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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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에 들어간 김윤석과 강동원의 지분

D.H.Jung 2015. 11. 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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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 밋밋한데도 이토록 몰입시킬 수 있는 건

 

영화 <검은 사제들>은 이야기가 복잡하지 않다. 전형적인 장르영화의 틀을 갖고 있고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도 않는다. 다만 특이한 건 오컬트라 불리는 이 영화의 장르적 특성이다.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현상, 그 중에서도 악령 같은 주로 서구의 문화적 배경에서 자리를 잡은 장르다. <오멘>이나 <엑소시스트> 같은 영화들이 그 범주에 속한다.

 


사진출처:영화<검은사제들>

우리에게도 오컬트적 소재들은 어쩌면 서구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 많은 무당들의 접신 이야기가 그렇다. 최근에 상영됐던 <손님>이나 <그 놈이다> 같은 작품 속에서도 이러한 무당 소재의 오컬트적 요소들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검은 사제들>이 다른 점은 악령을 퇴치하는 방식으로서 사제들의 활약을 거의 변형함이 없이 그대로 그려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한국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문화적 상황이 있기 때문에 무당 같은 우리 식의 해석이 살짝 들어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검은 사제들>은 거의 오컬트 장르의 공식 그대로를 잘 살려내고 있다.

 

오컬트 장르의 이야기 구조는 초자연적인 사건(악령의 출연 같은)이 벌어지고 이를 추적하는 사제가 있으며 누군가의 몸속으로 들어간 악령을 우여곡절 끝에 그 사제가 끄집어내는 그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어찌 보면 단순하다. 실제로 이 영화는 후반부의 반 정도를 한 공간에서 악령과 싸우는 사제들의 이야기로 채워 넣는다.

 

이 정도면 조금은 밋밋하게 여겨질 법도 한데 절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정반대다. 영화가 어떤 곁가지로 흐르거나 복잡한 스토리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도리어 굉장한 집중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건 끊임없이 관객을 불안감으로 몰아넣는 감독의 연출력은 물론이고 김윤석과 강동원 그리고 박소담이 이끌어내는 놀라운 연기력 때문이다. 감독은 제대로 판을 벌렸고 그 위에서 김윤석과 강동원 그리고 박소담은 제대로 놀았다.

 

김윤석과 강동원의 케미는 이미 <전우치>에서도 본 바 있지만 이 작품에서 더 폭발하는 듯하다. 이 두 사람은 브로맨스의 느낌마저 주는데 악령을 퇴치하는 전면에 나서있는 김신부(김윤석)가 영화의 어떤 추진력과 안정감을 부여한다면 그를 보조하는 최부제(강동원)는 관객들이 빙의될 수 있는 친숙함을 준다. 결국 관객은 최부제에 몰입하고 김신부라는 가이드를 통해 오컬트의 현상 속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즉 강동원이 최부제라는 캐릭터를 통해 관객에게 어떤 두려움과 공포감을 부여한다면 김윤석은 김신부를 통해 그 두려움을 헤치고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김윤석과 강동원의 연기야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것이지만 <베테랑><사도>를 거쳐 차근차근 필모그라피를 쌓아가고 있는 박소담의 신들린연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영화에서 연기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 될까. 물론 작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검은 사제들>의 경우에는 연기자 비중이 상당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이 연기할 수 있게 연출이 판을 깔아준 덕이지만 이 영화에서 김윤석과 강동원 그리고 박소담의 지분은 결코 작다고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