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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일전자 미쓰리’가 보여주려는 건 현실인가 판타지인가

 

이혜리가 연기하는 이선심이라는 인물 특유의 맹한 표정 때문이었을까. tvN 수목드라마 <청일전자 미쓰리>의 예고편은 누가 봐도 한 편의 발랄한 코미디와 성장드라마를 기대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청일전자’라는 제목에 달린 구체적 회사의 명칭은 중소기업을 다루는 것일 테고, 아마도 어려운 현실에 처한 이 회사를 말단 경리직원인 이선심이 회생시키는 이야기일 게다.

 

실제로 <청일전자 미쓰리>는 갑질하는 TM전자 때문에 부도 위기를 맞은 청일전자와 도망친 사장 때문에 바지사장으로 대표직에 앉게 된 이선심의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시청자들을 시원하게 만드는 이선심의 한 방이나 적어도 웃을 수 있는 코미디적인 요소는 거의 발견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된 건 이선심이라는 인물이 가진 장점이 이름처럼 ‘선심’ 하나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쩌다 사장직에 앉았지만 여전히 말단 경리직원의 모습 그대로다. 말은 어눌하고 회사를 회생시켜야 한다는 마음만 있을 뿐, 회사의 재무가 어떤 사정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어려운 일만 생기면 유진욱 부장(김상경)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 달라 애원한다.

 

그래도 이선심이 가진 장점 중 하나인 선한 마음이 당장 터질 부도를 막는 이유가 되기는 한다. 협력업체 사장의 마음을 움직여 대금회수 기한을 늘려놓았던 것. 오만복 사장(김응수)이 횡령해 중국으로 도망치려던 5억 원짜리 수표가 뒤늦게 그 아들인 오필립(김도연)에게 발견되면서 이선심은 그 돈으로 협력업체에 대금을 갚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선심은 동반성장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구조조정을 하러 온 박도준(차서원) TM전자 팀장으로부터 회사 돈 3억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쓰게 된다. 같은 경리팀 구지나(엄현경)가 신입직원들의 통장을 만들어 비자금 통장처럼 사용했을 테지만, 이선심은 그런 사실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다. 결국 이선심의 선심만을 믿던 직원들도 3억을 횡령했다는 의심 앞에 신뢰가 깨져버린다. 또 이선심은 유진욱 부장을 보며 “억울하다” “도와달라”는 말만 거듭한다.

 

뒷부분에 가서 반전을 극대화시키려는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지금껏 <청일전자 미쓰리>가 보여준 건 너무 짠내 나는 중소기업의 현실 그 자체다. 게다가 대책 없고 맹하기까지 한 이선심은 그 와중에도 당하기만 하는 인물로 그려져 시청자들을 더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청일전자 미쓰리>는 도대체 무얼 그리고 싶어 하는 걸까. 중소기업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게 이 드라마가 하려던 방향일까.

 

물론 아닐 게다. 만일 현실만을 보여줄 거라면 이선심 같은 코미디 상황에나 어울릴 법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우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짠내 나는 현실을 담으면서도 적당한 사이다나 단내는 판타지로 보여줬어야 하는 게 아닐까. 현재까지의 <청일전자 미쓰리>를 두고 보면 이 드라마는 전혀 코미디가 아니다. 오히려 볼수록 답답하고 눈물 나는 중소기업의 현실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선심이라는 인물이 가진 ‘선심’ 하나로 이렇게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이 회생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적나라한 중소기업의 현실을 담아놓고 다른 카드나 무기 없이 갑자기 선심 하나로 회생되는 판타지가 그려질까 우려되는 지점이다. <청일전자 미쓰리>는 한 편으로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매회 적당한 현실과 판타지의 균형이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답답한 을의 현실을 계속 들여다보는 일 자체가 힘겨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예 코미디 설정을 배제하고 현실만을 디테일하게 담을 거였다면 모를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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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들 속에서 소소한 ‘동백꽃’의 놀랄만한 매력의 비밀

 

“그냥 첫 눈에 반해버렸구요? 저는 뭐 작전이니 밀당이니 어우 난 이런 거 모르겄구 그냥 유부녀만 아니시면은 올인을 하자 작심을 혔습니다.” KBS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황용식(강하늘)의 이 대사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를 잘 드러낸다. 조금 모자라 보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의외로 그 구수한 시골스러움과 순박함이 매력으로 보이기도 하는 인물. 그는 동백(공효진)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걸 대놓고 털어놓는다. 이를 애써 거부하며 신중하지 못하다는 동백의 말에도 그의 직진은 꺾일 줄 모른다. “저는요 신중보다는 전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혀요. 긴가 민가 간만 보다가는 옹산 다이아 동백씨 놓쳐요. 기다 싶으면은 가야죠.”

 

동백은 용식의 말이 ‘돌직구’ 정도가 아닌 ‘투포환급’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노상방뇨 금지’라고 적힌 담벼락 앞에서 이런 직진 고백이라니. 하지만 부양해야할 아이가 있고 혼자 살아내야 할 일만도 만만찮은 동백에게 용식의 이런 투포환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만일 멀쩡한 총각과 사귀게 됐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동네사람들이 그잖아도 술집을 하고 있는 동백에게 던지는 편견어린 시선은 더더욱 악의적이 될 게 뻔한 일이다. 그래서 먼저 선을 긋는다. “용식씨 저 미리 찰게요.”

