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90도 인사, 굴욕이라 비난 말고 그 겸손을 배워라

인사는 왜 하는가.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나누기 위해서 하는 게 인사일까. 물론 권위주의 시대의 인사란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나뉘어 받는 사람의 권위나 지위가 더 높다는 걸 확인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과연 온당한 생각일까. 

인사는 반가움의 표시다. 윗사람 아랫사람을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받는 사람 따로 있고 하는 사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지위와 나이를 떠나서 반가움이 크면 그 마음을 더 크게 표현할 수 있다. 또 인사는 자신을 낮춤으로써 오히려 자신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때때로 어르신이 청춘에게 어떤 일에 대해 감명을 받고 “존경합니다”라고 말하는 경우, 우리는 그 어르신의 높은 인격을 오히려 더 느끼게 된다. 

조용필은 이미 칠순이다. 그가 지난 27일 판문점 평회의 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서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김정은 위원장 부부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아무런 문제될 것이 없었다. 조용필은 김정은 위원장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내외에게도 똑같이 인사했다. 물론 조용필을 잘 아는 팬들이라면 그가 팬들 앞에서도 그렇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는 걸 알고 있을 게다. 

그런데 그것이 ‘굴욕적’이란다. 그냥 간단히 인사를 했어야 했는데 허리까지 굽힌 것이 그렇단다. 지적이 있었고 비난이 생겼으며 논란도 일어났다. 무슨 의도에서 그런 것인지 정치적인 해석까지 덧붙여졌다. 그런데 뭐가 ‘굴욕적’일까. 예의를 다하고 나이와 상관없이 고개를 숙여 겸손을 보인 것이 굴욕적인가. 

조용필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명했다. “조용필은 평소에도 그렇게 인사를 한다”며 “특정인을 의식했다거나 특별한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조용필은 평소 길에서 팬들을 만나더라도 똑같이 대한다. 항상 누구에게나 같은 자세로 인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실 연예인들은 팬들이 나이가 많건 적건 상관없이 똑같이 90도 각도로 인사하는 게 상례가 되어 있다. 그건 자신들을 사랑해주는 팬들에 대한 일종의 예우이고, 고마움의 표시다. 그러니 이제 칠순에 가깝도록 현역 최고의 가왕으로 살아온 조용필에게 이런 인사법이 습관처럼 생긴 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이번 해프닝이 드러낸 건 조용필이 왜 지금껏 가왕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처럼 보인다. 가왕이라 불려도 항상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자세를 가져온 것이 그 비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나이 많다고 고개 뻣뻣이 들고 인사를 받는 모습을 보였다면 그것이 ‘굴욕적’이었을 게다. 그런 모습에는 과거 권위주의적인 시대착오적 모습이 비춰질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조용필은 그러지 않았다. 관계와 예우에 있어서 누가 위에 있고 누가 아래에 있다는 식의 겉치레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잘 치러지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겉치레 보다는 진심이 더 중요하다는 그 남다른 생각이 있어서였다고 보인다. 누가 더 힘이 강한가를 내세워 대결하기보다는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고 손을 잡는 모습이 다른 체제로 나뉜 남북을 새로운 길로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니 말이다. 조용필은 겸손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것은 왜 지금도 대중들이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는가를 말해주는 것이었다.(사진:유튜브)

반칙 외모에 연기까지 겸비한 중년 여배우들

 

SBS 새 월화드라마인 <미세스캅>의 여주인공은 김희애다. 그녀의 나이 48. 50줄을 몇 년 남기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반칙(?) 외모의 소유자인데다, 그간 쌓여온 연기 공력은 한 마디로 넘사벽이다. 게다가 김희애 특유의 그 우아함은 심지어 이 드라마의 설정 상 하수구에 빠지기도 해야 하는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가려질 수 없었다고 연출자인 유인식 PD는 밝히기도 했다.

