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바로 너’, 스포일러를 걱정해야 하는 예능이라니

드디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인 <범인은 바로 너>가 그 1,2회를 공개했다. 10부작으로 100% 사전 제작이고 그래서 여타의 넷플릭스 콘텐츠들이 그러하듯이 한 시즌인 10부를 전부 하루에 공개할 걸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2회만이 공개됐다. 제작진 측에 따르면 이렇게 매주 2회씩 5주 간에 걸쳐 프로그램을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어째서 넷플릭스 콘텐츠들과 다른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인가가 궁금했다. 제작진은 그것이 ‘스포일러’ 때문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10부작을 한꺼번에 올리게 되면 뒷부분에 가서 등장하는 추리의 반전 요소들이 스포일러로 맥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포일러’라니.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2회까지 들여다보니 이 프로그램은 그 장르적 특성상 스포일러의 위험이 다분했다. 초반에 함께 탐정으로 투입된 인물이 뒤로 가면 의외의 정체를 드러내는 스토리가 존재했고, 그런 스토리는 모르고 봐야 몰입 효과가 더 커질 수 있어서다. 

그런데 이러한 스포일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는 이야기는 이 예능 프로그램이 가진 색다른 지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물론 <런닝맨>도 초창기에 이런 스토리텔링을 실험적으로 구사한 바 있다. 이른바 ‘스파이 콘셉트’가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런닝맨>은 뒤로 오면서 초반의 다양한 게임 형식 도전이라는 참신한 부분을 버리고, 대신 익숙한 단순 게임 버전으로 바뀌어버렸다. 그런 점에서 보면 <범인은 바로 너>는 그 초창기 <런닝맨>이 시도했으나 멈췄던 그 도전을 다시 재개한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허당 탐정단들이 추리를 하게 되는 그 상황 설정에 상당한 완성도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그것을 증명하는 건 그 상황에 몰입을 이끌어내는 신스틸러 배우들이 대거 투입된 사실이다. 첫 회 ‘예고살인’에는 예지원, 이재용, 강남, 박나래, 김정태가 출연했고, 2회 ‘보물찾기’에는 우현, 김수로, 홍종현 등이 출연했다. 무려 56명의 신스틸러들이 출연한다는 사실은 <범인은 바로 너>가 영화적인 스토리텔링을 보다 완성도 높은 상황에 부여하려 했다는 의도를 드러낸다. 

게다가 또 다른 재미요소이자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게임에 있어서도 <범인은 바로 너>는 많은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하다. 첫 회에서 핵심적인 게임은 일종의 ‘탈출 게임’으로 점점 위급해지는 방의 변화 속에서 추리를 통해 방 하나하나를 빠져나가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구성했다. 세트도 놀랍지만 그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도 신경을 썼다. 두 팀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길을 열고 마지막에 이 두 팀이 양편에서 숫자를 조합해야 비로소 탈출할 수 있게 되는 게임 상황을 연출한 것. 

2회에서는 제주도에서 ‘보물찾기’를 한다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그 곳에 있는 미로공원이나 바다, 또 녹차밭 하나를 통째로 사다리타기 게임장으로 바꾸는 스펙터클함이 더해졌다. 추리를 해가는 쫄깃함에 웃음의 포인트도 예능으로서는 빼놓을 수 없다. 초반에는 이런 형식이 익숙하지 않아 조금 어색했지만 차츰 케미가 만들어지며 생겨나는 캐릭터에 의한 탐정단의 웃음 포인트도 향후에는 더 기대감을 주는 요소다. 