 

하지만 그럼에도 용식의 투포환급 구애는 단념을 모른다. 동백은 결국 그를 단념시키기 위해 핵폭탄급(?) 발언을 한다. “인생, 드라마랑 달라요 용식씨. 미혼모는 뭐 취향이 없을까봐요. 생짜 총각이 애 딸린 여자 좋다고 그러면 다 노난 거예요? 결정적으로 황용식씨가 제 스타일이 아녜요.” 동백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말에 자신이 그 스타일이 되겠다는 용식에게 동백은 결정적인 한 마디를 보탠다. 동백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공유’라는 것. “공유요 공유. 저는 그 나쁜 남자가 이상형이에요. 근데 용식씨는 돈도 막 꿔주게 생겼어요. 저는 차도남을 좋아하거든요. 센스 있고 세련되고 또 까칠하고 막 튕기고 그런 사람 남자 아시죠?”

 

그 장면은 다분히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를 염두에 뒀다. 그 특유의 배경음악이 흐르면서 용식은 마치 비수가 꽂혔다는 듯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는다. “사람이 어떻게 도깨비를 이겨요?” 그렇게 큰 충격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용식이 아니다. 돌아가려던 용식은 그러나 다시 돌아서 이렇게 말한다. “동백씨 저어기 그 개도요, 젤로 귀여운 거는 똥개여요. 본래 봄볕에 얼굴타고 가랑비에 감기 걸리는 거라구요 나중에 나 좋다고 쫓아 당기지나 마요.”

 

이 시퀀스는 <동백꽃 필 무렵>의 이번 편 부제로 붙은 ‘똥개의 전략’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용식은 공유 같은 드라마 속 판타지는 아니지만 지극히 현실적으로 늘 옆에 있어주고 지켜주는 그런 인물의 매력을 어필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건물주가 가게 가득한 낙서들이 지저분하다 지적하자 대뜸 동백의 가게에 페인트칠을 해주겠다고 나서고, 그렇게 칠을 하다 발견하게 된 연쇄살인범 까불이의 메시지를 보고는 동백에게 “무조건 지킬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한다. 도깨비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늘 옆에서 지키는 남자가 되겠다는 것. 그것이 ‘똥개의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이것은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 같은 몇 백 억 단위의 대작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동백꽃 필 무렵> 같은 상대적으로 소소한 작품이 취하고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도시의 세련됨도 없고 부와 능력을 겸비한 차가운 매력을 드러내는 판타지적인 인물도 없다. 하지만 의외로 용식 같은 시골스러운 순박함으로 무장한 인물이 주는 매력이 적지 않다. 이른바 ‘촌므파탈’이 용식의 전략이자 이 드라마의 전략이라는 것.

 

특종을 잡으려는 언론이 찾아와 보호해주겠다며 연쇄살인범 까불이의 마지막 목격자인 동백에게 공익을 위해 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하자, 동백은 그것이 보호가 아닌 낙인이 될 거라며 거부한다. 하지만 자꾸만 들이대는 언론에 용식은 한 마디로 일갈한다. “사람 같잖게 보지 마셔요. 이 카멜리아 그리고 동백씨 이렇게 아무나 와서 들쑤셔대는 그런 데 아닙니다. 동백씨 이제 혼자 아니고요. 내가 사시사철 불철주야 계속 붙어 있을 거니까...” 그래도 ‘언론탄압’이니 뭐니 하는 언론에 용식은 결국 화를 낸다. “동백이 건들지 말라고 했어. 앞으로 동백이 건드리면 다 죽어. 아슈?” 그 진심이 가득한 얼굴에 동백의 마음도 살짝 움직인다.

 

동백은 살아오면서 늘 자신이 재수 없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어왔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용식은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다. “저도요 다이아나비가 살아온대도 임수정이가 저 좋다고 덤벼도요, 동백씨랑 안 바꿔요.” 그 말에 동백은 “뭐 내가 자기건가”라고 말하며 부정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걸 숨기지 못한다. 그것이 <동백꽃 필 무렵>이 취하고 있는 ‘똥개의 전략’이다. 판타지로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 옆에는 실제 없는 도깨비 대신, 늘 옆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용식이 같은 따뜻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전략이 의외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사진:KBS)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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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마트’, 처음엔 낯설어도 익숙해지다 빵빵 터지는

 

이거 도대체 뭐지? 아마도 원작 웹툰을 잘 모르는 시청자라면 tvN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보며 당혹스러웠을 지도 모르겠다. 대뜸 대마그룹 회장이란 사람이 자사 주력 상품이라며 가져온 ‘털이 나는 광택제’를 내놓는 에피소드부터 시작하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할 법 하다.

 

그 말도 안되는 상품에 회장 눈치 보며 동조하는 권영구 전무(박호산)에 모든 이사들이 찬성할 때, 반대의사를 들고 나온 정복동(김병철). 회장은 갑자기 이것이 이사들을 시험해보기 위한 일이었다며 충언을 할 줄 아는 정복동을 추켜세우지만, 갑자기 ‘털이 나는 광택제’가 출시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오면서 상황은 역전된다. 결국 정복동은 이 얼토당토 않은 일로 대마그룹의 유배지나 다름없는 ‘천리마마트’ 사장으로 좌천되게 된다.

