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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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 왜 연예인만 문제 삼나

D.H.Jung 2013. 3. 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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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 왜 연예인만 문제 삼나

 

어찌 보면 참 뜬금없는 논문 표절 논란이지만 그 후폭풍은 강력하다. 국민 강사로 불리며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김미경은 실수는 인정했지만 표절 자체를 인정하지는 않았고 그래도 책임을 느껴 자신이 하던 방송 프로그램 tvN <김미경쇼>에서 하차했다. 이미 찍어놓은 방송 분량도 본인의 뜻에 따라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고승덕의 집중분석(사진출처:MBN)'

바로 직전에 터진 인문학 비하 논란(사실 오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과 함께 갑자기 터진 논문 표절 논란으로 인해 본인의 이미지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탓일 게다. 방송이라는 것이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어떤 논란이 생겼을 때는 증폭된 만큼의 더 강한 후폭풍을 몰고 오기 마련이다.

 

논문 표절. 아마도 대학원을 다녔던 이들이라면 “그게 뭐?”하고 반문할 정도로 일상화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석사 논문이라면 논문 몇 개 놓고 적절히 짜깁기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까지 여길 정도다. 이것은 석사 학위라는 것을(이미 대학이 그런 지경이지만) 하나의 스펙으로 여기고 또 학교 측에서도 돈벌이로 생각해 어느 과정을 다니면(돈을 내면) 주는 자격증 정도로 여기는 데서 비롯되는 일이다.

 

논문 표절은 분명 용서되지 않는 일이지만, 이렇게 논문을 사고파는 이른바 스펙사회가 그 본질적인 원인 제공을 하고 있다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굳이 석 박사 학위가 필요 없는 분야에서조차 학위를 요구하는 사회는 강사나 심지어 연예인조차 학위를 갖기 위해 엄한 노력을 하게 만든다. 물론 이렇게 논문을 받으려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그것을 간판 삼아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함이다.

 

김미경이야 강사가 직업이니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다는 증표로서의 학위가 필요 했을 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는 제 아무리 뛰어난 강사라고 하더라도 학위 없는 이들에게 주는 강의가 극히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미경 이후 또 다시 논문 표절 논란이 불거진 김혜수나 김미화 같은 연예인에게 학위가 무슨 소용이 있었는 지 모르겠다. 물론 대학 강단에 서기 위한 목적이나 때로는 강연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보면 연예인에게 학위란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김미경이 실수는 인정하나 표절을 인정하지 않은 반면, 김혜수가 쿨하게 자신의 표절을 인정한 것은 바로 이런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김미화가 부정한 이유? 글쎄 진짜 아닐 수도 있고 또 어쩌면 김혜수와는 조금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활동해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좀 더 결과가 나와야 정확히 알 수 있는 사안이지만 방송 이미지와 활동의 차이가 그 대응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판단이다.

 

어쨌든 김미경에게는 학위가 자신의 위치를 만드는데 그만한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한 반면, 김혜수는 연기자로서 학위가 그녀의 위치에 그다지 큰 역할을 한 것이 없다고 여겨진다. 표절을 해서 학위를 받긴 받았지만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는 않았다는 것(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에서 그녀는 훨씬 더 쉽게 쿨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차이를 굳이 얘기하는 이유는 논문 표절에 있어서 그 활용도를 보자면 연예인보다는 다른 쪽에 더 집중해야 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우리 대학가에 이미 공공연한 논문 표절 문제가 이렇게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 학위의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연예인이 그 주 대상이 되고 있는 건 어딘지 과녁이 잘못된 느낌이다. 연예인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이슈가 되는 건 사실이지만 논문 표절 문제가 가장 첨예할 수 있는 공직자나 정치인 같은 전문 직종에 더 집중되어야 하지 않을까.

 

국민 강사로 불리며 방송가와 서점가의 스타로 떠오른 이미경은 어쩌면 학위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전문가와 연예인(방송인이 더 정확할 것이지만)의 중간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 파장이 클 수 있었다. 하지만 김혜수나 김미화 같은 연예인들로 그 불똥이 먼저 튀는 것은(물론 이것도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사안이 엉뚱한 데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논문 표절이 일상화되어 있는 것도 큰 문제지만 어떤 사회적인 문제가 터져 나왔을 때 연예인 같은 도드라진 존재 몇 명을 희생양 삼음으로써 오히려 그 문제의 뿌리를 놓치는 행태가 일상화되는 건 더 큰 문제다. 논문 표절은 우리의 눈에 지금 보이고 있는 몇몇 연예인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거의 장사가 되고 있는 대학가 학위의 문제, 실력보다는 그렇게 받은 학위라도 스펙으로 먼저 인정되는 사회, 그래서 이제는 김미경이 말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돈이 없으면 ‘개천에서 용 나는 건’ 더 이상 어려운 이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다 내포하고 있는 문제다. 연예인 몇 명에 집중하느라 그 문제들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