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친구들'은 과연 중년들의 공감 얻을 수 있을까

 

JTBC 드라마, 금요일 밤 그리고 19금. 새로 시작한 <우아한 친구들>에 달린 이런 수식어들이 떠올리게 하는 건 당연히 <부부의 세계>다. 19금으로 최고 시청률 28%(닐슨 코리아)를 넘기며 숱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드라마.

 

아마도 <우아한 친구들>이 19금을 선택하는데 주저하지 않은 건 전작이었던 <부부의 세계>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 보인다. 과거 19금 설정은 보편적 시청자를 확보할 수 없던 지상파 시절의 영향에서 다소 금기시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의 성공은 이제 드라마에 있어 성인 시청자들의 저변이 확실히 두터워졌다는 걸 증명해 보여줬다.

 

그렇다면 <우아한 친구들>은 과연 그 계보를 잇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첫 방송만으로 예측하긴 어렵다. 총 17부작으로 첫 회가 일종의 프롤로그 성격을 띤다는 걸 염두에 두면 더더욱 판단은 쉽지 않다. 다만 첫 회에서 보여지는 건 이 작품이 <부부의 세계>와는 다른 어딘지 중년 남성들에 더 포인트가 맞춰진 듯한 느낌이다.

 

물론 2회부터 남정해(송윤아), 강경자(김혜은), 유은실(이인혜) 그리고 지명숙(김지영)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면에 나올 수는 있겠지만, 첫 회는 온전히 안궁철(유준상), 정재훈(배수빈), 조형우(김성오), 박춘복(정석용) 그리고 천만식(김원해)으로 이뤄진 대학 연극 동아리 불사조 5인방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이들이 보여주는 건 중년의 위기다. 다섯 명이 술집에서 모여 술을 마시며 나누는 대화들은 낯 뜨거운 농담들로 채워져 있지만 사실은 각자 가진 어떤 중년의 위기를 애써 술기운에 숨기는 모습으로 보인다. 안궁철은 의사 아내에 자신도 본부장으로 잘 나가고 있지만, 비뇨기과 원장으로 일하는 정재훈은 무언가 사연을 가진 채 혼자 살아가고 있고, 성인영화 감독 조형우는 경제력 좋은 아내와 살고 있지만 상업영화를 찍고픈 꿈에 대한 갈증이 있어 보인다.

 

발기부전을 호소하는 박춘복은 젊은 고객에게 갑질을 당해도 불평하나 없이 살아가는 인물로 삶에도 어딘지 발기부전 상태인 것처럼 보이고, 무엇보다 세무 공무원에 우울증 초기 증상을 가진 아내와 유학 간 딸을 둔 천만식은 직장과 가정 양측에서 느끼는 책임감과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고 버스에서 갑작스레 돌연사 해버리는 인물이다. 중년의 위기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

 

그래서 <우아한 친구들>이라는 제목에 담긴 우아함을 이들에게서 찾아보기는 어렵다. 첫 회가 그 프롤로그로서 중년이라는 나이가 갖는 무게감을 슬쩍 보여준 거라면, 시작부터 보여준 살인사건과 거기에 용의자로 몰린 안궁철의 이야기는 향후 이 중년의 위기가 더욱 극으로 치달을 거라는 걸 예감케 한다.

 

19금 설정의 성인드라마로서 표현에 있어서 훨씬 거침없고 과감함을 보여주지만, 아마도 이 드라마의 관건은 그런 자극보다는 여기 등장하는 중년들의 상황에 시청자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그 관점에서 보면 첫 회는 아직 고개가 갸웃해지는 정도다. 특히 여성들보다 남성들을 전면에 세우고 있는 점은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쉽게 공감하기가 어려운 지점이기도 하다. 과연 <우아한 친구들>은 이런 난점들을 넘어 또 한 번의 JTBC 19금 금토드라마의 성과를 낼 수 있을까. 2회가 궁금하다.(사진:JTBC)

‘슬의생’은 어떻게 자극 없이 시청자들을 주목시킬까

 