 

그런데 황당함은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망하기 일보직전인 천리마마트에 직원들을 더 뽑겠다 나선 정복동은 가수 지망생과 은행에서 명퇴 당한 대리기사, 전직 깡패 심지어는 빠야족 족장과 부족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힘겹게 대마그룹의 천리마마트에 점장으로 취직한 문석구(이동휘)는 정복동이 온 후로 놀라운 마트의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부족한 카트 대신 카트 역할을 하는 빠야족들이 마트 곳곳에서 맹활약(?)을 하고, 고객만족센터에서 일하게 된 전직깡패 오인배(강홍석)는 조선시대 왕이 입던 곤룡포를 입고 왕좌에 앉아 불만을 갖고 온 손님을 발밑에 무릎 꿇리며 그 불만사항을 들어준다. 심지어 “오늘은 꽃이 되자”는 정복동은 스스로 해바라기 분장을 하고 직원들은 꽃 분장을 한 채 손님들을 맞는다.

 

이 정도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드라마의 리얼리티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도대체 대마그룹 같은 대기업이 어디 있고, 천리마마트나 정복동 같은 사장이 어디 있으며, 그런 곳에 오인배 같은 전직 깡패나 심지어 빠야족 사람들까지 정직원으로 채용된다는 일이 어찌 벌어질 수 있을까.

 

이쯤 되면 <쌉니다 천리마마트>라는 드라마의 정체를 이제 받아들이게 된다. 병맛으로 가득한 웹툰의 세계가 고스란히 드라마로 들어와 있는 것. 그러니 현실성이나 리얼리티를 따질 필요는 없어진다. 대신 우리가 알고 있던 현실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이 천리마마트의 기상천외한 풍경들을 보며 웃을 준비만 하면 되는 것.

 

그래서 처음엔 기존 드라마들이 갖던 리얼리티와의 부조화로 약간의 낯설음과 당혹감을 느끼다가 조금씩 리얼리티를 포기하는 순간부터 빠져드는 기이한 병맛의 세계를 시청자들은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리얼리티의 정반대를 그려내는 마트의 풍경이 의외로 우리네 현실에 대한 은근한 풍자를 담고 있다는 걸 확인하면서, 병맛 뒤에 숨겨진 날카로움 같은 묘미도 감지하게 된다.

 

제 아무리 노력해도 하늘에 별 따기가 되어버린 정직원이 되는 길이나, 한 때 잘못된 길로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만들어진 현실, 심지어 외국인노동자로서 살아가면서 대접을 받는 일이 요원한 우리네 현실을 투영해보면, 천리마마트의 병맛 풍경은 의외로 짜릿한 판타지를 제공한다. ‘고객이 왕’이 아니라 ‘직원이 왕’이라는 이 마트의 상상초월 성장기가 자못 궁금해지고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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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2라이프’의 정체는 판타지? 범죄스릴러? 가족극!

 

MBC 월화드라마 <웰컴2라이프>는 그 정체가 애매모호하다. 처음 이 드라마의 시작은 현실에서 평행세계로 넘어오는 판타지였다. 누군가 테러로 자행한 자동차 사고를 겪고 깨어난 이재상(정지훈)이 헤어진 여자친구 라시온(임지연)과 결혼해 살고 있었고, 변호사로 심지어 가진 자들의 범법행위까지 변호하던 삶에서 이젠 그들을 잡아내는 검사가 되어 있었던 것.

 

평행세계의 판타지 설정은 <웰컴2라이프>라는 드라마가 향후 마치 <인생극장>처럼 선택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는 그런 이야기를 그릴 것이란 예상을 하게 했다. 하지만 <웰컴2라이프>는 그 예상을 깨고, 평행세계로 들어온 이재상의 이야기에만 집중했다. 이재상은 어쩌면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검사직을 포기하고 율객로펌에 변호사가 될까 갈등한다. 현실로 못 돌아간다면 지금 이 세계의 삶을 자신의 선택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후 <웰컴2라이프>의 이야기는 평행세계로 들어온 이재상이 현실로 돌아가려는 노력에 집중하기보다는 검사로서 맡게 되는 사건들로 채워졌다. 타인의 관심과 동정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일삼고 심지어 아이들을 학대하고 살해하기도 한 이른바 ‘약지엄마’ 사건은 그래서 또 다른 한 편의 범죄스릴러처럼 보였다. 이른바 ‘뮌하우젠 증후군’을 갖고 있는 약지엄마는 아이와 함께 하는 방송에서 애끓는 모성애를 연기했지만, 이재상이 이끄는 특수본은 해킹을 통해 껐던 카메라를 다시 켬으로써 그것이 모두 가짜라는 걸 만천하에 드러낸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아이를 구해내고 약지엄마를 검거하지만, 경찰서에서 탈출해 이재상의 딸을 납치하는 이야기나, 위기의 순간에 딸을 구해내는 대목에서는 액션 스릴러의 한 장면이 연출됐다. 최근 범죄 스릴러가 우리네 현실에서 벌어진 사회적 이슈를 끌어오는 방식도 이 드라마에서는 그대로 적용되었다. ‘약지엄마’는 누가 봐도 ‘어금니 아빠’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관심을 얻기 위해 저지르는 끔찍한 범죄의 이야기는 그토록 많은 SNS 상의 엇나간 방송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웰컴2라이프>는 판타지 장르나 범죄 스릴러 장르보다 더 가족극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재상이 점점 자신의 과거와 결별하고 제대로 된 인간이 되어가는 건 모두 가족 때문이다. 과거 약지엄마가 저질렀던 세경보육원 사건 당시 제대로 조사도 해보지 않고 라시온에게 거짓말을 했던 이재상은 결국 라시온이 다시 받아줌으로써 엇나가지 않는 삶을 살 수 있었다. 찾아와 기회를 달라며 “너를 배우겠다”고 한 말에 라시온이 그 손을 잡아줬던 것.

