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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 현실의 축소판을 보는 재미 혹은 끔찍함 SBS가 새로 파일럿으로 내놓은 는 9명의 일반인들이 한 공간에 모여 네 계급으로 나뉜 채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낸 일종의 리얼리티쇼다. 과거 이 애정촌에 모인 남녀들의 관계를 리얼리티쇼로 담아냈다면, 는 태생(운)적으로 정해진 계급에 의해 만들어지는 정치, 경제, 사회적인 양상들을 역시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담아낸다. 룰은 간단하다. 운으로 금수저를 뽑은 인물이 초대 상속자가 되어 계급의 맨 꼭대기에 서고 그가 바로 밑 계급 집사 1명과 그 밑 계급 정규직 3명을 뽑는다. 그리고 남은 인원 4명은 비정규직이 된다. 상속자는 이들이 지내는 방세와 식비를 받아 돈을 벌 수 있지만, 나머지 인원들은 방세와 식비를 내야 살아갈 수 있다. 물론 이 룰에서 집사는 예외적 존..
SBS 토크쇼와 교양예능의 추락, 해법은 없나 교양과 예능을 결합하는 획기적인 조직 운용을 통해 SBS 예능 프로그램은 한 때 확고한 자기 색깔을 만들어냈다.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대표상품이었던 과 이 승승장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SBS 예능 프로그램의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전반적인 시청률 추락은 물론이고 화제성면에서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게다가 신규 예능 프로그램들이 별반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전만도 불투명한 상태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 됐고 그 해법은 없는 걸까. 폐지된 , , 힘 빠진 교양과 예능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SBS 예능의 대표상품으로 은 출연자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이하면서 폐지되게 되었다. 은 그나마 현재 유일하게 남은 SBS 예능의 자..
일상이 예능이 된 사회의 디스토피아 방송의 중심에 교양이나 드라마가 아니라 예능이 선 지는 그리 오래 되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존재감은 방송의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다. 교양 프로그램이 해오던 사회적 실험이나 관찰은 예능과 만나 이른바 관찰 카메라,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자리했다. 최근 종영된 같은 프로그램은 교양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예능화된 경우이고, 은 교양팀과 예능팀이 합쳐져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 , , , , , 등등.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본래는 교양에서 했던 소재나 방식을 예능의 문법으로 껴안아 제작된 것들이다. 이제 예능은 처럼 아마존에 사는 원주민들과의 공감과 교류를 다루는 단계에까지 접어들었다. 예능의 확장은 드라마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중..
이것은 이 아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문제 결국 SBS 예능 프로그램 은 폐지가 결정됐다. 예상된 결과이고 또 당연한 결과다. 이미 고인이 발생한 예능 프로그램을 웃으면서 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폐지 결정으로 이 모든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이 들춰낸 문제는 의 문제라기보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가진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폐지되었다고 해도 리얼리티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없다면 제2의 사태가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출연자들(특히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심대하다. 의 요리사 지망생은 이 프로그램의 독설가 고든 램지의 혹독한 비평을 받은 후 권총 자살했다. 미팅 버라이어티쇼 의 지아 알만드 역시 자살을 선택했고, 복싱 리얼리티쇼 출연자..
사고 후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까닭 과연 SBS 예능 프로그램 은 폐지되지 않고 계속 방영될 수 있을까. 프로그램 촬영 도중 사망한 의 출연자는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발견된 메모에는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항간에 제기되고 있는 제작진과의 마찰설에 대해서 SBS측은 “정확한 입장은 경찰 조사가 나와야 밝힐 수 있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면서도, “사망자와 출연진, 또 제작진과 어떤 마찰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아직 사고 경위와 공식적인 조사 발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섣불리 누구의 책임이라는 것을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것이 어떤 이유로 생긴 일이든 분명한 사실 하나는 결국 프로그램을 찍는 도중에 출연자가 자살을 했다는..
왜 패러디를 패러디로 못볼까 ‘전통적인 사상이나 관념, 특정 작가의 문체를 모방하여 익살스럽게 변형하거나 개작하는 수법.’ 다소 문학적인 틀에 갇혀 있던 이러한 패러디의 고전적 의미는 현대에 들어서는 다양한 영상물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표현기법 중의 하나가 되었다. 표절과 헷갈리는 부분이 있지만 가장 큰 차이는 원본이 전면에 드러나느냐 아니냐다. 알다시피 패러디는 원본이 있다는 것을 수용자가 인지해야 가능한 기법이다. 을 같은 서체로 이라고 쓰고 그 형식을 가져오면 누구나 그것에서 이라는 원본을 떠올릴 수 있다. 따라서 패러디에서 원본은 늘 전면에 내세워진다. 반면 표절은 늘 원본을 숨긴다. 그저 가져다 도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본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 교묘하게 위장술을 펴는 것. 그것이 바로 표절이다..
패러디 소송 논란, 핵심은 진정성 이 에 민사소송을 걸었다. 이유는 의 짝 재소자 특집이 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 SBS는 짝 재소자 특집이 이 갖고 있는 형식인 ‘-호’, ‘도시락 선택’, ‘데이트권’ 등을 그대로 따라했다고 주장했다. 따라한 것은 맞다. 다만 그것이 모방인지 아니면 패러디인지는 구분해야 할 것이다. SBS의 행보에 많은 네티즌들의 반응이 싸늘한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만일 이것이 하나의 사례로 남는다면 무수한 패러디들은 모두 소송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 했던 짝 패러디도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또 그렇게 생각하면 이 시도했던 미션들 중 하나에서 가지가 나와 생겨난 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오리지널리티를 따지고 들어가면 문제는 굉장히 복잡해진다. 작금의 방송 프로그램들은 엄밀..
'짝'과는 다른 '더 로맨틱'의 매력 '짝'은 교양다큐의 포장을 하면서 기존 '짝짓기 프로그램'과 차별점을 만들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처럼 깊숙이 일반인들의 심리 변화를 파고드는 지점은 좀 더 강하고 리얼한 스토리를 가능하게 했다. 출연자들의 스펙, 외모, 성격 등이 매회 대중들의 화제가 되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지점을 세워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현실적인 지점은 애정촌의 행동강령 첫 구절에 들어있다. '애정촌의 존재목적은 결혼을 하고 싶은 짝을 찾는 데에 있다'. 실제로 이 '결혼'이라는 현실은 '짝'이 화제가 되는데 가장 큰 요소로 작용했다. 대부분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던 스펙이나 외모에 대한 경도를 슬쩍 드러냈을 때, 마치 우리들 속에 있는 치부를 본 듯한 '불편함'은 생겨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