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시즌2가 갖게 될 효과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재정비에 들어간다. 구체적인 시점이 나오지 않았던 상황이었지, 본래 시즌2를 위한 휴지기는 계획되었던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갖은 논란과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경연에 의해 누적된 피로 속에서 분명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했을 터다. 그렇다면 '나가수'의 시즌2를 위한 재정비는 어떤 효과를 가질 수 있을까.

먼저 작년의 비슷한 상황을 떠올려보자. 작년 '나가수'는 시작과 함께 김건모의 재도전 여파로 논란에 휩싸인 경험이 있다. 그래서 담당 PD가 바뀌고 프로그램도 한 달 간 재정비의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김건모와 백지영이 자진하차 했고, 정엽은 순위에 의해 탈락했다. 그리고 새로 임재범, 김연우, BMK가 합류했다. 반응은 이전보다 더 폭발적이었다. 재정비 기간은 오히려 대중들의 기대감을 더 높여놓는 효과를 발휘했다.

재정비의 기간에 김범수가 부른 이소라의 노래 '제발'이 음원차트를 장악한 것은 여러모로 '나가수'에 대한 대중들의 호응을 잘 말해주는 것이었다. 재정비 후 합류한 임재범은 폭발적인 무대로 심지어 신드롬을 일으켰다. 김연우 역시 짧게 '나가수'의 무대에 올랐지만 그 여운은 길었다. '나가수'를 통해 볼 수 없는 김연우의 가치는 콘서트에서 폭발했고, 그는 순식간에 예능 프로그램의 블루칩으로 자리하기도 했다.

즉 이 초반에 있었던 재도전 논란에 의해 선택되었던 재정비 기간은 손해보다는 이익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 시즌2를 위한 재정비 선택은 어떨까. 약간 상황은 다르지만 효과는 비슷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시즌1에 남은 마지막 경연에서 좀 더 확실한 임팩트를 남길 필요가 있을 것이다. 1년 전 1기가 재정비 기간 직전에 했던 '나가수' 무대는 최고의 무대로 꼽힌다. 가수들이 서로 노래를 바꿔 부르는 미션을 통해 김건모의 'You Are My Lady', 김범수의 '제발', 박정현의 '첫인상' 등등 모든 노래가 화제가 될 정도였다. 그 마지막 이미지가 강하게 남았기 때문에 한 달 간 휴지기가 온전한 기대감으로 채워질 수 있었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시즌2를 위한 재정비 기간을 통해 좀더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의 형식과 시스템이 공고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가수 선정 방식, 그 가수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중들에게 선보일까에 대한 고민,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웃음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기획, 무엇보다 효과적인 무대를 위한 좀 더 업그레이드된 투표방식의 고민 등등,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캐스팅이다. 좀 더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고 임팩트 있는 가수들을 확보하기 위한 설득과 노력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진2를 위한 재정비 기간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점은 청중과 시청자를 다시 준비시키는 일일 것이다. 매주 지속적으로 비슷한 형식의 무대가 반복되다 보니 그 자체로 대중들은 식상함을 느끼게 된 것이 사실이다. 식상함을 넘기 위해 끝없이 자극의 강도를 높이는 방식은 오히려 많은 문제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지르는 창법만이 귀에 들어오는 '막귀 논란'이 나온 건 비슷한 무대의 반복에 의해 생겨난 결과일 수 있다. 그만큼 청중과 시청자들도 쉴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나가수'는 재정비 기간을 통해 지난 1년 간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숱하게 터져 나온 논란들을 곱씹으면서 이를 시즌2를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재정비 기간을 제대로 쓴다면 이것은 시즌2에는 분명 약이 될 것이다. 모쪼록 '나가수' 시즌2가 더 대중들을 기대하게 만들고, 더 감동을 주는 그런 무대가 되길.


'승승장구'에서 '라스'까지, '개콘' 전성시대

'라디오스타'(사진출처:MBC)

'승승장구'에 MC가 아니라 게스트로 출연한 이수근은 그간 한 번도 꺼내놓지 않았던 불우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좌중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무속인인 어머니, 투병중인 아내, 장애를 가진 아들 이야기는 늘 밝게 웃으며 우리에게 큰 웃음을 주고 있는 이수근이라는 개그맨을 다시 보게 해주었다.

