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에게 약간의 시간을 줘야 하는 이유

 

강호동이라는 이름은 육중하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잠시 예능을 떠나있는 동안이 오히려 강호동의 이름을 더 육중하게 만들었다. 기대감만 더 커진 셈이다. 하지만 그가 복귀했을 때 바로 이 육중한 기대감은 강호동은 물론이고, 강호동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게마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맨발의 친구들'(사진출처:SBS)

<스타킹> 8.5%, <무릎팍 도사> 5%, <달빛 프린스> 4%, <우리동네 예체능> 7.5%, <맨발의 친구들> 4.7%. 강호동이 출연한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낮아도 너무 낮다. 그래서 항간에는 강호동이 한 물 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강호동 출연 프로그램의 낮은 시청률이 오롯이 강호동만의 잘못일까.

 

먼저 <스타킹>과 <무릎팍 도사>의 시청률 추락은 강호동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다. <스타킹>은 이미 강호동이 있던 시절에도 내리막을 걷던 프로그램이다.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쏟아지면서 일반인 스타를 찾던 <스타킹>은 차별성을 잃어버렸다. 제 아무리 놀라운 재주를 가진 일반인들이 나와도 마치 동네 경연 같은 느낌을 주게 된 것. 화려하고 한 가지 종목에 집중되어 더 전문화된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영향이다.

 

<무릎팍 도사>는 강호동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는 토크쇼지만, 연예인 토크쇼 트렌드가 지나버린 지금 사실상 그 누가 맡아도 어려운 프로그램이 되었다. 발군의 유재석도 <놀러와>의 추락을 버텨내지 못했듯이. <스타킹>과 <무릎팍 도사>의 추락은 이런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그저 강호동이라는 MC에 기대보려 했던 방송사들의 패착인 셈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런칭한 프로그램들은 어떨까. 일찌감치 폐지된 <달빛 프린스>는 새로운 시도는 좋았지만 책이라는 소재의 한계를 쉽사리 뛰어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강호동과는 소재적으로도 잘 맞지 않는 옷이었다. 오히려 이것이 기획 포인트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갖고 있는 정적인 분위기는 강호동의 동적인 장점을 살려내기는 무리였다.

 

<우리동네 예체능>은 복귀한 강호동으로서는 가장 효과를 발휘하고 또 기대해볼만한 프로그램이다. 시청률이 7% 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지만 반응도 좋은 편이고, 확장가능성도 많은 프로그램이다. 동네 스포츠의 다양함은 물론이고, 동네의 숨은 고수들은 거의 무한대로 많다. 여기에 조달환이나 이병진처럼 미친 존재감들이 가세하면서 끊임없는 추동력을 만들어낸다.

 

4연승을 하면 동계올림픽에 가고 싶다는 소원은 동네 스포츠에서 국가대표 스포츠까지를 아우르겠다는 야심마저 보인다. 무엇보다 든든한 조력자 이수근과 합이 잘 맞는 강호동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예능과 체육이라는 옷을 제대로 찾아 입은 셈이다. 주말에 훨씬 어울리는 아이템을 주중에 편성시킨 것이 하나의 오점처럼 보이지만 그것마저 역발상으로 뒤집을 수 있다면 전체적으로 침체된 주중 예능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

 

<맨발의 친구들>은 그 맨발로 뛰겠다는 의지는 좋으나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 이미 <런닝맨>이나 <정글의 법칙>을 통해 해외로케 예능의 가능성을 제대로 본 것은 맞지만 중요한 것은 거기에 우리네 대중의 정서를 담지 못했다는 점이다. <런닝맨>의 해외로케는 정규적인 것이 아니고 가끔 나가는 데다 예능 한류가 주는 자긍심이 있다. 또 <정글의 법칙>은 어떤 정글이라는 공간이 주는 고생에 대한 의미화가 분명하다. 거기에는 환경과 공존의 의미가 있다.

 

<맨발의 친구들>이 추구한 것이 없는 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문화 교류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에 가서 그들과 똑같이 하루를 살아보는 체험은 그들과 맨발로 부딪치는 문화교류라는 의미를 찾아내려 하지만, 대중들에게는 그만큼 절절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눈물 나는 진짜 생고생이 아니라면 해외로케는 서민들에게는 그 자체로 배부른 얘기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힘겨워진 현실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맨발의 친구들>은 그 의지가 나쁜 건 아니다. 따라서 이를테면 체험을 국내로 돌리고 진정으로 어려운 삶을 살거나 문화적으로든 나이로든 빈부의 격차로든 서로 섞이기 어려운 서민들 속으로 들어간다면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맨발의 진심이 아니겠는가.

 

문제는 강호동을 세우고 새롭게 런칭한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조급증이다. 한때 <1박2일>로 40%가 넘는 시청률 기록의 사나이인 그에게 시청률 4%, 5%는 일찌감치 ‘글렀다’는 속단을 불러온다. 하지만 <1박2일>도 처음부터 40%는 아니었다는 것을 상기해보라. 강호동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만들어내는 조급증은, 될 프로그램도 안 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호동은 여전히 육중하다. 그리고 그 육중한 몸을 더 열심히 놀리고 있다. 부담은 몇 배다. 프로그램이 안 되면 오로지 그 탓이 자신에게 온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어서다. 또 자신 때문에 프로그램에 대한 관대함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 또한 알기 때문이다. 조금만 기다려보자. 그에게도 어느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죽을 힘을 다해 맨발로 뛰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만이 그 육중함을 이겨낼 유일한 방법, 바로 진정성을 끌어낼 수 있는 길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다.

