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 들어가면 주목되는 예능 프로그램 왜?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지금 불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광풍은 서바이벌 오디션의 성공인가, 아니면 음악을 소재로 한 예능의 성공인가. 혹자는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장치가 그 원인이라고 말한다. 맞는 얘기다. 바로 이 팽팽한 긴장감이 서바이벌이라는 장치를 통해 조성되지 않았다면 그 무대는 밋밋해져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혹자는 서바이벌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소재가 그 주요 원인이라고 말한다. 이것 역시 맞는 얘기다. 현재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주목되는 것은 음악이라는 소재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오디션과는 상관없이 음악을 소재로 끌어들인 기존 예능 프로그램들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도대체 무엇일까. 서바이벌이 갖는 경쟁일까, 아니면 음악이 주는 감성일까.

'나는 가수다'가 이토록 모든 이슈를 먹어치우는 예능의 핵이 된 것은 이 두 요소가 폭발적으로 엮여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대표 기성 가수들이(혹자들은 신이라고까지 칭하는!) 경연을 벌이고 그 중 한 명이 탈락하는 이 시스템은 이 무대의 기대치를 200% 높여놓았다. 백전노장 가수들마저 떨게 만들고 자신의 한계치를 넘나드는 무대를 도전하게 하는 시스템이 주는 힘은 고스란히 대중들의 전율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전율을 감동으로 연결시킨 것은 다름 아닌 음악이라는 감성이다. 이것이 없었다면 이 무대는 그저 피만 철철 흐르는 검투사의 무대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은 이 경쟁을 감성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재도전으로 서바이벌의 피로도가 급격히 올라갔을 때, 그것을 순식간에 내려준 것은 다름 아닌 음악이었다. 감동적인 무대는 서바이벌 이상의 가치를 이 무대에 부여했다.

'위대한 탄생'은 서바이벌보다는 음악이 주효한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즉 서바이벌 형식에 덧붙인 멘토제는 공정한 경쟁을 상당부분 상쇄시켜버린 느낌이 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이 프로그램을 봤던 것은 거기 음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음악이 예능에 발휘하는 힘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도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작년 '남자의 자격'을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에 놓은 것은 다름 아닌 '하모니'라는 합창이었다. 그 음악의 어우러짐이 만들어내는 감동이 이 예능에 깊은 감성을 부여한 것. '놀러와'에서 시도된 '세시봉'이 신드롬을 일으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토크쇼에 음악을 덧붙이자 스토리화된 음악은 더 감성적으로 대중들의 귀에 꽂혀버렸다. 이것은 지금도 '놀러와'에서 가수들이 등장할 때 좀 더 큰 화제가 되고 시청률이 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음악이 다뤄지는 예능이 주목받는 현상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이 어쩌면 음악 예능의 열풍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무릎팍 도사'보다 '라디오 스타'가 더 주목되는 것도 그 한 예일 것이다.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백두산의 김도균과 트랙스의 정모 씨앤블루의 용화 종현이 즉석에서 벌인 잼이 큰 화제가 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또 '무한도전'의 서해안 가요제가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감흥을 주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제는 웬만한 토크쇼에 가수가 등장하면 기본적으로 노래를 하는 것이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되어버렸다. '승승장구'에 나온 남진은 춤을 추며 옛 노래를 열창하고, '놀러와'에 출연한 얼굴 없던(?) 가수들 김범수, 박완규, 조관우 역시 잔잔한 토크 위에 전율의 음악을 얹어 놓았다.

반면 음악이 아닌 소재를 가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런 프로그램의 성공이 오디션이 아니라 음악이라는 심증을 더 굳게 만든다. '신입사원'처럼 아나운서를 뽑는 오디션이 주목도가 낮고, 또 '키스 앤 크라이'처럼 김연아를 투입하면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음악이 예능에 얼마나 큰 힘을 보태주는가를 실감하게 한다. 

비교적 서바이벌과 음악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나는 가수다'의 장단점을 분석해보면 이 예능의 새로운 트렌드가 어디에 더 핵심을 두고 있는가가 잘 드러난다. 즉 서바이벌 과잉이 만들어낸 이상 열기는 오히려 '나는 가수다'의 무대를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음악 외적인 것들이 각종 이슈들로 쏟아져 나올 때 이 프로그램은 힘겨워 진다. 반면 그 힘겨움을 한 번에 날려버리는 건 바로 가수들의 음악이다. 논란 속에서도 김건모의 열창은 그 모든 논란을 넘어서게 만드는 힘이 있고, 김범수의 도발은 유쾌하게 피곤한 무대를 날려버린다. 물론 무대를 긴장감 넘치게 만드는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장치는 중요한 것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감성을 열어주는 음악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오디션 전성시대가 아니라 음악 예능 전성시대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모든 방송사들이 뛰어들고 있는 서바이벌 오디션 러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달인 김병만의 '키앤크', 김연아를 울리다

