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차승원·유해진과는 확연히 다른 이서진의 존재가치

 

게스트로 왔지만 게스트라기보다는 본래 주인 같은 그런 느낌이다. tvN 예능 <삼시세끼-어촌편 시즌5>의 마지막 게스트로 등장한 이서진은 그가 이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의 원조(?)라는 걸 확실히 보여줬다. "게스트가 하긴 뭘 해요?" 너무 아무 것도 안하는 것 아니냐는 차승원과 유해진의 농담에 그렇게 대꾸하는 이서진은 새삼 그것이 <삼시세끼>의 본래 기획의도였다는 걸 깨닫게 만들었다.

 

'7년 짬바'로 소개된 이서진은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배를 타고 죽굴도로 들어오면서부터 순순히 따르기보다는 투덜대며 "괜히 왔다"고 말하는 그는 어차피 세 끼 먹으면 되는 거니 빨리 먹고 빠져나와야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사실 방송에서 보면 죽굴도에서의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의 일상은 너무나 부럽기까지 한 힐링으로 다가오지만, 실상은 배를 타고 가야하고 어쨌든 동네가게 하나 없는 그 곳에서 삼시 세 끼를 해먹으며 버텨야 하는 다소 고단함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워낙 부지런하고 또 낙천적이기까지 한 유해진, 차승원, 손호준이기 때문에 이들은 물고기 한 마리 잡히지 않는 날에도 어딘지 풍족한 느낌을 준다. 물론 이번 죽굴도에서는 수확까지 꽤 좋았다. 첫날부터 거대한 전복을 잡았고, 5년 만에 참돔을 낚은 데다, 대왕문어, 쏨뱅이 같은 풍족한 물고기들이 세 끼 밥상 위에 올라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풍족함 뒤에는 쉴 새 없이 요리를 고민하는 차승원과 바다에 나가 입질 없는 낚시에 노심초사하는 유해진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충실한 보조로 쉴 틈이 없는 손호준이 있었다.

 

이서진이 가져온 휴대용 선풍기가 풍로에 연통을 붙여 만든 '강력햐'를 대체하는 광경은 그가 얼마나 이들과는 다른 캐릭터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력햐' 역시 손으로 돌려 불을 피우는 것이지만, 이서진은 그 대신 휴대용 선풍기를 찾아냈고 그것도 들고 있기 귀찮아 벽돌로 고정시켜 놓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귀찮은 건 딱 질색으로 여기는 그의 성격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은 또 하는 젠틀함과 더해져 만들어낸 노련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삼시세끼>가 지금처럼 시즌을 거듭하고 어촌편에 산촌편까지 연달아 성공하는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이서진이라는 귀차니스트 캐릭터의 공이 컸다. 그간 나영석 PD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토록 많은 미션들을 내주고 출연자들을 애써 움직이게 했던 것과는 달리, <삼시세끼>는 애초부터 그 정반대를 추구하던 예능이었다. 뭘 자꾸 하는 예능이 아니라 되도록 뭘 하지 않는 예능이 그것이었다. 거기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투덜대는 귀차니스트 이서진은 맞춤이었다. 그 귀찮음 때문에 세 끼를 차려 먹는 일도 그토록 재미있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죽굴도에 들어온 이서진은 확실히 남다른 그만의 매력을 끄집어냈다. 유학 갔다 막 고향으로 온 휴대용 선풍기라는 신문물(?)을 들여온 도시남자의 면면은 풍로를 돌리고 있던 시골사람 같은 유해진과 대비되어 웃음을 주었고, 불을 피우는데 있어서도 한쪽에 불이 잘 붙지 않자 손호준에게 "포기해"라며 그걸 포기하고 대신 붙어있는 불을 활용하는 그만의 스타일을 보여줬다. 설거지 할 때조차 늘 앉는 자리와 동선이 정해져 있어 자리를 바꿔야 한다고 손호준은 말했지만, 이서진은 간단하게 밥상 같은 도구를 옮겨 줌으로써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줬다. 귀차니스트로서 좀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려 하던 데서 나오는 <삼시세끼> 7년 짬바 노련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죽굴도에 이서진이 게스트로 합류하면서 나영석 PD는 새삼 <삼시세끼>의 농촌편, 어촌편 그리고 산촌편이 하는 정상회담 같다고 말했다. 이서진이 마침 산촌편 대표인 염정아로부터 가져가서 같이 먹으라고 육포를 보내왔다는 걸 말해줘서였다. 그러고 보니 같은 <삼시세끼>라도 농촌편, 어촌편 그리고 산촌편이 조금씩 다른 재미와 스토리가 있었다는 게 느껴졌다. 그건 결국 출연자들의 개성에 따라 달라진 재미들이었다.

