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무한도전 (354)
주간 정덕현
상황극을 통해 '무도'가 보여준 바른 언어의 어려움 '무한도전'의 언어와 자막에 대해 방통위가 내린 경고조치는 '무한도전' 스스로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방통위의 결정대로 바른 말을 사용하려니 '무한도전' 멤버들만의 캐릭터가 나타나기 어렵고, 무엇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로서 마치 대본을 읽는 듯한 어색함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결정을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다른 프로그램도 아니고 '무한도전' 아닌가. 이만큼 방송을 통해 우리네 언어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없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그 고민스러운 상황 자체를 프로그램으로 녹여서 하나의 공론의 장을 만들자는 것이다. 역시 '무한도전'다운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생길 때, 그것을 덮어두거나 무시..
'무한도전'이 재미를 통해 의미를 전하는 방식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은 정체모를 목소리의 지시에 의해 긴박하게 흘러가는 미션으로 이어졌다. 차가 폭파되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단서들을 찾아다니는 미션은 출연진들을 미궁 속으로 빠뜨렸다. 이것은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연관성 없는 미션들이 나열되어 있는 것 같았고, 중간에 노홍철의 차량이 폭파되는(물론 장난이었지만) 장면은 심지어 충격적이었다. 마지막에 이르러 이 모든 단서들이 '독도'와 연관되어 있다는 암시들이 잠깐 나왔지만, 프로그램에서는 이 의미에 대한 어떤 언급을 해주는 자막도 끝내 없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나고 '무한도전' 스피드 특집이 사실은 '독도 특집'이었다는 것은 시청자들에 의해 의미가 부여됐다. 물론 이것은 제작진이 의도..
유재석의 리얼 버라이어티쇼 장수 비결은?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즉각적인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 쇼의 흐름을 이해하는 능력? 아니면 자신만의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는 끼와 연기력?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아무리 순발력과 능력과 끼와 연기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요구하는 강인한 체력이 없다면 모두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강호동과 유재석이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양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강인한 체력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천하장사 출신인 강호동은 말할 것도 없고, 유재석 역시 늘 준비된 체력의 소유자로 이름이 높다. 이런 유재석의 장점은 '무한도전'의 장기미션에서 돋보인다. 프로레슬링 특집이나 조정 특집에서 유재석이 프로그램의 동력으로 기..
'무도' 조정 특집이 보여준 가장 큰 가치 '무한도전' 조정특집이 끝났다. 결과는 예상대로(?) 꼴찌. 2천 미터에 8분2초로 자체 최고 기록이었지만 선수들의 기록에는 못 미쳤다. 레인이 상대적으로 좁았던 8번 레인을 배정받았다는 점, 출발 버저음이 작아 잘 듣지 못했던 점, 게다가 심판진들이 탄 보트가 레인 앞을 가로막으며 물결은 만든 점 등의 돌발변수가 작용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선전인 셈이다. 결과는 꼴찌였지만 과정은 1등이었다. '무한도전' 조정특집이 지금껏 걸어온 5개월간의 길은 조정이라는 스포츠가 가진 힘겨움과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것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겪어 보여준 멤버들의 고군분투가 빛나는 시간이었다. 육체적인 힘겨움과 계속되는 악천후, 게다가 함께 맞아 돌아가야..
만들 필요 없다, 그저 한 부분을 떼어내 보여줘라 김태호 PD는 ‘만들어진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 그 ‘만들어진 것’은 기성관념일 수도 있고, 일상적인 관계일 수도 있으며, 사회적인 통념일 수도 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으로 돌아오면 그것은 기성형식이나 상투적인 주제의식 같은 것이 된다. 김태호 PD가 ‘무한도전’을 통해 매번 만들어내는 웃음의 소재들과 형식들이 다른 것은 다분히 이런 성향 덕분이다. 물론 그 역시 어쩔 수 없이 대중성을 확보해야 하는 방송 PD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대중성을 확보하는 방식은 여타의 예능 PD와는 방향성이 다르다. 보편성의 웃음을 추구함으로써 대중성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시청률로 대변되는 대중들의 반응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는 방송 ..
TV로 음악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 음악은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무한도전-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는 음악이 전하는 교감의 즐거움을 전해주었다. 어색함이 매력으로 발산된 정형돈과 정재형의 언발란스하면서도 진지한 탱고의 선율과, 음악을 통해 신구세대의 교집합을 만들어낸 박명수와 지드래곤의 디스코풍 리듬, 에너지의 끝을 보여준 노홍철과 싸이, 서로의 아픔까지 공감하며 음악으로 승화시킨 길과 바다, 강렬한 중독성의 음악을 선보인 정준하와 스윗소로우, 자유로움을 음악으로 탄생시킨 하하와 10cm, 그리고 흥겨운 한바탕 무대 뒤에 깊은 감동을 전해주었던 유재석과 이적. '무한도전'이 보여준 음악은 결과로서 보여지는 무대 위의 전율이 아니라 과정 자체가 주는 감동이었다. '무한도전'이 무대 바깥의 감동이라면, '나는..
모든 예능이 '무한도전'이 된 까닭 '나는 가수다'는 음악을 소재로 하지만 음악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도전'이다. 가수들은 자신이 지금껏 해왔던 자신의 음악스타일을 넘어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복불복식으로 회전판을 돌려 걸리는 곡이 자신과 전혀 맞지 않는 댄스곡이거나, 심지어 트로트라고 해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YB가 소녀시대의 '런 데빌 런'을 부르고, 김범수가 남진의 '님과 함께'를 부르며 장혜진이 카라의 '미스터'를 부른다. 이 스타일 차이의 간극이 멀면 멀수록 그 도전의 강도는 강해지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걸 넘어서는 무대로 승화시키면 그 감동도 깊어진다. 가수들은 1주일 내내 주어진 곡을 갖고 여러 스타일로 편곡을 하고 자기 곡으로 소화하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며 심지어 ..
미친 존재감의 시대, 미친 존재감의 개그맨, 정형돈 '보고 있나... 소녀시대.' 조인성이 군 제대하는 자리에서 "걸 그룹보다 '무한도전'이 좋았다"는 말에 이런 자막 하나가 붙었다. 소녀시대 팬들이라면 자못 도발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이 자막은, 그러나 '무한도전'을 통해 맥락을 이해하는 분들이라면 귀엽고 심지어 유쾌하게까지 느꼈을 것이다. 어떻게 무례하게까지 보이는 이런 말이 웃음으로 전화될 수 있었을까. 거기에 '미존개오(미친 존재감 개화동 오렌지족)'로 불리는 정형돈이 있다. 조인성을 조정 특집에 영입하기 위해 벌어진 테스트에도 여지없이 정형돈이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것은 '어색함을 이겨내라'는 테스트. 어색함을 캐릭터로 갖고 있는 정형돈의 전화번호를 얻는 것이 조인성의 미션이 되는 이 테스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