'키스 앤 크라이'(사진출처:SBS)

고작 5분도 안되는 시간. 바로 그 짧은 시간 동안 빙판 위에서 보여줄 무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넘어지고 땀 흘리고 아파했을까. 싱글 토 점프, Y자 밸런스, 스루 더 레그, 스파이럴... '키스 앤 크라이'의 1차 경연 무대에서 이 많은 기술들을 무난하게 소화해낸 김병만은 멋진 퍼포먼스가 다 끝나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발목 인대 부상으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파트너인 이수경씨는 그런 그가 안쓰러워 자꾸만 기대라고 했지만 그는 애써 참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 고통스런 얼굴은 짙은 채플린 분장 속에 감춰졌다. 다만 끝없이 쏟아지는 땀이 그 힘겨움을 말해줄 뿐이었다. 김병만은 부상을 당했던 얘기를 꺼내고는 담담하게 "연습한 만큼 안돼서 굉장히 안타깝다"고만 말했다. 그리고 화제를 자신이 아닌 파트너인 이수경씨에게 돌렸다. "성격이 굉장히 좋으셔서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셔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키스 앤 크라이'의 심사위원인 김연아는 심사평을 하다가 문득 "감사하다"는 말을 꺼냈다. 김병만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에 감동한 것이다. 그리고 "제가 봐왔던 피겨 연기 중 정말 최고의 연기"였다고 극찬했다. 물론 프로 선수들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김병만의 스케이팅은 그것들과 대체할 수 없는 진정성이 있었다. 속으로는 울면서도 겉으로는 늘 웃고 있는 삐에로, 찰리 채플린은 김병만의 본 모습이었고 그것은 바로 달인의 진면목이었다.

"'달인'이 어떤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리얼로 찍어 보여주면 어떻겠냐"는 필자의 질문에 '개그콘서트' 서수민 PD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걸 보여주면 다들 울고 말 것"이라고. 우리가 봐왔던 그 몇 분 남짓의 기예에 가까운 '달인'의 무대에는 이처럼 남모르는 김병만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그저 깔깔 웃어 넘겼지만 그는 그 짧은 웃음을 위해 온 몸을 던졌다. 개그 무대가 감동이 될 수 있는 건 바로 이런 차원에서다.

무엇보다 김병만을 진정한 달인으로 만든 것은 그러나 그런 끝없는 노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보여준 '배우는 자세'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아니었다면 그 놀라운 기예는 재주의 차원에 머물렀을 지도 모른다. 힘겨워하는 김병만을 위해 "여성분한테 기대라"는 박해미의 말에 "코치 선생님이 그러셨거든요. 여자가 항상 우선이다. 빙판 위에서는."이라는 말 속에는 그의 자세가 그대로 녹아있다. 또 심사위원 모두의 최고 점수를 받고서도 "저는 정말 다른 팀 분들한테 죄송합니다. 중간에 제가 실수했는데 저를 이렇게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말 속에는 같은 동료에 대한 배려심이 묻어난다.

벅찬 마음에 참았던 눈물을 흘리는 김병만의 모습에 김연아가 울고 파트너와 동료가 울고 관객들이 울고 특히 같은 '달인'팀으로 옆에서 그를 늘 바라봐왔던 류담이 펑펑 울었던 건 그 5분 남짓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그가 들이는 엄청난 노력을 그 순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11년간 얼음판 위에서만 살아오신 동상 김병만 선생'이라고 너스레를 떨지만, 그 11년의 공력(?)을 만들기 위해 흘렸을 땀과 눈물이 거기 보였기 때문이다.

김병만과 이수경 팀이 본래 보여주려 했던(실패해서 다시 보여주었던) 찰리 채플린 퍼포먼스의 엔딩장면은 여러 모로 의미가 깊다. 김병만이 빙판 위에 무릎을 꿇고 엎드리면 그의 등 위에 이수경이 앉는 이 장면은 마치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 위해 기꺼이 무릎 꿇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는 '달인'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속으론 울면서 겉으론 웃는 많은 훌륭한 희극인들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살얼음 오디션을 따뜻하게 만드는 '코갓탤'의 비결

'코리아 갓 탤런트'(사진출처:tvN)