2회까지를 통해 보면 유재석이 왜 하필 이 프로그램에 선선이 도전했을까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가장 큰 건 유재석이 지금도 추구하고 있는 캐릭터 예능의 극점으로서 이런 완성도 높은 스토리텔링이 그의 마음을 잡아끌었을 거라는 점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화 같기도 하고 예능 같기도 한 그 지점을 이 프로그램은 확실히 잡아내고 있다. 그건 바로 유재석이 가진 캐릭터를 극대화해서 보여줄 수 있는 밑바탕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사진:넷플릭스)

예능부터 드라마까지, tvN에 대한 너무 높은 기대치들

 

tvN <치즈 인 더 트랩>이 드라마 후반부에 이르러 겪은 갖가지 논란들은 무엇을 의미할까. 역시 최고의 시청률과 화제를 이끌었던 <응답하라 1988>이 엔딩에 이르러 누가 누구와 결혼하느냐를 두고 벌어진 뜨거운 논쟁들은? <꽃보다 할배>부터 <삼시세끼>, <꽃보다 청춘>까지 내놓기만 하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던 나영석 PD표 예능에 대해 최근 들어 힘이 빠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치즈 인 더 트랩(사진출처:tvN)'

사실 tvN은 작년 한 해 동안만도 어마어마한 성장을 만들었다. 그 전면에 섰던 건 나영석 PD와 신원호 PD였다. 나영석 PD<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로 케이블로서는 그간 넘지 못할 벽이라 여겼던 두 자릿수 시청률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면, 신원호 PD는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거푸 성공시키며 대표적인 tvN표 드라마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나영석 PD와 신원호 PD의 콜라보레이션은 지금 방영되고 있는 <꽃보다 청춘> 나미비아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확실한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두 명의 블록버스터급 프로그램들의 성공에 힘입어 <집밥 백선생>이나 <수요미식회> 같은 레귤러 프로그램들 역시 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렇게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형국이 만들어졌고, 이제는 두 사람이 아니라도 <미생>에 이어 <시그널>까지 대박을 낸 김원석 PD표 드라마가 또 한 축의 성공을 만들어내며 tvN의 브랜드를 확고하게 만들었다. 지상파 드라마에 식상해했던 시청자들은 이제 tvN의 영화 같은 장르드라마에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연전연승과 승승장구에는 그만한 고민거리도 생기기 마련이다. <치즈 인 더 트랩><응답하라 1988>의 멜로를 두고 벌어진 설전이 말해주는 것처럼 tvN 드라마들은 비상한 대중들의 관심만큼 그것이 엉뚱하게도 논란으로 이어지거나 심지어 스포일러로 이어져 제작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이런 승승장구하는 대박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새로 들어가는 프로그램들은 높아진 기대치 때문에 부담감도 그만큼 늘어났다. <치즈 인 더 트랩>에 이어 그 바톤을 이어받은 <피리부는 사나이>가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2회만에 3.6%(닐슨 코리아)라는 꽤 괜찮은 시청률로 순항하고 있지만 이런 흐름은 또 이어질 후속작에 대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CJ로 와서 지금껏 단 한 번도 실패작을 내지 않은 나영석 PD의 부담감은 그 누구보다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여전히 뜨겁지만 <꽃보다 청춘> 시리즈가 과거만큼 흥미진진하지 않다는 반응들 역시 적지 않게 등장하는 건 여러 차례 반복된 시리즈의 피로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다시 <삼시세끼>로 돌아가는 것도 그다지 좋은 선택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 CP급이 된 나영석 PD는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후배 PD들을 지원해주고 밀어주는 역할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프로그램은 1년에 하나 정도 천천히 준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당연한 선택이고 또 바람직한 선택이다. 너무 많은 기대감으로 인해 나영석 PD가 큰 부담감을 갖는 건 방송사로서도 또 그의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도 결코 좋지 않은 일이다.

 

지상파와 비교해 소소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몇 년 전이라면 tvN의 이런 성과는 부담이라기보다는 축하할 일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상파와 본격적인 대결구도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높아진 위상만큼 그걸 지켜내기 위한 고민도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그 흐름이 지속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육룡>은 다 아는 역사도 흥미진진하게 만들까

 

도대체 척사광은 누구인가. 사실 SBS <육룡이 나르샤>가 아니었다면 이런 궁금증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척사광은 역사적 실존인물이 아닌 가상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척사광이 실존인물인 고려 최고의 무장 척준경의 유일한 계승자라는 설정은 이 가상인물에 대한 관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게 만든다.

