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MBC 예능 시청률, 이러다 종편될라

 

시청자들은 이제 월요일 밤 더 이상 <놀러와>에 놀러가지 않는다. 유재석이라는 발군의 MC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때 시청률이 3%(agb닐슨)대까지 떨어졌다. 당연히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좀 더 솔직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트루맨쇼>는 괜찮은 시도였다. 무엇보다 유재석의 달라진 모습(과감해졌다)을 볼 수 있었고, 권오중이라는 새로운 예능의 기대주가 발견되었다.

 

'놀러와'(사진출처:MBC)

또 다른 코너인 <방바닥 콘서트>는 소재 부족으로 <수상한 산장>이라는 새 코너로 바뀌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시청률 4.8%). 하지만 이 정도 시청률에 기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예전 <놀러와>의 위상을 생각해본다면 참담한 지경이다.

 

무엇보다 MBC 예능의 현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 <일밤>의 끝없는 추락이다. 한때 한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서서 사회적인 파장까지 만들었던 <나는 가수다>는 시즌2로 와서는 끝없이 추락해 현재는 4%대의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물론 시청률이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2>는 화제성에 있어서도 그다지 선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너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오디션의 트렌드가 갑자기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오디션 트렌드는 가창력 대결이 아니라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개성의 발견에 더 천착하고 있다. 또한 스타일에 있어서도 고음 대결 같은 임팩트보다는 노래 하나를 해도 개성 있는 목소리로 맛있게 불러주는 그런 스타일을 원한다. <나는 가수다2>는 거기에 적응하지 못했다.

 

<일밤>의 나머지 한 코너는 지금껏 제대로 부각된 적이 없다. 그나마 <오빠밴드>나 <뜨거운 형제들> 같은 코너가 주목된 적이 있었지만 역시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 종영되어 버렸다. 최근 종영된 <승부의 신>은 <무한도전> ‘하하vs홍철’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3%의 시청률로 마감했고, 새로 시작한 <매직콘서트>는 첫 방에 5.7%로 선전한 면이 있으나 아직 그 앞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말 예능이 4%, 5%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실로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MBC 예능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는 프로그램은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다. <무한도전>은 15% 내외에서 꾸준하고 안정적인 팬덤을 유지하고 있으며, <라디오스타> 역시 MC들이 계속 교체되는 상황 속에서도 9%대의 시청률을 고수하고 있다. MBC에게 주중예능으로 가장 취약했던 목요일에 강호동이 복귀하며 다시 시작된 <무릎팍도사>가 자리함으로써 기대감이 높았으나 첫 회 9.3%의 시청률을 기록한 후 다음 회에 7.8%로 추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여기에는 1인 게스트 토크쇼에 대한 대중들의 달라진 시각이 들어있다. 과거에는 1인 게스트 토크쇼로 <무릎팍도사>가 거의 유일했지만 지금은 이게 너무 많아졌다. <승승장구>나 <힐링캠프>가 대표적이다. 이 두 토크쇼 역시 한때는 새로운 토크쇼형식으로 주목받았지만 현재는 시청률 난항을 겪고 있다. 그것은 너무 1인 게스트 토크쇼가 많이 소비되면서 그 패턴(한 스타의 일생을 깊게 들여다보는 형식)이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1인 게스트 토크쇼는 형식보다는 얼마나 차별화된 게스트를 섭외하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널뛰는 예능이 되어버렸다.

 

그 와중에도 선전하는 두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 <위대한 탄생3(이하 위탄3)>와 <우리 결혼했어요4(이하 우결4)>다. <위탄3>는 9%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고, <우결4>는 8%대의 시청률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두 프로그램이 이런 상승세를 타는 이유는 이전 시즌에 부진한 이유를 잘 분석하고 새로운 시즌에 확실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위탄3>는 무엇보다 참가자들의 질을 대폭 높이고 방송분량을 압축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인 점이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이며, <우결4>는 출연진을 대폭 교체하고 ‘우결마을’ 콘셉트로 시트콤적인 상황을 새롭게 연출한 것이 선전의 이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두 프로그램 역시 두 자리 수의 시청률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 지상파3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전체적으로 빠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프라임 타임대에 3-4%의 시청률을 내는 프로그램들이 많다는 것은 MBC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MBC 예능의 추락의 이유는 물론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MBC에 대한 대중들의 곱지 않은 정서 때문이다. 파업과 파업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조치들, 그리고 방송사를 생각하기 보다는 개인적인 신변과 권력에 더 집착하는 경영진에 대한 곱지 않은 정서는 대중들이 MBC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보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MBC는 왜 <무한도전>이 그토록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지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물론 프로그램이 우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끝없는 신뢰를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방송 자체가 그렇지만 예능은 더더욱 서민들의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제 아무리 좋은 기획의도와 완성도를 가진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전폭적인 지지가 가지 않는 것이고, 아주 사소한 실수나 잘못도 어마어마한 일처럼 비화되는 것이다.

