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으로 돌아온 '팬텀싱어', 팬들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JTBC <팬텀싱어>가 돌아왔다. 그런데 시즌4가 아니라 '올스타전'이다. 시즌3까지 방영되며 최종 결승에 올랐던 최강 9팀의 자존심을 건 빅 매치. 지금껏 <팬텀싱어>를 매 시즌 빼놓지 않고 봤던 팬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매치가 아닐 수 없다. 포르테 디 콰트로, 인기현상, 흉스프레소, 포레스텔라, 미라클라스, 에델라인클랑, 라포엠, 라비던스, 레떼아모르가 한 무대에 서는 것이니.

 

사실 콘서트 무대에서도 자주 섰던 이 팀들을 한 자리에 모아 오디션 방식의 팀 대결을 굳이 꾸리게 된 건, 그 방식이 갖는 긴장감과 몰입감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일 게다. 그리고 그건 실제 무대로 나타났다. '팀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무대'라는 1차전 팀 미션에서 첫 방송 무대에 오른 팀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마치 매 시즌 결승 무대에 선 것처럼 강렬하게 보여줬으니 말이다. 

 

첫 무대에 선 흉스프레소가 흑소 테너 이동신과 남자가 봐도 반하는 고은성을 앞세워 강렬한 <팬텀싱어>만의 무대가 갖는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면, 세계적인 바리톤 김주택이 기둥처럼 든든히 중심을 잡아주고 그 위로 아름다운 목소리의 농부 테너 정필립과 뮤지컬 스타 다운 드라마틱한 가창의 박강현의 미라클라스는 압도적인 에너지로 관객과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시즌3에서 퓨전의 맛을 제대로 보여줬던 라비던스는 팝터너 존노와 국악인 고영열 그리고 감정 표현이 좋은 황건하와 인간 첼로 베이스 김바울이 서도민요 '몽금포타령'과 경기민요 '배 띄워라'를 매시업해 눈물이 날 정도의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했고, 유슬기와 백인태를 중심으로 곽동현이라는 원킬 록커의 장점을 살린 인기현상은 마치 창끝으로 찌르는 듯한 고음의 향연을 보여줬다. 

 

그리고 시즌1의 초대 우승팀인 포르테 디 콰트로는 역시 <팬텀싱어>만이 가진 남성 4중창단의 하모니에서 오는 감동이 무엇인지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다른 팀들이 강한 에너지로 승부했다면 포르테 디 콰트로는 네 사람의 목소리가 하나하나 쌓여져 내는 하모니가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힘을 낼 수 있는가를 알려줬다. 

 

사실 대결구도로 진행되고 그래서 안방응원단과 현장응원단의 합산 점수로 승자가 결정되지만 이날 매 무대 끝에 먼저 별 개수로 공개한 현장응원단의 점수는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모든 무대가 한 편의 콘서트이자 작품 같았다. 인기현상 팀만 한 개가 모자란 별 8개를 받았을 뿐, 나머지 팀은 모두 9개 별로 '올스타'를 받았다. 

 

물론 대결구도라고는 하지만 진짜 대결이라기보다는 서로의 공연을 보는 듯한 분위기가 '올스타전' 무대의 진면목이었다. 판정방식에 현장응원단과 안방응원단의 점수 합산과 더불어, 제3의 평가단으로 9개 팀이 본인 팀을 제외한 최고의 무대 3팀을 선정하는 이른바 '우정점수'가 더해진 것도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본래 <팬텀싱어>만의 특징이기도 했지만, 경쟁보다 하모니를 강조한 대결이 이번 올스타전에도 그 색깔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는 것.

 

시청자들로서는 이들이 매주 다른 미션으로 치러낼 무대들이 기분 좋은 귀호강의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누가 이기고 누가 진들 무슨 상관일까. 대결 형식이 가진 팽팽한 긴장감은 덤이지만, 그보다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을 가진 팀의 무대는 콘서트와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세 개 시즌을 거치며 발굴한 스타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것만으로도, 이 올스타전은 향후 여타의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시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괜찮은 선택지를 보여주고 있다.(사진:JTBC)

'우이혼', 섣부른 재결합 요구보다 그들에게 더 필요한 건

 

이하늘의 집, 그것도 이하늘의 방을 떡하니 차지하고 하룻밤을 자고 일어난 전 아내 박유선이 아침을 차리는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그들은 이혼했고 그래서 더 이상 부부가 아니지만, 마치 친구처럼 편해 보인다. 연애 시절 함께 들었던 노래를 들으며 그 때 이야기를 하는데도 그다지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모습이지만, 이들은 이혼한 부부로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 

 

