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김수현, 영화 홍보 한 마디 없이도 빛난 게스트의 정석

말 한 마디가 만들어내는 놀라운 결과. 아마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갖고 있는 또 다른 동력이 아닐까. 하하가 자신의 인맥 자랑을 하다 우연히 김수현과 통화하게 된 자리에서, 볼링이 준프로급이라는 이야기에 “언제 볼링 한 번 치자”고 했던 말이 현실이 되었다. 본래 정준하 대상 프로젝트 특집의 일환으로 뗏목으로 한강 종주하는 미션에 도전하려 했지만 갑자기 내린 비로 무산되자 새로운 아이템을 고민하다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김수현과의 볼링 대결이었던 것. 

'무한도전(사진출처:MBC)'

결과적으로 보면 이 김수현 출연은 뗏목으로 한강 종주하는 그 미션 수행보다 더 성공적인 재미를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무한도전> 출연으로 인해 김수현에 ‘입덕’했다는 이야기들이 솔솔 피어난다. 잘 생겼지만 어딘지 빈 구석도 내보이며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김수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반응이 나오게 된 건 그가 단지 잘생겨서만도 아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빙구처럼 ‘강원도 사투리’의 억양으로 말하는 모습이 우스워서만도 아니다. 그것보다 중요했던 건 그가 흔히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게스트들과는 사뭇 다른 면모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게스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올 때면 그 대부분의 목적은 ‘홍보’가 되기 십상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거나 신보를 발매했거나 아니면 드라마 방영이 임박했을 때 그 출연자들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적당히 재미를 선사하면서 자신들이 하는 프로젝트를 홍보한다. 이것은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들도 어느 정도는 용인하는 일이다. 그래서 아예 대놓고 그들의 홍보용 멘트를 지원하기도 한다. 

김수현 역시 최근 영화를 찍었다. 오는 28일 방영 예정인 <리얼>이 그 영화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마디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저 그날의 목적인 볼링에만 집중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레인에 가랑이를 벌리고 서고 그 안으로 볼을 굴려 스트라이크를 잡는 묘기를 선사하기도 하고, 무려 50점을 접어주고도 거뜬히 이기는 프로 수준의 실력을 과시했다. 

의외의 웃음을 주는 모습도 보여줬는데, 그것은 의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생긴 웃음이었다. 강원도 사투리는 잘 생긴 이 청년에 ‘빙구’ 이미지를 덧붙여줬는데, 그 사투리 억양을 쓰게 된 이유는 지난 겨울 내내 강원도 스키장에서 보내다 보니 생긴 습관이라고 했다. 의외로 구성진 그 억양을 <무한도전> 멤버들은 베테랑답게 놓치지 않고 집어내어 캐릭터화했다.

던져 놓고 결과를 보지 않은 채 고개를 돌리는 이른바 ‘노룩패스’ 역시 전혀 의도된 것이 아니어서 더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사실 볼링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레인을 확인하는 프로들이 스플릿으로 남은 핀을 대충 스페어처리하는 과정에서 종종 보여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의 공항 ‘노룩패스’가 화제가 되면서 이 장면 하나 역시 의외의 웃음을 만들어냈다. 

김수현은 전화통화로 그저 지나가듯 한 말이지만 그 약속을 지켰고 방송에 나와서는 그 목적에 부응하는 볼링에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또 한류스타라기보다는 동네의 친한 동생 같은 살가움도 보여줬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출연자들이 보이는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덧붙여졌지만 그 안에는 어떤 의도나 부자연스러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영화 홍보 한 마디 없이, 프로그램에만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이라니. 시청자들이 기분 좋은 게스트의 정석을 그에게서 발견한 이유다.

