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의 시대, 왜곡된 진심은 어떻게 소통되나

 

지난 11일 울랄라세션의 리더이자 긍정의 아이콘이었던 임윤택이 결국 세상을 등졌다. 위암 4기 판정을 받고도 <슈퍼스타K3>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그 힘든 몸을 이끌면서도 무대에 서는 것을 오히려 최고의 치유라고 말했던 그였다. 하지만 대중들의 시선은 엉뚱하게도 그 진심을 왜곡하기도 했다. 너무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임윤택이 ‘정말 아픈 게 맞냐’는 의혹까지 제기되었던 것. 한편에서는 ‘그가 병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비방까지 생기기도 했다.

 

'힐링캠프(사진출처:SBS)'와 '두드림(사진출처:KBS)'

여기에 대해서 임윤택은 “제안이 들어왔던 생명보험 CF도 마다했다”는 말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투병중이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그였고, 그래서 보통 사람처럼 무대에 서서 춤추고 노래했던 그였지만 그 진심은 오히려 왜곡되기도 했던 것. 그렇게 진심이 왜곡될 정도로 늘 웃는 모습만 보여주려 했던 그가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은 그래서 우리를 더욱 마음 아프게 한다. 고 임윤택은 영정사진 속에서조차 활짝 웃고 있었다.

 

11일 밤에 방영되었던 <힐링캠프>에는 최민수가 출연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삶을 살아왔기에 유난히도 오해를 많이 받아왔던 그였다. 그래서 한 때는 ‘죄민수’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이경규가 그가 하는 행동들이 ‘허세’가 아니냐고 묻자 최민수는 오히려 “허세 없는 사람이 무슨 매력이 있습니까”라며 “인생을 멋스럽게 표현하는 게 죄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최민수의 말대로 그건 매력이지 죄가 아니다. 하지만 이경규가 걱정하면서 물었던 것처럼 바로 그 허세 이미지가 갖은 오해와 루머가 되어 그를 괴롭혔던 것은 사실이다.

 

최민수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도 스스럼없이 무릎을 꿇었고(그것은 가족을 위해서였다) 그런 말이 나오게 된 것 자체도 자신의 잘못이라며 산으로 들어가 몇 년 간을 칩거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최민수는 다시 대중들 앞에 나올 수 있었고 그 모습은 과거와 비교해 너무나 편안한 것이었다. <힐링캠프>는 아내의 말 한 마디에 눈물을 흘리는 최민수의 거꾸로 나이를 먹는 순수한 영혼을 보여줌으로써 그걸 바라보는 대중들의 마음까지도 힐링되는 느낌을 받게 해주었다.

 

한편 11일 오후에는 20여일 간의 뉴질랜드 촬영을 마치고 <정글의 법칙> 팀이 귀국해 갑작스럽게 불거진 진정성 논란에 대해 해명한 날이기도 하다. 김병만은 "우리는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를 위해서, 또 그들(원주민)의 전통적인 것을 보여주기 위해 벌레도 먹고 하는 것"이라며 "'이 맛은 어떨까'를 시청자에게 설명해드리기 위한 부분이고, 중간중간 한 가지 미션을 끝내고 이동하는 사이에는 (음식을) 먹는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심지어 안전성 논란까지 나왔던 <정글의 법칙>은 그래서 사실 리얼리티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멤버들의 안전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것은 실제로도 방송을 통해 보여진 적이 있다. 아마존에서 강을 도하하다가 위기상황에 처하자 배를 요구했던 것은 단적인 예다. 만일 여기서도 그래도 강행했다면 그것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게다가 이것은 다큐가 아니라 예능이지 않은가. 이지원 PD는 “그래도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하신다면…저희가 방송에서 보여드리는 모습이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결국 진정성이란 말 몇 마디로 채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게다.