마치 평양냉면 같은 맛이다. 그다지 자극적이지 않은 심심한 맛이지만, 조금 지나고 나면 또 생각나는 그런 맛.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는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 같은 강렬하고 자극적인 맛은 별로 없다. 그래서 드라마가 너무 갈등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갈등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그 갈등들이 일상 속에 담겨져 있어 자잘하게 느껴질 뿐이다. 예를 들어 경찰이 꿈이었지만 뇌수술을 받게 되어 더 이상 그 꿈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며 자조하는 환자에게 수술 중 안치홍(김준한)이 자신 역시 육사에 들어갔지만 훈련하다 마비가 와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털어놓는 장면 같은 게 그렇다.

 

자잘한 이야기지만, 그간 그가 육사를 그만둔 이유를 동료들에게 굳이 밝히지 않으려 했던 터라 그의 고백에 담겨진 환자를 위로하려는 마음이 더더욱 절절하게 느껴졌다. 또 남편의 간 이식을 받았지만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투약을 거부하며 좌절하는 환자에게 이익준(조정석)이 자신 역시 아내의 외도로 이혼했다는 사실을 들려주는 장면도 그렇다. 늘 밝게만 보이던 익준의 속엣 이야기가 슬쩍 드러나고, 마침 그 옆 병상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택이 아버지’(응팔에 나왔던)가 그 환자를 챙겨주는 훈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일상의 자잘한 이야기 속에 연애가 빠질 수 없다. 혼자 속으로만 끙끙 앓으며 짝사랑을 하던 장겨울(신현빈)이 안정원(유연석)에게 용기를 내서 저녁을 사달라고 말하는 에피소드가 그렇고, 여전히 속앓이만 하는 추민하(안은진)의 양석형(김대명)에 대한 짝사랑도 그렇다. 물론 이제 익준의 여동생 익순(곽선영)과 연인으로 발전해 달달한 관계를 이어가는 김준완이 이를 친구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애쓰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에 그 흔한 빌런 하나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은 드라마지만, 정반대로 이 드라마는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인물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가진 특징 때문에 환자의 생사가 오가는 급박한 상황들과, 때론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마치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사람들처럼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이런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줄줄이 나열해 이 드라마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매 회 의대 5인방이 밴드로 모여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들어가는 건 그래서 자칫 흩어져 있는 에피소드들을 그 노래를 통해 묶어내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갈등이나 아픔, 기쁨 같은 것들은 굉장히 극적인 어떤 사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잘한 일상들 속에 담기기 마련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의 외도나 배신 같은 커다란 아픔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일상은 그런 극적인 사건들조차 서서히 덮어버린다. 그렇게 우리는 살아나간다. 놀랍게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그래서 배우자의 불륜 같은 사건이 벌어져도 <부부의 세계> 같은 파국을 그리지는 않는다. 물론 분노하지만 그래도 다시 일상을 살아내는 익준처럼, 힘들어도 숨쉬고 밥을 먹고 수다를 떨고 웃고 우는 그 과정들을 통해 그래도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 걸 보여준다. 그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담는 건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의 이야기면서, 동시에 삶을 버텨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똑같이 하루하루의 일상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만한 위로가 있을까. 슴슴해도 자꾸만 생각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사진:tvN)

‘조들호2’, 자극적인 전개로 시청률은 얻었지만...

KBS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아마도 시즌2라는 점과, 그간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온 법정드라마, 변호사 캐릭터 등으로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아예 기획의도에 ‘법조인을 다룬 드라마가 봇물’이라 돌파구로 ‘천편일률적이지 않아야 한다’를 첫 번째 기획 포인트로 내세웠다고 명시했다. ‘법 얘기를 중심에 놓지 않고도 재미있는 법조 드라마를 해보자’는 것.

그래서일까. <동네변호사 조들호2>의 첫 시퀀스는 법정이 아니라 어느 차가운 바다로 던져지는 드럼통과 그 드럼통 안에 손이 묶인 채 갇힌 조들호(박신양)가 차오르는 물속에서 살아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2회까지 이 드라마는 스토리를 전개한다기보다는 조들호와 이자경(고현정)이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벌어진 자극적인 장면들을 나열했다. 