<굿와이프>의 시도와 성취 그리고 남는 한계

 

종영한 tvN <굿와이프>의 엔딩은 파격적이다. 김혜경(전도연)과 이태준(유지태)는 이혼하지 않고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로 남게 된 것. 김혜경의 이런 선택은 우리네 드라마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던 결말이다. 그것도 <굿와이프>라는 제목에 이런 결말을 낸다는 건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해온 좋은 아내라는 이미지에 대한 도전처럼 여겨지는 면이 있다.

 

'굿와이프(사진출처:tvN)'

우리네 드라마에서였다면 어땠을까.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이혼을 해서 김혜경이 온전히 홀로 서는 모습을 그렸을 것이다. 그것이 윤리적으로도 또 개인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되니 말이다. 하지만 <굿와이프>는 보다 실리적인 선택을 하는 여성으로서의 김혜경에 한 표를 던지고 있다. 윤리니 진심이니 하는 것보다 나 자신을 위한 실리적 선택이 더 중요하다는 것.

 

<굿와이프>가 보이는 인간관은 확실히 이 실리에 맞춰져 있다. 처음 변호사 일을 다시 하기 시작했던 김혜경이 직업적 프로로서가 아니라 동병상련의 공감으로 의뢰인을 대하던 모습을 이 드라마는 순수함이나 열정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그런 자세는 실리가 없는 아마추어적인 행동이라고 일침한다. 김혜경은 차츰 일에 빠져들면서 이 직업적 프로로서 지극히 실리적인 변호사가 되어간다. 설사 의뢰인이 죄인이라고 하더라도 그를 변호하는 일이 자신이 하는 일이라는 걸 자각한 프로의식.

 

이 일에 있어서의 프로의식은 또한 김혜경의 부부생활에 있어서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즉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순진한 사랑이나 신뢰 같은 걸 추구하던 김혜경은 마지막에서는 마치 파트너십처럼 서로를 이용하는 실리적 관계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이태준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도와주는 건 그래서 부부 간의 사랑 때문도 아니고 그를 위한 것도 아니다. 다만 그것이 그녀에게 유리한 선택이라는 것뿐이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열린 결말이 아니다. 작품이 하나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그 결론을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은 양갈래로 나뉜다. 개인의 성장을 이뤘으니 해피엔딩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런 실리적 선택이 성장이 아닌 지독한 현실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건 새드엔딩이 되는 셈이다.

 

어째서 이런 파격적인 결말을 내게 된 것일까. 그것은 이 작품이 미드 원작 리메이크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적인 실리적 사고방식으로 보면 <굿와이프>의 선택은 합리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선악과 윤리를 추구하는 삶이 현실적으로 개인을 불행하게 만든다면 굳이 왜 그걸 선택한단 말인가. <굿와이프>는 그래서 쇼윈도부부라도 이용가치가 있다면 그걸 활용하면서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문제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하지만 이건 미국 정서이고 우리와는 너무나 다르다.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개인적 실리보다는 가족과 부부간의 신뢰 그리고 지켜져야 할 것들을 지키면서 얻는 행복에 더 가치부여를 하고 있다. 그러니 <굿와이프>의 선택은 성장이라기보다는 타락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어쨌든 미드 원작이기 때문에 그것을 수용하면서 이런 도발적인 선택의 드라마를 시도할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천편일률적인 좋은 아내의 이미지들을 내놓는 여타의 드라마들 속에서 문제적 인물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의미와 가치가 있다 여겨진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정서적 차이는 한계로 지목될 수밖에 없다. 완성도 높은 좋은 드라마였던 건 분명하지만 미진한 아쉬움 같은 게 남는 건 그래서일 게다.