 


'육룡이 나르샤(사진출처:SBS)'

척준경이 누구인가. 인터넷에 이 인물에 대해 쳐보면 상세한 역사적 기록들이 나온다. 그는 고려 중기의 무신, 정치인, 군인으로 황해도 곡산 출신이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는 윤관과 함께 동북 9성을 쌓는데 기여한 인물로 뛰어난 용맹으로 여진족 정벌에 종군하여 많은 공을 세웠다. 곡산 척씨 가문의 시조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 기록보다는 거의 하나의 신화처럼 전해지는 그의 놀라운 전공에 대한 이야기가 대중들에게는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가 여진족을 상대로 싸운 전공은 마치 <삼국지>의 조자룡 같은 이야기로 회자된다. 심지어 수만의 여진족 병사들 속으로 단신으로 뛰어들어 적장의 수급 수십 개를 가져왔다는 이야기는 이게 사실인지 무협지의 한 대목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그만큼 무협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인물이 척준경이다.

 

척준경의 유일한 계승자라는 이야기는 무수한 추측들을 불러 일으켰다. 무휼(윤균상)의 무술 스승인 홍대홍(이준혁)이 척사광이 아니냐는 예측들이 쏟아진 건 그래서다. 하지만 <육룡이 나르샤>는 그가 사실은 여자였고 왕요가 사랑하는 인물 윤랑(한예리)이었다는 사실로 이를 뒤집음으로써 최고의 반전을 만든다.

 

척사광의 등장 또한 그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대단히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이방지(변요한)가 그토록 수련을 통해 성공시키려 했으나 되지 않았던 검 위에 잔을 올려놓고 하는 검법을, 윤랑이 중독된 왕요를 치유시킬 수 있는 해독제가 담겨진 날아가는 잔을 검으로 받아냄으로써 그녀가 심상찮은 무공을 가진 척사광이라는 걸 드라마틱하게 알려준다.

 

척사광이라는 캐릭터를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등장시키는 방식은, <육룡이 나르샤>가 이미 역사를 통해서 또는 무수한 사극을 통해서 이미 알려진 역사적 인물들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생각해보면 <육룡이 나르샤>는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남은(진선규)이나 조준(이명행), 하륜(조희봉) 같은 인물들을 처음부터 그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인상적인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다룬 후 그가 사실은 이 인물이었다고 나중에 알려주는 방식을 써왔다. 이것은 이 사극의 주인공들인 이성계(천호진), 이방원(유아인), 정도전(김명민) 같은 육룡들을 매력적인 캐릭터로 세우는 과정에서부터 썼던 방식이다.

 

알다시피 여말 선초의 역사는 무수한 사극을 통해 재현된 바 있다. 게다가 웬만한 시청자들이라면 이 시대의 역사와 그 인물 정도는 잘 알고 있다. 다 알고 있는 역사를 재현한다는 것은 과거 정통사극의 시대라면 모를까 지금이라면 맥 빠지는 일이다. <육룡이 나르샤>는 이 역사라는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인물들의 등장을 비밀스럽게(?) 슬쩍 등장시켜 나중에 정체를 밝히는 방식으로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왔던 것.

 

척사광이란 가상인물이 실제 역사적 인물인 척준경과의 연관성으로 흥미로운 인물이 되는 것처럼, <육룡이 나르샤>의 가상설정 주인공들인 이방지, 무휼, 분이(신세경) 같은 인물이 흥미로워지는 것도 이들이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인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과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실제는 가상에 흥미로움을 덧붙이고, 가상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실제 역사 이야기에 새로운 이야기를 부가시킨다. <육룡이 나르샤>가 왜 실제 역사 인물 3인이 아니라 가상인물 3인을 합쳐 육룡을 만들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요하지 않다 해도 강력한 힘 발휘하는 <응팔> 멜로

 

