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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어게인'이 판타지 설정을 가져와 들여다본 가족

 

JTBC 월화드라마 <18어게인>에는 18년 전으로 돌아간 홍대영(윤상현, 이도현)이 자신의 가족을 뒤에서 지켜보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고등학생 고우영(이도현)이 되어 자신의 딸 시아(노정의)와 시우(려운)를 들여다보고, 아내였던 정다정(김하늘)의 삶과 아버지 홍주만(이병준)의 무거운 어깨를 다시금 본다.

 

정다정이 어렵게 들어간 방송사 JBC에서 이혼 프로그램을 맡게 되고 그의 활약으로 정규 편성이 되었지만 MC 자리에 엉뚱한 인물이 들어가게 된 사실을 알게 된 홍대영은, 그 힘겨웠던 하루를 보내고 돌아가는 정다정을 길 건너편에서 안타깝게 바라본다. 딸 시아가 사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 하고, 그래서 대학보다는 학원을 다니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걸 홍대영은 고우영이라는 이름으로 또래 친구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결혼을 반대했고 아이를 지우라고까지 했던 아버지 홍주만이 사실은 아내를 늘 챙기고 있었고, 또 아내 역시 남편 몰래 홍주만과 왕래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 역시 홍대영은 고우영의 몸이 되고 난 후에야 그 시선으로 알게 된다. 버스 운전을 하며 살아가는 아버지의 무거운 어깨까지.

 

늘 먼발치에서 정다정을 또 시아와 시우를 바라보는 홍대영의 시점은 다소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게 사실이다. 이건 <18어게인>이라는 드라마 자체가 그렇다. 18년 전으로 몸이 돌아간다는 그 설정 자체가 만들어진 판타지가 아닌가. 중요한 건 이런 다소 작위적일 수 있는 판타지를 가져와 무얼 이야기하려는가 하는 점일 게다.

 

최근 tvN에서 방영됐던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같은 드라마가 우리가 안다 치부했던 가족을 다시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시대의 대안적 가족관을 모색했다면, <18어게인>은 판타지 설정을 통해 가족을 다시 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여겨진다. 홍대영은 고우영이라는 젊은 몸이 가진 시각에 의해 가족을 다시금 본다. 물론 마인드는 중년의 홍대영 그대로지만 그를 보는 외부의 시각들은 이제 고등학생이라는 젊은 세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년과 젊은 세대의 교차점과 소통이 홍대영이라는 인물 내부에서부터 일어나게 된다.

 

물론 홍대영의 일방적인 시선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그의 달라진 시각이 가족을 대하는 방식을 달리 하게 만들고, 그것은 가족들 역시 홍대영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태어난 게 부모의 불행이었다 생각했던 시아가 홍대영이 준 통장에 적힌 글귀 속에서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뒤늦게 깨닫고 눈물 흘리는 장면이 그렇다. 또 정다정이 홍대영에게 전화로 한 번도 필요할 때 옆에 없었다고 한 말들은, 이제 고우영이 사실 홍대영이었다는 걸 알게 된 정다정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까.

 

<18어게인>은 그 판타지 설정 자체가 작위적일 수밖에 없는 드라마다. 하지만 이런 작위성을 가져와 일종의 '드라마 게임'을 하듯, 다시금 가족을 들여다보게 해준다는 건 이 드라마가 가진 중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이를 통해 우리도 그저 다 알고 있다 여겼던 우리의 가족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고 있으니.(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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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토반', 시대의 권력과 맞서는 상고 출신 삼총사가 주는 판타지들

 

이종필 감독의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5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는다. 그 시기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시대의 변곡점처럼 기억되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앞두고 그 징후들이 보이던 때이고, 나아가 그 거품의 극점을 향해 달리던 이른바 '세계화'의 그림자가 사회 전체를 뒤덮었던 때다.

 

그 시대 삼진그룹에 다니는 상고 출신 여사원들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회사생활을 일상으로 삼았다. 그들은 아침 일찍 출근해 밤새 어질러진 사무실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상사들의 커피를 타서 일일이 갖다 주며 심지어 구두까지 닦아 대령해놓는 그런 허드렛일들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게다가 회사는 세계화 시대를 맞아 영어 토익 600점 이상을 받으면 상고 출신 여사원들도 대리 승진을 할 수 있다고 공표한다. 물론 그 짧은 시간에 그런 결과를 낸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실무 능력 베테랑의 '선배님'이지만 실상은 커피 타 나르는 일이 주업무(?)인 생산관리3부의 이자영(고아성),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대졸 출신 여사원에게 아이디어를 도용당하고 자신은 회의 시간에 햄버거나 나르는 일을 하는 마케팅부 정유나(이솜) 그리고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이지만 회계부에서 가짜 전표 맞추는 일을 하는 심보람(박혜수)이 영어토익반에 함께 한다.