한편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유세윤와 개식스(김준호, 김대희, 장동민, 유상무, 홍인규)는 돈독한 우정과 탁월한 개그감으로 웃음과 눈물의 롤러코스터를 선사했다. 힘겨웠던 과거의 아픔과 치부는 물론이고 심지어 눈물마저 개그로 풀어내는 그들은 진정한 개그맨이었다. 유세윤이 드러낸 화려함 이면에 있는 우울은 보는 이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존재감이 갈수록 빛을 내고 있다. 단지 시청률이 전체 예능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개콘'이 배출하고 있는 개그맨들의 존재감이 빛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 '개콘'이라는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한정짓기 어려운 영향력을 방송 전체 예능 프로그램에 미치고 있다.

'1박2일'의 중추가 된 이수근, '라디오스타'는 물론이고 'UV신드롬' 등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유세윤, '정글의 법칙' 같은 극한 예능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김병만, '무한도전'의 미친 존재감이 된 정형돈처럼 이미 '개콘' 바깥에서 확고한 자신의 위치를 구축한 개그맨들뿐만이 아니다.

현재 '개콘'의 수장 역할을 하고 있는 김준호를 비롯해, 각 코너에서 주목받고 있는 최효종, 김원효, 정범균, 허경환은 '해피투게더 시즌3'에 출연해 그간 정체된 분위기를 일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개콘'이 배출한 신봉선은 이 토크쇼에서 때론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스스로 망가지기를 주저하지 않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처럼 '개콘' 출신 개그맨들이 '개콘' 안팎으로 활약할 수 있게 된 배경은 결국 '생존'에서 찾을 수 있다. 많은 개그맨들의 무대가 있었지만 내홍을 겪으며 전부 사라지는 와중에도 '개콘'은 굳건히 살아남았다. 그것도 그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예능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렇게 버텨낼 수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개그맨들의 산실이 될 수 있었다. 현재 예능의 새 피를 수혈해주는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이 '개콘'이 된 것이다.

'개콘'의 이런 경쟁력은 그 독특한 시스템에서 나온다. 마치 샐러리맨처럼 출퇴근제를 하고 있는 '개콘'은 매일 개그맨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짜고 연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과정에서 선후배 간의 독특한 위계질서가 생겨난다. 무조건 선배가 주인공을 하는 그런 식이 아니라 아이디어에 걸맞는 최적의 인물을 찾아서 서로 꽂아주고 세워주는 협업시스템이 '개콘'의 진정한 힘이다. 매일 서로의 개그 스타일을 보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짜면서도 상대방의 스타일을 염두에 두고 활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개콘' 출신 개그맨들이 서로를 생각해주는 마음이다. 이수근은 '개콘'에서 봉숭아학당을 할 때만 해도 이미 그만두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서수민PD가 "후배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말 한 마디에 아무 조건 없이 6개월을 버텨주었다고 한다.

'승승장구'에서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각별한 우정을 느끼게 해준 이수근과 김병만처럼, 유세윤을 생각하는 장동민과 유상무의 마음 역시 각별하다. 누가 잘 나가든 누가 조금 못나가든 그런 것과 상관없이 서로를 생각하는 우정은 '라디오스타'에서 유세윤과 유상무가 잠깐 보인 눈물 속에 모두 들어가 있다.

한편 '개콘' 선배들이 후배를 바라보는 시선은 유세윤이 김준호, 김대희에게 "'개콘' 출신 개그맨이 타 방송 개그 프로그램('코미디 빅리그'를 말하는 것이다)에 나오는 걸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김대희의 답변 속에 들어있다. 그건 방송사들의 문제이지, 개그맨들은 각자 위치에서 개그를 하면 된다는 그 말에는 선배로서 후배 개그맨을 생각하는 진심이 담겨져 있다.

'개콘'은 이제 그저 하나의 개그 프로그램을 넘어서 전체 예능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개콘'을 발판삼아 성장해 나온 개그맨들의 성공담은 그래서 현재 '개콘'에서 묵묵하게 조연 역할을 해주고 있는 젊은 개그맨들에게는 하나의 꿈이자 희망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은 전체 예능을 꿈꾸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이제 김병만이 없는 '정글의 법칙'을, 이수근이 없는 '1박2일'을, 유세윤이 없는 '라디오스타'나 'UV'를 떠올릴 수 없는 건 그들의 꿈이 만든 예능의 새로운 세계를 실감하게 한다. '개콘'을 통해 더 많은 개그맨들의 꿈이 예능 전체로 퍼져가길.


