주민 신고로 경찰서에 갔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심지어 치질로 병원에 가서 겪은 곤혹스러운 순간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털어놓으면서 동시에 권오중은 <놀러와>를 대놓고 비판하는 자폭 토크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원희와 유재석이 안경을 갖고 개그를 하려 하자 권오중은 “진부하다”며 이것이 ‘위기의 이유’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졸업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여행을 누구와 갔냐”고 묻는 유재석에게 “누구랑 갔겠어요. 친구랑 갔지”라며 “아직 대학교 졸업을 못해 잘 모르는 구나”라고 말해 유재석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솔직함을 무기로 권오중이 전방에서 거침없이 이야기를 털어내면 김응수는 그 이야기를 받아서 요리하는 편이다. 권오중이 결혼 전 아내와의 차안에서의 데이트 이야기에 “과연 껴안고만 있었을까” 의구심을 드러내는 MC들에게 김응수는 “그렇게 쉽게 경찰이 연행하지 않는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도 3분은 현장을 지켜본다. 적어도 차가 들썩거리는 걸 보고, 눈으로 뭔가 확인한 것이 있어서 연행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박재범이 클럽이야기를 하다가 ‘부비부비’를 언급하자, “부비부비가 뭐야? 먹는 건가?”라고 말해 유재석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예능 늦둥이답게 기존 토크쇼의 문법과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야기를 툭툭 던지는 김응수는 20대 후반에 돈이 없어 조카 저금통을 털은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고, 술을 얻어먹기 위해 선배들 앞에서 추었다는 진진바리 애교 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유재석과 권오중, 김응수의 조합에 엉뚱한 면모를 보이는 박재범, 그리고 여성이지만 남성 캐릭터 콘셉트로 남성들에게 조언을 던지는 김원희까지. <트루 맨 쇼>는 확실히 과거의 <놀러와>와는 차별화를 이룬 느낌이다.

 

<힐링캠프>가 구사하는 깊이 있는 토크는 또한 단점도 갖고 있다. 그것은 게스트에 따라서 대중들의 관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진짜 관심 있는 게스트(주로 비연예인이다)라면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늘상 보던 연예인이 자신의 연예생활 이야기의 고충을 늘어놓는다면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게 된다. 이것이 최근 몇 회의 연예인 게스트를 불렀던 <힐링캠프>가 시청률에서 추락한 이유다.

 

어쨌든 <힐링캠프>가 게스트들의 깊이 있는 이야기로 차별화를 이뤘다면, 개편된 <놀러와>는 깊이는 아니라도 MC들의 거침없고 솔직한 이야기로 변별력을 만들고 있다. <힐링캠프>가 힐링이라는 부드러움과 함께 어쩔 수 없이 게스트에게 강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공격성을 드러낸다면, <놀러와>는 그 공격적인 토크를 스스로에게 던지는 식이다. 자신들의 처지를 솔직히 밝히고 그 절실함을 무기 삼아 자신의 치부까지를 드러내는 일종의 ‘자폭 토크’는 그래서 <힐링캠프>와는 다른 토크의 묘미를 선사하고 있다.

<놀러와>와 <해투>, 그 위기의 원인은

 

유재석의 MC로서의 최대 강점은 게스트들의 캐릭터를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예능에 있어서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배우들이나 가수들조차 유재석이 캐릭터로 발굴한 예는 부지기수다. <해피투게더>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박미선은 대표적인 사례다.

