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가 소개한 '조선의 힙', 해외에서 열광하는 이유

 

'범 내려온다'라는 곡으로 '1일1깡'에 이은 '1일1범'이라는 얘기를 만들어낸 이날치는 판소리 별주부전을 힙하게 재해석해냄으로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밴드다. 이미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이들은 최근 광고에도 나왔고, 한국관광공사의 서울 홍보영상은 조회 수가 무려 2억 건을 넘기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이 추석을 맞아 '조선의 힙' 특집으로 마련된 방송에서 이날치는 그 첫 번째 손님으로 자리했다. 이날치 밴드는 '범 내려온다'와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를 오프닝으로 불렀고, 그 곡에 유재석과 조세호는 절로 들썩이는 어깨춤을 참지 못했다. 우리네 판소리가 이토록 세련되게 재해석되고 그래서 심지어 해외에서도 '한국의 흥'에 빠져들게 만든 이날치 밴드.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의 색깔을 온전히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이를 현대화함으로서 해외에서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 바로 그 지점이 K콘텐츠가 최근 해외에서 각광받는 이유가 아닐까.

 

이날치 밴드와 함께 독특한 안무로 주목받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퍼포먼스는 그 스타일 자체가 너무나 '힙'해 이들의 음악이 판소리가 맞는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 세련된 안무 속에서도 우리 식의 어깨춤과 흥이 깃들어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이러니 독특한 이날치 밴드의 판소리 재해석과 독특한 안무가 만들어낸 놀라운 시너지가 생겨날 수밖에.

 

이날 출연한 올레디 역시 K콘텐츠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미국 NBC <월드 오브 댄스> 시즌3에 참가해 최종 결선까지 올라가 4위를 차지했던 댄스듀오 올레디는 당시 심사위원으로 자리한 제니퍼 로페즈의 극찬을 받았다. 제니퍼 로페즈는 당시 심사 평에서 다소 평이한 선곡으로 기대감이 없었는데 이들의 엄청난 퍼포먼스로 노래를 아예 바꿔놓았다고 평했다.

 

올레디는 빌보드 핫100에서 1위를 차지한 BTS '다이너마이트'의 커버 댄스 영상을 올렸는데 BTS가 'WOW'라는 댓글을 달아줘 너무나 감격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코코로 활동하는 양사랑씨와 아이키로 활동하는 강혜인씨로 구성된 올레디는 이미 <월드 오브 댄스>에 나오기 전부터 유튜브에서 올라온 퍼포먼스 영상으로 유명한 팀이었다. 라틴 댄스와 스트릿 댄스를 결합한 독특한 무대 퍼포먼스를 보다보면 절로 환호할 수밖에 없는 춤 동작에 빠져들게 된다.

 

프로게임업계에서 롤의 황제로 불리는 페이커 역시 K콘텐츠이 가진 가능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조선의 힙'이었다. 롤드컵 3회 우승, LCK 9승, 총 127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그는 한국인이 게임을 잘 하는 이유를 묻는 유재석에게 '인프라'가 잘 되어 있다며 'PC방'을 언급해 의미심장한 웃음을 주었다.

 

늘 게임을 하며 살아가는 일이 사실은 늘 경쟁 속에서 사는 일이라며 쉽지만은 않다고 말하는 페이커는 유재석에게 계속 한 가지 일을 오래도록 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물음으로써 자신 역시 그런 고민을 공유했다. 중국이나 미국에서 100억이 넘는 연봉을 제시하지만 가지 않았다는 페이커는 그 이유로 여기 가족과 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K콘텐츠 분야에서 우리네 게임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건 페이커 같은 스타 프로게이머와 이들을 응원하는 단단한 팬들이 아닐까 싶다.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내고, 남다른 열정으로 해외에서도 박수받는 K댄스의 저력을 보여주며 나아가 게임대회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이들은 확실히 우리의 미래를 밝게 보여주는 앞서간 힙한 존재들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이런 도전이 있어 이미 열린 K콘텐츠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이런 이들이 있어 K콘텐츠의 미래는 밝다.(사진:tvN)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나훈아도 대한민국도 어게인

 

역시 나훈아였다. 그간 10년 넘게 대중들의 눈에 띠지 않았던 나훈아가 아닌가. 그래서 '신비주의'라는 얘기가 나왔고 심지어 뇌경색까지 겪어 걸음도 잘 못 걷는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하지만 돌아온 나훈아는 10년 전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는 건재한 모습을 보여줬다. 화려한 무대, 변함없이 듣는 이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노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따뜻한 온기를 담아 위로로 전해지는 구수한 입담까지.

 

KBS가 추석을 맞아 마련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코로나 시국이 오히려 끄집어낸 신박한 기획이 아닐 수 없었다. 올 한 해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힘겨운 상황을 겪고 있지만, 대중문화에서 트로트는 신드롬이 생길 정도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어쩌면 코로나 시국이어서 더더욱 트로트가 끄집어내는 아련한 옛 기억들이 더욱 새록새록 피어났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훈아의 이번 공연은 더더욱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10년 넘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방송은 거의 15년만이었다. 그러니 그의 '복귀 무대'라는 점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나훈아에게 동기를 부여한 건 코로나 시국으로 지친 대중들의 마음을 노래로 위로해준다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이 아니었을까.

