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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미라서 더 매력적인 명탐정 코난 같은 발랄함이주의 드라마 2025. 6. 2. 09:36728x90
‘나인 퍼즐’, 만화 같은 추리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김다미
나인 퍼즐 디즈니+ 드라마 <나인 퍼즐>은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한국형 추리 스릴러의 결과는 어딘가 다르다. 시작부터 뒷목덜미에 날카로운 송곳이 꽂힌 채 죽은 삼촌의 등장은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주지만, 집에 들어와 그 광경을 보는 고등학생 이나(김다미)의 반응은 예상을 훌쩍 벗어난다. 충격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본래부터 그런 일에 그다지 놀라지 않는 성격인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인물은 그 사건을 처음 맡게된 강력팀 막내 한샘(손석구)의 의심을 산다. 유일한 목격자인 이나가 용의자로 보이는 것. 사건은 미제로 끝나버렸지만 한샘은 지독할 정도로 끈질기게 이 사건을 수사하고 이나를 용의선상에서 놓지 않는다. 하지만 10년 후 이나는 프로파일러가 되고, 또 하나의 살인사건으로 10년 전 삼촌이 살해된 사건과 다시 연결된다. 삼촌이 죽은 자리에서 발견됐던 퍼즐 조각과 연결되는 또 하나의 조각을 그 살인사건과 함께 받게 된 것이다.
아무런 연결점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지만, 퍼즐 조각이 그 연결고리가 된다는 걸 알게 된 이나는 한샘과 함께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이나는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인물로, 서장 현오근(장격수)조차 어쩌지 못하는 독보적인 캐릭터로, 공조 수사 역시 그녀에 의해 다짜고짜 시작된다. 어찌 보면 현실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만화 속에서 등장한 듯한 캐릭터지만, 그래서 현실성을 강조하는 한국형 추리 스릴러의 뻔한 클리셰를 벗어나는 신선함을 더해준다.
이나의 천재적인 추리력이 돋보이는 건 <나인 퍼즐>이라는 제목에 담긴 것처럼,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이 인물이 그 연결고리를 찾아내 하나로 꿰는 지점에서 생겨난다. 이를 테면 연쇄살인의 피해자로 보였던 이들이 혹시 과거 하나의 사건의 가해자들일 수 있다는 추론을 해내는 대목 같은 것에서다. 그런데 마치 명탐점 코난 같은 발랄함을 장착한 이 만화 같은 캐릭터의 천재성은, <나인 퍼즐>이라는 여러 살인사건들이 각각의 서사로 흩어지지 않고 하나로 묶여질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공사판 콘네이너 박스에서 밤새 술을 마시다 독살된 한 사내를 두고 세 명의 유력한 용의자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과거 죽은 사내의 아들이 당했던 사고와 모두 연루되어 있는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가 그렇다. 이 에피소드는 사실상 <나인 퍼즐>의 메인 사건인 ‘퍼즐 조각 사건’과는 관계가 없지만, 이 사건을 추리해내면서 이나는 ‘퍼즐 조각 사건’ 역시 피해자들 여럿이 과거의 한 사건과 연루되어 있었을 거라는 걸 추론해낸다. 이로써 별개의 에피소드 역시 메인 에피소드와의 연결고리를 갖게 되는데 이건 전적으로 이나라는 독특한 인물이 있어 가능한 서사 구조다.
<나인 퍼즐>은 그래서 스릴러의 긴장감에 퍼즐을 맞춰 나가는 듯한 추리물의 재미가 더해진다. 긴장감 넘치는 사건의 무게감이 느껴지고, 이를 접하는 한샘 형사의 진지함이 한 축이라면, 그걸 등장과 함께 풀어냄으로서 시청자들이 사건의 무게에 질식되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서 퍼즐을 풀 듯 추리해나가는 재미에 동참하게 해주는 이나의 발랄함이 다른 한 축이 된다.
사건이 터지고 범인을 추적해 잡는 것이 형사 스릴러의 전형적인 구조지만, <나인 퍼즐>은 여기에 추리라는 재미요소를 더함으로써 보다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 전형성도 벗어나고 있는데, 그건 전적으로 이나라는 비현실적인 인물의 틈입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서다. 김다미이기 때문에 그 살벌한 현장에서의 엉뚱한 행동이나 말들이 발랄하게 느껴지고 나아가 납득된다고나 할까. 그녀의 존재감이 각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사진: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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