 


'미세스캅(사진출처:SBS)'

그녀는 <밀회>에서는 이제 20대 후반인 한참 나이 어린 유아인과 연인 관계를 연기한 적도 있다. 무려 20년 나이 차를 훌쩍 뛰어넘는 멜로 연기인 셈이다. 하지만 그게 하나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이 가능했던 건 철저한 자기 관리로 이제 30대라고 해도 믿어지는 외모에, 실제 극중 주인공인 것처럼 완벽하게 빙의되는 그 연기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이니 이제 <미세스캅>에서 형사 같은 거친 역할을 한다고 해도 신뢰가 갈밖에.

 

김희애라는 배우의 이런 나이를 뛰어넘은 연기는 이제 드라마에 캐스팅되는 중견 여배우들의 상징처럼 되어있다. 나이가 들어도 잘 관리하기만 하면 오히려 더 깊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고 또 시청자들에게도 신뢰를 준다는 점에서 이들 중견 여배우들은 선호된다. 게다가 지상파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중년 여성들에게 이 나이를 잊은 듯한 중견 여배우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로망을 주기도 한다.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들이 중년인 이유 역시 이 주 시청층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KBS <어셈블리>의 여주인공 송윤아의 나이는 42세고 MBC 주말극 <여자를 울려>의 여주인공 김정은은 41세다. SBS 주말극 <너를 사랑한 시간>의 하지원은 37세지만 상대 남자 역인 이진욱은 33세이고 심지어 윤균상은 28세다. KBS 월화드라마 <너를 기억해>의 여주인공 장나라도 35세로 6살 나이가 적은 서인국과의 멜로 라인을 그리고 있다. 새로 시작하는 수목드라마인 <용팔이>의 여주인공 김태희도 35세로 상대역인 주원은 27세다.

 

앞에서 말한 대로 드라마 여배우들 대부분이 중년의 나이인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고 그것은 납득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다보니 신인 여배우들은 좀체 보이지 않는다. 과거 김희애도 송윤아도 김정은도 하지원도 장나라도 김태희도 모두 20대 시절 연기를 했었다. 그 때는 물론 미숙한 점도 많았다. 모두가 지금처럼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김태희 같은 경우는 연기력 논란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기도 했다. 최근 <용팔이> 제작발표회에서도 이 연기력 논란이 또 지적됐다. 하지만 그녀는 의외로 담담하게 기자의 당혹스런 질문에 답을 하는 여유를 보여주었다. 그녀도 이제 나이가 들었다는 얘기다. 여자 연기자에게 있어서 나이가 들었다는 건 양날의 칼이다. 그것은 삶의 경험치에 따라 연기의 해석력도 깊어진다는 뜻이지만 다른 하나는 여주인공의 자리에서 조금씩 밀려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의 드라마 제작의 경향을 보면 나이와 여배우의 상관관계는 그리 딱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닌 듯 보인다. 나이 들어도 여전히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있는 중견 여배우들로 오히려 신인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게 그 현실이다. 이건 해당 여배우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새로 연기의 세계에 들어서는 신인들에게는 암담한 현실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의 드라마들은 어떻게 꾸려진다고 하더라도 향후 10년 이후를 내다본다면 그것은 자칫 여배우 기근 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희애처럼 반칙 외모에 나날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연기까지 갖춘 배우가 있다는 건 축복받을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젊은 배우들이 설 자리를 마련하는 일은 우리네 드라마 업계의 새로운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신인 여배우들의 경우는 심각하다. 지속가능한 드라마 한류를 이어가기 위해서 이 문제는 결코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네 취업시장이 안고 있는 두 가지 문제를 고스란히 닮아있다. 즉 경험이 풍부한 고령의 경력자들을 계속 끌어안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청춘들을 산업현장으로 캐스팅하는 일. 드라마 캐스팅 현장에서도 발견되는 세대 간에 벌어지는 기회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지금 해결해야하는 당면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마의>도 <신의>도 누른 <울랄라부부>의 힘

 

이 정도면 코믹도 명품이다. 사실 <울랄라부부>에 대한 기대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미 최순식 작가의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보여준 영혼 체인지 이야기의 반복 정도가 아닐까 여겨졌다. 게다가 경쟁작들이 모두 사극이다. 그것도 이병훈PD와 김이영 작가, 김종학PD와 송지나 작가 같은 쟁쟁한 이들이 쓰고 연출하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그저 평범해 보이는 영혼 체인지의 로맨틱 코미디인 <울랄라부부>가 모든 예상을 깨고 수위에 올라섰다. 도대체 이 반전의 이유는 뭘까.