 

그간 관객들과 호흡하고 울며 웃으며 공연을 해왔던 나훈아가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공연을 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이 기획은 상징성이 있었다. 공연 중 그는 그래서 공연 중 눈도 쳐다보고 손도 잡아보고 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하는 공연의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비대면 공연을 하게 된 이유를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코로나와 싸우는 의사, 간호사 같은 영웅들이 있다는 것. 그 분들을 위해 "젖 먹던 힘을 내서 열심히" 그는 노래했다. 또 어려울 때마다 남다른 국민의식을 보여주는 대중들을 칭찬하고 위로했다. "대한민국 국민이 1등 국민"이라고 한 그는 코로나도 분명히 이길 수 있다고 했고 그래서 이 콘서트의 제목을 <대한민국 어게인>이라 붙였다고 말했다.

 

3부로 나눠져 1부 고향 2부 사랑 3부 인생이라는 주제로 구성된 점도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특별해진 이유였다. 추석에 걸맞는 오프닝으로서 '고향'을 먼저 끄집어냈고, 사랑노래에 담아낸 대중들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 그리고 노래에 대한 사랑을 그는 노래했다. 그리고 인생을 이야기했다. 어려움이 있어도 노래 한 자락으로 이겨내고 나아가는 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라는 걸 그는 무대를 통해 보여줬다.

 

오래도록 대중들 앞에 서지 않아서 가질 수밖에 없는 궁금증에 대한 많은 이야기도 나눴다. 신비주의가 아니라 그간의 공백은 가수로서 계속 꿈꾸기 위한 시간이었다고 했고, 세월이 속절없이 흘러가도 우리는 거기 끌려가기보다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야 한다는 인생의 무게가 담긴 이야기도 꺼내 놨다.

 

무려 29%(닐슨 코리아)로 시청률은 폭발했다. 당연한 결과였다. 단 한 번 다시보기 없이 방영되는 공연이라는 점과, 10년을 넘게 그를 기다려온 관객들, 마침 추석이라는 시즌과 코로나19로 인해 더더욱 갈증을 갖게 된 그의 공연 등등. 아마도 추석 특집으로 기획된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역대급으로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도 나훈아도 '어게인'을 외치게 되는.(사진:KBS)

갑질하거나 응원하거나, '브람스'와 '청춘'의 극과 극 어른들

 

무엇이 청춘들을 힘겹게 할까. 청춘멜로를 그리고 있지만 현실의 밑그림이 만만찮은 건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나 tvN <청춘기록>이나 마찬가지다. 이 두 드라마에서 어른들은 두 부류로 갈라진다. 갑질하거나 응원하거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채송아(박은빈)와 박준영(김민재)이 힘겨운 건 그들이 하고 꿈꾸고 있는 일의 성취 때문이 아니다. 그들을 힘겹게 하는 건 성적이나 순위 심지어 태생으로 줄 세우고 차별적 시선을 던지는 현실이다. 채송아가 대학원 입시 준비를 하면서 돕게 된 이수경(백지원) 교수는 그 현실에 선 청춘들의 절실함을 이용해 갑질하는 어른이다.

 

마치 제자로 키워줄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사실은 채임버 공연에 채송아를 앞세워 티켓을 팔고 자신의 라인을 세우려는 게 이수경의 진짜 속내다. 이런 사정은 이미 콩쿠르 수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박준영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를 매니지먼트 하는 회사의 한국지부 본부장을 맡을 거라며 박성재(최대훈)는 박준영에게 일종의 사연 팔이를 하라고 강요한다. 지금 대중은 당신의 음악에 관심이 없다며.

 

<청춘기록>에도 여지없이 이런 갑질 어른들이 등장한다. 사혜준(박보검)의 이전 소속사 대표였던 이태수(이창훈)는 그의 모델료를 가로챘던 인물이다. 결국 계약을 해지하고 독립해나와 이민재(신동미)를 매니저로 배우의 길로 들어서지만, 어떻게 업계 톱 기획사에 이사가 된 이태수는 톱 배우 박도하(김건우)를 매니지먼트하며 사혜준의 가는 길마다 발목을 잡는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려는 꿈을 갖고 샵에서 일하는 안정하(박소담)에게도 이런 갑질 선배가 있다. 진주(조지승)는 안정하가 실력도 있고 사람을 끄는 매력도 있어 손님들이 그를 찾기 시작하자 샵의 동료들에게 나쁜 소문을 퍼트리고 안정하를 왕따시킨다. 심지어 갑질 고객을 일부러 심어 안정하를 공개적으로 망신시키려고까지 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나 <청춘기록>의 갑질하는 어른들은 그 머릿속이 비슷하다. 그들은 모두 경쟁사회에서 오로지 이기기 위한 선택들을 한다. 그래서 순위에 따라 차별하고 절실한 청춘들을 이용해 먹는다. 성적과 성과를 내기 위해 해서는 안되는 일까지 자행한다. 안타까운 건 이런 인면수심의 인간들이 잘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이런 갑질 어른들 때문에 힘겨운 청춘들이지만, 그래도 이 청춘들을 응원하는 어른들이 있다. 이들 덕분에 청춘들은 그나마 숨 쉴 틈을 찾는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차영인(서정연)은 그런 어른이다. 경후문화재단 설립 때부터 일해온 그는 인턴으로 들어온 채송아에게 정직원과의 차별 없이 대하고, 인턴이 끝난 후에도 인간적으로 그를 응원한다. 박준영이 가진 상처들을 옆에서 조용히 바라봐주고, 조언조차 조심스럽게 살피며 건네는 그런 인물. 그래서 현실에 힘겨워하는 박준영도 채송아에게도 그의 따뜻한 말 한디는 큰 위로가 된다.