 

검사직을 포기하고 율객로펌으로 갈까를 고민하던 이재상의 발길을 되돌리게 한 것도 가족이었다. 마침 약지엄마에 의해 딸이 납치되고 그래서 모든 걸 제쳐두고 이재상은 딸을 구하기 위해 달려오게 됐다. 그래서 약지엄마가 검거되고 딸을 구함으로써 범죄 스릴러의 면면이 끝나는 지점에 이재상의 가족이 운동회에 참여해 딸이 그토록 원하던 자전거를 타는 가족극이 전개된다.

 

<웰컴2라이프>는 이처럼 판타지에서 범죄스릴러로 또 그것이 가족극으로 옮겨가는 정체성이 애매한 드라마다. 그래서 적당한 긴장감과 반전 그리고 따뜻한 가족극의 이야기로 어느 정도 기본은 하는 드라마라고 보인다. 하지만 어딘가 한 방이 아쉽게 느껴지는 건 다시 그 불분명한 정체성의 문제를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장르의 퓨전은 흥미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퓨전에서 중요한 건 얼마만큼 유기적인가 하는 점이 아닐까.(사진:MBC)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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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지정생존자’, 이준혁 같은 인물의 권력이 위험한 이유

 

저런 인물이 권력을 잡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는 원작과는 달리 이런 관점에 더 집중한 건 아닐까. <60일, 지정생존자>는 박무진(지진희)이라는 하루아침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리에 오르게 된 인물이 그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대처하며 국정운영을 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오히려 더 많이 부각된 건 오영석(이준혁)이라는 국회의사당 테러범들과 연결되어 있는 인물이 권력을 농단하는 모습이다.

 

몇 회에 걸쳐 박무진은 오영석의 배후세력들에게 철저히 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무진은 무너진 국회의사당 앞에서 장관임명식을 하다 총격당하고, 배후세력을 은밀히 추적하던 국정원 요원 한나경(강한나)과 정한모(김주헌) 역시 수세에 몰린다. 정한모는 아이가 납치당하자 생포한 전직 북한 장성인 명예준을 자신이 죽였다 거짓 증언한다. 한나경도 국정원에 체포되어 심문을 받다 박무진의 도움으로 풀려나 은밀하게 배후세력들을 수사한다.

 

수술을 받게 된 박무진이 권한대행을 할 수 없게 되자 그 공백을 국방부장관이 된 오영석이 채우게 된다. 그런데 오영석이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서 그는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박무진을 총격한 테러범을 포획하지 않고 사살하라 명령하고, 양진만 전 대통령(김갑수)이 추진하려다 주민들의 반발로 중단된 해군기지사업을 기습적으로 통과시켜 진행한다.

 

그런데 그것은 오영석의 결정이라기보다는 그의 배후세력을 이끄는 ‘어르신’과의 결탁에 의한 것이다. 해군기지사업을 그들은 비즈니스로서 재개하고, 그것을 통해 양진만 전 정권이 만들어놓았던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깨버리려 한다. 국민들을 불안 속에 몰아넣고 그것으로 권력을 공고하게 하며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 함이다.

 

물론 미드 원작에서도 전복을 꿈꾸는 배후세력들이 등장하지만, <60일, 지정생존자>의 오영석이나 그 배후세력들의 이야기는 어딘지 우리에게 낯설지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에 겪었던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가 떠오르고, 또 이명박 정부 시절에 겪었던 4대강 사업 같은 국가 재난급의 사업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60일, 지정생존자>는 그래서 박무진이 위기 상황 속에서 선한 선택을 하고, 그것이 이기는 과정을 보여주려는 것이 궁극적인 이야기의 메시지지만, 오영석 같은 자격 없는 인물이 권력을 갖게 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가를 보여주려는 이야기도 상당히 부각되어 있다. 드라마가 다소 지지부진하고 고구마 가득한 상황들이 전개됐던 건 바로 이런 오영석을 통해 하려는 이야기가 부각되게 되면서 생겨난 일이다.

 

드라마는 오영석과 박무진을 그래서 극적으로 비교해 놓는다. 이를테면 킹메이커를 꿈꾸는 차영진(손석구)의 시선으로 권한대행을 맡게 된 박무진과 오영석의 다른 자세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차영진은 그간 박무진이 단 한 번도 대통령의 책상에 앉지 않았다는 걸 되새기며 그와 정반대로 들어오자마자 그 자리에 앉아 집무를 보는 오영석과 비교한다.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그 자리에 앉으면” 얼마나 위험한가 하는 걸 보여주는 것.

 

<60일, 지정생존자>가 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건 바람직한 리더상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박무진처럼 타협하려 하지 않고 항상 곧게 진실만을 향해 나가는 인물을 그 누구도 정치에 적합하다 여기진 않는다. 반면 오영석처럼 권력을 위해서는 엄청난 짓까지 서슴없이 하고 연기를 하는 인물이 오히려 정치에 더 잘 어울려 보인다. 하지만 차영진은 오영석이 아닌 박무진을 선택한다. 그 이유는 “선이 이기는 걸 보고 싶어서”다. 우리네 정치도 이런 게 가능할 수 있을까.

