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순위 집착보다는 음악 그 자체

 

버스커 버스커가 <슈퍼스타K3>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이 순수한 밴드가 우리네 가요계에 이 정도의 신드롬을 만들어낼 수 있을 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밴드는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그들의 음악은 절대 고음으로 듣는 이를 소름 돋게 하는 가창력이나, 누군가를 눈물 흘리게 만드는 절절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심사위원들조차 버스커 버스커의 단점으로 고음이 안 된다는 점을 지목했고, 음악이 반복적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버스커 버스커는 톱10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버스커버스커'(사진출처:Mnet)

하지만 예리 밴드 사건이 터진 후, 다시 새로운 경쟁자를 뽑는 과정에서 버스커 버스커는 톱10에 합류하게 되었고, 그 후로 점점 그 특유의 감성으로 대중들을 중독시켰다. 버스커 버스커의 리더 장범준의 고음이 안되는 보컬을 비판했던 윤종신은 그것과 상관없이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그들의 음악은 바로 그 점 때문에 초반 비판받았지만 결국 또 그것 때문에 호평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버스커 버스커는 경쟁과 상관없이 독자적인 자기만의 색깔을 음악을 통해 들려주었다. 그들은 결국 최종 결선에까지 오르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슈퍼스타K3>에서 버스커 버스커가 일으킨 변화는 그들이 첫 앨범을 발표하면서 가요계 전체에까지 퍼져나갔다.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계절에 그들의 '벚꽃엔딩'은 마치 공기처럼 우리의 귀와 온 몸에 스며들었다. 어딘지 순수하면서도 마음에 와닿는 가사와 그저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 감성을 자극하는 멜로디, 어쿠스틱한 사운드는 그간 가요계에서 잊고 있던 '진짜 음악'을 떠올리게 했다. 과거 송골매나 산울림을 통해 들었던 마치 비틀스적인 음악 자체의 매력을.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난무하면서 치달았던 가창력 대결에 피곤을 느낀 대중들은 이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있고 빠져들 수 있으며 때론 쉴 수 있게 해주는 버스커 버스커를 통해 음악적인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K팝으로 시끄러운 한류 바람이 보여준 현란한 시각적 충격과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보여준 극한의 목청 대결에서 잠시 벗어나 '이것이 진짜 음악이야'라고 말하는 듯, 그들의 음악은 마치 오랜 겨울을 겪고 있는 가요계에 청춘(靑春)의 설렘을 더해주었다.

 

쉬운 노랫말, 과감하면서도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 청춘이라는 주제, 신구세대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 무엇보다 만들어진 느낌이 아니라 즐긴 듯한 느낌의 음악. 버스커 버스커가 보여준 것은 그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이들로서의 가수들이 점점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가요계에 대중들이 얼마나 아티스트로서의 가수를 희구해왔는가 하는 사실이었다.

 

"존 레논이 노래를 잘 하나요?" <승승장구>에 출연한 이승철은 가수의 가창력에 대해서 이렇게 반문한 적이 있다. 가수의 자질은 가창력으로만 판가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버스커 버스커는 가창력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개성 넘치는 음악이 얼마나 대중들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한바탕 봄날을 놀고는 잠시 활동 중단에 들어간 버스커 버스커. 그들은 가을이든 겨울이든 다시 돌아와 또 그 계절의 감성을 공기 속에 퍼트릴 것인가. 여전히 '벚꽃엔딩'을 들으면 그 벚꽃 날리던 2012년의 봄날을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광고시간도 기다림으로 채우는 '슈스케'의 힘

'슈퍼스타K3'(사진출처:Mnet)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슈퍼스타K'에서 김성주 아나운서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이 멘트는 사실 광고 소개나 마찬가지다. 케이블 채널이라는 특성에 맞춰 중간 광고를 60초 넣게 되면서 생긴 것이다. 따라서 프로그램 도중 뚝 끊기고 광고가 나오는 것을 인식한다면 시청자들은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웬걸? 김성주 아나운서가 이 멘트를 던지는 순간, 불만보다는 기대감 섞인 웃음이 나오는 건 왜일까. 도대체 무엇이 불만을 기대로 바꾼 것일까.