TV조선 예능 <우리 이혼했어요>에서 이들의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관찰하는 신동엽과 김원희는 이혼한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혹여나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박유선과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는 이하늘은 "일단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자"고 한다. "너무 가까워지면 또 상처 받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심지어 이하늘은 자신이 최근 쓴 노래의 가사에 '이별 노래'가 많은데 한창 힘들 때 쓴 노래라 가사가 세다며 걱정해도, 박유선은 "뭐가 어때"라고 쿨하게 받아준다. 이하늘은 그 힘들 때 쓴 가사라 "과대 포장한 거"라고 말한다. 박유선은 이하늘이 이혼하고 많이 변했다며 그것이 "이렇게 지내서" 변한 것 같다고 말한다. 이들은 알고 있다. 서로 무언가 맞지 않아 이혼을 했지만, 그 이혼을 통해 갖게 된 '적당한 거리두기'가 이들이 이제 편안히 앉아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 이유라는 걸. 

 

이혼은 이처럼 서로의 행복을 위해 결혼을 하는 것만큼 선택될 수 있는 어떤 것이라는 걸 이하늘과 박유선은 부지불식간에 드러낸다. 어쩌면 이건 <우리 이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이 이혼을 바라보는 마땅한 시선처럼 보인다. 어떤 이들의 엇나간 관계와 어쩌면 헤어진 이후에도 느껴지는 애틋함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MC들이나 제작진은 섣불리 재결합을 운운하지만, 그런 애틋함 또한 이혼이라는 '적당한 거리'에서 가능해진 거라는 걸 적어도 이하늘과 박유선은 알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이혼했어요>에서 최고기와 유깻잎의 이야기가 프로그램 바깥에서도 시끌시끌했고,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시아버지, 장모까지 악플의 상처를 겪게 된 건, 이 프로그램이 유지했어야 할 적당한 거리가 지켜지지 않아서였다. 이혼한 후 생겨난 거리를 두고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해가는 모습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선을 넘어 '재결합'까지 부추기는 분위기는 관계를 오히려 엇나가게 만든다. 어느 한 사람에 집중해 그 이야기를 들으면, 이혼이라는 파경의 이유가 다른 사람 때문인 것처럼 보일 수 있고 그것이 방송에 나가는 상황은 그들의 관계를 오히려 불편하게 만들 수 있어서다.

 

<우리 이혼했어요>는 진짜 리얼 상황을 담은 관찰카메라라고 이야기되지만, 사실 엄밀히 들여다보면 완전한 리얼이라 볼 수는 없다. 이혼한 부부가 다시 만나 2박3일 간 같이 시간을 보내게 한다는 상황은 리얼일 수 없다. 그건 이 프로그램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설정이고, 거기서 보이는 영상들은 세간의 입에 오르면서 이들 관계에 개입하게 된다. 이런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이혼한 부부가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얼마나 일어나겠나. 

 

그래서 중요한 건 프로그램이 출연한 이들에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그들이 이혼을 선택하게 된 걸 존중하는 일이다. 물론 이 과정을 통해 서로 좋은 감정을 갖게 될 수는 있지만, 그것과 재결합은 또 다른 문제 아닌가. 분명 어떤 문제가 있어 그것이 갈등이 되어 헤어졌던 이들이 다시 만나 함께 시간을 가지면서 소통하고 그래서 조금은 편안해지는 것. 거기까지가 이 프로그램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 투입된 아이돌 박세혁과 김유민의 첫 등장을 보면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출연자들에 깊이 관여하는가를 잘 드러낸다. 즉 예고편에 들어간 사전 인터뷰에서 다소 센 이야기들이 나왔고 그걸 가감 없이 방송에 내보냈다는 사실부터가 그렇다. 처가살이의 어려움을 토로했던 박세혁의 이야기가 예고편에 나온 걸 본 김유민의 어머니는 화를 낼 수밖에 없었을 테고 그 모습은 방송에도 보였다. 

 

김유민과 그의 부모가 함께 차를 타고 박세혁과 2박3일을 지낼 장소로 가는 과정은 그래서 마치 '4자대면'의 폭풍전야를 예고하는 듯한 장면으로 연출됐다. 하지만 정작 도착해서는 김유민만 차에서 내려 들어가는 상황이었고, 예고편 때문에 만나자마자 싸울 것처럼 보였던 그들은 의외로 툭탁대며 대화를 해나가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김유민이 겪은 산후조리의 힘겨움에 포커스가 맞춰지면서 박세혁이 이혼의 빌미를 준 것처럼 보였지만, 박세혁 역시 그 시기 처가살이에서 느낀 소외감 같은 것들이 토로되면서 서로 각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 

 

