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에 편중된 특집, 스페셜 남발은 문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놀러와'(사진출처:MBC)

명절 때만 되면 이른바 '특집'이니 '스페셜'이란 이름으로 프로그램들이 방영된다. 이번 설 명절은 연휴 기간이 특히 길어서 그만큼 설 특집 프로그램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매해 명절 때만 되면 반복되는 일이지만, 특집 방송들이 너무나 천편일률적이고, 참신한 기획은 없고 재방송만 반복한다는 비판이 나오곤 한다. 올 설 특집은 과연 얼마나 스페셜했을까.

먼저 올해 설 특집에서 특집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꽤 괜찮은 편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나 '트랜스포머', '전우치' 같은 상업적인 영화에서부터 '하모니'나 '마더', '시', '울지마 톤즈' 같은 감동적이고 작품성 있는 영화까지 잘 포진되었다. 또 다큐멘터리는 댐건설로 수몰지구가 된 낙동강 상류 분천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분천마을에 겨울이 오면'이나 MBC 스페셜에서 방영된 '노인들만 사는 마을 8년의 기록' 같은 좋은 작품들이 유난히 많았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몇몇 특집들을 빼놓고는 비슷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설을 맞아 '놀러와'에서 특집으로 마련된 '세시봉'은 과거를 향수하게 하면서도 신구 세대를 공감하게 하는 감동까지 선사한 예능이었고, '심형래쇼' 역시 오랜만에 보는 슬랩스틱으로 시청자들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아이돌 특집이나 다름없었다.

'아이돌 건강 미녀 대회', '아이돌 스타 7080 가수왕', '스타커플 최강전', 스타맞선', '아이돌의 제왕', '연예인 복불복 마라톤대회', '아이돌 육상, 수영 선수권 대회' 등등 방송 3사가 거의 아이돌들을 전면에 내세워 설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연예인 복불복 마라톤대회'나 '아이돌 육상 수영 선수권 대회'는 눈길을 끈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 추석 때 방영되어 히트를 친 '아이돌 육상선수권대회'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돌 육상 수영 선수권 대회'는 실제 스포츠 경기를 방불케 하는 대결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로써 올 명절 예능 중 유일하게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아이돌들이 설 특집 프로그램의 전면에 서 있는 건 아무래도 지금 대중문화의 중심에 아이돌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요즘은 TV 어디를 틀어도 아이돌들이 눈에 띈다. 드라마도 그렇고 예능은 더더욱 그렇고. 게다가 아이돌을 바라보는 이른바 어른들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삼촌팬이니 이모팬들이 나오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그래서 이들 설 특집들에는 이 아이돌들과 나이든 세대들을 연결시키는 어떤 고리 같은 걸 만들려고 노력한다. 대표적인 게 '아이돌 스타 7080 가수왕'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설 특집이 아이돌들을 너무 혹사시킨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어떤 그룹은 무려 6,7개 프로그램에 중복출연하면서 체력의 한계를 토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아이돌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명절은 방송사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프로그램들을 편성해서 제작해야 하는데, 비용적인 면도 그렇고 시간적인 면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쉬운 게 이렇게 스타들을 모아놓고 뚝딱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 스포츠라든가, 장기자랑, 노래자랑 같은 건 특별한 포맷 없이 충분히 출연자들만의 힘으로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방송사의 입장을 아이돌들이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아이돌들 입장에서도 명절은 거꾸로 자신들을 좀 더 폭넓은 세대에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요즘처럼 팬층이 세대적으로 두터워지는 상황에서는 아이돌도 이런 부분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다보니 설 특집이 너무 대동소이하고 식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프로그램의 변별력이 없을 정도로 비슷비슷한 게 현실이다. 과거에 나왔던 명절 프로그램들의 반복이거나, 심지어 방송사가 달라도 비슷한 형식들이 겹치기도 한다. 또 겹치기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반복해서 봐야 하는 것도 시청자들로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많은 관계자들은 '기획력 부재'를 꼬집는다.

