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옛글들/드라마 곱씹기 (2288)
주간 정덕현
vs 를 보고 있으면 정말 묻고 싶어진다. “너희들 외계인이니?” 에서 주성치가 만두가게 처녀 아매에게 했던 말을 빌려, “네 별로 돌아가”라고 농담이라도 걸고 싶어진다. 그리고 진짜 묻고 싶은 건 드라마 제목처럼 “도대체 넌 어느 별에서 온 거니?”하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묻고 싶은 또 한 사람이 있으니 같은 별에서 왔으나 지금은 서로 다른 입장에 서서 경쟁하고 있는 다니엘 헤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이 핸섬가이는 떠듬떠듬 서투른 우리말 몇 마디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능력이 있었다. 그는 외계인으로 돌아간 정려원과는 정반대로 한국인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그들이 온 별은 어디? 정려원이 처음 그 몸을 숨긴 곳은 27살 유희진이라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맑게 웃는 모습이 아..
상처에 대한 변주곡한 사람의 마음 속에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상처와 그 아문 흔적들이 있는 걸까. 지금 웃고 있는 저 얼굴 뒤에는 얼마나 많은 아픔들이 숨어있을까. 상처들에 의해 만들어진 나의 얼굴은 또 얼마나 많은 걸까. 는 이제껏 보여줬던 트렌디한 등장인물들이 사실은 그렇게 단순한 인물들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다. 긁을수록 점점 커져만가는 딱지처럼 이 치유가 도무지 불가능해 보이는 상처들은 윤재하, 박은영, 필립, 송이나는 물론이고 그 주변인물들, 윤재하의 어머니와 아버지, 박은영의 어머니와 필립의 어머니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이제 상처들은 조금씩 몸을 간질이며 봄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봄의 왈츠를 추기 전에 먼저 해야될 일이 있다. 마음 속 깊숙이 너무나 깊이 숨겨두어서..
시청률이라는 이름의 파시즘흔히들 “예술영화는 졸리다”는 자조적인 농담처럼, 잘 만들어진 드라마와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는 항상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최근 , 같은 뚜렷한 메시지를 갖고 ‘생각하게 만드는’ 웰 메이드 드라마의 낮은 시청률은, ‘TV는 바보상자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꺼내게 만드는 씁쓸함이 있다.조기 종영되거나 연장 방영되는 드라마가 나오는, 시청률이 지고선이 된 작금의 현실은 한편으로 ‘한류의 종주국’이라는 호칭을 무색케 한다. ‘시청률이 몇%’라는 애매한 잣대로 작품을 난도질하는 대부분의 연예기사들도 시청률이라는 바벨탑을 쌓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한류라는 힘으로 전 세계 컨텐츠 비즈니스의 중심에 서겠다는 포부에 맞는 일일까.물론 시청자들은 아무런 죄가 없다. 문제는 시청..
VS ‘봄의 왈츠’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기나긴 겨울을 전제로 한다. 그 겨울 동안 그들을 버티게 해준 힘은 어린시절 한 자락 가슴 속에 들어앉았던 추억들이다. 윤재하라는 새로운 이름의 겉옷을 입고 겨울을 살아온 이수호의 가슴 속의 절망은 “은영이 수술 후유증으로 죽었다”는 것이었다. 그에게 은영이 죽은 한국은 겨울같은 추억으로만 남아있다. 그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자를 통해 그녀가 은영일지도 모른다는, 그녀가 살아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의 한국행을 결심하게 만든다. 윤재하로 돌아온 그는 이제 이수호로 지내며 은영과 추었던 추억의 봄의 왈츠를 찾아나선다. 숨은 그림 찾기의 시작이다.추억의 장소. 과거에 그녀가 있었던 장소. 하지..
가벼운 너무나 가벼운 윤석호 PD의 가 왈츠풍의 클래식이라면 표민수 PD의 는 코믹하고 경쾌한 스타카토풍의 소품이다. 가 하나의 운명적인 서사시라면 는 쿡쿡 대며 웃다가 눈물이 나는 순정만화이다.의 시작이 청산도의 바다를 잡아, 섬에 갇혀 점점 섬이 되어가는 한 사내의 어린시절을 그렸다면, 는 강원도 오지 첩첩산골에서 다시 만나는 과거의 아우라다. 의 주인공들이 과거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듯이, 의 김래원 역시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교통사고로 애인이 죽은 것.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상처를 다루는 방법은 와 같은 정공법이 아니다. 상처를 보여주고 그 기저의 감성을 갖고 다음의 드라마를 엮어간다기 보다는, 상처를 숨기고 살아가면서 언뜻언뜻 보이는 상처의 모습으로 드라마를 엮어간다. 따라서 드라마의 힘은 와 ..
, 그 하드코어 세상이 말해주는 것들 아이들 성추행 사건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그걸 막는 법을 만들어야할 국회의원이란 사람은 여기자를 성추행하고 뒤늦게 문제가 커지자 가게주인인줄 알았다는 망언을 해대는 세상이다. 할 수만 있다면 “하늘이시여!”하며 기도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드라마 에서 악마소굴 같은 곳에 있는 딸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친엄마 한혜숙의 마음이 그랬을까? 사회나 드라마나 TV 속 네모난 세상 속에서 보여지는 것은 늘 아름다운 세상만은 아니다. 때로는 추악한 모습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여지없이 사회문제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끈다. 그 추악한 모습은 너무나 자극적이고 충격적이어서 일종의 안전장치를 채우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가감 없는 방송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혐오감을 불러일으..
애국가 대중화 논란에 대하여 각본 없는 드라마, 개봉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 예고편을 보러갔다. 예고편이 시작되기 전에 간단한 국민의례가 있었다. 일동기립! 동해물과 백두산이∼ 장중하게 흘러가던 애국가가 갑자기 락 버전으로 바뀌면서 극장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어떤 이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애국가에 맞춰 머리를 흔들고 춤을 췄고, 어떤 이들은 그 행태를 보며 혀를 찼다. 락의 강렬한 리듬과 애국가의 장중한 가사가 만나자 사람들은 깊은 혼동에 빠졌다. 일류극장과 삼류극장 사이 그 광경은 오래 전 흑백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극장에서의 한 장면을 끄집어낸다. 당시 죄지은 게 많은 군인출신 대통령들은 국민의례를 강화했다. 그것은 일본 제국주의 군대부터 배운 것이었다. 애국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울려..
상상플러스 그 처절한 오락프로의 세계이런 상상을 해본다. 실로 연예계를 하나의 무림으로 본다면 지금 그 무림은 수많은 고수들이 출몰해 일순 빛을 발하다가 새로운 고수를 만나 스러지는 혼돈기임에 틀림없다고. 과거의 무림은 정돈되어 있었다. 한 계파가 다른 계파를 넘보는 일이 있기는 있었지만, 흔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계파 간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다. 네모난 TV 속 무림계에서는 음악을 하던 이들이 연기를 하고, 연기를 하던 이들이 노래를 한다. 그들은 또한 너무나 팔방미인인 탤런트(talent)이기 때문에 각종 예능프로에 출연해 개그를 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을 홍보하면서 인간적인 이미지까지 확보한다.문제는 개그계이다. 그들도 가끔 노래도 하고, 음반도 내며, 때로는 연기자로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