성폭력 가해자에게 속아 그를 변호함으로써 피해자가 갑자기 조들호의 차량으로 뛰어들어 나는 처참한 사고는 마치 그 참혹한 상황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보여줄 것인가 고민한 듯, 아주 천천히 슬로우모션을 섞어 보여줬다. 피해자가 차량 앞 유리에 얼굴을 부딪칠 때 조들호를 쳐다보는 그 장면이 그대로 보여지고, 날아간 피해자가 바닥에 떨어져 피를 철철 흘리는 장면과 그 앞에서 너무 놀라 소리가 나오지 않는 조들호가 “도와달라” 외치는 장면이 이어졌다.

1회 마지막 장면에는 어느 낯선 공간(아마도 폐쇄된 병동으로 보이는)에 이자경이 실종된 윤정건(주진모)을 마주하는 장면과 그 곳을 찾아온 조들호가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산한 풍경의 복도를 찾아들어가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이어진 2회에서는 윤정건이 독살되는 장면, 국일 그룹의 셋째인 국종복(정준원)이 마약 파티를 즐기는 장면 그리고 갯벌에서 발견된 윤정건의 사체로 인해 오열하며 뻘밭을 뒹구는 조들호의 모습이 보여진다. 

확실히 기획의도에 명시한 대로 ‘천편일률적’이지는 않다. 또 법 얘기가 전면에 등장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스토리도 없다. 그저 막연히 조들호와 이자경이 윤정건의 사망을 두고 대립하고 있고, 이자경의 뒤에는 국일그룹 국현일(변희봉) 같은 냉혹한 사업가가 존재한다는 것 정도다. 그 국일그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또 다른 피해자가 있고, 도움을 요청하는 그 피해자를 조들호는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나, 죽은 윤정건의 딸 윤소미(이민지)를 끝까지 보호하려는 모습이 ‘동네변호사’라는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정도. 

스토리가 주는 몰입보다는 장면 자체가 주는 자극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조들호나 이자경의 캐릭터는 다소 도식적인 인물처럼 다뤄진다. 스토리로 이어지는 대립이 아니라 그냥 두 사람의 대립이 있다는 것만 막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니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박신양이나 고현정에게서 남다른 이 캐릭터만의 색깔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연기하면 한가락 했던 이 배우들에게서 이 드라마에 맞는 새로운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기보다는 어디선가 봐왔던 연기를 또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는 건 그래서다. 

박신양은 여러 작품들에서 많이 보였던 쓰레기통에 뒹굴고, 넘어지고, 얼굴과 머리 그리고 온 몸에 진흙을 묻힌 채,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니는 그 익숙한 모습을 여기서도 반복한다. 고현정 역시 어디선가 봤던 표독스런 표정 연기를 보여준다. 연기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그 역할의 표현을 하려 애쓰고 있지만, 스토리 없는 캐릭터는 과거 그들이 출연했던 작품들 속 캐릭터와 자꾸 중첩되어 보인다. 

이래서는 ‘천편일률적’이지는 않아도 드라마와 캐릭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자극적인 장면이 주는 주목은 실제로 이 드라마가 동시간대 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게 만들지만, 그것이 유지되려면 더 자극적인 장면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 그건 KBS 드라마 그것도 15세 드라마로 되어 있는 이 작품에는 갈수록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자극적인 장면을 통한 주목이 아니라, 스토리와 캐릭터가 주는 그 감정선과 궁금증 속으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을 몰입시켜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전개로는 제 아무리 박신양이나 고현정이라도 매력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심지어 과거의 비슷한 연기만 반복하는 듯한 느낌을 줘, 시청자들에게 식상함만을 줄 뿐.