 

이러한 상고 출신 여 삼총사를 주인공을 세운 건 다분히 현재의 여성주의적 관점이 투영된 선택으로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노동'이 이 영화가 그려내는 회사의 위기와 이를 이겨내는 판타지 스토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개연성 때문이기도 하다. '오지랖'으로 대변되는 이자영이 우연히 공장에 갖다가 보게 된 폐수 유출을 그냥 보고 넘기지 못하는 것이나, 이 사건을 알리기 위해 정유나 같은 행동파가 나서고 뭐든 척척 계산해내는 심보람이 제 역할을 해내는 것이 그렇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시대가 모욕하는 여성들의 현실을 전면으로 끌어오면서 동시에 외환위기의 전조로 보이던 글로벌 투기자본들이 벌이는 음모들에 맞서는 작은 영웅들과 이들과 연대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회사에서는 천시됐던 이들의 능력들은 의외로 거대한 글로벌 투기자본들의 음모를 분쇄하는데 활용되고, 이로써 삼진그룹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1990년대를 향수하게 만드는 이들의 옷이나 스타일들 그리고 음악 같은 것들이 더해지면서 복고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이 영화는 기실 스토리에 있어서도 현실보다는 판타지를 선택한다. 실제로는 1997년 IMF 체제로 이어지며 글로벌 투기자본에 의해 여기저기 무너졌던 당대의 현실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그래서 이들의 승리와 그로 인해 보상받는 회사 내에서의 달라진 위상 같은 것들이 현실로 느껴질 리 없다. 결국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가장 먼저 회사 밖으로 내몰린 건 바로 잉여 노동 취급 받던 여성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의 현실과는 다른 판타지 선택은 이 영화가 1990년대를 시대로 가져왔지만 2020년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 때는 우리가 막아내지 못했고 또 변화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마땅히 그렇게 막아내야 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에둘러 판타지로 말해주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여성 삼인방이 등장하면서도 그 흔한 멜로 하나 들어가 있지 않고, 대신 이들의 끈끈한 연대의식이 전면에 담긴 점이 눈에 띤다. "마이 드림 이즈 커리어우먼"이라고 외쳤듯이 영화가 온전히 일의 세계 속에서의 여성들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이자영과 정유나 그리고 심보람이라는 삼총사 캐릭터가 굉장한 투사가 아닌 평범하지만 그 속에 '사회적 선'에 대한 비범함을 가진 존재들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벌레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이들의 외침처럼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네 삶 어딘가에서 그저 포기하지 않고 꿈틀대는 그 누군가가 있어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고 영화는 말하고 있으니.(사진:영화'삼진그룹 영어토익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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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뎐', 구미호·이무기에 아귀·우렁각시까지

 

이건 현대판으로 재해석된 <전설의 고향>이 아닐까. 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은 점점 우리네 설화 속 인물들이 뒤섞인 세계관을 펼쳐내고 있다. 구미호 이연(이동욱)은 한때 백두대간을 호령하던 산신이었지만 남지아(조보아)의 전생이었던 공주 아음과의 인연으로 속세로 떨어져 인간세상을 어지럽히는 요괴들(역시 설화 속 인물들이다)을 처치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된다.

 

구미호 이연과 남지아의 수백 년에 걸친 비극적인 운명을 만들어낸 건 다름 아닌 이무기다. 이무기가 아음의 아버지이자 당대의 왕의 육신으로 들어가 국정을 농단(?)하자 아음은 이무기와 일종의 협상을 한다. 이무기가 산신 구미호를 제거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는 걸 안 아음은 이무기에게 왕 대신 자신의 몸을 내어주겠다고 하고 함께 산으로 가자 제안한 것.

 

그래서 이무기와 구미호는 아음을 중간에 놓고 서로 대적하게 된다. 아음의 몸을 차지한 이무기가 그를 이용해 구미호를 찾아내려 했다고 하자, 구미호는 거꾸로 자신이 아음을 이용해 이무기를 끌어내려 한 것이라고 답한다. 물론 그 말을 진심이 아닌 다른 의도로 한 말이겠지만, 구미호와 아음의 몸을 차지한 이무기가 대결하고, 결국 구미호의 칼에 이무기가 들어간 아음이 죽게 되는 그 전생의 일을 알게 된 남지아는 괴로워한다.

 

그런데 이 과거의 비극은 현재에 다시 재현되려 한다. 이무기에게 영혼을 판 대가로 수명을 늘려 지금껏 살아가는 방송국 사장(엄효섭)은 섬에 봉인되어 있던 이무기를 깨워내고 그에게 인간제물을 바쳐 성장시킨다. 이제 청년이 된 이무기(이태리)는 다시금 구미호 이연과 대결하게 되고 남지아 역시 그 중간에 끼어 이무기의 제물이 될 위기에 처한다.