 

지난 11일 안타깝게도 세상을 등진 고 임윤택과 오랜 만에 방송에 나와 진짜 모습을 보여준 최민수는 모두 진정성이라는 이 시대의 요구를 몸소 보여줬지만 때로는 그것이 왜곡과 오해로 돌아오는 경험을 했던 이들이다. 한번 훼손되면 다시 채우기가 쉽지 않은 이 진정성이라는 그릇은 그러나 말이 아닌 몸으로 짧은 시간이 아닌 한 세월로 결국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은 보여주었다. 지금 김병만 앞에 놓인 진정성의 무게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쨌든 진정성은 이제 방송가에 가장 뜨겁고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하고 있다.


최민수, 그 캐릭터가 가진 예능에서의 가치

'런닝맨'(사진출처:SBS)

연기자 최민수를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세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그 첫 번째는 그가 겪은 일이 그는 물론이고 그의 팬들에게도 웃음조차 사라지게 만들만큼 큰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그가 '런닝맨'이나 '강심장'에 나와 좌중을 압도하며 웃음폭탄을 날리는 모습은 그만큼 편안해진 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제 아문 상처가 더 굳어진 살이 되어 강건한 마음을 만들기를.

최민수를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는 두 번째 즐거움은 그가 실제로 예능에 딱 적합한 캐릭터인데다 또 그 캐릭터를 잘 살리기 때문이다. '런닝맨'에 출연한 최민수는 그가 카리스마있는 캐릭터로서 예능에서 할 수 있는 두 가지 기능을 모두 보여주었다. 첫째 날에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최민수만이 할 수 있는 이른바 '런닝맨 헌팅' 미션을 효과적으로 수행했다.

최민수라는 모두를 떨게 하는(물론 이미지일 뿐이다) 캐릭터는 그저 세워놓기만 해도 미션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웃음의 본질이 바로 '두려움에서 벗어났을 때 생겨나는 이완감'에서 비롯된다는 걸 생각해보면 왜 최민수 같은 캐릭터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큰 웃음을 만들어내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정극에서의 섬뜩할 정도의 카리스마는 예능에 들어오면 겁먹는 상대방을 조명해주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최민수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상대방을 겁주는 것만으로 웃음을 만드는 건 아니다. '런닝맨' 둘째 날에 최민수가 보여준 웃음 포인트는 첫째 날과는 정반대였다. 즉 어딘지 무서울 것 같은 이 카리스마의 대명사가 보통 사람과 다를 것 없는 허술한 면모를 드러냄으로서 이른바 반전 캐릭터로 웃음을 주었다. 최민수는 둘째 날 모습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편안하고 남다를 바 없는 사람인가를 보여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웃음이 만들어졌다.

최민수가 카리스마를 활용해 웃음을 주는 이 두 가지 방식(상대방을 겁먹게 하거나, 본인이 무너져 반전 캐릭터를 보여주는)은 '강심장'에서도 여전했다. 이 토크 배틀 형식에서 최민수는 슈퍼주니어와 10대1의 대결구도를 만들어냈고, 강한 캐릭터인 강호동을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여줘 웃음을 주면서 동시에 귀요미의 표정을 짓거나 자신이 망가졌던 이야기를 통해 반전의 웃음도 만들어냈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최민수를 예능에서 보는 것은 그래서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최민수를 예능에서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은 그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최민수는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 강한 캐릭터의 아우라에 갇혀 있었다. 지나간 일이라 웃으며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최민수가 실제로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기 2년 전에 죄민수라는 캐릭터가 '개그야'에 등장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결국 이 개그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죄민수가 실제 상황으로 비화되는 아이러니를 겪은 셈인데, 그만큼 최민수의 강한 캐릭터는 대중들에게 뭔가 닫혀있어 개그로라도 인간적인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소문에 의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버린 상황도 어찌 보면 이 욕망의 발현이었는 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며 소통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최민수의 이미지에 균형감을 만든다.