<응답하라1988>에서 덕선(혜리)의 남편이 누구일까에 대한 궁금증은 이제 최고조에 올랐다. 좁혀진 대상은 택이(박보검)와 정환(류준열). 심지어 네티즌 수사대(?)가 장면 속에 있는 소품들까지 체크해가며 누가 미래의 남편일지에 대한 추론을 내놓을 정도다. 스포일러가 쏟아지는 것 때문에 제작진들이 곤란해진 입장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의 호기심과 궁금증이라면 스포일러가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응답하라1988(사진출처:tvN)'

소개팅남에게 바람맞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오다 쌍문동 골목 친구들의 눈에 띠어 그대로 이승환 콘서트장에 가는 길이라고 둘러댄 덕선(혜리)은 추운 날씨에 콘서트장 앞에서 벌벌 떨며 친구 자현(이세영)을 기다렸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안 정환이 콘서트장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은 이제 그가 드디어 덕선에게 고백을 하는가 하는 기대감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하지만 먼저 도착한 건 택이. 그는 승부사답게 그 날의 대국에 최초로 기권패를 당하면서까지 덕선이 있는 콘서트장을 향해 달려갔다. 뒤늦게 택이가 먼저 온 사실을 안 정환은 운명을 탓하며 돌아서야 했다. 택이가 미래의 남편일 지도 모른다는 이 장면은 미래의 덕선(이미연)이 남편이 인터뷰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면서 역시 택이가 남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이미 인터뷰를 싫어하는 택이의 에피소드가 나왔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화책 좀 그만 보라는 미래의 덕선의 이야기는 또 그 남편이 정환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드라마 마지막에 이르러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정환은 반지를 꺼내놓고 덕선에게 의외의 사랑고백을 했다. “원래 졸업할 때 주려고 했는데 이제 준다. 나 너 좋아해. 매일 같이 너네 집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너 독서실에서 올 때까지 걱정돼서 한 숨도 못 잤다. 내 신경은 온통 너였다.” 하지만 이 고백은 동룡(이동휘)에게 이제 됐냐 XX? 이게 네 소원이라며?”하는 말 한 마디로 농담처럼 뉘앙스가 바뀌었다. 결국 친구들과 덕선이 모두 웃고 넘어가는 에피소드로 끝나 버렸다.

 

드라마 시작 전 시청자들은 또 남편 찾기콘셉트의 이야기를 <응답하라1988>에서도 할 것인가에 대해 궁금해 했다. 그 때 신원호 PD는 물론 <응답하라1988>의 이야기는 가족에 대한 것이지만 재미 요소로서 남편 찾기는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시청자들은 남편 찾기콘셉트가 이제는 식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하지만 결말에 이르자 신원호 PD가 말했던 것처럼 남편 찾기콘셉트의 힘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택이와 정환. 두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그 어느 때보다 더 강렬하게 시청자들에 어필하고 있다는 뜻이다. 누구 하나를 조연이나 악역으로 만들지 않고 둘 다 덕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서로 배려하는 모습은 두 캐릭터에 대한 호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키워놓았다.

 

물론 그간 <응답하라1988>이 다룬 건 멜로만이 아니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형제, 남매, 자매 간의 애정. 또 친구들 사이의 우정 등이 다양한 캐릭터들의 조합을 통해 보여지면서 드라마에 훈훈한 정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역시 뒤로 갈수록 강력한 한 방은 덕선의 미래 남편에 대한 궁금증으로 집중되는 양상이다. 심지어 과열 양상까지 띠는 상황. 이러니 신원호 PD가 말했듯 이 재미요소를 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을 게다



'무도' 스피드레이서 특집, 왜 힘겨운 도전일까

 

MBC <무한도전>스피드레이서특집은 여러모로 힘겨운 도전이 되었다. 우선 카 레이싱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렇다. 자동차 운전이 뭐가 그리 어렵겠냐 싶겠지만 좁은 도로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며 상대방의 견제를 피해 앞지르기를 해야 하는 건 웬만한 기술이 없으면 시도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우선 속도감과 가드 레일이 주는 압박을 이겨내야 하고 스틱이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라면 이 또한 넘어서야 할 벽이 된다. 노홍철의 경우, 익숙하지 않은 스틱 운전을 하기 위해 평소에도 꾸준히 연습한 결과 의외로 발군의 성과를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결정적인 순간에 스타트에서 기어가 빠지는 실수를 연발하기도 하지만.

