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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의 슬픈 눈빛이 꼬집는 비정한 어른들 세상이주의 드라마 2025. 5. 13. 09:55728x90
‘약한영웅2’, 어째 진정한 어른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까
약한영웅2 <약한영웅2>가 돌아왔다. 웨이브에서 시즌1을 시작했지만 시즌2는 넷플릭스를 통해서다. 시즌2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넷플릭스에서 먼저 공개된 <약한영웅> 시즌1은 일찌감치 글로벌 반응이 터졌다. 그리고 그 힘 그대로 시즌2 역시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K드라마 액션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글로벌 평가 속에 <약한영웅2>는 아시아권은 물론이고 남미, 유럽, 아프리카까지 고르게 톱10에 진입했다. 도대체 이 학원액션물의 무엇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걸까.
이제 우리네 학원 액션물은 어느 정도 공식이 생긴 것 같다. 학교에서 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이 등장하고, 약해 보이지만 의외의 힘을 발휘하는 ‘너드 히어로’가 그 폭력과 맞선다. 그런데 그 학교폭력을 일삼는 일진들 뒤에는 실제 어른들의 범죄조직이 엮어져 있고 그래서 그들과도 싸워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그런 서사가 하나의 틀처럼 자리잡았다.
<약한영웅> 시즌1이 김길수(나철) 같은 가출팸 보스의 범죄를 등장시키는 것처럼, 시즌2 역시 최창희(조정석) 같은 범죄조직의 보스가 등장한다. 그는 학교 일진들의 연합 대표인 나백진(배나라)을 자신들이 돈세탁용으로 쓰는 볼링장에서 매니저로 일하게 한다. 그런데 이 연합이 하는 짓이 어른들이 하는 범죄 그대로다. 돈세탁을 위해 매출을 조작하고 연합원 알바로 월급 뻥뛰기 하며 대성바이크라는 바이크 도둑질을 조직적으로 저지른다. 게다가 최창희와 연결된 경찰이 이들의 범죄 뒤를 봐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백진을 중심으로 연합의 아이들이 하는 짓은 어른 범죄자들의 흉내다. 그건 돈으로 굴러가는 어른 세상의 모습 그대로다. 돈을 주면 사람을 해치는 일까지 서슴없이 하는 비정한 어른들의 모습. 나백진에게 연합의 아이들이 충성하는 건 그래서 그들끼리의 의리나 우정 따위가 아니다. 돈이다. 범죄를 저지르고 몇 백씩 챙겨받는 것에 이들은 눈이 돌아 있다. 어른 범죄자들의 흉내가 아니고 뭔가.
<약한영웅>의 두 시즌을 통틀어 연시은(박지훈)이라는 처연하게까지 보이는 슬픈 눈을 가진 약한 영웅이 힘을 받는 건 이러한 아이들 문제에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 비정한 어른들과, 오히려 그런 아이들마저 이용해 돈벌이 수단으로 쓰는 극악한 어른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연시은은 그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 앞에 슬픈 눈빛으로 서 있는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 얼굴을 보면 절로 미안해진다. 그런 현실을 만들어낸 어른들이 존재한다는 게.
연시은이라는 독특한 영웅상은 그래서 ‘낭만적인’ 액션 히어로와는 다르다. 주먹 대 주먹으로 정정당당하게 대결하려 하지 않는다. 그건 애초부터 이 약한 영웅에게 가능한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볼펜 같은 무기를 이용한다. 그걸 두고 ‘비겁하다’고 저들이 말하지만, 연시은에게 이 싸움은 낭만적 대결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사투다.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 뭐든 해야 한다. 이것이 <약한영웅>의 액션이 다른 액션물과 다른 지점이다.
여기에는 그저 액션의 카타르시스만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싸우는 이의 처연하고 처절한 감성이 더해진다. 이 아이는 그 눈빛으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어른 세상에 항변하는 것만 같다. 집 나간 후민(려운)에게 아버지가 정신나간 놈이라고 막말을 하자 연시은이 그 아버지에게 또박또박 반박하는 장면은 그래서 울림이 적지 않다. “후민이가 아버님께 뭘 잘못했나요? 학교에서 후민이는요. 정신나간 애도 병신 같은 새끼도 아니예요. 주변 친구들도 잘 챙기고 친구들도 후민이 많이 따라요. 제가 생각하기엔 후민이가 문제가 아니라 아버님이 문제이신 거 같은데요.”
연시은의 그 말에 후민이 아버지도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든다. 며칠 뒤 집으로 돌아온 후민에게 밥을 챙겨주며 그 친구에 대해 이렇게 말함으로써 자신의 잘못을 에둘러 표현한다. “그 새끼 그거 꽤 똘똘해 보이더라. 그래도 네가 나보다 잘 살았어. 연락 안된다고 찾아주는 친구들도 있고. 잘해 인마 걔들이 평생 가.”
시즌2는 자신 때문에 혼수상태에 빠져 있는 안수호(최현욱)에 대해 스스로 죄책감에 빠져 있는 연시은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또 무의식 속에서 등장하는 오범석(홍경)이 아무리 해도 다 소용없다는 자포자기의 목소리가 그를 괴롭힌다. 하지만 이러한 자책감에 빠져 있던 연시은은 잘못한 것이 없다. 다만 이 아이들을 이렇게 방치한 어른들의 잘못일 뿐. 그래서 이 작품의 진정한 카타르시스는 액션의 쾌감에서가 아니라, 그 어둠을 벗어나 슬픈 얼굴이 환하게 웃게 되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다.(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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