58세, 음식점에서 청국장을 끓이는 아저씨가 손을 가지런히 배에 모으고 진지하게 '울게 하소서'를 부를 때 그 훈훈하고 감동적인 느낌은 어디서 생겨나는 걸까. 노래를 다 듣고 난 후 심사위원 장진 감독은 "저는 심지어 청국장도 좋아하구요. 지금 만들어주신 무대는 더더욱 좋았습니다."라는 위트 있는 말로 그 감동을 표현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과연 살벌하기만 할까. 시스템적으로 보면 그렇다. 무대에 단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지고 바로 그 순간 당락이 결정된다. 절실했다면 절실한 만큼 프로그램의 긴장감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심사위원의 독설에 가까운 직언이 곁들여지면 분위기는 더 살벌해진다. 바로 이 살풍경한 느낌에서 무대는 현실을 환기시킨다. 생존경쟁이다. 바로 이 서바이벌에 방점이 찍힌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 살벌함을 자양분삼아 긴장감을 높이고 시청률도 높인다. 그런데 모든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 그럴까? 과연?

그 예외가 바로 '코리아 갓 탤런트(이하 코갓탤)'다. 앳된 중학생 아이가 섹시댄스라며 어색하지만 열정적으로 춤출 때 심사위원 박칼린과 송윤아는 잠시 심사를 내려놓고 환호를 지른다. "저는 일곱 살입니다"라며 전형적인 초등학생 말투로 말하는 귀여운 두 아이들의 발랄한 줄넘기 퍼포먼스가 무대를 유쾌하고 즐겁게 만들 때, 박칼린의 박장대소가 이어진다. 할아버지의 노래에 반주를 해주겠다고 나온 아이는 오히려 그 흥미로운 바이올린 연주에 더 주목받고, 유기견 백호가 전해준 아픈 이야기는 잠시 이 무대가 오디션임을 잊게 만든다.

몇 번의 실수? 물론 그것이 당락을 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코갓탤'에서는 어떤 유쾌함을 주거나 더 보고 싶게 만들거나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그런 실수 정도는 넘어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 무대가 예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예선을 넘어 결선을 향해 간다고 해도, 그래서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는 무대라고 하더라도 어쩐지 '코갓탤'의 무대는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의 그것과는 다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왜 그럴까.

먼저 가장 큰 이유는 소재다. '코갓탤'은 노래나 연기 같은 특정분야를 소재로 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탤런트, 재능을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무대에는 노래에서부터 연기, 기예, 개그, 운동 등등 거의 모든 소재들을 가진 다양한 인물군들이 올라온다. 같은 분야의 경쟁은 어쩔 수 없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공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심사방식도 더 냉철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갓탤'은 다르다. 물론 이 프로그램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재능을 보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중요한 것은 '공감대'다. 그 퍼포먼스가 보는 이들에게 얼마나 큰 감흥을 주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 바로 이 공감의 지점이 이 오디션을 훈훈하게 만들어주는 숨은 공신인 셈이다.

이러한 소재와 인물들이 좀 더 따뜻하게 그려질 수 있는 것은 잘 계산된 연출과 MC들의 힘도 크다. 박칼린의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인간적인 매력과, 송윤아의 따뜻한 시선, 그리고 장진 감독의 위트 있는 유머는 '코갓탤'이 어떤 훈훈한 의미화가 가능할 수 있는 기본전제가 된다. 연출은 이들을 좀 더 관객과 가까우면서 동시에 출연자에 다가갈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만들어준다.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무대에서 등장하지 않고 관객들 사이를 지나 심사위원석에 앉는 연출은 이 프로그램의 심사위원과 관객 사이의 공감대를 미루어 짐작하게 해준다. 또한 무대 위에 오른 출연자들의 퍼포먼스를 보며 기꺼이 눈물 흘리고 박장대소를 해주며 따뜻한 말을 건네는 건 역시 MC들의 몫이다. 또한 무대 옆에서 출연자들을 응원해주고, 또 탈락한 출연자들에게는 위로를, 합격한 출연자들에게는 기쁨을 나눠주는 노홍철과 신영일 아나운서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핵심은 서바이벌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프로그램들이 살풍경인 것은 아니다. 합격자에게 그들보다 더 기쁘게 축하를 해주고픈 마음이 들고, 탈락자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코갓탤'은 그래서 긍정의 에너지가 더 넘치는 특별한 오디션이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다는 것을 '코갓탤'은 보여주고 있다.