이렇게 소통이 되지 않아 서로에 대한 서운함만 있던 이들이 대화를 통해 조금씩 그 때의 상황을 이해해가는 과정은 <우리 이혼했어요>가 이혼이라는 소재를 과감히 가져와 보여주는 괜찮은 풍경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도 또한 '적당한 거리'가 필요해 보인다. 결혼 3개월 후 별거하고 또 3개월 후 이혼에 이른 두 사람의 관계에 섣부른 개입이나 예단은 자극적일지는 몰라도 출연자들에게는 불편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으니. 결혼만큼 이혼도 당사자들에게는 행복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걸 존중해야 한다.(사진:TV조선)

'싱어게인', 이렇게 개성이 다른 오디션 톱10 있었던가

 

JTBC 오디션 <싱어게인>의 톱10이 결정됐다. 이무진, 이승윤, 이정권, 최예근, 김준휘, 소정, 정홍일, 태호, 요아리 그리고 패자부활전에서 올라오게 된 유미가 그들이다. 놀라운 건 이들 톱10에 오른 가수들의 너무나 다른 개성이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톱10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개성을 가진 출연자들이 이렇게 한 무대에 서 있다니.

 

찐무명으로 올라온 이무진은 통기타 하나만 갖고도 제대로 그루브를 갖고 놀 줄 아는 뮤지션으로 한영애의 '누구 없소'의 첫 소절만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던 가수다. 이문세의 '휘파람'이나 조용필의 '꿈'을 부르는 이무진은 놀랍게도 그 젊은 나이에 옛 감성과 현재의 트렌드를 모두 아우르는 음악의 해석을 보여준다. 원곡의 맛을 한껏 보여준 후, 살짝 살짝 변화를 주는 편곡으로 그만의 색깔을 그려낸다. 

 

'근본 없는 무대'라고 표현했지만, 그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청중과 밀당의 묘미를 선사하는 이승윤은 실로 <싱어게인>의 정체성에 딱 어울리는 뮤지션이다. 지금껏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그만의 스타일은 벌써부터 대중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싱어게인>의 톱10은 이무진, 이승윤만이 아닌 전부가 겹치는 색깔이 없다. 

 

이를 테면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게 만들어 남다른 몰입감을 선사하는 연어 장인 이정권,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톡톡 튀는 개성의 최예근, 낮게 읊조리는 허스키 보이스로 툭툭 던지는 노래가 매력적인 김준휘, 매 라운드마다 색다른 장르의 옷을 입어도 모두 어울리는 다채로운 능력을 가진 레이디스 코드 소정, 요즘은 귀해진 정통 헤비메탈의 힘으로 듣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드는 정호일, 아이돌이 가진 춤과 노래 실력에 성실함까지 겸비한 태호,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 음색의 요아리 그리고 슈가맨으로서 여전히 큰 감동을 선사하는 유미까지. 

 

이렇게 톱10의 색깔이 겹쳐지지 않고 다양한 개성들을 드러내게 된 건,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의 애초부터 달랐던 기획방향에서 가능해진 일이다. 보통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주로 하나의 장르를 전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스트롯2>처럼 트로트를 장르로 세우거나, <포커스>처럼 포크 음악을 장르로 세우는 식이 그렇다. 

 

하지만 <싱어게인>은 이런 장르를 전제하지 않고 대신 '다시 부른다'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그러자 찐 무명에서부터 슈가맨, 오디션 출신, 아이돌 그룹 출신, OST 가수 등등 다양한 색깔을 가진 출연자들이 한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이전의 어떤 오디션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던 다양한 출연자들이 가능해진 것.

 

중요한 건 이렇게 다양한 특징과 색깔을 가진 출연자들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각각의 매력에 맞춰 평가하는 심사위원들의 '맞춤형 심사'가 있었다는 점이다. 꾹꾹 감정을 가사에 넣어 부르는 게 장기인 이정권에게는 드라마틱한 곡을 선곡하라고 하고, 감정을 너무 잔뜩 실어 노래하는 유미에게는 그 힘을 조금 빼라고 주문하는 식이다. 레이디스 코드 소정은 다양한 스타일의 노래가 가능한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해주고, 춤과 노래를 동시에 해내는 태호에게는 아이돌이 가진 강점을 부각시켜주었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싱어게인>이 갖게 된 음악의 다양성은 시청자들로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매 무대를 식상하지 않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워낙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나오다 보니 이제 시청자들도 저마다 색깔이 다른 오디션에 등장할 법한 출연자들이 한 무대에 서는 일을 그리 낯설게 느끼지 않았다. 대신 취향대로 즐길 수 있는 오디션이 가능해진 것. <싱어게인> 톱10의 너무 다른 개성을 가진 면면들을 보면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째서 성공했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다.(사진:JTBC)

'범바너3', 서사예능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이 가능했던 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범인은 바로 너>가 시즌3로 돌아왔다. 이번 시즌은 지난 2018년 시즌1이 공개된 후, 지금껏 달려온 대장정의 마무리다. 사실 이 대장정의 시작점은 SBS <런닝맨>이었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끝에서 되새겨보면 <런닝맨>과는 다른 지점에 서 있는 <범인은 바로 너>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이른바 '서사예능'이라는 색다른 지점이다. 