'1박2일' 시즌2 부른 방만한 인력운용

'1박2일'(사진출처:KBS)

KBS 예능에서 시즌2를 달고 나와 성공한 건 '해피투게더'뿐이다. '해피투게더'의 시즌2, 시즌3의 성공의 핵심에는 유재석이라는 명MC와 적절한 시기에 과감한 변화를 계속해온 것이 주효했다고 보인다. 물론 토크쇼는 버라이어티쇼와는 그 기대감 자체가 다른 것이 사실이다. 반면 '청춘불패' 시즌2, '출발 드림팀 시즌2'는 시청률이 거의 바닥이다. 그나마 자리를 잡고 있는 '불후의 명곡2'는 사실상 시즌2라고 하기가 어렵다. 이 프로그램이 본래 있었던 '불후의 명곡'의 시즌2라기보다는 심지어 '나는 가수다'의 아이돌 버전이라 불리는 건 '따라 하기'의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명의도용'일 뿐이라는 혐의가 짙다.

결과론일 수 있지만 시즌2는 그만큼 성공이 쉽지 않은 형식이다. 일단 시즌2라고 해놓으면 시즌1과의 비교점이 만들어진다. 시즌1이 잘 나갔던 프로그램이라면(그렇기 때문에 시즌2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시즌2의 기대감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중들은 시즌1과의 연계고리를 유지하면서도 시즌2만의 차별성도 요구한다. 다르지 않으면 다르지 않다고 비판받기 쉽고, 너무 다르면 너무 다르다고 비판 받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1박2일' 같은 KBS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이 시즌2라는 꼬리표를 단 것은 패착 중의 패착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시즌2라는 꼬리표는 어떻게 붙여지게 된 것일까. 이 상황을 추적하다보면 KBS라는 시스템의 한계를 만나게 된다. '1박2일'은 KBS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KBS가 그나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게 '1박2일' 덕분이기 때문이다. 주말 예능의 왕좌를 거의 몇 년 간 쥐고 있다는 사실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이것은 만일 '1박2일' 시즌2가 실패한다면 그 연후의 KBS 예능을 상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주말 예능의 왕좌가 SBS나 MBC로 옮겨진다면 그 그림은 상당히 다르게 여겨질 것이다. '개그콘서트'가 그나마 자존심을 유지할 것이지만.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고 연간 엄청난 광고수익을 벌어주면서 또 그 상징성도 중요한 프로그램이 굳이 시즌2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기업으로 치면 대표상품의 관리 소홀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잘 나가던 '해피선데이'의 제작진들은 모두 떠나버렸다. 초기 '해피선데이'의 틀을 만들었던 이명한PD가 떠났고 '남자의 자격'을 이끌었던 신원호PD도 떠났다. 유일하게 나영석PD가 '1박2일'을 굳건히 지켜왔지만 이제 그마저 시즌2가 시작되면서 떠나게 되었다. '해피선데이'의 진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우정 작가는 '남자의 자격'에서 이미 발을 뺐고, '1박2일'도 시즌2와 함께 최재영 작가에게 바통을 넘겨줄 예정이다. 왜 그들은 모두 떠나는 것일까.

이런 상황은 '1박2일'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강호동이 애초에 '1박2일'을 떠나기로 작정을 한 후 '6개월 후 종영'이라는 선택을 했던 것이 아닌가. 사실 그 전에 이승기 역시 '1박2일'을 그만두려 했었지만 강호동의 선택 때문에 아예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김C가 일찌감치 떠났고, MC몽이 군 문제로 자진 하차했으며 결국 강호동도 세금 문제로 잠정 은퇴를 선언하며 '1박2일'을 떠났다. 결국 '1박2일'에서 굳이 '종영' 이야기가 나오고 '그래도 아까워서' 시즌2로 방향을 돌리게 된 상황은 이 모두가 떠나려고 하는 KBS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알다시피 공영방송을 내세우는 KBS의 인력관리는 거의 공무원 시스템과 유사하다. MBC나 SBS처럼 두각을 나타내는 인재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 그래서 사실상 '해피선데이'의 이명한PD나 나영석PD가 나오기 전까지 KBS에서 스타PD를 찾는 일은 거의 힘들었다. KBS는 조직으로 움직이는 집단이지 한두 명의 스타를 키우는 집단은 아니다. 그래서 PD 한 명이 빠지는 상황이 나와도 다른 이가 그것을 맡아서 하는 안정적인 시스템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예능의 환경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리얼 예능이 시작되면서 프로그램의 포맷보다 중요해진 게 한두 명의 스타PD가 가진 영향력이다. 이제 나영석PD가 없는 '1박2일'은 떠올리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만큼 이제 대중들은 누가 만드느냐에 대한 호불호를 갖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처럼 관료적으로 조직을 운영해서는 인재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나마 KBS가 나영석PD에게 준 포상이라는 것이 조기승진이라는 건, KBS가 가진 인력관리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잘 나가던 프로그램이 '6개월 후 종영'을 선택하고, 그 와중에서 많은 인력들을 빼앗기고, 그나마 프로그램의 상징적인 존재인 PD마저 바뀐 상황에서 시즌2가 잘 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이수근과 엄태웅, 김종민이 잔류할 가능성이 높지만 '1박2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건 출연진만이 아니다. 다큐적인 형식 속에서 예능적인 코드들을 뽑아내 접목시키는 노하우는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일반인들이 출연해도 순간적으로 캐릭터를 뽑아내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그 노하우는 '1박2일' 제작진들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시즌2까지 흘러왔을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1박2일' 같은 효자 프로그램이 겪는 흐름을 좀 더 자연스럽게 유도하려는 노력은 있어야 했다. 사실 이수근, 엄태웅, 김종민이 잔류의사를 좀 더 확정적으로 해줄 수 있었다면(그 정도의 강한 신뢰를 보여주었다면) 굳이 시즌2 얘기는 나오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나영석PD가 가진 존재감이 아쉽기는 해도, PD가 바뀌는 일은 이미 '나는 가수다'든 '남자의 자격'이든 늘 있었던 일이 아닌가.