이 멘트가 거의 유행어가 된 이유는 그 멘트가 사용되는 지점과 관련이 있다. 즉 이 멘트는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 경쟁에서 가장 긴장감이 높은 하이라이트 지점에 포진되어 있다. 이 멘트는 본선 이전의 예선에서는 출연자들에게 어떤 상황이나 사건이 벌어졌고 그것에 대한 의문이나 궁금증이 커지는 지점에 들어갔으며, 본선에서는 어김없이 탈락자 발표 순간에 들어간다. "이번 오디션의 탈락자는..."하고 잠시 시청자와 밀고 당기는 김성주 아나운서의 입에 시청자와 관객의 눈길이 집중되었을 때, 그 긴장감을 무너뜨리며 "60초"가 언급된다.

이렇게 되자 '60초'의 시간은 광고가 송출되는 시간이 아니라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기대감의 시간으로 바뀐다. '60초'는 가장 중요한 순간임을 알리는 시청자와의 약속어가 된 셈이다. 무엇보다 막연한 '잠시 후'가 아니라 '60초'라는, 구체적인 시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만일 '잠시 후'라고 했다면 언제 프로그램이 시작될 지 알 수 없는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60초다. 그 구체적인 60초는 시청자들을 기대감에 충분히 기다리게 해준다.

물론 '60초 후에 공개됩니다'라는 멘트가 이렇게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그 첫째는 김성주 아나운서의 이른바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즐거워지게 되는' 진행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김성주 아나운서는 스포츠 아나운서 출신답게 '슈퍼스타K'라는 무대를 온전히 하나의 스포츠 게임처럼 구성하는 능력이 있다. 출연자를 소개할 때는 마치 권투나 이종격투기 경기의 그것을 연상시키고, 노래를 부른 출연자들을 세워두고 심사위원의 평가를 받을 때는 마치 중간에 선 심판 같은 인상을 만들어낸다. 물론 탈락자 발표에 있어서 밀고 당기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능력은 그의 진행의 백미다. 이런 진행 방식 때문에 우리는 기꺼이 '60초'를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이 된다. 그것은 즐거움을 위한 것이니까.

하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건 두 번째 전제다. 그것은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연 자체가 누가 남고 누가 탈락할 것인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팽팽하다는 데 있다. 만일 우열이 확실히 갈린다면 마지막 탈락자 발표 순간의 '60초'는 밋밋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그 시간 또한 지루해질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숨은 실력자로 무대 위에 오른 그들의 경연은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도대체 이 이미 자신들만의 스타일이 완성된 듯한 팀들의 우열을 어떻게 예측할 것인가.

많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슈퍼스타K'가 독보적인 프로그램으로 인식되는 것은 바로 이 경중을 평가할 수 없는 뛰어난 실력의 참가자들 덕분이다. 이것은 아마도 가장 인지도가 높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 당연히 가장 많은 경쟁자들이 몰리기 때문일 것이다. 많이 오기 때문에 그만큼 실력자도 많은 셈이다. 프로그램 중간에 떡 하니 60초 정도는 기다리게 만들 수 있는 힘. 광고시간마저 궁금증과 기대감으로 채우는 '60초'의 위력은 그래서 거꾸로 이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참가자들의 높은 질적 수준을 얘기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슈스케3', 어디서 이런 보석들이...

'슈퍼스타K3'(사진출처:mnet)

정말 이들이 아마추어란 말인가. '슈퍼스타K3(이하 슈스케3)' 얘기다. 사실 노래 잘하는 친구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누군가의 어려운 노래를 곧잘 따라하고 자기 식으로 소화해내는 그런 가수 지망생들. 하지만 마치 태생이 가수가 되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철저히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자기 노래를 스스로 작곡 작사하고 자기 스타일을 만들어내고 노래에 맞는 안무까지 척척 연출해내는 이들은 심지어 프로의 세계에서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들을 우리는 가수라 부르기보다는 뮤지션, 혹은 아티스트라 부른다.