 

<구미호뎐>은 이처럼 구미호와 이무기의 대결구도를 명확히 세워놓고 그 중간에 세워져 있는 남지아를 제물(신부)로 삼으려는 이무기와 이를 막아 평범하고 행복하게 한 생을 마감하게 하려는 구미호의 치열한 대결을 그려내고 있다. 애초 이연의 이복동생인 이랑(김범)이 이연과 대적하는 악역처럼 등장했지만, 이들의 관계는 끈끈한 형제애로 묶여 있다. 그래서 향후 이무기와의 대결 속에서 이랑은 어떤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실 <구미호뎐>은 구미호의 재해석을 통한 현재적인 새로운 메시지를 전하는데 있어서는 어딘지 부족한 면이 느껴진다. 고전을 현재로 끌어온다는 것 자체가 현재의 어떤 결핍들을 끄집어내는 일일 수 있지만, <구미호뎐>의 주제의식은 전통적인 '권선징악'의 틀 안에 머물러 있다는 심증을 지우기 어려워서다. 인간에게 선을 행하는 구미호와 악을 행하는 이무기의 명확한 대결구도는 그걸 보여준다.

 

하지만 권선징악이라는 평이한 주제의식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고전 속 구미호나 이무기, 우렁 각시 같은 존재들을 끌어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점이나, 그 대결양상을 현대적 판타지 액션으로 보여주는 면들은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다. 특히 <전설의 고향> 속 다소 고전적으로 박제되어 있던 요괴나 귀신 같은 존재들을 다시금 깨워내 현재 속으로 되살려냈다는 점은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싶다.

 

아귀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이제는 좀비처럼 보이는 현재의 시각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구미호는 판타지 장르의 슈퍼히어로 같은 느낌으로 재해석된다. 갑자기 등장한 녹즙아줌마를 두고 저 인물이 설화 속 어떤 인물인가를 예상하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오는 건 그래서 이 드라마가 가진 좋은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서구의 캐릭터들에 익숙해 있는 우리네 시청자들에게 우리도 이런 캐릭터들이 존재한다는 걸 작품이 다시금 상시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우리네 캐릭터들은 최근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우리네 콘텐츠에서 우리가 좀더 연구하고 파봐야할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사진:tvN)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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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뎐'은 tvN 판타지의 계보를 이을 수 있을까

 

남자 구미호다. tvN 새 수목드라마 <구미호뎐>은 KBS <전설의 고향>에서 그토록 많이 리메이크되고 재해석됐던 구미호라는 소재를 가져왔다. 그런데 특이한 건 구미호가 남자라는 것. 지금껏 봐왔던 여성 구미호와는 캐릭터가 다를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야기도 달라진다.

 

또한 시대적 배경이 현대라는 점 역시 <구미호뎐>이 <전설의 고향>보다는 <트와일라잇> 같은 이질적인 존재들과 대결하거나 공존해가는 스토리에 더 가깝게 만들고, 그것은 남자 구미호 이연(이동욱)의 스타일에서도 나타난다. 잘 차려입은 수트에 비를 몰고 다니는 캐릭터 성격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리시한 우산. 그리고 그 우산이 무기로 변해 이랑(김범) 같은 이연의 배다른 동생과 벌이는 액션은 우리식 전설의 이야기보다는 외국의 슈퍼 히어로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흥미로운 건 이런 해외의 슈퍼히어로물이나 <트와일라잇> 같은 판타지물의 색깔을 가져와 우리네 토속적인 전설이나 민담 속 주인공들을 재해석해 놨다는 점이다. 구미호 이연이 한 결혼식장을 찾아가 제거하는 신부는 알고 보면 우리가 구전동화 속에서 읽곤 하던 '여우 누이'다. 맑은 날에 갑자기 비가 내리고 우산을 홀로 쓰고 결혼식장을 찾는 이연은 왜 갑자기 비가 오냐고 말하는 이들에게 혼잣말로 "여우가 시집을 가서"라고 말한다.

 

그런 대목은 이 드라마의 세계관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구전동화 속에 등장하는 스토리지만 거기 나왔던 캐릭터들이 현대에도 인간들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게 이 드라마의 세계관이다. 첫 화에 등장하는 여우고개는 인간과 여우 같은 색다른 존재들이 부딪치는 공간이고 그래서 사고가 벌어진다. 여우들은 인간세계에 들어와 인간들에게 해악을 미치기도 하는데, 구미호 이연은 과거 사랑했던 한 여인 아음을 환생시키기 위해 그런 해악을 끼치는 존재들을 단죄하는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 여우의 이야기는 '구미호'의 모티브를 그대로 가져왔고, '은혜를 갚는다'는 캐릭터의 성격 또한 그대로 가져왔다. 하지만 이연이 은혜를 갚기 위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어지럽히는 자들을 제거하는 일을 하는 곳은 현재의 공간에 숨겨진 이른바 '내세 출입국관리사무소'라는 구체적으로 구현된 판타지 건물에서다.

 

이런 현실과 판타지가 한 세계 위에 겹쳐진 공간은 이미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와 <호텔 델루나>에서 성공적으로 그려진 바 있다. 아마도 tvN표 판타지라고 불러도 될 법한 이런 공간의 구현은 점점 그 노하우가 축적되고 있는 느낌이다. <구미호뎐>은 그런 점에서 이런 전작들의 수혜를 그대로 입고 있다.