시즌2를 맡은 최재형PD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시즌1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겠다는 게 골자다. 제목도 그대로이고 형식도 그대로이며, 심지어 출연진도 시즌1의 세 명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굳이 시즌2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상황은 벌어졌다. '1박2일'이 PD가 바뀌고 몇몇 멤버가 교체되면서도 그대로 가는 상황과, '1박2일'이 시즌2를 하게 된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제 시즌2가 된 이상 시즌1을 답습하는 자세로는 내리막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이제 모든 건 시즌1과 비교하게 될 것이고, 심지어 PD조차 비교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어차피 시즌2를 하게 되었다면 좀 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조직 논리로는 비슷한 형식을 최대한 유지해서 내리막을 걷더라도 좀 더 오래 빼먹을 걸 다 빼먹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결국 모든 시즌2 프로그램의 전략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KBS처럼 기존에 잘 나가던 프로그램에 빨대를 꽂고 연명하는 시즌2에 목을 매다가는 자칫 새로운 프로그램의 제작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해야 될 것이다. 사실상 시즌2를 억지로 떠안게 된 최재형PD는 KBS의 인력 운용 시스템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차라리 그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새로 하는 게 훨씬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상황을 어렵게 만들어놓고 그 자리에 앉혀 해결하라는 식의 인력 운용. 이것은 어쩌면 시즌2를 선택한 '1박2일'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나가수', 무엇이 잘못된 걸까

'나는 가수다'(사진출처: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첫 무대에 오른 이소라는 긴장된 표정으로 심호흡을 하며 특유의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로 '바람이 분다'를 불렀다. 낮게 속삭이다가 차츰 고조되는 그 노래를 들은 관객들과 시청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완전한 감정이입의 경험.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는 음악들 속에서, 또 현란한 춤사위에 가려 정작 들리지 않았던 음률과 가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소라가 부르는 노래 속에 담겨진 감정이 대중들과 일치하는 그 순간, 그래서 누군가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주르륵 흘리게 된 그 순간, 바로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의 존재감이 대중들의 가슴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제 14기 1차 경연을 마친 '나가수'는 어떨까. 여전히 우리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노래 속에 담긴 가수들의 감정과 교감하는 경험을 선사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그다지 고음을 질러대지 않아도, 또 록커가 굳이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지 않아도, 마치 당신을 울리고야 말겠다는 듯 감정 과잉으로 노래하지 않아도, 또 노래로 모두를 꺾어버리겠다는 듯 가창력 자랑을 하지 않아도, 그저 차분하게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중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그 '몰입의 경험'은 왜 사라진 걸까.

캐스팅에서부터 연출, 출연가수들의 문제 등등, 이유는 총체적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캐스팅일 것이다. 사실 무대에 가수를 세우고 경연을 벌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거기 누가 서느냐는 '나가수'의 관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가수에 대한 호불호는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답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석연찮은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캐스팅은 피해야 한다. 단 한 명의 어울리지 않는 가수의 캐스팅은 다른 호감 가는 가수들이 있다고 해도 전체 '나가수' 무대의 물을 흐릴 수 있다.

사실 '나가수' 1기와 2기가 가장 세간에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그 각각의 멤버들, 이소라, 김범수, 김건모, 백지영, 정엽, 윤도현, 박정현이나 임재범, 김연우 같은 이들이 가진 독특한 자신들만의 음악세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의구심을 갖게 하는 가수가 없었던 데 기인한다. 각각의 면면도 중요하지만 '나가수'는 모두의 팀워크로 서로 시너지를 올리는 구조로 운용된다. 누군가 강력한 가창력을 선보임으로써 그 무대의 권위가 올라가면 다른 가수가 그 높아진 권위의 무대에서 또 다른 매력을 덧붙이는 식이다.