'슈스케3'가 발굴해낸 울랄라세션, 투개월, 버스커버스커가 그렇다. 지금껏 계속해서 슈퍼세이브(문자 투표와 상관없이 심사위원 최고점을 받은 이는 합격 되는 제도)로 경연을 통과한 울랄라세션은 최고의 엔터테이너로서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가창력은 기본으로 갖춘데다가 곡 해석력 또한 뛰어나고, 네 명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나 구성, 게다가 안무까지 뭐 하나 빠지는 데가 없다. '달의 몰락' 같은 곡에서는 애절함과 경쾌함을 잘 섞어놓고, 'Open arms'는 절절함을 그대로 잘 살려낸다. 세 번째 무대에서 부른 '미인'은 노래에 스타일, 입체적인 안무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암 투병을 하는 임윤택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울랄라세션의 아우라가 되어주고 있다. 그 어떤 힘겨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음악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가수의 뛰어난 기교나 무대매너, 음악적 성취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심사위원 이승철이 "말이 필요 없다. 음악에 대한 열정, 무대 위에서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에 심사위원 모두 감사와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고 말한 것이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그들의 무대가 실제로도 그만큼 빼어났기 때문이다.

투개월은 그 독특한 음색으로 벌써부터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김예림은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매력적인 목소리 톤을 갖고 있는데다가 독특한 분위기와 출중한 외모가 덧붙여져 묘한 그녀만의 색깔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투개월은 김예림을 전면에 세워두는 듀오지만 그 뒤를 받쳐주는 도대윤 역시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기타는 물론이고 김예림과 어우러지는 도대윤의 화음은 이들의 노래를 좀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낸다. 대중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기성 가수라도 이 정도의 존재감을 갖기는 어렵지 않을까.

버스커버스커는 늘 지적되는 장범준의 가창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사전 인기투표에서 늘 1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것은 '슈스케3'가 이제 시즌을 거듭하면서 가창력 대결만이 아니라 좀 더 다채로운 스타일을 요구하고 또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버스커버스커의 '동경소녀'는 경쾌한 리듬이 잘 살아있는, 이 팀 특유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곡이다. 노래가 아니라 음악을 아는 이들은 이미 뮤지션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 울랄라세션이나 투개월,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는 각종 음원차트에서 기성 가수들의 곡을 넘어서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딘지 찍어낸 듯한 기성 가수들의 노래가 기성복 같다면, 이들의 노래는 마치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진 음악 같은 신선함을 갖고 있어 그만큼 주목되기 때문이다. 이미 기성가수들을 넘어서는 음악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는 이들을 어찌 아마추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슈스케3'가 발굴해낸 프로를 뛰어넘는 아마추어들은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슈스케'를 포함한 초창기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가창력 하나에만 그토록 천착해왔다면, '슈스케3'로 진화된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제 좀 더 갖춰진 음악성이나 독특한 개성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은 어쩌면 스타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스타를 발견해내는 과정이 되어가는 지도 모른다. 참으로 세상은 넓고 그 넓은 세상에 숨은 인재들도 많다. 다만 이제까지 그들이 설 무대가 없었을 뿐이다. 그러니 이렇게 발굴될 인재들은 어쩌면 앞으로의 가요계 판도를 좀 더 다채롭게 만들지 않을까. 이미 여러 음원차트가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위탄2', 통편집이 가진 문제

'위대한 탄생'(사진출처:MBC)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의 지원자 수는 정확하게 몇 명인지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오디션장에 몰려든 인파들을 원경에서 찍어 보여준 것으로 그 규모를 가늠할 뿐이다. 상당히 많을 수밖에 없는 1차 오디션이 통편집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 어느 정도 걸러진 인물들을 2차 오디션부터 보여주는 것이 훨씬 집중도가 높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은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에서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이미 2차 오디션으로 걸러져 이제 137개 팀으로 좁혀진 위대한 캠프에서 여전히 통편집이 등장하는 건 왜일까. 2차 오디션에서 심사위원들의 말끝을 잘라서 오히려 주목받은 김태극이나 회계사 출신으로 일찌감치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배수정 같은 인물이 상당한 시간을 할애 받은 반면 같은 무대에 선 몇몇 지원자는 거의 얼굴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이러한 편집은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일까.