 

무엇보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에서 저승사자 역할로 도깨비만큼 존재감을 보였던 이동욱은 이 드라마의 개연성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독보적인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오랜만에 얼굴을 보이는 김범의 캐릭터 역시 기대되는 대목이다. 조보아가 연기하는 남지아라는 캐릭터는 이연과의 인연으로 엮어질 운명으로 '겁 없는' 인물의 매력을 가졌지만 처음부터 이연의 존재를 시험하기 위해 고층 건물에서 추락하는 장면은 좀 과한 느낌도 준다. 물론 <트와일라잇>의 한 장면처럼 보이긴 했지만.

 

무엇보다 <구미호뎐>이 흥미로운 건 수의사의 모습으로 이연을 도와온 토종여우 구신주(황희), 삼도천 문지기 탈의파(김정난), 야생동물이었지만 학대를 당하다 이랑에 의해 자유를 얻은 기유리(김용지), 설화 속 주인공이 한식당 사장으로 등장하는 우렁각시 복혜자(김수진) 같은 익숙한 캐릭터들을 현대식으로 해석해낸 부분이다.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확실히 <구미호뎐>을 보면 tvN 판타지가 이제 하나의 계보를 이야기할 정도로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나 <호텔 델루나> 같은 작품이 보여준 독특한 미적 분위기들이나 톤 앤 매너, 세계관이 일관되게 <구미호뎐>의 독특한 세계를 많은 설명 없이도 설득하게 해주는 면이 있어서다. 그래서 기대감은 당연히 커진다. 다만 그만큼의 부담을 떨쳐내고 그 작품만의 색다른 이야기나 메시지를 과연 <구미호뎐>이 얼마나 흥미롭게 담아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첫 단추는 일단 잘 꿴 느낌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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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씽', 고수와 허준호의 살벌한데 유쾌하고 훈훈한 스릴러라니

 

잔인하게 살해된 시체들이 등장하는 살벌한 스릴러가 아닐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참혹하게 살해되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유기되어 '실종'처리된 사건들. 장판석(허준호)이 삽자루를 들고 어딘가를 찾아다니고 죽은 사체들을 하나씩 찾아내 끌어내는 이 드라마의 첫 시퀀스는 당연히 그 인물이 연쇄살인범일 거라는 심증을 갖게 만든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트릭이다. 그는 실종처리 되어 사라진 사체들을 찾는 것이었을 뿐이니 말이다.

 

OCN 토일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에서 장판석이 사체를 찾는 이유는 죽었지만 사체조차 발견되지 못한 억울한 영혼들을 저승으로 보내기 위함이다. 그 영혼들이 머물고 있는 곳은 바로 두온마을. 산 자들의 눈에는 그 장소도 영혼도 보이지 않지만 무슨 일인지 장판석에게는 보이고 어쩌다 이 곳으로 들어오게 된 생계형 사기꾼 김욱(고수) 또한 그걸 보게 된다.

 

실종 신고 된 아이 서하늘(장선율)을 그 곳에서 만난 김욱은 어린 시절 엄마를 애타게 찾았던 자신의 모습을 그 아이에게서 보고는 그를 외면하지 못한다. 그래서 엄마를 꼭 찾아주겠다 약속하지만 그 아이는 이미 사망한 영혼이었다. 결국 아이를 살해한 범인과 그 범인이 유기한 사체를 찾기 위한 김욱과 장판석의 공조가 시작된다. 아이의 가방에서 피 묻은 고가의 프라모델을 발견한 김욱은 생계형 사기꾼답게 그걸 역이용해 범인이 새 아빠였다는 걸 밝혀내고 그 사체를 찾아내는데 성공한다.

 

<미씽>은 그 독특한 설정으로 인해 판타지와 스릴러의 기묘한 결합을 보여준다. 이제 김욱과 장판석은 두온마을의 억울한 영혼들을 저승으로 보내기 위해 사체를 찾아내는 일을 공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억울한 영혼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소개되고, 잔혹한 범인을 추적하는 스릴러가 더해진다.

 

OCN에서 줄곧 시도해온 다양한 스릴러들이 있었지만, <미씽>은 여기에 판타지를 섞는 독특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스릴러의 긴장감만큼 사연자들의 이야기와 이를 풀어주는 김욱, 장판석의 진심이 훈훈함을 더해준다. 지금껏 이른바 OCN표 스릴러가 너무 잔혹하게만 느껴졌던 시청자라면 <미씽>은 확실히 그런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면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tvN <호텔 델루나>의 스릴러 버전 같기도 하고, <전설의 고향>에 자주 등장하던 원귀의 한을 풀어주는 사또 이야기의 현대식 해석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판타지적 설정이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몰입감을 주는 건 아마도 '실종'이라는 무거운 현실의 키워드가 거기 드리워져 있기 때문일 게다.