 

'놀러와'(사진출처:MBC)

자신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게스트들을 앞으로 끌어내는 그의 토크 방식은 그래서 그를 배려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이런 특성은 그대로 토크쇼에 묻어났다. <놀러와>와 <해피투게더>는 약간의 형식적인 차이들이 존재하지만 유재석의 이런 특징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그 토크쇼의 본질은 유사하다. 모두 게스트를 편안하게 해주고 부각시켜주는 ‘긍정의 토크쇼’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른바 유재석 토크쇼가 흔들리고 있다. <놀러와>는 최근 400회 특집(사실 400회라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을 보여줬지만 시청률은 고작 4%에 머물렀다. 한 때 20%에 육박하던 <놀러와>로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해피투게더>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조기에 <개그콘서트>의 개그맨들을 투입, 좀 더 공격적인 토크방식을 부여함으로써 어떤 변신을 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만큼 그 효과가 두드러지는 건 아니다. 물론 12% 정도의 시청률을 유지하지만 요즘 토크쇼는 시청률보다 중요한 게 화제성이다. 화제성에 있어서 <해피투게더>는 최근 들어 과거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유재석 토크쇼의 위기상황을 불러왔을까. 먼저 달라진 대중들의 기호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들어 토크쇼는 ‘넓이’보다는 ‘깊이’에 천착하는 경향이 생겼다. 즉 버라이어티한 면보다는 한두 사람이 나와도 그 사람과의 깊이 있는 대화에 더 집중하게 된 것. <힐링캠프>의 성공은 이 ‘깊이’있는 토크쇼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한때는 기세등등했던 <강심장>이 <승승장구>에게 밀리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고 <라디오스타>가 홀로 잘 버티고 있는 <황금어장>에 <무릎팍도사>의 빈자리가 여전한 것도 그 때문이다. 수박 겉핥기식의 가벼운 웃음과 재미보다는 차라리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토크쇼에 대한 대중들의 기대가 달라지게 된 것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그만큼 대중들은 각박한 현실 속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최근 서점가에 불고 있는 ‘위로형 에세이’들의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다. 가벼운 웃음으로 잠시 동안 현실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는 현실의 무게가 너무 크다는 방증이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깊게 말해주는 그 위로와 공감을 대중들은 더 원하고 있다.

 

물론 유재석 토크쇼가 위로와 공감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그 화법이 대화보다는 ‘버라이어티’에 더 가깝고, 깊이보다는 넓이에 더 가깝다 보니 토크쇼의 느낌도 그렇게 대중들에게 인식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를 모를 리 없는 제작진들은 왜 토크쇼를 ‘넓이’에서 ‘깊이’로 전환시키려 하지 않는 것일까. 여기에는 유재석이 가진 유일한 한계점이 숨겨져 있다.

 

유재석은 배려의 아이콘이고 캐릭터 발굴의 달인이지만 그에게도 부족한 점이 있다. 그것은 게스트를 때론 쿡쿡 찌름으로써 그 안에 숨겨진 ‘깊이’를 끄집어내는 토크에 약하다는 점이다. 사실상 유재석 토크쇼의 이런 부분은 다른 MC들이 맡기 마련이다. <해피투게더>의 박명수가 그렇고, <놀러와>의 이하늘(지금은 빠졌지만)이나 김나영이 그런 역할을 하는 MC들이다.

 

깊이는 주고받는 데서 나올 수밖에 없다. 상대방의 마음 속 깊이 들어가려면 그걸 끄집어낼 수 있는 과감한 질문이 필요하다. 이것은 또한 자신의 속내를 먼저 드러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유재석은 그런 점에서 그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MC다. 그것은 늘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는 오랜 습관에서 비롯된 것일 게다. 하지만 이 좋은 습관은 현재의 달라진 화법 속에서 약점이 되기도 한다. 유재석처럼 진행의 달인이 본인의 이름을 딴 1인 토크쇼를 갖지 못한 것도 어쩌면 이런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장점이자 약점 때문이 아닐까.

 

물론 <놀러와>나 <해피투게더>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거기에는 유재석만이 가진 배려의 화법이 오래도록 배어있었다. 그러니 그 오랜 세월동안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일 게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유재석 토크쇼에 새로운 도전을 요구한다. 물론 그렇다고 유재석이 강호동이 될 수도 없고 김구라가 될 수도 없을 것이며 그렇게 되도 안될 것이다. 유재석만이 가진 자신만의 진솔한 대화법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그래서 어떤 시점에는 토크쇼가 진정 어울리게 될 유재석이 앞으로도 더 오랫동안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할 것이다.

