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이 일으킨 ‘완벽한 아내’에 대한 관심

고소영이 아니라 조여정이었나. KBS 월화드라마 <완벽한 아내>에서 조여정이 맡은 이은희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갈수록 커져간다. 물론 고소영이 연기하는 심재복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인 건 맞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어딘지 드라마에서 자주 봐왔던 익숙한 워킹맘 정도의 느낌을 준다. <완벽한 아내>가 초반 고소영의 복귀작으로 알려지며 그 역할인 심재복에 집중하게 됐지만, 그 인물이 그다지 신선한 느낌을 주지 못했다는 점은 이 드라마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완벽한 아내(사진출처:KBS)'

하지만 초반 심재복이 로펌 인턴으로 일하다 잘리고 남편 구정희(윤상현)가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알게 되는 그 전형적인 드라마 패턴을 조금 지나면서 구정희의 불륜상대였던 정나미(임세미)가 의문을 남긴 채 죽음을 맞이하고 차츰 이은희라는 인물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드라마는 조금씩 긴장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의 호의와 아이들을 좋아하는 인물이 아닐까 싶었지만 갈수록 모든 것들이 거짓말로 점철되어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이은희가 도대체 왜 심재복과 그 가족들을 자신의 집안으로 끌어들였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은희의 남편인 차경우(신현준)가 과거 심재복의 첫사랑이었다는 걸 알면서 그 집에 들이고, 이상하리만치 심재복의 아이들에게 집착하는 모습. 그리고 알고 보니 그녀는 이미 3년 전에 차경우와 이혼한 상태였다는 사실들이 밝혀지며 심재복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이은희는 정상적인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자신의 아이도 아니면서 심재복의 아이들을 마치 자기 아이들처럼 과도하게 보살피려 하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특히 자신의 아이도 아니면서 유치원에 등록을 하고, 자신이 돌보던 아이들이 엄마인 심재복이 오자 그녀에게 안기는 모습을 보며 마치 자기 아이를 빼앗긴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이은희의 모습은 일종의 집착증 같은 걸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 

또한 이은희의 집에 들어와 지내는 집사인지 도우미인지 알 수 없는 최덕분(남기애)이 죽은 정나미로 하여금 구정희에게 접근하게 만든 인물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또한 이은희의 엄마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모녀지간에도 어떤 숨겨진 사연이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즉 이 모든 궁금증과 호기심의 중심에 이은희라는 인물이 서 있다는 것. 아마도 <완벽한 아내>라는 제목은 그래서 이은희와 심재복이라는 두 여성을 서로 다른 의미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즉 이은희라는 이상 징후를 보이는 인물이 말 그대로 ‘완벽한 아내’가 되려는 강박증 같은 걸 보여주고 있지만 사실은 그것이 주변인들을 불안하게 만들 정도로 파괴적인 양상을 보여주는 반면, 심재복은 일하랴 아이들 돌보랴 ‘완벽한 아내’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나름 노력하는 그 모습이 진정한 아내의 상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결국 이런 구도로 바라보면 이 드라마에서 문제적 인물은 이은희라는 캐릭터다. 그녀가 어째서 이런 ‘완벽한 아내’에 대한 강박증을 갖게 되었으며, 그것이 어떤 파국을 만들었고 그래서 현재의 이상증세를 갖게 되었는가 하는 지점은 사실상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조여정은 이번 이 역할을 통해 밝게 웃는 얼굴조차 섬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시작점은 조금 느슨했지만 그래도 <완벽한 아내>에게는 조여정이라는 치트키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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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의 스트레스, 우리를 웃게 하는 힘

 

<무한도전> '스트레th' 특집에 나온 유재석은 자신의 장점을 ‘열심히 한다’, ‘잘 웃는다’로 표현했고, 단점을 ‘다소 우유부단하다’, ‘다른 사람이 잔소리로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고민거리를 묻는 질문에 “크게는 없었는데요. 이번 주 녹화 이거 재밌었나.. 다음 주에는 이런 걸 한다는데 이건 어떨까...”라고 답했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 장점과 단점 심지어 고민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유재석의 스트레스가 모두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그의 장단점은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행복과 관련된 것이라기보다는 모두 그가 고민거리로 말한 방송에 관련된 것이었다. 우리는 방송을 통해 열심히 하고 잘 웃으며 때론 우유부단함(캐릭터로 나오는)을 볼 수 있었고 종종 그가 멤버들에게 잔소리를 해 잔소리꾼이라는 핀잔을 듣는 것에 익숙하다.

