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은 <무도>와 싸이에서 어떤 희망을 봤을까

 

2012년 12월31일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마련된 무대에 <무한도전>의 유재석, 노홍철, 하하와 이미 국제가수가 된 싸이가 함께 올랐다. 그 무대에는 유재석의 우상인 MC 해머가 함께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었고, 그 앞에는 새해를 맞는 뉴요커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물론 이 날의 무대는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타전되었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지기도 하련만, 언제 봐도 가슴 한 구석이 뭉클해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거기 서 있는 이들이 그 곳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랬을 게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한 때 삽 하나 들고 포크레인과 대결을 벌이기도 했던 <무한도전> 멤버들이 아닌가. 그들이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무대에 오를 때까지 겪었던 그 무수한 도전들을 떠올려보면 그 뉴욕의 단 몇 분 동안의 무대가 주는 감흥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댄스스포츠, 카레이싱, 봅슬레이, 프로레슬링, 조정 같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미션들에 도전해왔던 그들이다. 그것도 그저 예능이니까 대충 웃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도전이 아니라, 진짜 무수한 땀과 심지어 피가 나고 멍이 드는 노력으로 벌이는 실전 그대로의 도전.

 

<무한도전> 멤버들이 스스로 얘기했듯 ‘대한민국 평균 이하’였던 그들은 실제로 평균 이하에서 시작했지만 그 무수한 도전 과정을 통해 차츰 존재감을 키워갔고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능인들이 되었다. 그리고 단지 프로그램에만 머물던 영향력을 실제 현실에도 쓰기 시작했다. 봅슬레이나 조정 같은 비인기종목에 도전해 대중들의 주목을 이끌고,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한국을 알리는 광고를 하는 식이다. 그런 현실을 만드는 그들이 어찌 평균 이하에 머물 수 있을까.

 

싸이는 또 어떤가. 그는 불운하게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기 시작할 즈음 오해로 인해 학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었고, 대마초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도 모자라 군복무 문제가 또 터졌고 결국 재입대로 군복무를 두 번 하는 힘겨운 시간들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착실히 군복무를 마치고 나와 김장훈과 함께 공연을 하면서 끼를 발산하기 시작했고 다시 대중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길고도 긴 시간이었다. 그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을 떠올려보면 싸이의 타임스스퀘어 무대가 어찌 뭉클해지지 않겠는가.

 

<무한도전>과 싸이의 만남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이미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특집에서 노홍철과 함께 철싸를 결성해 ‘흔들어주세요’를 불렀던 싸이다. 당시 겨드랑이 땀 때문에 이른바 ‘겨싸’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던 싸이는 이미 당시부터 노홍철과 인연을 맺은 셈이었다. 그런 그가 ‘강남스타일’을 유재석과 함께 하려고 했었다는 비화는 유명하다. 당시 이미 유재석은 이적과의 ‘방구석 날라리’를 작업하고 있어 고사했다는 것. 그게 마음에 남은 유재석이 싸이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로 했고 그 날 따라온 노홍철도 함께 출연하게 되었다는 것.

 

어찌 보면 어려운 일들도 많았지만 각자 자기 영역에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그들이었다. 또 어떤 도전에 대해서도 주저하지 않았던 그들이었다. 이것은 아마도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 된 <무한도전>과 국제가수가 된 싸이에 대중들이 열광을 넘어 감동하게 되는 이유다. 그래서 평균 이하에서 시작한 <무한도전>이나, 결코 평탄치 않았던 청춘을 보낸 싸이의 출세(?)가 대중들에게 어떤 희망을 던져주는 건 그 때문일 게다. 땀과 노력의 과정은 언젠가 보답 받는다는 것.

<위탄3>가 <K팝스타2>에 배워야할 점

 

실력 있는 출연자들은 과거 그 어떤 시즌보다 많아졌는데, 왜 시청률은 갈수록 추락하는 걸까. <위대한 탄생3(이하 위탄3)>의 시청률은 9%대를 유지하다가 합동미션을 했던 9회에서 10.4%로 정점을 찍은 후 멘토와 멘티가 만나는 11회부터 급추락하기 시작해 급기야 6.4%(agb닐슨)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는 17% 시청률로 금요 예능을 평정한 <정글의 법칙>은 차치하고라도 심지어 8.4%를 기록한 <VJ특공대>보다도 낮은 수치다.