강호동이 가져올 예능 변화 가능성

 

드디어 강호동이 돌아온다. 강호동은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C&C(이하 SM C&C)와 전속계약을 체결하면서 방송 복귀를 공식화했다. 이로써 방송3사의 가을개편을 통해 강호동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잠정 은퇴 선언 당시 논란이 됐던 세금 문제도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그렇다고 해도 어쨌든 그로 인해 생긴 논란에 대해서 그 정도면 충분히 자숙의 기간을 가졌다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예능 전반에 그의 공백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강호동의 복귀시기로서는 호기임에 분명하다.

 

'강호동'(사진출처:MBC)

하지만 강호동의 복귀는 방송3사 예능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 그간 갑작스레 잠정은퇴를 선언함으로써 생겨난 커다란 공백으로 방송3사의 예능이 휘청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복귀가 가져올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벌써부터 방송3사의 ‘강호동 모시기’ 작전은 시작된 상황이다. MBC는 강호동의 잠정은퇴로 잠정(?) 폐지되었던 ‘무릎팍도사’를 그가 돌아온다면 되살리겠다고 공식 발표한 상황이고, KBS는 ‘1박2일’은 물론이고 새로운 프로그램의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유독 강호동에게 공을 들여옴으로써 SBS 복귀설까지 나왔던 SBS는 강호동의 복귀에 맞춰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타진해왔던 중이었다.

 

물론 의리를 중시 여기는 강호동이 어느 한 방송사만을 선택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말 예능’이다. 사실상 주말 예능이 그 방송사의 예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떤 방송사가 강호동의 주말 예능을 꿰차게 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MBC는 공식적으로 ‘무릎팍 도사’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고, ‘일밤’의 대표주자는 여전히 ‘나는 가수다2’이기 때문에 강호동이 새롭게 프로그램을 맡을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KBS의 ‘1박2일’ 역시 PD 작가를 포함한 멤버 교체가 대거 이뤄진 상황이라 강호동이 복귀하기는 쉽지 않을 듯 보인다. SBS 역시 마찬가지다. 주말 예능에 이미 ‘정글의 법칙’과 ‘런닝맨’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라 빈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주말 예능이 이처럼 방송3사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강호동으로 하여금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 어렵게 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일요일보다는 토요일 저녁의 예능 프로그램이 강호동으로서는 훨씬 수월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MBC는 ‘무한도전’이 자리하고 있어 강호동이 들어갈 틈이 없고, KBS는 ‘불후의 명곡2’가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 전 프로그램으로서 ‘청춘불패2’는 성적이 저조한 편이다. 가을개편을 통해 그 자리에 새로운 신설 프로그램이 가능할 수도 있다. SBS는 애초에 강호동이 ‘스타킹’을 했던 전적이 있고, 그가 빠져나간 후 직격탄을 맞은 ‘스타킹’이 여전히 있는 셈이라 이 프로그램에 복귀하던지 아니면 개편 후 강호동을 위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들어간다고 해도 명분이 괜찮은 셈이다.

 

