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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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박!'하면 누가 "2일!" 해줄까

D.H.Jung 2011. 9. 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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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아이러니, 애정만큼 큰 아쉬움

'1박2일'(사진출처:KBS)

'1박2일' 시청자투어 3탄. 이건 블록버스터급 예능이다. 대한민국 1세부터 102세까지의 시청자를 초대해 하나의 예능으로 묶어낸다는 건 웬만한 예능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유아에서부터 한 세기를 훌쩍 살아낸 어르신까지 "1박!"하고 외치면 "2일!"하고 답변을 해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은 '1박2일'이라는 예능이 전국 어디를 찾아가서든 또 거기서 누구를 만나든 소통될 수 있는 콘텐츠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처럼 거의 전세대의 취향을 하나의 콘텐츠 안에 묶어둘 수 있다는 건 '1박2일'만이 가진 자신감이자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가능성이다. 시청자투어 3탄의 첫 회를 그저 그 참가한 시청자분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채운 것은 단지 시간적인 부족 때문이 아니다. 한 프레임 안에 전 세대가 '1박2일'이라는 제목 하에 앉아있는 그림. 이 풍경이 주는 뉘앙스는 보는 이들을 "역시 1박2일!"이라고 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한 세기를 살아왔던 또 앞으로의 한 세기를 살아낼 전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는 사실은 이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와 의미를 줄 수 있다. 카메라 앞에서도 장난기 가득한 '리틀 강호동'의 천진난만함과 시종일관 웃음을 멈추지 않는 아이의 미소에 한없이 즐거워지다가, 입양해 친 딸처럼 잘 키워준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나려고 신청한 딸의 이야기에 먹먹해지고, 한 세기를 살아온 어르신들이 등장할 땐 그 자체로 뭉클함이 느껴지는 것.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은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가 아닌가. 그것을 한 장면 속에서 보고 있다는 건, 마치 한 인생의 삶을 관조하는 것만큼 뭉클해지는 일이다. 그래서 모두의 소개가 끝나고 '인생극장'이라는 짧은 제목으로 아이서부터 어르신까지 시간의 흐름을 거기 출연하신 분들의 얼굴로 보여주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여전히 정정하신 102세 할아버지가 80세 어르신들에게 "이팔청춘이여!"할 때, 우리가 생각해왔던 세대에 대한 편견은 순식간에 깨져버린다.

따라서 이렇게 전 세대가 모여서 하는 모든 일들은 그들에게도 또 그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새로운 의미를 새록새록 입게 된다. 그 세대들의 여행은 또한 저마다 같은 세대의 시청자들이 대리할 수 있는 여행이 되는 셈이다. 그들이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복불복을 하고, 모두 특별 전세기를 타고 부산까지 날아가며, 거기서 보내는 1박2일 간의 여행은, 거의 전 시청세대가 함께 하는 여행이 된다. 이것은 어쩌면 여행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가진 '1박2일'의 가장 큰 야심이자 저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대감이 커져갈수록, 또 그 재미가 점점 깊어질수록 그만큼 아쉬움도 커지는 게 사실이다. 6개월 후 종영을 예고한 '1박2일'은 마치 시한부 판정을 받은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것처럼 순간순간이 아름다울수록 안타까움도 커져간다. 전 세대를 '1박2일'이라는 비행기에 태우고 지금껏 날아왔던 시간들은, 마치 1세부터 102세 어르신까지를 통해 하나의 역사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소회처럼 아련해진다. 도대체 무엇이 이 많은 분들이 그토록 외쳤던 "1박2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만드는 걸까. 6개월 후, 이제 "1박!"하면 그 누가 "2일!"을 해줄 것인가. 애정이 깊은 만큼 아쉬움도 커지는 '1박2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