'슈퍼스타K3'와 비교해보면 이러한 통편집은 '위대한 탄생2'의 특징처럼 읽힌다. '슈퍼스타K3'가 무모할 정도로 많은 지원자들을 빠른 편집을 통해 짧게 짧게라도 보여줬던 반면, '위대한 탄생2'는 지원자들 중 될 성부른 이들만 쏙쏙 뽑아 편집해 보여주고 있다. '슈퍼스타K3'의 많은 지원자들의 빠른 편집분은 분명 시청자들의 눈을 피곤하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또 '위대한 탄생2'의 통편집은 시청자들을 보다 쉽게 몇몇 지원자들에게 집중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통편집은 '다양성'의 차원으로 보면 잘못된 선택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좀 더 다채로운 인물들의 경연이지, 잘 하는 몇몇 사람들만 쏙쏙 빼서 보여주는 경연은 아닐 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집중이 시청률을 높이는 데는 좋다. 그만큼 정돈된 스토리의 일관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깔끔하게 잘려진 영상은 그렇게 소외되어 버린 지원자들에게는 예의가 아니다.

게다가 '위대한 캠프'처럼 집단으로 나와 한 명씩 경연을 보여주고 거기서 당락을 결정하는 방식에서 이러한 통편집은 결과를 미리 알려주는 잘못된 선택이기도 하다. 즉 당락 결정에 앞서서 심사위원들은 합격과 불합격이 될 지원자들을 따로 분류하는데, 누가 봐도 통편집된 지원자가 서는 쪽이 불합격이라는 건 알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은 심사위원들의 심사 방식이 어떤 긴장감을 유발하려는 노력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편집에 의해 그 긴장감이 깨져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통편집이 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부여하는 뉘앙스다. 이것은 어딘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물론 오디션 과정이나 심사 과정은 공정하겠지만, 방송이 오디션 참가자들을 비추는 방식이 승자 독식의 게임처럼 보여주는 건 불공정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쩌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바라는 것에 전면으로 위배되는 것일 수 있다. 대중들은 오디션을 통해 그것이 판타지라도 희망이 보고 싶은 것이지, 불공정한 현실을 확인하고 싶은 게 아니다.


속사포 '슈스케3'냐, 편안한 '위탄2'냐

'위대한 탄생2'(사진출처:MBC)

'슈퍼스타K3(이하 슈스케3)'. 이건 거의 미친 속도감이다. 한 참가자가 반 소절도 부르기 전에 화면은 다른 참가자로 넘어가고 또 짧은 한 소절을 부르는 참가자의 모습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간간히 따라붙는 인터뷰도 절대 늘어지는 법이 없다. 물론 긴장감을 만들기 위해 뜸을 들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화면이 고정되거나 반복되는 법은 별로 없다. 대신 '슈스케3'는 역순으로 편집된 영상을 보여주거나 차라리 다른 참가자의 오디션 영상을 끼워 넣는다. 이건 거의 편집이 롤러코스터 수준이다.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은 심지어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과도하게 빠르게 진행되는 영상 속에 엄청나게 많은 참가자들의 면면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거기서 심사평과 당락 결정까지 순식간에 이뤄진다. 잘 따라잡기 힘든 이야기를 자막으로 읽어내려면 굉장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어찌 보면 피곤해 보이지만 막상 이 롤러코스터에 적응하면 또 거기에 걸맞는 속도감이 쾌감으로 제공된다.

비교점이 있다는 것은 프로그램의 특징을 더 잘 보이게 만든다. 미친 속도감을 느끼게 하는 '슈스케3'를 더 특징적으로 보게 만드는 건 이제 막 시작한 '위대한 탄생2(이하 위탄2)'다. 이미 먼저 출발선을 지나 이제 본격적인 속도를 내고 있는 '슈스케3'에 적응한 시청자라면 '위탄2'는 조금 심심하게 여겨졌을 지도 모른다. 첫 방송인데다 새 멘토의 소개에 프로그램의 초반 20여분을 할애했다. '슈스케3'에 비하면 느긋한 행보다.

