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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경계, 위험지대에서 가능성의 지대로 이승기가 처음 '1박2일'에 출연했을 때, 그는 이미지를 관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겨울 얼음장 같은 물로 머리를 감고, 야생의 생활(?) 속에서도 피부관리를 하는 그의 모습은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안간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과거라면 아이돌 가수가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신비의 베일에 가려 있어야할 아이돌 가수가 맨 얼굴에 눈곱이 낀 채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라니! 하지만 시대는 이미 바뀌어 있었다. 이승기가 들어왔을 때, 이미 한때(?) 아이돌가수였던 은지원은 은초딩으로 캐릭터를 잡고 있었다. 이승기는 그렇게 예능에 적응해나갔고, 2년여가 지난 지금 드라마에서도 주목받으면서 가수, 예능, 드라마까지 이른바 ..
혹한기의 알몸, 혹서기의 잠바, 김C가 만드는 계절감 '1박2일'에서 계절은 실로 중요하다. 계절이 주는 자연적인 도전 자체가 '1박2일'의 미션으로 제시되기 때문이다. 한겨울의 차가운 날씨는 야외냐 실내냐를 정하는 잠자리 복불복을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갑작스런 기상악화는 목적지 자체를 바꾸게도 만들고, 예상했던 일정에 변화를 주기도 한다. 한여름에 바다에 빠지거나, 한겨울에 얼음장 같은 계곡물에 입수하는 것 역시 모두 계절이 주는 묘미와 한계를 이용한 것이다. 혹한기 대비 캠프와 혹서기 대비 캠프는 이러한 계절을 활용한 '1박2일'만의 아이템. 그런데 이 아이템에 유독 어울리는 존재가 있으니 그가 바로 김C다. 그는 종종 '고통의 달인'으로 불린다. 복불복이 제공하는 고통스러움을 꽤 잘 버텨내기 때문이..
주말은 온전히 이승기의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찬란한 유산'에서 부잣집 아들로 철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1박2일'에서 생고생하는 이승기를 볼 때면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까지 합니다. 이번 '1박2일'은 하루 일찍 팀원들이 소집되었는데 촬영 때문에 늦게 도착한 이승기는 죄송하다고 하고는 곧바로 옥상에 마련된 텐트에 몸을 눕혔습니다. 다음날 아침 다들 멍 때리고 있는 그 시간, 이승기는 늘 그렇듯 샤워를 하고 얼굴에 로션을 찍어 바르며 촬영을 준비합니다. 이승기의 이런 모습은 '1박2일' 초창기부터 계속되었습니다. 야생에 몸을 던지면서도 늘 자신을 관리하고 챙기는 그의 자세는 다른 멤버들과는 비교되는 것이었죠. 뭐 사내가 이런데 나와서 하루 정도 좀 안챙기고 대충 지내면 되지 웬 유난이냐고 할 수도..
귀공자에게서 발견하는 서민적 모습, 이승기 '1박2일'에 처음 이승기가 출연한다고 했을 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을 지도 모른다. 이승기가 가진 귀공자 이미지가, 거친 야생을 표방하는 '1박2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묘한 이미지의 엇갈림은 '1박2일'에서 이승기만의 독특한 매력을 끄집어내게 했다. 그것은 아무리 야생에서 생고생을 하면서도 꼭 냉수라도 머리는 감아야 하며, 얼굴 관리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이승기에게 그루밍족(자기을 가꾸는데 적극적인 남자)의 이미지를 오히려 강화시켰다. 김C나 이수근처럼 도무지 관리를 할 것 같지 않은 캐릭터들과의 대비효과 또한 클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이승기는 자신의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이 짓궂은 형들 사이에서 ..
'무한도전'의 기억력 퀴즈, '남자의 자격'의 눈물 버라이어티쇼의 리얼리티에 대한 추구는 어디까지일까. 연기가 아닌 실제상황을 연출해내기 위한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실험은 땀과 눈물에 이어 심지어 기억에 이르기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남자와 눈물'이라는 미션으로 진행된 '남자의 자격'은 웃음을 주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에서는 이색적으로 남자들이 눈물을 흘리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자가 눈물을 흘린다'는 이 기막힌 설정은 그러나 '울고 있어도 웃음이 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무한도전 - 궁밀리어네어'편은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패러디해 퀴즈쇼를 표방했지만 그 핵심은 '인간의 기억력'이란 새로운 영역을 리얼 버라이..
언제부턴가 버라이어티라는 단어 앞에는 '리얼'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무한도전'에서 표방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용어는 마치 하나의 장르가 된 것처럼 인구에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 용어에서 방점이 찍히는 것은 버라이어티가 아니라 '리얼'이다. 따라서 이 '리얼'이란 수식어는 거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의 강박으로 자리했다. 토크쇼 앞에도 '리얼'이 붙었고, 하다못해 인터뷰 하나를 하더라도 강박적으로 우리는 '리얼'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이게 되었다. 이렇게 된 것은 그간 해왔던 쇼(이 쇼에는 뉴스마저도 포함된다)의 인위적인 부분들에 대한 대중들의 외면 때문이다. 그 인위적인 부분에 출연자들의 홍보성 논란이 덧붙여지면 대중들은 심지어 불쾌함을 느끼기까지 한다. 저네들의 홍보를 봐야만 하는 상황은, '..
'1박2일'과 '패떴'은 모두 여행을 컨셉트로 삼고 있기 때문에 현지인들과의 접촉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접촉에 대한 이 두 프로그램의 방향은 사뭇 다르죠. '1박2일'은 '집으로'편에서 볼 수 있었듯, 현지인들과의 보다 긴밀한 관계를 지향합니다. 반면 '패떴'은 정반대입니다. 도착하는 순간, 그 집 주인분들을 여행보내드리고, 하루를 온전히 자신들만의 세상에서 즐깁니다. 집 주인조차 도착했을 때와 떠날 때 잠깐 만날 지경이니 현지인들과의 접촉은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패떴'이 지금껏 단 한번도 현지인들과 만나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음식을 만들어 주민들과 나눈 적도 있고, 지역주민들을 모셔놓고 미니 공연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벤트는 어딘지 인위적인 느낌이 강..
냉소의 시대, '1박2일'이 준 따뜻한 웃음의 가치 얼마 만에 경험하는 따뜻한 웃음일까. 불황으로 웃음이 성공 키워드로 뜬다지만 그 웃음의 대부분은 냉소거나, 조금은 자극에 길들여진 웃음 같은 그런 것들은 아니었던가. '1박2일-집으로'편이 보여준 웃음을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잊고 있었던, 혹은 없다고 생각해왔던 그 따뜻한 웃음이 있었다는 걸 확인하게 됐다. '1박2일' 팀의 경북영양 산골마을 기산리에 사시는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길은 프로그램 말미에 다시 생각해보면, 도시생활에 지친 자식들이 자신이 떠나왔던 고향집에서의 하룻밤을 통해 온전히 힘을 얻고 돌아가는 그 귀향길의 서막이었다. 산골 외딴 집에서 외롭게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주러간 그들은 오히려 그 어르신들로 인해 맘껏 웃었고, 하루 동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