 

종편이 시청률을 못내는 이유는 프로그램이 질적으로 떨어져서가 아니다. 방송사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이 차갑기 때문이다. MBC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와 신뢰가 점점 떨어져 나간다면 종국에는 종편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것은 시청률면에서도 그렇고 방송의 성향에 있어서도 그렇다. 어서 날선 비판적 식견으로 서민들을 대변하던 예전의 MBC로 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MBC를 살리는 일이며, MBC의 예능을 웃게 만드는 일이며, 그 예능을 보며 마음껏 대중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웃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대풍수>, 극적 구성이 안 보이는 이상한 사극

 

보통 출생의 비밀 코드를 쓰면 두 당사자가 만나기 전부터 시청자들은 잔뜩 기대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대풍수>는 좀 다르다. 어린 시절 수련개(오현경)에 의해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린 지상(지성)이 결국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친 어머니인 영지(이승연)와 대면하게 되고 심지어 영지가 지상이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 되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극적 기대감을 느낄 수 없다. 그들은 그저 우연히 마주친 것 같은 인상이 짙다. 왜 이런 밋밋한 전개가 되어버리는 걸까.

 

'대풍수'(사진출처:SBS)

이것은 수련개가 자신의 친 아들인 정근(송창의)에게 자신이 본래 친모임을 밝히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정근을 제거하려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수련개가 옥사에 있는 정근을 찾아와 도망치게 하려 하자, 그녀를 믿지 못하는 정근을 설득하기 위해 사실을 털어놓는 것. 그리고 갑자기 들이닥친 자객의 칼을 대신 받아내는 것으로 수련개는 자신이 정근의 친모임을 증명한다. 어찌 보면 굉장히 드라마틱할 수 있는 만남이지만 실제 방송분을 보면 전혀 그런 극적 긴장감이 살아있지 않다.

 

아마도 <마의> 같은 작품에서 출생의 비밀을 드러내는 시퀀스라면 거의 한 회를 소진하면서 그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내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청자들을 더욱 몰입시킬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효과야 말로 출생의 비밀이라는 장치가 거의 대부분의 드라마에 들어가 있는 이유다. 그런데 <대풍수>는 이 중요한 시퀀스 두 개를 그저 밋밋하게 흘려보냈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생긴 걸까.

 

<대풍수>는 조선을 창건한 이성계(지진희)를 다루지만 그가 중심이라기보다는 그를 만들어내는 킹메이커들의 이야기다. 거기에는 지상 같은 고려 말 최고의 명리학자도 있고, 무학대사(안길강) 같은 고려 말의 승려도 있다. 소재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효과적이지 못한 면은 두드러진다. 위에서 예로 든 것처럼 <대풍수>는 극적 효과를 주어야 하는 지점에서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함으로 해서 시청자들의 몰입을 유도해내지 못하고 있다.

 

항간에는 <대풍수>의 인물들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한다. 일견 맞는 이야기다. <대풍수>가 여느 사극보다 어려운 점은 이성계나 공민왕, 최영 장군 같은 역사적인 인물을 전면에 세우면서 동시에 그들 뒤에서 역사를 만들어가는 지상이나 반야(이윤지), 무학대사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두 부류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극의 초점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현재 <대풍수>가 딱 그 형국이다.

 

사극처럼 장기적으로 방영되는 드라마에서는 각 회(혹은 2회 분량정도)에서 정확히 집중해야 하는 미션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가 명확해지고 캐릭터들도 차츰 선명해진다. 하지만 <대풍수>는 그저 매회가 흘러가는 느낌이다. 하나 하나의 이야기들이 순차적으로 정리되어 전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극적인 방점이 매회 찍히지 않는다. 이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물론 이것은 너무 많은 인물들의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루려 하는 과욕이 부른 결과일 수 있다. 하지만 사극에서 이 정도의 인물은 그다지 많다고도 할 수 없다. 결국 이성계가 주인공인지 지상이 주인공인지 알 수 없는 극적 구성없는 밋밋한 병렬적 스토리 나열은 시청자들을 혼돈에 빠뜨릴 수 있다. 도대체 어디에 집중해야 할 지 알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소재의 문제라기보다는 작가 역량의 문제라고밖에 할 수 없다.