 

'울랄라부부'(사진출처:KBS)

단순하지만 웃기다는 것이다. 아니 웃기는 정도가 아니라 빵빵 터진다. 이제 서로에 대해 시들해진 30대 부부인 나여옥(김정은)과 고수남(신현준)의 영혼체인지는 생각 외로 재미있는 요소들을 많이 내포하고 있었다. 그잖아도 무시당하며 가족들 뒷바라지에 지친 나여옥에게 고수남의 불륜이 드러나고 그것 때문에 이혼을 결심한 바로 그 순간에 영혼체인지가 일어났다는 점이 포인트다.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듯 툭탁대면서도 그 바뀐 성과 역할 속에서 뒤집어지는 일상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적지 않다.

 

고수남의 영혼이 들어간 나여옥이 아침을 대충 차리면서 ‘먹으면 단박에 배부른 캡슐’ 같은 건 없냐고 툴툴 대는 장면이나, 영혼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 합방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얘기에 잠자리에서 뒤바뀐 역할로 아옹다옹하는 모습은 일상적인 성 역할을 뒤집는 통쾌함이 묻어난다. 나여옥(사실은 고수남)이 고수남의 몸을 노골적으로 스킨십하고 그걸 징그러워하며 거부하는 고수남의 여성스런 몸짓은 그 자체로 웃음을 주면서도 그 안에 남녀 간에 부지불식간에 만들어져 왔던 권력관계를 뒤집는다.

 

결국 영혼체인지는 과거 이미 셰익스피어의 희곡 같은 작품에서 역할 바꾸기를 통해 보여준 것처럼 ‘소통’의 문제를 건드린다. 부부 간의 소통이 그 전면에 놓여 있지만 이야기는 그런 사적인 위치에만 머무르진 않는다. 거기서 나아가 가정과 사회 속에서의 남자와 여자라면 서로 공감할만한 상황과 설정들을 집어넣음으로써 소통의 폭을 넓힌다. 로맨틱 코미디지만, 그래서 보는 내내 빵빵 터지며 웃을 수 있지만, 그러면서 결국 도달하는 건 서로에 대한 소통과 공감이다. 울랄라부부는 지금 30대 시들해진 부부가 겪을 수 있는 극단에 서서 영혼체인지라는 코드를 활용해 서로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 소통의 물꼬를 열어보려 하고 있다.

 

이렇게 거창하게 얘기해도 그 소재가 이미 여러 번 다뤄진 것은 물론이다(이건 심지어 고전적이다). 그만큼 진부할 수 있는 소재지만, 그것을 단번에 넘어서게 해주는 건 김정은과 신현준의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코믹 연기다. 물론 코믹 연기라고 해서 의도적으로 웃기려고 하는 그런 코미디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완전히 남자와 여자의 성 역할이 바뀐 상황에 몰입함으로써(따라서 그들은 진지하다) 그걸 보는 시청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나여옥 영혼에 빙의된) 신현준은 하소연을 하면서 실제로 눈물을 흘린다. 그것은 진심이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큰 웃음을 준다.

 

쩍벌남에 때론 거친 모습을 보여주는 (고수남 영혼을 갖게 된) 김정은 역시 마찬가지다. 귀여운 외모를 가진 그녀가 털털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그 반전이 주는 웃음의 진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남성적인 외모의 신현준이 여성적인 목소리 톤과 몸 동작을 할 때 배가 되는 그 반전효과와 마찬가지다. 코믹 연기로서 <울랄라부부>는 신현준과 김정은에게 하나의 전기가 될 작품으로 보인다.