 

물론 그건 요원한 일이고 순진한 판타지일 게다. 대신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며 대중들이 생각하게 된 건 선은 아니더라도 부적절한 악이 그 자리에 앉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는 점이다. <60일, 지정생존자>가 박무진의 선만큼 오영석의 악에 시간을 할애한 건 이런 반면교사를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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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2라이프’ 정지훈의 ‘인생극장’, 되돌릴 수 있다면

 

기획의도에 들어가 있듯이 MBC 새 월화드라마 <웰컴2라이프>는 과거 <일밤> ‘인생극장’을 떠올리게 한다. 두 개의 선택지가 있고 그 중 하나를 선택하고 나서 드는 후회. 그래서 다른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그 코너.

 

하지만 <웰컴2라이프>가 다른 점은 그 두 개의 선택을 하게 되는 인물, 이재상(정지훈)이 두 경험을 온전히 다 하게 된다는 점이다. 평행세계를 경험하게 되는 이재상은 현실에서는 ‘법꾸라지들’을 돕는 속물 변호사. 그는 자신이 일하는 율객 로펌의 에이스로서 재벌가 홍우식품 일가의 범법행위들을 막아주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는 그런 변호의 기회가 당연히 의뢰인에게 부여된 권리이고 그래서 자신은 그 일을 해주는 것뿐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홍우식품 재벌3세 석경민(김태훈)이 대학에서 성추행을 하려는 것을 막은 오영식(최우성)을 폭행은 물론 그 영상을 찍어 유포한 행위를 그는 교묘한 방식으로 피해가게 해준다. 여성을 회유해 사실은 그가 석경민과 사귀는 관계였다고 말하게 함으로써 오영식의 개입을 3각관계로 몰아넣고, 석경민의 폭행 또한 우울증 약 부작용을 들어 심신미약상태에서 벌어진 일로 변호한 것.

 

이 변호를 통해 이재상은 율객 로펌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지만, 그런 그에게 한때 연인이었던 라시온(임지연)은 분노한다. 그래서 툭하면 나타나 욕을 하고 그를 때려눕힌다. 그런데 변호사로서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이재상에게 더 이상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는 일이 발생한다. 홍우식품 회장의 비서 서영주(이다현)가 회장 사모 신정혜(서이숙)의 사주로 납치되어 끔찍하게 살해당한 걸 목격한 것. 그런 짓으로 저지르고도 다른 이를 대신 살해범으로 잡아넣으라고 지시하는 신정혜 앞에서 이재상은 각성한다. 하지만 그렇게 경찰서로 라시온을 찾아가는 와중에 그는 신정혜의 명령에 의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현실세계에서의 잘못된 선택으로 무고한 이가 살해되는 걸 경험했던 이재상은 그러나 깨어나면서 평행세계 속으로 들어온다. 그 곳에서 이재상은 라시온과 결혼해 부부로 살아가는 인물이고 변호사가 아니라 검사다. 결국 이 홍우식품과 관련된 범죄를 경험했던 이재상이 이 평행세계에서 그 범죄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내용이 바로 <웰컴2라이프>다.

 

잘못된 선택 때문에 생겨난 결과에 대해 후회하는 건 어쩌면 우리가 늘상 경험하는 일들일 게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 <웰컴2라이프>는 바로 이 지점의 판타지를 파고든다. 만일 평행세계가 있어 그 잘못된 선택을 되돌려 결과도 바꿀 수 있는 그런 기회를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에 이 현실과 평행 세계를 동시에 경험하게 되는 인물이 변호사와 검사를 오간다는 사실은 이 선택의 문제가 ‘정의’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말해준다. 돈과 권력이 있어 부정한 일들을 저지르는 세력들이 있고, 어쩌다 그들의 부정을 돕게 되는 선택을 하게 됐던 인물이 다른 선택으로 정의를 구현해가는 이야기. 장르물과 판타지가 섞여져 만들어내는 카타르시스가 그 이야기 구조 속에 들어가 있다.

 

과연 이재상은 평행세계를 통해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되돌릴 수 있을까. 라시온이라는 현실에서는 옛 연인이었고 평행세계에서는 부부인 그 인물과 함께 만들어갈 사랑과 정의의 판타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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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지 못한 사회, 공정함을 기대했던 오디션의 배신

 

Mnet <슈퍼스타K> 시즌2에서 허각이 우승자로 뽑혔을 때 심지어 신드롬까지 생겨났던 건 오디션 프로그램이 공정함에 대한 판타지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환풍기 수리공’으로 일하며 행사를 뛰며 노래를 해왔던 허각이지만, <슈퍼스타K>의 무대는 그의 스펙이나 배경 따위는 뒤로 밀쳐두고 오로지 가창력으로 그를 최종 우승자로 세웠다. 스펙과 태생으로 미래가 규정되는 우리네 불공정한 사회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 공정성의 판타지를 제공했고 그래서 허각 신드롬이 생겨났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Mnet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의 투표조작논란을 보고 있자면 이런 오디션의 판타지가 과연 진짜였는가를 의심하게 된다. 지난달 19일 방영된 생방송 파이널에서 1위부터 20위 사이의 득표수가 ‘7494.442’라는 특정 숫자의 배수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거진 논란이다. 확률적으로 이런 동일한 득표수 차이나 특정 숫자의 배열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의 개입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은 합리적인 의심일 수 있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Mnet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놨다. “득표 수로 순위를 집계한 뒤 각 연습생의 득표율도 계산해 최종 순위를 복수의 방법으로 검증했다. 제작진이 순위를 재차 검증하는 과정에서 득표율을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했고, 득표율로 환산된 득표 수가 생방송 현장에 전달됐다.” 결국 이 이야기는 득표 수 집계 및 전달 과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최종 순위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자체가 심각한 조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시청자들은 물론 이런 해명조차 납득하지 못했다.