또 명절 특집으로 늘 지적되는 것이 재방송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스페셜이라고 붙여 놓았지만 사실은 '재방송'인 프로그램들은 흔히 잘 나가는 프로그램들이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명절에 이른바 스페셜 방송이라는 제목으로 재방송되는 게 비일비재하다. 어떻게 보면 시간 때우기라고도 볼 수 있고, 더 비판적으로 바라보면 자사 프로그램 홍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너무 스페셜 방송을 남발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된다.

특히 과거보다 명절 특집극 같은 게 많이 줄어든 것도 아쉬운 점이다. 그나마 올해는 KBS에서 방영된 '영도다리를 건너다'가 명절 특집극으로서 주목을 받았지만 전체적으로 특집극은 편성조차 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단막극 시장 자체가 전체적으로 힘이 빠진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래서 과거 명절에는 정규 드라마 방송 시간에 특집극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그냥 정규 드라마 방송을 하고 있다. 그게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명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특집극이 아쉬운 건 사실이다.

유난히 길었던 설 연휴. 물론 좋은 프로그램들도 많았지만, 설 특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손쉬운 방법으로 늘 봐오던 형식의 프로그램들도 많았다. 또 여전히 남발된 '스페셜'이나 과거보다 확연히 줄어든 명절 특집극도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아이돌에 편중된 예능 프로그램은 여러모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도, 좀 더 새로운 형식 고민을 해야할 필요가 보인다.

정보홍수시대, '오딘의 눈'이 가진 가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보홍수시대, 이제 정보는 바로 우리 손 안으로까지 들어왔다. 궁금한 건 휴대폰 검색창에 키워드 몇 개를 치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는 그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어디에나 존재하고, 어느 누구에게 의해서건 올려지는 정보들은 바로 그 간편함 때문에 오히려 문제를 만든다. 이제는 그 진위를 알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실제로 진위도 파악할 수 없는 소문이 마치 진실처럼 오도되어 한 사람의 삶 자체를 파괴하는 일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세상이다. 그러니 현대인들의 정보에 대한 민감함은 그 어느 때보다 높지 않을 수가 없다.

기존 정보 프로그램들이 호기심 해결이라는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면, '오딘의 눈'은 한 차원 더 나아가 그 정보의 진위를 가린다. 우리가 흔히 부르던 '독도는 우리 땅'의 가사 중, '세종실록지리지 50페이지'에는 독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사실은 흥미로우면서도 대단히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의 진정성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세종실록지리지'의 다른 페이지에 존재하는 독도에 대한 언급을 찾아내고, 그럼에도 왜 굳이 '50페이지'라고 했는가에 대해 작사가에게 묻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식을 검증하는 코너 역시 흥미롭다. 그 코너를 통해 '금붕어의 기억력은 3초'라는 말이 사실은 허구이고, 술 마시기 전에 마시는 우유가 실제로도 숙취에 좋으며, 또 익지 않은 돼지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으면 고기에 있는 균을 섭취할 수 있어 자칫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는 정보들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잡아끈다. 또 누구나 민감하게 생각하는 잘못된 다이어트 정보들, 예를 들면 강하게 주무르거나, 매운 음식을 먹거나, 랩을 감싼다고 해서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실제 다이어트에 고민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정보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흥미로운 건 '오딘의 눈'이라는 정보 프로그램이 예능 토크쇼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식이라는 교양적인 부분과 웃음이라는 예능적인 부분이 토크쇼 형식 속에 잘 녹아 있는 것은 '오딘의 눈'만의 특징이다. 무엇보다 이 양면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김구라, 유세윤, 김신영, 박휘순으로 이루어진 MC들의 조합이 눈에 띈다. 이들은 정보에 대한 네 가지 태도와 접근방식을 각각 개성 있게 보여주고 있다. 김구라가 거침없는 농담과 진지함을 오가며 어떤 강한 토크쇼의 힘을 부여한다면, 유세윤은 엉뚱하지만 창의적인 시선을 농담으로 풀어낸다. 몸 개그에서부터 성대모사까지 구사하면서 일상생활 속의 정보들을 김신영이 건드린다면, 어딘지 무식해 보이는 박휘순은 이른바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즉 정보에 대한 네 가지 색깔의 접근방식을 MC들 특유의 웃음으로 접근해주고 있기 때문에 '오딘의 눈'은 교양과 예능의 균형을 맞춰나가고 있다.