 

하지만 <무한도전>의 스피드레이서 특집이 특히 어려운 도전이 되는 건, 이 특집이 방송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재미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스피드레이서 특집의 영상은 자동차 안에서 운전을 하는 출연자들의 모습에 거의 집중될 수밖에 없다. 물론 가끔이 질주하는 차량과 앞지르기를 성공하는 장면이 쾌감을 주기는 하지만 영상이 단조롭기는 마찬가지다.

 

또 예능으로서 스피드레이서라는 소재는 웃음을 주기가 쉽지 않다. 가끔씩 만담하는 듯한 <무도> 특유의 찧고 까는 얘기들이 웃음을 주긴 하지만 막상 훈련에 들어가게 되면 웃음기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출연자들의 표정은 잔뜩 굳은 채 오로지 레이싱에만 집중하게 된다.

 

자동차 레이싱에 평소 관심이 많은 시청자라면 물론 이 경기 자체가 주는 묘미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싱을 잘 모르거나 관심이 별로 없는 시청자들에게는 <무한도전>에 대해 거는 웃음에 대한 기대가 상당 부분 사라진 것에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물론 과거 장기 프로젝트로 했던 댄스스포츠나 봅슬레이, 프로 레슬링, 조정 경기 같은 종목들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 종목들은 그래도 예능적인 포인트들이 많이 살아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 레이싱처럼 출연자들이 독립적으로 떨어져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은 프로젝트에서 관계가 만들어내는 <무한도전>만의 독특한 웃음은 만들어지기 어렵다.

 

게다가 이 특집은 몇 가지 프로그램 외적인 상황으로 난항을 겪기도 했다. 그 첫 번째는 갑자기 터진 세월호 참사로 인해 경기 자체가 미뤄진 것이고, 그 두 번째는 함께 도전을 준비해왔던 길이 음주운전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는 점이다. 함께 찍은 상당 부분의 방송분량이 길의 하차로 날아간 셈이 됐다.

 

게다가 브라질 월드컵 특집으로 스피드 레이싱을 준비하는 과정이 늦게 방영됨으로써 이미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의 경기결과는 나온 상태다. 물론 결과가 나왔다고 <무한도전>이 그간 해온 장기 프로젝트가 어떤 영향을 받은 적은 별로 없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늘 <무한도전>의 진짜 핵심 볼거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스피드 레이싱의 경우 줄어든 예능분량과 낯선 경기로 인해 결과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주요 볼거리가 된 것은 사실이다.

 

이 많은 난점들을 그나마 채워 넣은 것은 이른바 역발상 스폰서. 자동차 레이싱에서 으레 차량을 통해 진행되는 스폰서를 뒤집어 <무한도전>이 도움을 주고 싶은 스폰서를 무료로 대중들에게 알리겠다는 것. <무한도전>다운 역발상은 이 도전에 사회적인 의미를 덧붙임으로써 자동차 레이싱이 갖는 상업적인 느낌을 상쇄시켜주었다. 게다가 이 부분은 레이싱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까지 이들을 응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여러모로 이번 스피드레이서 특집은 <무한도전>에게 힘겨운 도전이다. 방송으로서의 소재가 가진 한계가 있는데다 방송 외적인 문제들이 끊임없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힘겨운 도전이 아름답게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건 <무한도전> 특유의 사회 참여적인 자세 덕분이었다. 물론 많은 팬들은 스피드레이서 특집으로 <무한도전> 본래의 웃음과 재미에 대한 더 큰 갈증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힘겨워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 이것이 <무한도전>이 지금껏 걸어온 길이었다는 걸 스피드레이서 특집 역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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