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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예능인으로서 모든 걸 갖췄다

D.H.Jung 2009. 7. 1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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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이 예능으로도 부활에 성공한 건 우연이 아닙니다. 그는 사실상 현 예능이 요구하는 거의 모든 조건들을 다 갖춘 예능인이기 때문입니다. 너무 과한 평가라 여겨진다면 찬찬히 하나씩 그가 가진 면모들을 들춰보는 것으로 다른 설명은 불필요할 것입니다.

먼저 예능에서 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의 독특한 말투 때문입니다.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합니다"라는 어투에 "~응"하고 꼬리를 올리는 특유의 말투는 그의 토크가 가진 내용을 차치하고라도 주변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죠. 물론 말투는 늘 내용과 상관관계를 갖습니다. 이런 말투가 말하는 것은 그가 살아온 굴곡진 인생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며, 이제는 그것을 여유있게 관조하며 유머로 풀어낼 수 있는 그 시간을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속에는 록커라는 자존심도 숨겨져 있죠.

바닥으로 추락했던 경험들을 객관화해서 남 얘기하듯이 툭툭 털어내는 그것은 즉각적으로는 웃음을 줍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한번쯤 그 속사정을 생각하게 만들죠. 그것이 김태원이 작곡한 곡들과 연결될 때, 그의 말이 전해주었던 웃음은 어떤 감동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이러니 김태원은 토크의 형식(말투)과 내용을 모두 갖춘 예능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예능에서 또 한 축이 되는 몸개그는 어떨까요. 김태원은 현재 국민약골 이윤석을 능가하는 할머니 캐릭터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남자의 자격'에서 보여준 그의 저질 체력은 늘 상상하는 것 그 이상을 보여주었죠. 줄넘기 한 번을 넘기기 어려워 안간힘을 쓰는 모습과, 선착순하면 아예 포기하고 천천히 걷는 모습은 김태원만의 귀차니스트로서의 몸을 캐릭터화해 주었습니다. 귀가 어두워 잘 듣지 못한다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등의 저질 몸은 그 자체가 몸개그가 되었죠.

김태원을 할머니 캐릭터로 만든 요소 속에는 저질체력과 닮은 외모뿐만이 아니었죠. '남자의 자격'에서 보여준 그의 형편없는 상식 수준(이것은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예능 캐릭터로서는 분명 유리한 요소죠)은 그를 할머니 캐릭터에 부합하게 만들었습니다. 엉뚱한 답변은 물론 그의 사차원 정신세계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지만, 이를 갖춤으로서 김태원은 예능인이 갖추어야 할 저질 몸과 캐릭터를 강화시킬 수 있는 저질 지능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하나로 관통해보면 김태원은 현재 뭐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는 사람처럼 그려지게 됩니다. 만일 김태원의 캐릭터가 여기에 머문다면 그것은 바보같은 캐릭터가 될 수는 있어도 어떤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지금의 김태원 캐릭터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김태원은 이런 저질의 몸과 체력과 지능을 보여주면서도 자신이 음악인이라는 것을 늘 강조했습니다. 음악인으로서의 자존심, 예술인으로서의 끼를 놓지 않은 것이죠. 이것은 다른 부족한 부분들을 모두 상쇄시켜 매력으로 전환시켜주는 중요한 점입니다.

또한 김태원은 여러 토크쇼에 나와서 아내와의 남다른 금슬을 과시했습니다. 그의 따뜻한 면모는 예술인으로서의 남다른 정신세계를 구축하고 있으면서도, 어딘지 부족해보이고 또 그것이 친근한 아저씨 인상을 부가시켰습니다. 우리 록의 전설이라는 아우라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친근해 보이는 그 독특한 이미지는 김태원만이 가진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죠.

무엇보다 김태원의 이 모든 것들은 꾸며진 것이 아니라 리얼 그 자체라는 점입니다. 스스로도 밝혔듯이 삶 자체가 드라마틱했던 그는 지금 그 드라마틱한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예능인인 것이죠. 이렇게 보면 예능인으로서의 김태원은 이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가 된 시대가 발견한 캐릭터라고 보여집니다. 그는 현재 예능이 요구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갖고 있는 보기 드문 예능인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