'라디오스타', 황금어장의 메인이 될 수 있을까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훈련병, 예비역 그리고 수지'라는 부제가 달린 '라디오스타'는 오프닝과 함께 이제 곧 입대하게 될 김희철을 토크의 상 위에 올려놓았다. 김국진부터 윤종신, 김구라가 김희철을 상대로 한 마디씩 빵빵 터트린다. "이별도 쿨하게- 고품격 약 올리기 방송"이라고 외치는 김국진의 멘트는 '라디오스타'라는 독특한 토크쇼의 색깔을 분명하게 해준다. 즐거움을 위해서는 떠나는 MC조차 소재가 되는 곳. 바로 '라디오스타'다.

기막힌 것은 이제 훈련병이 될 김희철을 염두에 두고 이제 갓 제대해 예비역이 된 붐과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 최자, 그리고 모든 장병들의 로망일 미스에이의 수지가 함께 자리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본격적으로 군대 얘기를 뽑아보겠다는 심산이다. 게다가 붐은 이제 '붐느님'으로 불릴 정도로 예능계의 블루칩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역시 붐을 중심으로 군대 이야기가 이어지고 여기에 개코와 최자가 적절한 포인트마다 재연을 해줌으로써 쉴 새 없는 웃음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진다.

'라디오스타'의 편집은 말 그대로 현란하다. 이 프로그램이 너무나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릎팍도사'에 가려 실제로 짧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라디오스타'만의 독특한 편집스타일 덕분이다. 네 명의 MC가 순서와 상관없이 연속으로 이야기를 쏟아내고 영상은 짧게 끊어서 그 이야기하는 인물을 포착한다. 좁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이 빠른 편집은 보는 이에게 속도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팽팽 돌아가면서 집중할 부분은 CG처리 등으로 과장해주고, 그러다가 마치 과녁에 적중이라도 한 것처럼 웃음이 터질 때면 잠시 그 리액션을 잡아주는 식이다.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이야기나 반응들은 짧게 짧게 자막으로 처리된다. 너무 많은 자막들과 CG처리를 보다보면 이 토크쇼가 마치 만화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속에서 MC들은 각자의 캐릭터에 부여된 대로 역할을 해낸다. 김구라가 강하게 물어뜯을(?) 때, 김국진은 부드럽게 분위기를 바꿔주고, 김희철이 들이댈 때 윤종신은 간결한 톤으로 깐족대는 식이다. '라디오스타'의 MC들은 다른 토크쇼와는 달리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캐릭터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즐거움을 위해서 게스트를 톡톡 치는 식의 토크를 이어간다. 이것은 '라디오스타'만의 쿨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라디오스타'는 실로 첫 시작을 보고나면 끝까지 몰입이 끊기지 않고 흘러가는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속사포의 토크들과 빠른 편집, 쉴 새 없이 붙여지는 자막과 CG처리가 현란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말하면 이 프로그램의 분량이 짧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만일 한 시간 짜리 방송이라면 이런 속도로 계속 흐르는 것이 보통의 시청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짧은 분량 속에서 이런 속도감은 경쾌한 느낌을 준다. '무릎팍도사'가 중거리 달리기에 해당한다면 '라디오스타'는 단거리 달리기인 셈이다.

강호동의 잠정은퇴 선언으로 '황금어장'은 변화를 모색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무릎팍도사'는 사실상 강호동 이외에 대체불가능이다. 강호동이라는 캐릭터를 '무릎팍도사'로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된 상황에서 '라디오스타'가 '황금어장'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만일 '무릎팍도사'의 공백을 '라디오스타'가 잠정적으로라도(새 코너가 런칭되기까지) 채운다면 과연 이런 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토크에 집중한 것에서 음악으로 여유를 덧붙이면 속도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가져갈 수도 있다. '라디오스타'는 과연 '황금어장'의 대표주자로 나설 수 있을까.

달라진 '절친노트3', 뭐가 문제일까

원조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자신만의 고유한 맛을 지킬 때 유지된다. '절친노트3'는 '절친노트'라는 원조의 연장선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맛은 얼마나 유지되고 있을까. '절친노트3'는 '절친노트'라는 제목을 붙이기가 어색할 정도로 확 달라졌다. '절친노트1'이 주창했던 화해의 맛도 찾기가 어렵고, '절친노트2'의 대결의 맛도 찾기 어렵다. '절친노트3'은 '절친'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기존 여러 가지 원조 토크쇼들의 맛을 조합한 듯한 느낌에 머물고 있다.