 

물론 사망 또한 견디기 어려운 아픔이지만, 사체조차 찾지 못해 실종으로 처리되어 있는 상황은 더 큰 고통을 가족과 친지들에게 남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온마을이라는 판타지적 공간의 평화로운 정경은 슬픔과 위로가 섞여진 공간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김욱과 장판석이 그들의 사체를 찾아내는 과정은 이렇게 떠돌던 영혼이 가족의 품에 안기는 과정이기도 하다. 스릴러지만 따뜻한 위로 같은 게 느껴지는 이유다.(사진: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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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판타집'이 드러낸 집에 대한 로망, 왜 의미 있을까

 

이른바 '집 소재 예능 프로그램' 전성시대다.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그래서 도심에 몇 평짜리 아파트에서 전세 사는 것조차 버거운 현실 속에서 집은 어떤 판타지를 갖게 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가격으로 매겨지는 매물이 된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럴수록 우리가 꿈꾸는 집에 대한 갈증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SBS가 파일럿으로 시도한 <나의 판타집>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 들어온다.

 

출연자들이 저마다 꿈꾸는 집에 대한 로망들을 얘기하고, 실제로 그 로망을 실현시켜줄 수 있는 집을 찾아내 살아보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 우리에게는 자연인으로 더 친숙한 이승윤이 의외로 아이언맨이 살 것 같은 저택을 꿈꾸고, 실제로 그 거대한 집에서 살아보는 모습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설렘을 선사한다.

 

안방에서 아이 방을 오가는 데도 구름다리를 건너가야 할 정도로 집이 크고, 프라이빗 수영장을 갖춘 데다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과 운동을 할 수 있는 방이 따로 따로 마련되어 있는 집. 아파트 살이를 하는 우리에게는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집이지만 실제 살아보니 불편한 점들도 적지 않다. 너무 커서 집안에서만 걸어 다녀도 힘이 들 지경이고, 조금 떨어져 있다 보니 중국집 배달도 여의치 않을 정도다. 게다가 난방비가 많이 나올 때는 250만원이나 나온단다. 여력이 없다면 있어도 누릴 수 없는 집인 셈이다.

 

양동근과 그의 아내가 꿈꾸는 집은 '가족'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집이다. 집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느냐에 따라 가족 간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들 가족의 '살아보기'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홀로 따로 떨어진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 외롭게 느껴졌다는 양동근의 아내는 집 중앙에 있는 주방에서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중앙에 있어 남편과 아이들과 소통할 수도 있고,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그 위치가 가져온 변화다.

 

허영지는 어린 시절 살았던 집에 대한 로망을 그대로 가져와 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힐링의 공간을 원했다. 조금 외딴 곳에 떨어져 있지만 조용하고 툇마루에 앉아 자연을 느끼며 식사를 하거나 차나 술을 마실 수 있는데다, 아늑한 다락방이 주는 포근함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의 품 안에 폭 안겨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집이었다.

 

<나의 판타집>은 애초 MBC <구해줘 홈즈>와 비슷한 집 소재 예능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관전 포인트가 다르다. 그것은 물론 로망을 자극하는 집들도 등장하지만 현실적인 집 찾기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는 <구해줘 홈즈>와 달리 <나의 판타집>은 말 그대로 누군가의 집에 대한 판타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나의 판타집>이 보여주는 집에 대한 판타지 그 자체가 지금처럼 집에 대한 왜곡된 관점들(주로 가격이나 아파트)이 넘치는 현실에 그만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재산으로서의 집이 아닌 작아도 자신이 꿈꾸는 집이 이 프로그램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다. 우리는 왜 저마다 원하는 자신만의 집을 더 이상 꿈꾸지 않는 걸까. 어쩌다 모두가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에만 집착하게 된 현실에 이 프로그램이 던지는 질문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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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부동산 현실과 '구해줘 홈즈'에서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것

 

굳이 저런 집에 5억을 주고 전세 살아야 할까. MBC 예능 <구해줘! 홈즈>에서 의뢰인이 선택한 집은 '구룡산 옥상정원 집'이었다. 양재동에 위치한 그 집은 근처에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3개나 있는 신축 주택으로 방 3개와 화장실 2개가 있었다. '구룡산 옥상정원 집'이라 이름 붙여진 건 옥상에 올라가면 구룡산을 전망으로 볼 수 있는 정원이 꾸며져 있어서였다.

 

방송에 소개된 집들 중에는 그래도 나은 편이라 여겨진 게 사실이다. 직장이 각각 강남, 송파인 남매가 제시한 조건에 그나마 잘 맞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직장에서 30분 이내 지역이었으면 했고, 각각 키우는 반려견들이 함께 지내는 게 가능한 전세여야 했다. 물론 반려견과 산책할 수 있는 인근 공원 같은 곳이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었다.

 

예산은 전세가로 최대 5억 원. 월세일 경우 보증금 3천만 원에 월세 150만 원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사실 강남에서 5억 원짜리 전세를 그것도 반려견이 허용되는 집으로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구해줘! 홈즈> 측도 촬영당일까지 집을 찾을 정도로 쉽지 않았다는 걸 출연자들을 통해 알려주었다.