 

귀차니스트의 매력이 빛나는 이서진의 농촌편이 있었다면, 열심히 노력하지만 때론 수확이 없는 날도 나름 웃으며 풍족함을 보여주는 차승원, 유해진, 손호준의 어촌편이 있었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척척 돌아가던 염정아의 산촌편이 있었다. 캐릭터마다 저마다 주는 재미가 달랐지만, 그 중에서도 이서진은 확실히 <삼시세끼>가 가진 본래의 공기를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다. 때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쉬고만 싶은 그런 시청자들의 마음을 툭툭 건드리는.(사진:tvN)

'삼시세끼', 물고기·문어 한 마리에 이토록 행복할 수 있는 판타지

 

살다보면 이런 날도 온다?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유해진은 오랜만에 얼굴 가득 웃음이 피어났다. 낚시를 하러 갈 때면 으레 "오래 걸려" 하며 옆에서 같이 고생할 제작진을 먼저 걱정하던 유해진이었다. 몇 시간 째 같은 바위 위에서 미끼를 갈아 끼우며 묵묵히 던져 놓는 낚싯대지만 그의 모든 신경은 항상 그 낚싯대 끝에 가 있었다. 어떻게든 물고기 한 마리라도 잡아야 매 끼니를 준비하는 차승원에게도 또 막내 손호준에게도 면이 서는 그였다.

 

함께 낚시를 하겠다며 나섰다가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만 절감한 차승원은 돌아와서는 새삼 유해진이 "힘들었겠다"고 말한다. 잡고 못 잡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심리적 부담감이 컸을 거라는 것. 그래서 몸이 힘들어도 몇 시간씩 그 자리에 서서 낚싯대를 드리웠을 거라는 거였다. 시청자들은 이미 그간 만재도에서부터 그가 겪었던 부담감을 영상을 통해 경험한 바 있었다. 그래서 차승원의 그런 공감은 뭉클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살다보면 좋은 날도 오기 마련이라고 말하듯, 유해진은 거의 포기 직전에 흔들리는 낚싯대를 발견하고 결국 쏨뱅이 두 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사실 이전에 배를 타고 나가 잡았던 엄청난 크기의 참돔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작아 보이는 쏨뱅이 두 마리였지만, 기다림 끝에 겨우 잡아서인지 그 물고기들만으로도 유해진의 입 꼬리는 한없이 올라갔다. 그 날도 P(Potato 감자)나 SP(Sweet Potato 고구마)로 때우는 게 아닌가 생각하던 유해진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만면에 웃음 가듯 낚아서 돌아온 유해진을 보며 차승원은 그 어느 때보다 기뻐했다. 그 어려움을 몸소 겪어본 터라 더더욱 그랬을 게다. 하지만 그건 그 날 만찬(?)의 끝이 아니었다. 통발을 확인하러 간 유해진은 놀랍게도 꽤 큰 붕장어가 들어 있는 걸 발견하고는 환호를 질렀다. 결국 그 날은 쏨뱅이 튀김에 붕장어 구이를 반찬으로 풍족하고 행복한 저녁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엔 비가 내리는 통에 낚시를 할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유해진은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차승원은 괜스레 물회 양념을 미리 만들어 놓는 등 어딘지 낙관적인 모습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통발을 확인하러 갔다가 유해진은 문어가 잡혀 있는 걸 발견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나.

 

한 마리가 워낙 커서 다른 작은 놈은 바다에 놔주고 왔다는 유해진에게서 과한 욕심 없는 이들만이 얻게 되는 행복의 크기가 느껴진다. 손호준이 먹고 싶다는 문어짬뽕을 즐겁게 만드는 차승원의 잰 손끝에서도 느껴지는 행복감. 사실 이 죽굴도에 처음 들어와서 첫 날에 우연히 전복을 찾아내 먹은 후에 수확이 없어 구황작물(?)로 끼니를 때우며 너스레로 애써 웃었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들이 이 곳에서 얻은 수확이 의외로 많았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전복, 문어, 참돔, 쏨뱅이에 붕장어까지 풍족한 섬 생활이었다는 것.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삼시세끼> 어촌편5는 그래서 요즘처럼 답답한 시기에 작은 위로 하나를 던졌다. 힘겨운 나날들이지만 살다보면 그래도 좋은 날도 온다는 것이고, 그래서 힘들어도 웃으며 지내다보면 언젠가 돌아봤을 때 꽤 풍족하고 행복한 날들이었다고 회고할 수도 있다는 것. 물론 그건 물고기, 문어 한 마리에도 자족할 수 있는 마음에서 가능한 것이지만.(사진:tvN)

 

'삼시세끼', 유해진의 너스레에 숨겨진 외로움과 고단함

 