초대 손님들을 위해 요리를 만들어내는 '찬란한 식탁'은 과거 이홍렬쇼의 '참참참'을 떠올리게 만든다. 초대 손님들이 음식의 이름을 '유자부인 애썼네' 같이 짓는 형식도 '참참참'에서 시도됐던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홍렬쇼에서는 게스트와 함께 요리를 했지만, '찬란한 식탁'에서는 게스트를 위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요리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차별점으로는 '절친노트3'만의 새로운 맛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신정환이 특유의 깐족개그로 게스트를 당황하게 만들고, 박미선은 특유의 균형감각으로 게스트를 다시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토크를 구사하지만, 이경규와 김구라의 공백은 어쩔 수 없다. 박미선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신정환과 윤종신이 보조하면서 때로는 자료화면을 통해 게스트의 면면을 보여주면서 웃음을 끄집어내는 질문 형식은 '무릎팍 도사'의 박미선 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박미선은 토크 방식이 강호동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 같은 힘을 갖기는 어렵다. 박미선은 오히려 '세바퀴'처럼 게스트들이 많고 그 세대 또한 폭넓을 때 그 균형을 맞춰주는 지점에서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절친노트3'의 후반부에 구성되어 있는 '나이를 넘어 절친'은 형식은 물론이고 구성원들까지 '세바퀴'를 연상케 하지만 그만큼의 힘을 느끼기가 어렵다. 선우용녀, 이계인, 김현철, 김태현은 '세바퀴'에서의 개그방식과 개그감을 똑같이 사용하지만 그 맛은 밋밋하다. 질문을 던지고 공감을 구하는 형식 또한 이미 원조에서 본 맛이기에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절친노트3'는 왜 훌륭한 원조집의 맛을 포기하고 다른 원조집의 맛을 가져다가 버무려놓았을까. 아마도 가장 큰 것은 메인 MC가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절친노트'는 사실, 김구라와 문희준이라는 두 인물의 캐릭터와 관계가 프로그램으로 전화된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이들의 부재는 기존 '절친노트'의 핵심적인 맛을 느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절친노트2'에 등장했던 이경규는 김구라와 문희준이라는 원조집의 맛에 자신만의 강한 대결구도를 넣음으로써 '절친노트' 원조의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더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절친노트3'는 굳이 '절친노트'라는 제목을 붙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다른 집의 맛을 내고 있다. 실제로 미션이 주어지는 절친노트가 존재하지 않는 '절친노트'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절친노트3'의 시청률 하락은 물론 교체된 요리 토크의 주방장이 문제가 아니라, 그 주방장을 새롭게 기용한 프로그램의 문제가 더 크다. 원조집의 맛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본래 주방장을 쓰던가, 그 주방장 밑에서 그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배워온 인물을 주방에 두는 것이다. '절친노트3'의 문제는 '절친노트'라는 간판을 걸어 그 맛을 기대하게 만들고 전혀 다른 맛을 내고 있는데 있다.

 ‘여배우들’, 진실과 설정 사이를 걸어가는 아찔한 즐거움

이재용 감독의 새 영화 ‘여배우들’에서 고현정은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무릎팍 도사’를 녹화하는데 비몽사몽 간에 자신도 모르게 속내를 털어놨다는 이야기. 그녀의 일상이 인서트로 들어가는 장면에서도 막 깨어 피곤한 얼굴로 ‘무릎팍 도사’를 보며 깔깔 웃는 모습이 나온다. 그녀의 그 대사는 바로 그녀가 진짜로 출연했던 ‘무릎팍 도사’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실제로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이른바 코현정(연실 코를 푸는 고현정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닉네임)이라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거침없이 솔직하고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영화 ‘여배우들’이 상기시키는 ‘무릎팍 도사’의 이미지는 고현정에서 윤여정으로 이어진다. 최근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무릎팍 도사를 무릎 꿇리는 입담을 보여준 그녀는 자신의 젊었던 시절을 얘기하면서 ‘장희빈’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당대에는 최고의 여배우로서 알려진 그녀였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신을 잘 모른다며 “장희빈에 출연했었다고 하니까, 그런 장희빈에서 역할이 뭐였냐고 묻는 후배 연예인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이것이 영화 ‘여배우들’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영화 속에서 김옥빈은 ‘장희빈’ 얘기를 꺼낸 윤여정에게 “장희빈에서 역할이 뭐였냐”고 묻는다.

즉 이 윤여정의 ‘무릎팍 도사’에서의 진술과 ‘여배우들’ 속에서의 대사는 기묘한 리얼리티를 구성한다. 즉 리얼 토크쇼를 주창하는 ‘무릎팍 도사’에서의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것을 드러낼 때, ‘여배우들’이라는 영화 속 상황 역시 짜여진 대본의 이야기가 아니라 리얼 상황이라는 것을 말해주게 된다. 실제로 ‘여배우들’은 물론 영화적 구성이 되어 있지만, 상황만 던져주고 대본은 따로 없는 말 그대로의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그 속에서의 이야기들은 어느 정도는 설정이겠지만 분명 진실된 영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것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윤여정이 해준 일련의 ‘담배 에피소드’가 이 영화와 만나는 지점이다. 윤여정은 ‘무릎팍 도사’에서 두 가지의 ‘담배 에피소드’를 얘기했는데, 그하나는 “‘가루지기’에 출연하게 된 이유가 감독이 자신의 담배 피는 손이 그토록 섹시할 수 없었다는 말에 넘어가서”라는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한 선배 앞에서 담배를 피워도 되겠냐고 물었을 때, 함께 피워주면 고맙다고 한 말에 자신이 감복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는 ‘여배우들’ 속에 그대로 들어가 있다. 윤여정은 쉴 새 없이 담배를 피워 무는데, 카메라는 의식적으로 그녀의 담배를 쥔 손가락을 분위기 있게(?) 잡아낸다. 또 김옥빈과 함께 담배를 태우는 장면을 통해 ‘무릎팍 도사’에서의 세대를 넘는 훈훈한 이야기를 실제로 보여준다.