영국에서 치러진 1차 예선이 스케치 되었지만 그 오디션 장면은 모두 편집되었다. 대신 여기서 뽑힌 참가자들의 2차 예선 장면이 방영되었다. 영상은 많은 인원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몇몇 주목되는 참가자의 면면에 집중했다. 영국인으로써 2NE1의 노래를 거의 완벽하게 부른 티타, 허스키 보이스가 매력적인 샘 같은 참가자들에 대한 멘토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서울 2차 예선으로 넘어와 이효리의 '치티치티뱅뱅'을 새롭게 해석한 김태극, 절대음감으로 극찬받은 신예림, 가수가 되기 위해 80킬로그램을 감량했다는 고필준 같은 인물들을 포착했다.

'위탄2'의 영상들은 '슈스케3'에 비해 훨씬 집중된 느낌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편집이지만, 어딘지 빈약한 느낌 역시 지울 수 없다. 이것은 어쩌면 196만여 명이 참가한 '슈스케3'가 가진 압도적인 자원(?) 덕분인 지도 모른다. '슈스케3'는 너무 많은 경쟁자들이 들어와 있어 그들을 어느 정도 잡아내려면 그만한 미친 속도감이 필요했을 것이다. 속도감이 피로하기는 하지만 경쟁자들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것도 '슈스케3'만의 장점이다.

반면 '위탄2'는 짧게라도 들어오는 참가자들의 영상이 별로 없고, 편집되지 않고 살아남은 경쟁자들은 확실히 카메라가 잡아주기 때문에 집중도가 높고 피로감도 덜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경쟁의 느낌이 별로 없어 밋밋한 인상을 지우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슈스케3'와 '위탄2'의 속도감의 차이는 그것이 케이블과 지상파를 가르는 특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악마의 편집'으로 불리는 '슈스케3'의 현란한 편집은 케이블에 걸맞게 마니아적이고, '위탄2'의 편안하다 못해 밋밋한 느낌은 보편성을 추구하는 지상파에 걸 맞는다.

어찌 보면 이 케이블과 지상파가 맞닥뜨리게 된 두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결은 바로 이 속도감의 대결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두 프로그램이 내세우고 있는 관전 포인트는 약간 차이가 있다. '슈스케3'는 바로 그 야생적인 생존경쟁의 모습을 가감 없이 포착하는 묘미가 있고, '위탄2'는 멘토링이라는 성장과정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이 바탕에 깔린 편집이라는 요소는 시청자들을 부지불식간에 적응시키는 요소로 어쩌면 내용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어느 속도에 적응하게 하느냐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른 속도가 너무 어지럽거나 너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을 테니까. 속사포 '슈스케3'와 편안한 '위탄2'. 당신은 어느 속도에 적응하고 있는가.


의외로 큰 '슈스케' 효과, 지상파까지?

'슈퍼스타K3'(사진출처:Mnet)

'슈퍼스타K2'의 성공은 신호탄에 불과했던가. '슈퍼스타K3'는 단 3회만에 10% 시청률을 넘겨버렸다. 많은 이들이 엄청난 수치의 시청률에 놀라지만, 그 시청률이 함의하는 것은 사실 더욱 놀랍다. 이것은 늘 한계로 지목되던 케이블이 지상파를 뚫는 것이 가능한 일이며, 또 그 방법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말 그대로 역발상이다. 케이블이 가진 한계를 장점으로 바꾸는 것. 그 마니아적인 속성을 특성으로 만드는 것. 이것은 '슈퍼스타K3'의 면면에서 드러난다. '슈퍼스타K2'의 엄청난 성공은 '슈퍼스타K3'의 변신을 예상하게 한 것이 사실이다. 즉 그 정도의 시청률이라면 마니아적이고 케이블적인 특성을 벗어나 좀 더 보편적이고 지상파적인 점잖음(?)으로 돌아올 것만 같았다. 그래야 지상파 시청자들의 유입을 좀 더 끌어올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예상은 멋지게 빗나갔다. '슈퍼스타K3'는 '슈퍼스타K2'보다 더 케이블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편집을 통한 연출은 더 독해졌고, 따라서 지상파라면 분명 피했어야 하는 자극적인 상황은 오히려 더 도드라졌다. "독설의 시대는 갔다"고 선언한 이승철의 심사는 딱히 독설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여전히 강했다. 즉 독한 직설이지만 너무나 공감가는 지적이기에 듣는 사람마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그런 심사였다. 이만한 자극과 재미를 대체할 수 있는 지상파 프로그램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슈퍼스타K3'는 케이블의 특성을 극대화했다.