"야 진짜 해진씨가 고생 많이 했겠다. 계속 만재도부터 혼자.. 아 정말 그니까 이렇게 계속 있었을 거 아니야. 허리 아픈데.." tvN 예능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간만에 유해진을 따라 낚시에 나간 차승원이 손호준에게 그렇게 말한다. 뭐라도 잡아오겠지 하고 기대하지만 저녁에 터덜터덜 빈 양동이를 들고 들어오며 괜스레 멋쩍은 듯 농담과 너스레를 늘어놓던 유해진의 얼굴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그 너스레 속에 숨겨진 외로움과 고단함을 차승원은 그 몇 시간의 갯바위 낚시를 통해 슬쩍 들여다보게 된 것이었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손호준씨가 (같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을 많이 못하잖아요. 계속 낚싯대만 보고 있으니까. 만재도에서 특히나 예전에 죽 만들어서 배달했을 때 7시간 정도를 비탈 있는 바위에서 낚시를 했거든요. 근데 처음에는 낚시 나갈 때 바다도 보고 나름 괜찮겠다 그랬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거야. 외롭고 고단하고.. 그리고 심적인 부담감. 왜냐하면 뭐라도 잡아와야 하는데 이런 거. 되게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은 거야."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차승원은 유해진의 무거웠을 어깨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닷가에 낚싯대만 던져 놓으면 척척 물고기가 잡힐 것 같지만, 두 시간이 지나도 입질조차 없는 게 현실이었다. 게다가 비탈이 있는 곳에 서 있기도 힘들고, 차가운 바닷바람에 몸도 얼얼해지는 그런 시간들 속에 유해진은 서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유머와 농담을 유해진은 계속 던졌다. 자신을 찍고 있는 카메라맨에게 "오래 걸려"라며 서있지 말고 앉아 있으라 얘기해주며 웃는 유해진의 모습에서 못 잡았을 때의 그 마음의 무게를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쉽지 않은 낚시에도 타인을 먼저 챙기는 유해진이 아닌가. 그러니 자신이 잡아올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을 이들이 느낄 실망감을 어찌 그가 모를까.

 

그래도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건 역시 차승원이다. 무전기로 괜스레 아무 것도 못 잡으면 저녁에 대안이 있냐고 묻자 차승원은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유해진의 농담이 이어진다. "뭉툭한 건?" 차승원은 그 농담을 또 받아준다. "뭉툭한 건 있어." "그걸로 먹자." 없고 부족해도 웃을 수 있는 건 그 없는 상황조차 농담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다.

 

유해진의 부담감을 제대로 알게 된 차승원은 유해진에게 무전으로 "대안을 생각해놨다"며 김치부침개를 해먹자고 한다. 그 말에 유해진은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그것도 맛있다"고 말하고, 차승원은 부담을 덜어주는 말을 툭 던진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자구." 그런 이야기들을 옆에서 듣고 있던 손호준이 마치 유해진의 너스레가 전염된 듯 농담을 던진다. "내일 날씨도 안 좋고 그러면 저번에 갔던 레스토랑 한 번 더 가야 되는 거 아니에요?" 그 농담에 차승원은 빵 터진다. 그건 지난 번 먹을 게 없어 감자, 고구마를 삶고 구워내 마치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는 것처럼 유해진이 유쾌한 상황극을 했던 걸 말한다.

 

<삼시세끼> 어촌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유해진이 끊임없이 던지는 아재개그와 너스레다. 그는 힘들 수도 있는 상황에도 그걸 슬쩍 뒤집어 농담을 던짐으로써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끝없는 너스레와 농담은 차승원이 직접 겪어보고 알게 된 것처럼 쉽지 않은 부담감과 고단함을 슬쩍 감추고 다른 이들을 웃게 만드는 데서 나온 것이었다.

 

물론 5년 만에 참돔을 잡아 며칠 간 참돔으로 몇 끼를 해먹을 정도로 풍요로운(?) 시간들도 있었지만, 어쩌면 꽤 많은 다른 시간들은 늘 부족했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삼시세끼> 어촌편을 보며 느껴왔던 풍요로움과 여유는 실제 먹거리가 풍족해서가 아니라 없어도 마법처럼 풍족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차승원과, 헛헛함을 너스레와 유머로 채워 정신적 포만감을 주는 유해진 그리고 '없이 살아도(?)' 잘 따라주고 그림자처럼 챙겨주는 손호준이 있어서였을 게다. 마치 누구나의 가족이 그러하듯이.(사진:tvN)

손님 같지 않은 이광수, '삼시세끼' 나영석 PD의 슬기로운 섭외

 