<굿와이프>의 쿨한 도발, 충분히 의미 있는 까닭

 

tvN <굿와이프>는 여러모로 도발적이다. 그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하나는 법정극을 다루지만 우리네 법정드라마들이 하듯 법 정의를 내놓고 기치로 내걸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혜경(전도연)은 새로 로펌에 들어와 변호사 일을 하면서 의뢰인과의 거리를 두지 않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감정이입하는 모습을 보이다 로펌 대표인 서명희(김서형)로부터 한 소리를 듣는다. 변호사의 일은 의뢰인을 변호하는 것이지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굿와이프(사진출처:tvN)'

이 대단히 쿨하다 못해 비정하게까지 여겨지는 법에 대한 태도는 <굿와이프>라는 법정드라마의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우리네 드라마에서 변호인들이 대부분 약자들의 편에 서서 법 정의를 실현해내는 소시민들의 영웅처럼 그려지고 있다면, <굿와이프>에서 변호사들은 프로들이다. 김혜경과 계속 맞닥뜨리는 상대편 변호사 손동욱(유재명)은 이기기 위해서는 별의 별 꼼수까지 다 쓰지만 결과가 나오고 나서는 마치 스포츠라도 한 판 한 듯 쿨하게 그녀와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이것은 우리네 법정드라마에서 법 정의를 둘러싸고 선과 악이 극명히 대립하는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선도 없고 악도 없다. 다만 의뢰인에 따라 결정되는 직업적인 역할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기거나 지거나 하는 것에 굉장한 도취감이나 좌절은 없다. 다만 성취나 낙담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이런 쿨한 태도는 아마도 좀 더 실제에 가까운 변호사들의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이 프로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저 선과 악을 운운하고 서민들의 영웅으로 그려지곤 하는 우리네 변호사들이 순진하게 여겨질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게 순진해보여도 바로 우리네 정서인 것만은 분명하다. 드라마가 결국 현실을 그대로 그린다기보다는 현실에 부재한 판타지를 건드린다고 볼 때, 우리에게 드라마가 그리는 변호사에 소시민의 문제를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판타지가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실제 현실에서는 도무지 일어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드라마에서 희구되는.

 

그래도 법 정의의 문제일 때는 <굿와이프>의 이런 직업적이고 프로적인 쿨한 태도는 그런대로 흥미롭게 다가오는 면이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그리고 있는 또 한 축, 즉 남편과 남자친구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삼각관계의 이야기로 들어가면 정서는 좀 더 복잡해진다. 김혜경의 남편 이태준(유지태) 검사는 한 마디로 나쁜 남편이다. 그는 이미 불륜을 저질러 김혜경을 배신한 바 있고, 그래서 잘못했다 말하면서도 아내의 그 좋은 이미지를 자신의 권력을 위해 이용하려고 한다.

 

김혜경은 그 남편과 살아왔던 세월을 뒤늦게 후회한다. 그래서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다시 변호사 일을 시작하지만 거기서 상사이자 오랜 친구인 서중원(윤계상)과 점점 가까워진다. 그리고 결국 선을 넘어버린다. 이 부분은 미국적 정서라면 당연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간 김혜경이 살아온 세월과 당해온 일들을 생각해보라. 그녀도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당연히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네 정서에서 마음이 걸리는 건 아직 아이들이 있고 남편과 이혼을 명쾌하게 하지 않은 사이에서 김혜경과 서중원이 선을 넘는 모습이다. 그건 마치 옳지 않은 일을 저지른 남편과 똑같이 옳지 않은 행동으로 대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이러한 행동도 선과 악의 윤리적 잣대로 바라보는 우리네 시선과는 상당히 다른 미국적 정서가 들어가 있는 대목이다.

 

그러고 보면 <굿와이프>는 우리네 드라마 정서에는 태생적으로 문제작일 수밖에 없다. 제목이 <굿와이프>지만 그것은 좋은 아내로서의 김혜경을 그리려는 게 아니라, 이른바 좋은 아내로 상정되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암묵적인 사회적 압력 같은 것들을 보기 좋게 깨버리는 김혜경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김혜경의 성장은 그래서 일에 있어서는 쉽게 선악으로 감정이입을 하지 않는 프로페셔널로 서는 것이고, 사랑에 있어서는 좋은 아내같은 때로는 폭력적인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굿와이프>가 하려는 이야기는 도발적이지만 충분히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정서적으로 우리네 대중들에게 100% 공감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가진 가치는 지금껏 선악구도와 윤리적 잣대에만 매몰되어 아무도 질문을 건네지 않았던 일과 사랑에 대한 파격적인 질문들을 이 드라마가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슈퍼스타K6>, 프로와 아마추어 구분 무슨 의미 있나

 

임도혁은 <슈퍼스타K6>에서 단연 주목받는 참가자다. 그가 이 프로그램의 첫 문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이나 가능성은 이미 어느 정도 입증됐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그에게 난데없는 논란이 제기되었다.