 

결국 해명이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자 Mnet 측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는 것. 경찰은 이 프로그램 제작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투표 관련 자료들을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고 한다. 데이터 보관업체가 집계한 투표 결과와 방송에서 발표한 투표결과를 비교 분석한다는 것. 만일 그 결과가 같다고 해도 데이터 보관업체 또한 제작진과 공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결과가 같지 않다면 제작진의 조작 의혹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구체적으로 조작을 의심할만한 증거들이 나온 것이지만, 이미 이전부터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늘 조작논란이 불거지곤 했다. 그것은 근본적으로 음악을 두고 순위를 매긴다는 일이 자의적인 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마다의 취향이 다른 시청자들로서는 그 결과를 100% 받아들일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증거가 없어 유야무야 지나가버렸던 게 현실이었던 것.

 

또 구체적인 순위 조작은 아니어도 방송 편집을 통한 제작진의 개입에 대한 논란은 늘 있었다. 예를 들어 마지막 라이브 경연에 들어가면 노래를 하기 전 편집 영상이 먼저 들어가곤 하는데, 이 영상을 어떤 방식으로 편집해내느냐에 따라 투표 결과는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악마의 편집’ 같은 노골적인 개입도 있었지만, 잘 보이지 않는 편집의 개입 또한 투표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최근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이런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공정성 논란을 피해가기 위해 100% 투표 방식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프로듀스 101>은 아예 대놓고 ‘국민 프로듀서님’이라는 호칭을 쓰며 시청자들의 참여로 이뤄지는 순위를 강조했다. 그것이 공정한 오디션의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공정할까는 의문이다. 결국 최종적으로 방송에 나오게 되는 것은 제작진의 편집을 거쳐서다. 즉 그 방송 편집이 여기 출연한 참가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담아내느냐에 따라 당락은 결정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 ‘팬덤 오디션’이 비뚤어진 부정투표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최종 투표에 있어 자신들이 미는 참가자에 투표를 독려한다는 취지로 상당한 경품까지 내걸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정성은 결국 판타지일 수밖에 없다.

 

과연 오디션은 앞으로도 유효한 음악 프로그램의 형식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다시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음악으로 순위를 세운다는 일이 가능한 일일까. 특히 요즘처럼 취향이 강조되는 시대에. 공정성이 사라진 오디션에 남는 건 결국 냉혹한 비즈니스뿐이다. 그 세계는 현실적인 것들이 오고갈 뿐, 공정성 같은 판타지가 설 자리는 없다. 이번 <프듀X> 사태는 바로 그 민낯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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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현실 위로하는 '호텔 델루나'의 독특한 판타지

 

과연 구찬성(여진구)은 장만월(이지은)을 구원할 것인가.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장만월은 삶과 죽음을 벗어나 있는 존재다. 그는 고목이 되어버린 나무에 묶여버린 채, 천년 넘게 죽지 못하고 살아왔다. 물론 살아있다고 해도 그것을 삶이라 부르기 어렵다. 오래 전 그가 사랑했던 고청명(이도현)이 오기를 그는 기다린다. 한 자리에 붙박여 고목이 되어 잎 하나 내놓지 못하는 나무는 그래서 장만월 자신이다.

 

그 나무가 있는 곳에 세워진 호텔 델루나 역시 장만월의 모습 그대로다. 그 곳은 억울하게 죽은 원귀들이 찾는 곳이다. 장만월은 그들을 ‘힐링’시키고 그렇게 이승의 원을 지워준 후 저 세상으로 보낸다. 그 곳은 실제 구청에 등록되어 있는 곳이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이 걸쳐져 있는 곳.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것처럼 보이고, 죽어 있지만 살아있는 건, 고목이나 호텔 델루나나 장만월이나 마찬가지다.

 

그 곳에 구찬성이 들어온다. 그는 아무런 능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이다. 하지만 장만월이 그에게 일종의 저주를 내린다. 귀신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 끔찍하게 죽은 귀신들의 형상은 가뜩이나 마음 약한 구찬성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그래서 호텔 델루나나 그 곳을 그대로 닮은 장만월, 그리고 어두운 곳에 음산한 기운을 풍기고 있는 고목 또한 구찬성에게는 공포로 다가온다.

 

하지만 구찬성은 그 평범한 인간이 가진 착한 심성으로 그 공포를 연민으로 끌어안는다. 그것은 이 곳을 찾는 원귀들의 무섭게 일그러진 형상 그 너머에 담겨진 저마다의 사연들을 듣기 시작하면서다. 두 눈이 없는 원귀는 그래서 공포로 다가오지만 그가 살아생전에는 차츰 앞이 보이지 않던 시각 장애를 가진 사람이었다는 걸 알고는 연민의 존재로 바뀐다.