 

그런데 강남에서 5억 원짜리 전세가 그간 이 프로그램이 전원주택으로 보여줬던 집들만큼 좋아 보일 리가 만무다. 일단 공간이 너무 좁다. 강남이라는 지역의 특성 상 5억 원 정도의 전세로 얻을 수 있는 집은 평수로 10평 남짓이 대부분이다. 의뢰인이 선택한 '구룡산 옥상정원 집'도 12평 정도 되는 집이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너무 작아 답답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정도의 평수는 원룸 형태가 훨씬 더 공간감을 줄 수도 있다. 그래서 소개된 집들 중에는 방이라고 해도 사실 침대 하나 들여놓으면 꽉 찰 그런 작은 방들이 있었다. 즉 좁은 공간에 방들을 여러 개 굳이 만들기보다는 방은 적어도 공간 활용이 더 될 수 있는 구조가 훨씬 실용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집을 고르는 기준도 개인 취향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매가 굳이 함께 살 집을 강남에 전세로 마련하려는 걸 뭐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건 <구해줘! 홈즈>는 그저 집 구해주는 복덕방이 아니라 그 구하는 걸 시청자들과 공유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다. 시청자들이 무엇을 보고 싶고, 어떤 정보를 얻고 싶은가를 먼저 파악해야 하고 거기에 맞춰 의뢰인과 집도 찾아봐야 프로그램이 힘이 생긴다.

 

최근 들어 <구해줘! 홈즈>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된 건 지금껏 부동산 시장에서 뒤로 물러나 있던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의 개인주택이나 전원주택을 소개하면서다. 굳이 복잡하고 비싼 도심의 좁은 집이 아니라, 조금 벗어나더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가성비 판타지를 건드린 것이 그것이다.

 

물론 현실은 다르다. <구해줘! 홈즈>를 보는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도심에 거주하며(또는 거주하길 원하며) 아파트 생활을 하는 이들일 게다. 하지만 그래서 적어도 방송으로는 그걸 벗어난 집을 들여다보고 잠시나마 색다른 판타지에 빠져보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강남의 5억 전셋집에 대해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한 건 바로 이런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괴리를 그 집이 여지없이 드러내줬기 때문일 게다.

 

<구해줘! 홈즈>는 실제 부동산을 소재로 하고 있고 의뢰인에게 집을 구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건 적어도 의뢰인들에게는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방송으로 보는 시청자들의 입장은 살짝 다르다. 부동산에서 돈의 현실을 절감하기보다는 돈의 가치를 뛰어넘는 '진짜 살(live) 집'이 주는 판타지를 보기를 원한다. 아마도 이 현실과 판타지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아내는 일이 <구해줘! 홈즈>가 좀 더 단단하게 설 수 있는 길이 아닐까. 그리고 그것은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새로운 주거문화를 앞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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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인턴'의 역지사지와 '쌍갑포차'의 사이다 판타지

 

이제 갑질에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 공교롭게도 수목에 방영되고 있는 MBC <꼰대인턴>과 JTBC <쌍갑포차>는 모두 '갑질'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다. 그런데 두 드라마가 갑질에 대응하는 자세는 조금씩 다르다.

 

<꼰대인턴>이 취하고 있는 건 역지사지다. 꼰대였던 인물이 인턴이 되고, 인턴이었던 인물이 꼰대가 되는 역전된 상황 속에서 서로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것. 자신의 출세만을 위해 부하직원들에게 갑질 꼰대 짓을 서슴지 않던 이만식(김응수)이, 그에게 인턴시절 괴롭힘을 당하다 퇴사한 후 준수식품에 입사해 승승장구 팀장이 된 가열찬(박해진)의 팀에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이만식과 가열찬은 과거의 앙금이 그대로 남아 있고 그래서 같은 팀이지만 서로 돕기 보다는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만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만식은 준수식품 대표이사인 남궁준수(박기웅)의 사주를 받아 승승장구하는 가열찬을 밀어내려 하고, 가열찬은 자신은 이만식 같은 꼰대가 되지 않겠다 결심하며 팀원들을 대해왔지만 끓어오르는 복수심을 가라앉히기가 어렵다. 가열찬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이만식의 속셈이 느껴지자 교묘한 방법으로 갑질을 하기 시작한다.

 

흥미로운 건 이런 두 사람이 역전된 상황에서 불화를 겪으면서도 실수가 의외의 성과로 이어지는 등의 사건을 겪으며 조금씩 서로의 입장에 다가간다는 점이다. 이만식은 자신 때문에 팀원들이 모두 고생하는 걸 겪은 후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꼰대인턴>은 이처럼 뒤바뀐 상황 속에서 역지사지를 통해 갑질을 넘어서 관계 회복을 모색하는 작품이다.

