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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입체적인 인물들의 반전, ‘비밀의 숲’이 남달랐던 까닭첫 회에서부터 몰입하게 만들었던 tvN 주말드라마 이 어느덧 종영을 맞았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매회가 영화 같은 몰입의 연속이었던 . 검찰의 비리를 담는 이야기가 이전에 없었던 것도 아니고, 스릴러물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도대체 이 괴물 같은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빨아들인 그 힘의 원천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마에 착한 사람, 무서운 사람 써 붙여놨으면 좋겠어요.” 같은 특검에 있던 윤세원(이규형)이 박무성(엄효섭)을 죽인 범인이었다는 것을 못 믿겠다는 듯 김정본(서동원)이 그렇게 말하자 한여진 경위(배두나)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덧붙인다. “그럼 여기도 애매한 사람 꽤 많을 걸요... 있습니다. 그런 사람. 범..
왕따, 동거, 워킹맘, 졸혼...‘아이해’가 보여주는 가족의 변화KBS 주말드라마는 사실상 가족드라마의 최후보루나 마찬가지다. 기본이 20% 시청률부터 시작한다는 이 KBS 주말드라마는 가족드라마의 전통적인 시청층의 충성도가 대단히 높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채널을 이 주말드라마에 고정시켜놓는 것이 당연한 주말의 풍경이 되어버릴 정도로. 하지만 주말드라마는 최근 들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것은 그 가족드라마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네 가족의 형태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1인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4분의 1을 넘어선 지 오래고, 결혼률은 물론이고 출산률 또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현실의 가족이 가족드라마가 늘 구성하던 대가족 형태에서 이미 벗어나 있기 때문에 주말드라마의 양태들..
'비밀의 숲' 잠시 화장실도 가지 못할 긴장감 얼마 만인가쉽게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의 반전이다. tvN 주말드라마 이라는 드라마는 그래서 예측을 하다보면 그 예측이 빗나간 자리에 어김없이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자리한다. 그러면서 그 반전은 의혹을 증폭시킨다. 윤과장(이규형)의 어깨에 새겨진 알파벳 글자 DJ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가영이 말한 0과 7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게 밝혀지면서 어째서 그가 가영을 납치했고, 또 그런 인물이 어째서 특임에 들어와 황시목(조승우)을 돕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의 반전은 이미 매회 거의 반복되었다고 보인다. 황시목을 돕는 것처럼 보인 영은수(신혜선)가 박무성(엄효섭)이 살해당하는 날 만났던 인물이라는 게 밝혀질 때도 그랬고, 간신히 살아남은 ..
‘비밀의 숲’, 굉장한 액션도 없는데 뭐 이리 쫄깃하지이렇게 무심하고 무정한 남자주인공이 있을까. tvN 주말드라마 의 황시목(조승우)은 그 감정의 깊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겠는 인물이다. 그렇게 된 건 어린 시절 뇌수술을 받게 되면서 갖게 된 후유증 때문이다. 완전히 무감정한 상태는 아니지만 보통 사람만큼 감정을 깊이 느끼지 못하는 상태. 그래서 이 인물은 그와 관계를 맺게 되는 여성들과 마치 감정의 장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것 같은 거리감을 준다. 검찰이라는 거대한 ‘비밀의 숲’에서 비리를 파헤쳐나가는 그 험난한 길 위에서 그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인물인 형사 한여진(배두나)이 때때로 호감을 드러내도 그는 무감한 얼굴이다. 그의 후배 검사로 들어와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영은수(신혜선)가 그의 ..
‘비밀의 숲’은 비밀의 늪, 한번 빠지면 나올 수 없네끝없이 궁금하고 의심하게 하라. 아마도 tvN 주말드라마 의 동력은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 은 제목이 가진 뉘앙스처럼 끝없이 비밀로 가득한 숲을 헤매는 느낌이다. 그런데 그 헤매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오랜만에 자발적으로 빠지고픈 그런 몰입의 느낌. 은 그래서 마치 ‘비밀의 늪’ 같다. 한 번도 안본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한 번 보고 계속 빠지지 않을 수 없는.스폰서의 죽음. 그리고 용의자로 지목된 당일 케이블 수리기사. 하지만 자신이 그 집에 갔을 때는 이미 그 스폰서가 죽어있었다고 항변하는 수리기사는, 집 앞에 세워져 있던 차의 블랙박스에 찍혀진 영상에 의해 그 증언이 거짓이라는 게 밝혀진다. 그 영상 속에는 수리기사가 마침 그 집으로 들어가려..
김신영, 할머니 연기에 담긴 진심 예능 프로그램이 이렇게 울려도 되나. 연기자인 이한위는 마치 코미디언처럼 웃기는 반면, 웃길 것 같던 개그우먼 김신영이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을 울리다니. SBS 에서 김신영이 하는 할머니 연기를 보던 출연자들은 그 뭉클함에 눈물을 흘렸다. 대본 없이 만들어진 ‘즉석 연기’에서 생겨난 돌발 상황이다. 강풀 원작의 의 상황을 슬쩍 가져온 이 즉석 연기에서 김신영은 진짜 할머니에 빙의된 듯, 상대역인 이준혁을 살뜰히도 챙기는 모습이었다. 그 앞에서 여전히 수줍은 듯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그녀는 자신의 힘겨웠던 젊은 날들을 회고했다. 연실 입에 붙은 듯한 “죄송합니다”와 “미안합니다”라는 습관적인 말 속에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그녀의 살아온 삶들의 고단함이 묻어났다. 이..
어떻게 은 다 아는 역사도 흥미진진하게 만들까 도대체 척사광은 누구인가. 사실 SBS 가 아니었다면 이런 궁금증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척사광은 역사적 실존인물이 아닌 가상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척사광이 실존인물인 고려 최고의 무장 척준경의 유일한 계승자라는 설정은 이 가상인물에 대한 관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게 만든다. 척준경이 누구인가. 인터넷에 이 인물에 대해 쳐보면 상세한 역사적 기록들이 나온다. 그는 고려 중기의 무신, 정치인, 군인으로 황해도 곡산 출신이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는 윤관과 함께 동북 9성을 쌓는데 기여한 인물로 ‘뛰어난 용맹으로 여진족 정벌에 종군하여 많은 공을 세웠다. 곡산 척씨 가문의 시조다. 하지만 이런 역사적 기록보다는 거의 하나의 신화처럼 전해지는 ..
'적도', 시각장애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우리는 눈을 통해 얼마나 진실을 볼 수 있을까. 어쩌면 눈이 있기 때문에 진실은 오히려 가려지는 것이 아닐까. '적도의 남자'는 주인공 선우(엄태웅)가 눈이 멀게 되는 상황을 통해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눈을 뜨고 있을 때 선우는 장일(이준혁)의 실체를 보지 못했다. 선우가 그 실체를 보게 된 것은 바로 그가 눈을 멀게 되는 사건을 통해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그 세계 속에서 선우는 차츰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게 된다. 그 세상은 냉혹한 공포와 분노이면서, 동시에 따뜻한 마음이기도 하다. 공포와 분노는 성공과 욕망을 위해서라면 친구마저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장일이라는 인물로 대변되는 세상이고, 그 따뜻한 마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둠 속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