 

<대풍수>는 지금이라도 이야기의 중심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축을 중심으로 각 사건들을 모아 나가야 한다. 그래야 그 중심(인물)의 이야기만을 시청자들이 따라가더라도 주변(인물)의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런 변화를 모색하지 못한다면 <대풍수>는 지금껏 사극 중 극적 구성이 보이지 않는 이상한 사극으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고싶다>, 주홍글씨와 상처는 어떻게 치유되는가

 

10cm의 신곡 ‘Fine thank you and you'는 남녀 간의 사랑얘기를 담은 발라드지만 그 가사가 특이하다. ‘너의 얘길 들었어. 너는 벌써 30평에 사는구나. 난 매일 라면만 먹어. 나이를 먹어도 입맛이 안 변해.’ 발라드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가사지만 이렇게 잘사는 너와 가난한 나 사이의 대비는 ‘I'm fine thank you thank you and you’라는 가사와 엮어지면서 절묘한 정조를 그려낸다. 거기에는 양극화에 대한 이야기가 슬픈 발라드 위에 펼쳐진다.

 

'보고싶다'(사진출처:MBC)

<보고싶다>를 보는 느낌 역시 10cm의 이 노래를 듣는 것처럼 슬프고 아프고 아련하다. 살인자 딸이라는 주홍글씨를 쓰고 이웃과 친구들로부터 손가락질 받고 살아가는 이수연(김소현)에게 어느 날 운명처럼 한정우(여진구)가 나타난다. “살인자 딸 이수연. 우리 친구하자.” 친구라곤 있어본 적이 없는 이수연에게 말을 걸어주고 이름을 불러주고 심지어 친구가 되자고 말하는 한정우. 그는 다시는 이수연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납치범들에게 잡혀 성폭행까지 당한 이수연을 놔두고 홀로 도망친다. 그리고 그녀는 사라져버린다.

 

14년이 흘렀지만 담벼락에 이수연이 써놓은 ‘보고싶다’는 글자는 한정우에게는 여전히 가슴 한 구석의 생채기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녀를 지키지 못하고 외면했다는 그 상처의 트라우마는 그의 시간을 14년 전에 붙박아 놓는다. 그리고 조이라는 이름으로 과거를 지워버린(지워버리고픈) 이수연이 다시 한정우와 마주친다. 그녀는 갈등한다. 과거에 그토록 절절했던 사랑이지만, 그 시간으로 돌아가자니 깊은 상처의 트라우마가 그녀를 가로막는다.

 

그리고 주홍글씨가 또 반복된다. 출소한 성폭행범이 살해당하면서 그녀가 살인용의자가 되는 것. 과거 살인자 딸이라 손가락질 받을 때 “나 아무도 안 죽여”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 아냐.”라고 말하는 이수연에게 한정우는 과거 그녀를 이해해주었던 유일한 사람으로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준다. <보고싶다>는 이처럼 한정우와 이수연의 멜로를 전면에 보여주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살인자 딸’이나 ‘성폭행 피해자’가 되어버리는 사회적 주홍글씨와 편견을 깔고 있다. 그 편견과 맞서는 인물로서의 한정우이기 때문에 이수연과의 사랑이 의미 있게 되는 것.

 

만일 10cm의 노래를 사회적 발라드라고 할 수 있다면 <보고싶다>는 사회적 멜로라고 말할 수 있을 게다. 언젠가부터 사적인 멜로 같은 순수 멜로물들이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면, 사회적인 문제를 담고 있는 이른바 사회적 멜로가 대중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경희 작가의 종영한 드라마 <착한남자> 역시 이 부류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멜로의 바탕으로서 비뚤어진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과 사회정의의 문제가 깔려 있다. 착한 남자 강마루(송중기)는 이 사회적 문제들을 멜로를 통해 복수하는 인물로 그려져 있다.