 

한편 <쌍갑포차>가 갑질을 대하는 방식은 <꼰대인턴>과는 사뭇 다르다. '쌍방이 갑'이라는 의미를 담은 쌍갑포차에서, 월주(황정음)라는 죽은 지 500년 된 신비로운 인물이 한 맺힌 이들의 한을 풀어주는 이야기다. 설정 자체가 <전설의 고향>식의 판타지인 이 드라마가 갑질에 대항하는 방식은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통쾌한 사이다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첫 회에 등장했던 건 회사 내에서 지위를 이용해 상습적인 성추행을 해온 상사의 민낯을 폭로하는 내용이었고, 3회에는 취업 청탁 비리 때문에 비운을 겪은 한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었다. 노력해 누구보다 좋은 실력을 갖췄지만 이미 합격자가 정해진 면접을 보고 떨어진 취준생이 사랑까지 잃게 될 위기에 처하자 월주와 귀반장(최원영) 그리고 한강배(육성재)의 공조 작전이 펼쳐진다. 쌍갑주로 회사의 비리들이 들어 있는 메모리를 찾아내 폭로하고, 청탁이 이뤄지는 현장을 몰래카메라로 찍어 언론에 노출한 것. 이를 통해 갑질하던 회장은 구속되고 취준생은 잃었던 취업의 꿈을 되찾는다. 물론 사랑까지도.

 

너무 쉬운 판타지지만, <쌍갑포차>가 꽤 강력한 흡인력을 보여주는 건 다름 아닌 여기 쌍갑포차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한'이 다름 아닌 우리네 현실이 가진 답답한 문제들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직장 내 성추행이나, 취업 청탁 비리 같은 갑질로 인해 심지어 '태생이 한계'라는 이야기까지 듣는 현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통쾌한 사이다 뒤집기가 가진 힘이 그것이다.

 

대응하는 자세와 방식은 다르게 등장하지만, 그래도 이처럼 갖가지 갑질들이 소재인 드라마들이 많아진다는 건 그 현실을 두고 보면 여러모로 씁쓸한 일이다. 그만큼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갑질들이 많다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니 말이다. 그래서 <꼰대인턴>과 <쌍갑포차>를 보는 시청자들의 몰입은 커질 수밖에 없다. 드라마 속에 이야기지만 저렇게 바뀔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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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 이민호의 판타지보다 이정진의 현실이 공감 가는 이유

 

SBS 금토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이하 더 킹)>는 이림(이정진)이 정태을(김고은)에게 취조를 받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림은 만파식적을 설명하며 그걸 얻은 순간부터 자신의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고 말한다. 이제 70세가 넘은 나이지만 겨우 중년의 모습을 한 이림은 “그래서 동생을 죽였냐”는 정태을의 질문에 “죽였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모든 날이 허락된 내 아우는 적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황제가 된 그저 선하기만 한 내 이복형제는 세상을 손에 쥐고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 제 손에 들린 그 만파식적이 세상이란 것도 모르더군.”

 

이림은 만파식적을 얻은 후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넘어오는 차원의 문을 통과해 들어와 그 곳에서 더없이 미천하게 살고 있는 자기 자신을 마주한다. “겨우 이렇게 살고 있었던 거야? 더없이 미천하게? 그래 꽤 닮았지. 네 놈이랑 내가. 근데 네 놈이랑 난 닮은 게 아냐. 난 너야. 다른 세상의 너. 하지만 난 네 놈이랑 아주 달라. 난 네 놈보다 훨씬 고귀한 존재거든.” 그리고 그는 닮았지만 다른 대한민국의 자신을 살해한다.

 

이림의 캐릭터가 강렬하게 다가오는 건 그가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대한제국에서 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다. 태어나기는 첫째 아들로 태어났지만 모친은 황후가 되지 못했고 열세 살에 금친왕으로 봉해진 채 쥐죽은 듯 살아가야 했던 존재. 그는 결국 역모를 일으킨다. 황제를 시해하고 만파식적을 얻은 후 어린 조카 이곤(이민호)의 목을 졸랐다.

 

그는 대한민국으로 넘어와서도 그 곳에서 비루한 삶을 연명하는 자신을 죽여 버린다. 이로써 그는 대한제국에서도 대한민국에서도 그 체계는 다르지만 태생적으로 정해지는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선택을 한 것이다.

 

물론 <더 킹>에서 이림은 주인공이 아니고,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악역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이곤과 정태을이다. 그들은 차원의 문을 통과해 만났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으며 그래서 서로를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이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차원에 서 있으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을 담아낸다. 서로 다른 차원에서 각각 도서관에 들어간 두 사람이 서로를 생각하지만 분리된 채 앉아 있는 장면은 이 애틋한 감정들을 잘 표현해낸다.

 

하지만 이미 태어나면서 모든 걸 갖게 된 이곤이라는 황제가 맥시무스라 불리는 백마를 타고 차원을 넘나들며 정태을과 판타지적인 사랑을 나누는 대목이 담아내는 달달함보다 어쩐지 제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이림의 처절함에 더 큰 공감이 가는 건 왜일까. 그건 어쩌면 모든 걸 가진 자를 통해 느끼는 판타지보다, 가지지 못한 자의 현실이 더 마음을 건드리기 때문이 아닐까.