 

'슈퍼스타K6(사진출처:Mnet)'

알고 보니 대형기획사 소속의 가이드보컬이었다.” “처음이라고 했지만 타 방송사의 오디션 출연 경험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 <슈퍼스타K6>제작진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가 가이드 보컬을 한 적은 있지만 대형기획사에 소속되었거나 대형기획사에서 활동했었다는 건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라는 것. 또 방송에서 처음이라고 말한 것은 오디션이 처음이라는 뜻이 아니라,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실력도 인정받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처음이라는 취지였다는 것.

 

제작진은 굳이 해명까지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사안이 해명까지 요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슈퍼스타K>는 지금껏 순전히 아마추어들의 무대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이미 가수로 데뷔했던 이들이나 음반을 내고 활동했던 이들에게도 그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언제든지 부여해왔다. 이번 <슈퍼스타K6>의 톱11에 들어있는 이해나도 키스 앤 크라이라는 그룹 활동을 했던 출연자다.

 

즉 프로냐 아마추어냐는 구분은 <슈퍼스타K>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슈퍼스타K>는 실력은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아직 빛을 보지 못한 이들에게 모두 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즉 심지어 가수 데뷔를 했다고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거나, 과거에 잘 나갔지만 지금은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가수들에게도 <슈퍼스타K>의 무대는 열려 있다.

 

이승철이 가끔씩 아마추어 같다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 표현적인 의미일 뿐이지 실제 아마추어와 프로를 구분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아직 정제가 되지 않았다거나, 실력이 부족하다거나 할 때 쓰는 하나의 표현이라는 점이다.

 

사실 최근 들어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 때문이다. 심지어 아마추어리즘이 프로보다 더 각광받고 그걸 통해 성공하는 모습도 이제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예를 들어 악동뮤지션은 프로 같지 않아서 오히려 더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그렇다면 악동뮤지션은 아마추어일까 프로일까.

 

프로를 어떤 일을 하면서 그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한다면 악동뮤지션은 분명 프로다. 하지만 악동뮤지션이 갖고 있는 음악적 자산이 프로의 규정된 틀에서는 좀체 나오기 힘든 아마추어리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건 아이러니다. 이것은 또한 아마추어리즘이 프로에 열등하다는 통념을 깨버린다.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미션을 통해 나온 콜라보레이션 같은 곡들은 다음날 음원차트에 올라가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은 이미 사라져가고 있고 그 의미도 퇴색되고 있다. 임도혁이 아르바이트로 가이드 보컬을 했거나 타 오디션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는 시대라는 점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것이다. 과연 우리는 <슈퍼스타K6>가 아니었다면 임도혁이라는 괴물 보컬을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것. 임도혁처럼 실력은 있는데 알려지지 않은 친구를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건 그래서 어쩌면 <슈퍼스타K>라는 오디션의 본분이 아닐까.

 

프로답지 못한 카라, 언제까지 사과만 할건가

 

걸 그룹 카라의 니콜은 소속사인 DSP미디어와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카라 활동은 계속 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소속은 아니지만 함께 활동하고 싶다는 것. 이것을 니콜은 “카라로서의 재계약이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의 소속계약”이라고 표현했다. 즉 니콜은 소속사 계약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면서 동시에 카라 활동도 하겠다는 얘기다.