 

'위대한 탄생3'(사진출처:MBC)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아이템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정글의 법칙>이 가진 힘 때문이다. 김병만이 아마존에서 다시 이끄는 <정글의 법칙>이 첫 방송된 12월28일 <위탄3>의 시청률은 10%에서 7.9%로 뚝 떨어졌다. 이 날 <정글의 법칙>은 첫 회에 가뿐하게 14.5%를 찍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VJ특공대>보다 시청률이 낮은 건 좀 과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렇다면 <위탄3>에도 어떤 시청률 하락의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닐까.

 

이번 <위탄3>에서는 실력자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일찌감치 리틀 임재범으로 주목받은 한동근, 독특한 흑인 감성을 가진 양성애, 특유의 그루브감으로 멘토들을 흥겹게 만들었던 나경원, 듣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던 전하민 등등... 너무 많아서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든 독특한 개성의 소유자들이 예선과 본선을 치를 때만 해도 이번 <위탄3>가 그 어느 때와 달리 성공적일 거라는 기대감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회를 거듭될수록 그 기대감이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 많은 가능성과 기대를 갖게 만들었던 실력자들이 점점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초반에 한동근 한 인물에 지나치게 집중했던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참가자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던 것. 다양한 개성들의 소유자들이었던 만큼 그 개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연출과 편집이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콜라보 미션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하는 게 사실이다. 경쟁자들이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 노래 속에서 하모니를 맞추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위탄3>의 콜라보 미션은 물론 절정의 하모니를 보여줌으로써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지만 그 속에서 개개인들의 개성은 많이 묻혀버렸다. 심지어 그토록 초반에 공을 들였던 한동근에 대한 기대감마저 살짝 줄어든 감이 있다.

 

이렇게 참가자들이 점점 주목되지 못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첫 번째는 과거보다 훨씬 많은 좋은 기량의 참가자들이 나오다 보니 몇몇 인물들에 집중시키지 못한 것이다. 과거 시즌에서는 예선부터 대충 누가 마지막까지 갈 것인가를 점칠 수 있었지만 이번 시즌은 멘토링 과정에 들어가서도 누가 올라가고 떨어질 지가 오리무중이다. 그만큼 실력차이가 확연하지 않거나 실력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다양성을 갖췄다는 뜻이다. 이것은 분명 큰 장점이지만 제대로 연출해내지 못하면 집중이 어려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줄어든 방송분량이다. 물론 방송분량이 많다고 해서 참가자들의 면면이 더 확실하게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즉 과거 시즌에는 그다지 실력자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방송분량이 길어지다 보니 오히려 너무 질질 끈다는 느낌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은 정반대다. 실력자들은 많은데 방송분량이 대폭 줄다보니 이들의 캐릭터를 확실히 잡아내지 못하고 그저 방송이 흘러가는 인상이 짙다.

 

하지만 그렇다고 멘토링 과정이 길게 들어가는 것이 유리했을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사실 <위탄>에서 멘토제는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지만, 그 과정은 이제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하게 되었다. 한 회를 한 멘토와 멘티의 이야기로 가득 채우다 보면 오디션 프로그램 특유의 풍성한 노래들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결국 몇 곡의 노래와 거기에 얽힌 이야기로 흘러가기 마련이다.

 

이제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에 익숙해진 대중들은 이야기보다는 노래를 듣고 싶어 이 형태의 프로그램을 찾는 경향이 생겼다. 결국 <위탄>의 멘토제는 멘토들이 전면에 나오고 멘티들과 노래는 뒤로 묻혀지는 상황을 만들어낸다. 차라리 멘토링 과정을 너무 길게 반복하기보다는, 더 많은 노래와 가능성을 보여줘 참가자들의 캐릭터를 확실히 만들어낼 수 있는 이전 단계의 미션들이 더 많은 방송분량을 차지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위탄3>는 여러모로 안타까운 점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많은 매력적인 실력자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선택과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음으로써 점점 평이해진 오디션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 몇 번 출연한 것만으로도 이미 기성가수들을 넘어서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K팝스타2>의 악동뮤지션을 떠올려보라. 이야기나 참가자의 뒷얘기는 거의 배제한 채 오로지 음악과 참가자들의 매력에만 집중하는 <K팝스타2>의 연출을 <위탄3>는 이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라스>, 편견과 맞설 때 더욱 빛나는 이유

 

“어느 때보다 반짝반짝 빛났던 <라디오스타>였습니다.” 김국진의 정리 멘트는 그 어느 때보다 의미심장했다. 새해 첫 해를 맞아 내보낸 첫 번째 아이템으로는 너무 소소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던 이른바 민머리(?) 특집이 사실은 진정한 <라디오스타>만의 매력을 한껏 보여준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새해를 기념한다는 조금은 억지스런(?) 짜 맞추기에 출연한 민머리 연예인들은 홍석천, 염경환, 숀리, 윤성호. 그다지 핫(hot)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게스트들이다. 하지만 막상 방영된 이 특집은 민머리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각종 편견을 뒤집는 통쾌한 유머의 장으로 이어졌다. 그 방식이 흥미로웠던 것은 일단 대머리라는 공통점(?)으로 모여진 이들이 그 대머리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 대해 이야기하고는 차츰 또 다른 편견에 대한 이야기로 옮아갔다는 점이다.