그러면서도 아낌없는 제작비를 쏟아 부음으로써 프로그램이 지상파 못지않은 세련됨을 유지하려 애썼다. 즉 이것은 케이블이 지상파가 되려한 것이 아니라, 지상파가 못하는 부분을 해냄으로써 지상파를 넘어서려 한 것이다. 지상파의 보편적인 시청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그들의 입맛에 맞게 지상파를 흉내 내기보다는, 이미 보게 된 지상파 시청자들을 거꾸로 케이블에 중독시키는 방식이다. 이 도전의 성패는 이미 '슈퍼스타K2'를 훌쩍 넘겨버린 '슈퍼스타K3'의 시청률이 말해주고 있다. 많은 이들은 이미 '슈퍼스타K3'를 통해 케이블적 감성이 주는 묘미를 체감하고 있다.

이것은 '슈퍼스타K3'라는 프로그램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딘지 자극적이고 어딘지 싸 보이기도 하지만 어딘지 계속 보고 싶은 그 케이블적 감성으로 보편적 시청층들(지상파 고정 시청자들 같은)을 끌어오려는 CJ E&M의 행보는 이미 시작되었다. 종편시대에 접어들면서 벌어진 스카웃 전쟁 속에 종편도 아닌 케이블인 CJ E&M이 뛰어든 것은 그저 시류에 편승한 포석이 아니다. 오히려 거기에는 종편보다도 더 거시적인 CJ E&M의 야심이 숨겨져 있다.

CJ E&M이 KBS의 간판급 예능 PD들, 예를 들면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을 세팅한 이명한PD나 '남자의 자격'의 신원호PD, 그리고 '개그콘서트'의 김석현PD를 영입한데는 단지 그들의 능력을 높이 샀다는 통상적인 선택의 이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이른바 스타PD다. 즉 자신의 이름으로 시청자층까지 끌어 모을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KBS라는 보수적인 고정 시청층을 확보한 방송사의 PD였다. 그들이 케이블로 온 것이다. tvN이라는 케이블 자체제작방송사의 대명사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지상파 시청자들의 유입은 이들 스타PD들의 이름만으로도 어느 정도 담보될 수 있는 상황이란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난다. 그렇게 지상파에서 익숙했던 이명한PD나 신원호PD의 프로그램을 기대하고 온 시청자들은 거기서 과연 지상파스러운 그들의 프로그램을 볼 수 있을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 곳은 이미 CJ E&M이라는 케이블 소속이 아닌가. 게다가 이것은 '슈퍼스타K'가 준 교훈이기도 하다. 오히려 가장 케이블적인 방송이어야 케이블에서 더 먹힌다는 것. 그러니 지상파에서 이적한 스타PD들은 지상파의 시청자들을 끌고 오지만 결과적으로는 케이블적인 감성을 전파하게 될 공산이 더 크다. '슈퍼스타K'가 그런 것처럼.

지상파보다 더 강하고 자극적이지만 어느 정도의 격조를 담보한 케이블의 반격은 이미 시작됐다. 그 첨병에 '슈퍼스타K'가 서 있고, 새로 이적한 지상파 스타PD들이 그 뒤를 준비하고 있다. 이것을 촉발한 프로그램이 바로 '슈퍼스타K'다. 즉 '슈퍼스타K'는 시청률만으로는 추산할 수 없는 효과를 케이블에 가져온 셈이다.