너무 많은 정보의 시대에 가장 올바른 눈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게 사실 방송이다. 방송만큼 큰 영향력을 가진 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보는 많아졌지만 올바른 정보의 선별은 더 어려워졌다. '오딘의 눈'이 그 역할을 해준다면 '세상의 창'으로서 그것은 방송이 응당해야할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물론 여기에 재미까지 선사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는 일이고. 불량정보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래서 '오딘의 눈'은 어떤 필터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쪼록 자신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정보 바로잡기가 가진 큰 가치를 이해하고, 좀 더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한 지식토크쇼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식 토크쇼, '오딘의 눈'을 기대하는 이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때 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은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는 □다'는 형태의 퀴즈쇼 형식을 접목한 '스펀지'는 그 선두에 서 있었고, 그 뒤로 정보에 리얼 버라이어티쇼적인 요소를 섞은 '자체발광' 같은 진화된 프로그램이 등장했었다. 또 '사이펀' 같은 프로그램 역시 과학실험을 예능적인 요소와 접목해 말 그대로 펀(fun)한 정보 프로그램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스펀지'를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들이 종영함으로써 정보 프로그램의 진화는 멈춘 것처럼 보였다.

2월2일 파일럿으로 선보이는 '오딘의 눈'이라는 지식 토크쇼가 주목되는 것은 이 정체된 정보 프로그램의 진화를 이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먼저 '오딘의 눈'이 표방하고 있는 '지식 토크쇼'라는 형식이 새롭다. 정보프로그램에 토크쇼 형식이 접목되어 있다는 것. 특정한 정보를 놓고 그것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토크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기존 예능 토크쇼들이 갖고 있는 토크 소재의 한계를 넘어선다. 또 토크쇼 형식을 덧붙였다는 점에서 정보 프로그램들이 갖는 딱딱함을 벗어난다. 즉 이 두 이질적인 장르의 결합을 통해 양자의 약점을 극복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명랑히어로'는 시사라는 소재를 토크쇼를 끌어들여 호평을 받았던 적이 있다. 때론 무거울 정도로 진지하고 때론 우스꽝스럽게 가벼운 이 토크쇼는 그러나 시사라는 소재가 가진 예민함 때문에 오래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비슷한 형식적 구조를 가진 '오딘의 눈'은 정보를 소재로 다룬다는 점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정보를 검색하고 찾는 일이 일상화되어 있는 현재, 정보만큼 뜨거운 소재도 없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게다가 '오딘의 눈'이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은 그저 특이한 정보를 찾아내고 놀라는 그런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오히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거꾸로 진실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방식은 여러모로 현재의 정보를 대하는 현대인들에게 더 이목을 집중시킨다. 늘 정보는 쏟아져 나오고, 그 정보들이 서로 진실이라고 우기고 있는 현재, 정보는 발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진위를 파악하는 일이 되었다. '오딘의 눈'은 그래서 진실에 접근하는 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딘의 눈'이 단지 정보제공의 차원이 아니라 정보를 찾아가는 그 과정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MC로 서게 된 김구라, 유세윤, 김신영, 박휘순에 대한 신뢰감도 높다. 독설을 날리는 김구라는 어떻게 그 강한 토크로 정보에 접근해갈까. 늘 엉뚱한 상상력을 선보이는 유세윤은? 정보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김신영과 오히려 정보가 필요해 보이는 박휘순은? 이들이 특정 정보를 놓고 엮어가는 예능적인 토크쇼의 맛은 어떤 것일까. 또 토크쇼로서는 이색적으로 제 7의 출연자로 출연하는 3D 리얼타임 캐릭터인 '오딘'은 이 프로그램만의 어떤 매력을 선사할 것인가.

그리하여 '오딘의 눈'은 과연 새로운 정보 프로그램의 진화를 보여줄 수 있을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어떤 토크쇼로서의 즐거움 또한 선사할 수 있을까. 기대되는 대목이다.