"나 떨고 있냐?" '모래시계'에서 그가 내뱉은 이 한 마디의 대사는 최민수의 아우라를 만들었다. 죽음 앞에서도 남자다움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그래도 인간이라 어쩔 수 없이 떨고 있는 그 모습은 바로 최민수가 가진 양면적인 매력의 결정체다. 때론 마초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카리스마를 내뿜으면서도 때론 지극히 인간적인. '태왕사신기'에서의 화천회 장로로 보여준 카리스마나 '무사 백동수'에서 천을 통해 보여주는 강렬함은 드라마를 이끄는 힘을 만들어줄 정도로 강렬하다. 하지만 그런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그는 또한 '결혼이야기'나 '사랑이 뭐길래'로 살짝 망가지는 털털한 모습을 연기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자칫 소문에 의해 잃을 뻔 했지만 다시 돌아온 최민수. 그가 앞으로도 계속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세 가지 즐거움을 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어쩌면 그의 연기자로서의 편안하고 탄탄한 삶을 말해주는 것일 수도 있을 테니까.

최민수 사건, 소문의 시대가 보여준 불길한 징후

“노인을 넘어뜨리고 발로 밟았다.” “노인을 차 앞에 매달고 5백 미터를 질주했다.” “노인을 보조석에 태운 채 칼로 위협했다” 최민수 사건의 당시 소문은 흉흉하기만 했다. 언론은 소문의 진상을 알아보기는커녕, 자극적인 내용들로 소문을 확대했다. 피해 당사자인 최민수는 그 과정에서 사건의 진실과는 상관없이 죄민수가 되었다. 그는 이 일파만파의 소문 앞에 무릎을 꿇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현실
‘MBC 스페셜’에서 보여진 대로, 최민수는 우리나라의 정서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었다. “잘잘못을 떠나 어쨌든 노인과 관련된 일”이라고 한 최민수의 말은 그가 왜 무릎까지 꿇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결국 무혐의로 판결나면서 모든 것들이 그저 소문에 불과했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그 사실은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다. 소문을 확대했던 언론들마저 무혐의에 대해서는 조그마한 단신으로 처리했다.

소문의 그물 속에 포획된 공인은 세상에 지쳤고 그래서 산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소문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그의 행보 또한 기행으로만 조명되었고 자신을 벌주는 듯한 행동으로 인식되면서 오히려 소문을 사실처럼 믿게 만들었다. ‘MBC 스페셜’에 오랜만에 얼굴을 드러낸 최민수는 비쩍 말라있었지만 눈만은 산으로 들어가기 전보다 편안해져 있었다. 고독해 보였지만 자신에게 떨어진 이 난데없는 형벌을 스스로 감당하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MBC 스페셜’이 포착하려 한 것은 한 연예인에게 떨어진 루머에서부터 시작해, 그 소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대되고 전파되며 또 완전한 사실로 굳어지는지 그 과정에 대한 것이었다. 좋은 소문과 나쁜 소문의 전파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치러진 실험을 통해 나쁜 소문의 전파가 더 빠르고 폭넓게 진행된다는 것을 프로그램은 보여주었고, 또 불안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소문도 더 확산된다는 것 역시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최민수 사건, 과연 그만의 일일까
‘MBC 스페셜’이 최민수의 소문을 추적하기 위해 보여준 실험들은 여러 모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좋은 소문보다 나쁜 소문이 더 빨리 확대된다는 실험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왜 그다지도 선플보다 악플이 인터넷을 가득 메우는지를 말해주기도 한다. IT강국으로서 속도의 시대에 편승하고 있는 우리들은 또한 그 정보에서 누락되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함으로써 우리도 모르는 사이 소문의 한 쪽을 부풀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굳이 포지셔닝 이론을 꺼내지 않아도, ‘대중들은 사실 그 자체가 아닌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소문은 바로 이 지점, 즉 최민수의 사실이 아니라, 최민수라는 캐릭터라면 했을 지도 모를 가상의 시나리오에 더 집중함으로써 확대 과장된다. 물론 카리스마의 아이콘을 가진 캐릭터로서의 최민수와 진짜 최민수 사이의 간극이 만들어내는 소문이란 말 그대로 소문일 뿐이지만, 이미지를 생명으로 살아가는 연예인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사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이미 망가진 이미지는 회복하기가 좀체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정보의 시대가 말해주는 어두운 면, 즉 소문의 시대를 예고하는 불길한 징후인지도 모른다. 소문의 시스템이 거의 완벽하게 구축되어 있는 이 상황 속에서 이것이 어찌 최민수만의 일로 멈출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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