어쨌든 어떤 방송사가 됐든 프로그램 하나씩은 할 것으로 보이며 그 프로그램은 주말예능으로서 버라이어티 하나, 주중 예능으로서 스튜디오물 두 개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방송사로 복귀할 것인가 만큼 중요한 것은 강호동 복귀로 인해 생겨날 예능가의 변화다. 지금껏 강호동과 유재석 투톱 체제를 유지해왔던 예능가에서 강호동이 빠져나감으로써 큰 변화가 생겼던 것이 사실이다. 유-강 체제를 공고히 했던 리얼 버라이어티쇼 트렌드가 흔들렸고 토크쇼들은 하향평준화되어 버렸다. 유재석도 살리기 힘든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하지만 강호동 복귀로 다시 생겨날 유-강 투톱 체제는 강호동뿐만 아니라 유재석에게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서로 경쟁하면서 동시에 하나의 트렌드를 선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호동이 복귀한다고 해서 과거처럼 유-강 체제가 이어진다는 장담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 새롭게 부상한 MC들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힐링캠프’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경규, ‘불후의 명곡2’, ‘강심장’ 또 최근에는 19금 개그로 대세가 되어버린 신동엽, ‘정글의 법칙’으로 새로운 예능을 구축하고 있는 김병만이 최근 주목되는 대표적인 MC들이다. 강호동이 어떤 예능 트렌드를 선택할 것인가는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 그가 선택하는 방향으로 예능의 트렌드의 중심축이 옮겨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강호동이 SM C&C와 전속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다. SM C&C는 매니지먼트는 물론이고 프로그램 제작사로서도 야심을 갖고 있는 회사다. 이것은 강호동이 그간 관심을 갖고 있던 방송사에 예속되지 않고 예능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고 납품하는 제작사 개념의 예능을 예고하게 만든다. 만일 이것이 이뤄진다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들이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또 그간 방송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예능인들의 새로운 위상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생긴다. 결국 콘텐츠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제작사 개념의 예능은 새로운 흐름을 예감하게 한다.

 

강호동 복귀 선언이 이뤄졌지만 시청자들이 강호동을 볼 수 있는 건 가을 개편이 지난 후가 될 것이다. 방송3사가 서로 앞 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프로그램에 복귀하게 될 지는 강호동 본인만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것이든 그의 복귀가 가져올 파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의 메가톤급 복귀의 파장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런닝맨> 100회 게임 버라이어티의 한 획을 긋다

 

<런닝맨>이 벌써 100회를 맞았다. 게임 하나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100회가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런닝맨>의 게임은 기존 예능에서 흔하게 했던 가위바위보나 스포츠, 퀴즈 같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영화를 방불케 하는 스펙터클과 장르적인 스토리텔링, 여기에 스파이라는 고도의 심리전이 결합된 게임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런닝맨'(사진출처:SBS)

좀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게임의 즐거움은 투자한 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그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좀 더 복잡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고 그것이 단순한 게임보다 더 큰 즐거움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런닝맨>은 부담을 갖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복잡하고 세련된 게임을 하게 되면 시청자들에게 너무 낯설게 다가갈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단순한 게임을 하게 되면 장소만 바꾼 게임 버라이어티의 반복이라고 비판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7월 한 쇼핑몰에서 시작한 <런닝맨>은 월드컵 경기장, 과천과학관, 서울타워, 세종문화회관 등등 장소를 바꿔가며 지형지물을 이용한 게임을 펼쳤지만 <패밀리가 떴다>의 도시편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간을 시골에서 도시의 랜드마크로 바꿨을 뿐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얘기. 하지만 이것이 오해였다는 것은 차츰 미션이 하나씩 추가되면서 밝혀졌다.

 

이른바 ‘방울 미션’의 시작은 <런닝맨>의 추격전에 긴박감을 부여했고 유르스윌리스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름표가 부착되면서 게임 캐릭터들의 이른바 ‘생명’이라는 아이템이 생겨났고, 그 이름표 안에 스파이 같은 또 다른 숨겨진 정체를 부착함으로써 게임은 고도의 심리전으로 이어졌다. 그런 점에서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있었던 유재석의 스파이 물총 미션은 <런닝맨>의 게임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써 제작진과 출연자들 사이에 미션을 둔 심리전이 시작되었다.