일상 속으로 들어온 다큐의 특별한 진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번의 만남'(사진출처:KBS)

사람만큼 진한 향기를 내는 소재가 있을까. 특히 그 사람과 첫 만남을 가질 때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러 번 만나 향기에 익숙해지고, 그래서 무덤덤해지는 만남처럼 흥이 깨지는 일도 없다. 피천득의 '인연'이나 조동진이 부르는 '제비꽃' 속의 만남들이 가슴에 아련히 남는 것은 그 긴 세월 동안 단 몇 번의 만남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번의 만남'이다. 이 인물다큐는 단 세 번의 만남이라는 제한으로 오히려 만남의 향기를 더 진하게 전한다.

'세 번의 만남' 속에서 장재인은 갑작스럽게 신데렐라가 된 그 변화에 놀라는 얼굴로 다가왔다가, 힘들 때 이대 앞에서 사먹던 치즈케이크와 홍대 클럽에서 봤던 오디션, 그리고 노래가 좋아 자퇴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홍대 클럽으로 오고 '슈퍼스타K'를 하게 된 얘기들을 들려주는 꾸밈없고 인간적인 얼굴을 조금씩 보여준다. 마치 짧은 만남 속에서 어떤 깊은 순간을 포착하려는 듯, 카메라는 장재인의 손 때 묻은 노트를 오래도록 바라본다. 그리고 세 번째 만남에서 신데렐라가 아닌 싱어 송 라이터 장재인을 찾아낸다.

사실 '세 번의 만남'의 카메라는 무덤덤할 정도로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다만 꼼꼼하게 인물과 인물 주변의 것들을 담아내면서 그 인물이 가진 매력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뿐이다. 악역 전문 프로레슬러에 종합격투기 해설가, 7권의 책을 쓴 작가, 칼럼니스트, IT전문가, 프랜차이즈 사업가라는 어마어마한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낭만레슬러 김남훈을 만났다고 해서 카메라가 호들갑을 떠는 일은 없다. 그 일상들을 마치 일기 쓰듯 기록하고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이 무덤덤함도 세 번이라는 제한 속에서는 그 인물을 오히려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힘이 있다. 마치 울지 않고 슬픔을 연기하는 연기자가 더 큰 슬픔을 전해줄 수 있듯이.

'세 번의 만남'이 인물과의 만남을 다루는 것처럼, '그 날'이라는 휴먼다큐 역시 그 중심에 서 있는 건 인물이다. 다만 그 인물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그 날'에 집중하는 형식이 다를 뿐이다.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인 '그 날'을 중심으로 이 다큐멘터리는 그 날의 이전과 그 날 당일, 그리고 그 날 이후를 조명한다. 특정한 날이 어떤 클라이맥스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다큐는 어떤 극적인 형식을 얻게 된다.

한류팬 다나하시씨의 실종을 그녀를 찾기 위해 찾은 그녀의 딸들의 시선으로 다룬 '엄마가 실종된 그 날' 편은 마치 추적하듯 엄마가 실종된 그 날의 길들을 되밟는다. 자신의 간 절반을 내주고 그것도 모자라 신장까지 아버지에게 떼어준 수홍씨의 '그 날'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더 감동적이다. 2PM이 일본을 처음 진출하던 '그 날'의 흥분과 설렘은 또 어떻고.

'세 번의 만남'과 '그 날' 같은 다큐멘터리는 '다큐3일'이나 '미지수' 같은 일상화된 다큐들이 등장하면서 새롭게 진화된 형식으로 탄생한 것들이다. 공통점은 시간적 제한이다. '세 번의 만남'은 횟수를 제한했고, '그 날'은 시점을 제한했다. 이렇게 된 것은 물론 대작 기획형 다큐멘터리가 갖는 한계들, 예를 들면 제작비나 제작기간 같은 것들을 뛰어넘기 위한 것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제한 자체가 새로운 시각을 끄집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보다 일상의 반짝반짝하는 순간들을 포착하게 된 다큐는 확실히 재미있어졌다.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의 말투를 빌자면, "다큐, 당신은 언제부터 이렇게 재미있었나"하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