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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남자의 자격', 사랑받을 자격을 얻은 아저씨들 카메라가 돌아가는데도 어디서든 거침없이 옷을 훌렁훌렁 벗어젖히는 이경규. 저질 체력으로 숨 쉬는 것조차 힘겨워 하는 김태원. 그런 모습이 등장할 때면 어김없이 달라붙는 자막. '아! 아저씨...!' 이 짧은 장면과 자막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일상 속에서 우리가 아저씨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것이니까. 하지만 '남자의 자격'에서 이 자막은 다른 의미 하나를 더 덧붙인다. 그것은 그저 부정적인 의미로서의 아저씨가 아니라, 스스로 나이 들어감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귀여운 솔직함과 그러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긍정적인 아저씨의 이미지다. 물론 1년 전, 이들은 그저 아저씨였다. 이경규는 여전히 버럭 대면서 독주하려 했고, 몇몇 토크쇼를 통해 예능감을 ..
재주는 '무도'가 넘었지만... 이제 곧 밴쿠버에서 동계 올림픽이 시작됩니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거기에는 아마도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에 대한 관심 때문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연아 선수겠죠. 그녀의 금번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에서의 금메달 도전은 국민적인 관심사를 넘어 세계적인 관심사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녀는 물론 경기장에서의 매력적인 연기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은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이 전파되었습니다. 그녀가 국민여동생으로서 누구에게나 지지받는 존재가 된 것은 이 경기장 안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경기장 밖에서의 옆집 동생 같은 수수한 얼굴이 균형있게 비추어졌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예능 ..
스토리를 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만든 변화들 "'1박2일'의 힘은 스토리텔링에서 나옵니다." '1박2일'의 이명한 PD는 그 힘을 스토리에서 찾았다. 파편적으로 뚝뚝 끊어지는 몇몇 재미들만으로는 '1박2일' 같은 파괴력은 나올 수 없다는 것. 이것은 2009년 들어와 소재적으로도 세대적으로도 폭이 넓어진 예능 프로그램의 한 특징이다. 이야기를 추구하는 버라이어티쇼들은 이제 전통적으로 웃음에만 천착하던 틀을 벗어나 이야기 자체가 주는 다양한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무한도전'의 '여드름 브레이크' 같은 경우, 만일 웃음이라는 포인트로만 본다면 그다지 재미있는 소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 소재는 버라이어티쇼가 이제는 웃음을 넘어서 서스펜스 같은 새로운 영역의 재미를 끌..
예능의 새 판도, 땀은 웃음보다 진하다 21.0975km. 꼴찌로 다리를 절룩거리며 들어오는 이경규와 이윤석을 보던 김성민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 얼굴을 본 이경규 역시 눈물을 흘렸다. 애초에 황영조 선수가 마라톤 대회 참가 자체가 무리라고 했던 이윤석은 수차례 멈추고 쓰러지기를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결승점을 넘어섰다. "뭐 하나 끝까지 한 게 없다"는 자책감에 "이번만은 포기할 수 없었다"고 이윤석은 말했다. 전편에 마라톤을 준비하며 큰 웃음을 주었던 '남자의 자격-마라톤 도전'편은 후편에 웃음에 대한 강박이 없었다. 그저 진정성이 깃든 값진 땀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쇼는 웃음 그 이상의 힘을 발휘했다. 예능의 새로운 판도로서 땀이 주는 진실된 이야기가 시청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1박2일..
김C와 김성민, 예능에 리얼을 입히는 그들 확실히 예능은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남들은 웃기려고 안달복달 예능을 하려 할 때, 오히려 진지한 얼굴로 다큐해서 호평을 받는 시대니 말이다. 그 새로운 시대의 징후처럼 서 있는 인물이 바로 김C다. 그는 강호동이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가며 "시베리아 야생 수컷 호랑이~"를 연발할 때도, MC몽이 발군의 예능감을 살려 몸 개그를 날릴 때도, 은초딩이 눈을 깜박깜박하며 또 무슨 장난을 쳐서 웃음을 줄까 고민할 때도, 이승기가 안되는 요리 실력으로 요리를 하겠다며 난리 블루스를 출 때도, 이수근이 예능의 빈 공간에 불쑥불쑥 초절정의 개그를 선보일 때도 그저 묵묵히 무표정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다. 아니 무표정이 아니라 오히려 인상을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그들이 주는 웃음에 깊은 여운이 느껴지는 이유 그것이 어찌 즐겁기만 한 일일까. '남자의 자격'의 미션, '남자, 하늘을 날다Ⅱ'. 제목은 멋지지만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제목만큼 낭만적이기만 한 일은 아니다. 시속 1200km에 육박하는 속도의 전투기에 몸을 싣는 일이 어찌 쉬운 일일까. 가속에 의한 중력을 체험하는 훈련에서 이 남자들은 저마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중력의 무거움이 주는 고통을 이겨냈다. 심지어 이윤석은 순간 의식을 잃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들이 한 명씩 들어가 얼굴이 무너지는 고통을 견뎌낼 때, 바깥에서 그 광경을 보던 윤형빈이 "이거 웃으면 안되는데"하고 말한다. 아마도 이 광경을 본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힘겨움을 생각하면 이렇게 웃으면 안되는데 왜 웃음이 터질..
이경규, 칼날이 아닌 칼자루가 되어야 '남자의 자격' 초반부에서부터 이경규는 확실한 보검이었다. 한동안 위기설을 겪고 난 후여서인지 그는 프로그램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남달랐다. 새로운 예능의 형식으로 자리한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역력했고, 늘 전면에 서서 프로그램을 좌지우지하던 과거의 방식을 버리려 노력했다. 김국진 앞에서 이경규는 의도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고, 지나치게 열성적인 모습으로 이 대한민국 평균 이상의 연령들에게 피해를 주는 김성민에게 당하는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여주었다. 50대 이경규의 이런 자세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리얼 버라이어티쇼는 음악으로 치면 독주보다는 합주를 해야 하는 형식이며, 그 합주에서 함께 출연하는 출연진들과의 적절한 토크 배분은 매우 중..
생고생 버라이어티, ‘1박2일’, ‘남자의 자격’, ‘천하무적 야구단’ “버라이어티 정신!” ‘1박2일’이 틈만 나면 외치는 이 구호가 의미하는 건 뭘까. 그것은 아마도 자신들이 생고생을 하더라도 다양한 웃음을 줄 수 있으면 결행한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물을 보면 입수한다” 같은 강호동이 이른바 ‘예능의 정석(?)’이라고 주장한 것이 바로 그 버라이어티 정신에 해당한다. 그런데 ‘1박2일’의 성공에 자극받은 것일까. 최근 들어 KBS 주말 예능의 ‘버라이어티 정신’이 눈에 띈다. ‘1박2일’은 물론이고, ‘천하무적 야구단’, ‘남자의 자격’이 그 생고생 버라이어티의 진수를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다. 시작부터 야생 버라이어티를 주창한 ‘1박2일’은 생고생 버라이어티의 전형이 되었다. 한겨울에 야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