 

스파이 미션은 더블 스파이 미션 같이 더 복잡한 단계로도 넘어갔고 ‘셜록 홈즈’나 ‘좀비 특집’ 같은 장르적인 소재와 연결되면서 게임의 스토리성을 강화시켰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이상한 나라의 런닝맨’이나 런닝맨 초능력자 미션은 이 스토리성이 판타지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런닝맨>이 장르적 스토리를 게임에 활용하면서 생겨난 가상과 현실의 접목은 실로 게임 버라이어티라는 예능 장르의 진화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게임 버라이어티의 확장성을 가장 먼저 보여준 프로그램은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은 이미 ‘여드름 브레이크’ 같은 아이템에서 볼 수 있듯이 장르와 게임 버라이어티의 접목을 시도한 바 있다. 이렇게 보면 <1박2일>이 <무한도전>이 시도했던 여행 버라이어티를 가져와 확대 발전시킨 것처럼, <런닝맨> 역시 <무한도전>의 게임 버라이어티를 확장시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런닝맨>이 열어 놓은 가장 큰 공적은 예능 한류의 가능성이다. 홍콩이나 대만, 북경에서 벌어졌던 <런닝맨>을 통해 수많은 해외 팬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런닝맨>이 이렇게 예능 한류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이유는 그 소재와 방식이 해외 팬들에게도 어필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랜드마크들이 배경이 되고 그 안에서 캐릭터가 살아있는 새로운 게임들이 벌어진다. 우리나라가 가진 특수성이 바탕에 깔리고 게임이라는 보편성이 겹쳐지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술한대로 게임이 재미있으려면 그만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따라서 <런닝맨> 100회라는 수치는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그만큼 <런닝맨>은 차근차근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게임의 영역을 넓혀왔고 이제는 하나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예능으로 자리했다. 사실 100회를 버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이렇게 잘 달려온 <런닝맨>이 앞으로 잘 달려가기 위해 남겨진 숙제가 있다. 그것은 이 재미있는 게임 버라이어티가 끊임없이 진화해가면서도 지나치게 마니아적으로 흐르지 않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주말예능의 최강자로 자리하면서 제작진들에게 적지 않은 고민으로 다가가고 있다. 그 고민의 흔적은 이덕화, 박준규, 박상면이 출연함으로써 세대적인 폭을 넓히려 했던 철원에서의 미션에서도 드러나고, 최근 박지성 특집에서도 드러난다.

 

식상하지 않은 새로운 게임을 시도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주말 예능으로 자리한 이상 이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그저 일상적으로 지나쳤던 공간이나 일의 공간으로 치부했던 공간들을, 한바탕 놀이의 공간으로 치환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런닝맨>은 프로그램 외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 모쪼록 일에 중독되어 살아왔던 이 사회에 잠시나마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는 그런 프로그램이 되기를.

 

<런닝맨이 지금껏 달려온 길>

2010 7 11 첫 방송 쇼핑몰에서의 게임

7 18 월드컵 경기장 황금돼지 찾기

8 1 과천과학관에서 벌어진 과학관이 살아있다 . 송지효의 존재감(게스트)

8 8 지형지물 이용 게임

8 15 서울타워

8 22 세종문화회관 방울소리. 런닝볼. 유르스윌리스의 존재감.

8 29 서울 역사 박물관

9 5 놀이동산 로맨스 게임, 방울소리

9 12 과천국립현대미술관. 월요커플의 태동

9 18 서울중앙우체국. 평온개리를 속여라(심리전)

9 26 잠실종합운동장. 서울디자인축제. 두뇌중기를 속여라

10 3 sbs방송센터

10 17 보라매 안전체험관. 도둑잡기

10 24 지하철 차량기지 지하철 스캔들? 송지효, 송중기

10 31 지하철에서 용산 대형쇼핑몰까지

11 7 한양여대

11 21 부산 크루즈

11 28 남산 한국의 집

12 5 기상청

12 12 광명역 지하철 미션

12 19 마트. 초대형 장난감 매장,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12 26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 기원. 심형래 출연

1 2 신년특집

1.9 만화박물관 코스프레쇼

1 16 종로 대형악기상가. 게스트 찾기 미션

1 23 예술의 전당

1 30 초대형 찜질방. 김병만 출연

2 6 해양테마파크. 유재석 vs 김종국 단체 미션

2 13 국립국악원. 승리 출연

2 20 겨울 속 여름휴가

2 27 파주출판단지 W교육기업. 오피스 올림픽

3 6 서울 전역. 인천국제공항. 추격전(추노).