'슈스케3', 역시 이승철이다

'슈퍼스타K3'(사진출처:Mnet)

역시 이승철이다. '슈퍼스타K3'를 시작하며 "이제 독설의 시대는 갔다"고 선언한 그는 확실히 달라졌다. 여전히 거침없이 할 말을 하고, 제 아무리 동정적인 시선을 갖게 해도 요건이 되지 않으면 '불합격'을 주는 그는 참가자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것은 초창기의 그 독설이 아니다. 독설이란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자극적인 멘트를 뜻하지만, 그의 심사에는 참가자의 장단점을 정확히 꿰뚫는 정교함으로 듣는 이를 공감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이것은 독설을 '명쾌한 심사'로 바꾼다.

'신입사원'에서 고배를 마셨던 정다희에게 "아나운서 되시고 나서 회식갈 때 하시면 완전 인기 있을 것 같아요."라며 불합격을 주고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에 출연했었던 유승엽에게 "단점이 참 많아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목소리가 있는데 호란씨가 합격 안했으면 제가 슈퍼패스 한 번 써보려고 했었어요."라고 말하며, '방가방가'로 유명한 칸에게 "정말로 칸씨에게 좋은 기회 드리고 싶고요.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주시는 분이 되셨으면 좋겠는데 키를 맞추시는 음정연습이 좀 안되신 것 같아요. 불합격 드리겠습니다."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는 심사기준에 유명세 같은 것은 전혀 상관없는 심사를 고집한다. 이 공평한 부분은 독설에 가까운 심사평이라도 그의 심사에 대중들이 공감하는 바탕이 된다.

하지만 노래 잘 하는 참가자가 발견됐을 때, 그는 아낌없는 찬사를 던져주는 모습을 보인다. 임산부인 전성진씨가 노래할 때 시중일관 흐뭇한 미소를 띄운 그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두 분이서 불합격 하시면 제가 슈퍼패스를 쓸게요. 아우 나 소름끼치는데. 따로 주머니가 있는 거 같지 않아요. 폐활량. 굉장한 실력이시네요."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참가자들에게 가요가 아닌 왜 팝송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던 그도 좋은 목소리를 가진 경지애씨가 팝송을 하자 "저는 개인적으로 지애양 같은 목소리 제일 좋아요. 노래를 아주 잘하고 음색이 아주 좋은 가수가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고 그러면서도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다이어트를 좀 해야 될 거 같아요."라고 지적할 것은 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래 가사가 다 지루하네요. 가사에 나온 게 한 잔 술하고 담배밖에 없어. 그거 심의에 다 걸려요." - 방송심의위원장 이승철. "연습 안하면 불안하죠? 목이 쉬었어요. 목이 혹사된 느낌이 들어요. 이제 노래를 그만하세요. 노래는 그냥 편안하게 일주일에 한 번 목소리 컨디션 좋을 때 그것도 30분." -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승철. "치명적인 단점이 구강구조가 노래하는데 굉장히 불리한 구강구조예요" - 치과의사. "약간 다이어트 하셔야 될 것 같아요." -황제 다이어트 단식원. 그의 거침없는 심사를 연속적으로 편집해 보여주면서 그의 캐릭터를 부여한 유머러스한 연출은 그가 심사위원으로서의 자질 이외에도 갖추고 있는 엔터테이너적인 요소를 잘 보여주었다. 어쨌든 이것은 오디션이면서도 방송프로그램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사위원의 자질만큼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엔터테이너적인 요소다.

미국에서 유진 킴이 오디션을 볼 때, 이승철과 윤종신이 보인 모습은 이승철의 거침없는 심사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그는 노래를 듣고는 "노래를 기본적으로 선천적으로 잘 하시는데 아무 생각 없이 부르시네요."라고 속 시원하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윤종신이 "뭐라고 해야될 지 몰랐는데 표현을 잘 해주셨다"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말끝을 계속 흐리며 시간을 끌자 이승철은 "그 좀 빨리 좀 해요. 고문하는 것도 아니고 참."하고 말했다. 이것은 이승철의 단칼로 순식간에 베어내는 듯한 심사가 어쩌면 거기 오디션장에 힘겹게 서있는 참가자들을 위한 배려라는 것을 말해준다.

