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응답하라1988 (54)
주간 정덕현
영화, 드라마, 예능까지, ‘헬조선’의 그림자 올해의 대중문화를 단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헬조선’이 되지 않을까. 이른바 ‘N포세대’들이 우리나라를 자조하며 일컫는 이 단어는 아이러니하게도 올 한 해 우리네 대중문화의 동력이 되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와 답답함이 그나마 대중문화의 판타지와 위안 속에서 숨 돌릴 수 있는 여지를 찾게 했던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헬조선’의 그림자를 여지없이 느낄 수 있는 건 영화 과 의 대흥행이다. 상반기 블록버스터 시장을 천만 관객을 훌쩍 넘기며 전면에서 이끈 의 그 동력은, 하반기로 와서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7백만 관객을 넘보는 기록적인 수치를 만들어낸 로 이어지고 있다. 두 영화는 결국 우리네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를 ‘헬조선’이라..
, 덕선 남편보다 빛나는 택이와 정환의 우정 ‘어남류’인가 ‘혹남택’인가. 이게 무슨 말인가 어리둥절한 분들도 있을 게다. ‘어남류’는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란 뜻이고 ‘혹남택’은 ‘혹시 남편은 택’이란 뜻이다. 이 두 신조어는 tvN 의 인기를 말해준다. 오죽 드라마가 인기 있으면 누가 극중 여주인공인 덕선(혜리)의 미래 남편일까를 두고 이토록 열띤 화제가 될 것인가.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에는 단연 택이(박보검)가 돋보였다. 그는 이미 쌍문동 골목에서 천재 바둑기사로 성공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가적인 보물(?)로 추앙받는 인물이고 대회에서의 연전연승으로 상당한 돈과 영향력을 거머쥔 인물이기도 하다. 보통의 멜로드라마라면 이런 판타지적인 캐릭터의 손을 들어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되..
이동휘, 어른처럼 행동해도 아이 같은 외로움 또래집단에는 늘 동룡(이동휘)이 같은 친구가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서기 좋아하고 늘 웃음을 주는 친구. 공부는 좀 못해도 잡기에 능한 친구. 수학 정석보다는 건강 다이제스트를 챙겨보고 그래서인지 인생의 정답은 잘 몰라도 친구들이 물어보는 인생 상담의 해답은 그럴 듯하게 던질 수 있는 친구. 어디나 또래집단에는 동룡이 같은 친구가 있다. 에서 동룡이는 ‘쌍문동 박남정’이다. 춤을 기가 막히게 따라 추는 그는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 항상 밝은 얼굴로 친구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그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인지 진짜 속내는 잘 드러내지 않는다. 마치 무대에 오르는 개그맨들처럼 타인에게 웃음을 주지만 정작 자신은 외로워진다. 항상 웃음을 주는 친구로 되어 있기 때..
이 만든 만만찮은 파장, 향후 드라마 판도는? 예능 드라마? 한 때 이 이상한 조어의 드라마는 드라마판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에게는 비하의 대상이었다. 드라마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 어찌 보면 너무 가볍게도 느껴지고 어찌 보면 만화 같기도 한 이 근본 없는(?) 드라마에 ‘예능 드라마’라는 어설픈 이름을 붙인 것에도 아마도 그 비하의 의미는 어느 정도 들어있었다고 여겨진다. 시리즈 이야기다. 처음 을 신원호 PD가 만든다고 했을 때 필자 역시 그건 드라마가 아니라 시트콤일 것이라 섣불리 예단했던 적이 있다. 예능 PD가 드라마를 한다는 걸 어떻게 쉽게 믿을 수 있겠는가. 과거 를 했던 경력을 떠올리며 역시 시트콤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물론 이런 섣부른 예단은 첫 회가 방영된 후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그..
가 주는 결코 작지 않은 위로와 위안 “기다려... 우리가 꼭 데리러 갈게...” 영화 의 포스터에는 꽁꽁 얼어붙은 황정민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사진에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황정민은 그 포스터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만 같은 얼굴이다. 그런데 그 얼굴은 슬픔이라기보다는 반가움이 서려있다. ‘우리가 꼭 데리러 간다’는 문구와 이 슬픔과 반가움이 교차하는 황정민의 얼굴은 명쾌하게 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드러내준다. 거기에는 눈물이 있고 감동이 있다. 그리고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깊은 공감까지. 가 같은 대작보다 더 많은 관객을 끌어 모은 건 당연한 일이다. 는 본래부터 우리네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킬러 콘텐츠였던 적이 별로 없었다. 이렇게 된 건 여러 에피소드가 쏟아져 나왔지만 그것이 일련의 ..
20대, 40대, 세대를 뛰어넘은 김성균 도대체 이런 연기가 어떻게 가능할까. tvN 에서 김성균은 44년생으로 45세 아버지 역할을 연기한다. 현재 나이로 치면 72세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김성균은 실제로는 80년생으로 만 35세다. 무려 10살이 더 많은 역할을 연기하고 있는 것. 더 놀라운 건 에서 그는 75년생 스무 살의 김성균을 연기했다는 점이다. 20대부터 40대까지 세대를 훌쩍 뛰어넘는 연기라니. 도대체 이런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그의 자연스런 연기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시도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이물감 없이 소화해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에서 라미란의 남편이자 정봉(안재홍)과 정환(류준열)의 아버지 역할로서 김성균의 연기는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
의 중심 축 라미란의 존재감 에서 라미란은 굉장한 부자는 아니다. 어쩌면 천재 바둑기사 택이(박보검)네 집이 더 대단한 부자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처럼 보이는 인물이 바로 라미란이다. 그는 쌍문동 골목집에서 이웃들에게 뭔가를 항상 퍼주는 인물이다. 물론 그것은 돈이 드는 일이지만 라미란이 퍼주는 것은 돈만은 아니다. 그녀는 베풀어도 그것이 돈을 썼다는 느낌보다는 정을 나누었다는 느낌을 더 준다. 부유층이라고 하기엔 어딘지 어설프고 그래서 오히려 서민적인 구석이 엿보인다. 드라마 초반에 스파게티를 먹자고 라미란이 이웃들을 모아 놓고 나눠주는 장면을 떠올려 보라. 마치 비빔국수를 비벼먹듯 손으로 쓱쓱 스파게티를 비벼 엄청난 양을 나눠주는 모습이라니. 또 최근 방영분량에서 그..
의 자연, 사람, 음식이 남긴 것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 지...” 에 흘러나오는 동물원의 ‘혜화동’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어촌편 시즌2가 종영했다. 종영에 즈음해 생각해보면 가 하려던 이야기는 그 가사의 한 구절이 아니었을까. 우리가 잊고 살아왔던 참 많은 것들이 를 통해 환기되었다. 만재도는 이제 너무나 친숙한 섬이 되었다. 그 누가 열 시간 넘게 달려가야 비로소 닿을 수 있는 외로운 섬이라고 하겠는가. 어촌편이 두 차례의 시즌으로 펼쳐놓은 만재도의 구석구석들. 바다가 멀리 내려다보이던 세끼 집과 주인이 있는 날보다 없는 날이 더 많아 보이는 만재슈퍼, 정상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지던 수평선들, 늦여름에 물장구 치고 놀던 바다, 참바다 유해진이 낚시를 하던 포인트들과 잔뜩 기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