 

<울랄라부부>가 <마의>나 <신의> 같은 쟁쟁한 작가와 PD들의 작품들과 경쟁해 수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 영혼체인지가 주는 코믹함과 더불어 소통의 쾌감이 많은 공감대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모든 걸 효과적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신현준과 김정은의 연기다. 이 둘의 연기가 있었기 때문에 <울랄라부부>는 평작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김정은, 만인의 연인에서 전설로 돌아오다

"더 이상 속이고 살기 싫어. 그럴 자신 없어." "난 노래하고 기타 칠 때가 제일 즐거워." "나 이제 다시 사내놈 뒤에 숨어사는 비겁한 짓거리는 안할라구. 나 그냥 전설희로 살려구." '나는 전설이다'라는 드라마에서 김정은이 전설희라는 캐릭터로 분해 하는 일련의 대사들을 듣다보면 그것이 연기자로서 자신의 속내를 토로하는 것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그녀가 지금 '나는 전설이다'라는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은 지금껏 숨겨진 그녀의 진면목처럼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물론 파티에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일 때 그녀는 우아하다. 하지만 그 화려함이 그녀의 진짜 얼굴은 아닌 것 같다. 그녀는 오히려 그 자리를 벗어나 노래방에서 맘껏 소리 질러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들고 무대 위에 올라 전에는 몰랐던 카리스마를 뿜어낼 때 더 진짜 같은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우아함과 털털함 사이에서 도도함과 반항기어린 모습 사이에서 그녀는 어느 쪽으로 흘러도 편안해지는 연기자의 얼굴을 얻었다.

김정은이 대중들에게 각인된 것은 '파리의 연인'에서 태영이라는 역할로 우리의 '만인의 연인'이 되면서부터이다. 물론 그 때 태영이라는 캐릭터도 전설희 못지 않게 괄괄하고 명랑했지만 우리의 기억에 남은 김정은의 이미지는 발랄하기 이를 데 없는 연인이었다. 그 후로 그녀는 우리에게 무슨 역할을 해도 계속해서 연인으로 자리해왔다. 김은숙 작가의 '연인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서 '연인'이라는 작품은 그녀가 가진 연인이라는 이미지를 끝까지 소비시키는 작품으로 남았다.

물론 '김정은의 초콜릿'은 그녀가 가진 연인의 이미지를 계속 이어간 방송 프로그램이지만 그녀는 다른 한편으로는 이 이미지를 넘어서 좀더 확장된 연기자로서의 변신을 꿈꾸었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혜경이라는 역할로 그녀가 보여준 강인한 면모는 그 가능성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그 후 '종합병원2'에서 환자의 입장을 더 생각하는 의사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영화 '식객-종합병원2'에서 성찬과 대결구도를 갖는 세계적인 요리사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그 작품들이 그녀의 변신을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나는 전설이다'는 그 연기자로서의 변신이 담겨지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에게는 중요한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 김정은은 상류층의 우아함에서부터 록 밴드의 털털함까지를 보여주고 있고, 이혼을 해주지 않으려는 남편 지욱(김승수)과 법정 대결을 벌이면서 동시에 마돈나 밴드의 리더로서 멤버들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을 연기하고 있다. 현실의 갑갑함은 법정 대결이라는 극단적인 공간 속에서 그려지고, 그 갑갑함을 털어내는 무대라는 공간이 병치됨으로써 이 양극단의 세계는 작품 하나로 오롯이 담겨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양극단을 오가게 해주는 인물은 다름 아닌 김정은이다.

김정은은 이제 '만인의 연인'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연기자로 우리에게 돌아오려 한다. '나는 전설이다'는 그 변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쾌활한 얼굴 속에서 언뜻 우울함이 엿보이고, 그 우울함 속에 그것을 깨쳐버리는 강인함이, 또 그 강인함 옆에 자리한 부드러운 이미지가 그녀의 연기자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감지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 작품은 훗날 그녀의 연기 인생에서 '전설'로 남을 지도 모를 일이다.