 

<청춘기록>의 이민재 역시 그런 갑질 하는 어른들 세상의 부당함을 외치고, 그런 어른들과 대적하며 사혜준을 든든하게 응원해주는 어른이다. 그는 매니저지만 작은 지위를 갖고 갑질 하는 이태수와는 너무나 다르다. 포기하려는 사혜준을 끝까지 설득해 다시 배우로의 도전을 하게 만들고, 그의 성장을 자기 일처럼 좋아하며 지지해주는 어른.

 

부끄러운 일이지만 지금의 청춘들이 맞닥뜨린 힘겨운 현실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런 현실을 만들어놓은 어른들의 잘못이다. 하지만 어떤 어른들은 여전히 그 경쟁적인 현실 속에서도 청춘들을 이용해먹으려고만 하는 이들이 있다. 반면 이들의 현실을 너무나 공감하며 그들이 그 현실을 깨치고 나올 수 있게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어른들이 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어른이어야 할까. 어떤 어른이어야 좀더 나은 세상이 될까.(사진:tvN)

 

'좀비탐정', 최진혁보다 더 좀비 같은 인간군상이라니

 

이른바 서구에서 시작된 '좀비 장르'에서 좀비들은 '박멸의 대상'이다. 코로나19처럼 단 하나의 좀비가 존재해도 순식간에 세상은 좀비 떼들로 가득 채워진다. 그러니 마지막 하나까지 제거해야 인간이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KBS 월화드라마 <좀비탐정>의 좀비 김무영(최진혁)은 그런 좀비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미 죽었다 살아나 좀비가 되었지만 스스로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을 먹는 좀비의 본능을 억누르고 어떻게든 인간 세상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무엇보다 자신이 왜 죽게 됐는가를 궁금해 한다.

 

반면 생존을 위해 맡은 사건의뢰에서 단식원에 들어간 강고은(박선영)의 딸 김윤주(권영은)를 구해내기 위해 그 곳에 들어간 김무영은 그 곳에서 은밀히 벌어지고 있는 모종의 일들을 알게 된다. 겉보기엔 단식원이지만 사실은 사이비 종교단체인 그 곳에서는 신도들을 끌어들여 돈을 갈취해가고 있었다.

 

김무영이 목격하고 경악한 사이비 종교단체의 광적인 집회 장면은 이 드라마가 담으려는 블랙코미디적 풍자의 실체를 드러낸다. 그 신도들은 말 그대로 좀비 떼들 같다. 이성을 잃은 채 사이비 종교 앞에 무릎 꿇고 광적으로 흥분하는 풍경이라니. 그 좀비 떼들 같은 인간 군상을 보며 진짜 좀비 김무영이 경악하는 장면은 그래서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발각된 김무영이 도망치고, 그를 뒤쫓는 무리들 역시 좀비 떼와 벌이는 추격전을 연상케 한다. 인간이 도망치고 좀비 떼가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좀비가 도망치고 인간 떼들이 추격하는 광경은 <좀비탐정>이 일부러 역전시켜 놓은 좀비와 인간의 관계가 가진 의도를 들여다보게 해준다.

 

<좀비탐정>은 그래서 약자가 되어버린 좀비의 시선으로 살벌한 인간세상의 비정함을 담아내려 한다. 이 좀비의 시선으로 보면 다이어트에 집착해 단식원에 들어가는 일들이 이상하게 보이고,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만 하는 이 세상의 차가움이 낯설게 느껴진다. 곱창집 앞에서 곱창을 얻어먹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춤을 추는 김무영의 몸짓은 그래서 우스우면서도 씁쓸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심지어 인간이 인간을 살해하는 세상이다. 그가 쓰고 있는 이름의 장본인인 김무영 탐정은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살해됐다. 그리고 그 역시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좀비탐정은 너무나 배가 고파 눈이 돌아버린 후 자칫 자신이 사람들을 해할까를 걱정한다.

 

살아있지만 죽은 존재가 바로 '좀비'다. 그런데 <좀비탐정>의 김무영은 죽었지만 살아 있는 존재다. 반면 이 드라마 속에는 사이비 교단 속 인간군상들처럼 진짜 살아는 있지만 죽은 존재들이 등장한다. 과연 누가 진짜 좀비인가. 이 드라마가 빵빵 터지는 블랙코미디 풍자에 담아낸 날선 질문이다.(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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