 

이정진은 이번 작품을 통해 확실히 이림이라는 인물의 아우라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문장이 찍힌 우산을 들고 서 있는 뒷모습의 실루엣만으로도 단단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껏 그 어떤 작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정진의 강렬한 존재감이 <더 킹>의 악역을 통해서 도드라지고 있다.(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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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바이 마마’가 그리는 유족의 눈물, 떠난 자의 눈물

 

사람이 저 세상으로 떠나도 그 흔적은 여전히 남는다. 그래서 살아있었다면 함께 갔을 수 있는 여름캠프의 무정한 예약 알림이 더 허전하게 다가오고, 생일만 오면 여전히 남아있는 떠난 자의 SNS에 그리움의 마음을 꾹꾹 눌러 적는다. ‘내 친구, 내 마음의 언덕, 나의 차유리, 유리야... 유리야... 보고 싶어.’

 

그러면서도 살아가기 위해서 그 아픔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 괜스레 거울을 닦고 욕조를 청소하며 안하던 고스톱 게임을 한다. 주방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마치 기억을 지워내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하지만 그 슬픔은 지워지지 않는다. 아마도 tvN 토일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는 바로 이 부분에서 기획된 드라마일 게다. 그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보겠다는 것.

 

그 위로의 방식이 독특하다. <하이바이 마마>에는 겹쳐질 수 없는 두 세계가 겹쳐져 있다. 마치 애니메이션 <코코>에서 산자와 죽은 자들이 겹쳐져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에는 산 자들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죽은 자들이 함께 등장한다. 그들이 떠나지 못하는 건 남은 이들에 대한 걱정과 회한 때문이다.

 

오래도록 회장님 운전기사로 일하다 죽게 된 한 아버지는 딸이 결혼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떠나지 못했다. 오랜 병환으로 사망한 한 어머니는 딸 또한 투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앞에서 죽어서도 발을 동동 굴린다. 차유리(김태희)도 마찬가지다. 그는 딸 서우(서우진)를 안아보지도 못한 채 사고로 사망했다. 졸지에 죽음을 맞이한 유리는 남은 가족과 친구들의 슬픔을 본다.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하지만 남은 자들은 떠난 자들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행복한 결혼식이 다가와도 평생을 힘겹게만 살다 간 아빠에 대한 그리움으로 슬픔이 더 커진다. 투병하는 딸은 통증에도 진통제 없이 잘도 버틴다. 그것은 자신의 욕심으로 어머니가 힘들게 버티다 돌아가신 것에 대한 스스로 내리는 벌 같다. 그는 통증이 올 때마다 엄마는 더 한 것도 버텼을 것이라며 버텨낸다. 유리가 떠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려 애썼던 남편 강화(이규형)는 차 안에서 통곡하며 눈물을 흘린다. 유리의 엄마 은숙(김미경)은 남모르게 눈물을 훔치고 가족들에게는 내색하지 않으려 한다. 유리의 아빠 무풍(박수영)은 장례식장에서 한 밤 중 애끓는 슬픔에 통곡한다.

 

그런데 그냥 봐도 슬픈 이 장면들을 이 드라마에서는 떠난 자들이 지켜본다. 그건 마치 누군가의 숨겨진 내밀한 아픔을 뒤에서 우연히 듣게 될 때 느끼게 되는 슬픔이다. 아마도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색다른 이 드라마만의 설정이 아니었다면 이런 장면은 마치 눈물 뽑아내려는 신파처럼 여겨졌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눈물을 뽑아내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산자의 눈물과 죽은 자의 눈물을 교차해 그 소통의 과정을 통해 남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려는 것일 뿐.

 

결혼식을 앞두고 점점 슬퍼하는 딸을 보며 먼저 떠나간 아빠는 마음이 아파진다. 그래서 차유리에게 부탁해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쓴다. 그 편지 속에서 아빠는 평소 하던 대로 “괜찮아, 괜찮아... 어쩔 수 없지 뭐.”라고 말한다. 자신의 삶이 고생스러웠지만 그 삶 속에서도 아빠는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그러니 안쓰러운 아빠가 아닌 파이팅 넘치는 아빠로 기억해달라며, 딸이 해줬던 임플란트를 잘 지니고 떠난다고 말한다.

 

그 소통의 지점에 <하이바이 마마>가 굳이 산 자와 죽은 자를 공존시키는 판타지의 목적이 담겨진다. 외면하려 해도 아무렇지 않은 듯 버텨보려 해도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이별’ 앞에서 우리는 누구나 무력할 수밖에 없다. 다만 떠난 자도 저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보며 계실 거라는 믿음으로 위로하며 우리는 그저 살아갈 뿐이다.

 

<하이바미 마마>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가 된 건 유족의 눈물만이 아닌 떠난 자의 눈물까지 같이 보여주고 있어서다. 그 서로의 눈물이 연결해주는 소통의 지점을 판타지를 통해서나마 담아내고 있어서다. 그리고 그건 무력한 이별 앞에 서 있는 이들에게 자그마한 위로로 다가갈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경험할 수밖에 없는 이별에 대한 위로로.(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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