 

이번 시즌3의 부제는 '잠재적 범죄자 리스트'다. 그래서 매 회 각각의 사건들이 펼쳐지면서도 그 사건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이야기 구성을 갖고 있다. 법으로 심판하지 못하는 범죄자들을 직접 처단하는 사건 배후의 조직이 존재한다는 점이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것은 시즌3 이야기의 구성이면서, 각각의 사건들이 갖는 구성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넣어뒀던 간장게장이 사라지고 그걸 가져간 범인(?)을 찾는 소소한 사건을 추리해가다가 갑자기 한 인물이 살해되면서 살인사건으로 이야기가 커져나가고, 그 사건은 그 후 벌어진 비밀도박장에서 손목이 잘린 채 죽은 사체와 사택 옥상에서 굵어죽은 사체에게 벌어진 사건들과 다시 연결되면서 그것이 각각이 아닌 하나의 사건이었다는 게 밝혀지는 식이다. 

 

물론 8회에 걸쳐 구성된 많은 사건들이 완벽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건 이 시리즈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좋은 방법도 아니다. 대신 매회 매 사건 속에 던져진 추리의 미션들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출연자들에 몰입해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8회에 구성된 사건들을 보면, 물론 살인사건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액션이 가미된 부분도 있고, 공포나 미스터리, 멜로가 가미된 부분도 존재한다. 

 

이처럼 완벽한 유기적 연결이 이뤄지지 않는 건 <범인은 바로 너>가 보여주고 있는 리얼 예능의 캐릭터쇼와 드라마의 극적 요소의 연결 자체가 도전이기 때문이다. 이 예능이 신박한 건 캐릭터들이 들어가서 게임처럼 사건을 추리하고 풀어나가는 예능적 요소가 갖는 돌발적인 흐름과, 드라마가 하나의 메시지나 스토리를 제시하기 위해 그려나가는 인위적 상황을 연결해 놨다는 점이다. 

 

<범인은 바로 너>는 제작진이 전체 판을 그림으로써 던져놓은 드라마틱한 상황에,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출연자들이 들어가 경험하며 추리해나가면서 돌발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제작진이 완성된 어떤 흐름을 그려나가려는 방향과, 그 안에서 움직이며 그 흐름을 따라가거나 혹은 엇나가는 방향은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8회에 걸쳐 각각의 사건들이 진행되고, 그것이 거대한 한 사건으로 귀결되는 제작진의 의도가 100% 구현되는 건 쉽지 않다. 

 

게다가 여기서 제시되고 있는 드라마틱한 상황은 말랑말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 팔이 잘리고 사체가 사라지는 연쇄 살인사건으로 등장하는 스릴러다. 이 부분은 이 프로그램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런닝맨>과는 다른 선택에서 만들어진 결과다. 즉 <런닝맨>은 초창기에 다양한 드라마틱한 장르들의 스토리텔링을 시도했지만, 중반을 지나면서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통한 게임 예능화의 경향을 보인 바 있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보다는 예능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범인은 바로 너>는 예능적 요소가 없지는 않지만, 추리적 재미에 예능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대신 드라마틱한 상황의 스토리를 구사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스릴러가 주는 긴장감과 예능이 추구하는 이완적인 웃음을 동시에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새로운 길을 선택한 것.

 

<범인은 바로 너>는 그래서 <런닝맨>에서 시작했지만 캐릭터쇼의 웃음보다는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추구함으로써 '서사예능'이라는 색다른 지점에 도착하게 됐다. 그리고 이 선택은 예능도 매회 그저 웃음으로 휘발되는 어떤 장르가 아니라, 하나의 일관된 흐름의 스토리텔링으로 작품처럼 기억되는 장르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물론 <런닝맨>식의 웃음을 기대한다면 어딘지 모자란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예능도 하나의 서사를 그려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이야기와 추리의 재미에 빠져본다면 <범인은 바로 너>는 색다른 예능의 맛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이 부분은 어쩌면 시즌3까지 뚝심 있게 걸어온 <범인은 바로 너>의 가치와 의미가 아닐 수 없다.(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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