 

'카라(사진출처:DSP미디어)'

심정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니콜의 이 이야기는 현실성은 그다지 없다고 여겨진다. 즉 1년 내내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혀있는 카라에서 니콜 혼자 자유로운 활동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즉 이 이야기는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카라 탈퇴 발표로 난감해진 니콜의 입장을 심정적으로 토로한 것에 불과하다. 즉 마음은 ‘카라와 영원히’지만 자신은 자신의 길과 카라 활동을 동시에 하고 싶다는 것이고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긴다면 혼자 활동하겠다는 것. 즉 자신이 들고 있는 뜨거운 공을 카라 소속사에게 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니콜의 탈퇴가 팬들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니콜이 스스로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는 것이 그다지 잘못된 일은 아니다. 한번 소속이라고 영원히 그 틀에만 묶여 살라는 법이 어디 있나. 그러니 니콜이 절실하게 독자노선을 원한다면 정확하게 선을 긋는 자세가 오히려 프로다운 선택이다. 물론 후에 카라의 공연에 니콜이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함께 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맺고 끊는 것에 있어서는 좀 더 명쾌해질 필요가 있다.

 

카라는 이전에도 거의 해체 수준의 분열을 겪은 적이 있다. 그 때도 이상하게 여겨졌던 것은 카라 멤버 그 누구도 분열을 원치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류하는 두 사람과 나가려는 세 사람으로 나뉘어 무수한 뒷이야기들이 쏟아졌다. 결국 멤버로서의 문제라기보다는 매니지먼트와 소속사의 문제 때문에 불거진 일이라는 점. 크게 보면 카라의 문제는 역시 소속사와의 관계나 수익배분 등의 문제와 얽혀있다.

 

흥미로운 건 이러한 카라를 바라보는 국내의 시선과 일본의 시선이 정반대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카라의 이런 연거푸 벌어지는 해체 이야기에 냉랭한 반응이다. 이전 <라디오스타>에서 애교를 보여 달라는 말에 눈물을 흘린 것에 대해서 ‘프로답지 못하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은 그 사안 자체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카라에 대한 국내의 시선이 그만큼 차가운데서 비롯된 일이다. 이것은 독도 발언 문제가 터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본 팬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심지어 니콜의 카라 잔류를 희망하는 릴레이 서명운동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공연에서 구하라가 “걱정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한 것을 갖고도 국내에서는 “일본만 팬이냐”는 식의 비난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의 분위기는 사뭇 다른 듯하다. 국내에서도 사실상 니콜이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식의 비난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카라에 대한 반감이 정서적으로 깔려 있다고 여겨진다.

 

이렇게 국내와 일본의 반응이 사뭇 다르게 된 것은 카라의 활동이 사실상 일본을 주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국내에서 활동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수익의 거의 대부분은 일본에서 압도적으로 거둬들이고 있다. 그만큼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니 이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카라의 해체설이 나올 때마다 국내 팬들은 차라리 일본에서나 활동하라는 식으로 냉담한 반응을 보일까.

 

어쩌면 이것은 카라가 한일 정서의 프레임 속에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일 게다. 그저 한 아티스트의 해외 활동으로 여겨져야 할 일이 마치 일본에 맞춰진 그룹처럼 비춰지게 된 것은 이처럼 거대해진 팬덤을 가진 카라의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런 정서 속에서 니콜의 탈퇴는 카라에 대한 국내의 반응을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니콜이 탈퇴하든 아니면 따로 또 같이 카라 활동을 병행하든 그간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을 보아온 대중들에게 카라는 어딘지 프로답지 못한 인상을 만들었다. 늘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모습만 반복되고 있는 건 대중들에게도 어떤 피로감을 남긴다. 게다가 이 정서에 한일 정서의 프레임까지 덧붙여지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좀 더 쿨해질 필요가 있고 명쾌해질 필요가 있다. 어차피 갈라지기로 마음먹은 이상, 팬들은 어떤 식으로든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적어도 애매모호한 입장으로 팬들을 더 깊은 혼란에 빠뜨리지 않는 게 진정한 팬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 톱밴드2 > , 돌팔매질쯤은 상관없다?