인정에 이끌려 안 될 참가자를 합격시킨다면 그는 오히려 나중에 더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도저히 가능성이 없는 참가자에게 헛된 희망을 부여한다면 자칫 인생을 허비할 수도 있다. 잘못된 부분을 직접 말하지 못해 빙빙 돌려서 표현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고문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승철의 '단칼 심사'는 빛을 발한다. 그 안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심사의 기준과 근거가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물론 그 캐릭터가 주는 즐거움은 덤이다.


명불허전, 역시 '슈퍼스타K'인 이유

'슈퍼스타K3'(사진출처:Mnet)

과연 케이블은 한계일까. '슈퍼스타K3'를 보면 케이블은 한계가 아니라 또 하나의 가능성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무려 8.5%의 첫 방송 시청률에 이어 2회에 10%를 간단히 넘겨버린 이 금요 오디션의 최강자는 케이블의 장벽을 뛰어넘어 오히려 케이블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펼쳐 보이고 있다.

사실 첫 회에 난동녀로 나와 논란을 일으켰던 최아란은 지상파라면 감히 내보내지 못했을 장면들이다. 자신이 떨어졌다며 욕을 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의 난동을 부리는 장면은 그러나 케이블이라는 매체에 대한 상대적인 관대함(?) 때문에 논란 자체도 화제로 전환되었다. 이것은 단적인 예이지만, 편집과 연출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로 케이블만이 가능한 과감함을 엿볼 수 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이하늘이 합격 티셔츠를 나눠주는 여성을 두고 하는 농담은 어찌 보면 지나치다고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슈퍼스타K3'는 이마저도 재미요소로 연출해버린다. 즉 이하늘의 농담을 통해 이 여성의 캐릭터를 만들어놓은 후, 오디션 참가자가 나왔을 때 이하늘의 반응에 이 여성의 리액션을 살짝 끼워 넣는 식이다. 이 절묘하면서도 독하기 그지없는 연출은 지상파라면 시도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적어도 '슈퍼스타K'에서는 가능하다. 케이블에 대한 대중들의 암묵적인 허용치가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적인 독한 연출은 심사위원에게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서인영은 마치 잘 생긴 남자들만 나오면 '합격'을 주고, 예쁜 여자가 나오면 '불합격'을 주는 것처럼 연출되는 것도 그것이 서인영 당사자의 이미지에는 어떨 지 모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묘한 재미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승철이 '슈퍼스타K'의 대표적인 심사위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케이블적인 허용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늘 선택과 지적에 있어 과감하고 또 그러면서도 정말 괜찮은 가능성의 후보자가 나타났을 때 한 발 물어날 줄도 아는 심사위원이다. 이 독설가의 이미지와 멘토로서의 이미지가 모두 선명하게 드러나는 건 역시 과감한 케이블의 연출 덕이기도 하다.

이것은 어찌 보면 지상파가 좀체 버리지 못하는 '품격'에 관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퍼스타K'는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인데다 시청률에 있어서도 이미 지상파를 압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깨에 힘을 주는 연출을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엔터테이너들의 세상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좀 더 본성에 솔직한 그림들을 잡아낸다.

이것은 어쩌면 B급의 '저렴한' 프로그램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슈퍼스타K'는 그 외관으로서의 규모를 강조하고 세련된 영상을 위한 제작비를 아끼지 않는다. 헬기와 리무진이 동원되고, 엄청나게 운집한 참가자들의 모습이 말 그대로 스펙터클하게 보여진다. 총 상금 5억 원, 오디션 참가자 수 197만 명, 제작비 100억 원, 제작 기간 1년. 이런 스케일 속에서 B급 프로그램의 이미지는 휘발되어버린다. 지상파도 선뜻 만들어내기 어려운 특 A급의 스케일에, 역시 지상파가 그려내기 어려운 B급 정서의 연출. 이것은 케이블에 자리한 '슈퍼스타K'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도 '슈퍼스타K3'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도저히 지상파가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을 이 프로그램이 개척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스타K'는 그래서 케이블이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대체불가능의 프로그램이 된다. 김용범 PD의 "우리의 경쟁자는 타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 슈퍼스타K 시즌1, 시즌2"라는 말이 단지 수사가 아닌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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