한편 이미숙이 영화 속에서 한 “100살이 되어도 여자로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는 지난 2월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했던 그녀의 진술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이혼한 그녀에게 “현재 교제 중인 남자친구는 없냐”는 질문에 그녀는 “아직도 자신 뒤에 뭔가 숨겨둔 남자친구가 있을 것 같아 보이는 건 아직도 나를 여자로 본다는 얘기”라며 기뻐했던 적이 있다. ‘무릎팍 도사’에서 보여준 진솔한 모습과 영화 ‘여배우들’의 솔직한 모습이 겹쳐지는 부분이다. 이러한 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최지우에게 가장 라이벌 의식이 느껴지는 배우가 누구냐는 질문에 중국시장을 가진 이영애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또 그런 이야기를 하는 최지우에게 윤여정이 “지우는 중국시장을 지키고 나는 재래시장을 지키마”하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아찔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거기에는 진실과 설정 사이를 걸어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짜릿함이 느껴진다.

‘무릎팍 도사’가 그 한정된 세트 안에서 그토록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은 그 속으로 들어오는 인물들이 갖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화 ‘여배우들’은 화보 촬영장이라는 좁은 공간에서의 몇 시간 동안이라는 시공간의 한정에도 불구하고, 실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그 형식 자체가 ‘무릎팍 도사’를 닮아있다. 여배우들 간에 벌어지는 팽팽한 대결구도, 듣는 이를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촌철살인의 이야기들, 여배우 자체가 갖고 있는 독특한 아우라, 그 아우라를 깨고 나오는 소박한 모습들, 그리고 여배우라는 삶이 주는 공감의 눈물까지, 이 영화는 한 편의 잘 만든 ‘무릎팍 도사’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여배우라는 특수한 위치의 존재들과 우리 같은 서민들 사이의 경계를 지워버리고 한 인간으로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지점에서 ‘무릎팍 도사’를 닮은 ‘여배우들’만의 독특한 매력이 생겨난다. 이들과 함께 하는 백여 분이 이질적인 존재들을 엿보는 판타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에 대한 공감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프로그램 제작자들, 즉 PD나 작가를 만나보면 그들이 만드는 프로그램과 너무도 닮아있는 그들의 모습에 놀라곤 합니다. '무릎팍 도사'의 최대웅 작가도 그랬습니다. 남자다운 굵은 선의 얼굴에 거침없는 시원시원한 언변은 저 무릎팍 도사가 바로 눈앞에 서 있는 듯 했죠. 그래서였을까요? 인터뷰는 마치 무릎팍 도사를 옮겨온 듯, 활기차고 힘이 넘쳤습니다.

인터뷰는 이런 저런 통상적인 토크쇼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었습니다. '무릎팍 도사'가 강호동을 전면에 내세워 구사하려 했던 낮은 화법에 대한 이야기나, 강호동을 받쳐주는 건방진 도사 유세윤과 꿰다 논 보릿자루 올밴의 캐릭터가 하는 보조 그 이상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토크쇼에서 공간 구성이 갖는 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무릎팍 도사' 이외에도 타 토크쇼들, 예를 들면 '야심만만'이나 '박중훈쇼' 같은 쇼들에 대한 것까지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죠.

결국 최대웅 작가가 생각하는 좋은 토크쇼라는 것은 지금 대세라고 일컫는 집단 토크 형식이라든가, 상황을 집어넣어서 분위기를 만드는 설정 토크 형식 같은 외관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좋은 토크쇼는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본질적인 토크쇼였습니다. 간단한 테이블 정도를 놓고 호스트와 게스트가 앉아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토크쇼 말입니다.

물론 조건이 있죠. 호스트는 다방면에 박학다식해야 하고, 게스트와의 대화를 위해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청자의 입을 대신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게스트는 진심어린 답변을 성실하게 해줄 수 있어야 하며, 그의 이야기는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많은 대중들에게도 공감을 주어야 하는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공감과 보편성의 기준 때문에 게스트 풀은 당연히 넓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처럼 지나치게 연예인에게 편중된 게스트는 다양한 욕구들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죠.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작가가 말한 좋은 토크쇼의 기준에 딱 들어오는 아이템이 있었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가 게스트로 출연한 '무릎팍 도사'였죠. 호스트는 준비가 철저했고(물론 역할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강호동은 전체를 리드하고 유세윤은 심층 정보를 부가하며, 올밴은 엉뚱한 이야기로 토크쇼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역할을 하죠), 게스트는 열려 있었으며, 그 호스트와 게스트가 나누는 이야기는 아주 사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공감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삶이 아니라, 그 과정을 즐기는 삶이 만들어낸 장한나라는 위대한 음악가는 평범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울리는 점이 많았죠. 음악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음악에 매몰되지는 않겠다는 말 역시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이 평균이하의 캐릭터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노래하는 그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은 장한나의 음악인생이 자신만이 아닌 타인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그대로 느껴지게 했습니다.

균형잡힌 토크쇼는 모두를 즐겁게 한다고 최대웅 작가는 말했습니다. 즉 호스트도 즐겁고 게스트도 즐거우며,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도 즐겁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무릎팍 도사-장한나'편은 작금의 우후죽순 생겨나는 토크쇼들에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고 여겨집니다.

