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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MBC 사극 ‘주몽’이 연장에 돌입한 이래, 시청률은 조금씩 반등하고 있다. 그렇지만 연장을 하면서 “완성도를 높이겠다”던 애초의 약속은 실종된 상태. 여전히 에피소드식 전개와 개연성 없는 설정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긴장감의 결여. 현재 드라마 ‘주몽’의 전개방식은 사전에 모든 정보를 누출하는 치명적인 결함을 보여주고 있다. 부분노가 부여에 있는주몽의 충실한 세작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이미 주몽이 죽었다고 판단하는 데다, 먼저 200여 명의 선발대만을 끌고 온 대소와 주몽의 전투는 보나마나한 것이 된다. 아무래도 이것은 스케일 논란을 벗어나려는 무리한 설정이 아니었을까. 이런 상황에서 그 결과를 짐작하는 건 너무도 쉬운 일이다. 앞으로 벌어질 부여의 봉쇄 조치로 졸본이 위험에 처..
2006, 욕하면서 봤던 드라마 욕하는 것만큼 쉬운 비평이 없다고 한다. 흠을 잡아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2006년 시청률 상위의 드라마들은 대부분 욕을 먹었다는 것. 그것은 분명 그럴만한 소지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어쩌면 욕을 먹는다는 건 그만한 기대감이 컸다는 반증은 아니었을까. 올 가장 화제가 된 SBS‘하늘이시여’, KBS‘소문난 칠공주’, MBC‘주몽’을 예로 들어, 많은 욕을 먹었으나 시청률은 높았던 드라마들의 논쟁점과 완성도, 중독성 등을 체크해보자. 혹 욕에 가려져 보지 못한 미덕을 발견하게 될지 누가 아는가. 어쩌면 시청률과 욕의 상관관계가 밝혀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늘이시여’, 논란드라마의 정수를 보여주다 지난 12월13일 민주언론시민연..
퓨전사극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역사를 날 것 그대로 꺼내 보여준다면 재미있을까. 예상은 부정적이다. 그래서일까. 역사에 상상력의 날개를 달고 퓨전사극이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퓨전사극의 계보는 과거 ‘다모’, ‘대장금’, ‘해신’ 등에서부터 내려오고 있지만 최근 열풍의 진원지는 역시 ‘주몽’이다. 그것은 아무래도 ‘주몽’이라는 강력한 민족적 자긍심을 자극하는 소재에, 역사라는 무거운 갑옷을 벗고 더 전개가 자유로워진 퓨전사극이라는 형식이 맞물린 결과다. 결과적으로 시청률면에서 승승장구한 주몽은, 최근 연장방영에 대한 논란들마저 연착륙시켰다. 이례적으로 MBC 신종인 부사장은 인터뷰를 통해 “그간 거듭돼온 방송사의 고무줄편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우려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주몽 만큼은 끝까지 완성도 ..
퓨전사극 속 사제간의 인생은 반복된다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퓨전사극, ‘황진이’와 ‘주몽’에서는 사제간의 반복되는 인생유전이 독특한 재미를 부여한다. 그것은 주인공에게 카리스마를 부여하고, 극의 대결구도를 만들어주며, 주인공이 성취해야할 일에 대한 목적의식을 부여하기도 한다. 황진이-백무 vs 부용-매향 :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관계 부용(왕빛나 분)은 황진이에 대해 칭찬을 하는 스승 매향(김보연 분)이 밉기만 하다. 그런 부용에게 매향은 말한다. “그렇게 명월이가 이기고 싶으냐? 내가 그 맘을 잘 안다. 천재는 늘 노력하는 준재를 가슴아프게 만드는 법이지.”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있다. 그것은 ‘황진이는 천재며 부용은 준재’라는 것과 ‘그런 마음을 매향은 잘 안다’는 것. 매향 역시 저 백..
드라마 '주몽'의 연장 논란에 대하여 50%대 최고의 시청률을 바라보고 있는 MBC 창사특집드라마, ‘주몽’이 방송연장을 놓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MBC측은 일찌감치 연장발표를 해놓고 제작진들과 출연진들을 설득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최완규 작가의 연장불가 발언이 불거져 나왔고 정형수 작가 단독체제로의 결론이 도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몽 역을 맡은 송일국이 거부의사를 들고 나왔다. 뉴스에 의하면 MBC 부사장이 송일국을 직접 만나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 한다. 이번 상황은 MBC측의 성급한 결정과 발표에 먼저 그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잘 되는 드라마의 연장방영에 쉽게 동조를 얻을 수 있으리라 판단한 MBC측은 만만찮은 저항에 직면한 셈이다. 연장방영의 가장 큰 피해..
여성적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황진이 과거에 흔히 카리스마를 말하면 우리는 남성을 떠올리곤 했다. 그런데 이제 그건 편견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KBS 드라마 ‘황진이’가 보여주는 카리스마가 그 어떤 남성들의 그것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칼만 든다고 카리스마가 생기는 건 아니다 ‘황진이’는 전개상 세 단계의 변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것은 첫째, 첫사랑과 그 실패를 겪는 황진이, 둘째 그로 인해 세상에 독을 품는 황진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독이 세월에 녹아 한 커다란 인간으로 거듭나는 황진이가 그것이다. 지금 두 번째 단계를 지나고 있는 황진이에게서 그 카리스마가 물씬 풍겨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단계적인 변화의 원인으로 볼 때, 그녀가 뿜어내는 카리스마의 원천은 바로..
고구려 사극의 영웅 뒤에 등장하는 그 부모들 피는 물보다 진하다. 사극 속에 등장하는 영웅의 뒤에는 영웅을 키워낸 부모가 있고, 그 부모의 희생이 있다. 최근 고구려 사극 트로이카 시대를 열고 있는 고구려 사극들, ‘주몽’, ‘연개소문’, ‘대조영’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는 ‘부모, 가족 코드’가 시청자들의 피를 끓게 만들고 있다. 드라마 상에 등장하는 이들 부모들은 모두 똑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모의 존재감은 각각 다르게 느껴진다. 이들 사극들은 영웅의 부모들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모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사극 속에 등장하는 영웅의 가족들은 모두 해체되어 있다. 주몽과 해모수, 그리고 유화부인이 그랬고, 연개소문과 연태조가 그랬으며, 대조영과 대중상, 그리고 달기가 그랬다. 그들은..
숫자숭배에 지배당한 위험한 우리 사회 정지영 아나운서의 퇴진까지 가져온 밀리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는 숫자 놀음에 경도된 우리 사회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것은 출판계에서는 ‘판매부수’로 불리며, 영화에서는 ‘관객수’로, 그리고 TV 드라마에서는 ‘시청률’로 불린다. 그것들은 이름만 다를 뿐 그 역할은 비슷하다. 작품에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 숫자들이 맡은 역할이다. 숫자들의 권력은 점점 커져서 언제부턴가 우리네 문화계는 콘텐츠 자체의 질에 승부하기보다는 이 숫자를 얻기 위한 무한경쟁에 들어서 있는 느낌이다. 스테디셀러보다는 베스트셀러를, 두고두고 꺼내보는 명작으로 남기보다는 최단기간에 최대의 관객을 끌어 모은 영화를, 그리고 시청자들과 호흡하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보다는 욕을 먹더라도 시청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