 

그리고 그 눈이 없는 원귀가 저 세상으로 돌아가기 전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줬던 손길을 기억하고 그를 만나고 싶어 하자 구찬성은 자신의 손을 빌려 그 손길을 준 사람을 찾아준다. 하지만 장만월은 그 ‘따뜻한 손길’이라는 것이 사실은 원귀가 그렇게 믿고 싶은 기억일 뿐, 실상은 살려 달라 내민 손을 뿌리친 뺑소니범의 손길이라는 걸 알려준다. 그 사실을 깨달은 원귀가 그 뺑소니범을 해코지하려 할 때 구찬성은 자신을 던져 그걸 막아준다. 그런 복수가 결국 원귀를 먼지처럼 사라지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건 뺑소니범을 뒤늦게 경찰에 넘기고 구찬성이 하는 이야기다. 원귀가 그 뺑소니범이 뿌리친 손길을 애써 ‘따뜻한 손길’로 기억하려 했던 건 바로 그 원귀 자신의 따뜻한 심성 때문이었다는 것. 현실에서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존재는 그렇게 구원받는다. 그 억울함은 물론이고 그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이었는가를 구찬성 같은 누군가가 기억해준다는 것. 그것이 구원이다.

 

<호텔 델루나>는 죽은 공간에 피어나는 잎과 꽃을 이야기한다. 그 곳은 아무런 희망도 없고 원망과 아픔만을 떠안은 죽음들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네 현실을 에둘러 말하는 것일 게다. 판타지란 결국 현실의 결핍 위에 존재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 무엇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 죽음 같은 현실 속에서 판타지적 존재로 서있는 건 그래서 장만월이 아니라 구찬성이다. 구찬성은 그 죽음 같은 현실 위에 따뜻한 온기를 하나씩 던져 넣는다.

 

고목에 잎이 피어나고, 장만월의 사막 같은 마음에 조금씩 촉촉함이 생겨나며, 호텔 델루나가 어둡고 칙칙한 죽음의 공간에서 밝은 삶의 에너지가 더해지는 과정은 그래서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주는 기묘한 힐링 포인트다. 처음에는 공포의 존재로 귀신을 보며 화들짝 놀라기만 했던 구찬성이 이제 그 귀신들에게 다가가 “커피 한 잔 더 하시겠습니까?”하고 묻는 장면은 그래서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깨지고 망가진 형상을 가진 귀신들은 그래서 더 이상 공포의 존재가 아니다. 대신 현실에서 어떤 억울한 사연들을 갖고 찾아온 아픈 존재들이다. 아마도 우울한 현실에 무엇 하나 희망을 찾기 어려운 대중들이라면 그 아픈 존재들에 이입할 수 있을 게다. 살아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고,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닌 그 어정쩡한 공간에서 오히려 더 고통스러운 그 존재들을 이해의 눈으로 바라보고 보듬어주는 구찬성이 구원의 존재처럼 보이는 이유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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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이 사이다 판타지보다 고구마 현실을 담는 건

 

JTBC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이 그리는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권력의 힘으로 거짓이 진실을 덮고 있고, 그 앞에서 힘없는 서민은 무력하기 이를 데 없다. 학교 이사장인 오진표(오만석)는 그 권력을 통해 자신의 아들 준석(서동현)이 저지른 죄를 은폐하고, 심지어 그건 가진 자들의 당연한 삶이라고 아이에게 말하는 인물이다.

 

준석의 엄마 서은주(조여정)는 사고를 당한 선호(남다름)의 엄마 강인하(추자현)의 친구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아들을 위하는 일이라며 그 은폐에 동참한다. 강인하의 남편 박무진(박희순)은 끝까지 진실을 향해 나가려 하지만 사고에 대한 결정적 증거를 말하려던 신대길(김학선)이 뺑소니로 사망하고 그것이 오진표의 사주라는 걸 직감으로 알게 되자 분노한다.

 

그래서 오진표를 찾아가 주먹질을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를 무력감에 빠지게 한다. 분명한 진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겨우 그런 폭력에 불과하다는 것에 절망한다. 심지어 사람까지 사주해 죽이고도 버젓이 조문을 가는 오진표의 뻔뻔함과, 아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친구에게조차 하지 말아야할 짓을 하는 서은주의 답답함, 그리고 그 부모 밑에서 역시 거짓 연기를 하며 진실을 은폐하는 준석의 엇나감까지 박무진이 처한 현실은 너무나 비틀려 있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아름다운 세상>이 담고 있는 전혀 ‘아름답지 않은’ 현실을 보며 고구마를 꾸역꾸역 넘기는 듯한 답답함을 느낄 게다. 진실이라는 사이다는 등장할 듯 등장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고구마 은폐와 범죄의 연속. 도대체 이 드라마는 왜 이토록 답답함만을 의도적으로 안기고 있는 것일까.

 

뺑소니로 죽은 신대길이 박무진에게 선물로 준 선인장은 그래서 이 드라마가 하려는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진실을 향해 나가는 박무진에게 신대길은 이렇게 말하며 선인장을 선물했다. “선인장을 닮으셨네요. 사막에서도 우직하게 버티는 놈이 선인장 아닙니까. 하지만 제가 오아시스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우리가 이 드라마를 통해 느끼는 감정은 바로 그 사막 한 가운데 놓여진 선인장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이것은 <아름다운 세상>이 단지 진실을 은폐하는 자들에게 한 방을 먹이는 통쾌한 사이다 드라마가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사실 고구마니 사이다니 하며 단순화되어 표현되는 작금의 드라마들은 너무 현실을 단순화해서 담아내는 면이 있다. 즉 답답한 현실 상황을 드라마 속으로 슬쩍 가져와 비현실적이지만 그 순간만큼의 속 시원함을 안겨주는 사이다 판타지로 그려내는 것. 하지만 그런 판타지로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바뀐 듯한 느낌만 주어 현실에 대한 무감함만 커질 수도 있다.