'무릎팍 도사'가 세상과 소통하는 법

"로스트로포비치, 미샤 마이스키..." 줄줄이 장한나에게 음악을 사사했던 세계적인 스승들의 이름들을 읽어나가던 건방진 도사 유세윤. 하지만 그는 그런 세계적인 스승들의 이름조차 자신은 잘 모른다며 심지어 "그래서 하나도 부럽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 그는 '무릎팍 도사'의 PD들 이름을 대면서 자신이 존경하는 분들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것은 농담이다. 하지만 바로 이 농담에 '무릎팍 도사'만의 화법이 숨어있다. 어떤 계층이나 어떤 타 분야의 인물들, 특히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들 정도의 명사들이 오더라도, 거의 같은 눈높이를 유지하려는 노력. 이것이 '무릎팍 도사'가 세상과 소통하는 법이다.

장한나라는 세계적인 첼리스트이자, 음악가를 앞에 앉혀두고 '무릎팍 도사'가 제 눈높이에서 맘껏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그 용기는 어디서 나올까. 그것은 MC들의 캐릭터에서 나온다. 무릎팍 도사, 강호동은 '무식한' 콘셉트의 캐릭터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은 이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표현이다. 세계적인 스승들의 사사를 받는 장한나에게 "레슨비는 얼마나 내냐"고 물을 수 있는 것은 그 무식함이 캐릭터의 콘셉트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울리지 않는 의외의 질문은 그 자체로 웃음을 유발한다. 토크쇼는 답변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웃음을 주는 포인트는 주로 질문을 통해 제시되기 마련이다.

세계적인 명사들에게 던져지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질문은 그러나 그저 웃음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 낮은 수준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장한나의 모습은, 우리가 연주회장에서 보았던 카리스마 넘치는 그녀의 또 다른 모습, 즉 보통사람과 똑같은 진솔한 모습을 발견하게 한다. 이것은 권위의 해체가 주는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인식은 막연히 갖고 있던 편견의 벽을 무너뜨리고 어떤 동질감을 느끼게 해준다. 클래식이라는 어딘지 특정 부류들만 향유할 것 같은 문화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 소통의 물꼬를 트게 해준다. 악보를 펼쳐놓고 장한나와 무릎팍 도사가 함께 입으로 연주하는 모습은 이런 동질감 위에서 가능한 일이다.

한 편 나머지 두 명의 MC들도 저마다의 기능을 갖고 있다. 건방진 도사 유세윤은 건방지다는 콘셉트 외에 조사하고 준비하는 MC의 캐릭터를 갖고 있다. 이것은 메인 MC인 무릎팍 도사의 '무식함'을 보조하는 것이면서, 토크쇼의 정보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크 콘셉트가 건방짐이기 때문에 정보의 전달은 뒤틀리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건방진 도사가 하려는 얘기의 뉘앙스는 '내가 당신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건방지고 도발적인 얘기들이지만 캐릭터 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웃음으로 승화되고 결국 명사와의 동등한 눈높이를 만든다.

올밴은 '꿰다 논 보릿자루' 캐릭터다. 그는 아무 말도 안하고 멀뚱멀뚱 이 토크쇼를 관전하고 있다가 가끔씩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해댄다. 단 한 푼도 받지 않고 사사해주면서 나중에 그 배운 것을 또 다른 후학에게 가르치라는 장한나의 스승들의 이야기를 할 때, 그는 "이것이 바로 청출어람이라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다가 갑자기 강호동에게 "빌려간 15만원 빨리 돌려 달라"고 말한다. 이것은 강호동과 올밴의 지극히 현실적인(?) 관계와 비교해 세계적인 거장들과 장한나 사이의 숭고하기까지 보이는 관계를 오히려 돋보이게 한다.

'무릎팍 도사'가 구사하는 낮은 자들의 화법은 그 세계 속으로 들어오는 이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해준다. 상상해보라. '무릎팍 도사'에 나오기 전, 우리가 상상해왔던 장한나의 모습과, '무릎팍 도사'에 나와 실컷 웃고 떠들고 난 후, 우리가 발견한 장한나의 모습 사이의 차이를. '무릎팍 도사'는 물론 하나의 웃음을 지향하는 토크쇼에 불과하지만, 그 토크쇼가 보여주는 독특한 화법으로 인해서 알게 모르게 세상에 존재하는 편견의 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 문화적 차이 같은 벽을 넘어서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하는 것. 이것은 '무릎팍 도사'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며 또한 수직적 체계가 무너지고 수평적 체계의 다양성으로 향해가는 현 사회가 소통해야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패턴화된 예능의 게스트 전략, 그 한계

‘무릎팍 도사’에는 초창기에는 보이지 않던 패턴이 이제는 하나의 형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게스트가 문을 열고 “여기가 혹시...”하고 묻고 거기에 맞춰 무릎팍 도사와 건방진 도사 그리고 올밴이 춤을 춘다. 강호동이 게스트를 안아서 자리에 앉혀주고 먼저 하는 것은 탁자를 꽝 내리치며 기선을 제압하는 일이다. 소리를 빽빽 지르는 그 기세는 보는 시청자의 마음까지 건드릴 정도, 그러니 그 앞에 앉은 게스트의 마음은 오죽할까.

