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들/블로거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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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쇼, 소녀시대까지 삼킬까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3. 7. 10:23
쇼가 게스트에 전전할 때 '박중훈쇼'에 소녀시대가 출연한다고 합니다. 어쩌다 이처럼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게스트와 기대감이 전무한 쇼 프로그램이 만나게 되었을까요. '박중훈쇼'의 이같은 사정은 첫 회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TV쇼에서 좀체 보기 힘들다는, 장동건, 정우성, 김태희, 안성기, 주진모, 차태현, 최양락, 김혜수 같은 쟁쟁한 게스트들을 모셔놓고도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죠. 만약 이들이 '황금어장'이나 '해피투게더' 같은 프로그램에 나왔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이것은 '박중훈쇼'라는 토크쇼가 가진 화법이 작금의 달라진 토크쇼들의 화법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 같습니다. '박중훈쇼'는 여전히 게스트를 홍보하려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그것을 '예의'라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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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배고파도 웃고 살자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9. 3. 6. 16:44
'낮술'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스트레스의 한 가운데 선 낮이라는 시간대에 입에 착착 달라붙을 것만 같은 술에 대한 욕망이 연거푸 몇 번 잔을 넘기다보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는 것을. 머리는 지끈지끈, 불콰한 얼굴은 후끈후끈, 곧 왜 낮술을 시작했을까 하는 후회가 들기 시작한다. 물론 전도유망한 직장에서 점심시간을 빌어 한 회식자리의 포만감이라면 다르겠지만, 모두들 일을 하는 낮 시간에 음습한 주점 모퉁이에 앉아 소주를 까는 이들의 심정은 말한 대로의 적당한 괴로움과 욕망 그리고 곧 드러나는 욕망의 배반이 안주거리로 올라오게 마련이다. 이 낮술에서 갖게되는 정서 즉 기대감과 배반감 같은 것이 바로 '낮술'이라는 유머의 세계다. 이야기는 한 주점에서의 농담에서부터 시작한다. 실연당한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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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각본 없는 드라마가 아니다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8. 8. 8. 09:34
우리네 올림픽과 TV방송은 이란성 쌍둥이다. 올림픽이 시작되면 온 나라가 올림픽에 휩싸이듯이 방송 또한 올림픽이 아니고서는 그 무엇도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그것은 광고에서부터 뉴스보도, 예능 프로그램, 다큐프로그램까지 거의 모든 것을 장악하며, 드라마는 이 시기가 되면 올림픽이라는 ‘각본 없는 드라마’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TV 속의 세상과 밖의 세상이 완전히 똑같은 색깔로 만들어지는 순간, 올림픽은 모든 다양성을 순식간에 먹어치운다. 사실 올림픽은 한 국가의 행사라기보다는 한 도시의 행사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면 그것은 전 국민의 대부분을 그 속으로 동참시키는 국가적인 행사가 된다. 이런 상황은 미국 같은 경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미국 월드컵(월드컵은 심지어 국가적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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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은 왜 만주까지 갔을까옛글들/블로거의 시선 2008. 7. 11. 11:39
'놈놈놈' 경계를 탈주하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시공간적 배경은 일제시대 만주입니다. 일제시대에 만주라는 공간이 함유하는 의미는 말 그대로 의미심장하죠. 당대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만주는 대륙으로의 진입로이자 가능성의 공간이었습니다. 게다가 일제시대라는 독특한 시간적 배경은 그 가능성의 공간 위에 이질적인 문화들을 공존시켰죠. 중국과 일본과 우리나라는 물론, 호전적인 북방민족들과 각종 신기한 문물들을 들고 중국을 통해 들어온 서구인들까지 공존하는 일제시대의 만주는 요즘으로 치면 퓨전문화가 살아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게다가 법이나 규범보다는 총이 앞서는 무법천지로서의 만주는 오히려 국가간의 분쟁이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는 자유에 가까운 공간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즉 나라와 ..