 

먼저 주목됐던 건 홍석천을 통해 알게 된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었다. 우리가 흔히 막연하게 갖고 있던 편견을 홍석천은 과감하고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들었다. 용산구청장을 꿈으로 꼽으며 그 이유로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가진 편견을 끄집어낸 건 대단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본래 범죄 같은 것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이태원이었지만 자신의 가게를 포함해 차츰 예쁜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이미지가 바뀌었다는 것.

 

이것은 아마도 홍석천 자신이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동일시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자신이 가게를 이태원에서만 많이 하는 이유 역시 ‘좋은 표본’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는 것. “손가락질 받는 우리도 뭔가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표본을 만들고 싶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고 홍석천은 말하기도 했다.

 

홍석천은 커밍아웃 이후에 그저 편하게 술 한 번 마시기도 어려운 편견에 시달렸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자신을 제정신으로 보지 않는 시선들 때문이었다는 것. “열심히 살고 싶은데 의욕을 꺾는 분들이 있다”고 웃으며 말했지만 어찌 실제 상황이 그렇게 허허로운 일만이었을까.

 

<라디오스타>와 홍석천의 만남이 특히 주목된 이유는 그 대화의 공간이 너무나 편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흔히 성 소수자라는 편견 때문에 던지기 힘든 질문들이 스스럼없이 던져졌고, 거기에 대해서 홍석천도 아무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고, 심지어 유머로 승화시키는 모습까지 보여줬으니 그 자체로 <라디오스타>는 성 소수자와 대중들 사이의 거리를 좁혀준 셈이 되었다.

 

다이어트 전도사로 유명한 숀리가 다이어트에 대한 편견을 깨준 것도 이번 특집의 또 하나의 의미였다. 다이어트를 하면 닭 가슴살만 먹어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숀리는 먹고 싶은 것을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했고, 흔히들 작심삼일을 하는 걸로 다이어트를 포기하는데, 그럴 것이 아니라 매번 작심삼일 하는 마음으로 해야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염경환은 김구라에 의해 자주 언급되면서 갖게 된 자신의 이미지를 특유의 넉살좋은 입담으로 풀어냈고, 오랜 만에 나온 개그맨 윤성호는 홍석천과의 대립구도를 살짝 넣으면서 <라디오스타>의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무엇보다 어딘지 개그에서 멀어진 듯한 윤성호의 의외로 재밌는 모습들은 역시 그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깨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홍석천을 발견한 것은 이번 <라디오스타> 특집의 최대 수확이면서 동시에 전체 예능의 성과이기도 했다. 성 소수자의 편견을 깬 것은 물론이고 홍석천만이 구사할 수 있는 유머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와 단 둘이 있으면 오해를 받기 일쑤일 정도로 사실은 평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작은 일도 누릴 수 없는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라디오스타>만이 가진 개방적인 분위기 덕분이었을 게다.

 

<라디오스타>는 지금껏 수많은 숨은 예능인들을 발굴해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흔히 어떤 이미지로 고정되어 있어 그 면만을 보아온 대중들에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이미지가 만드는 편견을 벗겨버리는 역할을 해왔던 것. 새해를 맞아 소소하게 보인 민머리 특집은 그래서 <라디오스타>가 올해에도 이 무대를 통해 꾸준히 이미지의 편견을 벗겨내고 새로운 면모들을 찾아낼 수많은 예비 예능인들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방송콘텐츠의 힘과 아티스트에 대한 주목

 