그런데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가수가 끼면 상황은 거꾸로 흐른다. 즉 무대의 아우라가 점점 희석되는 것이다. 그렇게 아무나 오를 수 있는 무대가 되어버리면 그것은 제 아무리 좋은 가수가 한두 명 끼어 있다고 해도 효과를 내기가 어려워진다. 이것은 다양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이른바 '급'의 문제다. 적우가 다운타운에서 제아무리 주목을 받았다고 해도 '나가수'에 어울리는 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것은 테이나 이현우에게도 똑같이 던져질 수 있는 질문이다. 헤비급 선수들이 뛰는 무대에 경량급 선수가 올라오면 무대의 아우라는 희석된다(이것은 헤비급이 경량급보다 낫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나가수'는 그런 무거운 무대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시너지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물론 캐스팅의 문제는 현실적인 문제일 수 있다. 그만큼 적당한 가수를 찾기도 어렵고, 있다고 해도 캐스팅을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게다가 이건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나가수'의 무대가 아닌가. 그러니 캐스팅 문제는 어쩔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캐스팅이 되었다면 그 새로운 가수에 맞는 재평가나 스토리텔링 등을 통해 일정 부분 '급'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것은 연출적인 부분이다. 떨리는 모습으로 방송사를 찾아 들어오고 인터뷰를 하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스토리텔링은 그게 임재범이라면 효과가 있을 지 몰라도 적우나 테이에게는 그다지 효과가 없다.

또한 '나가수'의 스토리텔링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스토리의 대부분이 1위 가수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가 1위를 했네 하는 이야기는 이제 그래서 식상해졌다. 왜 제작진들은 1위 가수밖에 보지 않는 것일까. 2위 가수의 이야기도 재미있을 수 있고, 꼴찌 가수의 이야기가 더 신선할 수도 있다. 모두가 잘 했는데 운이 안 좋아서 꼴찌가 됐다는 식의 스토리는 이제 더 이상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다. 대신 꼴찌가 절치부심해서 노력하는 모습과 무대에 오르는 그 과정을 집중해준다면 더 진한 감흥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나가수'의 무대 위에 사라진 아우라를 되찾으려면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무대 바깥에서 스토리를 찾아야 한다.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한 후에라야 무대에서의 모습에 더 몰입될 수 있다. 즉 이러한 기대감은 제작진들이 연출을 통해 만들어줘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정해진 패턴으로 꾸며지는 영상 속에서 기대감은 전적으로 가수들 스스로에게 맡겨져 있다. 그들은 인터뷰를 통해 서로를 추켜세우거나 때로는 자화자찬하면서 "우리를 기대해달라"고 강변한다. 이것으로 어떻게 대중들이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개그맨들을 기용하고도 웃음의 포인트가 없다는 지적은 일견 맞지만, 그렇다고 지금 같은 무대의 아우라가 휘발된 '나가수'에서 웃음의 포인트를 찾는 건 위험한 일이다. 먼저 중요한 건 가수들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서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하나마나한 '중간평가'는 각각의 가수들의 기대감을 높여줄 수 있는 연출로 바뀌는 편이 나을 것이다. 또한 선곡에 있어서도 지금처럼 가수들이 거의 원하는 곡을 부르게 하는 식으로는 '도전정신'이 희석될 수밖에 없다. 이 '도전정신'의 부재는 결국 '나가수' 무대의 긴장감을 사라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 하나 지적되어야 될 것은 자문위원들의 역할이다. 자문위원들의 멘트는 권위를 잃은 지 오래다. 가수를 추천하는 역할을 하는 자문위원들이 있는 마당에, 캐스팅 논란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러니 자문위원들이 하는 중간 멘트들 역시 오히려 무대에 대한 몰입에 방해를 줄뿐이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캐스팅에 있어서 대중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이 나을 지도 모른다. 인터넷 추천 등을 통해 '나가수'에 나갈 가수를 대중들이 스스로 뽑게 하는 방식은 많은 잡음을 없애 줄 수 있지 않을까.

'나가수'는 분명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음악을 새롭게 들을 수 있고, 가수를 재발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중요한 건 그 음악이 제대로 들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나가수'의 진짜 공적은 그간 프라임 타임대의 음악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노래하는 가수들'을 발굴해낸 것이 아니라, 그들이 부르는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 점이다. 바로 이 몰입을 되살려내야 한다. 거기에 '나가수'의 생존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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