 

< 톱밴드2 > 가 드디어 이빨을 드러냈다. '악마의 편집'이라고 하면 방송 제작자의 도의적인 문제와 논란을 떠올리게 하지만, < 톱밴드2 > 의 김광필PD는 내놓고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자세다. 실제로 < 톱밴드2 > 는 방송이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심사위원인 신대철과 김경호가 서로 다른 심사기준 때문에 사사건건 의견충돌을 일으켰고, 방송 도중 한 명이 뛰쳐나가는 일까지 일어났다고 밝혔다.

 

 

'톱밴드'(사진출처:KBS)

심사위원 간의 신경전이 이 정도라면, 참가자들의 기 싸움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특히 < 톱밴드2 > 는 < 톱밴드1 > 에서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자세를 버렸다. 프로건 아마추어건 상관없이 원한다면 모두 무대에 세우겠다는 얘기. 이렇게 되면 이미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밴드들이 무명의 밴드들과의 대결에서 오히려 지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물론 오디션이라는 것이 이런 자극적일 수 있는 상황의 연속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경쟁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기려고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무리수가 나올 수도 있으며, 그렇게 좌절을 겪은 밴드는 큰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리얼리티쇼를 근간에 두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격상 이런 상황들은 거의 모두 VJ들의 카메라에 포착된다.

 

중요한 건 편집이다. 이런 소스들을 가지고 어떻게 요리해서 내놓을 것인가에 따라 프로그램의 색깔이 달라진다. 이 편집에 있어서 < 톱밴드1 > 은 이른바 '착한 오디션'을 선택했다. 결과는? 물론 착하다는 평가는 받았지만 시청률로 보이는 대중성은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김광필 PD는 < 톱밴드2 > 를 통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착하지 않더라도 대중들이 좀 더 많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것.

 

누군가를 고려하거나 배려하기 위해 그간 편집되었던 분량들이, 어쩌면 이번 < 톱밴드2 > 에서는 가감 없이 드러날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되면 제작진은 자칫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라도 해서 우리나라의 숨은 밴드들을 더 많이 소개하고 알리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밴드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데 성공한다면 자극적인 편집에 대해 날아오는 돌팔매쯤은 상관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프로그램으로만 보면 심지어 '막장(완성도가 아니라 자극의 차원에서)' 선언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이런 선택조차 반갑게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숨겨진 보물 같은 밴드들의 면면을 음악적으로 제대로 보여줄 수만 있다면 그 방법이 뭐가 되든 무슨 상관일까. 그간 얼굴조차 방송에 내보내기 어려울 정도로 외면 받던 밴드들은 어쩌면 이 '악마의 편집' 선택의 명분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마치 프로 레슬링을 보듯이 경기장 밖에서부터 팽팽하게 긴장감이 만들어진다면 무대 위의 경기는 더 주목될 수밖에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결국 프로 레슬링 같은 스포츠쇼와 다를 게 뭐가 있을까. 게다가 이런 발칙한 대결의 콘셉트는 밴드 문화와도 어울리는 구석이 있다. 거칠고 반항적이며 어딘지 사회적인 불만을 가득 품고 있을 것만 같은(음지에서 노래하는 그들이 왜 그렇지 않겠는가) 그들이 < 톱밴드2 > 라는 무대에서 그 억압된 감정을 발산할 수만 있다면 그 마치 프로 레슬링 같은 오디션 경쟁조차 하나의 록 페스티벌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본래 축제는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아닌가. 너무 자로 잰 듯이 깔끔하게 보여지는 대결은 이 디오니소스적인 축제의 감성을 전해주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 톱밴드2 > 는 진정한 디오니소스적인 록의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악마의 편집을 통해서라도 밴드들의 멋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면 기꺼이 대중들도 그 선택의 명분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TOP밴드’, 경합보다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이유