무인도 섬 생활도 지내다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처음 죽굴도에 들어왔을 때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은 모든 것을 낯설지만 특별하게 바라본 바 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담한 집은 소박해도 마음을 잡아끌었고, 집 옆에 마련된 텃밭은 갖가지 작물들이 자라 넉넉한 여유를 주었다. 한 바퀴 도는 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이 작은 섬의 산책길도 너무나 예뻤고, 유해진이 형배라 이름 지은 배를 타고 바다를 돌아보는 일도 유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건 아마도 tvN <삼시세끼> 어촌편5를 매주 기다려 시청하는 분들에게도 비슷한 경험이지 않을까. 죽굴도가 점점 익숙해지고, 거기서 때론 잡은 게 없어 고구마와 감자로 연명(?)하다 드디어 잡은 돌문어와 어마어마한 크기의 참돔으로 풍족한 저녁을 맞는 그 일련의 과정을 봐온 시청자들은 마치 그 곳에 그들과 함께 지내온 듯한 유대감을 느꼈을 게다. 그것이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 것 같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삼시세끼>를 기다려 보는 이유니 말이다.

 

그렇게 적당히 익숙해질 때 나영석 PD는 여지없이 그 익숙함을 슬쩍 비틀어놓을 수 있는 변수로서의 게스트를 출연시킨다. 공효진은 아직까지 섬 생활에 이들이 적응해가고 있는 상황에 들어온 손님이라 익숙함을 깨기보다는 같이 그 섬 생활을 겪어가는 이야기를 그려낸 바 있다. 워낙 <동백꽃 필 무렵>으로 주목 받은 배우인데다, 과거 <최고의 사랑>으로 차승원과 호흡을 맞췄던 배우이니 기대감 역시 적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게스트로 출연한 이광수는 조금 다른 관전 포인트를 만든다. 이미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섬 생활이고, 무엇보다 이제 뭐라 말하지 않아도 눈치로 척척 손발이 맞는 일명 '손이차유' 세 사람(차승원과 유해진 그리고 손호준)의 틈으로 들어온 손님이다. 불을 피워 냄비에 물을 채워 넣을 때도 유해진이 풍로를 돌려 불을 피우고, 손호준이 냄비 뚜껑을 열면 차승원이 물을 넣는 식으로 합이 딱딱 맞는 세 사람이다.

 

이광수의 등장은 이들이 이렇게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각자 주어진 일들을 해나가는 걸 새삼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을 만들어낸다. 차승원이 마늘 다진 거 있냐고 물으면 그게 어디 있는지 척척 찾아내 건네주는 그 모습을 이광수는 낯설게 바라본다. 점심을 못 먹은 이광수를 위해 즉석에서 김치볶음밥을 해주고 전날 잡은 참돔회를 썰어주는 차승원과 그걸 보는 유해진, 손호준의 모습은 새삼스럽게 자신들이 적응해온 섬 생활에 대한 은근한 우쭐함이 피어난다. 괜스레 섬 산책을 같이 하고 헬스장(?)을 소개하는 유해진의 어깨는 한껏 올라가 있다.

 

차승원이 사전에 전화를 해 가져온 닭고기로 섬에서 바삭한 마늘치킨에 맥주를 마시는 호사를 부리면서, 이 손님 같지 않은 손님 이광수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일을 거들다 자꾸만 손호준과 일이 겹치고, 은근 경쟁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준다. 물론 베테랑 막내가 된 손호준을 이광수가 단박에 따라잡긴 어렵지만, 특유의 적응력으로 금세 적응해버린 이광수의 모습은 그 자체로 웃음을 준다. 손님이 아닌 머슴을 하나 들인 듯한 그런 모습 때문이다.

 

이미 뭍에서부터 친했던 그들이라 편안함이 묻어나면서도, 이광수라는 호기심 가득한 손님의 시선은 새삼 <삼시세끼> 어촌편5에서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 밥 해먹고 있는 그 모습이 마치 한 편의 콩트를 보는 것 같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아저씨들이 하는 소꿉장난 같은 풍경에 웃음이 나지만, 의외로 그걸 제대로 하고 있고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부러움마저 느껴진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하게 된다. 뭐 저렇게 밥 한 끼 좋은 사람들과 소꿉장난하듯 해먹고 웃고 떠드는 것이 찐 행복이 아닐까 하고. 이미 우리가 늘 하고 있는 것이지만, 너무 익숙해져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 그러다 가끔 보고 싶던 손님이 찾아오게 되면 없는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반찬 다 꺼내서 음식 대접하며 새삼 깨닫게 되는 자신이 살아가는 일상의 새삼스런 소중함. 이광수라는 손님 같지 않은 손님이 등장하자 그 익숙해진 섬 생활이 순간 자랑하고픈 특별한 경험으로 보여지게 된 건 이런 시점의 변화 때문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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