‘종합병원2’보다 ‘하얀거탑’에 끌리는 이유

‘종합병원2’의 정하윤(김정은)이란 캐릭터에 대해 말들이 많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인데다가, 어떠한 끌리는 면모도 발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당연히 그 역할을 연기하는 김정은에게도 화살이 날아간다. 실제로 ‘종합병원2’의 김정은이 연기하는 정하윤이라는 옷은 잘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다.

드라마 초반의 정하윤이란 캐릭터는 좀 과장된 성격으로 김정은이 지금껏 빛을 발해왔던 코믹 연기와 잘 어울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 캐릭터가 초반부의 발랄함에서 어느 순간 진지해지는 시점에서부터(바로 이 시점부터 캐릭터에 대한 매력도 떨어졌다) 연기자와 캐릭터 사이에 균열이 생겼다. 도대체 왜 주인공이 매력이 떨어지는 이런 상황이 생긴 걸까.

정하윤은 의사이면서 변호사의 마음을 갖고 있는 복합적인 성격의 캐릭터다. 변호사로 일해왔으나 아버지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의사가 되는 이 인물은, 병을 고치는 의사이면서도 그 의사의 의료행위를 감시하게 되는 변호사의 입장을 동시에 갖게 되면서 동료 의사들과 대립하게 된다. 이 드라마가 제시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 캐릭터를 통해 명확해진다. 의사들의 의료사고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의사의 입장까지도 포착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의학드라마의 계보 속에서, 또 우리네 고질화된 집단적 사회 풍토 속에서 이 낯선 정하윤이라는 인물은 그다지 환영받을 만한 캐릭터는 아니다. 집단주의에 경도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내부고발자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분명 이런 주제의식을 드라마로 풀어내겠다는 시도 자체는 대단히 신선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중들에게 환영받지 못할 캐릭터를 어떻게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은 이것과는 다른 문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껏 ‘종합병원2’가 그려낸 정하윤이란 인물은 그다지 매력적이지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의료사고에 대한 메시지를 건드렸던 드라마가 있다. 그것은 ‘하얀거탑’이다. 여기서는 장준혁(김명민)과 최도영(이선균)이 부딪친다. 사실 최도영은 의료정의를 구현하려는 인물이었지만 대중들은 오히려 장준혁에 더 열광했다. 그것은 이 드라마가 정의를 구현하는 내부고발자인 최도영보다는 집단주의의 희생양으로 그려지는 장준혁에 더 집중한 이유다. 장준혁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결과적으로 이 드라마는 의료사고에 대한 메시지를 충분히 얘기했다. ‘종합병원2’가 가진 대중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캐릭터의 문제를 거꾸로 뒤집어 접근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하윤을 연기하는 김정은이라는 배우가 가진 아우라가 여전히 코믹쪽에 더 기울어 있다는 것도 이 드라마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복잡한 심리상태를 이해시키는데 적어도 배우가 어떤 틀에 갇힌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다. 물론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무언가 다른 내면연기를 보여주었던 김정은이지만, TV 속에서 우리에게는 여전히 ‘파리의 연인’의 태영으로 더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 어딘지 상큼 발랄한 이미지를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정하윤이라는 매력이 떨어지는 캐릭터의 옷을 입은 김정은에게 실망감을 느꼈을 수 있다.

‘종합병원2’는 ‘하얀거탑’과 비교하면 착한 드라마다. 거기에는 의료사고에 대해 고민하고 후회하는 의사들이 자기반성의 과정을 거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이것은 ‘하얀거탑’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하얀거탑’은 대신 강력한 욕망을 가진 한 인간의 질주에 더 집중하고, 그 추락의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거꾸로 의료사고에 대한 문제의식을 끌어낸다. 차이는 그 과정을 보여주는 캐릭터에 대한 대중들의 매력도다. 우리는 아직은 ‘종합병원2’의 정하윤보다는 ‘하얀거탑’의 장준혁에 더 끌린다. 어쩌면 그것이 대중들에게는 더 리얼하게 의사집단을 그려낸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 현실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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