'톱밴드'(사진출처:KBS)

이 소름끼치는 실력의 소유자들은 프로일까, 아마추어일까. 적어도 ‘TOP밴드’라는 오디션에서는 이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또 중요해서도 안된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광필EP의 말대로 우리사회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방송을 포함한 가요계가 밴드를 프로로 대접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즉 여기서 프로라면 밴드 활동을 통해 적어도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이들을 의미한다. 이 놀라운 실력자들은 과연 그만큼의 평가를 받고 있을까. 아니 평가는 둘째 치고 일단 음악활동에만 전념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 있을까.

사실 게이트 플라워즈나 액시즈, 브로큰 발렌타인, TOXIC 같은 밴드는 전문가들도 놀랄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의 음반제작자들이 왜 저런 천재들의 음반을 내지 않고 있었는지” 의아 하다는 김종진의 조금은 격앙된 말이나, “감히 평가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는 그룹 딜라이트 DK의 발언, “한국에 이런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남궁연의 상찬은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브로큰 발렌타인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밴드 페스티벌인 ‘아시안 비트’에서 대상과 최우수 작곡상을 수상한 바 있고, 게이트 플라워즈는 제8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신인상과 최우수 록 부문 2관왕을 했던 실력파다.

하지만 이들이 그 유명한 상을 받았다고 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대폭 넓히고 그로 인해 생계문제에서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브로큰 발렌타인의 보컬인 김경민은 여전히 회사를 다니면서 밴드를 하고 있고 이들의 작업실은 여전히 리더의 집인 게 현실이다. 이 밴드의 변성환, 변지환 형제의 어머니가 하는 말은 그래서 아프다. “제가 정신적으로 가장 깊게 갈등을 했던 게 아시안 비트 그랜드 파이널에서 우승하고 난 다음이에요. 우승했을 때 우리 아이들이 음악으로 살아가는 길이 열리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냥 상 타온 걸로 끝나고 그 다음 길이 안보이니까. 그 때 정말 음악을 하게 한 것이 잘못인가...” 이것이 바로 작금의 밴드들의 현실이다.

따라서 준 프로에 가까운(어쩌면 프로의 실력을 넘어서는) 이들을 참여시킨 ‘TOP밴드’의 선택은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목적이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인재들을 좀 더 대중들 앞에 알리는 것에 있다면, 획일적인 기획사 중심의 음악들로 점철되어 그간 생계를 걱정하며 생업과 음악을 병행해온 이들에게 무대를 내주는 것은 어쩌면 밴드 서바이벌을 내세운 ‘TOP밴드’가 진정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은 ‘TOP밴드’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서 있는 독특한 지점이다. 이 프로그램은 물론 형식적으로 최후의 ‘TOP밴드’를 향한 경합을 다루고 있지만 그것보다 더 주목되는 것은 그간 가려져 있던 숨은 고수들을 방송을 통해 재발견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경합이라는 대결구도를 통해 시청률을 끄집어내는 오디션 형식에서는 불리한 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딱히 그런 것만도 아니다. 경쟁 이외에도 오디션 형식의 또 다른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스토리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TOP밴드’의 특징 중 두드러지는 점으로, 세세하게 참가한 이들의 면면을 따라가는 다큐적인(?) 카메라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스토리성을 잘 말해준다. 이것은 예능 PD가 아니라 교양 PD가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TOP밴드’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 누가 밴드 음악에 순위를 매길 수 있으랴. 다만 저마다의 사연들을 갖고 그 사연들로 저마다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밴드들의 풍성한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경쟁보다는 그 각각의 밴드들의 스토리를 따라가는 이 독특한 지점을 점하고 있는 ‘TOP밴드’가 끝이 났을 때, 우리는 어쩌면 그 최후의 밴드만이 아니라, 이 과정을 지나오며 발견한 수많은 밴드들을 기억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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