 

<아름다운 세상>은 쉬운 사이다 판타지보다는 답답한 고구마 현실을 제대로 느껴보기를 요구한다. 무엇보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따라 얼마나 아이들이 영향을 받고 커나가는지, 또 그렇게 큰 아이들이 사회에서 어떤 일에 닥쳤을 때 어떻게 그 일을 해결해나가는지에 대한 양상을 들여다보라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은 통쾌한 결말이 아니라, 그 과정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에 담겨 있다.

 

힘겨워도 진실을 향해 한 걸음씩 나가는 강인하를 바라보며 그래도 어떤 희망을 갖게 만드는 딸 박수호의 긍정적인 시선과, 심지어 살인을 사주하고도 이를 은폐하려는 오진표와 서은주를 보며 점점 그들을 닮아가는 오준석의 점점 희망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선이 대비되는 건 그래서다.

 

하지만 그 답답한 사막을 걷다보면 결국 오아시스를 만날 거라고 드라마는 말한다. 진실을 향해 내딛는 그 걸음은 결코 쉽지 않지만 그래도 결국 우리는 진실이 의외로 가까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라고. 선인장 화병 속에서 선호의 사라졌던 휴대폰이 발견되는 것처럼, 아름다운 세상은 그냥 주어지는 사이다가 아니라 넘기기 힘든 고구마 현실을 꾸역꾸역 넘기고 나서야 비로소 만나게 되는 어떤 것이라고.(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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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캐슬'의 풍자 판타지에 이토록 빠져드는 이유

도대체 무엇이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에 이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걸까. 이 드라마의 시청률표를 보면 그 상승곡선이 말 그대로 드라마틱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1.7%(닐슨 코리아)로 첫 회를 시작했지만 2회에 4.3%로 치솟았고, 10회에 11.2%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더니 13회에는 13.2% 최고 시청률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그 열광을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아무래도 이 드라마가 건드리고 있는 ‘사교육 문제’에 대한 풍자다. ‘SKY 캐슬’이라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사교육이 그것이다. 수 십 억을 들여 입시 코디네이터를 두기도 하고, 집에 아예 감금시키듯이 아이를 공부시키는 공간을 만들어놓기도 하는 이들의 사교육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100% 현실적이라고 보긴 어려운 극화된 면들이 있지만, 실제로 입시 코디네이터가 존재하고 저들만의 세상처럼 여겨지는 가진 자들의 은밀한 사교육이 입시의 당락을 좌우하는 지경이 되어버린 게 우리네 교육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교육이 개천에서도 용이 되기 위한 유일한 길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개천에서는 절대 용이 나기 어려운 교육시스템이 되었다. 자녀들의 입시가 부모들의 재력과 무관하지 않게 된 현실이 아닌가.

그런데 <SKY 캐슬>은 이렇게 가진 자들의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보여준다. 그것도 그저 대학입시에 떨어지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그런 실패다. 그 첫 번째 사례는 영재네 집안의 비극이다. 서울대 의대에 들어감으로써 이들의 사교육은 성공한 듯 보였으나,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의 부추김에 의해 영재는 가출을 하고 결국 그의 엄마 이명주(김정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코디네이터 김주영이 한서진(염정아)의 딸 예서(김혜윤)을 맡게 되면서 불안감은 계속 이어진다. 영재네가 이사를 나가고 그 집으로 들어온 이수임(이태란)은 아이들의 불행을 막기 위해 이를 소재로 동화를 쓰려하고 그 취재과정에서 김주영의 놀라운 과거행적을 알게 된다. 영재 이전에 그가 맡은 학생도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는 것. 이수임은 김주영이 ‘위험한 인물’이라는 걸 한서진에게 경고하지만 그는 이를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김주영이 과거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딘가 이들 기득권자들과 그 자녀들에 대한 ‘악감정’을 갖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고 실제로 자신이 맡은 아이들을 서울대에 입학시키는 실적을 내며 유명해졌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에 모든 걸 잃게 만드는” 그의 방식은 교육이 아니라 복수에 가깝게 느껴진다.

드라마는 현실에서는 그 기득권을 통해 성공이 대물림되는 사교육을 ‘처절한 실패’로 그려냄으로서 박탈감을 느껴온 우리네 서민들에게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영재네가 무너졌고, 예서 역시 불안한 상태이며, 차민혁(김병철)이 그토록 총애하는 하버드에 들어간 줄 알았던 딸은 사기행각으로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게다가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입주과외라는 명목으로 한서진의 집에 들어온 혜나(김보라)는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폭탄이나 다름없다.

<SKY 캐슬>은 우리네 교육시스템을 풍자하는 드라마지만, 동시에 현실과는 달리 저들이 파괴되어가는 걸 판타지로 보여주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이른바 ‘생기부 전형’으로 불리는 입시 경쟁에서 가진 자들이 막대한 투자로 얻어가는 ‘교육과 학벌의 세습구조’ 속에서 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 드라마는 그 박탈감을 잠시 동안의 판타지로나마 깨주고 동시에 비판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수직상승하는 시청률 수치와 열광이 말해주는 건 어찌 보면 그 박탈감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이 아닐까.(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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