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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역적' 김상중이 미친 듯이 연기해낸 한 노비의 초상“우리 길현 어매, 길동이는 손가락 빨렸어도 도련님한테는 젖 물렸고, 우리 길현이는 도련님 대신해 숱하게 매 맞으면서 커들 않았서라. 내는 이날 이때까지 나리 모시느라고 허리 한 번 못 펴봤고,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까지 이 집에 뼈며 살이며 힘줄까지 발라 바쳤는데... 아녀 아녀 나리 잘못이 아녀. 다 내 탓이여. 나리가 뭔 잘못이 있겄어. 온통 노비들은 인간이 아니라고들 하는데 나리라고 무슨 뾰족한 수가 있었겄어... 어째서 그 때는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잉. 인간 같지 않은 것들 싹 다 죽여뿔고 새로 태어날 생각을 워째 못했을까잉.”MBC 월화드라마 에서 아내의 죽음에 아모개(김상중)는 드디어 사태를 깨닫고 각성한다. 자신이 제..
김은숙 작가의 , 어떤 정서를 건드리고 있나 시간과 공간, 이승과 저승, 현실과 비현실 같은 경계들을 모두 뛰어넘었다. 고려시대 무신 김신(공유)은 자신이 지키던 주군의 칼날에 쓰러지지만 그를 지지하는 민초들의 염원에 의해 되살아나 영원히 살아가는 축복이자 저주를 받게 된다. 완전한 무(無)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도깨비 신부가 그의 가슴에 박힌 검을 뽑아야 한다는 신탁을 받은 채. tvN 는 우리네 전설과 야담에 등장하는 도깨비라는 특이한 존재를 소재로 담았다. 신성성을 가진 존재로서 민간신앙의 대상이었던 도깨비는 민담 형태로 구전되면서 인간적인 면면들이 깃든 존재로 그려져 왔다. 신앙의 대상인 신에서부터 인간에게 당하기도 하는 모습으로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그런 존재. 는 그래서 그 특이한 존재적 특성 ..
, 민초들의 대변자 신세경의 일갈 “그럼 전 뭘해요? 산다는 건 뭔가 한다는 거잖아요. 근데 전 아무 것도 할 게 없어요. 길을 잃었다고요. 그럼 그냥 이렇게 죽어요? 뭐라도 해야 사는 거잖아요.” SBS 월화사극 에서 분이(신세경)는 정도전(김명민)에게 이렇게 토로한다. 그녀는 절망하고 있다. 아니 백성들이 그렇다. 자신들이 경작한 쌀의 무려 8할을 세금으로 뜯어가는 양반들이다. 그것도 모자라 9할로 세를 올렸다. 잦은 왜구들의 출몰로 백성들을 돌보기 위함이라는 미명하에. 에서 민초들은 그들이 경작하는 땅을 고스란히 닮았다. 그들이 경작하는 땅이 그렇듯이 제 몸이 제 몸이 아니고 끊임없이 수탈당한다. 정도전은 절망에 빠진 분이에게 한 가지 희망을 전한다. 버려진 황무지를 개간해서 곡식을 경작해보라는 것..
의 시대, 진정한 역사 교육이란 SBS 사극 에는 이성계, 이방원, 정도전이라는 실존 역사적 인물 이외에도 이방지, 무휼, 분이라는 가상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과거 같았으면 실제 역사의 왜곡이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을 수도 있는 인물설정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중들은 실제 역사와 가상을 구별할 줄 안다. 사극은 진짜 역사라기보다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대 하나의 허구로 꾸며진 드라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이렇게 역사적 사실에 허구의 틈입을 허용한 건 단지 재미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거기에 깔려 있는 의도의 진정성 때문이다. 역사라는 건 완벽한 팩트일 수 없다. 그것은 기록하는 자의 시선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왕들의 역사다. 그들의 관점이 담겨진 편향된 역사..
'육룡', 이방원만큼 무휼, 이방지가 기대되는 까닭 오늘 첫 방영되는 SBS 사극 의 등장인물에는 반가운 이름이 들어가 있다. 바로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전작이었던 에서 세종 이도 옆을 든든히 지키고 있던 무사 무휼(조진웅)이다. 세종 이도가 글을 세운 문의 힘을 보여준 캐릭터라면 그런 그를 칼을 통한 무로써 지켜주는 인물이 무휼. 무휼은 한글 창제의 이면을 다룬 가 사변적인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액션 활극으로서 시청자들의 시각적 쾌감을 줄 수 있게 해준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 무휼이 훨씬 젊어진 얼굴(윤균상)로 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무휼 옆에는 또 한 명의 익숙한 이름이 있다. 바로 이 드라마에서 땅새(변요한)라고 불리는 이방지다. 이 캐릭터 역시 에서 강채윤(장혁)의 무술스승으..
이 노출을 쓰는 방식은 에로티즘이 아니다 파격. 아마도 영화 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그것은 ‘파격’이 될 것이다. 지금껏 연산군의 폭정을 다룬 사극들이 그토록 많이 쏟아져 나왔어도 이처럼 폭력적이고 광기에 휩싸인 연산군은 심지어 낯설게 다가올 정도다. 갑자사화를 짧게 묘사하면서 시작하는 방식은 마치 나 의 한 장면처럼 핏빛 폭력을 심지어 경쾌한 터치로 그려낸다. 연산군은 발가벗은 궁녀들이 기묘한 포즈를 취하게 하면서 그걸 그림으로 담아놓는다. 목이 날아가고 팔이 잘려지는 폭력은 살벌할 정도로 리얼하고, 음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노출은 놀라울 정도로 과감하다. 거의 끝까지 밀어붙이는 듯한 폭력과 노출은 그래서 서로 그 살을 뒤섞으며 기묘한 긴장과 이완을 만들어낸다. 육체와 살은 이 두 감정을 하나로 보..
멜로가 된 , 왜 시대를 담지 못했나 신하균은 왜 이 영화에 출연했을까. 새로 개봉한 영화 는 사극이다. 조선 초기 이방원의 왕자의 난을 소재로 다뤘다. 역사적 사실이야 사극을 조금 봤다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해되는 것일 게다. KBS 이나 같은 사극이 다뤘던 그 시대. 하지만 는 그 역사적 사건에 집중하지 않는다. 대신 이방원(장혁)의 왕자의 난에서 오히려 역적으로 몰린 김민재(신하균)가 기녀 가희(강한나)에게 보내는 절절한 순애보를 다루고 있다. 19금 영화이니 당연히 노출수위가 높고 정사신도 많이 나오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그렇게 특별히 인상적으로 다가오지는 못하고 있다. 그것이 과연 그런 정사신이 이 영화에 꼭 필요한 부분이었는가에 대한 답변을 영화가 충분히 해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 주인공이 주목되지 않는 사극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드라마 공감] 는 올해 SBS가 야심차게 준비한 사극이다. 이미 이 기획이 방송가에 돌아다닌 것만도 5년여가 된 작품이라고 한다. 본래 좀 더 일찍 방영될 예정이었으나 늦춰지는 바람에 SBS의 다른 작품들이 대체 편성되기도 했다. 는 본래 그 대체 편성된 작품이었지만 ‘국민드라마’라는 호칭을 얻을 만큼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정작 는 부진의 늪에서 좀체 빠져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시청자들은 무언가 확실한 끌림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체 뭘까. 는 왕이 아니라 왕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 사극과는 궤를 달리 한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로 이어지는 시대 상황에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