이것은 본격적인 토크가 시작되기 전, 분위기 선점을 위한 포석이자, ‘무릎팍 도사’라는 세계로 들어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이 패턴은 따라서 ‘무릎팍 도사’라는 명패를 달고 있는 한 달라져서도 안될 형식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토크의 세계로 들어와서는 말이 달라진다. 토크쇼의 묘미가(작금의 리얼 토크쇼 경향에는 더 그러하지만) 돌발적인 어떤 발언이 주는 의외성에 있다면, 이야기 속에서도 늘 존재하는 어떤 패턴은 토크쇼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무릎팍 도사’에서는 강호동과 건방진 도사 유세윤의 도발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심지어 언짢게 만드는 질문들과 깐죽거리는 말들이 게스트를 자극하고, 본격적인 낚시질이 시작된다. 이제 이 토크쇼에서 한 형식으로 잡혀있던 게스트의 ‘고민’은 그저 요식행위로 변한 지 오래다. 그것은 실제 고민이 아니라 때로는 자랑이기 십상이고, 말미에 가서 제시되는 해결방안도 마찬가지다.

낚시질이 어느 정도 무르익는 시점에서는 이제 게스트에게서 감동 포인트를 끄집어낼 순서다. 인생 역정에 어려운 시절이 없는 이들이 있을까. 그것을 슬쩍 끄집어내는 것만으로도 토크쇼의 분위기는 숙연해질 정도로 역전된다. 그리고 분위기를 다시 띄우는 이야기가 오고간 후, ‘고민해결’로 토크는 끝이 난다. 이 ‘무릎팍 도사’의 패턴들은 형식적으로도 꽤 창조적이고 게스트의 진면목을 끄집어내는데 있어서도 꽤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미 정착되고 반복되면서 드러나게 되는 패턴은 자칫 토크쇼의 의외성을 제거할 위험성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패턴화 문제는 이제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들어선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들에도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패밀리가 떴다’는 그 패턴화가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밥 먹고 게임하고 밥 먹고 게임한다’는 비아냥섞인 비판들이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비슷한 여행 버라이어티를 추구하지만 ‘1박2일’이 대민 접촉과 장소의 다양화를 통해 패턴의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면, ‘패밀리가 떴다’는 그 폐쇄적인 프로그램의 성격으로 인해 더 패턴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게스트에 집중하고 있고, 그것이 어느 정도는 효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무릎팍 도사’ 역시 패턴화의 한계를 게스트를 통해 넘어서려 하고 있다. 프로골퍼 신지애의 출연은 한동안 계속 되었던 연예인 출연의 홍보적 성향을 어느 정도는 일소해 줄만큼 참신한 면이 있었지만, 고정화된 패턴의 틀 안에서 머무는 한계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무릎팍 도사’나 ‘패밀리가 떴다’가 구사하는 게스트 전략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자칫 게스트에만 집중해 프로그램의 색깔이 무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이치지만 문제는 문제가 발생한 곳에서 해결을 봐야 한다. 패턴의 문제는 패턴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라디오스타'의 멤버들은 서로 한 마디라도 더 하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심지어 남의 말허리를 자르고 들어와 자기 얘기를 하거나, 상대방의 얘기를 재미없다며 면박을 줘 말 꺼내기가 무색하게 만들어버리죠. '무릎팍 도사'의 강호동은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가며 게스트의 혼을 빼고, 어리둥절한 틈을 건방진 도사 유세윤이 차고 들어와 연실 깐죽대면서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토크를 끌어갑니다.

리얼 바람을 타고온 강호동의 입
이것은 작년 리얼 바람을 타고 온 토크쇼의 새로운 경향이죠. 토크쇼가 가진 홍보적 성향에 식상한 시청자들은 게스트가 하고픈 얘기를 하는 걸 보는 것보다는 시청자들이 듣고싶은 걸 얘기해주는 토크쇼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토크쇼에서 MC는 그냥 듣는 귀로만 앉아있어서는 안되었죠. 게스트가 하려는 말을 막거나 시청자들이 듣기를 원하는 방향으로 트는 임무가 부여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토크쇼의 본질이랄 수 있는 '듣는 귀'가 사라졌을까요. 게스트와 MC의 관계가 달라졌다 뿐이지, 게스트는 얘기하고 MC는 듣는 이 토크쇼의 기본 형태는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가끔 '무릎팍 도사'에서 홍보 논란이 나오는 것은 이 토크쇼가 포장하고 있는 '상대방의 치부 드러내기'의 천막이 들쳐지고 그 안에 결국 보여지는 토크쇼의 속살(홍보 성향)이 간간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게스트를 발가벗기는 토크쇼라도 그 속에는 여전히 듣는 귀가 있게 마련입니다.

복고바람을 타고 다시 뜨는 유재석의 귀
강호동이 무릎팍 도사의 밀어부치기식, 혹은 씨름의 변용 같은 대결구도식으로 토크쇼가 가진 홍보의 식상함을 넘어서려했다면, 유재석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합니다. 굳이 상대방의 치부를 파헤치려 하지 않고 철저히 귀를 열어둔 상태에서 그 얘기를 듣는 귀가 되어주죠. 게스트는 그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도 모르게 속내를 드러내게 되죠.

