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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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2>, 이러니 <나가수> 청출어람이지옛글들/명랑TV 2012. 7. 9. 10:10
, 음악으로 즐길 수 있는 최대치 어쩌면 이렇게 소박하고 단출할 수가 있을까. 현철편에서 소냐가 부른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얘기다. 아마도 이 편곡은 그간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 쏟아져 나온 곡들 중 가장 소박한 곡일 게다. 샘리의 기타가 유일한 반주였고 그 위에 소냐 역시 특별한 기교를 얹지 않은 곡이었으니. 하지만 이 가장 소박하고 단출한 곡은 결국 관객은 물론이고 가수들, 그리고 시청자들까지 감동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진정성의 힘이었다. 현철이 부르던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 아내 혹은 연인을 떠올리게 하는 고정관념에 묶여있었다면 소냐는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기 전 ‘할머니를 위한 편지’라고 전제함으로써 이 곡에 소냐만의 진심을 담았다. 어머니가 일찍이 암으로 돌아가시고 해외 입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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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리플리'의 반전은 시청자 기만이다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7. 20. 08:56
'미스 리플리', 드라마가 거짓이 될 때 드라마는 현실일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거짓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허구의 장치를 가져오더라도 그것이 진실을 전할 때 드라마는 진정성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미스 리플리'의 진정성은 무엇일까. 어린 시절 불우한 삶을 살았다면 거짓말로 살아도 된다는 것? 제 아무리 거짓말을 했어도 사랑한다면 눈 감아 줄 수 있다는 것? 거짓말한 당사자보다 거짓말 하게 만든 부모의 잘못이 더 크다는 것? 그게 아닐 것이다. '미스 리플리'의 기획의도 속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그녀에게 사회는 여전히, 거짓말을 권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세상의 정의를 과연 흔들림 없이 믿고 사는 걸까? 정직과 성실만이 세상의 성공과 출세를 보장한다고 의심 없이 외출 수 있는가? 이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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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무한도전' 예능의 시대다옛글들/명랑TV 2011. 7. 14. 11:12
모든 예능이 '무한도전'이 된 까닭 '나는 가수다'는 음악을 소재로 하지만 음악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도전'이다. 가수들은 자신이 지금껏 해왔던 자신의 음악스타일을 넘어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복불복식으로 회전판을 돌려 걸리는 곡이 자신과 전혀 맞지 않는 댄스곡이거나, 심지어 트로트라고 해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YB가 소녀시대의 '런 데빌 런'을 부르고, 김범수가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부르며 장혜진이 카라의 '미스터'를 부른다. 이 스타일 차이의 간극이 멀면 멀수록 그 도전의 강도는 강해지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걸 넘어서는 무대로 승화시키면 그 감동도 깊어진다. 가수들은 1주일 내내 주어진 곡을 갖고 여러 스타일로 편곡을 하고 자기 곡으로 소화하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심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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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인', 멜로 없이도 성공한 까닭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011. 3. 11. 06:53
'싸인'이 멜로에 빠지지 않은 까닭 마지막회에 와서야 왜 '싸인'이 많은 시청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멜로를 발전시키지 않았는지를 알 것 같다. '싸인'의 현실 인식은 섬뜩할 정도로 비장하다. '산 자는 거짓말을 하고 망자가 진실을 말한다'는 말은 그저 하나의 수사가 아니라 이 드라마가 가진 비정한 세상에 대한 시각이다. 모든 명확한 심증과 정황을 갖고 있으면서도 권력의 힘을 빌어 증거를 인멸하고 살아남는 범법자들에게, 윤지훈(박신양)이 스스로 '진실을 말하는' 증거로 죽음을 선택한 것은 '싸인'이 전하는 세상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 이렇게까지 해야 겨우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절박한 상황에, 멜로에 빠지는 것 자체가 너무나 한가하고 심지어 이 땅의 수많은 억울한 망자들에게는 죄스럽게까지 여겨졌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