 

어째서 사적인 멜로는 시들해진 반면, 사회적 멜로는 주목받는 것일까. 당연한 얘기지만 작금의 대중정서는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신데렐라 부류의 사적인 멜로를 허용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남아있지 않다. 게다가 이미 우리네 사랑의 문제 역시 어느새 사회적 시스템 속에 갇히게 된 지 오래다. 잘 사는 이들의 사랑은 가난한 이들의 사랑과 다를 수밖에 없고, 거기에는 태생적으로 모든 게 정해져버리는 이 사회적 시스템의 부조리가 깔려 있다. 또 사회적인 문제들(이를 테면 성폭행이나 사회적 왕따의 문제 같은) 역시 멜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하긴 본래 모든 멜로는 그 안에 기본적으로 사회적 계급의 문제를 담기 마련이다. 남녀의 살아온 삶이 다를 것이고, 그들을 둘러싼 가족이 또 다를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최근 등장하는 이른바 사회적 멜로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 듯한 인상이 짙다. <보고싶다>를 더욱 보고 싶게 만드는 요인은 바로 이 절절한 멜로 속에 담겨진 사회적인 메시지들 덕분이다. 그렇지만 발라드를 들으면서도 양극화를 떠올리고, 멜로를 보면서도 사회적 코드를 읽게 되는 이 현실. 참으로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멜로 같은 장르가 사회를 끌어안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나영석 PD까지 CJ행을 선택한 이유

 

이명한 PD, 신원호 PD에 이어 이우정 작가(그녀는 물론 KBS 소속은 아니었지만)도 합류하더니 결국 나영석 PD도 CJ E&M 행을 택했다. 이로써 한때 <해피선데이>를 최고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던 주역들이 모두 KBS를 떠난 셈이다. 사실 놀랄 일도 아니다. 나영석 PD 본인은 부인했지만 그의 이적설은 끊임없이 나왔으니까. 아마도 KBS라는 조직의 생리를 아는 방송 관계자들이라면 누구나 나영석 PD 같이 재기발랄한 인재가 이 조직에 눌러 앉아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1박2일'(사진출처:KBS)

이것은 KBS가 가진 제작 여건이 열악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가질 수 있는 제작상의 많은 이점들을 갖고 있다. 전국망의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고, 폭넓고 보편적인 시청층을 갖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공영방송이기 때문에 그 공영성에 부합한다면 시청률에 있어서도 그다지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조직이다. 이런 면은 오히려 CJ E&M과 상반되는 것들이다. CJ라는 조직은 케이블로서의 한계를 분명히 갖고 있고 좋은 제작의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시청률이 낮다면 KBS처럼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것은 이적한 PD들이 겪는 가장 큰 고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제작 환경에 있어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런 선택을 왜 모두 하는 걸까. 혹자들은 그것이 결국 돈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모든 직장인(PD도 한 사람의 직장인이다)들에게 있어 급여 문제만큼 첨예한 것이 있을까. 그러니 더 대우를 해주는 직장이 눈에 들어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건 회사가 능력에 맞는 대우를 제대로 해주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KBS는 그런 점에서 몇몇 실력 있고 도전적인 PD들에게는 매력 없는 직장이다. KBS가 원하는 것은 그 전체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서의 PD이지 저 스스로의 확고한 영역을 만들어 이른바 스타가 되는 그런 PD가 아니다. KBS는 스타PD를 키우지도 또 용인하지도 않는 그런 조직이다.

 

또한 KBS는 제작환경은 좋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는 마인드는 떨어지는 편이다. 지금 현재 방영되고 있는 KBS의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그다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시즌 프로그램들이 그토록 많고, 이른바 장수 프로그램도 넘쳐나는 건 보수적인 시청층에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무언가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젊은 PD들에게는 어딘지 정체된 느낌을 줄 수밖에 없다.

 

<남자의 자격>을 연출했던 신원호 PD가 CJ E&M에 가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을 연출해 큰 화제를 일으킨 것은 나영석 PD에게는 꽤 큰 자극제가 되었을 것이다. 제작여건은 어려워도 새로운 도전정신이나 상상력의 기회는 늘 열려 있는 그런 조직. 자신의 이름을 걸고 승부를 볼 수 있는 그런 조직. KBS는 물론 안정적이지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PD들에게는 아마도 그 안정적인 것 자체가 힘겨웠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거기에는 예전부터 손발을 맞춰왔던 그들(이명한 PD, 신원호 PD, 이우정 작가)이 있다.

 

한때를 풍미했던 <해피선데이>팀이 모두 KBS라는 둥지를 떠나 CJ E&M에 새 둥지를 세우게 된 것은 물론 대우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PD들이 갖기 마련인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픈 그 도전정신을 KBS라는 조직이 그다지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들은 어쩌면 새 둥지에서 이른바 히트작을 터트릴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젊은 날에 무언가를 시도하고 도전했다는 것은 분명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게다. 새 도전 앞에 서 있는 나영석 PD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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