'놀러와'와 '해피투게더'에는 유재석 자신을 비롯해 입을 다물고 철저히 게스트들을 위한 귀가 되어주는 MC들이 존재합니다. '놀러와'의 은지원이나 노홍철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보여주던 수다스런 모습이 아닌 기꺼이 게스트의 병풍이 되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해피투게더'의 박명수가 당하는 캐릭터로 말수가 적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죠.

'놀러와'가 취하고 있는 게스트의 카테고리화는 게스트들이 더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양희은, 김장훈, 컬투 같은 라이브의 제왕들이 모인 자리라면 자연스럽게 그 라이브 하며 겪었었던 저마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기가 용이해집니다. 게스트들은 그 주제 하에 나와 있는 것이기에(그것이 토크의 주종목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폭도 넓어지게 마련이죠.

토크쇼의 두 입장, 힘을 발하는 게스트들
강호동과 유재석은 토크쇼의 두 입장을 잘 보여줍니다. 강호동이 이야기를 주도하는 입의 역할을 자임한다면 유재석은 이야기를 듣고 끌어내는 귀의 역할을 담당하죠. 따라서 이 두 가지 다른 스타일이 강점을 발하게 되는 게스트들도 다릅니다. 강호동은 상대적으로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톱스타들이나 신비주의가 여전한 스타들이 게스트로 나왔을 때 힘을 발합니다. 강호동의 강한 스타일이 강한 카리스마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어떤 대결구도를 이룰 때 토크쇼는 흥미진진해집니다.

반면 유재석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게스트나, 그다지 화려함에서는 멀어진(물론 과거에는 화려했던 시절이 있었겠죠) 게스트들이 출연했을 때 힘을 발합니다. 유재석의 토크쇼에서 유난히 줌마테이너나 저씨돌이 많이 나왔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수많은 경륜과 경험을 가진 그들의 화수분처럼 넘치는 이야깃거리들은 유재석을 만나자 비로소 듣는 귀를 얻게 된 것이죠. 잘 듣는 귀는 말하는 입을 더욱 주목시키게 하죠. 유재석의 귀는 최근 복고트렌드와 맞물리면서 등장하는 옛스타들과 잘 어우러집니다.

강호동의 입과 유재석의 귀. 지금 우리네 토크쇼가 보여주는 두 가지 특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능 속에서 보이는 달라진 시대의 화법

1인 토크쇼의 부활을 알리며 화려한 게스트로 기대를 모았던 ‘박중훈쇼’는 기대만큼 쉽게 허물어져 버렸다. 1인 토크쇼가 일종의 복고주의 토크쇼라면, 그저 과거의 토크쇼를 답습하는 형태에 머물러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중훈쇼’는 전형적인 1인 토크쇼의 예상 가능한 ‘친절한 질문들’과 어색하기 이를 데 없는 짜여진 핑퐁식 대화로 장동건, 정우성, 김태희 같은 초특급 게스트를 모셔놓고도 지루한 시간만을 연출했다.

박중훈의 ‘친절한 질문들’에 게스트들도 정답에 가까운 얘기만을 반복했다. 그나마 정우성은 그 틀을 깨려고 꽤나 노력한 면이 있지만 다른 게스트들의 답변은 거의 예상 가능한 것들뿐이었다. 그 게스트들이 ‘박중훈쇼’에 출연한다는 것이 화제가 된 것은 바로 그들이 자의든 타의든 갖고 있는 신비주의의 속살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쇼는 평범한 그들의 모습을 비춰주려고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그 담화는 아침 토크쇼의 수준을 넘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그 신비주의를 더욱 공고하게 했다.

‘박중훈쇼’의 초특급 게스트들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갑자기 언급된 프로그램이 있다.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릎팍 도사’다. ‘무릎팍 도사’가 그토록 섭외하려고 했으나 끝내 고사한 장동건이 ‘박중훈쇼’에 등장했다는 것이 그 표면적이 이유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이유는 이 초특급 게스트들이 ‘박중훈쇼’보다는 차라리 ‘무릎팍 도사’에 나와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깔려 있다.

가정이지만 만일 이들이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다면 상황은 꽤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강호동의 탐문식 질문들 속에서 어쩌면 그들은 자신들도 꽤 버거워하는 그 신비주의의 틀을 일부 깨뜨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박중훈쇼’에 출연한 이들은 모두 하나 같이 자신들도 똑같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신비주의의 껍질은 그런 강변 하나로 깨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좀더 본질적인 상황이나 그런 상황에 대한 질문들을 통해 조금씩 허물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1박2일’에 출연해 강호동의 리드 하에 신비주의의 탈출에 성공한 박찬호의 경우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1박2일’박찬호 특집은 ‘무릎팍 도사’의 버라이어티쇼 버전과 같다. 강호동은 스포츠 선수로서의 선후배를 들먹이면서 조금씩 분위기를 잡아나갔고, 게임을 통해 때론 박찬호를 자극했다. 거기에 화답하듯 박찬호는 강호동을 업고 산을 오르기도 하고, 서슴없이 옷을 벗고 차가운 계곡 물에 몸을 담그기도 했다. 이 둘이 함께 계곡 물 속에서 자존심 대결을 하는 장면은 강호동과 박찬호의 성공적인 만남을 예시하는 것이었다. 박찬호는 ‘1박2일’을 만나 동네형 같은 이미지를 얻었다. 그리고 그것을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강호동 속에 꿈틀대는 ‘무릎팍 도사’의 근성이었다.

