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명민 (35)
주간 정덕현
, 재미있지만 부족한 2% 이 거창한 제목의 드라마, 왜 제목처럼 되지 못할까. 아마도 이 그저 그런 드라마라면 이런 질문은 쓸데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궁금증이 드는 것은 이 드라마가 꽤 재미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대본도 탄탄하고 연출도 나무랄 데 없으며 연기도 좋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이렇게 잘 만든 드라마도 흔치 않은데 왜 시청률은 좀체 오르지 못하는 것일까. 물론 작금의 시청률이라는 게 그 드라마의 인기를 정확히 말해주는 척도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는 대중적으로 부족한 2%가 존재한다. 그것은 대중들이 정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애매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렇게 질문으로 바꾸면 좀 더 명쾌해진다. 왜 대중들이 굳이 다른 드라마가 아니라 을 봐야 할까...
아이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들이 거의 매일 뉴스로 방영되는 요즘, '파괴된 사나이'는 스릴러물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공포물에 가까운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어느 날 다섯 살 짜리 혜린이가 유괴되고 그 후로 신실한 목사였던 영수(김명민)는 믿음을 버리고 파괴된 삶을 살아갑니다. 아내인 민경(박주미)은 희망을 놓지 못하고 계속 딸을 찾아다니다가 사고를 당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화 한 통화가 걸려오고 죽은 줄만 알았던 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유괴범 병철(엄기준)은 8년 간을 감금해놓고 키워온 영수의 딸을 놓고 거래를 제안합니다. 영화는 저 스릴러의 한 장을 세웠던 '추격자'와 '그 놈 목소리'를 이어붙인 느낌이 나지만, 디테일은 상당히 다릅니다. 일찌감치 범인을 드러내놓는..
시사회가 아닌 개봉 첫 날, 첫 회에서 영화를 보는 맛은 남다릅니다. 요즘처럼 주말이 아닌 주중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많아지다보니 그 첫 회는 대부분 아줌마들과 함께 보게 됩니다. '내 사랑 내 곁에'도 그랬죠. 극장 안에는 이미 준비된(?) 아줌마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가득 메운 극장 안에 두 서넛 대는 남자들 중 한 명이 저라는 사실이 쑥쓰러울 정도였습니다. 과연 명불허전일까. 김명민의 연기는 빙의에 가까운 경지를 보여줄까. 얼마나 절절한 눈물의 드라마들이 펼쳐질까. 불빛이 꺼지기 전까지 갖은 기대감들이 솟아 올랐지만, 또 한 편으로는 직업적인 어떤 걱정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영화가 지나치게 신파로 흘러, 눈물을 짜게 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아 ..
'내 사랑 내 곁에'의 진정성을 만든 배우들 20kg이라는 살인적인 감량.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몸. 심지어는 미이라 같다는 말까지 들은 김명민의 바짝 마른 몸에서는 눈물 한 방울 나오는 것조차 신기할 따름이었다. 루게릭병 환자 백종우 역을 하면서 그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중력을 견뎌내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들어올리기가 어렵고, 얼굴에 달라붙은 모기 한 마리 쫓아내지 못하는 이 잔인한 병은 고단하고 힘겨운 육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김명민이 왜 그런 몸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그는 이 영화의 다른 중력을 만들어내고 있었으니까. 자칫 눈물의 신파로 번져나갈 수 있는 어수룩한 루게릭병 흉내로는 이 병이 갖는 눈물의 진정성을 보일 수 없었을 테니까. 이처럼 이 영화에서 김명민에..
'애자'의 최강희, '내 사랑 내 곁에'의 김명민 말기 암 판정을 받았지만 그 남은 짧은 시간마저 병치레로 자식이 고생할까 수술조차 받지 않으려는 엄마. 그 엄마 앞에서 늘 투덜거리기만 했던 딸이 억누르고 억눌렀던 눈물을 터뜨린다. 영화 '애자'의 한 장면. 전형적인 신파의 한 장면 같지만, 실상 영화를 보면서 이것이 신파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예쁘게 눈물 흘리기보다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 잔뜩 일그러져 심지어 못생겨 보이는 최강희의 얼굴을 보면 거기서 분명 진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의식과 감각은 그대로인 채 근육만 마비되어 가는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는 종우(김명민). 그리고 그의 앞에 나타나 끝가지 그 곁의 사랑이 되어준 지수(하지원).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의 구도는 역시 병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배우, 김명민 김명민의 연기투혼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불멸의 이순신'에서 신화 속의 이순신을 인간 이순신으로 살려놓고, '하얀거탑'에서 장준혁을 통해 우리 시대의 욕망을 들춰내고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로 변신해 오합지졸 갈 곳 몰라 하는 서민들에게 벼락같은 호통과 당당함을 가르친 우리 시대의 진짜 배우, 김명민. 그는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이제 온 몸의 근육이 점점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 환자 종우로 점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MBC스페셜'이 조명한 배우 김명민은, 이미 종우처럼 걷고 종우처럼 생각하고 종우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자동차 앞에서 넘어지는 장면을 찍기 위해 김명민은 계속 "한번만 더"를 요구했다. 정작 그것을 요구해야 할 감독 스스로도 숙연해질..
우리에게 스타란 무엇일까. 젊은 시절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던 연인이자, 언제나 피곤한 몸을 기댈 수 있는 넉넉한 어깨를 가진 친구 같은 존재일까. 우리와는 다른 별세계에 있으면서 가끔 우리에게 그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꿈의 존재일까. 아니면 도무지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우리와는 다른 신적인 아우라를 가진 존재일까. 그저 냉정하게 바라봐 자본주의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만들어낸 신을 대체하는 인간상품의 하나일까. 스타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처럼 극에서 극으로 달린다. 한없이 찬사의 대상이 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끝없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한없이 동경의 대상이 되다가도, 어느 순간 동정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지는 ..
주말 밤의 풍경을 바꾸는 명품 다큐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자, 히딩크의 사나이, 그리고 맨유의 심장이자 현 국가대표 주장.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성실함으로 늘 경기장에서 가장 많이 뛰는 선수. 하지만 이런 화려한 영광 속에 서 있는 박지성은 스포츠 경기 중계나 뉴스를 통해서 보여진 모습일 뿐이었다. ‘MBC 스페셜-당신은 박지성을 아는가’에서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사실은 진면목을 잘 모르고 있는 박지성을 다큐멘터리 특유의 진정성으로 포착해 큰 호응을 얻었다. ‘MBC 스페셜’이 보여준 박지성은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지만 보통사람이고 싶은” 한 세계적인 축구스타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MBC 스페셜’은 작년 말부터 주목받는 다큐멘터리로 호평을 받아왔다.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