3 13 홍대 앞

3 20 캠핑 미션

3 27 캠핑 3종 경기

4 3 초대형 쇼핑몰. 박예진 출연

4 10 대형종합병원. 유재석 물총 스파이 미션

4 17 서울 풍물시장. 소녀시대 윤아 써니 출연

4 24 프랑스 문화체험 마을. 짐승돌 닉쿤, 택연 출연

5 1 초대형 도서관. 박중훈. 이선균 출연

5 8 런닝맨 최강자전

5 15 스펙터클 전국 횡단 레이스

5 22 광고회사 미션

5 29 광고회사 직원들과 함께

6 5 대형문고 미션

6 12 대형문고 본사

6 19 외규장각 의궤, 국립중앙박물관

6 26 북서울숲. 여왕 미션

7 3 태국편 시작

7 10 태국편. 사라진 돈가방을 찾아라

7 17 서울-경주 주사위 레이스

7 24 경주. 런닝맨 헌터 최민수 이름표 붙이기 미션

7 31 여의도. 보스 지키기 대작전

8 7 짝꿍 레이스. 걸 그룹과 삼촌 팬

8 14 짝꿍 특집 2탄. 무서운 누님들

8 21 제주도. 신세경 차태현 출연

8 28 제주도 추격전

9 4 홍대 놀이터, 대학로. 힙합 특집 스파이 미션

9 11 트루 개리쇼

9 18 북경편 시작

9 25 북경편 - 송지효 스파이 출연

10 2 일산. 소녀시대와 쌍쌍 레이스

10 9 소녀시대와 레이스

10 23 용산에서 논산까지 주사위 레이스, 추격팀과 미션팀 대결

10 30 전국 순회 레이스

11 6 김수로 박예진 출연

11 13 지석진, 이광수 스파이 미션. 더블 스파이

11 20 런닝맨 헌터 최민수

11 27 손예진, 박철민, 이민기 출연

12 4 왕비레이스, 오연수 출연

12 11 홍콩편. 성룡 미션

12 18 홍콩편. 구룡의 전설

12 25 런닝맨 초능력자 미션

1 1 한류아이돌과 함께하는 산수레이스

1 8 여수. 런닝맨 킬러 지진희, 김성수, 주상욱, 이천희 출연

1 15 여수 2탄. 아이유 합류

1 22 천하통일 레이스, 초한지 미션

1 29 셜록홈즈 미션 윤도현, 김제동 출연. 지석진 스파이 미션

2 5 미녀삼총사 미션. 고아라, 임수향, 효민 출연

2 12 개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기억력 미션

2 19 부산 대형백화점. 스파이 레이스

2 26 부산 명소. 보따리 미션 오지호 출연

3 4 런닝맨 vs 빅뱅

3 11 런닝맨 vs 빅뱅

3 18 런닝맨 선수권 대회. 하지원 출연

3 25 화성. 첫사랑 미션. 한가인 출연

4 1 제주도. 런닝맨 코드. 정재형, 보아 출연

4 8 제주도. 이상한 나라의 런닝맨

4 15 철원. 런닝맨 형님들. 이덕화, 박준규, 박상면 출연

4 22 송도. 돌아온 유임스본드

4 29 인천 차이나 타운. 짜장면 미션

5 6 서바이벌 레이스

5 13 걸그룹과 함께 하는 웨딩레이스

5 20 박지성 미션

5 27 박지성 vs 런닝맨 초능력 축구

6 3 박지성 스파이로 변신

6 10 인천. 좀비특집

6 17 서울 부암동. 왕 특집 임금레이스

6 24 100회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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