‘박중훈쇼’의 화법과 장동건 같은 게스트들의 화답에 대한 대중들의 냉담함은 거꾸로 ‘1박2일’과 ‘무릎팍 도사’의 강호동의 화법과 박찬호 같은 게스트들의 화답에 대한 대중들의 열광과 정확히 대조된다. 말로 아무리 자신이 보통사람임을 얘기한다고 해서 대중들이 갖고 있는 그에 대한 이미지는 좀체 깨지지 않는다. 그것은 의도되지 않은 어떤 틈입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보여졌을 때 깨지는 것이다. 늘 그렇게 의외성을 갖고 있는 강호동의 화법이 왜 지금 시대에 통하는 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장동건-박중훈식의 토크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강호동-박찬호식의 토크시대다.

개인 브랜드화 되어가는 예능인들, 그 숙제

올해 방송3사의 연예대상은 강호동 유재석 투맨쇼의 연속이었다. 비록 강호동은 KBS와 MBC, 두 방송사에서 대상을 받았고, 유재석은 SBS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이 두 인물은 방송3사 연예대상에서 늘 중심에 앉아 있었다. 시상식 맨 앞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마지막 대상 시상을 할 때면 누가 상을 타게 되든 서로 박수를 쳐주고 상대방이 상을 타는 것을 진정으로 기뻐해 주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경쟁자이면서 진정한 동료였고, 친구이자 스스로 말하듯 스승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올해 연예대상을 거머쥔 강호동, 유재석의 투맨쇼는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이제 예능의 트렌드에 있어서 방송사가 가지던 변별력을 이제는 한 개그맨에 의해 나눠질 수도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매년 각 방송사마다 흔히 말해 미는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올해도 다르지 않다. 방송3사가 강호동과 유재석을 연예대상에 앉힌 것은 각 방송사들의 미는 프로그램을 이들이 쥐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MBC의 ‘황금어장’, KBS의 ‘1박2일’, SBS의 ‘패밀리가 떴다’가 그것.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프로그램이 과연 강호동과 유재석 없이 가능했을까 하는 점이다. ‘무릎팍 도사’는 면전에서도 상대방의 곤란한 질문을 천연덕스레 던질 수 있는 거의 유일무이한 강호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프로그램이었고, ‘1박2일’ 역시 강호동의 강한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패밀리가 떴다’는 모든 제작진들이 인정하듯이 늘 든든한 유재석이라는 개그맨이 있어 비로소 빛을 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상황은 이제 거꾸로 되었다. 한 개그맨의 능력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고 때론 한 방송사의 예능을 웃기고 울리기도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유재석과 강호동의 경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방송3사의 연예대상을 통해 볼 수 있었듯이 이제 한 방송사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예능인들은 바로 다른 방송사 시상식에서도 상을 받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개인기량이 뛰어난 예능인들, 예를 들면 유재석, 강호동을 비롯한 김구라, 신정환, 윤종신, 박미선, 신봉선 등등은 방송사를 넘나들며 활약을 했다. 예능인 개개인들의 브랜드가 방송사의 차원을 넘어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프로그램이든 이들이 투여되면 모두 성공을 장담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연예대상을 탄 ‘1박2일’, ‘무릎팍 도사’ 그리고 ‘패밀리가 떴다’는 모두 형식실험이 가지는 파격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프로그램들이다. ‘1박2일’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여행이라는 코드를 가져와 야생 버라이어티로 거듭나게 한 프로그램이며, ‘무릎팍 도사’는 리얼 토크쇼로서 게스트의 지평을 넓혔으며, ‘패밀리가 떴다’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와 여행이라는 코드에 판타지 설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캐릭터쇼를 보여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실험적인 형식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은 전적으로 유재석, 강호동 같은 스스로를 브랜드화 시킬 정도의 능력을 가진 예능인들의 기량에 힘입은 바가 크다. 프로그램들은 점점 캐릭터쇼와 리얼리티쇼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캐릭터를 프로그램마다 바꾸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고정된 캐릭터 속에서 조금씩의 변주가 가능할 뿐이다. 따라서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예능인 개개인의 브랜드는 그만큼 중요해졌다.

유재석과 강호동은 방송사의 차원을 넘어서 올 한 해 예능의 트렌드이자, 지표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함께 한 인물들을 새로운 브랜드가 되게 끌어준 것은 더 중요한 공로가 될 것이다. 그러니 이 걸출한 두 예능 영웅들의 연예대상 수상은 반갑고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바로 한 예능인의 기량이 한 프로그램, 나아가 한 방송사의 예능을 살릴 수도 있다는 점을 연예대상을 통해 보여준 이들의 수상은 하나의 숙제를 던져준다.

유재석과 강호동만큼 그 뒤를 이어줄 새 예능인들의 발굴이 그것이다. 당장의 유재석과 강호동이 그렇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 역시 언젠가는 이경규의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브랜드화된 예능인들의 방송사를 넘나드는 활약은 그만큼 캐릭터 소비를 빠르게 만든다. 따라서 그들은 지금 이 최정상에 섰을 때가 오히려 위기가 될 위험성도 있다. 새로운 모습을 늘 준비해야 할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올해를 빛내주었던 가수들이나 배우들 같은 새로운 예능인들을 끄집어내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할 것이다. 최고의 순간에 이 같은 걱정이 앞서는 것은 이들의 롱런을 기대하는 마음에서 드는 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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