 

이 장단점과 고민거리 토로에는 유재석이 가진 시청자에게 어떻게든 웃음과 즐거움을 줘야 한다는 강박증을 읽어낼 수 있다. 그가 ‘잔소리꾼’이 된 것은 그가 말하듯이 ‘잘하자고’ 하다 보니 생긴 습관이다. 자신에 대해 그만큼 엄격한 그이기 때문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그만큼을 요구하는 셈이다.

 

그의 스트레스 지수를 진단한 정신과 전문의는 심지어 문진표 “체크란에 동그라미 어느 하나가 경계를 넘는 걸 보지 못했다”며 그만큼 조심스럽고 신중한 그의 성격을 설명했다. 비판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거라 말했고, 그가 파란 풍선을 선택한 것을 통해 “본인 스스로는 사교성이 풍부하지만 알게 모르게 내면에 외로움과 고독이 내재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에 정형돈이 “맞아 친구 없잖아”하고 맞장구를 치자 하하가 “하지마. 하지마. 나 그랬다가 6개월 욕먹었잖아. 있어, 있어. 대한민국.”이라고 장난스럽게 던지는 말이 짠하게 느껴진다.

 

유재석이 보이는 극도의 조심스러움과 우유부단함은 어쩌면 자신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피해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또 그의 유일한 친구가 ‘대한민국’이라는 하하의 농담 속에는 그가 가진 부담감과 책임감이 들어 있었다. 그의 말대로 방송 때문에 해외에 나간 적은 있지만 신혼여행을 빼놓고 개인적으로 동료들과 여행 같은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는 그가 아닌가. 일주일 내내 <무한도전>, <런닝맨>, <해피투게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놀러와>까지 소화해내던 그에게 개인 시간이나 여유 같은 건 사치가 아니었을까.

 

<무한도전> '스트레th' 특집에서 그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는 것’을 선택한 유재석과 멤버들의 모습은 그래서 뭉클할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이 재미있었다고 말할 때 자신들의 스트레스가 비로소 사라진다는 것. 이 지독한 시청자 강박증이야말로 유재석의 가장 큰 스트레스이면서 그가 최고의 MC로 지목받는 이유가 될 것이다. 그래서 스타킹을 뒤집어쓰고 얼굴을 한껏 무너뜨리는 <무한도전>의 유재석이나 잔뜩 바보 분장을 한 채 바보 연기를 하는 <런닝맨>의 유재석은 어쩌면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로 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런닝맨>의 조효진 PD는, 유재석은 말 그대로 ‘유느님’이라 불리는 게 맞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고 했다. 너무 잘 통하고 선수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제작자로서 때로는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유재석의 시청자 강박증의 강도를 미루어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광수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유재석의 완벽함을 ‘방송 바깥에서 더 철저한’ 모습에서 찾으며 “자기는 그렇게 살라면 자신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을 통해 우리의 웃음이 빵빵 터질 수 있는 것이 유재석의 남다른 시청자(를 웃겨야 한다는) 강박증 스트레스 덕분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뭉클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지난 주 뜬금없이 불거진 유재석 태도 논란은 너무 악의적이라는 느낌마저 들게 만든다. 하지만 그래도 의사의 말대로 “전반적으로 경직”된 유재석이 “조금만 본인에게 느슨하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인에게 관대해야 남들한테 관대할 수 있다는 정준하의 말도 맞지만, 그것은 또한 무엇보다 좀 더 오래도록 도전하고 달리는 모습을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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