'전참시' 방송 파문, 고의성 없었다지만 의도는 다분했다

“이 사건에서 제작진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계십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저도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아 조사위원들에게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인 행동이 있었다면 MBC는 그에 대한 강도 높은 책임을 물음으로써 좀 더 쉽게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MBC의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MBC로서는 한 개인의 악행이라는 결론보다 훨씬 아프고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결론입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에서 세월호 뉴스보도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활용하고 거기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사용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마무리됐다. 결론은 ‘고의성’은 없었다는 것. 하지만 이 결론에 대해 대부분의 반응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공식 입장을 통해서 MBC 최승호 사장 역시 그런 반응에 대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 누가 세월호 보도 장면을 예능 프로그램에 재미를 위해 갖다 쓰면서 ‘의도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조사결과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밝혀진 것처럼, 분명 그 세월호 보도 장면을 선택하고 뒷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한 건 제작진이다. 물론 그 영상을 선택한 사람과 직접 만진 사람 그리고 그렇게 흐릿하게 처리된 영상을 허용한 사람은 다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모두가 다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는 분명 그 장면이 세월호 보도 장면이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최승호 사장도 공식 입장에 이 부분에 대한 침통한 심정을 담았다. “가장 큰 문제는 세월호 영상인줄 알면서도 ‘흐리게 처리하면 세월호 영상인 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해 해당 영상을 사용한 부분입니다. 타인의 아픔이 절절하게 묻어 있는 영상을 흐리게 처리해 재미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식이 문제입니다. 방송의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편집하는 영상이 누군가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고민하지 않는 안이함이 우리 제작과정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리고 MBC의 시스템은 그 나쁜 영상이 만들어지기 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만들어진 뒤에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보도 장면이라는 걸 알면서도 재미를 위해 제작진이 그걸 활용했다는 걸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의문이 생긴다. 그런데 ‘고의성은 없었다’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지점은 ‘의도’가 있긴 있었는데 그 ‘의도’가 도대체 뭐였는가 하는 점이다. 

아마도 최승호 사장이 말하는 ‘고의성은 없었다’는 데 들어가 있는 의도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직접적인 조롱이나 비하의 의도를 말하는 것일 게다. 그런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작진은 왜 하필 그 아픈 장면까지 활용하게 된 걸까. 여기서 드러나는 건 다른 의도다. 그건 바로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어떻게든 ‘재미’를 주겠다는 그 의도이고, 그 ‘재미’를 위해서라면 뭐든 가능하다는 인식이 만들어내는 의도이다. 

그런데 왜 이토록 재미를 위해 도저히 해서는 안 되는 행위까지 하는 그런 불순한 ‘의도’들이 생겨나게 된 걸까. 거기에는 ‘경쟁적인 환경들’이 존재한다. 시시각각 시청률로 환산되며 비교되는 방송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시선을 잡아끌려는 의도. 또 방송사 내부의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데서 생겨나는 도덕적 해이. 그런 의도들이다. 

아마도 이번 사태를 ‘일베’의 침투라고 결론 내리고 관련자를 처벌한다면 보다 명쾌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이 문제를 ‘외부의 적’이 만들어낸 사안으로 처리하면 ‘내부의 문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일베에서 만들어진 영상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자주 벌어지지만, 이른바 ‘일베 논란’ 같은 사태들이 방송사에서 반복되어 터져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내부의 구조적 문제도 적지 않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방송사 내부에서 그 경쟁구도 속에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때로는 상식을 넘어서는 것조차 둔감해진 채 부절절한 영상을 편집해 사용하는 그 행위가, 일베에서 벌어지는 일과 무엇이 다른가. 일베는 저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비뚤어진 경쟁적인 시스템 안에 이미 태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 어떤 것이 되어버렸다. 재미와 관심을 위해서는 도저히 해서는 안 될 일들까지도 자행되게 된 환경. 

그래서 이번 사태는 일베가 아니라고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일베이고, 고의성이 없었다고 말하지만 이미 내재된 의도가 시스템 속에 이미 있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최승호 사장이 말한 ‘MBC의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는 그래서 MBC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방송사들이 이번 사안을 ‘먼 산 불구경’이 아니라 자신들 내부에 존재하는 ‘불씨’의 문제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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