방송콘텐츠의 힘이 갈수록 커져간다. 그 사실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건 음원차트다. <무한도전>에서 방영된 ‘박명수의 어떤가요’에서 정형돈이 부른 ‘강북멋쟁이’가 1년2개월만에 소녀시대가 새로 발표한 신곡 ‘I got a boy'를 2위로 밀어내고 1위를 차지했고, 유재석이 부른 ‘메뚜기 월드’는 5위, 길성준이 부른 ‘엄마를 닮았네’는 10위에 각각 올랐다.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이를 두고 <무한도전>이 음원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그저 이벤트로 만들어진 음악이 1년여를 준비해서 내 논 음반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것에 대한 기획사들의 허탈감이 묻어나는 얘기다. 물론 너무 오버할 필요는 없다. 그저 박명수의 꿈에 대한 도전을 통해 그 도전의 가치를 담으려는 기획의도가 있었을 뿐이다. 수익 전부를 좋은 일에 쓰겠다는 <무한도전>의 선의를 굳이 왜곡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번 논란이 보여주고 있는 가요계의 달라진 환경과 그 환경에서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방송콘텐츠의 힘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강북멋쟁이’의 음악적 가치에 대한 논란에 갑작스레 등장한 소녀시대가 내놓은 ‘I got a boy'에 대한 비교에는 현 아이돌 시장의 위기감이 사뭇 느껴진다. 달라진 대중들의 취향 속에서 아이돌 그룹은 점점 힘든 환경에 처하게 되었다.

 

가요를 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이제 가수 개개인의 아티스틱한 면모를 찾게 되었다. 작년 가요계에서 주목받은 버스커버스커와 싸이는 바로 그 대중들의 달라진 취향을 잘 드러내주는 것이었다. 대중들은 한 덩어리로 뭉뚱그려져 보이는 아이돌 그룹에서 아티스트적인 면을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아티스트적인 면모란 차별화된 음악성, 독특한 목소리 혹은 창법의 개성, 음악에 분위기를 부여하는 스타일 등이 모두 겹쳐져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면모는 개개인을 자세히 바라볼 때 발견될 수 있다. 그룹은 그 자체로 이 발견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뿐이다.

 

물론 대중의 취향이라는 것이 언제고 변화할 수 있는 것이지만 바로 이런 음악가적인 면모에 대한 대중들의 갈증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사들이 지금껏 가수들과 음악을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발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작년 YG가 우연히 발견한 싸이 열풍은 이제 앞으로 기획사들의 변화를 만들어낼 공산이 크다. 심지어 아이돌에게서도 아티스트적인 면을 요구하는 현 상황에서 기획사가 기존처럼 가수들을 퍼포먼서에 머물게 하는 건 자칫 시대착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팝스타2>에서 YG의 양현석 대표는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의 피로감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K팝스타2>가 발굴한 악동뮤지션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에서 양현석이 악동뮤지션을 캐스팅하면서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악동뮤지션은 아무것도 가르칠 게 없다. 우리는 연습실과 밥만 제공하겠다. 자작곡을 들을 수 있는 기회만 달라.” 이 말은 만들기보다는 이미 본인들이 갖고 있는 개성과 끼와 음악성을 그저 극대화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주겠다는 얘기다. 양현석은 악동뮤지션을 지금 대중들이 원하는 아티스트로서의 요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고 본 것이다.

 

<K팝스타2>가 발굴한 악동뮤지션이 오디션 무대에서 부른 곡들(‘다리 꼬지마’와 ‘매력 있어’)은 일찌감치 음원시장 1위를 차지함으로써 현 대중들의 달라진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거기에는 자작곡의 매력으로 대중들을 움직이는 아티스트가 있었고 그것을 극대화해 보여주는 방송 콘텐츠의 힘이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만든 일련의 곡들의 가치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이 곡들이 지금의 달라진 대중들의 취향에 부합하는 면은 분명히 있다고 여겨진다. 어쨌든 그것이 박명수와 <무한도전> 멤버들이 함께 만든 곡이라는 점이고(개성은 분명히 있다) 그 곡이 <무한도전>이라는 엄청난 파워를 가진 방송 콘텐츠로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사실 박명수의 곡들과 소녀시대가 발표한 신곡의 퀄리티를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번 ‘어떤 가요’에 나온 곡들은 이전 <무한도전>이 해왔던 일련의 가요제 곡들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전의 곡들은 전문가들이 붙어서 함께 만든 곡들이라 노래의 퀄리티가 분명 있었지만 이번 곡은 어쨌든 초보 작곡가의 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원차트의 ‘강북멋쟁이’와 ‘I got a boy'의 순위를 질적인 가치 차이로 보는 건 넌센스다. 다만 이 차트의 순위가 말해주는 건 질적 차이가 아니라 작금의 달라지고 있는 대중들의 취향이다. 따라서 이 순위를 가지고 단순 비교해 굳이 기획사에서 위기감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차트가 말해주고 있는 대중들의 취향에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 가요계는 만들던 시대에서 발견하는 시대로, 또 음원만큼 다양한 스토리 콘텐츠가 중요해진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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