'무한도전'이 보여준 진정한 음악의 즐거움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가져온 부작용일까. 언제부턴가 음악은 마치 무기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잘 부르면 합격이고 못 부르면 탈락이 되어버리는 상황에서 과연 진정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을까. 아무리 감성을 담아서 부른다고 해도 엄청난 성량으로 폭탄처럼 대중을 정신없게 만드는 노래에 묻혀버리는 무대. 그 위기감에 거의 한풀이하듯 끝없이 질러대는 목소리는 처음에는 감동이었으나 차츰 피로감으로 변해갔던 것도 사실이다.

'나 원래 이렇게 잘 부르는 사람이야.' 혹은 '이렇게 부르는데도 감동하지 않을 거야?' 이 살벌한 무대 위에서 음악은 자꾸 처절해진다. 물론 그것도 하나의 음악이 주는 감동이겠지만, 어디 그것만이 전부일까. 음악은 언제든 편안하고 즐겁고 감동적인 것이 아니었던가. 부르는 자와 함께 부르는 자가, 또 부르는 자와 듣는 자가, 또 듣는 자와 듣는 자가 서로 교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아니었던가. '무한도전' 서해안 가요제 특집 그 첫 번째 이야기가 전해준 것은 오디션 열풍에 잠시 묻혀있던 '음악으로 나누는 교감'의 즐거움이다.

10cm의 노래, '사랑은 은하수다방에서'의 그 장소 은하수다방에서 벌어진 하하와의 즉석 콘서트는 음악이 주는 자유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유쾌하게 '아메리카노' 한 잔을 엎는 것으로 첫 만남을 가진 이들은 조금씩 음악으로 교감하며 어우러졌다.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는 권정열의 미성에 하하의 '쎄-'가 섞이면서 절묘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긴장감이 감도는 무대가 아닌 카페에서 또 지나치다 악기 한 대 들고 언제든 끼어서 부르는 그 장면은 칼 같은 오디션 무대에 피곤해진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일본 콘서트 현장을 찾아간 박명수와 G드래곤의 만남은 음악을 통해 교감하는 신구세대의 풍경을 그려냈다. 세련된 G드래곤의 음악에 너무 따라잡기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자신에게 익숙한 트로트풍을 강권하기도 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모습이 시종일관 웃음을 주었던 이유는 그 구세대의 박명수의 투정이 오히려 귀엽게 느껴졌고, 그걸 받아주는 신세대 G드래곤의 아티스트적인 면모가 여유롭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싸이 콘서트에서 싸이와 함께 미친 에너지를 발산한 노홍철은 그 열정적인 무대를 통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공감하게 되었다. '연예인'을 부르며 온 몸을 흠뻑 땀으로 적시며 노래하는 싸이가 마지막 곡을 부르고 무대에 내려와 복잡한 회한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가수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었다. 그러니 노홍철이 결국 싸이의 겨드랑이 땀(?)마저 공감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게다.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개그욕심을 드러내던 정재형은 음악작업에 있어서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와 만난 정형돈은 묘한 부조화를 통해 음악의 또 다른 즐거움을 예고했다. 그것은 바로 극과 극의 느낌이 음악 하나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그 어색함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들이 함께 만들어낸 음악이 주는 감흥도 깊어질 수 있다는 반전의 기대감. 한편 늘 바보 캐릭터로만 보였던 정준하는 뮤지컬 무대의 음악을 통해 진지함을 보여주었고, 스윗 소로우는 그 감흥에 덧붙여 즉석 아카펠라로 교감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역시 반전이 주는 하모니의 공감은 더 컸다.

바다와 길은 자신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 가슴 찡한 공감을 나누었다.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눈물을 흘려주고 토닥여주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음악이었다. 거기에 곡만 붙이면 그대로 음악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통한 그들의 음악이 기대되는 건 그 깊은 교감이 그대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으리라는 예감 때문이다.

한편 유재석과 이적은 기타 하나 들고 떠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것이 바로 음악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부른다기보다는 이야기하듯 노래하는 이적 특유의 즉흥음악은 유재석의 무명시절 일이 없어 제일 고민했던 게 '내일은 뭐 하지'라는 모티브에서 시작됐다. 아프지만 추억어린 이야기와 만나 특별한 감흥을 선사한 이 노래는, 노래가 아무리 좋아도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음악으로 들려주었다.

사실 음정이나 박자가 좀 불안하고 고음이 잘 올라가지 않으며 또 목소리가 미성이 아니라는 게 진정 음악을 즐기는데 장애가 될 수는 없다. 음악은 듣기 좋고 소름끼치게 부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자체를 장난치듯 만들고 갖고 놀며 즐길 때 더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무한도전' 서해안 가요제 특집은 '음악으로 나누는 교감'을 통해 이 진정한 음악의 즐거움이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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